[경제일보] 패션업계가 해외 시장과 글로벌 브랜드로 눈을 돌리며 성장동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국내 브랜드를 해외 소비자에게 직접 선보이는 것에서부터 해외 브랜드·디자이너의 정체성을 자체 브랜드에 접목하는 방식까지 글로벌 전략도 다양해지는 모습이다.
국내 패션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진 가운데 기업들은 해외 유통망과 브랜드, 디자인 역량을 적극 활용하며 사업 외연을 넓히고 있다. 현지 유력 기업과 손잡고 해외 소비자 접점을 확보하거나 글로벌 패션 자산을 자체 브랜드에 결합하는 등 국내외 시장의 경계를 허문 협업이 브랜드 차별화를 위한 전략으로 부상하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홈쇼핑은 오는 17일부터 31일까지 단독 패션 브랜드의 가을·겨울 신상품을 선보이는 '패션 이즈 롯데' 특집전을 진행한다.
롯데홈쇼핑은 올해 행사 시기를 지난해보다 앞당기고 참여 브랜드도 확대했다. 매회 주문액 약 500억원을 기록하는 행사로 올해는 파리와 런던 등 글로벌 패션 도시의 감성과 각 브랜드의 정체성을 결합한 상품을 앞세워 가을·겨울 패션 수요 선점에 나선다.
대표적인 사례가 올해 출시 10주년을 맞은 자체 브랜드 'LBL'이다. LBL은 1953년 영국 런던에서 시작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로라애슐리'와 협업한다. 로라애슐리의 클래식한 패턴과 자연주의 감성을 LBL의 프리미엄 소재에 접목한 상품을 선보인다.
프랑스 패션 역량도 끌어들였다. 지난해 론칭한 단독 브랜드 '네메르'는 글로벌 명품 브랜드와 협업한 프랑스 디자이너 크리스텔 코셰와 신상품을 공동 기획했다. 캐시미어 소재의 니트와 재킷 등을 중심으로 파리의 감성을 반영한 가을·겨울 컬렉션을 선보인다.
글로벌 브랜드와 디자이너의 인지도를 단순히 활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체 패션 브랜드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전략이다. 유행을 좇는 상품 경쟁에서 벗어나 브랜드마다 뚜렷한 디자인과 소재, 이미지를 구축해 차별화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이번 시즌 단독 패션 브랜드들은 하나의 유행을 따르기보다 각 브랜드의 정체성과 개성을 담아낸 것이 특징"이라며 "파리와 런던의 도시 감성과 브랜드별 차별화된 매력을 반영한 상품을 통해 다양한 스타일과 새로운 패션 경험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브랜드와의 협업을 넘어 국내 패션 브랜드가 직접 해외 유통망을 확보하며 현지 시장 공략에 나서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무신사는 필리핀 아얄라(Ayala)그룹 산하 유통 플랫폼 ACX홀딩스와 독점 유통 계약을 체결하고 동남아시아 사업 확대에 나선다.
아얄라그룹은 190년의 역사를 지닌 필리핀 최대 기업으로 부동산과 금융, 통신, 에너지 등 주요 산업에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유통 계열사인 ACX홀딩스는 글로벌 브랜드의 필리핀 진출과 현지 운영 등을 담당한다. 무신사는 이번 계약을 통해 ACX홀딩스의 패션 부문 파트너로 합류한다.
무신사가 현지 대형 기업과 손잡은 것은 해외 진출 과정에서 유통망을 빠르게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ACX홀딩스가 보유한 현지 유통 인프라와 사업 역량을 활용해 시장 진입 부담을 낮추고 필리핀 소비자와의 오프라인 접점을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첫 오프라인 거점도 마련한다. 무신사는 올해 하반기 필리핀 마닐라의 주요 상권인 마카티에 위치한 쇼핑몰 '글로리에타'에 무신사 스탠다드 매장을 열 예정이다. 향후 무신사 스탠다드를 중심으로 필리핀 주요 상권까지 오프라인 사업을 확대한다.
필리핀 시장을 선택한 배경에는 젊은 소비층과 한류를 기반으로 한 K패션 수요가 자리하고 있다. 필리핀은 인구 1억1000만명이 넘는 동남아시아 주요 소비시장으로 젊은 인구 비중이 높은 국가다. K팝과 K드라마 등 한류 콘텐츠 확산에 따라 한국 패션 브랜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실제 무신사 글로벌 스토어의 필리핀 지역 거래액은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연평균 약 50% 증가했다. 온라인에서 확인한 현지 수요를 오프라인 매장 확장으로 연결해 필리핀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겠다는 전략이다.
무신사 관계자는 "필리핀은 젊은 소비층을 중심으로 한국 패션 브랜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 성장 잠재력이 큰 전략 시장"이라며 "현지 리테일 운영 역량을 갖춘 ACX홀딩스와 협력을 바탕으로 무신사 스탠다드의 브랜드 경쟁력을 높이고 필리핀 소비자와의 접점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패션업계의 글로벌 전략은 해외에 매장을 내는 전통적인 진출 방식에서 한층 다변화되는 추세다. 현지 유력 기업의 유통 인프라를 활용해 직접 해외시장에 진입하는 한편 해외 브랜드와 디자이너의 역량을 자체 브랜드에 접목하는 등 글로벌 자원을 활용하는 방식도 세분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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