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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그룹, '움직이는 기술' 키운다…승강기서 AI·로봇으로
[경제일보] 현대그룹이 기존 승강기와 물류자동화 사업에 인공지능(AI)과 로봇 기술을 접목하며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2030년까지 매출 5조원, 해외사업 비중 50%, 글로벌 톱5 진입을 목표로 세웠고 현대무벡스는 물류자동화를 기반으로 2차전지·제조·유통 등으로 적용 분야를 확대했다. 2024년 대형 자율이동로봇(AMR) 개발에 이어 올해는 조선소 초중량물 자율운반 기술 개발에도 나섰다. ◆ 현대엘리베이터, 충주서 AI·서비스 고도화 현대엘리베이터는 충주 스마트캠퍼스를 중심으로 생산체계를 디지털화하고 유지관리 서비스에 AI와 데이터를 적용하고 있다. 17만2759㎡ 부지의 충주 스마트캠퍼스에는 본사와 스마트팩토리, 연구개발센터, 물류시설이 집약돼 있다. 스마트팩토리에는 산업용 사물인터넷(IIoT), 빅데이터, AI 등이 적용됐으며 자동화율은 약 80%다. 생산능력도 연 2만5000대에서 2028년 3만5000대로 확대할 계획이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충주 스마트캠퍼스에서 ‘비전 2030’과 ‘트리플 5’를 제시했다. 2030년 매출 5조원, 해외사업 매출 비중 50%, 글로벌 톱5 진입이 목표다. 유지관리 서비스 ‘미리(MIRI)’는 승강기 이상 징후를 감지하고 영상·음성 데이터를 분석해 고장 원인을 파악한다. AI 원격콜과 빌딩관리시스템(BMS), 배송로봇 연계 기능도 적용했으며 2028년까지 적용 승강기를 10만대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주차로봇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현대위아와 오토발렛 로봇 주차 솔루션을 공동 개발하고 주차관제 시스템 ‘HIP’과 주차로봇을 연계해 사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 현대무벡스, 대형 AMR·조선 자율운반으로 확장 현대무벡스는 물류자동화를 중심으로 국내외 사업과 로봇 기술을 확대하고 있다. 2024년 신규수주는 4200억원으로 창사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평택·진천 중앙물류센터(CDC) 자동화 사업과 배터리 소재·제조 분야 스마트 물류 사업을 수주하며 사업 기반을 넓혔다. 주력 기술은 자동창고(AS/RS), 무인운반차(AGV), 자율이동로봇(AMR), 갠트리 로봇이다. 청라 R&D센터를 중심으로 대형 AMR 기술도 고도화하고 있다. 정부 과제로 선정된 ‘고정밀 대형 자율이동로봇 플랫폼’ 개발에는 총 94억원이 투입되며 이 가운데 70억원을 국비로 지원받는다. 2027년까지 2톤·5톤·10톤급 AMR 3종을 개발할 계획이다. AMR은 조선소 초중량물 운반 분야로도 확대된다. 현대무벡스는 삼성중공업, HD현대중공업, HD한국조선해양, 한화오션 등과 함께 자율운반 로봇과 통합관제 시스템, AI 기반 안전성 시뮬레이션 등을 개발할 예정이다. 현대그룹 계열사의 AI·로봇 전략은 기존 승강기와 물류자동화 기술을 새로운 산업으로 확장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승강기와 주차·빌딩관리 등 이동 솔루션으로, 현대무벡스는 물류자동화와 AMR을 기반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기존 사업에서 축적한 기술과 생산 기반을 AI와 로봇으로 전환하는 것이 향후 성장의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 [아주경제 2026년 10월 01일자 15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6-10-01 09: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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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로 시작해 빅5까지…율촌, 합병 없이 키운 29년
[경제일보] 1997년 서울 삼성동 섬유센터에 변호사 6명이 모였다. 조세를 맡은 우창록, 공정거래와 국제조세의 윤세리, 기업금융의 강희철, 금융의 한봉희, M&A의 정영철 변호사 등이었다. 대형 로펌들이 이미 기업법무 시장의 자리를 잡아가던 때였다. 새 로펌의 이름은 ‘법률가의 마을’이라는 뜻을 담아 율촌(律村)으로 지었다. 29년이 지난 지금 율촌의 연 매출은 4000억원을 넘어섰다. 2025년 매출은 4080억원으로 전년 3709억원보다 10% 늘었다. 태평양과 세종, 광장에 이어 국내 법무법인 가운데 네 번째 4000억원대 로펌이 됐다. 한국 변호사 1인당 매출은 약 7억6000만원으로 주요 대형 로펌 가운데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율촌의 성장 과정은 앞서 출발한 대형 로펌과 조금 다르다. 다른 로펌을 합쳐 단기간에 변호사 숫자를 늘리지 않았고 처음부터 모든 업무를 갖추지도 않았다. 조세와 공정거래에서 이름을 알린 뒤 기업자문과 M&A, 송무, 금융으로 영역을 넓혔다. 설립 이후 지금까지 대형 로펌과의 합병 없이 조직을 키워왔다. ◆ 김앤장을 나온 조세 변호사가 만든 사무실 율촌의 시작은 법무법인 설립보다 5년 앞선 1992년이다. 우창록 변호사가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자신의 이름을 건 법률사무소를 열었다. 사법연수원 6기인 우 변호사는 김앤장과 미국 뉴욕 로펌에서 일했고 국내에서는 일찍부터 조세 분야를 파고들었다. 조세가 기업법무의 주요 전문분야로 자리 잡기 전이었다. 1994년 사무실 이름은 율촌합동법률사무소로 바뀌었다. 이후 우 변호사는 조세만으로 로펌을 키우기보다 서로 다른 분야에서 경험을 쌓은 변호사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공정거래와 국제조세를 다룬 윤세리 변호사, 기업금융의 강희철 변호사, 조세의 한만수 변호사, 금융과 지식재산권의 한봉희 변호사 등이 합류했다. 1997년 법무법인 율촌이 공식 출범했다. 윤세리 변호사의 경력도 당시로서는 흔하지 않았다. 검사 생활을 거쳐 하버드 로스쿨에서 LL.M., 캘리포니아대 헤이스팅스에서 J.D.를 받은 뒤 미국 베이커앤드맥켄지 뉴욕·시카고 사무소에서 근무했다. 이후 한미합동법률사무소와 우방종합법무법인을 거쳐 율촌 설립에 참여했다. 처음부터 분야를 나눠 사람을 모은 것도 규모보다 전문성을 먼저 세우려는 선택이었다. 이미 시장에서는 김앤장과 광장, 태평양, 세종이 앞서 있었다. 후발주자가 같은 방식으로 사람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격차를 좁히기 어려웠다. 율촌은 처음부터 모든 분야를 갖추기보다 경쟁할 수 있는 전문분야를 먼저 만드는 길을 택했다. ◆ 첫 승부처는 조세와 공정거래 율촌이라는 이름을 법률시장에 알린 분야는 조세였다. 우창록 변호사는 현대그룹 계열사를 둘러싼 법인세 부과처분 취소소송 등 대기업 조세 사건을 맡았다. 조세 사건은 세법만 알아서는 다루기 어렵다. 기업의 회계와 거래 구조를 이해해야 하고 국세청의 과세 논리와 법원의 판단 기준도 함께 읽어야 한다. 율촌은 변호사와 회계사, 세무사가 함께 사건을 다루는 방식으로 조세 분야의 인력을 늘렸다. 공정거래는 윤세리 변호사가 한 축을 맡았다. 기업결합과 카르텔,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등 기업의 영업 자체를 좌우하는 사건이 늘어나면서 공정거래법도 기업법무의 주요 분야로 올라왔다. 율촌은 설립 초기부터 공정거래를 별도 전문분야로 키웠다. 두 분야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소송이 벌어진 뒤 법정에서 다투는 일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기업이 거래를 시작하기 전부터 세금과 규제를 검토해야 했고 국세청이나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 단계에서도 대응해야 했다. 율촌은 이 시장에서 먼저 기업 고객을 확보했다. 2026년 체임버스앤파트너스 평가에서도 율촌은 조세와 공정거래 분야 모두 국내 Band 1에 올라 있다. 조세는 김앤장·세종과 함께 최상위 그룹에 들었고 공정거래는 김앤장·광장·세종과 같은 등급을 받았다. 창립 초기 선택한 두 분야가 3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주력 업무로 남아 있다. ◆ 큰 로펌을 사지 않고 사람과 분야를 늘렸다 2000년대 국내 로펌 시장에는 합병 바람이 불었다. 광장은 한미와 합쳤고 세종은 열린합동을 받아들였다. 대형 로펌으로 빨리 몸집을 키우는 방법 가운데 하나가 다른 조직과의 결합이었다. 율촌은 다른 길을 택했다. 설립 이후 대형 로펌을 합병하지 않고 변호사를 직접 뽑거나 필요한 분야의 전문가를 영입하면서 조직을 키웠다. 조세와 공정거래에서 기업법무·금융, 송무, 지식재산권, 부동산·건설로 업무가 늘어났다. 대형 조직을 통째로 받아들이기보다 필요한 사람과 분야를 하나씩 붙이는 방식이었다. 규모도 빠르게 커졌다. 1997년 6명의 파트너 변호사로 출발했지만 2010년에는 국내외 변호사와 변리사, 회계사, 세무사 등 전문인력이 230여명으로 늘었다. 최근에는 변호사만 500명을 넘어섰다. 2021년 381명이던 변호사는 2025년 537명으로 4년 동안 41%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2687억원에서 4080억원으로 52% 늘었다. 사람을 늘리면서도 1인당 매출을 주요 대형 로펌 가운데 높은 수준으로 유지했다. 몸집을 키우되 생산성이 떨어지지 않도록 관리한 것이 율촌 성장 과정에서 눈에 띄는 대목이다. ◆ ‘조세 로펌’에서 M&A까지 조세와 공정거래만으로 500명이 넘는 변호사를 먹여 살릴 수는 없다. 율촌도 기업법무와 M&A, 금융 분야를 계속 키웠다. 2026년 체임버스앤파트너스는 율촌의 기업·M&A 부문을 국내 Band 1로 평가했다. 복잡한 거래에서 조세와 공정거래 전문가를 기업자문팀과 함께 투입하는 점도 강점으로 꼽았다. M&A 계약만 검토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결합 심사와 세금 문제를 같은 조직에서 처리하는 방식이다. 최근 사례가 신세계그룹과 중국 알리바바그룹의 합작투자다. 양측은 지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를 묶어 6조원 규모의 합작법인을 세우기로 했고 율촌은 신세계 측 법률자문을 맡았다. 기업결합 승인과 지마켓 지분의 현물출자에 필요한 법원 인가 등 여러 절차가 함께 진행된 거래였다. 기업법무가 커져도 조세와 공정거래는 뒤에서 함께 움직인다. M&A 한 건에는 계약과 금융뿐 아니라 기업결합 심사와 세금, 노동 문제가 동시에 따라붙는다. 율촌이 처음부터 나눠 키운 전문분야들이 대형 거래에서 다시 만나는 방식이다. ◆ 베트남에서 먼저 해외 거점 늘려 국내 조직이 커지면서 해외에도 눈을 돌렸다. 율촌은 2007년 베트남 호찌민에 사무소를 열었고 2010년 하노이, 2011년 중국 베이징에 진출했다. 이후 미얀마 양곤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도 거점을 두면서 한국 기업이 많이 진출한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해외 업무를 늘렸다. 2007년에는 국문과 영문 사명을 모두 ‘율촌(Yulchon)’으로 통일했다. 해외에서 창업자들의 성을 조합한 이름을 쓰는 국내 로펌이 적지 않았지만 율촌은 한국 이름을 그대로 영문 브랜드로 사용했다. ‘법률가의 마을’이라는 창업 당시 이름을 해외에서도 그대로 가져갔다. 해외 확장도 대형 외국 로펌과 합병하는 방식은 아니었다. 한국 기업이 많이 나가는 국가에 직접 사무소를 열거나 현지 로펌과 협업하는 방법을 택했다. 국내에서 선택했던 자체 성장 방식이 해외에서도 이어졌다. 다만 국내 대형 로펌의 해외사업은 여전히 숙제가 많다. 한국 기업이 해외에서 대형 거래나 소송을 벌일 때 현지 영미계 로펌을 직접 선임하는 경우가 많다. 국내에서 쌓은 전문성을 해외 매출로 얼마나 연결하느냐는 율촌을 포함한 국내 대형 로펌들이 풀어야 할 문제다. ◆ 창업자 물러나고 조세 전문가가 대표 맡아 율촌의 세대교체는 2019년 한 차례 큰 변화를 맞았다. 창업자인 우창록 변호사가 일선 경영에서 물러났고 윤용섭·강석훈·윤희웅 변호사 등이 경영을 맡았다. 현재 대표변호사인 강석훈 변호사는 17년간 판사로 근무한 뒤 2007년 율촌에 합류했다. 대법원 재판연구관 조세팀장을 지낸 조세 전문가로 율촌 조세그룹 대표를 거쳐 2019년 경영대표가 됐다. 최근에는 그룹별 세대교체도 진행했다. 2025년 초 조세와 송무, 기업법무·금융 등 주요 그룹 대표를 1970년대생 변호사들로 바꿨다. 강 대표도 2027년 하반기 차기 대표에게 경영을 넘길 계획이라고 밝혔다. 창업세대에서 2세대, 다시 다음 세대로 경영권을 옮기는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 율촌의 인재 기준에는 ‘협업’이라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창립 20주년 사사에는 전문성과 윤리성, 협동정신을 인재 영입의 세 가지 기준으로 제시했다. 우창록 변호사도 개인 능력이 뛰어나더라도 조직과 함께 일하기 어려운 사람은 맞지 않는다는 취지로 인재관을 설명한 바 있다. 대형 합병을 하지 않고 조직 안에서 사람을 계속 붙이는 방식에서는 이 문제가 더 중요하다. 새로 들어온 전문가가 개인 고객만 관리하면 덩치는 커져도 종합로펌의 장점은 줄어든다. 서로 다른 전문분야의 변호사가 사건을 나눠 맡을 수 있어야 자체 성장 방식도 유지된다. ◆ 매출은 5위, 고객 평가는 달랐다 현재 율촌의 외형은 국내 5위권이다. 2025년 매출은 태평양 4402억원, 세종 4363억원, 광장 4309억원에 이어 율촌이 4080억원을 기록했다. 2위 태평양과 율촌의 차이는 322억원이다. 김앤장을 제외하면 대형 법무법인 네 곳이 모두 4000억원대에 들어왔다. 고객을 대상으로 한 평가는 매출 순위와 조금 다르다. 한국사내변호사회의 2025년 조사에서 율촌은 종합 2위와 전문성 2위, 서비스 1위를 기록했다. 조세·관세 분야에서는 2020년 이후 6년 연속 1위를 차지했고 TMT에서도 2025년 1위에 올랐다. 외형보다 전문성과 서비스 평가에서 강점을 보였다. 매출 2~4위 로펌보다 변호사 숫자는 적지만 1인당 매출은 높다. 율촌은 2025년 한국 변호사 1인당 약 7억6000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주요 대형 로펌의 경쟁이 단순히 변호사 수를 늘리는 단계에서 생산성을 따지는 단계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도 보여준다. 율촌도 최근 방향을 외형 확대보다 생산성에 두고 있다. 강석훈 대표는 리걸테크와 고부가가치 업무가 향후 실적을 좌우할 것이라고 밝혔고 매출 자체를 키우기 위한 양적 경쟁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도 내놨다. 규모보다 전문성과 생산성을 앞세웠던 창립기의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 30년을 앞두고 다시 꺼낸 ‘전문성’ 율촌은 2027년 창립 30년을 맞는다. 1997년 여섯 명이 모였을 때 가장 먼저 나눈 것은 사무실 지분보다 업무 분야였다. 우창록은 조세, 윤세리는 공정거래와 국제조세, 강희철은 기업금융, 정영철은 M&A, 한봉희는 금융과 지식재산권을 맡았다. 큰 조직부터 만든 뒤 전문분야를 나눈 것이 아니라 각자의 전문분야를 들고 모여 조직을 만들었다. 조세와 공정거래에서 출발한 율촌은 기업법무와 금융, 송무, M&A로 업무를 넓혔다. 다른 대형 로펌과의 합병 없이 변호사를 뽑고 분야별 전문가를 붙이며 조직을 키웠다. 그 결과 2025년 매출 4080억원, 변호사 500명대의 로펌이 됐다. 후발주자가 선발주자를 따라잡으려면 같은 길을 더 빨리 달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율촌은 모든 분야를 한꺼번에 갖추는 대신 조세와 공정거래부터 파고들었다. 그 분야에서 확보한 기업 고객을 M&A와 금융, 송무로 연결하면서 몸집을 키웠다. 1997년 선택한 이름은 ‘법률가의 마을’이었다. 30년을 앞둔 지금 그 마을에는 500명이 넘는 변호사가 일한다. 율촌이 커진 과정은 처음부터 큰 조직을 만든 역사가 아니라 전문분야를 가진 사람들을 하나씩 모아온 역사다.
2026-09-17 07:5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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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소 전기사업에서 AI 인프라 기업으로…전력 DNA, 조연에서 주연되다
[경제일보] 글로벌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산과 전력망 투자 확대가 이어지면서 HD현대일렉트릭이 전력 인프라 시장의 대표 수혜 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한때 조선업 경기 침체와 함께 그룹 내 비주력 사업으로 평가 받던 중전기 사업이 AI 시대 핵심 산업으로 재조명되면서 HD현대일렉트릭의 경영 DNA 역시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는 것이다. HD현대일렉트릭의 뿌리는 1977년 현대중공업 중전기 사업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조선·건설·중공업을 중심으로 한 국가 산업화 과정에서 발전 설비와 송배전 인프라 중요성에 주목했다. 산업화를 위해 공장, 항만, 발전소 뿐만 아니라 이를 연결하는 전력 망 구축이 필수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이 같은 배경 속에서 현대중공업은 발전기와 변압기, 차단기 등 중전기 사업을 육성하기 시작했다. HD현대일렉트릭의 출발점 역시 단순 제조업이 아닌 국가 산업 기반을 구축하는 전력 인프라 사업에 있었다. 당시 국내 산업계는 중화학 공업 육성 정책과 맞물려 전력 설비 수요가 빠르게 증가했다. 현대중공업은 조선과 플랜트 사업 확대 과정에서 축적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발전·송배전 설비 사업 경쟁력을 키워나갔다. 조선업 침체 속 존재감 약화…그룹 내 '조연' 머물러 하지만 전력 사업이 항상 주목 받았던 것은 아니다. 2000년대 이후 현대중공업의 핵심 사업은 조선과 해양 플랜트였다. 중전기 사업은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했지만 그룹 성장을 이끄는 주력 사업으로 평가 받지는 못했다. 특히 2014년 이후 국제 유가 하락과 조선업 침체가 이어지면서 전력 사업 역시 어려움을 겪었다. 플랜트 투자 감소와 글로벌 경기 둔화 영향으로 중전기 시장 성장세도 둔화됐다. HD현대일렉트릭은 2017년 현대중공업 전기전자시스템사업본부에서 인적 분할 돼 독립 법인으로 출범했지만 초기에는 시장 기대가 크지 않았다. 조선업 사이클 영향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했고 중전기 산업 역시 전통 제조업으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당시 전력 기기 업체들은 시장에서 '안정적이지만 성장성은 제한적인 산업'으로 평가 받았다. 국가 기간 망 유지에 필수적인 사업이라는 점에서 꾸준한 수요는 확보할 수 있었지만 새로운 산업 패러다임을 이끄는 주도 업종으로 분류되지는 않았다. 시대가 바꾼 전력 산업 위상 반전 계기는 AI였다. 생성형 AI 확산과 함께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AWS), 구글, 메타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초대형 데이터 센터 구축 경쟁에 나서면서 전력 수요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AI 서버는 일반 데이터 센터 보다 훨씬 많은 전력을 소비하는 데다 대규모 그래픽처리장치(GPU) 클러스터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전력 공급 능력이 필수적이다. 실제 미국을 중심으로 AI 데이터 센터 건설이 잇따르면서 전력 부족 문제가 새로운 산업 과제로 떠올랐다. 데이터 센터를 짓더라도 전력 망 연결이 지연돼 가동 시점을 늦추는 사례까지 등장했다. 업계에서는 AI 산업 성장의 병목이 반도체 부족에서 전력 부족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따라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를 데이터 센터와 산업 현장까지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송배전 설비 중요성도 함께 커지고 있다. AI 산업이 성장할수록 반도체 뿐만 아니라 변압기와 차단기, 전력망 등 전력 인프라 수요 역시 동시에 확대될 수밖에 없는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AI가 바꾼 운명…HD현대일렉트릭 실적 급반등 HD현대일렉트릭은 이러한 변화의 직접적인 수혜를 받았다. 회사의 핵심 사업은 초고압 변압기와 고압 차단기 등 전력 기기 부문이다. 특히 초고압 변압기는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를 장거리 송전이 가능하도록 고전압으로 변환하는 핵심 설비로 AI 데이터 센터 확대와 전력 망 증설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장치로 꼽힌다.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AI 데이터 센터 건설이 급증하면서 초고압 변압기 수요 역시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데이터 센터를 짓기 위해서는 대규모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송배전 인프라가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실적도 가파르게 개선됐다. HD현대일렉트릭은 올해 1분기 매출 1조365억원, 영업이익 2583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24.9%로 고수익성을 이어갔다. 1분기에만 17억9700만 달러 규모 신규 수주를 확보해 연간 수주 목표의 42.6%를 채웠고 전체 수주 잔고는 78억8800만 달러로 지난해 말보다 17.2% 늘었다. 북미 전력 망 교체와 AI 데이터 센터 확산에 힘입어 향후 실적 가시성도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에서 유럽까지…변압기 슈퍼사이클 올라타다 HD현대일렉트릭은 호황기에 안주하지 않고 생산 능력 확대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회사는 울산 공장과 미국 앨라배마 법인을 중심으로 변압기 생산 능력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미국 앨라배마주 몽고메리 북미 생산 법인에서는 약 2억 달러를 투자해 제2공장을 건설 중이다. 유럽 시장 공략도 본격화하고 있다. HD현대일렉트릭은 최근 독일 법인을 설립하고 데이터 센터와 친환경 전력 기기 시장 확대에 대응하고 있다. 특히 유럽연합(EU)의 탄소 중립 정책과 재생 에너지 확대에 맞춰 친환경 전력 기기 수요가 늘어나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기존 차단기에 사용되던 육불화황(SF6)은 대표적인 온실가스로 꼽히는 만큼 유럽에서는 자체 개발한 친환경 고압 차단기(SF6-Free)를 앞세워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 확대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텍사스에 ESS 법인을 설립하고 배전·전력관리 시장 진출 기반을 마련하는 등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나서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HD현대일렉트릭이 초고압 변압기 중심의 성장에 더해 배전 기기와 ESS, 친환경 전력 기기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하며 글로벌 전력 인프라 기업으로 진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주영의 전력 DNA, AI 시대 성장동력으로 진화 업계에서는 HD현대일렉트릭의 현재 호황이 단순 경기 사이클보다 구조적 변화에 가깝다고 평가한다. AI 데이터 센터 확산과 전력망 현대화, 신재생 에너지 확대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전력 인프라 수요가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과제도 남아 있다. 미국 관세 정책 변화와 구리 등 원자재 가격 변동성, AI 투자 사이클 둔화 가능성 등은 향후 실적을 좌우할 변수로 꼽힌다. 특히 현재 HD현대일렉트릭 실적 상당 부분이 북미 시장에 집중돼 있는 만큼 미국 전력 투자 정책 변화와 데이터 센터 투자 속도에 대한 모니터링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장에서는 HD현대일렉트릭이 기존 사업을 근본적으로 바꾼 것이 아니라 오랜 기간 축적해온 전력 인프라 경쟁력을 바탕으로 시대 변화에 올라탄 대표 사례로 평가하고 있다. HD현대일렉트릭 관계자는 "전력 인프라 수요가 확대되는 가운데 기술력과 생산 능력, 납기 경쟁력을 균형 있게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회사는 생산 능력 확대를 통해 글로벌 고객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2026-06-23 17: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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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 한복판의 실험에서 여의도 돌풍까지…현대백화점 성장과 진화의 역사
[경제일보] 서울 압구정동이 지금처럼 소비의 상징으로 자리 잡기 전부터 현대백화점은 그 거리와 함께 성장했다. 강남의 부상과 함께 존재감을 키웠고 판교 신도시의 성장과 함께 외연을 넓혔으며 여의도에서는 더현대 서울로 유통업계의 공식을 다시 썼다. 롯데와 신세계가 외형 경쟁을 벌이던 사이 현대백화점은 다른 길을 택했다. 점포 수를 늘리는 데 매달리기보다 핵심 상권에 힘 있는 점포를 세우고 고객이 직접 찾아오는 공간을 만드는 전략이었다. 현대백화점의 역사는 규모 경쟁보다 밀도 높은 성장을 택한 선택의 기록이다. 현대백화점의 뿌리는 현대그룹의 유통 사업에서 찾을 수 있다. 산업화 시대를 이끈 현대그룹은 건설과 자동차, 중공업뿐 아니라 생활 산업의 성장 가능성에도 일찍 주목했다. 소득 수준이 높아질수록 소비 시장 역시 커질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었다. 제조업 중심 기업집단이 생활 산업으로 손을 넓히던 흐름 속에서 현대백화점도 출발했다. 초기의 상징은 압구정 본점이었다. 강남 주거지와 소비 중심지가 빠르게 형성되던 시기, 압구정 본점은 단순한 쇼핑 공간이 아니었다. 새로운 소비 계층의 취향이 모이고 패션과 외식, 문화가 함께 움직이는 무대였다. ‘강남에서 쇼핑한다’는 인식이 자리 잡는 과정에서 현대백화점은 핵심 거점 역할을 했다. 오늘날까지도 압구정 본점이 갖는 상징성이 큰 이유다. 현대백화점은 출점 전략에서도 결이 달랐다. 경쟁사들이 전국 단위 점포망 확대에 속도를 낼 때 현대백화점은 상권 경쟁력이 높은 지역에 집중했다. 무역센터점과 목동점, 천호점, 판교점 등은 각 지역을 대표하는 거점 점포로 성장했다. 숫자보다 점포당 경쟁력을 높이는 방식이었다. 이 전략의 성과를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이 판교점이다. 2015년 문을 연 판교점은 정보기술 기업과 신흥 주거지가 밀집한 판교 상권의 성장세를 흡수하며 빠르게 대형 점포로 자리 잡았다. 개점 10년여 만에 연매출 2조원을 넘어섰고 국내 백화점 가운데 최단기간 2조원 달성 기록도 세웠다. 서울 중심 상권이 아니어도 강한 점포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사례로 꼽힌다. 현대백화점의 강점은 프리미엄 전략에 있다. 무리한 할인 경쟁보다 브랜드 가치와 쇼핑 환경, 서비스 품질에 공을 들였다. 명품과 패션, 리빙, 식품을 균형 있게 구성하고 비교적 쾌적한 동선과 공간 경험을 제공하는 데 집중했다. 충성 고객층이 두터운 배경도 여기에 있다. 식품관 경쟁력도 빼놓기 어렵다. 최근 백화점 식품관은 장을 보는 공간을 넘어 미식 콘텐츠를 소비하는 장소로 바뀌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유명 맛집 유치와 디저트 브랜드, 팝업 행사 등을 통해 젊은 고객층까지 끌어들이는 데 공을 들여 왔다. 백화점 1층만큼 지하 식품관이 중요해진 시대 흐름을 읽은 셈이다. 유통 환경이 급변하자 현대백화점은 다시 한번 다른 선택을 했다. 온라인 쇼핑이 일상이 되면서 오프라인 매장은 방문해야 할 이유를 새로 만들어야 했다. 단순히 물건을 사는 공간으로는 승산이 없었다. 현대백화점이 꺼내 든 해법은 ‘공간 혁신’이었다. 대표 사례가 더현대 서울이다. 여의도에 들어선 이 점포는 기존 백화점 문법을 크게 흔들었다. 층마다 빽빽하게 매장을 채우는 대신 대규모 실내 녹지와 휴식 공간을 만들었고, 팝업스토어와 체험형 콘텐츠, 젊은 브랜드를 전면에 배치했다. 개점 이후 더현대 서울은 단순 쇼핑몰이 아니라 방문 자체가 목적이 되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유통업계가 왜 현대백화점을 다시 보기 시작했는지를 보여준 장면이었다. 더현대 서울의 성공은 업계에 분명한 메시지를 남겼다. 백화점의 경쟁 상대는 더 이상 다른 백화점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온라인 플랫폼, 복합문화공간, 테마파크, SNS에서 화제가 되는 팝업 공간까지 모두 경쟁 상대가 됐다. 고객의 시간을 가져오는 곳이 곧 승자가 되는 시대다. 현대백화점은 백화점 밖으로도 사업을 넓히고 있다. 아울렛과 면세점, 홈쇼핑, 패션, 리빙 사업이 대표적이다. 특히 지누스 인수는 오프라인 유통 중심 회사가 글로벌 라이프스타일 기업으로 보폭을 넓히려는 시도로 해석됐다. 침대와 가구, 홈퍼니싱 시장까지 생활 전반을 아우르는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겠다는 뜻이 담겼다. 실적 흐름도 본업 경쟁력을 보여준다. 현대백화점은 핵심 점포 성장에 힘입어 최근 영업이익 개선 흐름을 이어갔고 압구정 본점, 무역센터점, 판교점, 더현대 서울 등이 실적을 이끄는 축으로 꼽힌다. 외형 확대보다 핵심 점포 집중 전략이 실제 숫자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물론 과제도 있다. 백화점 업태는 경기 둔화기 소비 위축의 영향을 직접 받는다. 젊은 소비층은 가격과 새로움, 콘텐츠 변화 속도에 민감하다. 온라인 플랫폼과의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지누스 등 신규 사업이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는지도 지켜봐야 한다. 현대백화점은 지금 전통적 백화점 운영 회사에서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기업으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상품 판매에 머물지 않고 공간 경험을 제공하고, 점포 운영을 넘어 지역 상권의 목적지가 되며, 오프라인을 넘어 데이터 기반 고객 관리까지 강화하는 흐름이다. 압구정 본점의 시대가 성장하는 소비 시장에 품격 있는 쇼핑 문화를 심던 시기였다면, 지금 현대백화점의 과제는 달라진 소비 환경 속에서 오프라인 공간의 가치를 다시 정의하는 일이다. 강남의 상징으로 출발한 이 회사가 다음 시대에도 유통업의 기준을 제시할 수 있을지 시장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2026-04-23 07:4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