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총 5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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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증의 덫과 침묵의 바다, 민주주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한다. 그러나 꽃은 향기로 사람을 모으지만, 오늘날 대한민국 정치가 만들어내는 풍경은 향기보다 적대와 혐오의 냄새가 더 짙다. 6·3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권은 정책 경쟁보다 진영 결집에 몰두하고 있고, 유권자들은 서로 다른 현실 속에서 각자의 선거를 치르고 있다. 같은 나라, 같은 사건을 바라보면서도 전혀 다른 결론에 도달하는 모습은 마치 하나의 대한민국 안에 두 개의 대한민국이 존재하는 듯한 착각마저 불러일으킨다. 40년 가까이 정치 현장을 취재하며 수많은 선거를 지켜봤지만, 지금처럼 국민이 깊이 갈라지고 정치가 극단적 진영 논리에 포획된 시기는 드물었다. 민주주의의 핵심은 다양성 속의 공존인데, 오늘의 정치 현실은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다. 상대방은 토론의 대상이 아니라 제거해야 할 적으로 규정된다. 여당은 정의를 독점한 듯 행동하고, 야당은 저항의 명분을 독점한 듯 주장한다. 그 사이에서 국민은 편을 강요받는다. 이 같은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간 심리의 본질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심리학은 오래전부터 인간이 객관적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밝혀왔다. 사람은 자신이 믿고 싶은 정보만 받아들이고, 자신의 생각을 강화하는 자료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한다. 이른바 '확증 편향'이다. 문제는 디지털 시대가 이런 인간의 약점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와 유튜브 알고리즘은 이용자가 좋아하는 콘텐츠를 반복적으로 제공한다. 보수는 보수의 논리만 듣고, 진보는 진보의 주장만 접한다. 서로 다른 정보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결국 같은 현실을 보면서도 전혀 다른 세계를 경험하게 된다. 그 결과는 위험하다. 지지하는 정치인에게 문제가 발생해도 지지층은 쉽게 등을 돌리지 않는다. 오히려 더욱 강하게 결집한다. 자신의 선택이 틀렸음을 인정하는 순간 발생하는 심리적 불편함을 피하기 위해서다. 언론 탓을 하고, 상대 진영을 공격하며, 음모론을 동원해 스스로를 설득한다. 정치적 판단이 이성의 영역에서 감정의 영역으로 이동하는 순간이다. 그러나 민주주의를 더욱 위협하는 것은 확증 편향보다도 '침묵의 나선' 현상이다. 정치권은 늘 여론을 말한다. 하지만 여론이란 과연 무엇인가. 광장의 함성인가, 유튜브 조회 수인가, 댓글 창의 전쟁인가. 결코 그렇지 않다. 진짜 민심은 오히려 조용한 곳에 숨어 있다. 대부분의 시민은 정치에 과도하게 몰입하지 않는다. 직장에서, 가정에서, 시장에서 하루하루 삶을 꾸려간다. 정치적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관계가 깨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래서 침묵한다. 특히 지금처럼 정치적 낙인과 조롱이 일상화된 사회에서는 더욱 그렇다. 큰 목소리가 다수의 의견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침묵하는 다수가 존재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역사적으로도 많은 선거 결과가 전문가들의 예측을 뒤집어 왔다. 이유는 단순하다. 조사에 응답하지 않은 사람들, 의견을 드러내지 않은 사람들, 정치적 소음을 외면한 사람들이 투표소에서 비로소 자신의 뜻을 표현하기 때문이다. 정치권이 가장 경계해야 할 대상은 상대 진영이 아니다. 바로 자신들의 지지자들만 바라보는 착각이다. 강성 지지층의 환호를 국민 전체의 목소리로 오인하는 순간 정치는 현실 감각을 잃는다. 그리고 현실 감각을 잃은 정치는 반드시 국민의 심판을 받게 된다. 인류의 고전은 이런 인간의 오만을 오래전부터 경고해 왔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알면서도 알지 못하는 듯하는 것이 가장 높은 경지"라고 했다. 자신이 틀릴 수 있다는 겸손, 상대방에게도 일리가 있을 수 있다는 인정이야말로 공동체를 유지하는 최소한의 덕목이라는 의미다. 성경 역시 "남의 눈의 티는 보면서 자신의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한다"고 말한다. 불가에서도 자기 허물을 먼저 돌아보라고 가르친다. 동서양의 모든 지혜가 결국 같은 곳을 향하고 있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인간 사회를 위협하는 가장 큰 적은 상대방이 아니라 자신의 오만이라는 점이다. 민주주의는 단순한 승자독식의 게임이 아니다.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시민들이 공존하는 방법을 배우는 과정이다. 선거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당선된 순간부터는 지지자만이 아니라 반대했던 국민까지 품어야 한다. 그것이 민주주의의 정신이다. 이번 지방선거 역시 마찬가지다. 유권자들은 진영의 구호보다 후보의 자질과 정책을 살펴야 한다. 정치인들은 혐오와 선동 대신 설득과 통합을 말해야 한다. 언론 또한 클릭 수 경쟁을 넘어 공론장의 역할을 회복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지금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 확증 편향의 감옥 속에서 서로를 향해 돌을 던질 것인가, 아니면 침묵하는 다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공존의 길을 찾을 것인가. 그동안 언론 현장에서 확인한 사실이 하나 있다. 권력은 언제나 자신이 민심을 안다고 믿는 순간부터 몰락하기 시작했다. 반대로 국민을 두려워하고, 스스로를 성찰한 정치만이 오래 살아남았다. 선거의 진정한 승자는 개표 결과로 결정되지 않는다. 선거 이후에도 국민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정치가 존재할 때 비로소 민주주의는 승리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승리의 환호가 아니라 성찰의 침묵이다. 그 침묵 속에서만 진짜 민심의 목소리가 들리기 때문이다.
2026-05-31 13: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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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상이몽'의 권력과 확증편향의 정치 — 국정의 품격은 어디로 갔는가
[경제일보] 정치는 무엇인가. 고전은 오래전부터 그 답을 분명하게 말해 왔다. 공자는 정치를 묻는 질문에 “정자 정야(政者 正也)”라 했다. 정치는 곧 바름이라는 뜻이다. 위정자가 스스로 바르게 서면 백성은 따르지 않을 수 없다는 의미다. 그러나 지금 한국 정치의 한 단면을 바라보면 이 고전적 원칙이 얼마나 가볍게 무너지고 있는지 실감하게 된다. 최근 집권 여당 대표인 정청래가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방송인 김어준의 프로그램에 출연해 정치적 메시지를 내놓은 장면은 그 상징적인 사례로 거론된다. 정치인이 다양한 매체에 출연하는 것 자체는 문제 될 일이 아니다. 민주사회에서 표현의 자유와 정치적 토론은 얼마든지 보장되어야 한다. 그러나 집권 여당의 대표라는 자리에는 그만큼의 책임과 균형감각이 따르기 마련이다. 문제의 핵심은 상징성이다. 이미 해당 방송을 둘러싸고 사회적 논쟁이 거세게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여당 대표가 직접 그 공간에 들어가 정치적 메시지를 발신하는 모습은 많은 국민에게 ‘정치 권력과 특정 미디어의 과도한 밀착’이라는 인상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정 운영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이 논쟁적 플랫폼과 지나치게 가까워 보이는 순간, 정치의 공정성과 중립성에 대한 의문이 자연스럽게 제기된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상선약수(上善若水)”라 했다. 가장 좋은 정치는 물처럼 낮은 곳으로 흐르며 다투지 않는 것이라는 뜻이다. 권력은 자신을 지지하는 목소리만을 듣는 순간부터 이미 균형을 잃기 시작한다. 정치 지도자가 해야 할 일은 지지층의 환호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가장 불편한 비판까지도 차분히 듣는 것이다. 지금 한국 정치에서 가장 우려되는 대목은 바로 이 지점이다. 사회적 갈등이 깊어지고 경제 상황 또한 녹록지 않은 시기에, 정치가 오히려 확증편향의 확성기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지하는 사람들끼리만 모여 서로의 신념을 강화하는 구조 속에서는 국가적 문제에 대한 냉정한 토론이 이루어지기 어렵다. 정치가 팬덤과 결합할수록 공론장은 좁아지고, 합리적 토론은 점점 설 자리를 잃는다. 이 과정에서 미디어의 역할 역시 중요하다. 언론과 방송은 권력을 감시하는 동시에 사회적 균형을 유지하는 공적 장치다. 영향력이 큰 방송일수록 책임 또한 커진다. 특정 정치적 입장만을 강하게 강조하거나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키는 방식으로 비쳐질 경우, 공론장은 쉽게 극단으로 기울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언론의 자유가 책임과 함께 논의되는 이유다. 물론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문제는 그 다양성이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으로 이어지느냐, 아니면 상대를 공격하는 도구로만 사용되느냐에 있다. 지금 한국 정치의 일부 장면은 안타깝게도 후자에 가까워 보인다. 『논어』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그 몸이 바르면 명령하지 않아도 행해지고, 그 몸이 바르지 않으면 명령해도 따르지 않는다(其身正 不令而行 其身不正 雖令不從)”. 지도자의 행동은 그 자체로 메시지가 된다. 특히 집권 세력의 지도부라면 더욱 그렇다. 정치 지도자와 영향력 있는 방송인이 서로 다른 역할을 유지하면서도 건강한 긴장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기본 구조다. 그러나 그 거리가 지나치게 가까워 보일 때, 국민은 자연스럽게 불편함을 느낀다. 권력과 미디어 사이에는 반드시 일정한 거리와 긴장이 존재해야 한다. 지금 우리 정치에 필요한 것은 더 큰 목소리가 아니라 더 깊은 성찰이다. 지지층의 환호에 기대는 정치가 아니라, 다양한 국민의 목소리를 균형 있게 듣는 정치가 필요하다. 국정의 품격은 화려한 구호에서 나오지 않는다. 기본과 상식, 그리고 절제에서 나온다. 국가 운영은 특정 집단의 응원 속에서 이루어지는 경기가 아니다. 그것은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국민을 하나의 공동체로 묶어내는 어려운 작업이다. 정치가 이 기본을 잊는 순간, 국정의 품격은 빠르게 흔들리기 시작한다. 지금이야말로 정치가 다시 원칙으로 돌아가야 할 때다. 권력은 지지층의 박수 속에서 오래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국민 전체의 신뢰 위에서만 지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2026-03-19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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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미통위발 '청소년 SNS 규제' 검토…네이버·카카오 등 IT 플랫폼 사업 환경 변화 예고
[이코노믹데일리]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 위원장 예비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청소년 SNS 접속 금지법’ 도입 검토 의지를 밝히면서 국내 IT 플랫폼 업계 전반에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해당 규제가 현실화될 경우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플랫폼의 서비스 구조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김종철 방미통위 위원장 후보자는 16일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청소년 보호 필요성을 강조하며 SNS 플랫폼의 사회적 책임 강화를 언급했다. 단순 권고 수준을 넘어 법·제도 검토 가능성을 시사한 발언으로 향후 방미통위 정책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신호로 해석된다. 플랫폼 산업을 둘러싼 규제 논의가 본격적인 정책 의제로 부상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평가다. 김 후보자는 “정보통신기술 발달이 청소년의 SNS 과몰입과 휴대전화 의존, 확증편향 심화 등 전 지구적인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며 “호주처럼 플랫폼 기업 자체에 막대한 벌금을 부과하는 등 기업 제재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는 이미 유사한 규제 전례가 있다. 한국은 2011년 청소년의 게임 이용을 제한하는 ‘셧다운제’를 도입했지만 실효성 논란과 기본권 침해 문제로 도입 10년 만인 2021년 해당 제도를 폐지했다. 당시에도 규제에 따른 기업 부담과 우회 이용 문제가 지적된 바 있어 이번 SNS 규제 논의 역시 유사한 논쟁이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다만 이번 논의는 국제적 흐름과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과거와는 다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호주는 16세 미만 청소년의 SNS 이용을 전면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며 유럽연합(EU) 역시 SNS 최소 이용 연령 상향, 부모 동의 의무화, 연령 인증 강화 등을 논의하고 있다. 청소년 보호를 명분으로 한 플랫폼 규제가 글로벌 공통 과제로 부상하면서 한국 역시 이 흐름에서 자유롭기 어렵다는 시각이다. 규제 명분도 일정 부분 뒷받침된다. 국제 아동·청소년 정신건강 학술지와 MDPI, JAMA 등 해외 연구에서는 SNS 과다 사용이 청소년의 우울감, 수면 장애, 학습 집중력 저하 등과 상관관계가 있다는 결과가 잇따라 보고됐다. 이에 플랫폼 기업이 청소년 이용 환경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보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도 커지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메타(인스타그램), 틱톡, X(옛 트위터)처럼 전통적인 SNS 사업자는 아니지만 카페·밴드·오픈채팅 등 일부 소셜 기능이 규제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규제가 기업 단위가 아닌 서비스 단위로 설계될 경우 국내 플랫폼 역시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어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청소년 이용 비중이 높은 네이버의 ‘카페’, ‘밴드’, 카카오의 ‘카카오톡 오픈채팅’, ‘카카오스토리’ 등이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된다. 실제로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청소년 SNS 규제 법안들은 사업자 구분보다는 이용자 간 소통 구조, 콘텐츠 공유·확산 방식, 추천 알고리즘 개입 여부 등을 기준으로 규제 대상을 설정하는 방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 경우 메신저나 커뮤니티 서비스라도 불특정 다수와의 소통이 가능하거나 피드·추천 기능을 갖춘 서비스는 규제 범주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카카오 관계자는 “관련 법이 제정된다면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볼 수 있고 그에 따라 서비스 운영 방식도 달라질 수 있다”며 “SNS 사업자들은 국내에서 관련 법이 제정될 경우 논의 결과에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2025-12-17 14:4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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