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총 6건
-
BTS가 남긴 질문, 부산은 무엇으로 기억될 것인가
[경제일보] 세계적인 K팝 그룹 BTS의 부산 공연을 앞두고 뜻밖의 논란이 불거졌다. 공연 자체가 아니라 숙박요금 때문이다. 일부 숙박업소가 평소보다 수배에서 수십 배에 이르는 가격을 책정하고, 기존 예약을 취소한 뒤 더 높은 가격으로 재판매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국내외 팬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BTS의 리더 RM이 공개 방송에서 "좀 적당히들 하입시다"라고 말하고, 부산 출신인 지민마저 "팬들이 좋은 추억만 가지고 갔으면 좋겠다"고 언급할 정도로 상황은 심각했다. 사실 이번 논란은 단순히 숙박요금 문제가 아니다. 관광도시의 품격과 신뢰, 그리고 도시 브랜드의 지속 가능성에 관한 문제다. 세계 각국의 관광객과 팬들이 부산을 찾는 이유는 단순히 공연을 보기 위해서만이 아니다. 그들은 부산이라는 도시가 가진 문화와 사람, 그리고 환대의 가치를 경험하기 위해 방문한다. 그런데 일부 업소의 과도한 상술은 그 기대를 실망으로 바꾸고 있다. 관광산업은 제조업과 다르다. 제품을 한 번 판매하고 끝나는 산업이 아니다. 관광은 경험을 파는 산업이며, 신뢰를 파는 산업이다. 방문객이 좋은 기억을 가지고 돌아가야 다시 찾고 주변에 추천한다. 반대로 한 번의 불쾌한 경험은 수많은 잠재 고객을 잃게 만든다. 당장의 몇십만 원, 몇백만 원의 추가 수익을 얻을 수는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도시 전체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이번 사태에서 더욱 우려되는 부분은 일부 숙박업소의 오버부킹 의혹이다. 이미 예약된 객실을 일방적으로 취소한 뒤 더 높은 가격에 다시 판매했다는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는 단순한 가격 문제를 넘어 신뢰의 문제다. 계약과 약속이 존중되지 않는 시장은 결국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다.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다행스러운 점도 있다. 부산의 종교계와 대학, 공공기관, 시민사회가 나서 공정숙박 챌린지를 시작한 것이다. 사찰의 템플스테이, 교회와 성당의 숙소 제공, 대학 기숙사 개방, 공공기관 시설 활용, 시민 홈스테이까지 이어지는 움직임은 부산의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이는 단순한 숙박 지원을 넘어 도시 공동체가 함께 손님을 맞이하는 환대의 정신을 보여주는 사례다. 특히 부산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홈스테이에 참여하는 모습은 주목할 만하다. 세계적인 관광도시는 화려한 건물이나 유명 관광지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결국 도시의 품격은 시민들의 태도와 공동체 의식에서 나온다. 관광객에게 정직한 가격을 제시하고, 따뜻하게 맞이하며, 좋은 추억을 남기도록 돕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관광 경쟁력이다. BTS는 단순한 대중음악 그룹이 아니다. 오늘날 BTS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화 자산이며, 수많은 해외 팬들에게 한국을 알리는 문화 외교관 역할을 하고 있다. BTS 공연을 보기 위해 부산을 찾는 팬들은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라 한국 문화를 사랑하는 손님들이다. 그들에게 바가지요금과 예약 취소라는 기억을 남긴다면 그것은 부산만의 손실이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의 이미지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이번 논란은 부산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형 행사나 축제 때마다 반복되는 바가지요금 논란은 우리 사회가 오래도록 해결하지 못한 고질적 문제다. 이제는 지방자치단체와 업계, 시민사회가 함께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단기적 이익보다 장기적 신뢰가 더 중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돼야 한다. 그래야만 한국 관광산업도 한 단계 더 성숙할 수 있다. BTS는 부산에 거대한 경제적 기회를 가져왔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도시의 품격을 시험할 기회도 함께 가져왔다는 점이다. 공연은 며칠이면 끝나지만 도시의 평판은 오래 남는다. 부산이 세계인들에게 어떤 도시로 기억될지는 화려한 무대가 아니라 손님을 맞이하는 태도에 달려 있다. 바가지요금으로 얻는 일시적 이익보다 정직한 환대가 가져오는 신뢰의 가치가 훨씬 크다는 사실을 이번 기회에 다시 한 번 되새겨야 할 것이다.
2026-06-07 15:24:09
-
공항 트랩에 투영된 중화(中華)의 서열: 의전(儀典)으로 읽는 중국 외교의 본색
[경제일보] 국가 간 외교에서 의전은 단순한 형식이나 예법을 넘어선다. 그것은 말 없는 언어이자, 자국의 전략적 속내와 상대국에 대한 냉정한 손익계산서를 시각적으로 증명하는 고도의 정치 행위다. 특히 스스로를 세계의 중심이라 믿으며 예의(禮義)와 서열, 그리고 체면(面子)을 극도로 중시해 온 중국 외교에서 공항 영접의 격(格)은 상대국의 전략적 가치를 가늠하는 가장 정확한 리트머스 시험지다. 최근 방중한 글로벌 정상들을 맞이한 베이징 서오두(首都) 공항의 풍경은 오늘날 중국이 바라보는 세계 질서의 재편도와 그들의 속내를 그대로 투영하고 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중 영접을 둘러싸고 외교가 안팎에서 ‘홀대론’과 ‘격하론’ 등 설왕설래가 분분했던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공항 마중에 전직 상무위원을 역임한 국가부주석(정치국원)을 내보냈다. 언뜻 거물급 인사를 배치한 듯 보이지만, 실권을 쥔 현직 최고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이 아니라는 점에서 세련되게 포장된 ‘외교적 메시지’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런 해석은 다른 정상들과의 비교를 통해 확신으로 굳어진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베이징에 도착했을 때 공항 트랩 아래에서 그를 맞이한 이는 중국 외교의 총괄 수장이자 시진핑의 심복인 왕이(王毅) 정치국원 겸 외교부장이었다. 실질적인 대미(對美) 전선에서 동맹 이상의 밀착을 과시하는 러시아에 대해 확실한 예우를 갖춘 것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과거 전승절 행사를 전후해 중국을 찾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영접에는 무려 중국 권력 서열 5위인 차이치(蔡奇) 중앙서기처 서기 겸 상무위원이 직접 공항으로 나갔다. 혈맹이자 지정학적 최전방 보루인 북한에 대해 중국이 부여하는 전략적 무게감이 어느 정도인지를 서열의 숫자로 명백히 보여준 장면이다. 중국 외교에서 나타나는 이른바 ‘영접의 변천사’는 그들의 국력 신장 및 대외 전략의 변화와 궤를 같이한다. 과거 1972년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이 냉전의 장막을 걷고 베이징을 처음 방문했을 때, 마오쩌둥 체제의 2인자이자 외교 총사령관이었던 저우언라이(周恩來) 총리가 직접 공항에 나가 영접했다. 당시 고립무원의 처지에서 미국의 손이 절실했던 중국으로서는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극진한 예우이자, 생존을 위한 절박함의 표현이었다. 1990년대와 2000년대 도광양회(韜光養晦) 시대에도 중국은 서방 강대국 정상들이 방문할 때마다 철저히 격식을 맞추며 몸을 낮췄다. 그러나 지금의 중국은 다르다. 시진핑 체제 이후 대국외교(大國外交)와 분발유위(奮發有爲)를 표방하며 굴기를 선언한 중국은 이제 미국을 향해 더 이상 저자세를 취하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이번 영접 격은 중국이 미국을 두려워하거나 눈치 보지 않으며, 이제는 겉치레식 환대에 연연하기보다 ‘대등한 G2 관계’로서 냉정하게 국익 대 국익으로 맞서겠다는 오만함과 자신감의 발로다. 반면 미국에 대응하기 위해 반드시 붙잡아야 할 러시아와 북한이라는 전통적 우방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서열과 격식을 갖추며 ‘우리 편’을 챙기는 실리주의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중국 역사와 사상의 뿌리인 『도덕경(道德經)』 제61장에는 대국과 소국의 관계에 대해 다음과 같은 가르침이 나온다. “대국자는 하류야(大國者 下流也), 천하교(天下之交), 천하지빈(天下之牝)” 큰 나라는 강의 하류와 같아서 천하의 물이 모여드는 곳이자 천하의 어머니와 같아야 한다는 뜻이다. 노자(老子)는 대국일수록 겸손하게 자신을 낮추어 아랫자리에 처해야(大國以下小國, 則取小國) 진정으로 천하의 인심을 얻고 대국으로서의 위엄을 세울 수 있다고 엄중히 경고했다. 현재 시진핑의 중국이 보여주는 의전 외교는 노자의 이런 현명한 가르침과는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는 듯하다. 공항 영접 하나에도 치밀하게 서열을 매기고, 상대국의 힘과 이용 가치에 따라 환대와 홀대의 수위를 조절하는 모습은 대국(大國)의 풍모라기보다는 지극히 계산적이고 옹졸한 패권주의의 단면을 드러낼 뿐이다. 자신들이 필요할 때는 혈맹이라며 서열 5위를 내보내고, 견제해야 할 상대에게는 은근한 엇박자의 격을 적용하는 세태는 단기적으로는 외교적 기싸움에서 승리한 것처럼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이는 주변국들로 하여금 중국이라는 거대한 이웃에 대해 신뢰보다는 끊임없는 경계심과 피로감을 느끼게 만드는 부작용을 낳는다. 의전의 격을 바꾸어 상대의 기를 꺾는 방식은 일시적인 전술은 될 수 있어도 천하를 아우르는 도(道)가 될 수는 없다. 진정한 대국 외교란 공항 트랩에 누구를 내보내느냐는 형식적 서열 정치에 매몰되는 것이 아니라, 노자의 말대로 스스로를 낮추어 천하의 물을 품어 안는 포용력과 예측 가능한 규범을 보여줄 때 비로소 완성된다. 영접 인물의 서열로 아군과 적군을 가르고 대국의 자존심을 세우려는 중국의 영접 외교 변천사는, 역설적이게도 오늘날 중국이 직면한 외교적 고립감과 조급증을 방증하는 씁쓸한 자화상일지도 모른다.
2026-05-20 10:56:16
-
-
이재명 대통령-또 럼 서기장, '탕롱황성'서 친교…韓·베 '특별한 우정' 재확인
[경제일보] 베트남을 국빈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하노이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탕롱황성(Imperial Citadel of Thang Long)에서 또 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 겸 국가주석과 친교 일정을 소화하며 양국의 굳건한 동반자 관계를 재확인했다. 이날 행사는 단순히 문화유산을 둘러보는 일정을 넘어 지난 22일 정상회담을 통해 합의한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의 실질적 이행을 앞두고 두 정상 간의 신뢰와 유대를 한층 강화하기 위해 마련되었다. 특히 이번 친교 일정은 지난해 8월 또 럼 서기장의 국빈 방한 시 한국이 보여준 환대에 대한 답례 차원에서 베트남 측이 각별한 정성을 들여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정상은 탕롱황성 내 유물전시장을 관람하고 베트남 전통 사자춤 공연을 함께 지켜보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이 대통령은 태극 문양을 상징하는 붉은색과 푸른색이 섞인 넥타이를, 김혜경 여사는 흰색 투피스를 착용해 한국의 자긍심과 양국의 우정을 동시에 표현했다. 이번 방문은 베트남 신지도부 출범 이후 첫 번째 외국 정상의 국빈 방문이라는 점에서 외교적 무게감이 크다. 이 대통령은 이번 방문을 통해 베트남 서열 1위인 또 럼 서기장을 비롯해 레 민 흥 총리, 쩐 타인 먼 국회의장 등 권력 서열 1~3위를 모두 만나며 양국의 안정적 협력 기반을 다졌다. ◆ 경제·안보·미래를 잇는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이번 방문에서 양국은 2030년까지 교역 규모를 1500억 달러로 확대하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설정했다. 에너지 안보와 공급망 안정, 원전 및 인프라 협력, 인공지능(AI)·반도체 등 첨단 산업 분야에서 총 12건의 MOU를 체결하는 등 실질적인 성과도 거뒀다. 이는 베트남의 '2045년 고소득 선진국 진입' 비전에 한국이 최적의 파트너로 동참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베트남 언론과 현지 반응 또한 뜨겁다. 베트남 주요 매체들은 이 대통령의 방문이 양국 관계의 '새로운 황금기'를 여는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베트남 사회는 특히 한국의 첨단 기술력과 인프라 개발 경험이 베트남의 국가 현대화 작업에 큰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지에서는 한국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와 일자리 창출 효과를 넘어, 디지털 전환과 미래 전략 산업분야에서의 기술 이전을 통한 '질적 동반 성장'에 거는 기대가 매우 높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번 순방을 통해 전통적인 제조업 중심의 협력을 넘어 원전, 신재생에너지, 스마트시티, 디지털 전환 등 미래 전략 산업으로 협력의 지평을 넓혔다. 특히 중동 지역 정세 불안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 한-베트남의 협력은 양국 모두에 에너지 안보와 안정적인 생산기지 확보라는 전략적 가치를 제공한다. 이규연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은 "두 정상의 깊은 신뢰와 개인적 유대감은 향후 양국 관계의 미래 지향적 발전을 이끄는 가장 큰 동력이 될 것"이라며 "양국은 형제와 같은 마음으로 미래 세대를 위한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더욱 전폭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제 한-베트남 관계는 단순한 경제적 이해관계를 넘어, 기술과 자원이 결합하고 기후 위기와 같은 전 지구적 과제를 함께 해결해 나가는 '글로벌 동반자'로 진화하고 있다. 탕롱황성에서의 친교는 그 미래를 향한 여정의 상징적 출발점이 되었다.
2026-04-24 15:23:02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