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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정보 2만5000명 유출·173억 대출사기…흔들리는 신한은행 정상혁號
[경제일보] 신한은행이 잇단 금융사고로 내부통제 시험대에 올랐다. 최근 외부 공격으로 고객 2만5000여명의 개인·신용정보가 유출된 데 이어 앞서 발생한 부동산 관련 대출사기 사고 규모도 조사 과정에서 173억원까지 확대됐다. 두 사건 모두 은행 임직원의 횡령·배임과는 성격이 다르다. 개인정보 유출은 외부 비인가자의 공격, 대출사기는 외부인의 사기 행위가 직접적인 원인이다. 다만 외부에서 발생한 위험을 은행의 보안·여신관리 시스템이 얼마나 신속하게 탐지하고 차단했는지가 금융당국의 점검 대상으로 떠올랐다. 2일 금융권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신한은행에서는 최근 외부 비인가자가 인증 절차를 우회해 일부 서비스에 접근하면서 약 2만5000명의 고객정보가 유출됐다. 유출 정보에는 고객 이름과 전화번호, 연소득, 대출 산출한도 등이 포함됐다. 일부 고객의 주민등록번호 66건과 연계정보(CI) 97건도 유출된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감독원은 긴급 현장점검에 착수해 정확한 사고 경위와 피해 범위, 신한은행의 정보보호 체계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 ◆대출모집인 서비스가 공격 통로…금감원 조사 착수 이번 사고는 신한은행의 핵심 전산망이나 고객용 모바일뱅킹 시스템이 아닌 대출모집인이 사용하는 별도 서비스를 통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서비스는 대출모집인이 자신이 접수한 고객의 대출 진행 상황 등을 조회하는 데 사용된다. 외부 공격자는 정상적인 본인 확인 절차를 우회해 고객정보에 접근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구체적인 공격 방식과 보안상 취약점, 이상접속 탐지·차단 시스템의 작동 여부 등을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핵심 전산망이나 모바일뱅킹 시스템 자체가 침해된 것으로 확인된 것은 아니다. 2일에는 공격에 이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서버에서 중국어 기반 오픈소스 인공지능(AI) 침투테스트 도구와 관련된 흔적이 발견됐다는 보도도 나왔다. 다만 해당 도구가 실제 공격에 사용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신한은행은 사고 인지 이후 외부 IP를 차단하고 관련 서비스를 중단하는 등 긴급 조치를 취했다.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사과문을 통해 개인정보 보호체계를 전면 재점검하고 이번 사고로 고객에게 실제 손해가 발생할 경우 전액 보상하겠다고 밝혔다. ◆대출사기 29억→69억→173억원…사고 규모 계속 늘어 앞서 신한은행에서는 외부인이 개입한 부동산 관련 대출사기도 발생했다. 신한은행이 최종 정정 공시한 사고 금액은 173억4355만원이다. 지난해 12월 최초 공시 당시 29억6440만원이었던 사고 규모는 자체 조사와 경찰 수사 과정에서 올해 6월 69억6890만원으로 늘었고, 8월 다시 173억4355만원으로 확대됐다. 최초 공시액의 약 5.9배다. 신한은행은 조사 과정에서 같은 유형의 사고가 추가로 확인돼 사고 금액을 정정했다는 입장이다. 해당 사건은 외부인이 허위 서류 등을 이용해 대출을 받은 사기 사건으로 신한은행 역시 피해자다. 다만 사고 금액이 조사 과정에서 세 차례 확대되면서 대출심사와 이상거래 탐지, 사고 발생 이후 유사 거래 점검 과정이 적절했는지는 점검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유사한 대출사기는 다른 금융회사에서도 발생했다. 공개된 금융당국 자료에 따르면 은행·상호금융권에서 확인된 관련 사고는 136건, 1091억원 규모다. 금융회사별로는 IBK기업은행 182억원, 신한은행 173억원, 우리은행 99억원, KB국민은행 36억원 등이다. 이에 따라 금융권에서는 개별 금융회사의 사고 책임과 별도로 허위 분양·재직·소득서류 등을 이용한 이른바 '작업대출'에 대한 은행권 여신심사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책무구조도 실효성도 도마…정상혁 행장 연말 임기 만료 최근 사고는 신한은행이 책무구조도를 시행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신한은행은 2024년 금융당국에 책무구조도를 제출했다. 정 행장도 올해 신년사에서 책무구조도 시행 이후 내부통제 체계를 고도화하고 사고 예방 중심의 금융소비자 보호 시스템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책무구조도는 금융회사 임원별 담당 업무와 내부통제 책임을 구체화한 제도다. 금융사고 발생 자체보다 담당 임원이 자신의 책무 범위에서 필요한 관리조치를 제대로 이행했는지가 책임 판단의 주요 기준이 된다. 금감원은 이번 현장점검에서 대출모집인 관련 서비스의 보안점검과 접근권한 관리, 이상접속 탐지체계 등이 적절하게 운영됐는지를 살펴볼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사고는 연말 신한은행장 인선을 앞두고 발생했다는 점에서도 부담이다. 정 행장은 2023년 취임한 뒤 한 차례 연임해 올해 말 임기가 끝난다. 금융권에서는 그동안 추가 연임 가능성이 거론돼 왔지만 개인정보 유출 사고와 이에 대한 금융당국의 조사 결과가 향후 인선 과정에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인 만큼 정 행장 개인의 책임이나 제재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다. 국정감사 출석 여부도 관심사다. 정 행장은 금융권 관련 1차 증인 명단에서는 제외됐지만 이번 개인정보 유출 사고 이후 추가 증인 채택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와 금융위·금감원 종합감사가 남아 있어 여야 협의 결과에 따라 증인으로 추가될 가능성이 있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신한은행의 외부채널 보안과 개인정보 접근권한, 이상거래 탐지 체계 등이 금융당국의 집중 점검 대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대출모집인 등 외부채널을 통한 고객정보 접근 관리와 이상접속 차단, 대출 과정에서 반복되는 비정상 거래 탐지 등이 주요 점검 대상으로 꼽힌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개인정보 유출 사고와 관련해 고객 피해 방지를 최우선으로 필요한 조치를 시행하고 있으며 개인정보 보호체계 전반을 재점검하겠다는 입장이다.
2026-10-02 15:3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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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사건에서 기업자문까지…YK, 전국망 타고 업계 7위
[경제일보] 2012년 서울 서초동에 문을 연 YK법률사무소의 주력은 기업 인수·합병도 국제금융도 아니었다. 형사사건이었다. 개인 의뢰인이 경찰과 검찰의 수사를 받을 때 변호인을 찾는 시장에서 출발했다. 강경훈 대표변호사는 사법연수원 40기를 수료한 뒤 그해 YK법률사무소를 세웠다. 14년이 지난 지금 YK의 위치는 크게 달라졌다. 2025년 국세청 부가가치세 신고 기준 매출은 1694억원으로 국내 로펌 가운데 7위를 기록했다. 2021년 461억원이던 매출은 5년 만에 3배 넘게 늘었다. 같은 기간 변호사도 129명에서 357명으로 증가했다. 성장 방식도 기존 대형 로펌과 달랐다. 개인 형사사건에서 확보한 고객을 민사와 가사·이혼, 노동, 부동산으로 연결했고 서울에 집중됐던 변호사 서비스를 지방으로 가져갔다. 전국에 직영 사무소를 깐 뒤에는 기업형사와 공정거래, 조세, 중대재해까지 업무를 넓혔다. 이제는 개인 의뢰인을 상대로 키운 조직을 기업 고객까지 찾는 종합로펌으로 바꾸고 있다. ◆ 형사사건에서 출발한 서초동 로펌 YK는 2012년 법률사무소로 출발했다. 2013년부터 2016년 사이 성범죄센터를 만들고 이혼과 가사, 의료 등으로 업무를 확대했다. 온라인을 통한 법률상담과 사건 수임에도 일찍부터 힘을 실었다. 당시 대형 로펌들이 기업 고객을 두고 경쟁하던 것과 다른 시장이었다. 형사사건은 기업자문과 고객을 만나는 방법부터 다르다. 기업은 사내 법무팀이나 금융회사, 회계법인을 통해 로펌을 찾는 경우가 많다. 개인은 수사나 이혼, 교통사고처럼 문제가 터진 뒤 인터넷 검색이나 지인의 소개로 변호사를 찾는다. YK는 이 시장에서 상담과 사건 처리 절차를 표준화했다. 2017년 노동센터와 법인회생센터를 만들었고 2018년 경찰 대응과 학교폭력 업무를 보강했다. 2019년에는 부동산·건설센터까지 열었다. 형사에서 만난 개인 고객이 겪는 다른 법률 문제를 같은 조직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업무를 늘린 것이다. 이 과정에서 형사는 YK의 가장 큰 기반으로 남았다. 지금도 배성범 전 서울중앙지검장이 이끄는 형사총괄그룹에 경찰 수사 경험을 가진 변호사와 전문위원들이 참여하고 있다. 횡령과 배임, 금융범죄 등 기업형사 사건으로도 업무가 넓어졌다. ◆ 서울 밖으로 변호사를 보냈다 YK가 몸집을 빠르게 키운 계기는 2020년이다. 법률사무소에서 법무법인으로 전환하면서 수원과 부산, 인천, 안산, 대전, 광주, 대구, 울산에 사무소를 냈다. 분사무소를 각 지역 변호사에게 맡기는 데 그치지 않고 서울 주사무소가 직접 관리하는 직영 방식을 도입했다. 2021년에는 창원과 청주, 부천, 고양, 의정부, 전주로 넓혔다. 2023년 천안과 평택, 제주, 순천, 목포, 포항, 구미, 진주 등에 잇달아 사무소를 냈다. 2024년에도 강릉과 분당, 안양, 군산, 원주, 춘천, 남양주 등을 추가했다. 현재 공식 홈페이지에 올라온 사무소는 서울 강남을 포함해 전국 31곳이다. 수도권 12곳을 비롯해 강원과 충청, 호남, 영남, 제주까지 이어진다. 대부분 대형 로펌이 서울 본사를 중심으로 기업 고객을 상대하는 것과 다른 방식이다. 지역의 개인과 중소기업을 서울로 불러들이는 대신 변호사가 고객이 있는 곳으로 내려갔다. YK가 단기간에 많은 사건을 확보할 수 있었던 기반도 이 전국망에서 나왔다. 기업법무 시장으로 들어가는 과정에서도 이 네트워크를 지방 중소·중견기업 고객을 확보하는 통로로 활용하고 있다. ◆ 법인 전환 뒤 매출이 뛰었다 YK는 법무법인 전환 첫해인 2020년 매출 249억원을 기록했다. 2021년 461억원, 2022년 533억원을 거쳐 2023년에는 803억원까지 올라갔다. 2024년에는 1547억원으로 전년의 두 배에 육박했고 처음으로 1000억원을 넘어섰다. 2025년에는 169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9.5% 늘어 증가율은 한풀 꺾였지만 지평 1327억원, 바른 1076억원, 대륙아주 1027억원을 앞섰다. 김앤장과 태평양, 세종, 광장, 율촌, 화우에 이어 7위다. 변호사 숫자도 함께 늘었다. 2021년 129명이던 변호사는 2025년 357명으로 증가했다. 비변호사 전문인력도 31명에서 113명으로 늘었고 이 가운데 경찰 출신이 60명에 달한다. 개인 사건과 수사 대응을 많이 처리해온 YK의 인력 구성이 반영돼 있다. 매출과 변호사 숫자를 함께 늘리는 전략은 YK를 단기간에 10위권 밖에서 7위까지 끌어올렸다. 이제부터는 사람 숫자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경쟁이 시작된다. ◆ 전직 대법관·고검장 데려와 기업 사건 보강 YK가 기업법무 쪽으로 방향을 튼 시점은 2024년 전후다. 그해 권순일 전 대법관을 영입한 데 이어 서울중앙지검장을 지낸 배성범 전 고검장을 형사총괄대표로 데려왔다. 김앤장에서 조세 분야를 담당했던 한만수 변호사도 합류했다. 판·검사 출신뿐 아니라 조세와 공정거래 분야의 전문인력을 한꺼번에 보강했다. 조직도 달라졌다. 2024년 공정거래그룹과 조세그룹, 지식재산그룹, 디지털자산센터, 중대재해센터 등을 잇달아 만들었다. 이듬해에는 기업거버넌스센터도 출범했다. 개인 형사·가사 사건 중심의 조직에서 기업이 겪는 규제와 세금, 지배구조 문제를 다루는 조직을 따로 떼어낸 것이다. 영입은 기업형사에도 영향을 줬다. 배성범 대표가 이끄는 형사총괄그룹은 일반 개인 형사사건뿐 아니라 횡령·배임과 금융범죄, 기업 수사 대응으로 범위를 넓혔다. 검찰과 경찰에서 일한 전문가를 초기 수사 단계부터 붙이는 방식이다. YK가 오래 해온 형사사건과 새로 키우는 기업법무가 만나는 지점도 여기다. 기업 경영진이 수사를 받으면 형사법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공정거래와 노동, 세금, 회사법 문제가 함께 따라온다. ◆ 피자헛 사건으로 기업법무 이름 알렸다 기업법무 진출을 보여준 사건 가운데 하나가 한국피자헛 차액가맹금 소송이다. 한국피자헛 가맹점주 94명은 본사가 원재료 공급 과정에서 받아온 차액가맹금을 돌려달라며 소송을 냈다. 대법원은 2026년 1월 가맹본부가 차액가맹금을 받으려면 가맹점주와 구체적인 합의가 필요하다며 점주들에게 215억원을 반환하도록 한 원심 판단을 확정했다. YK는 가맹점주 측을 대리했다. 프랜차이즈 업계 전체가 지켜본 사건이었다. 그동안 개인 형사사건 이미지가 강했던 YK가 공정거래와 기업분쟁에서도 이름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현재 YK는 같은 쟁점을 둘러싼 유사 소송도 여러 건 수행하고 있다. 2024년 티몬·위메프 사태 때에는 전자지급결제대행업체들이 가입한 협회에 법률의견을 제공했다. 소비자 환불을 둘러싼 전자상거래법상 책임 범위를 검토하는 일이었다. 개인 소비자를 대리하는 사건과 기업·협회를 자문하는 업무를 동시에 수행하는 조직으로 범위가 넓어진 것이다. 노동 분야의 기업 자문도 늘었다. YK는 권순일 전 대법관과 조인선 변호사 등을 중심으로 노동 관련 조직을 운영했고 2025년 관련 자문 요청이 전년보다 30~40% 늘었다고 밝혔다. 기업법무에서 다루는 분야도 하나씩 늘고 있다. ◆ 개인 고객을 만난 방식으로 중소기업 공략 YK가 노리는 기업 고객도 기존 대형 로펌과 조금 다르다. 김앤장과 빅5가 대기업과 금융회사, 사모펀드의 대형 거래를 놓고 경쟁한다면 YK는 중소·중견기업 시장을 주요 대상으로 잡고 있다. 지방에서 사업하는 기업은 서울 대형 로펌을 상시 이용하기 어렵고 비용 부담도 크다는 판단이다. 여기서 전국 31개 사무소가 다시 쓰인다. 지역 사무소에서 기업을 만나고 서울 본사의 조세와 공정거래, 기업형사 전문가를 사건에 붙이는 방식이다. 개인 사건을 처리할 때 만든 전국 네트워크를 기업법무에도 활용하는 것이다. 기업법무 시장에 들어간다고 개인 고객을 버리는 것도 아니다. 형사와 이혼, 상속, 부동산 등 기존 업무는 계속 유지한다. 개인 고객이 사업을 하면 기업자문으로 이어지고 기업 대표의 사건이 상속이나 형사 문제로 번지면 다시 기존 조직이 맡는다. 대기업 한 곳에서 거액의 자문료를 받는 방식과 다른 계산이다. 개인과 중소기업 고객을 많이 확보하고 필요한 전문분야를 내부에서 연결해 사건당 업무 범위를 넓히는 전략이다. ◆ 빠른 성장 뒤에 남은 4억7000만원 외형이 커진 만큼 숫자를 달리 볼 필요도 있다. YK의 2025년 변호사 1인당 매출은 약 4억7000만원이었다. 화우와 율촌, 태평양, 세종, 광장 등 주요 대형 로펌이 7억원대인 것과 차이가 있다. 변호사를 세 배 가까이 늘리는 동안 매출도 빠르게 늘었지만 인력당 생산성에서는 아직 따라잡아야 할 거리가 남았다. 전국 조직을 같은 수준으로 운영하는 일도 쉽지 않다. 서울과 제주, 강릉, 부산에서 같은 사건 처리 기준을 유지해야 하고 수백 명의 변호사에게 들어오는 사건을 적절한 전문가에게 연결해야 한다. 지점을 늘리는 것보다 한 조직처럼 움직이게 만드는 일이 더 어려울 수 있다. YK도 방향을 바꾸고 있다. 신규 고객 숫자만 늘리는 대신 기존 고객이 다시 찾는 비율을 관리하고 사건 진행을 공유할 자체 애플리케이션도 준비하고 있다. 다수 당사자가 참여하는 집단소송에서 고객 소통과 자료 관리를 시스템화하려는 작업이다. 변호사 확보 경쟁도 계속된다. 올해는 경찰형사와 송무 분야 경력 변호사에게 기본급 1억5000만원에 성과급을 더하는 조건을 제시하며 인재 영입에 나섰다. 빠르게 커진 조직에 사건을 처리할 사람을 계속 공급하려는 선택이다. ◆ 서초동 개인 사건에서 업계 7위까지 YK의 14년은 앞서 다룬 로펌들과 출발부터 달랐다. 국제금융에서 시작한 김앤장도 아니고 송무와 기업자문 로펌의 합병으로 만들어진 광장도 아니다. 조세를 먼저 파고든 율촌과도 다르다. YK는 형사사건을 들고 찾아오는 개인 고객에서 시작했다. 개인 사건이 늘자 민사와 가사, 노동을 붙였다. 서울에서 고객이 늘자 전국에 직영 사무소를 냈다. 전국 조직이 커지자 기업형사와 조세, 공정거래, 중대재해를 맡을 사람을 데려왔다. 개인 사건에서 시작한 조직이 기업법무까지 올라온 순서다. 2025년 매출은 1694억원까지 올라왔다. 이제 YK가 상대해야 하는 시장은 10년 전 개인 형사사건 시장과 다르다. 위에는 수십 년간 기업 고객을 확보해온 대형 로펌들이 있고 아래에서는 대륙아주와 지평, 바른 등 1000억원대 로펌들이 몸집을 키우고 있다. 개인 사건으로 만든 전국망은 YK를 업계 7위까지 끌어올렸다. 다음 순위는 사무소 숫자보다 기업이 다시 찾을 만한 전문성을 얼마나 쌓느냐에 달려 있다.
2026-09-29 07:5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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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장 없이 시작한 송무 로펌…바른 28년, 이제 동인과 합병
[경제일보] 1998년 3월 서울 서초동. 판사 출신 강훈·홍지욱·김재호 변호사가 바른법률사무소의 문을 열었다. 당시 형사·민사 사건 수임에는 이른바 ‘사무장’이나 브로커가 개입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세 사람은 사건을 소개해주는 브로커를 쓰지 않고 변호사가 직접 의뢰인을 만나겠다는 원칙을 세웠다. ‘바른’이라는 이름에도 그런 생각을 담았다. 1997년 의정부 법조비리 사건으로 법원과 변호사 업계에 대한 불신이 커지던 시기였다. 평판사 출신들이 만든 작은 사무실은 전관의 이름을 앞세우기보다 직접 사건을 맡아 승부하겠다고 나섰다. 검사와 청와대 경제비서관을 지낸 김찬진 변호사도 초기부터 힘을 보탰다. 28년이 지난 지금 바른에는 외국변호사를 포함해 300명 안팎의 변호사가 일한다. 2025년 매출은 1076억원으로 2023년 처음 1000억원을 넘어선 뒤 3년 연속 1000억원대를 유지했다. 하지만 같은 해 YK가 1694억원, 지평이 1327억원을 기록하면서 중대형 로펌 사이의 외형 경쟁에서는 다시 뒤를 쫓는 처지가 됐다. 바른은 결국 다시 큰 선택을 했다. 지난 9월 14일 법무법인 동인과 합병 추진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합병이 성사되면 지난해 기준 합산 매출 1877억원, 변호사 553명 규모로 커진다. 평판사들이 만든 송무 사무실에서 출발한 바른이 28년 만에 국내 로펌 사상 최대 규모의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 법조비리 뒤 문 연 평판사들의 사무실 바른이 문을 열던 1990년대 말 법률시장은 지금과 달랐다. 개인 변호사 사무실의 비중이 컸고 법원이나 검찰을 갓 나온 전관들이 사건을 소개받아 처리하는 방식도 널리 퍼져 있었다. 브로커와 사무장을 통한 사건 수임이 법조비리로 번지면서 변호사 업계 전체가 비판을 받던 때였다. 강훈·홍지욱·김재호 변호사는 모두 법원에서 10년 안팎 근무한 평판사 출신이었다. 고위 법관 출신도 아니었고 대형 기업자문 조직을 갖고 있지도 않았다. 처음부터 잡은 시장은 송무였다. 법정에서 재판을 해본 경험을 토대로 민·형사 사건을 직접 맡았다. 사무장이 사건을 가져오면 변호사가 이름을 빌려주는 관행도 피했다. 파트너 변호사가 사건을 수임한 뒤 저연차 변호사에게 전부 넘기는 방식도 지양했다. ‘변호사가 직접 의뢰인을 만나고 직접 책임진다’는 방식은 신생 사무실이 고객을 확보하는 수단이기도 했다. 송무 중심의 출발은 이후 바른의 성격을 오랫동안 규정했다. 기업과 금융회사에 계약을 자문하는 대신 이미 벌어진 분쟁을 법정에서 해결하는 사건이 먼저 쌓였다. 지금도 바른을 설명할 때 송무와 기업형사가 먼저 거론되는 배경이다. ◆ 대법관·고법부장들이 신생 로펌으로 설립 이듬해부터 분위기가 달라졌다. 1999년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끝으로 법원을 떠난 조중한 변호사가 2대 대표로 합류했다. 같은 해 정귀호 전 대법관도 바른으로 왔다. 2000년에는 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지낸 박인호 변호사가 가세했다. 평판사 세 명이 시작한 사무실에 고위 법관 출신들이 들어오면서 송무 인력의 폭이 넓어졌다. 이후 검사장급 인사와 고법부장, 법원장 출신 변호사들도 잇달아 합류했다. 명로승 전 법무부 차관과 정동기·문성우 전 대검찰청 차장검사, 정인진 전 서울고법 부장판사, 김동건 전 서울고법원장 등이 대표적이다. 성과도 따라왔다. 한국가스공사 통영기지 탱크공사 관련 5500억원대 가처분 사건과 두산중공업 희망퇴직자들의 600억원대 퇴직금 소송 등을 맡았다. 동서식품의 공정거래위원회 과징금 사건에서는 대법원 파기환송 판결을 받아냈다. 2010년에는 대법원 수임 사건 수가 국내 로펌 가운데 가장 많다는 보도도 나왔다. 바른 홈페이지 연혁에도 이 기록이 남아 있다. 송무에서 확보한 사건과 인력이 바른을 100명대 로펌으로 끌어올렸다. ◆ 송무만으로는 종합로펌이 될 수 없었다 바른이 계속 법정에만 머문 것은 아니다. 기업 고객을 상대하다 보면 소송이 터지기 전 계약과 금융, 공정거래 문제부터 자문해달라는 요구가 따라왔다. 송무에서 기업을 만났지만 기업의 일은 법정 밖에서 더 많이 벌어졌다. 2005년 바른은 김·신·유에서 기업자문을 이끌던 박기태 변호사와 자문팀을 영입했다. 같은 해 법인 이름도 지금의 ‘법무법인 바른’으로 바꿨다. 김장리와의 합병을 추진했고 2007년에는 세종과의 합병도 검토했지만 두 건 모두 성사되지는 않았다. 2010년대 들어서는 조세와 부동산금융, 공정거래를 잇달아 보강했다. 2015년 조현관 전 서울지방국세청장을 영입했고 이듬해 법무법인 양헌에서 부동산금융팀을 받아들였다. 2017년에는 법무법인 KCL의 공정거래팀이 합류했다. 바른의 확장은 다른 대형 로펌과 달리 한 번의 대형 합병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송무라는 기존 기반을 두고 필요한 자문팀을 하나씩 붙였다. 법원과 검찰 출신 인력 중심의 조직에 세무와 금융, 공정거래 전문가가 들어오면서 업무 범위도 넓어졌다. ◆ 론스타에서 통상임금까지 법정에서 이름 알려 기업형사 사건에서도 바른의 송무 경험이 이어졌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매각 과정에서 배임 혐의로 기소된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을 대리해 1심부터 대법원까지 무죄 판결을 받았다. 신한은행이 450억원 규모의 횡령·배임 혐의로 고발한 신상훈 전 사장 사건에서도 대법원 무죄 확정 판결을 이끌어냈다. 노동과 공정거래 사건에서도 굵직한 판결이 나왔다. 2014년 쌍용자동차 해고무효확인 소송에서는 대법원 파기환송 판결을 받았다. 2016년 액화천연가스 저장탱크 건설공사 입찰담합 사건에서는 SK건설을 대리해 과징금 불복 소송에서 승소했다. 최근 매출을 끌어올린 사건에도 송무가 있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퀄컴 사이의 1조원대 과징금 분쟁에서 공정위를 대리했고 HD현대중공업의 6300억원대 통상임금 소송에서는 근로자 측을 대리했다. 2023년 바른의 매출이 처음 1000억원을 넘어서는 데 이런 대형 사건이 영향을 미쳤다. 설립 당시의 주력이었던 송무가 20년 넘게 바른의 매출과 브랜드를 떠받쳐온 것이다. 다만 대형 로펌 시장이 기업자문과 M&A, 금융, 국제중재 중심으로 커지면서 송무에 강하다는 것만으로는 다음 단계로 올라가기 어려워졌다. ◆ 남들이 덜 보던 상속·도산도 파고들었다 바른은 대형 로펌이 상대적으로 덜 주목하던 분야에도 사람을 붙였다. 대표적인 분야가 상속과 자산승계다. 2013년 상속신탁연구회를 만들었고 2022년에는 대형 로펌 가운데 처음으로 자산관리 업무를 전담하는 EP센터를 출범시켰다. 기업 오너와 고액 자산가의 상속은 유언장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 세금과 기업 지분, 경영권, 신탁, 가족 간 분쟁이 한꺼번에 얽힌다. 바른은 조세와 가사, 기업법무 변호사를 묶어 이 시장을 따로 키웠다. 도산에서도 새로운 사건을 맡았다. 2018년 레이크힐스순천 회생에서 서울회생법원의 첫 ‘한국형 프리패키지 제도’ 적용을 이끌고 이후 골프존으로의 매각까지 관여했다. 회생 절차와 인수·합병을 한 조직에서 이어간 사건이었다. 최근에는 국제중재와 지식재산권도 확대하고 있다. 기업의 해외 진출과 기술 분쟁이 늘면서 외국변호사를 영입하고 특허 분야 협업도 강화하고 있다. AI와 디지털자산, 재생에너지 같은 신산업 규제 분야에도 별도 인력을 붙이고 있다. ◆ 1000억원 넘었지만 경쟁자는 더 빨리 컸다 바른은 2023년 매출 1058억원을 기록하며 처음 1000억원을 넘어섰다. 2024년 1064억원, 2025년 1076억원으로 3년 연속 1000억원대 매출을 올렸다. 적어도 외형에서는 중대형 로펌의 문턱을 넘었다. 문제는 경쟁사들이 더 빨리 컸다는 데 있다. 2025년 YK는 1694억원, 지평은 1327억원을 기록했다. 대륙아주도 1027억원으로 바른을 바짝 따라붙었다. 1000억원대 로펌 사이에서도 변호사 영입과 합병 경쟁이 시작됐다. 기업 고객 평가에서도 아직 상위권과 거리가 있다. 한국경제와 한국사내변호사회가 실시한 2025년 평가에서 바른은 종합·전문성·서비스 모두 9위를 기록했다. 송무에서 오랫동안 이름을 쌓았지만 기업 고객을 상대로 한 종합 서비스에서는 빅6와 차이가 남아 있다. 2025년 이동훈 대표 체제가 출범한 뒤 바른은 기업자문과 국제중재, 지식재산권을 다음 성장 분야로 잡았다. 같은 해 기업전략연구소도 세웠다. 법률문제가 생긴 뒤 대응하는 송무에서 기업의 사업과 규제를 미리 들여다보는 쪽으로 업무를 넓히려는 움직임이다. ◆ 28년 만에 다시 꺼낸 합병 카드 바른은 지난 9월 14일 법무법인 동인과 합병 추진 MOU를 체결했다. 양측은 합병추진위원회를 만들고 12개월 안에 본계약을 체결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통합 법인의 가칭은 ‘바른동인’이다. 아직 합병이 완료된 것은 아니다. 두 로펌의 2025년 매출을 합하면 1877억원이다. 외국변호사를 포함한 변호사는 바른 303명, 동인 250명으로 모두 553명이다. 계획대로 합병이 끝나면 매출 기준 국내 7위권으로 올라설 수 있는 규모다. 바른과 동인은 모두 송무와 형사 분야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로펌이다. 양측은 여기에 기업과 금융, 공정거래 등 자문 역량을 합치겠다는 구상이다. 2005년 김장리, 2007년 세종과의 합병을 추진했다가 뜻을 이루지 못했던 바른이 약 20년 만에 다시 대형 합병 카드를 꺼냈다. 합병의 규모가 큰 만큼 풀어야 할 일도 많다. 500명이 넘는 변호사의 보수와 사건 배분, 고객 충돌, 파트너 지분과 경영구조를 하나로 맞춰야 한다. 송무 중심 조직 두 곳이 단순히 사람을 더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업자문까지 함께 키울 수 있는지가 합병 이후의 문제다. ◆ ‘바르게 하자’에서 500명 로펌으로 바른의 출발에는 거창한 기업법무 전략이 없었다. 의정부 법조비리 사건 뒤 법원을 나온 젊은 판사들이 사무장과 브로커 없이 사건을 맡아보겠다고 만든 사무실이었다. 그 조직에 대법관과 고법부장, 검사장 출신들이 들어오면서 송무가 커졌고 뒤이어 조세와 금융, 공정거래, 기업자문을 붙였다. 2011년에는 주요 대형 로펌 가운데 처음으로 자체 사옥인 바른빌딩도 마련했다. 2023년에는 매출 1000억원을 넘어섰다. 변호사 6명 규모로 출발했던 조직은 이제 300명 안팎의 변호사가 일하는 중대형 로펌이 됐다. 그동안 바른은 송무의 힘으로 몸집을 키웠다. 그러나 지금 법률시장에서 더 큰 로펌이 되려면 기업자문과 금융, 국제분쟁까지 함께 가져가야 한다. 바른이 동인과 합병을 추진하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1998년에는 사무장 없이 사건을 맡는 일이 도전이었다. 2026년에는 500명이 넘는 변호사를 한 조직으로 묶는 일이 새로운 도전이 됐다. 바른의 다음 10년은 이번 합병이 실제로 어떤 조직을 만들어내느냐에 달려 있다.
2026-09-28 09:3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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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일 시행인데 아직도 '누가 어떻게'가 없다
[경제일보] 검찰청이 문을 닫는 날은 정해졌다. 10월 2일이다. 지난해 10월 정부조직법을 고쳐 1년 뒤 시행하기로 했다.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도 이날 출범한다. 그런데 같은 날부터 전국 2만여 명의 특별사법경찰이 누구의 지휘와 통제를 받으며 어떻게 수사할지는 아직 정리할 것이 남아 있다. 검찰청 폐지 날짜는 1년 전에 못 박아 놓고 현장에서 돌아갈 수사 방식은 시행 두 달 전까지 논란이다. 특사경은 일반인에게 이름부터 낯설다. 하는 일은 그렇지 않다. 세금과 관세, 노동, 환경, 식품, 의약품 등 생활과 맞닿은 범죄를 수사한다. 해당 분야의 전문 지식을 가진 공무원에게 수사권을 준 제도다. 전국에서 활동하는 인원만 2만 명이 넘는다. 지금까지 특사경 수사에는 검사의 지휘가 있었다. 10월 2일부터 이 지휘권이 사라진다. 개정 형사소송법은 특사경이 필요하면 검사에게 ‘지도·조언’을 요청할 수 있고 검사도 필요한 경우 지도·조언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수사 지휘와 지도·조언은 다르다. 전자는 따를 의무가 있지만 후자는 그렇지 않다. 수사와 기소를 떼어놓겠다는 정부와 여당의 방침에 따라 법을 그렇게 고쳤다. 여기까지는 입법의 영역이다. 그렇다면 검사 지휘가 빠진 자리를 누가, 어떤 방식으로 메울지도 함께 내놓았어야 한다. 법률 판단은 어디서 받고 수사가 엉뚱한 방향으로 갈 때 누가 바로잡을지까지 준비한 뒤 제도를 바꾸는 것이 정상적인 순서다. 특사경에게 수사권만 있는 것은 아니다. 피의자를 불러 조사하고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할 수 있다. 범죄 혐의가 성립하는지 살피고 수집한 증거가 법정에서 쓰일 수 있는지도 판단해야 한다. 행정 경험이 많다고 이런 일을 바로 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 3월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특사경의 48%는 수사 경력이 1년 미만이었다. 검사가 하던 지휘를 없앤다고 법률 판단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수사 경험이 짧을수록 그 필요는 커진다. 압수수색의 범위를 잘못 잡으면 영장을 다시 받아야 하고 절차를 어긴 증거는 재판에서 쓰지 못할 수 있다. 공소시효를 놓치면 수사를 아무리 잘해도 처벌할 길이 막힌다. 형사절차는 나중에 틀린 곳을 찾아 고치는 행정 서류와 다르다. 새 형사소송법은 검사에게 보완수사요구권과 시정조치요구권, 재수사요구권 등을 두고 있다. 정부가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면서 수사기관을 견제하기 위해 마련한 장치다. 하지만 사건이 공소청으로 넘어온 뒤 기록을 검토하는 것과 수사 과정에서 잘못을 바로잡는 것은 같은 일이 아니다. 압수수색이 이미 끝났고 피의자 조사가 잘못 진행된 뒤라면 사후 보완에도 한계가 있다. 특사경의 특성 때문에 생기는 문제도 있다. 경찰은 경찰청을 중심으로 지휘 체계가 갖춰져 있지만 특사경은 다르다. 고용노동부, 관세청, 식품의약품안전처, 지방자치단체 등 곳곳에 흩어져 있다. 같은 특사경이라도 조직과 수사 경험, 인력 여건이 제각각이다. 전국의 특사경을 한 덩어리로 놓고 검사 지휘만 걷어낸다고 새 수사 방식이 저절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수사하다 자신의 관할 밖 범죄를 발견했을 때도 생각해야 한다. 특사경은 법에 정해진 범죄만 수사할 수 있다. 본래 맡은 사건을 파다가 횡령이나 뇌물 같은 다른 범죄 혐의가 나오면 어느 기관으로 넘기고 그 과정에서 확보한 자료는 어떻게 처리할지 정교한 연결 장치가 필요하다. 검사에게 직접수사권도 없고 특사경 지휘권도 없는 새 제도에서는 기관 사이의 사건 인계가 지금보다 중요해진다. 검사의 직접수사권을 폐지하고 수사의 주체를 사법경찰관으로 일원화하는 개정 형사소송법도 10월 2일 시행된다. 정부도 이런 논란을 몰랐던 것은 아니다. 법무부는 지난 3월 공소청법과 중수청법 정부안을 확정하면서 보완수사와 새 형사사법 체계의 쟁점을 놓고 두 달간 공개토론회와 자문위원회 등을 통해 의견을 듣겠다고 했다. 특사경 지휘권 폐지를 둘러싼 우려도 같은 달부터 공개적으로 제기됐다. 시간이 없었던 셈은 아니다. 그런데 10월 2일은 이제 두 달도 남지 않았다. 일선 특사경이 어디에서 법률 지원을 받을지, 기관마다 다른 수사 역량을 어떻게 보완할지, 수사가 겹치면 어떻게 조정할지, 수사 과정에 문제가 생기면 어느 단계에서 바로잡을지 현장에서 곧바로 쓸 수 있는 답이 필요하다. 검사에게 다시 모든 지휘권을 주자는 얘기로 돌릴 필요도 없다. 국회가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기로 했으면 새 제도를 제대로 굴러가게 만드는 것도 국회와 정부가 할 일이다. 기존 제도를 없애는 것과 그 자리를 대신할 제도를 만드는 것은 별개의 일일 수 없다. 형사사법 제도를 잘못 바꾸면 피해는 관청 안에서 끝나지 않는다. 수사가 늦어지면 피해자가 기다려야 하고 압수수색을 잘못하면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된다. 범죄 혐의를 제대로 찾아내지 못하면 처벌해야 할 사람을 놓친다. 시행 뒤 문제가 생길 때마다 규정을 고치는 방식으로 버티기에는 국민이 치러야 할 대가가 크다. 검찰청을 없애는 날짜는 지난해 10월 이미 정했다. 준비할 시간도 그때부터 있었다. 10월 2일 아침 2만여 명의 특사경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때 가서 묻도록 해서는 안 된다. 검찰청을 없애는 데 1년을 썼다면 새 수사체계를 준비할 시간도 1년 있었다.
2026-08-20 08: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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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개혁의 비용을 국민에게 떠넘긴 국회
[경제일보] 국회가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없앴다. 검찰개혁이라는 이름을 붙였지만 보완해야 할 수사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경찰이 다시 맡고 사건 당사자는 더 오래 기다리게 됐다. 권한을 없애는 데만 서두른 입법이 국민에게 그 비용을 청구하고 있다. 경찰이 수사를 마쳐 검찰에 넘긴 사건이라고 해서 모두 기소할 수 있는 상태인 것은 아니다. 계좌 추적이 빠지기도 하고 핵심 참고인을 조사하지 않은 채 송치되기도 한다. 범죄 혐의는 포착했지만 적용할 죄명을 잘못 판단한 사건도 있다. 지금까지 검사는 기록을 검토한 뒤 필요한 조사를 직접 해 빈틈을 메울 수 있었다. 앞으로는 경찰에 다시 수사를 요구해야 한다. 보완수사는 검찰의 권력을 지키기 위한 장치가 아니다. 경찰 수사의 미진한 부분을 보충해 기소 여부를 가리는 실무 절차다. 검사가 하지 않으면 누군가는 해야 한다. 그 일을 맡을 경찰 인력과 전문성을 먼저 갖춘 뒤 제도를 바꾸는 것이 순서였다. 국회는 거꾸로 갔다. 권한부터 없애고 대책은 시행 뒤에 마련하겠다는 식이다. 올해 상반기에만 검찰이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한 사건이 6만5913건이다. 경찰 수사관 한 명에게 접수되는 사건은 지난해 평균 133.8건에 달했다. 사건은 이미 쌓여 있고 처리 기간도 길어지고 있다. 이런 경찰에 연간 10만건이 넘는 보완수사를 더 맡겼다. 인력을 얼마나 늘릴지, 법률 전문성을 어떻게 보강할지, 처리 기간이 얼마나 더 늘어날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검사의 보완수사가 없어진다고 사건 처리가 빨라지는 것도 아니다. 경찰 수사가 부족하면 공소청은 보완수사를 요구하고 경찰은 사건을 다시 조사해야 한다. 돌아온 기록이 여전히 미흡하면 같은 절차가 반복된다. 검사가 직접 확인하면 끝날 일을 두 기관이 기록을 주고받으며 처리하게 된다. 수사와 기소를 나눴다는 정치적 성과 뒤에서 사건 당사자의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간다. 형사사건에서 시간은 단순한 지연이 아니다. 폐쇄회로TV 영상은 지워지고 통신·금융 자료의 확보는 어려워진다. 참고인의 기억도 흐려진다. 사기와 횡령 피해자는 형사사건 결과를 기다리느라 손해배상과 재산 환수에 필요한 대응을 미루게 된다. 피의자도 결론 없이 수사 대상에 묶이면 직업과 영업, 사회생활에서 손실을 입는다. 입법자가 잃는 것은 없지만 사건 당사자는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을 잃는다. 경찰의 첫 판단을 다른 법률가가 다시 살피는 절차가 필요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강화도 유기 사건은 검찰의 보완수사를 거쳐 유기 혐의가 유기치상으로 바뀌었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에서도 보완수사를 통해 성폭행 목적이 확인됐다. 처음 수사한 기관이 놓친 증거와 법리를 다시 검토하면서 사건의 실체가 드러난 사례다. 국회는 이 검증 절차를 없애면서 이를 대신할 수단을 내놓지 못했다. 검사에게 새로 준 ‘사실관계 확인’ 권한은 대안이 되기 어렵다. 검사가 사건 관계인의 말을 듣고 자료를 받을 수는 있지만 그 과정에서 확보한 진술과 자료는 재판에서 증거로 쓸 수 없다. 검사가 중요한 진술을 확인해도 경찰이 같은 사람을 다시 조사해야 한다. 피해자는 경찰과 검찰을 오가며 같은 말을 되풀이하고 사건 기록도 다시 움직인다. 보완수사의 이름만 없앴을 뿐 필요한 일과 시간은 고스란히 남겼다. 검찰청은 10월 2일 문을 닫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이 출범한다. 중수청의 직급과 인사, 검찰 수사관 6000여명의 배치, 경찰과 중수청의 관할, 공소청과 경찰의 업무 절차를 정해야 한다. 손질해야 할 하위 법령도 900여개에 이른다. 72년간 이어진 형사사법 체계를 뒤엎으면서 현장에서 사건을 맡을 사람과 업무 기준조차 정하지 못한 채 시행일을 못 박았다. 수사기관의 간판을 바꾸고 관할을 나누는 일은 어렵지 않다. 사건이 어느 기관 소관인지 다툼이 생겼을 때 누가 신속히 결론을 내릴지, 잘못 이첩된 사건을 어떻게 되돌릴지, 보완수사 요구가 지연될 때 누가 책임질지를 정하는 일이 훨씬 어렵다. 정부와 국회는 가장 어려운 일은 뒤로 미룬 채 법률 통과를 개혁의 완성처럼 내세웠다. 경찰의 부실 수사를 통제할 장치도 허술하다. 개정법은 경찰이 정당한 이유 없이 보완수사 요구를 따르지 않으면 공소청장이 징계나 직무배제를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비슷한 제도는 2021년부터 있었지만 실제 직무배제 요구는 한 건에 그쳤다.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제도를 다시 법전에 적어놓고 책임 통제가 가능하다고 할 수는 없다. 이런 법안에 국회는 ‘중대한 위법 수사’와 ‘소추재량권의 현저한 일탈’을 공소기각 사유로 추가했다. 무엇이 중대한 위법이고 어느 정도가 현저한 일탈인지 기준도 두지 않았다. 앞으로 정치인과 대형 형사사건 피고인들은 수사 위법과 공소권 남용을 내세워 공소기각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법원은 유무죄에 앞서 수사와 기소 과정부터 따로 심리해야 한다. 공소기각 판단이 상급심에서 뒤집히면 사건은 다시 하급심으로 돌아간다. 공소기각 사유 확대는 수사와 기소를 분리한다는 법안의 취지와도 맞닿아 있지 않다. 그런데도 법사위 심사 막판에 들어갔다. 왜 별도 공론화 없이 끼워 넣었는지, 현재 중단된 이재명 대통령 관련 재판에는 어떻게 적용되는지 국회는 설명하지 않았다. 여당은 기존 대법원 판례를 법률에 옮겼다고 하지만 판례로 처리할 수 있었던 사안이라면 굳이 지금 조항을 신설한 이유부터 밝혀야 한다. 방탄 입법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은 입법 과정이 그 의심을 키웠기 때문이다. 검찰개혁은 검찰청 간판을 내렸다는 사실만으로 평가할 일이 아니다. 수사가 더 정확해지고 사건 처리가 빨라졌는지가 기준이 돼야 한다. 경찰의 업무는 늘고 사건은 늦어지며 잘못된 수사를 바로잡을 수단마저 약해진다면 그것을 개혁의 성과로 내세울 수 없다. 국민이 형사사법에 요구하는 것은 제대로 된 수사와 제때 나오는 결론이다. 수사권을 옮기려면 그 업무를 맡을 인력과 예산을 확보하고 부실 수사를 바로잡을 절차부터 마련했어야 한다. 국회는 경찰을 얼마나 보강할지, 사건이 얼마나 늦어질지, 그 책임을 누가 질지 답하지 않은 채 법부터 통과시켰다. 검찰청을 없앤 날짜는 정치권의 기록에 남을 것이다. 그러나 사건이 늦어져 피해 회복의 기회를 놓친 국민에게는 그 날짜가 아무 의미도 없다. 국회가 없앤 것은 검사의 권한이지만 국민이 잃는 것은 권리를 구제받을 시간이다. 그 시간을 되돌려줄 방법부터 마련하지 않았다면 이번 입법은 개혁이 아니라 책임의 전가다.
2026-08-01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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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납으로 끝나지 않은 4743만원…노태악 배우자 출장 의혹의 다섯 쟁점
[경제일보] 노태악 전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재임 중 배우자의 해외 출장에 들어간 비용 4743만8900원을 국고에 반납했다. 호주·뉴질랜드, 독일·에스토니아, 덴마크·스웨덴 등 세 차례 출장에서 배우자에게 지출된 비용을 중앙선관위가 산출한 금액이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노 전 위원장은 지난 1일 국회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배우자 출장 비용을 국고에 반납하거나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23일 국정조사에서는 배우자 동행과 관련해 “지금까지는 전부 다 그렇게 해왔고 아무런 이의 제기도 없어 특별히 의문을 갖지 않았다”는 취지로 답했다. 국고 반납으로 4743만여원은 회수됐다. 그러나 배우자 출장비를 국고에서 부담한 근거와 배우자의 공적 역할, 예산 편성·집행 과정, 외부 공개자료에서 동행 사실이 빠진 경위는 그대로 남아 있다. 국민의힘 미디어특별위원회는 노 전 위원장 등을 업무상 횡령 혐의로 합동수사본부에 고발했다. 합수본은 지난 20일 노 전 위원장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수사의 초점도 반납 사실보다 지출 당시의 의사결정 과정에 맞춰질 수밖에 없다. 반납은 국고 지출의 근거를 설명하지 못한다 공금 지출의 적법성은 돈을 돌려줬는지가 아니라 지출 당시 법령과 예산 목적에 맞았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배우자 동행이 선관위원장의 공식 업무 수행에 필요했는지, 배우자가 현지에서 맡은 공적 역할이 있었는지, 상대 기관이 배우자를 공식 초청했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배우자 비용을 국고에서 부담할 수 있는 규정과 내부 지침이 존재했는지도 핵심 쟁점이다. 업무상 횡령 혐의는 노 전 위원장의 예산 집행 관여 정도와 국고 부담의 근거, 지출 경위와 당시 인식을 종합해 판단된다. 사후 반환은 지출 당시의 행위와 판단을 소급해 바꾸지 않는다. 반납 시점도 짚어야 한다. 배우자 동행은 노 전 위원장 재임 중 세 차례에 걸쳐 이뤄졌다. 비용 반환은 국정조사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형사 고발이 이뤄진 뒤 진행됐다. 선관위 내부 점검으로 먼저 바로잡은 사안이 아니라 외부 문제 제기를 거친 뒤 취해진 조치다. 노 전 위원장이 국고에 반납한 4743만8900원이 배우자에게 들어간 비용 전부인지도 공개돼야 한다. 항공료와 숙박비, 식비, 현지 교통비를 어떻게 계산했는지, 공동 지출 가운데 배우자 몫은 어떤 기준으로 나눴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다 그렇게 해왔다”는 말이 넓힌 책임 노 전 위원장은 배우자 동행을 의심하지 않은 이유로 과거의 관행을 들었다. 선관위도 헌법기관장의 지위와 역할에 상응하는 예우를 고려해 예산 편성 단계부터 배우자 비용을 포함했다고 설명했다. 관행은 국고 지출의 근거가 될 수 없다. 법령과 예산 목적에 맞지 않는 지출이 반복됐다면 문제의 범위는 노 전 위원장의 세 차례 출장을 넘어선다. 선관위가 기관장 배우자의 출장 비용을 계속 부담해왔다면 전임 위원장 때도 같은 사례가 있었는지 조사해야 한다. 배우자 동행을 누가 제안했고 어느 부서가 예산을 편성했는지, 법률 검토와 내부 감사가 있었는지, 누가 최종 결재했는지도 확인 대상이다. 노 전 위원장의 기관장 책임도 사라지지 않는다. 예산 편성과 집행을 실무 부서가 맡았더라도 배우자를 세 차례 동반한 당사자이자 선관위의 최고 책임자는 노 전 위원장이었다. 관행을 따랐다는 설명은 국고 부담의 근거를 확인해야 할 기관장의 책임에 대한 답이 되지 못한다. 선관위는 정당과 후보자, 유권자에게 선거법과 절차를 엄격하게 적용한다. 후보자의 회계보고와 선거비용을 감독하고 작은 기재 오류와 기한 위반에도 책임을 묻는다. 기관장 배우자에 대한 예우가 오랜 관행이었다는 이유로 별도의 검증 없이 이어졌다면 선관위가 외부에 요구해온 기준과 내부에서 적용한 기준이 달랐다는 비판을 받게 된다. ‘국민 눈높이’는 법적 근거를 대신할 수 없다 선관위는 “헌법기관장으로서 지위와 역할에 상응하는 예우를 고려해 예산을 편성할 때부터 배우자 예산을 편성했다”며 앞으로 국민 눈높이에 맞게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국민 눈높이는 국고 지출의 법적 근거를 대신하지 못한다. 배우자 동행이 공식 업무에 필요했다면 선관위는 관련 규정과 공식 일정, 초청 문서, 배우자가 수행한 역할을 제시해야 한다. 공적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 비용은 개인 부담 영역에 속한다. ‘헌법기관장 예우’라는 포괄적인 표현만으로 수천만원의 국고 부담을 설명하기도 어렵다. 예산에 배우자 비용이 편성돼 있었다는 사실도 지출의 정당성을 보장하지 않는다. 공공예산은 편성 목적과 실제 사용 내용이 일치해야 한다. 선관위 해명은 배우자가 어떤 자격으로 출장에 동행했는지 답하지 않았다. 공식 대표단 구성원이었는지, 의전상 동반이 필요했는지, 현지에서 수행한 일정이 무엇인지가 공개되지 않았다. 예우라는 설명만 있고 예우에 국고를 사용할 수 있는 근거는 제시되지 않은 상태다. 내부 예산에는 있고 외부 출장 내역에는 없었다 선관위는 배우자 비용을 예산 편성 단계부터 포함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선관위가 외부에 제출한 국외출장 내역에는 배우자 동행 사실이 기재되지 않았다. 내부에서는 배우자 동행을 전제로 비용을 편성하면서 외부 자료의 출장자 명단에서는 배우자가 빠진 것이다. 공식 출장 참여자로 보았다면 외부 자료에서 제외된 이유가 남는다. 공식 출장 참여자가 아니었다면 국고로 비용을 부담한 근거가 약해진다. 기재 누락이 서식과 작성 기준에 따른 것인지, 보고서 작성 과정에서 배우자가 제외된 것인지 조사해야 한다. 출장 결과보고서를 작성한 실무자와 검토자, 승인권자도 확인 대상이다. 예산자료와 공개자료의 불일치는 선관위의 정보 공개 기준과 연결된다. 배우자 동행 비용이 국고에서 지출됐다면 국민은 누가 어떤 자격으로 출장에 참여했고 얼마의 예산이 사용됐는지 알 수 있어야 한다. 선거비용과 정치자금의 투명성을 감독하는 기관이라면 내부 출장 예산과 참여자 정보도 같은 수준으로 관리해야 한다. 배우자 비용은 공식 예산에 반영하면서 동행 사실은 공개자료에서 확인할 수 없도록 한 구조는 선관위의 설명 책임을 무겁게 한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함께 드러난 내부 통제 문제 배우자 동반 출장 의혹은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조사하는 국회 국정조사 과정에서 불거졌다. 투표용지 부족과 배우자 출장비는 발생 원인과 성격이 다르다. 두 사안에서 함께 제기되는 문제는 선관위 내부 통제다. 선거 당일 투표용지 수량을 점검하고 부족 사태를 막아야 할 관리 체계가 제대로 작동했는지 국정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같은 과정에서 기관장 배우자의 출장비가 세 차례에 걸쳐 국고에서 지출됐고, 외부 출장 내역에는 동행 사실이 없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선거 관리의 기본 업무와 수뇌부 관련 예산 집행에서 각각 어떤 점검과 감독이 이뤄졌는지 확인해야 한다. 실무자의 판단에만 맡겨진 것인지, 중간 결재와 사후 감사가 형식적으로 진행된 것인지, 기관장이 관련 보고를 받았는지가 조사돼야 한다. 선관위는 헌법상 독립기관이다. 정치권력으로부터 선거 관리의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부여된 지위다. 예산 집행과 조직 운영까지 외부 감시에서 벗어나게 하는 특권은 아니다. 선관위가 고위 간부 자녀 특혜 채용과 선거 관리 부실에 이어 기관장 배우자 출장비 논란까지 맞으면서 독립기관의 책임 구조를 다시 세워야 한다는 요구도 커지고 있다. 독립성은 스스로 법과 절차를 더 엄격하게 지킬 때 설득력을 얻는다. 수사와 자체 조사에서 확인해야 할 네 가지 합수본의 압수자료 분석은 배우자 출장비의 사용처와 함께 동행 결정, 예산 편성, 내부 결재, 공개자료 작성 과정을 향할 것으로 보인다. 첫째, 배우자 동행에 공적 필요성이 있었는지 확인해야 한다. 공식 초청과 현지 일정, 배우자의 역할이 판단 자료가 된다. 둘째, 국고 부담의 법령상·예산상 근거를 밝혀야 한다. 헌법기관장에 대한 예우가 어떤 규정에 따라 어느 범위까지 인정됐는지가 핵심이다. 셋째, 세 차례 출장의 의사결정과 결재 구조를 확인해야 한다. 노 전 위원장과 선관위 관계자들이 배우자 비용 편성과 집행을 언제, 어떤 방식으로 알았는지가 형사책임과 기관 책임을 가르는 기준이 된다. 넷째, 외부 출장 내역에서 배우자 동행 사실이 빠진 경위를 밝혀야 한다. 예산자료와 공개자료가 달라진 과정과 작성·검토·승인 책임을 확인해야 한다. 선관위의 자체 점검도 필요하다. 노 전 위원장 재임 기간에 한정하지 않고 역대 위원장의 배우자 동반 출장과 비용 부담 사례를 조사해야 한다. 관련 규정과 출장보고서 공개 기준을 함께 손보지 않으면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 노 전 위원장은 배우자 출장 비용 4743만8900원을 국고에 반납했다. 반납으로 확인된 것은 비용이 회수됐다는 사실이다. 세 차례 배우자 동행에 어떤 공적 필요성이 있었는지, 국고 부담은 어떤 근거와 결재를 거쳤는지, 공개자료에서 동행 사실이 빠진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한 답은 나오지 않았다. 노 전 위원장과 선관위가 설명해야 할 책임은 바로 그 지점에 남아 있다.
2026-07-21 09:4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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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라는 이름의 면죄부, 사법정의는 어디에 있었나
[경제일보] 친족상도례라는 말은 어렵다. 한자로 쓰면 더 멀어진다. 그러나 내용은 어렵지 않다. 가족이나 가까운 친족 사이에서 절도, 사기, 횡령, 배임 같은 재산범죄가 벌어졌을 때 국가가 처벌을 삼가거나, 피해자가 고소해야만 처벌 절차로 갈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법은 오래전부터 가족 안의 돈 문제에 형벌권을 들이대는 일을 조심스러워했다. 가정의 평온을 지키고, 가족 사이의 일을 가족 내부에서 해결하도록 하자는 취지였다. 그 취지를 모르는 사람은 많지 않다. 부모와 자식, 형제자매 사이의 사소한 금전 다툼까지 모두 경찰서와 법정으로 끌고 가는 사회가 건강하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문제는 가족이라는 말이 언제나 따뜻한 울타리로만 작동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가족은 가장 가까운 신뢰의 이름이지만, 범죄자가 그 신뢰를 이용하면 피해자는 가장 늦게 구조된다. 남이 훔치면 절도이고, 남이 속이면 사기인데, 가족이 훔치고 속이면 “집안일”로 밀려나는 순간이 있었다. 법의 이름으로 그런 일이 가능했다. 친족상도례 논란의 본질은 가족 해체가 아니다. 피해자를 법 밖에 세워 둔 제도의 문제다. 피해자가 가족이라는 이유로 재판절차에서 말할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가해자가 가족이라는 이유로 형사책임을 피한다면 사법정의는 출발선에서 멈춘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024년 형법 제328조 제1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당시 조항은 직계혈족, 배우자, 동거친족, 동거가족 또는 그 배우자 사이의 권리행사방해죄에 대해 형을 면제하도록 했다. 형법은 절도, 사기, 공갈, 횡령·배임 등 여러 재산범죄에도 제328조를 준용해 왔다. 다시 말해 친족상도례는 권리행사방해죄 한 조항에 머무르지 않고 친족 간 재산범죄 전반에 영향을 미쳐 온 셈이다. 헌재는 해당 조항이 형사피해자의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헌재 결정문을 보면 친족상도례가 왜 더 이상 옛 논리로 버틸 수 없게 됐는지 알 수 있다. 청구인 측은 친족상도례가 노인이나 장애인 등 약자를 상대로 한 악질적 재산범죄의 면죄부로 기능한다고 주장했다. 법이 가족 내부의 자율 해결을 기대하는 사이, 현실의 피해자는 고립됐다. 가족 안에서 돈을 빼앗긴 사람은 가족 안에서 침묵을 요구받는다. 가해자는 경찰서 앞에서 가족을 말하고, 법정 앞에서 화해를 말한다. 피해자는 생활비, 주거, 간병, 정서적 의존 때문에 끝까지 싸우기 어렵다. 형사사건 현장에서 자주 보는 장면이다. 친족 간 재산범죄는 폭행처럼 상처가 바로 보이지 않는다. 통장, 인감, 위임장, 법인카드, 가족회사, 명의신탁, 생활비 계좌 같은 이름 뒤로 숨어 있다. 처음에는 부탁처럼 시작된다. “가족인데 믿어라”, “내가 관리해 주겠다”, “나중에 정산하자”는 말이 이어진다. 피해자가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계좌가 비어 있거나, 회사 돈이 빠져나갔거나, 명의가 옮겨져 있다. 그때 가해자는 다시 가족을 앞세운다. “고소까지 할 일이냐”는 말이 나온다. 가족의 이름은 한 번은 범행의 도구가 되고, 또 한 번은 책임 회피의 방패가 된다. 방송인 박수홍 씨 사건이 많은 사람에게 충격을 준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박 씨 친형은 2011년부터 2021년까지 매니지먼트 회사를 운영하면서 회사 자금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았고, 2026년 2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 6개월이 확정됐다. 이 사건은 법인 자금 횡령이 중심이어서 친족상도례가 그대로 적용된 전형적 사건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대중이 이 사건을 통해 본 것은 가족회사, 가족 간 신뢰, 돈 관리, 내부 감시 부재가 맞물릴 때 재산범죄가 얼마나 오래 숨어 있을 수 있는가 하는 점이었다. 항소심은 피해 회사가 가족회사로서 내부 감시체계가 취약했고 형제 관계의 신뢰가 악용됐다는 점을 특별가중 요소로 봤다. 국회도 헌재 결정 이후 움직였다. 2025년 12월 31일 공포된 형법 개정으로 과거의 형 면제 조항은 삭제됐다. 개정 형법 제328조는 피해자의 친족이 재산범죄를 저지른 경우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도 고소할 수 있도록 형사소송법상 직계존속 고소 제한을 배제했다. 친족 아닌 공범에게는 친족 특례를 적용하지 않는다는 내용도 남겼다. 가까운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형을 면제받던 시대는 끝났다. 아버지 돈을 자식이 훔쳐도, 형제의 돈을 다른 형제가 빼돌려도, 배우자가 상대방 재산을 횡령해도 이제 “가족이니까 처벌하지 않는다”는 말은 통하지 않는다. 피해자가 고소하면 수사와 재판으로 갈 수 있다. 가족 내부의 자율 해결이라는 이름 아래 피해자의 입을 막던 낡은 문은 닫혔다. 그러나 여기서 칼럼을 끝내면 절반만 본 것이다. 형 면제가 사라졌다고 친족 특례의 문제가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다. 개정법은 친족 간 재산범죄를 원칙적으로 친고죄로 정리했다. 친고죄란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검사가 재판에 넘길 수 있는 범죄를 말한다. 피해자의 의사를 존중한다는 장점이 있다. 가족 사이의 일률적 처벌을 피하고, 진정한 화해가 이뤄진 사건까지 국가가 끝까지 밀어붙이지 않도록 하는 기능도 있다. 하지만 친고죄는 피해자가 자유롭게 고소하고 자유롭게 고소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가족 내부의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노부모가 자식에게 생활을 의존하고 있다면 어떠한가. 장애가 있는 피해자가 재산 관리를 친족에게 맡겨 왔다면 어떠한가. 배우자나 형제가 집안 여론을 동원해 “네가 가족을 감옥 보낼 셈이냐”고 몰아붙이면, 피해자의 고소 취소가 정말 자유로운 결정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형 면제의 시대에는 법이 피해자를 밀어냈고, 친고죄의 시대에는 가족 내부 압박이 피해자를 다시 밀어낼 수 있다. 대법원의 2026년 4월 판단은 이 대목을 생각하게 한다. 부모의 집에서 금고를 들고 나와 현금, 상품권, 귀금속 등을 훔친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서 피해자인 부모가 처벌불원 의사를 표시하자, 대법원은 개정 형법상 친족 간 절도는 친고죄에 해당하고 1심 판결 선고 전 고소가 취소된 이상 공소기각 판단을 했어야 한다는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 판단은 현행법 체계상 자연스럽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 친고죄 사건에서 법원이 공소를 유지할 수는 없다. 다만 이 사건은 개정 이후의 숙제를 그대로 보여준다. 법은 피해자의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 동시에 그 의사가 가족 내부의 압박, 두려움, 생계 의존, 정서적 굴레 속에서 만들어진 것은 아닌지도 살펴야 한다. 특히 노인과 장애인 피해자는 이 논의의 중심에 있어야 한다. 보건복지부의 2024년 장애인학대 현황에 따르면 전국 장애인권익옹호기관에 접수된 장애인학대 신고는 6031건이었다. 학대로 판정된 사례는 1449건이었다. 학대 피해자 중 발달장애인의 비율은 71.1%였고, 학대 유형 중 경제적 착취는 18.6%를 차지했다. 숫자가 말하는 장면은 냉정하다. 가족 안에서 돌봄을 받아야 할 사람이 오히려 돈과 노동력을 빼앗기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노인학대도 가정 안에서 많이 발생한다. 법제처 생활법령정보는 2025년 학대피해노인이 7973명으로 전년보다 11.2% 증가했다고 정리하고 있다. 노인학대는 신체적 학대만을 뜻하지 않는다. 정서적 학대, 경제적 학대, 방임, 유기도 포함된다. 재산을 관리한다는 명목으로 통장을 가져가고, 기초연금이나 예금을 생활비라는 이름으로 빼 쓰고, 부동산 처분 권한을 넘겨받은 뒤 돌려주지 않는 일도 가족 안에서 벌어진다. 가족은 법보다 가까운 곳에 있다. 그래서 위험할 때 더 무섭다. 타인의 범죄는 경찰에 신고하면 된다. 가족의 범죄는 신고하기 전부터 설명해야 할 것이 많다. 왜 가족을 고소하느냐는 질문을 먼저 받는다. 피해자는 돈을 잃은 사람인데도 가족을 깨뜨린 사람처럼 몰린다. 가해자는 범행을 설명하기보다 관계를 내세운다. “부모 자식 사이”, “형제 사이”, “부부 사이”라는 말이 피해 사실 위에 덮인다. 사법정의가 어려워지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형사법의 목적은 국가가 벌을 주고 끝내는 데만 있지 않다. 죄에 상응하는 책임을 묻고, 피해자의 말을 공적 절차 안으로 들여오며, 다시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경계를 세우는 일도 형사사법의 역할이다. 응보라는 말도 거칠게만 볼 필요가 없다. 응보는 복수가 아니다. 범죄로 무너진 질서에 대해 공동체가 “그 일은 잘못됐다”고 말하는 절차다. 피해자는 그 선언을 통해 비로소 자신이 당한 일이 집안일이나 운명의 문제가 아니라 범죄였다는 확인을 받는다. 가족 안의 재산범죄에서도 그 확인은 필요하다. 친족 특례를 모두 없애자는 말이 아니다. 가족관계에는 회복 가능성이 있고, 형사처벌이 오히려 분쟁을 키우는 사건도 있다. 부모 지갑에서 소액을 가져간 미성년 자녀 사건과, 장애가 있는 친족의 보조금과 예금을 장기간 빼돌린 사건을 같은 눈으로 볼 수는 없다. 술김에 벌어진 일회성 절도와, 가족회사를 이용해 수년간 돈을 빼낸 횡령도 다르다. 법은 차이를 봐야 한다. 과거 친족상도례의 잘못은 그 차이를 보지 않았다는 데 있다. 가까운 친족이라는 이유 하나로 피해 규모, 범행 기간, 피해자의 처벌 의사, 피해자의 취약성, 가해자의 지배관계, 피해 회복 정도를 뒤로 밀었다. 앞으로의 과제도 그 지점에 있다. 수사기관과 법원은 친족 간 재산범죄에서 고소 취소가 접수됐다고 곧바로 “화해”라고 읽어서는 안 된다. 피해자가 독립된 상태에서 의사를 밝혔는지, 가해자와 주거·생계·돌봄 관계로 묶여 있지는 않은지, 피해 회복이 실제로 이뤄졌는지, 다른 가족의 압박이 있었는지 따져야 한다. 노인, 장애인, 질병이 있는 피해자라면 진술 조력, 국선변호인, 피해자 보호명령, 후견제도, 임시 재산관리 장치까지 함께 검토해야 한다. 고소권을 법전에 적어 두는 일과 피해자가 그 권리를 실제로 행사할 수 있게 하는 일은 다르다. 입법도 한 번 더 손봐야 한다. 친고죄 일원화는 헌재 결정 이후 급한 불을 끈 절충안에 가깝다. 친족 간 재산범죄를 모두 일률적으로 친고죄로 묶는 방식이 적절한지도 계속 따져야 한다. 피해액이 크거나 범행 기간이 길거나, 피해자가 노인·장애인 등 취약한 지위에 있거나, 가해자가 재산관리 권한을 이용한 사건이라면 고소 취소만으로 절차가 끝나지 않도록 별도의 예외를 둘 필요가 있다. 가족 내부 해결을 존중하더라도, 가족 내부에서 해결될 수 없는 범죄까지 가족에게 되돌려 보내서는 안 된다. 언론도 이 문제를 연예인 가족 분쟁이나 자극적인 집안싸움으로 소비해선 안 된다. 친족상도례 논란은 유명인의 불행담이 아니라 우리 형사사법이 가족 안의 피해자를 어디까지 보호할 수 있는지 묻는 사건이다. 고령화가 빨라지고 1인 가구와 재혼가정, 사실상 돌봄 가족, 가족회사, 가족 간 재산관리 관계가 복잡해지는 시대다. 예전처럼 “가족끼리 알아서 하라”는 말로 덮을 수 있는 사건은 줄어들고 있다. 가족의 형태가 달라졌는데 법의 감각만 오래된 사진첩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친족상도례의 형 면제 조항은 역사 속으로 물러났다. 늦었지만 필요한 변화였다. 그러나 사법정의는 조항 하나를 고쳤다고 완성되지 않는다. 피해자가 고소할 수 있어야 하고, 고소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하며, 고소를 취소할 때도 그 결정이 자유로운 의사에서 나온 것인지 확인받을 수 있어야 한다. 가족이라는 말이 피해자의 권리를 지우는 순간, 법은 가장 가까운 곳의 약자를 놓친다. 가족의 평온은 범죄의 침묵 위에 세울 수 없다. 진짜 평온은 가해자의 책임을 덮는 데서 오지 않는다. 피해자가 자신이 당한 일을 말할 수 있고, 국가는 그 말을 절차 안에서 듣고, 법원은 관계가 아니라 행위를 기준으로 판단할 때 가족도 사회도 무너지지 않는다. 친족 특례의 시대가 남긴 교훈은 하나다. 가족이라는 이름이 사법정의보다 앞설 수는 없다.
2026-07-09 07:5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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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주차비·출장비도 이자"…고금리 차량담보대출 주의보
[경제일보] 금융감독원이 고금리 변종 차량담보대출에 대한 소비자 주의를 당부했다. 대부업자가 주차비와 출장비, 수수료 등 명목으로 요구하는 비용은 모두 이자에 포함되는 만큼 법정 최고금리를 초과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2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최근 채무자의 차량을 담보로 확보한 뒤 법정이자를 초과하는 고금리를 받는 변종 불법사금융 신고가 총 12건 접수됐다. 월별로는 지난 1월 1건, 3월 2건, 4월 1건, 5월 4건, 6월 4건이다. 금감원은 불법사금융 범죄가 금융소비자를 기망하는 형태로 진화하면서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고 보고 소비자경보를 통해 유의사항과 대응요령을 안내했다. 불법 차량담보대출은 외형상 일반 차량담보대출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고금리 불법사금융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다. 대부업자 등이 오토바이나 자가용 등을 인도받아 직접 점유하는 방식으로 담보를 확보한 뒤 각종 명목의 부대비용을 요구하는 방식이다. 일부 업자는 할부·리스차량으로도 담보대출이 가능하다고 소비자를 속인 것으로 나타났다. 할부차량은 피해자 소유인 경우에도 저당권자인 할부금융회사 동의 없이 담보로 제공하거나 인도하면 저당목적물 은닉에 해당할 수 있다. 리스차량은 리스회사 소유이기 때문에 담보 제공 자체가 불가능하다. 고금리 수취 방식도 다양했다. 대부업자는 약정이자와 별도로 주차비와 출장비, 수수료 등을 요구했다. 그러나 대부업법상 명칭과 관계없이 대부와 관련해 대부업자가 청구한 비용은 모두 이자에 포함된다. 등록대부업자도 연 이자율 20%를 초과해 이자를 받을 수 없다. 연 이자율이 60%를 초과하면 원금과 이자가 모두 무효가 된다. 불법 추심 사례도 확인됐다. 할부 또는 리스차량인 경우 대부업자가 이를 빌미로 "할부금융·리스회사에 알려 고소당하게 하겠다"는 취지로 피해자를 협박하는 경우가 있었다. 채무자에 대한 협박이나 공포심·불안감 유발, 무효인 채권에 대한 추심은 불법 채권추심에 해당한다. 담보물을 무단으로 이용한 피해도 발생했다. 대부업자가 채무자 동의 없이 차량을 운행하면서 차량 가치가 하락하고 주정차 위반 과태료와 통행료가 채무자에게 부과되는 사례가 있었다. 피해 대출 규모는 250만원에서 3000만원 수준이었다. 선공제 금액과 출장비·주차비 등 각종 부대비용을 이자로 간주해 산출한 이자율은 27%에서 229%에 달했다. 기간 등이 특정되지 않아 이자율을 산정할 수 없는 1건은 제외됐다. 피해자는 30대가 가장 많았다. 전체 12명 중 30대가 6명으로 절반을 차지했고 60대 2명, 20대·40대·50대가 각각 1명으로 나타났다. 거주지는 경기 5명, 서울 3명, 인천 1명 등 수도권이 대부분이었으며 대구·경남·광주에서도 각 1명씩 피해가 확인됐다. 금감원은 주차비, 출장비, 수수료 등 명칭이 무엇이든 대부업자가 요구하는 비용은 이자에 포함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대출 과정에서 부대비용을 과도하게 요구하는 경우 법정 최고금리 위반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리스·할부차량을 담보로 제공할 때도 주의가 필요하다. 채무자가 적법한 권한 없이 리스·할부차량을 담보로 제공하거나 인도하는 경우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대부업자도 리스·할부차량을 담보로 받으면 형사처벌 대상에 해당할 수 있다. 금감원은 관련 판례도 제시했다. 승용차를 담보로 250만원을 대부하면서 선이자 4만원, 담보차량 주차요금 35만원, 출장비 및 이동비 8만원 등 총 47만원을 제외한 사례에서 법원은 출장비와 주차비를 모두 이자로 산정했다. 리스차량을 대부업자에게 담보 제공 명목으로 인도한 경우 횡령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판례도 있다. 할부차량을 담보로 넘겨 자동차 저당권 행사를 방해한 경우에는 권리행사방해죄가 인정될 수 있다. 금감원은 불법 차량담보대출이 의심되면 추가 피해 방지와 피해 구제를 위해 금감원이나 수사기관에 적극 신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고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 원스톱 종합·전담 지원 시스템을 통해 피해내역 정리, 증빙자료 준비, 신고서 작성, 채무조정, 고용·복지 연계 등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금감원은 고금리 불법 차량담보대출 신고 건 중 증빙자료가 확보된 건에 대해서는 채무자대리인 선임, 무효확인서 발급 등 조치를 진행하고 있다. 불법사금융 피해에 노출된 경우 금융감독원 1332번으로 신고하면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과다채무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에는 서민금융진흥원이나 신용회복위원회를 통해 상담이 가능하다.
2026-06-25 08:5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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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포 3곳서 800조 메가뱅크로…신한금융, 위기때마다 문법 바꿨다
신한금융그룹의 역사는 한국 금융산업의 압축 성장사와 맞닿아 있다. 1982년 7월 7일, 신한은행은 재일동포 주주들의 자본과 ‘금융을 통해 조국에 기여하겠다’는 금융보국 정신을 바탕으로 문을 열었다. 당시 신한은행은 자본금 250억원, 임직원 279명, 점포 3곳으로 출발한 후발은행이었다. 이 작은 출발이 훗날 한국 금융의 판도를 흔든 출발선이 됐다. ◆후발은행의 반란…지주사 전환으로 종합금융그룹 기틀 세우다 신한의 DNA는 처음부터 달랐다. 시중은행의 후발주자였지만 그 한계를 서비스와 속도로 돌파했다. 은행 문턱이 높던 시절 신한은 고객 응대와 업무 처리 방식에서 차별화를 시도했다. 금융기관이 고객 위에 군림하던 관행 대신, 고객을 맞이하고 설명하고 설득하는 은행을 지향했다. 창립 당시 점포 3곳에 불과했던 은행이 2006년 조흥은행과의 통합을 앞두고 점포 945개, 직원 1만1311명, 총자산 163조원 규모의 대형 은행으로 커진 것은 이 같은 영업문화와 조직 DNA가 숫자로 확인된 결과였다. 신한은행은 설립 후 빠르게 성장했다. 1984년 국내 최초 CMF(Customer Master File) 수신 온라인 시스템을 도입했고, 1985년 동화증권을 인수하며 증권업과의 연결고리를 마련했다. 1988년 서울 중구 태평로 본점으로 이전했고 1989년에는 기업공개와 주식상장을 통해 자본시장의 평가를 받는 은행으로 올라섰다. 은행업의 기본인 예금·대출 경쟁력 위에 전산화, 고객서비스, 증권업 진출을 결합한 것이 신한식 성장 모델의 원형이었다. 신한의 1차 도약이 ‘은행업의 혁신’이었다면, 2차 도약은 ‘금융그룹화’였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국내 금융산업은 생존과 구조조정의 소용돌이에 들어갔다. 신한은 이 격변기를 기회로 바꿨다. 2001년 국내 최초의 순수 민간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하며 은행·증권·카드·보험·자산운용을 아우르는 종합금융그룹의 길을 열었다. 수치로 보면 변화는 더 선명하다. 신한금융은 2001년 지주 출범 당시 총자산 56조3000억원, 당기순이익 2210억원 규모였다. 그러나 2021년 상반기에는 총자산 861조7000억원으로 20년 사이 15.3배 늘었다. 당기순이익의 경우 25년 4조9716억원으로 24년만에 22배 커졌다. ◆조흥은행·LG카드 품고 메가뱅크로…신한사태 뒤 시스템 경영 강화 2004년 조흥은행을 완전자회사로 편입하고 2006년 통합 신한은행을 출범시킨 것은 신한 역사에서 결정적 변곡점이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후발 은행이었던 신한이 전통 대형 은행의 영업망과 고객 기반을 흡수하며 단숨에 ‘메가뱅크’ 반열에 오른 사건”이라고 말했다. 2007년 LG카드 인수와 통합 신한카드 출범은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장의 상징이었다. 굿모닝신한증권, 신한생명,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등으로 이어진 포트폴리오 확장은 신한을 단일 은행에서 복합 금융그룹으로 바꿨다. 그러나 금융명가의 역사에 영광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신한금융은 2010년 이른바 ‘신한사태’라는 혹독한 내홍을 겪었다. 신한사태는 2010년 9월 당시 라응찬 신한금융 회장과 이백순 신한은행장이 신상훈 신한금융 사장을 횡령·배임 혐의로 고소하면서 불거진 경영진 다툼이었다. 이후 법정 공방과 검찰 과거사위 판단 등을 거치며 신한금융은 지배구조 투명성과 내부통제의 중요성을 뼈아프게 확인했다. 특정 인물 중심의 성장 모델에서 시스템 중심의 경영으로 넘어가야 한다는 교훈을 남긴 것이다. 이후 신한금융은 △이사회 중심 경영 △최고경영자 승계 절차 △내부통제 △윤리경영 △소비자보호 체계를 정비하는 데 힘을 쏟았다. ◆리딩금융 재확인…생산 금융·AI·자산관리로 다음 성장판 짠다 현재 신한금융 위기를 돌파하며 리딩금융그룹의 한복판에 서 있다. 신한금융의 연결 당기순이익은 미중 무역전쟁이 발발한 2018년 3조1567억원에서 2025년 4조9716억원으로 늘었다. 7년 사이 순이익이 약 57.5% 증가한 것이다. 같은 기간 주당순이익도 6579원에서 9812원으로 확대됐다. 저금리, 코로나19,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 금융규제 강화 같은 변수를 통과하면서도 이익 체력을 키운 셈이다. 2026년 들어서는 성장세가 한 단계 더 확인됐다. 신한금융은 2026년 1분기 당기순이익 1조622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9.0% 증가한 수치로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이다. 그렇다면 신한금융의 미래 성장전략은 무엇일까. 먼저 생산적 금융이다.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올해 경영전략에서 생산적 금융과 포용금융 확대, 차별화된 금융 경험, 전사적 미래 준비를 강조했다. 앞으로 은행이 성장하려면 △기업금융 △혁신기업 지원 △수출입 금융 △글로벌 네트워크 △자산관리 △디지털 플랫폼을 함께 키워야 한다는 주문이다. 또 디지털과 인공지능(AI) 전환이 주요 전략으로 꼽힌다. △고객 데이터를 얼마나 정교하게 분석하는지 △모바일 앱에서 얼마나 빠르고 안전하게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지 △상담·심사·리스크관리·자산관리 영역에 AI를 얼마나 책임 있게 적용하는지가 관건이다. 자산관리와 은행·증권 복합 모델 고도화도 중요하다. 신한금융은 은행과 투자증권을 결합한 ‘신한 Premier’ 브랜드를 통해 고액자산가와 지역 고객을 겨냥한 복합 자산관리 거점을 확대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상품 판매가 아니라 은행·증권·자산운용 역량을 묶어 고객의 자산 여정을 관리하려는 시도다. 또 글로벌 확장 전략도 핵심 전략이다. 신한금융은 이미 베트남, 일본, 중국, 캐나다, 카자흐스탄 등 17개 국에 해외 네트워크를 구축해 왔다. 마지막 신한금융의 미래성장전략은 신뢰다. 금융회사의 경쟁력은 자본과 기술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신뢰가 무너지면 수십 년의 브랜드도 하루아침에 흔들린다. 신한은행이 올해 경영전략에서 △내부통제 체계 정착 △사고 예방 중심의 금융소비자 보호 시스템 △고객 자산을 지키는 금융 안전망 등을 강조한 것은 이 때문이다. 업계에선 신한금융의 강점은 위기 때마다 성장의 문법을 바꿔왔다는 데 있다고 말한다. 1980년대에는 친절과 전산화로 기존 은행권의 문화를 흔들었다. 2000년대에는 지주사 전환과 대형 인수·합병(M&A)로 금융그룹의 틀을 만들었다. 2010년대에는 내홍을 겪으며 지배구조와 내부통제의 중요성을 체득했다. 2020년대에는 디지털, 글로벌, 비은행, 자본효율, 주주환원,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신한사태라는 아픈 내홍을 겪은 뒤에는 지배구조와 내부통제의 중요성을 더 선명하게 인식했다”며 “지금은 리딩뱅크 재탈환을 넘어 ‘일류 금융그룹’이라는 더 높은 목표를 향해 가고 있다”고 말했다. [아주경제 2026년 05월 21일자 15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6-05-21 08: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