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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전력망 선점"…HD현대일렉·효성重, 420kV 친환경 기술 경쟁
[경제일보] 유럽 전력망 시장을 둘러싼 HD현대일렉트릭과 효성중공업의 경쟁이 프랑스 파리에서 맞붙었다. 두 회사는 ‘CIGRE 파리 세션 2026’에서 나란히 420kV급 SF₆-Free 가스절연개폐장치(GIS)를 전면에 세웠다. 같은 전압대의 친환경 제품을 꺼냈지만 공략법은 다르다. HD현대일렉트릭이 인증과 공급 실적을 바탕으로 빠른 상용화에 무게를 둔다면, 효성중공업은 초고압 송전부터 데이터센터용 배전까지 묶은 ‘토털 솔루션’으로 시장을 넓히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CIGRE 파리 세션은 지난 23일부터 오는 28일까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다. 2024년 행사에는 99개국에서 1만1200명 이상의 전력산업 관계자가 참여할 예정이다. 양사가 유럽을 겨냥한 배경에는 대규모 전력망 투자가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2030년까지 전력망에 5840억 유로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추산한다. 유럽 배전망의 약 40%가 가동 40년을 넘긴 데다 재생에너지 확대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 증가도 설비 교체·증설을 재촉하고 있다. 환경 규제도 시장을 바꾸고 있다. EU F-gas 규정은 2028년부터 52kV 초과 145kV 이하 고압 개폐장치에, 2032년부터는 145kV 초과 제품에 지구온난화지수(GWP) 1 이상인 절연·차단 매질 사용을 원칙적으로 제한한다. 일부 예외는 있지만 유럽 초고압 전력기기 시장에서 친환경 기술의 중요성이 커지는 이유다. HD현대일렉, PQ 통과 후 첫 수주 HD현대일렉트릭은 이번 전시에서 72.5kV와 145kV급 제품에 최근 시험을 마친 420kV급 ‘GREENTRIC 550SRE’를 추가했다. 현재 72.5·145·170·420 kV급 SF₆-Free GIS를 확보했으며, 앞으로 3년 안에 300·362 kV급까지 개발할 계획이다. 주요 전압대별로 친환경 GIS 라인업을 촘촘하게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유럽에서 먼저 쌓은 공급 경험도 앞세운다. 지난해 스웨덴 전력청으로부터 145kV SF₆-Free GIS를 국내 업체 최초로 수주한 뒤 핀란드에서도 14대를 추가로 수주했다. 영국 내셔널그리드와는 400kV·275kV급 초고압 변압기 13대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420kV 제품도 개발 단계에서 유럽 송전망 운영사의 사전적격심사(PQ)를 통과한 상태다. HD현대일렉트릭 관계자는 “420kV급은 유럽 주요 송전망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전압대로, 국내 최초로 해당 제품을 개발해 친환경 전력기기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경쟁력을 확보했다”며 “유럽 송전망 운영사의 PQ를 통과했고 현재 영국 주요 전력회사와 장기공급계약을 추진하고 있으며 연내 또는 내년 초 첫 수주가 목표”라고 했다. 이어 “향후 3년 내 300kV와 362kV급 제품까지 개발하고 친환경 절연유 변압기, 해상풍력용 특수 변압기 등 폭넓은 포트폴리오와 유럽 공급 레퍼런스를 바탕으로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고 했다. 효성중공업, GIS 넘어 HVDC·SST ‘토털 솔루션’ 효성중공업은 CIGRE에서 독자 기술로 개발한 420kV급 SF₆-Free GIS를 처음 공개했다. 여기에 전압형 초고압직류송전(HVDC), STATCOM, 데이터센터용 반도체변압기(SST), 친환경 절연유 변압기, AI 기반 전력설비 자산관리 플랫폼 ‘ARMOUR+’까지 함께 전시했다. 개별 기기보다 송·배전과 설비 관리를 아우르는 사업 역량을 보여주는 데 방점을 찍었다. 효성중공업도 기존 초고압 전력기기를 기반으로 유럽 시장에서 입지를 넓혀왔다. 지난해 12월 영국·스웨덴·스페인에서 초고압 변압기와 리액터 등 2300억원이 넘는 전력기기를 수주했다. 올해 상반기 신규 수주는 7조4987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수주액에 육박했고, 연간 수주 목표도 기존 8조4000억원에서 12조원으로 높였다. 효성중공업 관계자는 “420kV급 초고압 GIS를 탄소 저감형으로 독자 개발했다는 점이 강점으로, 탄소중립을 중시하는 유럽 시장 수요에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구체적인 상용화 일정과 수주 목표는 아직 공개하기 어렵지만 현지 고객과의 협의와 시장 반응을 바탕으로 사업 기회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어 “이번 전시는 개별 전력기기 공급을 넘어 GIS와 HVDC·STATCOM·SST, AI 기반 자산관리 플랫폼까지 아우르는 토털 솔루션 역량을 보여주는 데 의미가 있다”고 했다. 먼저 수주하는 HD, 넓게 묶는 효성 현재 공개된 내용만 놓고 보면 420kV GIS의 유럽 사업화 속도에서는 HD현대일렉트릭이 한 발 앞선 모습이다. PQ를 통과한 데 이어 영국 전력회사와 장기 계약을 논의하고 첫 수주 목표 시점까지 제시했다. 효성중공업은 제품을 이번 행사에서 처음 공개한 단계로, 구체적인 상용화 일정은 밝히지 않았다. 다만 이는 기술 자체의 우열보다는 현재 사업화 진척도의 차이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반면 경쟁이 전력망 전체로 확대되면 구도는 달라진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지고 데이터센터가 늘어날수록 장거리 대용량 송전과 계통 안정화, 디지털 설비 관리 기술의 중요성도 커질 수밖에 없다. GIS뿐 아니라 HVDC·STATCOM·SST까지 한꺼번에 제시한 효성중공업이 ‘토털 솔루션’을 강조하는 이유다. 결국 승부는 전시장보다 실제 설치 현장에서 갈릴 전망이다. HD현대일렉트릭은 앞선 사업화 속도를 장기 공급 계약으로 연결해야 하고, 효성중공업은 폭넓은 기술 포트폴리오를 실제 패키지 수주로 증명해야 한다. EU의 환경 규제 강화와 대규모 전력망 투자가 이어지는 가운데 유럽 송전망 운영사의 검증을 넘어 반복 수주와 장기 운전 레퍼런스를 먼저 쌓는 회사가 유럽 시장 선점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것으로 보인다.
2026-08-26 17: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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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 셈법만 바꾸는 개헌, 국민은 왜 찬성해야 하나
[경제일보] 개헌 논의가 다시 출발선에 섰다. 조정식 국회의장은 28일 여야가 참여하는 국회 개헌특별위원회를 구성해 2027년 개헌 논의를 본궤도에 올리고, 22대 국회 임기 안에 제10차 개헌을 마무리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1987년 헌법 이후 39년 만에 국가의 기본 설계도를 다시 그리자는 제안이다. 하지만 개헌의 첫 장면부터 국민의 삶은 보이지 않았다. 국회의장이 현직 대통령의 연임 가능성을 “국민 선택의 문제”라고 언급하자 정치권의 관심은 순식간에 대통령 임기로 쏠렸다. 논란이 커지자 조 의장은 29일 “현직 대통령의 연임은 개헌 논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현행 헌법 제128조 2항은 대통령의 임기 연장이나 중임 변경을 위한 개헌이 제안 당시 대통령에게는 효력이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법문이 분명한 문제를 둘러싸고 하루 동안 정치권 전체가 소모전을 벌인 셈이다. 이 장면은 앞으로 개헌 논의가 어디에서 실패할지를 미리 보여준다. 대통령을 5년 단임으로 둘지, 4년 연임으로 바꿀지, 총리에게 얼마나 권한을 나눌지는 물론 중요하다. 대통령의 계엄 선포권을 어떻게 통제하고 국회·정부·사법기관 사이의 견제 장치를 어떻게 보완할지도 더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조 의장도 권력구조 개편과 계엄권 제한, 선거관리 개혁 등을 주요 의제로 제시했다. 다만 그것이 개헌의 전부라면 국민은 다시 묻게 된다. 대통령 임기와 국회의 권한을 조정하는 일이 내 월급과 집값, 아이의 미래와 지역의 소멸, 플랫폼 노동과 개인정보 침해를 어떻게 바꾸느냐고 말이다.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하는 개헌은 정치인들끼리 권력의 방 크기를 다시 재는 공사로 보일 수밖에 없다. 1987년 헌법은 위대한 민주화의 성취였다. 대통령 직선제를 되찾고 헌법재판소를 설치했고, 국가권력에 맞서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지키는 토대를 세웠다. 하지만 그 헌법이 만들어진 시절에는 스마트폰도, 생성형 인공지능도, 플랫폼 노동도 없었다. 기후위기는 먼 미래의 환경문제로 여겨졌고, 지방소멸과 초고령사회라는 말도 익숙하지 않았다. 헌법은 낡았기 때문에 고쳐야 하는 것이 아니다. 국민의 삶이 헌법의 언어보다 훨씬 앞으로 나아갔기 때문에 보완해야 한다. 먼저 디지털 시대의 기본권을 논의해야 한다. 인공지능이 채용과 대출, 보험과 행정처분에 영향을 미치고, 개인의 행동과 취향이 데이터로 축적되는 사회에서 인간의 존엄과 사생활의 자유를 과거의 문장만으로 충분히 지키기 어렵다. 현행 헌법에는 개인정보 자기결정권과 알고리즘에 의한 차별, 자동화된 결정에 대한 설명 요구권을 직접 규정한 조항이 없다. 학계에서도 디지털 정보의 활용과 개인의 결정권 사이에 새로운 헌법적 기준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기후위기와 미래세대의 권리도 헌법의 중심 의제가 돼야 한다. 헌법재판소는 2024년 정부가 2031년 이후 온실가스 감축 경로를 제대로 제시하지 않은 것은 국민의 기본권 보호 의무에 어긋난다며 탄소중립기본법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현재 세대가 편익을 누리고 미래세대에 위험과 비용을 넘겨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 헌법적 판단으로 확인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헌 논의가 대통령 임기에만 머문다면 정치는 이미 헌법재판소가 던진 질문보다 뒤처지는 셈이다. 환경권을 국가의 추상적 노력 의무로 남겨둘 것인지, 기후위기로부터 안전하게 살아갈 권리와 미래세대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더 구체적으로 담을 것인지 논의해야 한다. 국가의 백년대계를 말하면서 다음 선거의 권력 배분만 따지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지방분권도 더 이상 부속 의제가 아니다. 현행 헌법의 지방자치 장은 제117조와 제118조 두 조문으로 구성돼 있고, 자치의 구체적인 범위를 대부분 법률에 맡기고 있다. 국회와 지방자치 분야의 연구에서는 주민자치권의 기본권화, 보충성 원칙, 자치입법권과 자치재정권의 강화를 개헌 과제로 제시한다. 지역이 스스로 산업과 교육, 의료와 교통정책을 설계하지 못한 채 중앙정부의 예산 배분만 기다리는 구조로는 지방소멸을 막기 어렵다. 수도권 집중을 걱정하면서 모든 결정권과 세원을 중앙에 붙들어 두는 것은 병의 원인을 그대로 둔 채 해마다 진통제만 처방하는 것과 같다. 지방분권 개헌은 지방 정치인을 위한 권한 확대가 아니라, 국민이 사는 곳에 따라 삶의 기회를 차별받지 않게 하는 기본권의 문제다. 노동과 돌봄의 변화도 담아야 한다. 현행 헌법이 상정한 노동자는 일정한 사업장에서 사용자와 근로계약을 맺는 전통적인 노동자에 가깝다. 하지만 오늘의 국민은 플랫폼을 통해 일하고, 여러 직업을 오가며, 가족의 돌봄과 생계를 동시에 감당한다. 고용 형태가 달라졌다는 이유로 사회보험과 노동권의 바깥으로 밀려나지 않도록 새로운 사회권의 원칙을 세울 필요가 있다. 초고령사회에서 돌봄을 가족만의 책임으로 남길 것인지도 헌법적 토론의 대상이다. 개헌 과정도 달라져야 한다. 헌법개정안은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거친 뒤 국민투표에서 선거권자 과반수가 투표하고, 투표자 과반수가 찬성해야 확정된다. 결국 정치권의 합의만으로는 한 글자도 바꿀 수 없다. 국민이 개헌의 필요성을 자기 삶의 문제로 받아들여야만 문턱을 넘을 수 있다. 조 의장이 국민 참여용 디지털 플랫폼을 구축하겠다고 밝힌 것은 그래서 의미가 있다. 다만 국민 참여가 정치권이 만든 초안을 설명하고 찬반을 묻는 절차에 그쳐서는 안 된다. 개헌 의제를 정하는 단계부터 시민과 전문가, 청년과 노동자, 장애인과 지역 주민, 미래세대의 목소리가 들어가야 한다. 숙의 없는 국민투표는 선택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승인 절차에 불과하다. 맹자 ‘진심 하’에는 “백성이 가장 귀하고, 사직이 그다음이며, 임금은 가볍다(民爲貴 社稷次之 君爲輕)”는 말이 나온다. 헌법 역시 대통령과 국회의 권한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국민의 존엄과 자유, 안전과 행복을 지키기 위해 권력이 어디까지 행사될 수 있는지를 정한 약속이다. 권력구조 개편을 피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줄이고, 행정부와 국회가 협력하면서도 서로 견제할 수 있는 체제를 찾아야 한다. 비상권한이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 도구로 악용되지 않도록 안전장치도 강화해야 한다. 다만 권력구조는 개헌의 한 장이지 표지와 본문 전체가 아니다. 정치권이 대통령의 임기와 권한 배분부터 앞세우는 순간 국민은 개헌을 현직 권력과 차기 권력 사이의 거래로 의심한다. 그 의심을 탓할 수 없다. 대한민국의 개헌사는 권력을 연장하거나 통치구조를 바꾸려는 정치적 계산과 자주 얽혀 있었다. 이번 개헌이 다르다는 것을 증명하려면 정치가 먼저 권력의 셈법에서 벗어나야 한다. 국민이 찬성할 개헌은 대통령이 한 번 더 출마할 수 있는지를 정하는 헌법이 아니다. 내 정보가 인공지능에 함부로 이용되지 않고, 어느 지역에 살든 교육과 의료의 기회를 누리며, 기후재난의 비용을 아이들에게 떠넘기지 않고, 어떤 형태로 일하든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는 헌법이다. 대통령 임기만 고치기 위해 국민을 투표장으로 부르는 개헌은 성공하기 어렵다. 국민의 삶을 고치는 개헌이어야 국민이 움직인다. 권력의 자리를 다시 배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앞으로 40년을 살아갈 시민의 권리와 국가의 책임을 새로 쓰는 것. 그것이 10차 개헌이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2026-07-29 10:4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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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1만700원, 이제는 인상률보다 제도 개혁을 논할 때다
[경제일보]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3.7% 오른 시간당 1만700원으로 결정됐다. 최저임금 제도 시행 이후 처음으로 1만 원대 중반 시대를 눈앞에 두게 됐다는 상징성은 있지만, 정작 결정 과정과 결과는 또다시 우리 사회의 깊은 갈등만 확인시켰다. 법정 시한을 넘긴 밤샘 협상과 막판 표결, 노사 양측의 극한 대립은 해마다 되풀이되는 풍경이 됐다. 사용자 측은 "더는 버틸 수 없다"고 호소하고, 노동계는 "실질임금 삭감"이라며 반발한다. 누구도 결과를 수용하지 못하는 현실은 현행 최저임금 결정 시스템이 이미 한계에 도달했음을 웅변한다. 최저임금은 저임금 근로자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사회안전망이다. 그러나 아무리 선한 제도라도 시장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설 경우 부작용은 불가피하다. 지금 우리 경제는 고금리와 내수 부진, 소비 위축이라는 복합 불황 속에 놓여 있다. 특히 골목상권의 편의점과 음식점, 숙박업, 미용업 등 영세 서비스업은 인건비 부담과 임대료, 원자재 가격 상승을 동시에 떠안으며 생존 자체를 걱정하는 처지다. 현실적으로 최저임금조차 지급하지 못하는 사업장이 적지 않은 것은 제도의 실효성과 시장의 수용 능력 사이에 심각한 괴리가 존재한다는 방증이다. 실제로 취약 업종에서는 최저임금 미만율이 30%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난다. 법을 준수하고 싶어도 지급 능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영세 사업주를 잠재적 범법자로 만드는 제도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최저임금의 목적이 근로자를 보호하는 데 있다면, 그 제도가 오히려 일자리 축소와 폐업 증가를 초래하는 상황 또한 외면해서는 안 된다. 시장이 감당하지 못하는 임금은 결국 고용 감소와 근로시간 축소, 무인화 투자 확대라는 형태로 되돌아오기 마련이다. 피해는 결국 가장 보호받아야 할 취약계층 근로자에게 집중된다. 이제는 정치적 금기처럼 여겨졌던 업종별·지역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진지하게 검토할 시점이다. 현행 법률 역시 사업의 종류별로 최저임금을 달리 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수십 년 동안 이 조항은 사실상 사문화됐다. 수도권 대기업과 지방 영세기업의 생산성은 물론 물가와 임금 수준, 지불 능력은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동일한 기준을 전국 모든 업종에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형평성보다 불균형을 키울 가능성이 크다. 주요 선진국들도 지역이나 산업별 특성을 반영한 다양한 임금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차등 적용이 곧 노동자 차별이라는 단순한 이분법에서 벗어나야 한다. 영세 서비스업과 농림어업, 지방 중소기업의 현실을 고려한 유연한 제도 설계가 오히려 취약계층의 일자리를 지키고 지역경제를 살리는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 획일적 평등보다 지속 가능한 공정이 더 중요하다. 최저임금위원회의 운영 방식 역시 근본적인 혁신이 필요하다. 지금의 결정 구조는 노·사·공익위원이 이해관계를 앞세워 줄다리기를 벌이는 정치적 협상 테이블에 가깝다. 객관적인 경제지표보다 협상력과 여론전이 결과를 좌우하는 구조에서는 사회적 신뢰를 얻기 어렵다. 이제는 물가상승률과 경제성장률, 노동생산성, 고용 여건, 중소기업의 지급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객관적인 산식을 마련하고, 전문가 중심의 독립적인 심의체계로 전환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정치적 흥정이 아닌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결정 시스템만이 반복되는 사회적 갈등을 줄일 수 있다. 최저임금 논쟁의 본질은 숫자 자체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근로자의 삶을 보호하면서도 기업이 지속적으로 일자리를 유지할 수 있는 균형점을 찾는 일이다. 노동자 없는 기업도 없지만 기업 없는 일자리 역시 존재할 수 없다. 어느 한쪽의 희생만 강요하는 정책은 결국 모두를 어렵게 만든다. 최저임금 제도가 시행된 지 어느덧 40년에 가까워지고 있다. 그동안 우리 경제의 산업구조와 노동시장은 크게 달라졌지만 제도는 과거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이제는 해마다 반복되는 인상률 논쟁을 넘어 시장 현실과 경제 여건을 반영한 제도 개혁에 나설 때다. 업종별·지역별 차등 적용, 객관적 산식에 기반한 결정 구조, 생산성과 지급 능력을 함께 고려하는 합리적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노동자의 삶을 지키고 자영업자의 생존을 보호하며 우리 경제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담보하는 길이다. 최저임금의 미래는 인상률이 아니라 제도의 신뢰에서 결정된다는 사실을 정부와 정치권은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
2026-07-19 10:3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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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주 대우건설 회장, 인도네시아 정·관계 면담…SMR·AI 인프라 협력 논의
[경제일보] 정원주 대우건설 회장이 인도네시아를 찾아 에너지·디지털 인프라와 부동산 개발을 아우르는 미래사업 확대에 나섰다. 소형모듈원전(SMR)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인프라, 기가와트(GW)급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를 결합한 융복합 개발 모델을 앞세워 현지 정·관계 및 투자기관과의 접점을 넓힌 것이다. 13일 대우건설에 따르면 정 회장은 지난 7일부터 11일까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를 방문해 정부 관계자와 투자기관, 주요 개발사 인사들을 잇달아 만났다. 이번 방문은 인도네시아를 대우건설의 미래 핵심 전략시장으로 보고 융복합 개발 사업과 신도시 개발 등 중장기 사업 기회를 직접 점검하기 위해 이뤄졌다. 정 회장은 수긍 수파르워토 인도네시아 하원 제12위원회 위원장, 토도투아 파사리부 투자·다운스트림부 차관, 인도네시아 국부펀드 다난타라의 판두 샤흐리르 최고투자책임자(CIO), 승범수 코린도그룹 수석부회장 등을 만나 대우건설의 미래사업 구상을 공유하고 협력 확대 방안을 설명했다. 특히 에너지 분야 면담에서는 대우건설이 보유한 LNG 플랜트와 발전 인프라 시공 경험을 소개하고 SMR, LNG 터미널·발전소, AI 데이터센터를 함께 구축하는 ‘올인원’ 개발 모델을 제안했다. AI 산업 확산으로 대규모 전력 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발전 인프라와 데이터센터를 따로 보지 않고 하나의 개발 패키지로 묶겠다는 전략이다. 인도네시아 정부 측도 관련 사업 추진에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투자개발사업 분야에서도 보폭을 넓혔다. 다난타라의 판두 샤흐리르 CIO와의 면담에서는 신도시 개발을 포함한 대규모 투자개발사업 협력 가능성을 논의했다. 양측은 향후 구체적인 사업 발굴과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인도네시아는 정 회장이 공을 들이는 해외 전략시장 중 하나다. 대우건설은 1986년 인도네시아에 처음 진출한 뒤 약 40년간 크라프트 제지공장, 디스트릭트8 건축사업, 탕구 LNG 확장 2단계 사업 등 건축·플랜트·산업설비 분야에서 총 7건, 5억4000만달러 규모의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최근에는 단순 시공보다 개발과 투자 중심으로 사업 방향을 넓히고 있다. 정 회장은 지난해 5월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을 예방해 인도네시아 사업 확대 의지를 전달했다. 올해 4월에는 프라보워 대통령 방한을 계기로 열린 한·인도네시아 경제협력 행사에서 시나르마스랜드, 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와 BSD 신도시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대우건설은 베트남 하노이 스타레이크시티에서 쌓은 신도시 개발 경험도 인도네시아 사업에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정 회장의 이번 방문을 계기로 SMR과 LNG 플랜트, AI 데이터센터 등 에너지·디지털 인프라 사업과 부동산 개발을 결합한 투자개발형 사업 모델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인도네시아는 풍부한 성장 잠재력을 갖춘 대우건설의 핵심 전략시장이다"라며 "부동산개발사업은 물론 LNG 플랜트, 에너지 인프라, AI 데이터센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도네시아의 지속 가능한 성장에 기여하는 신뢰받는 파트너가 되겠다"고 말했다.
2026-07-13 12:3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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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랜드-멕시코 16강 성사…축구장 밖 항공·숙박·치안 전쟁
[경제일보] 잉글랜드와 멕시코의 16강전이 성사되면서 2026 북중미 월드컵은 경기장 밖에서도 또 하나의 승부를 맞게 됐다. 승부의 무대는 멕시코시티 아스테카다. 2일 잉글랜드는 콩고민주공화국에 2대1 역전승을 거두고 16강에 올랐다. 글로벌 축구 스타이자 영국 대표팀 주전 공격수인 해리 케인은 후반 막판 2골을 넣어 잉글랜드를 구했다. 이에 따라 영국과 개최국 멕시코의 16강 '빅매치'가 성사됐다. 앞서 멕시코는 전날 에콰도르를 2대0으로 꺾고 1986년 이후 40년 만에 월드컵 토너먼트 승리를 거두며, 잉글랜드보다 먼저 16강 고지에 올랐다. 훌리안 키뇨네스와 라울 히메네스가 득점했고, 8만명이 넘는 관중이 아스테카를 채웠다. 오는 6일 예정된 멕시코와 잉글랜드의 16강전은 경기 자체를 넘어 도시 전체의 이벤트가 됐다. 경제적 파장은 여러 방향으로 번질 수 있다. 우선 이동 수요다. 잉글랜드 팬들은 콩고민주공화국전이 열렸던 미국 애틀랜타에서 멕시코시티로 이동해야 한다. 이미 북미 3개국을 오가는 월드컵 일정은 항공권, 숙박, 현지 교통, 보험, 비자·입국 절차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었다. 영국 외무부는 월드컵 기간 멕시코의 팬존과 퍼블릭뷰잉 장소를 방문할 때 현지 제한 사항을 확인하고, 이동 지연 가능성에 대비하라고 안내하고 있다. 숙박과 항공만의 문제가 아니다. 멕시코시티는 고지대 도시다. 잉글랜드는 멕시코시티의 고도 약 2200m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 실제 토마스 투헬 잉글랜드 감독도 멕시코가 어려운 상대이고, 아스테카 원정이 쉽지 않은 과제임을 인정한 바 있다. 고도는 선수의 체력 문제이지만, 동시에 팀 운영 비용의 문제다. 훈련장, 회복 프로그램, 의료진, 산소 적응, 이동 일정까지 모두 더 세밀하게 설계해야 한다. 치안 비용도 커진다. 멕시코의 에콰도르전 승리 뒤 멕시코시티에는 약 100만명의 팬이 몰렸고, 축하 인파 속에서 4명이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대형 스크린이 설치된 거리와 광장에 인파가 급격히 몰리면서 군중 밀집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당국은 주류 판매 제한과 스크린 간격 확대 등 안전 대책을 시행했지만, 인파 규모가 시스템을 압도하며 안타까운 사고가 났다. 잉글랜드전은 원정 팬까지 더해져 경찰, 소방, 응급의료, 교통 통제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 도시경제에는 기회이자 부담이다. 홈팀이 16강까지 살아남으면 호텔, 음식점, 주류·음료, 굿즈, 택시·공유차, 관광지, 팬존 상권이 살아난다. 방송사와 광고주에게도 잉글랜드-멕시코전은 매력적인 카드다. 잉글랜드는 글로벌 팬덤과 높은 중계 수요를 가진 팀이고, 멕시코는 개최국 프리미엄과 홈 관중을 안고 있다. 한 경기의 승패가 지역 상권과 미디어 시장을 동시에 움직이는 구조다. 하지만 교통 혼잡, 쓰레기 처리, 치안 인력, 응급의료, 가격 급등, 주민 불편은 모두 개최도시의 부담이다. 팬들이 몰릴수록 소비는 늘지만 사고 위험도 커진다. 특히 잉글랜드-멕시코전처럼 경기 자체의 관심도가 높은 조합은 도심 팬존과 경기장 주변에 인파가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도시가 축제를 흡수할 수 있는 능력, 즉 운영 역량이 흥행의 한계를 결정한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잉글랜드-멕시코 16강전은 월드컵이 왜 거대한 경제 이벤트인지를 보여준다"며 "경기 일정이 발표되는 순간 항공권과 호텔, 팬존, 경찰력, 방송 편성, 광고 상품이 동시에 움직이고 있다"고 했다. 이어 "축구는 90분 동안 치러지지만, 돈과 사람은 그보다 훨씬 넓은 범위에서 움직인다"며 "아스테카의 다음 밤은 승부의 밤이면서, 개최도시가 월드컵 흥행을 감당할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 경제의 밤이 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2026-07-02 11:2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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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킹 딛고 서비스 경쟁력 입증…SKT, KS-SQI 27년 연속 정상
[경제일보] SK텔레콤이 한국서비스품질지수(KS-SQI) 조사에서 이동통신 부문 27년 연속 1위를 차지하며 서비스 경쟁력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지난해 사이버 침해 사고 이후 고객 신뢰 회복에 역량을 집중해 온 가운데 서비스 품질과 고객 경험 개선 노력이 대외 평가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2일 SK텔레콤은 한국표준협회가 주관한 '2026 한국서비스품질지수(KS-SQI)' 조사에서 이동통신 부문 1위에 선정됐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은 KS-SQI 조사가 시작된 지난 2000년 이후 27년 연속 1위를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SK브로드밴드도 초고속 인터넷과 IPTV 부문에서 각각 12년 연속, 8년 연속 1위를 기록했다. SK텔링크 역시 국제전화 부문 18년 연속, 알뜰폰 부문 4년 연속 1위에 오르며 SK ICT 계열사는 통신 서비스 전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KS-SQI는 한국표준협회가 서비스 이용 고객을 대상으로 전문성, 진정성, 적극성, 사회적 가치 등 8개 항목에 대한 만족도를 조사해 산출하는 대표적인 서비스 품질 평가 지표다. SK텔레콤은 지난해 발생한 사이버 침해 사고 이후 고객 신뢰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고객 접점 전반의 서비스 개선에 힘을 쏟고 있다. 유통망과 고객센터 운영 체계를 정비하는 한편 고객 유형별 맞춤형 프로그램을 확대하며 고객 경험 강화에 나서는 모습이다. 특히 SK텔레콤은 장기 고객과 2040세대를 대상으로 '찾아가는 서비스', 'CX 캠퍼스' 등 맞춤형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40년 이상 장기 이용 고객과 직접 만나 의견을 청취하고 고객센터 상담 절차를 간소화하는 한편 전담 상담원을 배치하는 등 응대 체계도 개선했다. 고객신뢰위원회와 고객자문단 등 독립 자문기구를 통해 고객 의견을 서비스에 반영하는 체계도 운영 중이다. 고객 혜택 강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 5월 복잡했던 요금제 결합 구조를 단순화하고 데이터 소진 이후에도 기본 데이터를 제공하는 내용을 담은 요금제 개편안을 발표했다. 여름 휴가철을 맞아 로밍 데이터 제공량을 확대하고 2030 고객 대상 할인 프로모션을 운영하는 등 해외 이용 편의성도 높였다. 멤버십 프로그램도 고객층별 맞춤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T멤버십에서는 만 13~34세 고객을 위한 '영 위크'를 매달 운영하고 있으며, 가입 기간 10년 이상 장기 고객을 대상으로 'T 장기고객 데이'를 마련해 미식과 공연, 엔터테인먼트 분야 초청 이벤트를 연말까지 이어갈 계획이다. SK텔레콤은 서비스 경쟁력뿐 아니라 AI를 활용한 사회적 가치 창출과 고객 보호 활동도 확대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취약계층을 위한 AI 돌봄 서비스를 비롯해 비전 AI 기반 발달장애인 돌봄 지원, 장애 청소년 대상 AI 교육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으며, AI 기반 네트워크 보안과 스팸·보이스피싱 차단 기술 고도화에도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1분기에는 보이스피싱과 스팸 약 1억8600만건을 차단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첫 '정보보호백서 2025'를 발간하며 정보보호 활동을 공개하고 고객이 체감할 수 있는 보안 수준을 지속적으로 높이겠다는 방침도 제시했다. 특히 통신 서비스 경쟁이 요금이나 네트워크 품질을 넘어 고객 신뢰와 보안, 고객 경험 전반으로 확대되는 가운데 SK텔레콤 역시 서비스 혁신을 통해 신뢰 회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재헌 SK텔레콤 CEO는 "한국서비스품질지수 조사에서 27년간 고객의 변함없는 지지와 신뢰를 받았다는 점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성과라고 생각한다"며 "고객이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고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SK텔레콤이 되도록 고객 신뢰 강화 활동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6-07-02 08:4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