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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바꾸는 영화 제작…넷플릭스, 신진 창작자 육성·글로벌 유통 강화
[경제일보] 인공지능(AI)이 영화 제작 현장에서 비용과 시간을 줄이는 실무 도구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예산 문제로 구현하기 어려웠던 장면을 살리고 제작 기간을 단축하는 등 제작 방식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넷플릭스는 아시아 창작자들의 AI 활용 사례와 제작 노하우를 공유하는 한편, 신진 영화인 교육과 글로벌 유통을 통한 관객 접점 확대에도 나서며 콘텐츠 제작 생태계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12일 넷플릭스는 부산국제영화제(BIFF)와 함께 제3회 '크리에이티브 아시아'를 지난 10일 개최했다고 밝혔다.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영상위원회네트워크(AFCNet), 미국영화협회(MPA)와 공동 기획한 이번 행사에는 역대 최대 규모인 400명 이상의 신진 영화인이 참여했다. 참가자들은 마스터클래스와 업계 대담, 워크숍을 통해 촬영과 스토리텔링, AI 활용 등 영화 제작 실무와 창작 방향을 논의했다. 이번 행사에서 눈길을 끈 주제 중 하나는 AI가 영화 제작 과정에 가져오는 변화였다. 강윤성 감독은 '영화 제작과 AI-새로운 도구, 새로운 가능성'을 주제로 한 업계 대담에서 AI를 활용해 제작 효율을 높인 사례를 소개했다. 강 감독은 '중간계'에서 AI를 활용해 예산 문제로 접어뒀던 아이디어를 구현할 수 있었으며, '아덴만'에서는 제작 과정 효율화와 기간 단축을 통해 전체 비용을 30~40% 줄였다고 설명했다. 시각효과 기업 웨타 FX의 킴볼 서스턴 최고기술책임자(CTO)도 AI가 반복적인 작업을 맡으면 아티스트들이 더 다양한 시도를 하고 결과물을 수정하는 데 집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AI가 단순히 새로운 시각 효과를 만드는 기술을 넘어 기존 제작 과정에서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던 작업을 보조하는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AI가 영화 제작의 모든 영역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데 참석자들의 의견이 모였다. 강 감독과 서스턴 CTO는 감정 표현과 같은 영역에서는 인간의 손길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성규 넷플릭스 아시아태평양 프로덕션 시니어 디렉터도 AI를 활용하는 목적은 창의성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창작 활동을 지원하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넷플릭스가 AI 활용과 함께 신진 창작자 육성 및 글로벌 유통을 강화하고 있는 배경에는 콘텐츠 제작 생태계의 변화와도 연결된 것으로 분석된다. 창작자가 새로운 기술을 활용해 작품을 완성하더라도 이를 투자와 제작 기회로 연결하고 관객에게 선보일 수 있어야 지속적인 창작 활동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날 행사에서는 신진 창작자들이 작품을 개발하고 관객을 만나는 과정에서 겪는 변화도 소개됐다. 남궁선 감독은 '고백의 역사'가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뒤 전 세계 시청자들과 작품에 관해 소통한 경험을 공유했다. 손광민 감독은 위은경 감독과 공동 연출한 단편영화 '선희이모'가 넷플릭스 공개 이후 1000개가 넘는 댓글을 얻었다고 말했다. 영화제 상영이 끝나면 관객을 다시 만나기 어려웠던 단편영화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새로운 시청자와 연결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넷플릭스는 아시아태평양 콘텐츠의 글로벌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전망했다. 넷플릭스에 따르면 넷플릭스 글로벌 비영어권 톱10에서 아시아태평양 작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5년 전 약 30%에서 올해 절반 이상으로 늘었다. 지난 10년간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350개 이상의 제작사와 협력하고 650개 이상의 도시와 마을에서 촬영했으며, 기술·인재 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1만8000명 이상에게 교육과 성장 기회를 제공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성과는 아시아 콘텐츠가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더 넓은 관객층과 만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시청과 댓글 등 관객 반응이 창작자의 후속 제작이나 안정적인 수익으로 이어지는지는 별도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글로벌 유통 기회 확대가 지속적인 창작 활동으로 연결되려면 작품 공개 이후의 성과와 후속 프로젝트 참여 기회도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창작자 교육을 위한 실무 프로그램도 확대했다. 올해 처음 마련한 워크숍에서는 신진 창작자들이 넷플릭스 콘텐츠·크리에이티브 전략 담당자들과 만나 콘텐츠 바이어의 제작 승인 기준과 시청자의 몰입을 유지하는 파일럿 프로그램 구성 방법 등을 배웠다. 제작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실무 지식과 업계의 의사결정 과정을 공유해 창작자들이 기획 단계부터 작품의 완성도와 시장성을 함께 고민하도록 돕는다는 취지다. 이날 김민영 넷플릭스 아시아태평양 콘텐츠 부문 부사장은 행사에서 콘텐츠 제작은 촬영과 디자인, 편집, 제작, 시각효과(VFX)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성과 판단이 모여 완성된다며 창작 인력의 성장이 콘텐츠 산업의 미래와 연결된다고 강조했다. 박가언 부산국제영화제 부집행위원장도 지역적이고 구체적인 이야기가 오히려 보편적인 공감을 얻을 수 있다며 신진 창작자들이 자신만의 이야기를 발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박가언 부산국제영화제 부집행위원장은 "부산국제영화제가 지난 30년간 아시아의 창작자를 발굴하고 이야기를 소개해 왔다면, 넷플릭스는 10년간 그 이야기를 세계 무대로 실어 나르는 다리 역할을 했다"며 "지역적이고 진정성 있고 구체적인 이야기일수록 오히려 더 보편적인 공감을 얻는다는 점이 증명된 만큼, 신진 창작자들도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2026-10-12 17:0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