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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바이오팜, '연구→임상' 잇는 글로벌 R&D 조직 강화
[경제일보] SK바이오팜이 신약 후보물질 발굴부터 글로벌 임상개발까지 이어지는 연구개발(R&D)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신경과학과 항암 분야에 글로벌 전문가를 배치하고 미국 법인을 중심으로 의사(MD) 인력을 확충했다. 자체 개발한 뇌전증 신약 ‘엑스코프리’에 이은 후속 글로벌 신약을 만들기 위한 기반 구축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8일 SK바이오팜은 글로벌 신경과학 전문가 김태호 박사를 신경과학 본부장(VP·Global Head of Neuroscience)으로 영입했다. 기존 중추신경계(CNS) 연구 기능은 ‘Neuroscience 본부’로 확대 개편했다. CEO 직속 조직으로 운영한다. 김 박사는 20년 이상 신경과학 분야에서 신약 연구와 개발을 수행한 전문가다. 노바티스에서 12년간 신경과학 R&D를 담당했다. 신약 후보물질 발굴부터 전임상과 초기 임상개발, 포트폴리오 전략 수립까지 경험했다. 김 박사는 앞으로 신경과학 연구와 중개연구를 총괄한다. 연구 전략과 파이프라인 관리도 맡는다. 차세대 신약 후보물질 발굴과 오픈이노베이션, 국내외 공동연구도 추진할 예정이다. 항암 분야도 전문성을 강화하고 있다. SK바이오팜은 방사성의약품(RPT)과 표적단백질분해(TPD)를 차세대 항암 분야로 보고 연구 역량을 확대하고 있다. RPT 연구는 신용제 RPT센터장이 이끈다. 후보물질 발굴과 함께 자체 킬레이터 플랫폼 구축에도 나섰다. 방사성동위원소 공급망을 확보하고 관련 파이프라인도 확대하고 있다. TPD 분야는 미국 법인 SK라이프사이언스랩스의 라이언 크루거 박사가 맡고 있다. 크루거 박사는 최고과학책임자(CSO)로서 표적단백질분해 기술을 활용한 차세대 항암 신약 연구를 이끌고 있다. 암 생물학과 후성유전학 분야의 전문성을 갖췄다. 개발 단계에서는 의사 출신 인력의 역할을 키웠다. SK라이프사이언스를 중심으로 임상개발과 약물감시(PV), Medical Affairs(MA) 등 주요 의학 기능에 MD 인력을 배치했다. 현재 CMO인 수니타 미스라를 포함해 CNS와 항암 임상개발, PV, MA 등에 총 8명의 MD가 포진해 있다. 주요 개발 및 의학 기능 전문인력 가운데 약 20%가 MD다. 지난 7월에는 김수영 MD도 합류했다. 김 MD는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와 애브비 등 글로벌 제약사에서 18년 이상 항암 임상과 신약개발을 경험했다. SK바이오팜에서는 임상개발 부문 부사장(VP·Clinical Development)을 맡는다. SK바이오팜이 MD 인력을 늘리는 이유는 명확하다. 신약의 과학적 가능성뿐 아니라 실제 환자에게 필요한 치료인지까지 개발 초기부터 판단하기 위해서다. 임상시험은 후보물질의 효능만 확인하는 과정이 아니다. 환자의 미충족 수요와 치료 환경을 파악해야 한다. 의료진이 실제 처방할 수 있는 약인지도 중요하다. SK바이오팜은 연구자와 의사가 개발 초기부터 협업하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 CNS 분야에서는 전신 강직·간대발작(PGTC)과 부분 발작, 소아 적응증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카리스바메이트 등 후속 프로그램의 임상개발도 진행한다. 항암 분야에서는 p300과 NTSR1·CA9 프로그램의 임상개발을 맡고 있다. 약물감시와 Medical Affairs에서도 MD 인력이 역할을 수행한다. 임상시험 이후 안전성을 관리하고 의료진과 의학적·과학적 소통을 담당한다. 연구부터 임상, 안전성 관리, 의료 현장과의 소통까지 의학적 전문성을 연결하는 구조다. SK바이오팜의 다음 목표는 ‘East-West Bridge’ 전략이다. 국내를 비롯한 아시아에서 유망한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한다. 이후 전임상과 초기 임상을 거쳐 글로벌 개발로 연결한다. SK바이오팜이 보유한 글로벌 임상개발과 상업화 역량을 활용해 신약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업계에서는 SK바이오팜이 엑스코프리를 통해 확보한 글로벌 상업화 경험을 후속 파이프라인으로 확장하는 과정으로 보고 있다. 신약 후보물질을 확보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글로벌 임상과 허가, 판매까지 연결할 수 있는 조직을 갖추는 것이 핵심이다. SK바이오팜 이동훈 사장은 “글로벌 신약은 좋은 물질을 발굴하는 것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연구개발 초기부터 환자에게 어떤 치료적 가치를 제공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환자 진료와 처방 경험을 갖춘 MD와 연구 전문가의 협업을 통해 연구에서 임상개발, 상업화까지 연결되는 R&D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2026-09-08 10: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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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54만 계정 털렸는데"…티빙 유출 피해 구제 도마 위
[경제일보] 티빙에서 총 3954만개의 계정 정보가 유출된 대규모 개인정보 침해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회사가 내놓은 이용자 보상안을 두고 실효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티빙은 최대 300만원을 보상하는 해킹·피싱 안심보험과 5000원 상당의 티빙 포인트, 웨이브 광고형 요금제 또는 CGV 할인 쿠폰 등을 제공하기로 했지만, 실제로 모든 피해 이용자에게 확정적으로 돌아가는 혜택은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로 이용자 불안과 2차 피해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서 기업의 보상 수준과 책임 범위를 둘러싼 논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4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민관합동조사단은 티빙 침해사고에 대한 최종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활성·휴면·탈퇴 계정을 포함해 모두 3954만개의 계정 정보가 유출됐다고 지난 3일 밝혔다. 유출된 정보에는 성명과 휴대전화 번호, 이메일 주소, 생년월일, 연계정보(CI) 등 최대 20개 항목, 70종의 정보가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티빙은 이날 공식 사과와 함께 고객 보상 대책을 내놨다. 피해 고객에게 1년간 해킹·피싱 등에 따른 사이버 금융사기와 인터넷 쇼핑몰 사기, 개인 간 직거래 사기 등에 대해 1인당 최대 300만원을 보상하는 안심보험을 제공한다. 특히 티빙 구독 고객에게는 별도 신청 없이 10월부터 12월까지 프리미엄급 시청 환경을 제공하고, 추가로 5000원 상당의 티빙 포인트와 웨이브 광고형 요금제 1개월 이용권 또는 CGV 할인 쿠폰 중 하나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보상안의 상당 부분이 현금성 보상이 아닌 5000원 상당의 포인트와 제휴 서비스 이용권을 제공한다는 것으로 구성돼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대 300만원의 안심보험 역시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 자체에 정액으로 지급되는 보상이 아니라 향후 특정 유형의 피해가 발생했을 때 보상받을 수 있는 보험 상품이다. 특히 티빙은 개인정보 유출 피해 정도와 관계없이 모든 피해 고객에게 동일한 보상안을 적용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이용자에게는 보험의 보상 한도를 온전히 체감하기 어렵고, 당장 확정적으로 받을 수 있는 혜택 역시 제한적이다. 티빙은 전체 보상 규모도 공개하지 않았다. 티빙은 보상안에 얼마나 많은 이용자가 참여하고 어떤 옵션을 선택할지에 따라 전체 금액이 달라져 구체적인 규모를 확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번 사고에서 더 주목되는 부분은 피해 범위가 티빙 자체 가입자에만 머물지 않았다는 점이다. 앞서 KT가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제공한 티빙 이용권을 등록해 실제 서비스를 이용한 고객 약 41만6000명도 이번 유출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KT가 제공한 티빙 이용권을 선택한 약 58만6000명 가운데 실제 서비스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티빙에 개인정보가 저장되면서 피해 대상이 된 것이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간편로그인을 통해 티빙에 가입한 이용자 역시 피해 대상에 포함됐다. 간편로그인을 이용하더라도 본인 확인 과정에서 이름과 휴대전화 번호 등 개인정보가 티빙에 전달·저장될 수 있으며, 이번 사고로 티빙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된 관련 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파악됐다. 제휴사의 시스템이 직접 해킹된 것은 아니지만, 하나의 서비스에 연결된 여러 플랫폼 이용자의 정보가 한 곳에서 함께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평가된다. 이 때문에 기업 간 제휴와 간편가입이 확대되는 플랫폼 환경에서 개인정보 보호 책임을 어디까지 물어야 하는지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용자는 네이버나 카카오, KT 등을 통해 서비스를 접하지만 실제 개인정보를 수집·보관하는 주체는 별도의 플랫폼일 수 있다. 사고가 발생했을 때 이용자 입장에서는 어느 기업에 책임을 요구해야 하는지 복잡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특히 이번 개인정보 유출 사고는 제휴 서비스가 새로운 피해 경로가 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KT 이용자들은 기존 해킹 사고에 대한 보상으로 티빙 이용권을 받았지만, 그 이용권을 사용하기 위해 티빙에 가입하고 본인인증을 거치는 과정에서 개인정보가 다시 티빙 시스템에 저장됐다. 결국 한 기업의 사고를 보상하기 위해 다른 플랫폼을 이용하게 된 이용자가 해당 플랫폼에서 다시 개인정보 유출 피해를 입는 연쇄 구조가 발생한 것이다. 티빙은 재발 방지를 위해 오는 2030년까지 정보보호 투자를 직전 5년의 4배 수준으로 확대하고 제로 트러스트 기반의 접근통제, AI 기반 이상징후 탐지와 실시간 대응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CEO 직속 정보보호혁신 자문위원회를 신설하고 CEO·CISO·CPO 중심의 보안 거버넌스도 강화할 방침이다. 다만 사후 보안 투자 확대가 이번에 발생한 피해에 대한 이용자의 불안을 해소하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다. 3954만개라는 대규모 계정 정보가 유출된 만큼 향후 명의도용이나 피싱, 스미싱 등 2차 피해가 발생할 경우 피해자를 어떻게 구제할지, 보험으로 보장되지 않는 피해를 어떤 방식으로 보상할지가 남은 과제로 전망된다. 최주희 티빙 대표는 "충분하지는 않겠지만 피해를 입은 고객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 준비했다"며 "이번 사건과 배상과 관련해서도 법에 따라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2026-09-04 17:5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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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업스테이지, 보안 AI로 의기투합…'국산 AI' 실전 투입 나선다
[경제일보] SK텔레콤이 독자 인공지능(AI) 파운데이션 모델 경쟁을 넘어 사이버 보안 분야에서 AI 상용화에 나선다.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2차 평가에서 경쟁했던 SK텔레콤과 업스테이지가 보안 AI 개발을 위해 손잡고, 국내 주요 보안 기업 9곳까지 합류한 '보안 AI 올스타팀'을 꾸렸다. 대규모 언어 모델(LLM)을 실제 보안 현장에 적용해 위협 탐지부터 대응까지 자동화하는 것을 목표로 이번 협업을 진행한다. 27일 SK텔레콤은 업스테이지와 국내 주요 보안 기업, 대학, 한국정보보호산업협회(KISIA)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추진하는 '사이버 보안 특화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사업에 참여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번 컨소시엄은 최근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사업 2차 평가에서 살아남은 3개 팀 가운데 SK텔레콤과 업스테이지가 한 팀으로 뭉친 것이 특징이다. 두 회사는 각각 독자 AI 모델인 'A.X K'와 'Solar Open' 계열을 개발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보안에 특화된 AI 모델 개발을 맡는다.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사업이 국내 자체 AI 모델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혔으며, 이번 사업을 통해 확보한 AI 기술을 특정 산업 현장에 적용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사이버 보안은 실시간으로 대량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위협에 대응해야 하는 만큼 AI 활용 가능성이 큰 분야로 꼽힌다. 최근 보안 관제 센터(SOC)에는 하루에도 수많은 보안 경보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사람이 모든 경보를 일일이 분석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AI를 활용해 위협 여부를 판단하고 대응 과정까지 자동화하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이번 컨소시엄은 AI 모델 개발에 그치지 않고 실제 보안 현장에서 모델을 검증하는 구조를 갖췄다. SK텔레콤과 업스테이지가 모델 개발을 맡고, 보안 기업들이 실제 운영 과정에서 축적한 데이터를 학습에 활용한다. 이후 개발된 모델을 각 기업의 상용 제품과 보안관제 환경에 적용해 성능을 검증하고 개선하는 방식이다. SK텔레콤은 AI 모델과 'AI 에이전트'를 결합해 위협 탐지부터 분석, 대응까지 자동화한다는 구상이다. 단순히 '공격이 발생했다'고 알려주는 수준을 넘어 AI가 공격 유형과 위험도를 판단하고 적절한 대응 조치까지 수행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구현하고 있다. 이를 위해 SK쉴더스, 시큐아이, 안랩, 이글루코퍼레이션, 라온시큐어, 스마트엠투엠, 에임인텔리전스, 지니언스, 파이오링크 등 9개 보안 기업이 컨소시엄에 참여한다. 보안관제와 위협 분석부터 네트워크, 단말, 인증, 취약점 점검, AI 모델 안전성 평가 등 각 분야의 전문성을 결합한다. SK텔레콤 역시 통신 인프라를 24시간 관제하며 축적한 보안 운영 경험을 활용한다. CEO 직속 정보보호최고책임자(CISO) 조직 아래 통합보안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129명의 전담 인력이 24시간 탐지·대응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개인정보보호책임자(CPO) 조직까지 포함하면 관련 인력은 149명 규모다. 보안 AI의 경쟁력은 결국 얼마나 양질의 보안 데이터를 확보하고 실제 현장에서 검증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번 컨소시엄에는 보안 기업뿐 아니라 고려대학교와 숭실대학교 산학협력단, KISIA도 참여해 모델 성능과 안전성 검증, 전문인력 양성 및 산업계 확산을 맡는다. 특히 국내 보안 환경에 맞는 AI 모델을 확보한다는 점도 이번 사업의 특징이다. 해외에서 개발된 AI 모델을 그대로 활용하기보다 국내에서 발생하는 사이버 위협과 한국어 보안 데이터, 국내 규제 환경 등을 반영한 모델을 개발해 국내 보안 산업의 AI 전환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다만 보안 AI가 실제 현장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데이터 확보와 개인정보·기업 기밀 보호, AI의 오탐과 오판을 줄이는 문제 등이 과제로 꼽힌다. AI가 보안 판단을 잘못 내릴 경우 정상적인 서비스를 공격으로 판단하거나 실제 위협을 놓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모델 성능뿐 아니라 안전성을 독립적으로 검증하는 체계가 중요해질 전망이다. 조동연 SK텔레콤 AI 컨버전스 담당은 "국내 보안 현장의 데이터와 노하우를 국산 AI 모델에 담아 실전형 보안 AI 체계를 만들겠다"며 "국내 산학연이 함께 만든 역량으로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할 수 있도록 보안 AI 생태계를 넓혀가겠다"고 말했다.
2026-08-27 09:3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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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삼국지… 현대차 '몸·공장' vs 삼성 '두뇌·부품' vs LG '생활공간'
[경제일보] 삼성전자, 현대자동차그룹, LG전자는 로봇을 차세대 성장축으로 올려놨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이 화면 안에서 답을 내놓는 기술이라면, 피지컬AI는 센서와 소프트웨어로 현실을 인식하고 로봇의 몸을 움직여 일을 수행한다. 승부는 시연 영상의 화려함보다 공장과 가정, 상업시설에서 얼마나 안전하고 싸게 반복 작업을 수행하느냐에서 갈릴 전망이다. 세 그룹의 출발점은 다르다. 현대차그룹은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로봇 본체와 자동차 양산 현장을 갖고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센서, AI 소프트웨어, 가전 생태계를 한데 묶을 수 있다. LG전자는 가정·상업·산업용 로봇을 스마트홈과 공조, 서비스망에 연결하는 전략을 택했다. 각각 ‘몸과 공장’, ‘두뇌와 부품’, ‘생활공간’을 선점한 셈이다. 공장부터 잡은 현대차 현대차그룹은 가장 먼저 실제 작업장을 로봇의 학습장으로 삼았다. 그룹은 지난 16일 소프트뱅크가 보유한 보스턴다이내믹스 잔여 지분 약 10%를 인수하는 절차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소프트뱅크의 풋옵션 행사에 따라 그룹 주주사들이 내부 의사결정과 승인 절차를 검토하는 단계다. 거래가 마무리되면 보스턴다이내믹스는 현대차그룹의 완전 자회사가 된다. 지분 인수가 완료될 경우 현대차그룹이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장기 투자와 사업전략, 향후 기업공개 가능성까지 더욱 유연하게 결정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21년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 80%를 인수하며 로봇사업에 본격 진입했다. 핵심 자산은 휴머노이드 ‘아틀라스’다. 현대차그룹은 2028년 미국 조지아 메타플랜트에서 아틀라스를 부품 배열 작업에 투입하고, 2030년에는 부품 조립으로 적용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현대모비스는 로봇의 관절 역할을 하는 액추에이터를 공급하고, 현대글로비스는 물류와 공급망 역량을 지원한다. 자동차를 수백만 대씩 생산해온 공정 설계와 품질관리 경험을 로봇 양산으로 옮길 수 있다는 것이 현대차그룹의 강점이다. 자동차 공장은 작업 동선과 공정이 비교적 표준화돼 있어 휴머노이드의 성능과 안전성, 경제성을 검증하기에도 유리하다. 그룹 내부에서 먼저 사용해 데이터를 쌓은 뒤 외부 제조업체로 판매처를 넓히는 전략도 가능하다. 하지만 보스턴다이내믹스의 기업가치와 투자 회수 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의문이 남아 있다. 로봇이 생산성을 높이더라도 높은 도입비와 유지비를 상쇄하려면 긴 시간이 필요하다. 생산현장에서는 자동화가 고용을 줄일 수 있다는 노조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AI와 로봇의 생산라인 도입이 고용 안정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현대차가 넘어야 할 벽은 기술보다 원가와 노사 신뢰일 수 있다. 생태계로 승부 거는 삼성 삼성전자는 지난 21일 대표이사 직속 ‘RX(Robotics eXperience)사업추진실’을 신설했다. 서울R&D캠퍼스를 거점으로 로봇 전략과 핵심기술 개발, 사업화를 한 조직에 모으고 미국·중국·일본에도 연구 거점을 두기로 했다. 현대차그룹에서 보스턴다이내믹스 운영 방향을 포함한 로봇 전략을 맡았던 이동건 삼성전자 부사장이 로보틱스전략팀장을 맡았다. 삼성전자는 제조현장용 휴머노이드에서 출발해 가정과 유통 공간으로 적용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삼성의 강점은 로봇을 구성하는 생태계다. 삼성전자는 2024년 말 레인보우로보틱스 지분을 35%로 늘려 최대주주가 됐고, 회사를 연결 자회사로 편입했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국내 최초 이족보행 로봇 ‘휴보’를 개발한 한국과학기술원 연구진이 설립한 회사다. 삼성전자는 여기에 AI 반도체와 카메라·센서, 배터리, 디스플레이, 통신기술, 스마트싱스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자 뉴스룸에 따르면 회사는 2030년까지 글로벌 제조사업장을 디지털 트윈과 AI 에이전트, 작업용·물류용·조립용 로봇이 결합된 ‘AI 자율공장’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반도체와 스마트폰, 가전 공장은 로봇을 시험하고 학습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는 대규모 실증장이 된다. 반도체부터 완제품과 플랫폼까지 이어지는 수직계열화도 경쟁사들이 쉽게 복제하기 어려운 자산이다. 약점은 조합의 복잡성이다. 부품과 기술이 많다고 완성도 높은 휴머노이드가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레인보우로보틱스와 삼성전자 내부 연구조직의 역할을 정리하고, 제조용 로봇 이후 어느 시장에서 돈을 벌 것인지 선명한 제품 전략을 내놔야 한다. 삼성의 승부처는 ‘할 수 있는 기술’이 아니라 ‘팔 수 있는 로봇’이다. 일상화 노리는 LG LG전자는 지난 1일 CEO 직속 로보틱스사업센터를 출범시켰다. 사업개발과 영업, 공급망, 생산 운영을 한 조직에 넣고 로봇 학습용 데이터팩토리 전담 조직도 두기로 했다. 자회사 로보스타의 산업용 로봇, 베어로보틱스의 상업용 서비스 로봇, 자체 가정용 로봇을 세 축으로 삼는다. 로봇의 핵심 구동부품인 액추에이터도 60년 넘게 축적한 모터 기술을 바탕으로 국내 생산을 준비하고 있다. LG의 무기는 로봇이 일할 공간을 이미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정에서는 가전과 씽큐 플랫폼, 상업시설에서는 서빙·배송 로봇, 산업현장에서는 스마트팩토리와 공조 솔루션을 연결할 수 있다. 삼성과 현대차가 범용 휴머노이드의 기술력과 제조현장 적용에 무게를 둔다면, LG는 정해진 공간에서 특정 업무를 안정적으로 수행하는 로봇부터 매출을 만들 가능성이 크다. 가정용 로봇을 가전 구독과 연결하거나 상업용 로봇을 유지보수 서비스와 묶는 방식도 LG가 선택할 수 있는 카드다. 반대로 세계적인 휴머노이드 브랜드와 대규모 양산 경험에서는 현대차보다 뒤처지고, AI 반도체와 센서의 수직계열화에서는 삼성에 미치지 못한다. 베어로보틱스와 로보스타, 가정용 로봇 조직을 하나의 소프트웨어와 데이터 체계로 묶는 일도 과제다. 서비스 로봇이 일회성 판매에 머무르지 않고 유지보수와 구독, 데이터 사업으로 이어져야 수익성이 생긴다. 가정용 로봇 역시 높은 가격을 지불할 만큼 분명한 효용을 제공하지 못하면 일부 고소득층을 위한 틈새제품에 그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피지컬AI의 최종 승자는 가장 사람처럼 움직이는 로봇을 만든 기업이 아닐 수 있다”며 “실제 현장 데이터를 가장 많이 쌓고, 학습과 배치 시간을 줄이며, 고장과 사고의 비용을 낮춘 기업이 시장을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이어 “현대차는 공장과 로봇의 몸, 삼성은 반도체와 AI 두뇌, LG는 가정과 상업 공간이라는 서로 다른 출발선에 섰다”며 “이제 경쟁은 로봇의 동작을 보여주는 무대에서 실제 고객의 작업장과 손익계산서로 옮겨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주경제 2026년 07월 30일자 13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6-07-30 08: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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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 CEO 직속 'AI DC 추진단' 신설…140조 AI 인프라 실행체제 가동
[경제일보] SK텔레콤이 140조원 규모의 AI 데이터센터(AI DC) 구축 사업을 본격적인 실행 단계로 전환했다. 최고경영자(CEO) 직속 전담 조직을 신설하며 정부의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가운데 하나인 AI 컴퓨팅 인프라 구축의 민간 실행축 역할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15일 SK텔레콤에 따르면 회사는 최근 정재헌 CEO 직속 조직인 'AI DC 통합추진단'을 신설하고 정석근 AI 사내독립기업(CIC)장을 추진단장으로 선임했다. 추진단은 사업개발과 엔지니어링·구축 조직으로 구성된다. AI 데이터센터 부지 선정부터 설계, 구축, 전력 확보, 고객 유치까지 사업 전 과정을 하나의 조직에서 총괄하도록 했다. AI 인프라 사업이 부동산 개발, 전력망, GPU 조달, 클라우드 운영, AI 서비스 기업 유치 등 다양한 영역이 동시에 움직여야 하는 만큼 의사결정 구조를 단순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SK텔레콤은 현재 SK그룹이 추진하는 총 140조원, 15GW 규모 AI 데이터센터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울산 AI 데이터센터를 시작으로 영남과 호남 등 전국으로 AI 인프라를 확대하는 계획이다. AI 데이터센터는 대규모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기반으로 생성형 AI와 AI 에이전트, 산업용 AI 서비스를 구동하는 핵심 인프라다. AI 모델 경쟁이 거대언어모델(LLM) 자체보다 컴퓨팅 자원 확보 경쟁으로 옮겨가면서 글로벌 빅테크와 각국 정부 모두 AI 데이터센터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번 조직 개편은 정부가 추진하는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와도 맞물린다. 정부는 AI 데이터센터를 국가 AI 경쟁력의 핵심 기반으로 보고 대규모 민간 투자와 전력 인프라 확충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SK그룹 역시 울산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국가 AI 컴퓨팅 인프라 구축에 참여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번 추진단 신설은 단순한 조직 확대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AI 데이터센터 사업은 통신사의 기존 네트워크 사업과 달리 전력, 부지 개발, GPU 확보, 냉각 설비, AI 플랫폼 운영, 글로벌 고객 유치가 동시에 이뤄져야 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사업개발과 구축 조직을 하나의 컨트롤타워 아래 묶은 것도 실행 속도를 높이기 위한 결정으로 해석된다. SK텔레콤은 현재 조직을 구성하는 단계로 AI 데이터센터 관련 임원들이 겸직 형태로 참여하고 있으며, 사업 확대에 맞춰 그룹 계열사 인력도 추가 합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 AI 인프라 경쟁, 이제는 '계획'보다 '실행' 이번 조직 개편에서 주목할 부분은 AI 전략의 무게중심이 연구개발에서 인프라 구축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AI 산업의 경쟁력은 더 이상 우수한 모델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막대한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GPU를 효율적으로 운영하며, 기업 고객이 즉시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센터를 얼마나 빠르게 구축하느냐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한다. SK텔레콤 역시 AI 서비스 기업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AI 인프라 사업자로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 CEO 직속 추진단은 이 같은 전략 변화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조직이다. 다만 초대형 AI 데이터센터 사업은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막대한 전력 확보와 송전망 구축, 지역 주민 수용성, GPU 공급망, 대규모 투자비 회수 등이 사업 성패를 좌우할 핵심 변수다.
2026-07-15 22:3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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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 '15조원 R&D' 승부수…AI 첨단소재 기업으로 전환
[경제일보] LG화학이 2035년까지 연구개발(R&D)에 15조원을 투자해 반도체·모빌리티·로봇 소재와 항암 신약을 미래 핵심 사업으로 육성한다. 중국발 공급 과잉과 글로벌 경쟁 심화로 기존의 석화 사업 수익성이 둔화되는 가운데 첨단소재와 바이오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재편해 수익 구조 고도화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23일 LG화학은 전날 열린 타운홀 미팅에서 이 같은 내용의 중장기 성장 전략을 공개했다. 기존 석유화학 중심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AI 기반 고부가 소재 기업으로 전환해 오는 2030년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이번 전략은 글로벌 석유화학 업황 변화와 맞닿아 있다. 중국과 중동 지역의 대규모 증설이 이어지면서 범용 화학제품 공급 과잉이 장기화되고 있다. 과거 성장 동력이었던 범용 석유화학 사업만으로는 수익성 확보가 어려워진다고 판단해 기술 진입장벽이 높은 첨단소재와 신약 중심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는 흐름으로 분석된다. LG화학은 이를 위해 2035년까지 총 15조원을 R&D에 투자할 방침이다. 투자 재원은 특정 사업에 한정하지 않고 전사 사업 활동을 통해 마련한다. LG화학은 석유화학 사업에서 창출한 현금만으로 미래 사업을 키우는 구조라기보다는, 석유화학과 첨단소재, 생명과학 등 전사 사업 영역에서 확보한 재원을 바탕으로 R&D와 신규 투자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LG화학 관계자는 “현재 영위하는 모든 사업에서 창출한 재원을 바탕으로 연구개발과 신규 설비 투자, 미래 사업 준비를 진행하는 것”이라고 했다. 특히 반도체·모빌리티·로봇 소재 등 육성사업에 전체 R&D 자원의 70%를 배분한다. AI 기반 신규 응용 분야와 선도 기술 확보에 집중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전략 실행력을 높이기 위한 조직 개편도 단행했다. LG화학은 지난달 CEO 직속 신사업 개발 조직을 신설하고 미래 사업 발굴과 투자 검토 기능을 강화했다. 조달 가능한 재원 범위 내에서 인수합병(M&A) 등 외부 성장 전략도 병행해 사업 확대 속도를 높일 예정이다. 핵심 육성 분야로는 반도체와 전자소재 사업을 꼽을 수 있다. LG화학은 첨단 패키징 소재 경쟁력 확보에 있어 패키징용 접착제와 저유전 소재, 열관리 소재, 유리기판 등 차세대 반도체 소재 개발을 확대하고 기존 필름 기반 디스플레이 소재(PID), 반도체 칩 접착 필름(DAF), 동박적층판(CCL) 등 핵심 제품 경쟁력을 바탕으로 전자소재 사업을 2030년 2조원 규모로 성장시킨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모빌리티 소재 사업을 로봇 분야로도 넓힌다. 로봇 몸체에 쓰이는 가볍고 강한 소재, 부품을 정밀하게 움직이거나 붙이는 데 필요한 소재 등이 대상이다. 고객사와 함께 제품을 개발해 진입장벽을 높이고, 안정적인 매출 기반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항암 신약 사업도 미래 성장축 가운데 하나다. LG화학은 글로벌 임상 개발과 파트너십 확대를 통해 신약 파이프라인 경쟁력을 높이고 기술이전과 전략적 투자 등을 통해 사업화 가능성을 높일 방침이다. 장기적으로는 첨단소재와 함께 바이오 사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육성한다는 구상이다. 사업 모델 변화도 추진한다. 단순히 소재를 공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고객 제품 성능과 제조 공정 개선까지 함께 제안하는 통합 솔루션 기업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가격 경쟁 중심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기술 기반의 안정적 수익 모델을 구축하겠다는 의미다. 업계에서는 이번 전략이 단순한 투자 확대를 넘어 LG화학의 사업 구조 전환 선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석유화학 업황 부진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첨단소재와 신약 중심의 성장 전략이 실제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동춘 LG화학 사장은 “LG화학은 기존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반도체·모빌리티·로봇 소재, 항암 신약을 중심으로 한 미래 성장 축에 역량을 집중하여 '기술이 강한 컨버팅 회사'로 도약할 것”이라고 밝혔다.
2026-06-23 11: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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