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총 4건
-
라즈베리 파이가 주목한 딥엑스 NPU…개발 보드 넘어 산업용 AI로
[경제일보] 초저전력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 딥엑스(DEEPX)가 글로벌 개발자 생태계를 발판으로 신경망처리장치(NPU)의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개발자들이 익숙한 소형 컴퓨팅 플랫폼에서 자사 반도체를 경험하도록 유도하는 동시에, 개발 단계에서 검증한 AI 기술을 산업용 장비와 실제 양산 제품으로 연결한다는 전략이다. 15일 딥엑스는 글로벌 소형 컴퓨팅 플랫폼 라즈베리 파이가 최근 공식 뉴스룸에 딥엑스와 공식 디자인 파트너사 식스팹의 기술 소개 글을 게재했다고 밝혔다. 딥엑스의 NPU 'DX-M1M'을 탑재한 라즈베리 파이 5용 AI 가속 보드 '식스팹 AI HAT+'를 활용해 기기 내부에서 AI를 실행하는 방법과 적용 가능성을 소개했다. 라즈베리 파이는 소형 컴퓨터를 활용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개발·실험하는 이용자층을 확보하고 있다. 개발자들이 라즈베리 파이 기반 프로젝트에서 딥엑스 NPU를 활용하면 별도의 대규모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고도 엣지 AI 기술을 시험할 수 있다. 딥엑스는 이를 통해 초기 개발 단계부터 자사 반도체를 경험한 개발자들이 향후 시제품 제작과 상용 제품 개발에서도 자사 기술을 선택하도록 유도한다는 구상이다. 딥엑스가 내세우는 기술적 강점은 낮은 전력 소비와 AI 추론 성능이다. DX-M1M은 최대 25TOPS(초당 1조회 연산)의 성능을 제공하면서 NPU 자체 소비전력은 일반적인 지속 구동 조건에서 약 3W 수준이다. 라즈베리 파이 본체와 주변 장치의 소비전력은 제외한 수치다. 딥엑스는 소형 기기에서 AI를 지속적으로 실행할 때 전력 공급과 발열 관리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활용 분야도 단순한 사물 인식에서 주변 환경을 이해하고 정보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확대될 수 있을 전망이다. 합성곱신경망(CNN)을 이용해 영상 속 사물이나 이상 징후를 탐지하고, 비전언어모델(VLM)로 장면의 맥락을 분석한 뒤 소형언어모델(SLM)로 상황을 설명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3D 프린터 작업대의 카메라가 출력 오류를 감지하고, 해당 장면을 분석해 사용자에게 문제 상황을 알려주는 시스템을 구성할 수 있다. 생산 라인의 품질 모니터링이나 로봇의 주변 환경 인식, 스마트 공간의 상황 분석 등도 응용 분야로 꼽힌다. 기기 내부에서 AI를 실행하는 엣지 AI 방식은 외부 서버로 데이터를 전송하거나 네트워크 연결을 유지해야 하는 부담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상과 같은 민감한 데이터를 현장에서 처리하면 외부 전송을 최소화할 수 있고, 통신 지연에 따른 영향을 줄여 실시간 대응이 필요한 환경에도 유리하다. 딥엑스는 반도체뿐 아니라 개발 과정에 필요한 소프트웨어 지원도 강화하고 있다. 모델 변환·최적화 도구와 실행 소프트웨어, 영상 처리 도구, 사전 최적화된 AI 모델 등을 제공해 개발자들이 자사 NPU를 활용한 응용 프로그램을 구현할 수 있도록 돕는다. 식스팹 AI HAT+와 엣지 AI 확장 보드, 산업용 AI 게이트웨이 'ALPON X5 AI'에는 공통된 딥엑스 런타임과 모델 형식을 적용해 개발 단계에서 만든 모델을 다른 제품으로 이전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는 개발용 보드에서 기술을 시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산업용 제품으로 확장하는 데 필요한 개발 환경을 함께 제공하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개발자가 처음부터 산업용 하드웨어를 대상으로 시스템을 설계하는 대신 비교적 접근하기 쉬운 보드에서 모델을 검증하고, 이후 실제 제품에 맞춰 적용 범위를 넓힐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딥엑스는 이러한 소프트웨어 연속성을 통해 개발자의 초기 진입 장벽을 낮추고 산업용 고객으로 이어지는 경로를 확보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딥엑스는 라즈베리 파이 외에도 바이두의 AI 프레임워크 패들패들, 객체 탐지 모델 개발 도구 울트라리틱스 등 글로벌 하드웨어·AI 소프트웨어 생태계와의 협력을 통해 개발자 접점을 넓히고 있다. 서로 다른 하드웨어와 AI 개발 도구를 활용하는 개발자들이 자사 NPU를 선택할 수 있도록 호환성과 활용 편의성을 높인다는 취지다. 딥엑스는 이러한 협력 관계를 바탕으로 기술 개발부터 시제품 제작, 양산으로 이어지는 환경을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 딥엑스는 앞서 지난 6월 식스팹과 함께 DX-M1M을 탑재한 라즈베리 파이 5용 AI 가속 보드 식스팹 AI HAT+를 출시했다. 현재 최대 25TOPS 성능을 지원하는 제품이 판매 중이며, 13TOPS 버전은 올해 말 출시할 예정이다. 딥엑스 관계자는 "피지컬 AI가 확산되기 위해서는 전 세계 개발자들이 필요한 AI 기능을 쉽게 구현하고 이를 실제 제품으로 연결할 수 있어야 한다"며 "라즈베리 파이에서 시작한 작은 실험이 세계 시장에서 판매되는 제품으로 이어지도록 반도체와 소프트웨어, 양산까지의 개발 환경을 함께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2026-10-15 16:56:38
-
-
-
글로벌 기업은 파업 후 무엇을 잃었나
[경제일보] 노동은 신성하고, 연대는 자유로운 인간의 권리다. 자신의 땀방울에 합당한 몫을 요구하는 것은 시장 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보편적 ‘정의(Justice)’에 부합한다. 노조가 정당한 보상과 투명한 기준을 요구하며 목소리를 내는 행위는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이자, 기업이 건강하게 성장하기 위해 치러야 할 민주적 과정이다. 하지만 글로벌 공급망이라는 거대한 그물망 속에서 단행되는 굵직한 파업은 결코 회사 내부의 좁은 울타리 안에 갇힌 고립된 섬으로 남지 않는다. 최근 삼성전자 노조의 총파업 예고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은 얄팍한 이분법에 갇혀 있다. 한쪽에서는 노조의 정당한 요구를 전적인 ‘탐욕’이나 ‘귀족 노조의 몽니’로 매도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파업이 초래할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그저 ‘사측의 뻔한 엄살’로 치부해 버린다. 이와 같은 두 가지 극단적 시각은 모두 ‘진리(Truth)’에서 빗겨나 있다. 진실은 그보다 훨씬 더 무겁고 복잡하다. 반도체라는 현대 문명의 쌀을 생산하는 거대한 톱니바퀴가 멈춰 설 때, 그 파장은 일개 기업의 노사 갈등을 넘어 생태계 전체에 잔혹한 청구서를 내민다. 자동차, 항공, 엔터테인먼트 등 최근 해외에서 벌어진 대형 파업의 궤적은 강한 노조일수록 자신들의 ‘자유(Freedom)’가 수반하는 막대한 비용에 대해 사회와 정직하게 대화해야 한다는 서늘한 경고를 던지고 있다. ◆ UAW·할리우드 파업이 남긴 공급망 붕괴의 경고 기계음이 멎은 공장은 적막하지만, 그 적막이 파생시키는 파음은 국경을 넘어 요동친다. 지난 2023년 미국 전미자동차노조(UAW)가 포드, GM, 스텔란티스 등 이른바 자동차 ‘빅3’를 상대로 벌인 ‘스탠드업 파업(Stand-up Strike)’은 현대 산업 생태계가 얼마나 촘촘하고도 연약하게 얽혀 있는지를 여실히 증명한 바 있다. 미국 AP통신과 로이터(Reuters) 통신이 인용한 경제컨설팅업체 ‘앤더슨이코노믹그룹’의 분석 자료에 따르면, 파업 6주 차를 기준으로 발생한 직접적인 경제 손실만 무려 104억 달러(한화 약 14조원)를 넘어섰다. 더욱 뼈아픈 진실은 타격의 영점이 완성차 업체에만 머물지 않았다는 데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의 심층 보도에 따르면, 파업 4주 차에 이미 리어, 마그나 등 주요 부품업체와 영세한 2·3차 협력사가 입은 임금·수익 손실만 약 26억7000만 달러에 달했다. 노조가 사측의 항복을 받아내는 동안 방파제 없는 하청업체 노동자들은 생계의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같은 해 발생한 미국 할리우드 작가 및 배우 노동조합(WGA·SAG-AFTRA)의 동반 파업 역시 궤를 같이한다. 인공지능(AI)의 무분별한 활용에 반대하고 정당한 보상 구조를 요구한 그들의 명분은 시대적 정의에 부합했다. 하지만 미국 CNN 방송과 영국의 가디언(The Guardian)이 전한 파업의 후폭풍은 참혹했다. 영화와 TV 제작이 전면 중단되면서 캘리포니아와 조지아 등 제작 중심 지역의 일일 촬영 스태프, 소규모 외주 제작사, 심지어 촬영장 인근의 식당과 세탁소 등 지역 상권이 떠안은 경제적 손실은 60억 달러 이상으로 추산됐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밖의 평범한 이웃들이 파업의 가장 무거운 비용을 대신 치른 셈이다. 이들 사례들은 삼성전자에 매우 뚜렷한 시사점을 남긴다. 평택과 화성의 반도체 라인이 멈추면 단순히 삼성전자라는 거대 기업의 영업이익 감소로 끝나지 않는다. 수많은 장비·소재·부품 협력사는 물론이고, 삼성의 메모리에 의존하는 전 세계 AI 서버·데이터센터 공급망 전체가 짙은 불확실성의 늪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 보잉·루프트한자가 경험한 ‘신뢰 상실’의 청구서 파업의 가장 무서운 비용은 공장의 가동이 멈춘 물리적 시간이나 미지급 임금만으로 계산되지 않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2024년 약 3만3000명이 참여한 미국 보잉(Boeing) 노조의 파업은 737 MAX, 777 등 핵심 상업용 제트기 생산을 완전히 중단시켰다. 7주간의 지난한 줄다리기 끝에 38% 임금 인상이라는 노조 측의 승리로 타결됐지만, 회사가 치른 대가는 혹독했다. 보잉은 전체 직원의 약 10%에 해당하는 1만7000명 감원이라는 뼈아픈 구조조정의 칼을 빼들어야 했고, 3분기에만 50억 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무엇보다 치명적인 것은 글로벌 항공사들에게 생명과도 같은 ‘납기 지연’이라는 주홍글씨가 새겨졌다는 점이다. 보잉의 위기는 반도체 납기 신뢰가 핵심 경쟁력인 삼성전자와 본질적으로 맞닿아 있다. 글로벌 B2B 시장에서 공급자가 한 번 신뢰를 잃으면, 고객은 다음 계약에서 단가보다 ‘안정성’을 최우선 가치로 따지게 된다. 이는 독일의 국적 항공사 루프트한자(Lufthansa) 사례에서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독일 제1공영방송 ARD와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2024년 연이은 노조 파업으로 루프트한자가 입은 누적 비용 2억5000만 유로 중 운항 취소 등으로 인한 직접 비용은 1억 유로에 불과했다. 나머지 1억5000만 유로는 파업의 불확실성을 피하기 위해 고객들이 선제적으로 경쟁 항공사로 예약을 돌리면서 발생한 ‘장부 밖의 손실’이었다. 반도체 시장의 큰손 고객들 역시 공급망 리스크가 감지되는 순간, 언제든 대만 TSMC나 미국 마이크론 등 경쟁사로 발길을 돌릴 수 있다. 한 번 떠난 고객은 쉽게 돌아오지 않는다. ◆ ‘18일의 멈춤’보다 치명적인 ‘내일의 상실’ 삼성전자가 직면한 위험은 기우가 아니라 가시화된 현실이다. 삼성전자 노조는 기본급 7% 인상과 연간 영업이익의 15% 성과급 배정 등을 요구하며 평택 반도체 단지 생산량의 절반에 타격을 줄 수 있는 ‘18일간의 총파업’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신제윤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이 사내 메시지를 통해 “고객 이탈과 경쟁력 하락, 나아가 자본 유출과 세수 감소 등 국가 경제 전반에 미칠 파장”을 우려한 것은 사측의 방어적 엄살로만 폄하할 수 없는 냉혹한 진리다. 노조가 경쟁사와의 보상 격차를 지적하고, 경영진의 불투명한 성과급 산정 기준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타당한 문제 제기다. 그들은 수만 명을 운집시킨 압도적 동원력을 통해 노동조합의 존재 가치를 충분히 증명했다. 다만, 수만명의 결속력이 곧바로 산업 생태계 전체를 뒤흔들 명분까지 무조건적으로 정당화하지는 않는다. 국가의 명운을 짊어진 핵심 전략 산업의 노조일수록 ‘우리가 마땅히 받아야 할 몫’과 함께 ‘우리가 라인을 멈췄을 때 이름 없는 협력사와 고객이 치러야 할 비용’을 조합원과 국민에게 정직하게 설명할 의무가 있다. 글로벌 반도체 전장(戰場)에서 고객은 기다려주지 않고, 경쟁사는 자비를 베풀지 않는다. 삼성전자 노조가 진정 조합원들의 장기적 이익과 일자리의 안녕을 원한다면, 단기적인 보상 획득과 장기적 경쟁력 훼손 사이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잠시 멈추고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업계 관계자는 “파업은 언젠가 타결의 순간을 맞이하고 라인은 다시 돌아가겠지만, 한 번 훼손된 고객의 기억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며 “글로벌 초일류 기업과 구성원들이 함께 치러야 할 가장 비싸고 고통스러운 청구서는 매출 손실이 아니라 영영 사라져 버릴지 모르는 고객의 신뢰”라고 했다. 이어 “사측과 노조 모두가 공멸의 청구서를 찢어버릴 상생의 지혜를 발휘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2026-05-08 16:2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