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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KT 전 경영진에 '감시 의무' 철퇴… "몰랐어도 책임, 반환했어도 유죄"
[경제일보] 황창규 전 KT 회장과 구현모 전 대표가 재임 시절 발생한 이른바 '국회의원 쪼개기 후원' 사건과 관련해 회사에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왔다. 1·2심의 무죄 취지 판결을 뒤집은 이번 파기환송은 기업 경영진의 '감시 의무'를 대폭 강화한 판례로 향후 재계의 컴플라이언스(준법경영) 시스템에 적잖은 파장을 미칠 전망이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2일 KT 소액주주 35명이 황 전 회장 등 전직 경영진 11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내부통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작동하도록 배려할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이사로서의 임무 해태를 명확히 지적했다. ◆ 1·2심 뒤집은 핵심 법리...'결과적 회수' vs '절차적 위법' 이번 소송의 쟁점은 크게 두 가지였다. 첫째, 경영진이 실무진의 불법 행위(상품권 깡을 통한 비자금 조성)를 구체적으로 지시하거나 알지 못했더라도 책임을 져야 하는가. 둘째, 조성된 비자금 중 정치자금으로 쓰인 돈이 나중에 회사로 반환됐다면 손해가 없는 것으로 볼 수 있는가였다. 1·2심 재판부는 경영진의 손을 들어줬다. 황 전 회장이 구체적으로 지시한 증거가 없고 구 전 대표 역시 정치자금법 위반은 인정되나 해당 금액이 회사로 반환돼 실질적인 손해가 없다고 봤다. 즉 '몰랐거나', '돈을 채워 넣었으면' 면책된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대법원의 시각은 달랐다. 대법원은 상법 제393조에 근거한 이사의 '감시 의무'를 엄격하게 해석했다. 재판부는 "대표이사와 이사는 회사의 업무 집행이 적법하게 이뤄지도록 내부통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그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감시할 의무가 있다"고 전제했다. 이어 "황 전 회장과 구 전 대표는 상품권 현금화를 통해 거액의 부외자금(비자금)이 조성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통제 시스템을 마련하지 않았고 운영 실태를 점검조차 하지 않았다"고 질타했다. 즉 구체적인 불법 행위를 지시하지 않았더라도 이를 걸러낼 시스템을 만들지 않고 방치한 것 자체가 '임무 해태'라는 것이다. 또한 손해 범위에 대해서도 정치권에 건네진 후 반환된 돈(약 4억원) 외에 상품권 깡 과정에서 수수료로 증발하거나 용처가 불분명한 나머지 비자금(총 11억원 중 잔여분)에 대해서도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 '무궁화위성·미르재단'은 면책…정치적 판단과 경영 판단의 경계 다만 대법원은 소액주주들이 제기한 다른 의혹들에 대해서는 원심의 기각 판결을 유지했다. 무궁화위성 3호 헐값 매각 논란이나 미르재단 출연금 지원 등은 경영상의 판단이거나 구체적인 임무 해태를 증명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사법부가 경영진의 배임 책임을 물을 때 '명백한 불법 행위(정치자금법 위반)'와 '정책적·경영적 판단'을 구분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비자금 조성과 같은 명백한 위법 행위에 대해서는 감시 소홀의 책임을 엄중히 묻되, 경영상 의사결정의 영역은 존중한다는 신호를 보낸 셈이다. 사건은 다시 수원고법으로 넘어갔다. 파기환송심의 핵심은 '배상액 산정'이 될 것이다. 대법원이 구 전 대표뿐만 아니라 황 전 회장의 감시 의무 위반까지 인정함에 따라 이들이 연대하여 배상해야 할 금액이 수십억원대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법조계는 이번 판결이 '주주 행동주의'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이사의 감시 의무를 좁게 해석해 경영진이 면죄부를 받는 경우가 많았으나 이번 판결로 소액주주들이 경영진의 부실한 내부통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법적 무기가 강력해졌기 때문이다. 한 기업법 전문 변호사는 "과거에는 '실무진이 알아서 했다'는 꼬리 자르기가 통했지만 이제는 대표이사가 시스템 미비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시대가 됐다"며 "금융사뿐만 아니라 일반 대기업들도 내부 준법감시 조직의 권한을 대폭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KT 내부적으로도 이번 판결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재 KT는 차기 대표 선임을 앞두고 지배구조 개선에 한창이다. 과거 경영진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된 만큼 차기 경영진은 투명한 자금 집행과 컴플라이언스 강화라는 무거운 숙제를 안고 출범하게 됐다. 결국 대법원은 "눈을 감고 있는 선장도 침몰의 책임이 있다"는 준엄한 원칙을 확인했다. 이번 판결은 KT를 넘어 대한민국 재계 전체에 '내부통제 리스크'를 다시금 각인시키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2026-03-02 14:30:00
박윤영 체제 출범 앞두고 '칼' 빼든 국민연금, 3월 주총 전운 고조
[이코노믹데일리] 국민연금이 KT에 대한 주식 보유 목적을 1년 만에 다시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했다. 오는 3월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차기 대표이사로 내정된 박윤영 후보 선임 안건을 두고 적극적인 검증과 실력 행사에 나서겠다는 예고장으로 풀이된다. 지난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달 28일 기준 KT 주식 155만6640주(0.62%)를 매도해 지분율이 7.05%로 변동됐다고 공시했다. 주목할 점은 지분율 변화보다 보유 목적 변경이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2월 '일반투자'에서 '단순투자'로 낮췄던 보유 목적을 1년 만에 다시 '일반투자'로 상향 조정했다. 자본시장법상 보유 목적은 '단순투자', '일반투자', '경영참여'로 나뉜다. 단순투자가 의결권 행사 등 최소한의 권리만 갖는다면 일반투자는 임원의 선임·해임, 정관 변경, 배당 확대 등 경영 전반에 대해 주주 제안을 하거나 반대 의사를 표명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관여가 가능하다. 국민연금의 이번 태세 전환은 과거 KT 경영진 교체기마다 반복됐던 '행동주의' 패턴과 맞닿아 있다. 국민연금은 KT와 같은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 투명성을 명분으로 결정적인 순간마다 '캐스팅보트'를 넘어 '비토권(거부권)'을 행사해왔다. 2022년 12월 국민연금은 당시 연임을 시도하던 구현모 전 대표에 대해 "경선 절차가 투명하지 않다"며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혀 결국 사퇴를 이끌어냈다. 이어 2023년 초 등장한 윤경림 전 사장에 대해서도 같은 이유로 압박해 낙마시킨 전력이 있다. 이후 2023년 8월 김영섭 현 대표가 선임되는 과정에서 절차적 정당성이 확보됐다고 판단, 지난해 2월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로 낮추며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1년 만에 다시 '일반투자' 카드를 꺼내 든 것은 이번 박윤영 후보 선임 과정이나 향후 경영 방침에 대해 확실한 목소리를 내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 왜 지금인가?…박윤영 후보 향한 '현미경 검증' 예고 업계에서는 국민연금의 행보를 두고 박윤영 차기 대표 후보자에 대한 '현미경 검증'을 시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박 후보는 과거 KT 기업부문장(사장)을 역임한 '정통 KT맨'이다. 2019년 회장 선임 당시 구현모 전 대표와 막판까지 경합을 벌였던 인물로 내부 사정에 정통하고 조직 장악력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국민연금 입장에선 내부 출신 인사가 다시 수장에 오르는 것에 대해 '이권 카르텔' 부활이나 지배구조의 폐쇄성 문제를 우려할 수 있다. 현재 KT의 최대주주는 지분 8.07%(현대차 4.86%, 현대모비스 3.21%)를 보유한 현대차그룹이지만 2대 주주인 국민연금(7.05%)의 영향력은 여전히 절대적이다. 특히 오는 3월 주총은 단순한 CEO 선임을 넘어 KT의 향후 3년 경영 전략을 확정하는 자리다. 국민연금은 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 찬반 의결권을 적극 행사하는 것은 물론 필요시 사외이사 후보 추천이나 정관 변경 요구 등 주주권 행사의 강도를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이 현대차그룹과 보조를 맞춰 지배구조 개편을 요구할 가능성도 제기한다. 현대차그룹이 최대주주로서 경영 안정화를 원한다면 국민연금은 공공성과 투명성을 강조하며 견제구를 날리는 역할을 분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증권가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일반투자 목적 변경은 주총장에서 단순히 거수기 역할만 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시그널"이라며 "박윤영 후보 체제의 적격성을 따지는 과정에서 3월 주총까지 경영권 관련 노이즈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2026-02-03 09: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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