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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m 자동창고·로봇'이 일하는 곳…HD현대일렉트릭, 청주를 배전 '마스터캠퍼스'로
[경제일보] HD현대일렉트릭이 AI 데이터센터 확산을 겨냥해 배전기기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낸다. 충북 청주에 배전기기 생산 거점을 구축하고 생산능력을 기존보다 70% 끌어올리며 급증하는 글로벌 전력 인프라 수요 선점에 나섰다.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를 최종 수요처까지 전달하는 '배전'이 AI 시대 핵심 인프라로 떠오르면서 회사의 투자 축도 초고압 전력기기에서 배전기기로 확장되는 모습이다. 충북 청주시 흥덕구 HD현대일렉트릭 청주 배전캠퍼스. 공장 안으로 들어서자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공장 한쪽을 가득 메운 약 9m 높이의 자동화 창고였다. 천장 가까이까지 촘촘히 쌓인 자재 사이를 자율주행 물류로봇(AMR)이 쉼 없이 오가며 제품을 실어 날랐다. 로봇은 필요한 위치까지 스스로 이동해 자재를 적재한 후 생산라인으로 운반했고 넓은 공장 내부에서는 이러한 작업이 끊임없이 반복됐다. 생산라인은 생각보다 조용했다. 금속을 가공하는 공장 특유의 큰 소음보다는 자동화 설비가 움직이는 기계음이 잔잔하게 들리는 정도였다. 직원들은 안전복과 안전모를 착용한 채 각자의 공정에서 제품 조립과 검사를 수행했고 작업자와 물류로봇이 한 공간에서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사람이 무거운 자재를 직접 운반하기보다 로봇이 물류를 담당하고 작업자는 조립과 품질 관리에 집중하는 스마트팩토리의 모습이었다. 이곳은 HD현대일렉트릭이 총 1161억원을 투자해 조성한 약 8만5420㎡(약 2만5000평) 규모의 배전기기 생산 거점이다. 기존 울산과 안성 등에 분산돼 있던 생산기능을 통합해 중저압 차단기를 중심으로 배전기기 생산 역량을 집약했으며 공장 설계 단계부터 자동화 설비와 물류 시스템, 제조실행시스템(MES), 창고관리시스템(WMS)을 하나로 연결한 '그린필드(Greenfield)' 스마트 공장으로 구축됐다. 청주 배전캠퍼스의 핵심 경쟁력은 생산성과 자동화다. 이창호 HD현대일렉트릭 부사장은 기자간담회에서 "기존 생산능력이 약 500만대 수준이었다면 현재는 약 850만대로 확대돼 생산 캐파가 약 70% 증가했다"며 "기존 공장의 생산 자동화율이 약 70%였다면 청주 배전캠퍼스는 평균 93% 수준까지 높아졌고 생산라인 효율도 50% 후반대에서 현재 75% 수준으로 향상됐다"고 했다. 이어 "오는 2030년까지 설비종합효율(OEE)을 90%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생산 방식에도 인공지능(AI)이 깊숙이 들어왔다. 영업 부문에서 AI 기반 수요예측을 수행하면 S&OP(Sales & Operations Planning)를 거쳐 생산계획과 공급계획이 수립되고 협력사들도 이에 맞춰 부품을 공급하는 구조다. 이 부사장은 "영업에서 AI를 활용해 수요를 예측하고 공장에서 생산계획과 공급계획을 수립하면 협력사들도 이에 맞춰 자동으로 부품을 준비해 공급하는 체계를 갖췄다"며 "하드웨어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도 기존 생산체계와 상당히 달라진 것이 청주 배전캠퍼스의 가장 큰 차별화 포인트"라고 했다. 회사는 이번 투자를 단순한 생산시설 증설이 아닌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의 출발점으로 보고 있다. 현재 회사 전체 매출에서 배전 부문 비중은 약 15% 수준이지만 향후 배전과 회전기 사업을 함께 키워 초고압 전력기기 중심의 사업 구조를 보다 안정적으로 가져가겠다는 전략이다. 이 부사장은 "배전은 갑자기 성장하는 사업이라기보다 오랜 기간 꾸준히 우상향해온 사업"이라며 "글로벌 전력 수요 증가와 공급망 재편이라는 새로운 흐름 속에서 배전 사업이 회사의 또 다른 성장축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HD현대일렉트릭은 특히 북미 AI 데이터센터 시장을 핵심 성장 시장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까지는 신재생에너지와 노후 전력망 교체 수요가 중심이었다면 올해부터는 데이터센터향 매출 비중이 본격적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부사장은 "데이터센터향 매출은 지난해까지는 크지 않았지만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반영되고 있다"며 "올해는 데이터센터 관련 매출이 전체 매출의 두 자릿수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도 매출과 수주 모두 전년 대비 최소 10~20% 이상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우선순위 시장은 북미 데이터센터"라고 강조했다. 미국 현지 생산 가능성도 열어뒀다. 최근 경쟁사들이 차단기와 배전반 등의 미국 현지 생산을 추진하는 것과 관련해 이 부사장은 "현재 굉장히 심도 있게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HD현대일렉트릭의 강점으로 납기 경쟁력을 거듭 강조하며 꼽았다. 이 부사장은 "초고압 변압기를 사용한 고객들이 납기와 품질을 경험한 뒤 배전기기까지 HD현대일렉트릭을 벤더리스트에 올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제품 간 시너지 효과가 실제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청주 배전캠퍼스는 앞으로 배전반과 배전변압기, 중저압 차단기 등 배전기기 전반을 아우르는 통합 생산거점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회사는 AI 데이터센터와 북미 전력 인프라 시장을 겨냥한 패키지·솔루션 사업도 본격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 부사장은 "청주를 단순한 배전공장이 아니라 배전캠퍼스라고 이름 붙인 것도 장기적인 마스터플랜을 담고 있기 때문"이라며 "향후 배전반과 배전변압기까지 생산거점을 단계적으로 집적해 AI 시대 글로벌 배전 허브로 육성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2026-06-28 14:00:00
현대글로비스, 자동차운반선에 AI 입힌다…적재 최적화로 해상운송 '데이터 경쟁' 신호탄
[이코노믹데일리] 현대글로비스가 자동차운반선(PCTC) 운용에 인공지능(AI)을 본격 도입하며 해상운송 수익성 구조의 디지털 전환에 나섰다. 단순 자동화가 아니라 선박 적재 효율·항해 안전·하역 시간까지 동시에 개선하는 구조를 구축하며 원가 경쟁력 확보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글로비스는 자체 개발한 'AI 기반 선박 적재계획(Auto Stowage Planning)' 수립 기술을 자사 자동차운반선에 순차 적용한다. 적재계획은 선박에 차량을 어떻게 배치할지를 사전에 설계하는 과정으로 운송 효율성과 안전성을 좌우하는 핵심 공정이다. 자동차운반선 한 척에는 수천 대의 차량이 다양한 목적지를 향해 실린다. 기항 순서와 하역 일정, 차량의 중량·높이·하중 제한 등을 고려하지 못하면 중간 기항지에서 대량의 차량을 다시 내렸다가 재적재해야 하는 비효율이 발생한다. 이는 곧 체선(滯船) 비용 증가와 운항 지연으로 이어진다. 적재계획은 단순 배치 문제가 아니라 비용 구조와 직결된 영역이라는 의미다. 현대글로비스의 알고리즘은 선적·양하 정보와 기항 순서, 차량 특성 데이터를 입력하면 선박 내부 구조를 구역별로 분석해 최적의 적재 위치를 자동 도출한다. 선박 각 층(DECK)의 높이와 허용 하중을 고려해 고중량 화물은 하층부에 배치하고 하역 순서에 맞춰 차량 동선 충돌을 최소화하는 방식이다. 감항성 확보 역시 주요 고려 요소다. 이번 기술의 의미는 '숙련 인력 의존형'이던 적재 설계를 데이터 기반 구조로 전환했다는 데 있다. 자동차운반선은 선박마다 내부 구조가 다르고 화물 구성도 매번 달라 일률적 기준 적용이 어렵다. 기존에는 6000대 이상 차량을 적재할 때 전문 인력이 약 27시간을 들여 설계를 진행해 왔다. 회사 측은 AI 적용 시 소요 시간이 절반 수준으로 줄었고 향후 90% 이상 단축 가능성도 기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자동차 해상운송 시장의 '운영 경쟁' 심화 흐름과 연결한다. 완성차 물동량은 경기와 판매 환경에 따라 변동성이 큰 반면, 선박 확보 비용과 연료비 부담은 고정적이다. 같은 선박으로 더 빠르게 더 안정적으로 운용하는 능력이 수익성을 가르는 구조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최근 자동차운반선 시장은 친환경 선박 투자 확대와 선가 상승으로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다. 운임 강세 국면에서도 장기적으로는 운용 효율 개선 없이는 마진 방어가 쉽지 않다는 평가다. AI 기반 적재 최적화는 선박 추가 투입 없이도 회전율을 높일 수 있는 수단으로 해석된다. 현대글로비스는 해당 기술을 운용 중인 모든 자동차운반선에 확대 적용할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향후 이 기술이 단순 적재 설계를 넘어 항로 최적화, 연료 사용량 예측, 하역 자동화 등으로 확장될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해상운송이 '선박 확보 경쟁'에서 '데이터 기반 운영 경쟁'으로 전환되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해당 기술로 수립한 적재계획에 따라 선적과 양하 작업을 한 결과 전문인력이 설계한 것과 비슷한 수준의 안전성과 효율성을 보였고 적재계획 수립 소요 시간은 기존(약 27시간) 대비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며 "기술이 고도화되면 9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2026-02-12 10:43:20
챗봇 시대 끝났다…카카오가 '오케스트레이션'에 사활 건 이유
[이코노믹데일리] 카카오(대표 정신아)가 글로벌 AI(인공지능) 격전지에서 '평가 기준'을 제시하며 기술 주도권 확보에 나섰다. 단순 문답형 AI를 넘어 스스로 계획하고 행동하는 '에이전틱(Agentic) AI' 시대로의 전환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카카오가 자체 개발한 평가 모델이 세계적 권위의 학회에서 인정받으며 기술력을 입증했다. 카카오는 자체 개발한 '오케스트레이션 벤치마크' 논문이 세계 3대 AI 학회 중 하나인 'ICLR 2026'에 채택됐다고 3일 밝혔다. ICLR(국제표현학습학회)은 매년 최신 AI 기술 트렌드를 선도하는 논문들이 발표되는 무대다. 올해는 약 1만9000여건의 논문이 제출돼 상위 28%만이 채택될 정도로 경쟁이 치열했다. 구글, 메타, 오픈AI 등 글로벌 빅테크들이 각축을 벌이는 이곳에서 카카오가 성과를 낸 것은 한국형 AI 기술이 글로벌 표준에 근접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오케스트레이션(Orchestration)'이다. 이는 AI가 사용자의 복잡한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 여행, 쇼핑, 금융 등 다양한 외부 도구(API)를 적재적소에 호출하고 실행 순서를 조율하는 능력을 말한다. 2026년 현재 AI 트렌드는 단순히 텍스트를 생성하는 LLM(거대언어모델)에서 실질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에이전틱 AI'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다. 기존 벤치마크(성능 평가 지표)는 단편적인 언어 능력 평가에 그쳐 복합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에이전트의 실력을 검증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카카오가 개발한 벤치마크는 실제 서비스 환경을 그대로 모사했다. 17개 서비스 도메인과 100여개의 가상 도구를 활용해 AI가 얼마나 정교하게 계획(Planning)을 수립하고 도구를 실행(Tool Execution)하는지를 분리해 평가한다. 이는 AI 모델이 단순히 말을 잘하는 것을 넘어 실제 비서처럼 일을 얼마나 잘 처리하는지를 측정하는 '실전 테스트'인 셈이다. ◆ '한국형 AI' 방어기제 구축…오픈소스로 생태계 확장 주목할 점은 이번 벤치마크가 한국어의 문화적 맥락과 특성을 완벽하게 반영했다는 것이다. 글로벌 빅테크의 모델들이 영어권 데이터에 편중된 반면 카카오는 한국어 환경에서의 미묘한 뉘앙스와 서비스 연결성을 평가 지표에 녹여냈다. 이는 향후 AI 서비스 경쟁에서 '언어 장벽'을 넘어 '문화 장벽'을 구축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국내 사용자가 "이번 주말 부산 여행 일정 짜줘"라고 말했을 때, 단순히 정보만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KTX 예매 앱과 맛집 예약 앱을 연동해 실질적인 행동까지 연결하는 능력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포석이다. 카카오는 이 논문과 데이터를 깃허브(GitHub)에 오픈소스로 공개했다. 폐쇄적인 기술 독점 대신 생태계 확장을 택한 것이다. 이를 통해 외부 개발자들이 카카오의 기준에 맞춰 AI 서비스를 개발하도록 유도하고 자연스럽게 카카오 중심의 AI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자신감이 엿보인다. 이번 연구 성과는 카카오의 차세대 AI 서비스인 '카나나(Kanana)' 등의 고도화로 직결될 전망이다. 카카오는 채팅방 내에서 사용자 의도를 파악해 쇼핑, 결제, 예약 등을 원스톱으로 처리하는 'AI 슈퍼앱' 전략을 추진 중이다. 검증된 오케스트레이션 능력은 카카오톡이라는 강력한 플랫폼과 결합해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보인다. AI가 수많은 채팅방의 맥락을 이해하고 적절한 시점에 필요한 기능을 제안하거나 수행하는 능력이 획기적으로 향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에이전틱 AI가 실제 서비스 환경에서 얼마나 안정적으로 작동하는지를 평가하는 핵심 도구를 확보했다"며 "앞으로도 에이전트 간 협업 능력 등을 강화해 카카오만의 차별화된 AI 기술력을 보여줄 것"이라고 밝혔다. 단순한 기술 과시를 넘어 '돈 버는 AI'로의 전환을 꾀하는 카카오가 이번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실적 반등과 플랫폼 혁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된다.
2026-02-03 09:3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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