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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버리고 원전 품었다…130년 두산의 '변신 본능'
[경제일보] 두산의 130년 역사를 관통하는 것은 ‘무엇을 지켰느냐’보다 ‘무엇을 버렸는가’에 더 가깝다. 1896년 서울 종로4가 배오개의 박승직상점에서 출발해 화장품·주류·식음료를 거쳤고, 지금은 발전설비와 건설기계에서 원전·가스터빈·로봇·반도체 소재까지 사업 영역을 넓혔다. 창업의 계보는 이어졌지만 그 안을 채운 사업은 수차례 바뀌었다. 올해 창립 130주년을 맞은 두산은 1915년 화장품 ‘박가분’을 제조했고 1950년대 동양맥주를 세우면서 소비재 기업의 색채가 짙어졌다. 1978년에는 OB그룹에서 두산그룹으로 명칭을 바꿨다. 지금의 원전·가스터빈 사업과는 좀처럼 연결되지 않는 역사다. 팔아서 다시 샀다…소비재에서 중공업으로 몸집을 키워오던 두산은 창업 100주년을 전후해 오히려 사업을 덜어내기 시작했다. 1995년부터 구조조정에 착수해 한국네슬레·한국3M·한국코닥 등 합작기업 지분을 정리했다. 1997년에는 OB맥주 음료사업을 코카콜라에 4322억원에 넘겼다. 부동산 매각 등을 더하면 6100억원 이상의 현금 유입 효과가 예상되는 규모였다. 외환위기가 본격화하기 전이었다. 모태사업인 OB맥주도 예외가 아니었다. 1998년 지분 50%를 벨기에 인터브루에 넘겼다. 박용곤 당시 회장은 “두산은 지속돼야 한다. 하지만 가업이 중요한 게 아니다”라며 알짜기업도 필요하면 팔 수 있다는 뜻을 전했다. 사업을 지키는 것보다 기업을 지속시키는 것이 우선이라는 판단이었다. 같은 해 9개 계열사를 ㈜두산으로 통합했다. 당시 438%였던 ㈜두산 부채비율은 이듬해 말 164%까지 낮아질 것으로 전망될 만큼 재무구조 개선이 빠르게 진행됐다. 외환위기 속에서 두산은 다음 사업으로 이동할 여력을 확보했다. 구조조정은 몸집을 줄이는 데 그치지 않았다. 확보한 자금을 다시 M&A에 투입했다. 2001년 한국중공업, 2005년 대우종합기계를 인수했고 2007년에는 49억달러를 들여 미국 밥캣 등을 품었다. 오늘날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밥캣으로 이어지는 핵심 축이 이때 만들어졌다. 그룹의 정체성도 바뀌었다. 대우종합기계의 2003년 실적을 포함하면 중공업 비중은 1999년 50.2%에서 84.3%까지 높아지는 반면 식품·주류 등 소비재는 40.4%에서 11.5%로 떨어졌다. 단순한 사업 다각화를 넘어 그룹의 중심축 자체를 바꾼 것이다. 다만 빠른 변화에는 값이 따랐다. 밥캣 인수 직후 글로벌 금융위기로 북미 건설경기가 얼어붙으면서 두산은 2008년 밥캣에 10억달러를 추가 투입했다. 공격적 M&A는 성장의 동력이었지만 차입과 재무 부담도 키웠다. 두산의 ‘변신 DNA’가 강점인 동시에 위험요인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대목이다. 2020년 두산중공업의 유동성 위기가 닥치자 두 번째 구조조정이 현실화했다. 글로벌 석탄화력 발주 감소와 국내 신규 원전 일감 축소, 두산건설 지원 등으로 누적된 재무 부담이 겹쳤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은 총 3조6000억원을 지원했고 두산은 3조원 이상의 자구안을 추진했다. 이번에도 선택은 과감했다. 클럽모우CC와 두산솔루스, 서울 동대문 두산타워를 매각했고 핵심 계열사 두산인프라코어도 현대중공업그룹에 넘겼다. 1990년대 ‘필요하면 핵심사업도 판다’는 방식이 20여 년 만에 반복된 셈이다. 원전·가스터빈·로봇, 세 번째 변신 현재 두산은 클린에너지·스마트머신·첨단소재를 3대 핵심사업으로 두고 다시 사업 지형을 바꾸고 있다. 중심에는 두산에너빌리티가 있다. 대형 원전 기자재와 가스터빈에서 소형모듈원전(SMR)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확대로 안정적인 전력 공급 수요가 커지는 흐름도 기회다. 두산에너빌리티는 2019년 세계 다섯 번째로 대형 가스터빈 독자 기술을 확보한 뒤 지난해 미국 빅테크 기업과 380MW급 가스터빈 5기 공급계약을 맺었다. SMR에서는 미국 X-energy와 Xe-100 16기에 필요한 핵심 소재 생산능력 예약계약을 맺었고, 이달 테라파워의 미국 와이오밍주 나트륨 원자로 핵심 기자재 제작 계약도 확보했다. 과거 한국중공업 인수로 확보한 원전 제조 기반이 20여 년 뒤 글로벌 SMR 공급망으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두산 관계자는 “시장과 산업 환경이 바뀌면 기존 사업에 머무르기보다 필요한 변화를 빠르게 받아들이고 새로운 성장 기회를 찾아왔다”고 했다. 이어 “앞으로는 원전·가스터빈·SMR의 핵심 기술과 제작 역량을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을 확대하면서 장기 서비스와 유지보수까지 사업 영역을 넓혀가는 방향”이라고 덧붙였다. 실적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올해 2분기 매출 4조7248억원, 영업이익 3143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각각 3.4%, 15.9% 증가했다. ㈜두산 자체사업도 AI 서버와 고성능 반도체용 전자소재 수요를 타고 매출 7652억원, 영업이익 2120억원으로 분기 최대 실적을 냈다. 다만 세 번째 변화의 성공을 단정하기에는 이르다. 두산로보틱스는 2분기 매출이 294% 증가한 176억원이었지만 영업손실 144억원을 냈다. 두산밥캣 역시 미국 관세 환급이라는 일회성 효과를 제외하면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2024년에는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 아래로 옮기려던 사업재편이 주주가치 훼손 논란과 금융당국의 제동 끝에 철회되기도 했다. 두산의 130년은 한 업종을 끈질기게 지킨 역사가 아니다. 1990년대에는 소비재를 덜어내고 중공업을 샀고, 2020년에는 다시 핵심 자산을 팔아 그룹을 재정비했다. 이제 그 중공업 기술을 원전·가스터빈·SMR로 확장하고 로봇과 첨단소재를 새로운 축으로 세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문제는 변신의 속도가 아니라 비용”이라며 “과거 공격적 M&A가 재무 부담을 남겼다면 이제는 신사업 수익성과 재무 안정성, 주주와 시장의 신뢰까지 함께 증명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두산이 130년간 보여준 것은 ‘바꿀 수 있는 능력’”이라며 “세 번째 변신의 승부는 과거와 같은 비용을 반복하지 않고 다시 한번 바꿀 수 있느냐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아주경제 2026년 08월 27일자 13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6-08-27 18: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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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테라파워, '나트륨' SMR 협력 확대…AI 데이터센터 전력시장 정조준
[경제일보] SK이노베이션이 미국 테라파워와 차세대 소듐냉각고속로(SFR) ‘나트륨(Natrium)’ 사업 협력을 확대한다. 2022년 지분 투자로 시작한 협력을 미국 실증로와 후속 상용 프로젝트 참여, 국내 공급망 구축, 아시아 시장 공동 개발까지 넓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시대의 전력 수요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18일 SK이노베이션에 따르면 추형욱 대표와 크리스 르베크 테라파워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4일 서울에서 ‘나트륨’ 사업의 글로벌 확대와 국내 적용 가능성을 검토하기 위한 사업협력 주요 조건 합의서를 체결했다. 양사는 미국 와이오밍주 케머러 1호기와 후속 상용 프로젝트에 대한 SK이노베이션의 참여 확대, 국내 원전 기자재 공급망 활용, ‘K-나트륨’ 사업모델 개발과 해외 프로젝트 공동 발굴 등을 추진한다. 이번 합의의 핵심은 SK이노베이션의 역할이 투자자에서 사업개발·프로젝트 수행 주체로 확장된다는 점이다. SK와 SK이노베이션은 2022년 테라파워에 총 2억5000만 달러를 투자해 2대 주주에 올랐다. 2023년에는 한국수력원자력과 테라파워까지 참여한 3자 업무협약을 맺었고, 올해 1월 SK이노베이션은 보유 지분 일부를 한수원에 넘겨 협력 구조를 확대했다. 사업의 시험대는 케머러 1호기다.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는 지난 3월 테라파워 자회사에 건설허가를 내줬다. 미국 에너지부(DOE)에 따르면 상업용 비경수형 원자로에 NRC가 건설허가를 발급한 첫 사례다. 테라파워는 지난 4월 본공사에 들어갔으며 현재 2031년 상업운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 나트륨은 345MW급 소듐냉각고속로와 용융염 기반 열에너지저장시스템을 결합한 차세대 원자로다. 원자로가 생산한 열을 저장했다가 전력 수요가 몰릴 때 활용해 발전 출력을 약 500MW까지 5시간 반 이상 높일 수 있다. 일정한 기저전력을 공급하면서 수요 변화에도 대응할 수 있는 구조여서 AI 데이터센터와 대규모 산업시설의 전력 공급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번 협력은 SK그룹이 추진하는 AI 인프라 전략과도 맞물린다. SK텔레콤은 자회사 SK하이퍼를 통해 2029년 5GW, 2035년 15GW 규모의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AI 반도체와 SK텔레콤의 데이터센터, SK이노베이션의 LNG·전력·SMR, SK온의 ESS를 연결해 전력 조달까지 아우르는 AI 밸류체인을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다만 ‘K-나트륨’은 국내 건설 사업이 확정된 단계가 아니라 규제와 전력계통, 사업성을 검토하는 단계다. 앞으로 케머러 프로젝트에서 SK이노베이션이 맡을 구체적인 사업 범위와 국내 인허가·금융·공급망 구조를 얼마나 구체화하느냐가 실제 상용 사업으로 이어지는 관건이 될 전망이다. 추형욱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는 “이번 합의서는 SK이노베이션과 테라파워가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대응을 위해 나트륨 SMR의 국내 적용 가능성을 검토하고 글로벌 사업 확대를 위해 협력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테라파워와 긴밀히 소통하면서 K-나트륨 사업모델의 추진 방향을 구체화하고, 향후 미국 프로젝트 참여를 통해 사업개발 및 운영 역량을 확보해 글로벌 시장 진출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2026-08-18 09: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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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대 미래산업, 또 하나의 백화점식 정책 돼선 안 된다
[경제일보] 이재명 대통령이 12일 청와대에서 반도체와 인공지능(AI)에 이은 차세대 성장동력 육성 방안을 직접 주재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날 '미래성장동력 7대 SEED 보고회'에서 소형모듈원자로(SMR), 핵융합, 차세대 재생에너지, 양자, 우주·항공, 첨단바이오, 첨단 공급망을 10~20년 뒤 대한민국을 먹여 살릴 전략 분야로 제시했다. 목표도 야심차다. 정부는 경수형 SMR을 2035년 상용화하고, 2029년까지 오류정정이 가능한 100큐비트 양자프로세서(QPU)를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우주·항공 분야에서는 2030년 민간 주도 달 착륙선을 발사하고, 첨단바이오에서는 AI 바이오 인프라 구축과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상용화를 추진한다. 미래 기술에 국가가 선제적으로 투자하는 방향은 옳다. 반도체 하나에 국가 수출과 성장의 상당 부분을 의존하는 구조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미·중 기술패권 경쟁이 심해지고 에너지와 핵심광물, 바이오와 우주까지 경제안보 영역으로 편입되는 상황에서 제2, 제3의 성장동력을 준비하는 것은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문제는 무엇을 선정했느냐보다 어떻게 키울 것이냐다. 우리 정부의 미래산업 정책은 정권마다 새로운 이름으로 등장했다. 녹색성장, 창조경제, 혁신성장, 한국판 뉴딜, 국가전략기술 등 간판은 달랐지만 비슷한 분야가 반복해서 포함됐다. 정부가 여러 산업을 동시에 전략 분야로 지정하고 예산을 나눠주다가 정권이 바뀌면 사업 이름과 우선순위가 달라지는 일도 적지 않았다. 이번 7대 SEED가 과거 정책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첫 번째 원칙은 선택과 집중이다. SMR과 핵융합, 재생에너지, 양자, 우주항공, 바이오, 첨단 공급망은 모두 중요하다. 그러나 중요하다는 것과 한국이 모두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다는 것은 다른 문제다. 국가 재정과 인재, 연구개발 역량은 한정돼 있다. 양자와 우주, 핵융합처럼 막대한 장기투자가 필요한 분야까지 모두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려 한다면 결국 각 부처와 연구기관에 예산을 나눠주는 백화점식 지원으로 흐를 수 있다. 정부는 한국이 이미 기술과 산업 생태계를 가진 분야와 장기적인 원천기술 확보가 필요한 분야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SMR처럼 원전 산업과 제조 공급망이라는 기존 강점이 있는 분야는 상용화 전략을 공격적으로 짤 수 있다. 반면 핵융합이나 심우주 탐사처럼 장기간의 기초연구가 필요한 분야는 당장의 매출과 수출 실적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기술 수준과 시장성, 민간기업의 투자 의지, 공급망 파급효과가 우선순위를 정하는 기준이 돼야 한다. 모두에게 똑같은 방식으로 돈을 나눠주는 것은 전략이 아니다. 정부와 민간의 역할도 분명해야 한다. 정부가 미래 산업의 방향을 제시할 수는 있지만 시장의 승자를 미리 결정할 수는 없다. 특정 기술과 기업을 '국가대표'로 정해 지원을 집중하면 민간의 경쟁과 혁신이 오히려 약해질 수도 있다. 정부는 민간이 감당하기 어려운 기초연구와 대규모 실증 인프라, 규제개혁과 초기 시장 형성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술개발과 사업화, 해외시장 진출은 기업의 경쟁과 선택에 맡겨야 한다. 정부 지원 1원이 민간투자 몇 원을 끌어냈는지, 지원이 끝난 뒤에도 기업이 투자를 이어가는지를 성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실패를 인정하는 시스템도 필요하다. 미래기술은 성공보다 실패 가능성이 높다. 10년 뒤 시장을 지금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7개 분야 가운데 일부는 시장이 예상보다 늦게 열리거나 다른 기술에 밀릴 수 있다. 따라서 사업을 시작하는 것만큼 중단하거나 방향을 바꾸는 원칙을 미리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일정 기간마다 세계 기술 수준과 민간투자, 시장 규모를 평가하고 경쟁력을 잃은 사업은 과감하게 축소해야 한다. 반대로 한국이 예상보다 빠르게 앞서가는 분야에는 자원을 더 집중해야 한다. 정부 사업이 한번 시작되면 예산과 조직, 지역 이해관계 때문에 없애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성과가 부족해도 지원이 이어지는 이른바 '좀비 프로젝트'가 생겨서는 안 된다. 미래산업 정책의 목표는 실패를 감추는 것이 아니라 실패를 빨리 찾아내 자원을 다시 배치하는 데 있다. 인재 전략도 함께 가야 한다. SMR과 핵융합, 양자, 우주항공, 첨단바이오는 모두 세계적으로 인재 확보 경쟁이 치열한 분야다. 정부가 연구개발비를 늘려도 이를 수행할 연구자와 엔지니어가 없다면 목표는 계획표에 머문다. 대학 정원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해외 우수 연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국내 연구자가 장기간 한 분야에 집중할 수 있는 연구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실패한 연구에도 재도전할 기회를 주고 박사급 연구자가 산업계와 연구소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환경도 필요하다. 정권이 바뀌어도 정책이 이어질 수 있어야 한다. 7대 SEED는 대부분 2030년대 이후를 바라보는 사업이다. 한 정부 임기 안에 끝낼 수 있는 과제가 아니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여야와 산업계, 과학계가 최소한의 장기 합의를 만들어야 한다. 미래산업 전략은 대통령의 프로젝트가 아니라 국가의 프로젝트가 돼야 한다. 첨단 공급망 전략도 단순한 국산화 구호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모든 소재와 부품을 국내에서 생산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효율적이지도 않다. 반드시 국내 생산능력을 확보해야 하는 품목과 우방국과 공급망을 나눌 품목을 구분해야 한다. 경제안보도 결국 비용과 효율성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반도체가 오늘의 한국경제를 만들었다면 10년, 20년 뒤에는 새로운 산업이 그 역할을 이어받아야 한다. 그러나 반도체도 정부가 어느 날 '국가대표 산업'으로 지정했다고 세계 1위가 된 것은 아니다. 수십 년간 기업의 투자와 연구개발, 인재 축적, 치열한 글로벌 경쟁이 쌓인 결과다. 정부가 씨앗을 뿌릴 수는 있다. 그러나 어떤 씨앗이 큰 나무로 자랄지는 시장과 기술의 경쟁이 결정한다. 국가의 역할은 모든 씨앗에 같은 양의 물을 주는 데 있지 않다. 가능성이 높은 분야에는 자원을 집중하고, 성장이 멈춘 사업에는 지원을 과감히 줄이는 것이 국가의 역할이다. 손자병법 허실편에는 모든 곳을 지키려 하면 모든 곳이 약해진다는 취지의 가르침이 있다. 국가 산업전략도 다르지 않다. 한정된 자원을 모든 분야에 흩뿌리면 세계 최고가 필요한 첨단기술 경쟁에서 어느 하나도 앞서기 어렵다. 7대 SEED는 출발점일 뿐이다. 정부가 평가받을 것은 7개의 화려한 청사진을 발표했다는 사실이 아니다. 그 가운데 몇 개를 실제 세계 최고 수준의 산업으로 키웠는지다. '제2의 반도체'는 예산을 많이 배정한다고 만들어지지 않는다. 기술 수준과 시장성, 민간 역량을 냉정하게 따지고 가능성 있는 분야에 자원을 집중해야 한다. 실패한 사업을 중단할 용기까지 갖출 때 비로소 미래성장동력 전략은 국가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미래산업 육성에서 가장 필요한 것도 결국 선택과 집중이다.
2026-08-13 17: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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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대통령 "오늘 뿌린 기술 씨앗, 새 메가프로젝트로 자라날 것"
이재명 대통령은 12일 "반도체 산업이 만들어준 절호의 기회를 활용해 인공지능(AI) 시대 다음의 먹거리를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미래성장동력 7대 시드(SEED·씨앗) 보고회'에서 "오늘 논의할 7가지 첨단기술, 7대 시드 프로젝트는 우리 경제의 차세대 성장 엔진이자 국가의 핵심 전략 자산이 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7대 시드는 미래 성장동력을 위해 정부가 집중적으로 육성하려는 분야로 소형모듈원자로(SMR)와 핵융합, 재생에너지, 양자, 우주·항공, 첨단 바이오, 첨단 소재·부품 등을 의미한다. 이 대통령은 "최근 주목받는 첨단기술의 특징은 기술 교체 주기가 무척 빠르고 개인과 국가 모두 변화를 놓치면 소외된다는 점"이라며 "얼마 전까지 위기론에 시달리던 반도체산업이 구조적 초호황을 맞고 AI 혁명이 산업과 삶 전반을 송두리째 변화시키듯 몇 년 뒤 어떤 첨단기술이 새롭게 등장할지, 산업 지형이 어떻게 격변할지 예측이 매우 어려운 대전환의 시대"라고 진단했다. 이어 "무한한 기회를 누리는 선도자가 될지, 도태 위험에 언제나 노출된 추격자가 될지는 우리 선택에 달렸다"며 "오늘 우리가 뿌린 첨단기술의 씨앗들이 미래에는 거대한 나무로 자라나 새로운 메가프로젝트로 자라나게 될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 대통령은 연구자와 창업가 등 참석자들을 향해 "전 세계가 대한민국의 새로운 도전을 지켜보고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국가의 미래를 위해 총력을 다해달라"며 "대한민국이 반도체 강국을 넘어 첨단 과학기술 강국, 인재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혁신 기업들과 혁신 과학기술인들이 자유롭게 시장을 개척하고 담대하게 도전할 수 있도록 정부가 확실히 뒷받침하겠다"며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주면, 정부 정책에 충실히 반영하겠다"고 약속했다.
2026-08-12 17: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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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사만 옮겨선 '수도권 공화국' 끝낼 수 없다
[경제일보] 대통령이 세종으로 간다. 국회도 뒤따른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임기 안에 대통령 세종집무실 시대를 열고, 마지막 국무회의도 세종집무실에서 열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국회 세종의사당 건립에도 속도를 내고 행정수도 완성을 위한 법·제도적 뒷받침을 계속하라고 주문했다. 세종을 명실상부한 국정의 중심축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정부 부처 상당수가 세종에 내려가 있는데 대통령실과 국회는 서울에 남아 있는 지금의 구조는 비효율적이다. 장관과 공무원이 회의 하나 때문에 서울과 세종을 오가는 일이 반복되고, 행정부와 국회의 물리적 거리는 정책 결정의 비용을 높인다. 대통령 집무실과 국회 세종의사당이 자리 잡으면 행정수도의 마지막 퍼즐 하나가 맞춰지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수도권 집중까지 끝날 것이라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은 이미 오랫동안 ‘서울공화국’을 넘어 ‘수도권공화국’으로 움직여 왔다. 산업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국토 면적의 11.8%인 수도권에 전국 인구의 50.8%, 지역내총생산의 52.5%가 집중돼 있다. 사람만 서울로 몰린 것이 아니다. 생산과 소비, 좋은 일자리와 인재, 기업과 자본이 함께 수도권으로 모였다. 행정기관을 옮기는 것만으로 이 흐름을 거꾸로 돌리기 어려운 이유도 이미 확인됐다. 산업연구원이 지난 7일 공개한 공공기관 지방이전 분석을 보면 공공기관 이전이 집중됐던 2010년대 중반 수도권에서 혁신도시로의 인구 이동은 한동안 늘었지만 2017년 이후 사실상 사라졌다. 2023년부터는 혁신도시 인구가 순유출로 돌아섰다. 공공기관 이전으로 늘어난 고용도 상당 부분 음식·숙박·의료·교육 등 지역 내부 수요에 의존하는 서비스업에 집중됐다. 무엇보다 직업을 이유로 혁신도시를 떠나는 흐름이 이어졌다는 점을 연구진은 주목했다. 사람은 청사를 따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기회를 따라 움직인다. 공무원 수천 명이 내려가면 아파트가 들어서고 음식점과 학원이 생긴다. 그것만으로 도시 하나의 외형은 갖출 수 있다. 그러나 대학을 졸업한 자녀가 취업을 위해 서울로 떠나고, 배우자가 원하는 직장을 지역에서 구하지 못하며, 기업의 연구소와 본사가 수도권에 남아 있다면 도시의 성장에는 한계가 있다. 행정기관 이전으로 사람을 옮기는 데는 성공해도 다음 세대까지 붙잡는 데 실패할 수 있다. 떄문에 세종 행정수도의 다음 단계는 ‘무엇을 더 옮길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이 스스로 오게 만들 것인가’여야 한다. 먼저 기업이 와야 한다. 세종과 대전·청주·천안·오송을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고 AI·반도체·바이오·양자·국방산업 등 충청권이 경쟁력을 갖춘 산업을 집중적으로 키울 필요가 있다. 기업 본사와 연구개발센터가 들어오고 스타트업이 생기며, 그 기업을 지원하는 금융과 법률·회계 서비스가 따라오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정부도 이 방향을 일부 제시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업무계획에서 세종의 자족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AI·바이오 등을 중심으로 산학연 기업혁신허브를 조성하고 기업과 대학을 유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대통령 역시 11일 세종 국무회의에서 균형발전과 함께 SMR·재생에너지·양자컴퓨터·우주항공·첨단바이오 등에 전략적으로 투자하겠다고 강조했다. 행정수도와 첨단산업 거점을 연결하겠다는 방향은 맞다. 대학도 달라져야 한다. 지역 대학을 중앙정부가 보조금으로 연명시키는 대상으로만 보는 정책으로는 청년을 붙잡기 어렵다. 기업 연구소와 대학 연구실이 연결되고, 학생이 지역 기업에서 인턴을 거쳐 취업하며, 교수가 창업하고 그 기업이 다시 지역 대학의 인재를 채용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미국 보스턴이나 실리콘밸리, 독일 뮌헨 같은 혁신도시는 관공서가 많아서 만들어진 도시가 아니다. 대학과 기업, 연구소와 자본이 서로 사람을 주고받으며 만들어졌다. 의료와 문화도 산업정책만큼 중요하다. 좋은 연봉을 주는 기업을 데려와 놓고 아이를 보낼 학교와 가족이 이용할 병원, 공연장과 문화시설이 부족하다면 핵심 인재는 장기간 머물지 않는다. 특히 고급 연구인력과 기업 경영진의 이동은 월급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배우자의 직장과 자녀 교육, 의료와 문화까지 가족 전체의 삶을 계산한다. 균형발전이 산업부와 국토부만의 정책일 수 없는 이유다. 기업 이전 정책도 바뀌어야 한다. 수도권 공장을 지방으로 옮기면 세금을 깎아주는 식의 일회성 유인책만으로는 부족하다. 연구개발 인력 확보와 대학 협력, 벤처투자, 공급망까지 묶어 기업이 지방에 있을수록 오히려 사업하기 좋은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수도권 기업에 불이익을 줘 억지로 내려보내기보다 세종·충청에 있을 때 더 큰 경제적 이익을 얻도록 하는 것이 시장경제에도 맞다. 무엇보다 세종을 또 하나의 서울로 만들겠다는 욕심도 경계해야 한다. 균형발전의 목적은 수도권의 모든 것을 세종으로 옮겨 새로운 집중을 만드는 데 있지 않다. 세종은 행정과 정책, 대전은 연구개발과 과학기술, 청주는 반도체·바이오, 천안·아산은 첨단 제조업처럼 각 도시의 강점을 광역교통망으로 연결해야 한다. 하나의 거대한 충청 경제권이 서울과 경쟁할 수 있어야 한다. ‘맹자’에는 “항산이 있는 자에게 항심이 있다(有恒産者有恒心)”는 말이 나온다. 안정된 삶의 기반이 있어야 마음도 안정된다는 뜻이다. 오늘의 균형발전에 적용한다면 사람에게 지역에 남으라고 요구하기 전에, 그곳에서 살아갈 수 있는 경제적 기반부터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정부 부처를 옮긴다고 청년에게 일자리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대통령이 세종에서 근무한다고 대기업 본사가 따라 내려오는 것도 아니다. 국회의사당이 들어선다고 서울의 대학과 병원, 문화와 자본이 저절로 분산되는 것도 아니다. 대통령 세종집무실과 국회 세종의사당은 필요하다. 국가의 최고 의사결정기관이 공간적으로 이동한다는 것은 강한 상징이며, 행정 효율을 높이는 실질적인 효과도 있다. 이 첫걸음을 평가절하할 이유는 없다. 다만 여기서 멈추면 안 된다. 세종 행정수도의 성공 여부는 몇 개 부처와 기관이 내려왔는지가 아니라 세종과 충청에서 얼마나 많은 민간 일자리가 새로 생겼는지, 지역 대학을 나온 청년이 서울행 열차를 타지 않아도 되는지, 기업이 정부 권유가 없어도 스스로 내려가겠다고 판단하는지를 보고 평가해야 한다. 균형발전의 단위를 ‘기관’에서 ‘생태계’로 바꿔야 한다. 대통령실과 국회를 옮기는 것은 행정수도를 만드는 일이다. 기업과 대학, 연구소와 병원, 문화와 자본이 함께 움직여야 경제수도가 만들어진다. 행정수도 하나를 만드는 것으로 수도권공화국은 끝나지 않는다. 서울에 가지 않아도 기회를 얻을 수 있는 또 하나의 강한 경제권을 만드는 것. 그것이 세종 행정수도 완성의 진짜 목적이어야 한다.
2026-08-12 17: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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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SMR·핵융합 등 '7대 첨단산업' 키운다…미래성장동력 점검
[경제일보] 정부가 소형모듈원자로(SMR)와 핵융합, 재생에너지 등 7대 첨단산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한 전략 마련에 나선다. 인공지능(AI) 대전환에 필요한 에너지 기술과 첨단 공급망을 확보하고, 이공계 인재 양성과 연구생태계 혁신을 통해 산업 경쟁력을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12일 이재명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첨단기술이 여는 미래’를 슬로건으로 ‘미래성장동력, 7대 SEED(씨앗) 보고회’를 주재한다. 7대 첨단산업에는 SMR을 비롯해 핵융합, 재생에너지, 양자, 우주·항공, 첨단바이오, 첨단 소재·부품 등이 포함됐다. 보고회에서는 김승완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 교수와 장진아 포항공과대학교 교수가 각각 ‘AI 대전환을 위한 에너지기술과 공급망’, ‘미래 대도약을 개척하는 첨단기술’을 주제로 발제한다. 이어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미래 개척의 기반, 첨단 공급망 생태계 육성’을 주제로 첨단산업 공급망 구축과 향후 정책 방향을 보고할 예정이다. 이날 보고회에는 관계부처 장관과 청와대 참모를 비롯해 대학·연구소·기업 연구자, 이공계 학생, 창업가 등 총 60여명이 참석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AI 대전환을 성공적으로 뒷받침하고 미래 대도약을 개척하기 위해 과학기술 전문가, 기업인 등과 첨단기술 확보와 산업 육성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라며 “이공계 인재 양성과 연구생태계 혁신을 통해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기초체력을 강화하는 방안도 함께 논의할 예정”이라고 했다.
2026-08-12 11: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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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 ESG 공시 대응 강화…2026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
[경제일보] 현대건설이 국내외 ESG 공시 기준을 반영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내고 안전과 품질, 기후변화 대응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ESG 데이터 관리 체계를 정비하고 친환경 에너지 사업과 안전보건 투자, 이사회 중심 책임경영을 강화하며 글로벌 공시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모습이다. 현대건설은 지속가능경영 성과와 글로벌 ESG 공시 대응 전략을 소개한 ‘2026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했다고 31일 밝혔다. 이번 보고서에는 한국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KSSB), 유럽지속가능성보고기준(ESRS), 국제지속가능경영보고서 표준(GRI Standards 2021) 등 국내외 주요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이 반영됐다. 회사는 지속가능성 정보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ESG 데이터 내부통제 프로세스도 구축했다. 데이터 수집과 검증, 보고, 공시까지 이어지는 전 과정을 관리하는 체계다. ESG 데이터 관리 기준을 표준화하고 ESG IT 시스템인 H-SYNC를 활용해 데이터 정합성과 관리 효율을 높였다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이중 중요성 평가를 통해 도출한 산업안전보건, 품질관리, 기후변화 대응을 3대 중요 이슈로 제시했으며 해당 이슈별 관리 체계와 성과, 위험과 기회 요인을 함께 담았다. 안전경영 투자 확대와 고객 품질만족도 향상, 2045 탄소중립 로드맵 이행 등이 주요 내용이다. 환경 부문에서는 미래 에너지 사업 확대가 강조됐다. 현대건설은 해상풍력과 양수발전, 수소·암모니아, 원전, 소형모듈원전(SMR) 등을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넓히고 있다. 이와 함께 3100억원 규모의 녹색채권을 발행해 재생에너지 등 친환경 사업 투자 재원을 확보했고 7797억원 규모의 녹색구매도 추진했다. 사회 부문에서는 안전보건과 지역사회 상생 성과가 담겼다. 스마트 안전 기술 도입과 안전보건 관리체계 고도화를 통해 재해 예방 역량을 강화하고 있으며 국내 사업장을 중심으로 지역사회 수요와 특성을 반영한 사회공헌 활동도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지역사회공헌 인정제에서 3년 연속 최고등급인 S등급을 받았다. 지배구조 분야에서는 이사회 중심 책임경영 체계를 앞세웠다. 현대건설은 선임독립이사 제도와 독립이사회 운영을 통해 이사회 독립성과 감독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이사회 자가평가와 외부 전문기관 평가를 병행하며 거버넌스 체계도 개선 중이다. 준법·윤리경영 관련 성과도호응 2년 연속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 우수 등급인 AA를 획득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부패방지 경영시스템과 정보보호 경영시스템도 운영하며 책임경영 기반을 강화하고 있다. 외부 평가에서도 성과가 이어지고 있다. 현대건설은 한국ESG기준원 평가에서 8년 연속 종합 A등급을 받았다. 탄소정보공개 프로젝트 명예의 전당에는 8년 연속 등재됐고 다우존스 지속가능경영 지수 월드에는 16년 연속 편입됐다. MSCI ESG Rating에서도 A등급을 획득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이번 보고서는 글로벌 지속가능성 공시 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ESG 정보의 신뢰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두고 발간했다”며 “저탄소 사회 구현, 더 나은 삶 제공, 이해관계자 신뢰 구축이라는 3대 전략 방향을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2026-07-31 14: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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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부동산을 선점하라"…SK·GS·네이버, 550조 데이터센터 대전
[경제일보] 인공지능(AI) 시대의 핵심 부동산은 그래픽처리장치(GPU)가 연산하는 AI 데이터센터다. 생성형 AI 확산으로 데이터센터는 서버 보관시설을 넘어 전력과 데이터를 지능으로 바꾸는 ‘AI 공장’으로 진화하고 있다. 정부가 공개한 1단계 구상은 SK 5기가와트(GW), GS 2.4GW, 네이버 1GW 등 총 8.4GW다. 투자 유치를 포함한 사업 규모는 약 550조원이다. 다만 이는 확정 투자액이라기보다 자체 자금과 외부 투자, 금융조달, 장비 구입비를 합친 장기 사업 규모에 가깝다. 실제 사업화에는 전력과 GPU, 장기 고객 확보가 뒤따라야 한다. 세 기업의 출발점은 뚜렷하게 갈린다. SK는 반도체·통신·에너지를 연결하고, GS는 발전·건설 역량과 산업부지를 활용한다. 네이버는 자체 AI와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운영 경험을 앞세운다. 결국 승부는 누가 전력과 반도체, 고객, 소프트웨어를 하나의 수익모델로 묶어내느냐에 달렸다. SK, 전담법인 세우고 ‘AI 수직계열’ SK의 강점은 AI 데이터센터의 핵심 요소를 그룹 안에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SK하이닉스는 AI 서버용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공급하고, SK텔레콤은 통신망과 기업 고객, 데이터센터 운영 경험을 보유했다. 여기에 에너지 계열사의 발전·재생에너지 역량까지 더하면 반도체와 전력, 네트워크, 운영을 아우르는 수직계열 구성이 가능하다. SK텔레콤은 최근 AI 데이터센터 사업개발 전문회사 ‘SK하이퍼’를 100% 자회사로 설립했다. SK하이퍼는 부지 확보와 변전소 구축·운영, 고객 유치, 사업화를 전담한다. SK텔레콤은 2030년까지 7500억원을 분할 출자해 사업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울산에서는 아마존웹서비스(AWS)와 함께 2027년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하이퍼스케일급 데이터센터를 건설 중이다. 장기적으로는 1GW 이상 규모로 확대한다는 구상이지만, 구체적인 시기와 규모는 수요와 투자 여건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2029년부터 5GW를 단계적으로 열고 2035년 15GW까지 확대할 계획”이라며 “울산을 시작으로 영남권 2GW 이상, 충청권과 서남권에 각각 1GW 구축을 목표로 하되 세부 부지와 용량은 전력 수급과 앵커 테넌트 확보 여부를 따져 확정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시설은 고객 수요에 맞춰 용량을 높이는 램프업 방식으로 운영할 예정”이라며 “단기적으로는 확보 가능한 전력을 활용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재생에너지와 배터리에너지저장장치(BESS), 액화천연가스(LNG), 소형모듈원자로(SMR) 등으로 공급 기반을 확대할 방침”이라고 했다. AI 서비스가 확산될수록 추론 수요가 커지는 만큼 GPU와 NPU를 용도에 맞게 활용하는 이기종 구성의 중요성이 커질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SK텔레콤은 리벨리온의 신경망처리장치(NPU) ‘아톰’을 자체 서비스에 시험 적용했고, Arm·리벨리온과 NPU·중앙처리장치(CPU) 결합 인프라도 추진 중이다. 그룹 안의 반도체·통신·에너지 자산을 묶어 글로벌 AI 수요를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GS, 동해 보유 부지로 2.4GW 개발 GS는 발전과 건설, 산업부지 개발 역량을 앞세운다. 강원 동해시 북평제2일반산업단지 내 GS동해전력 보유 자산을 활용해 2028년 1.2GW, 2029년 추가 1.2GW를 구축하는 단계적 개발 계획을 세웠다. 그룹 안에는 발전사업을 운영하는 GS EPS와 GS E&R, LNG·재생에너지 사업을 맡는 GS에너지, 대형 인프라 시공 경험을 가진 GS건설이 있다. GS칼텍스도 액침냉각유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미 확보한 산업단지 자산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은 신규 부지를 처음부터 개발하는 사업자보다 초기 준비 기간을 줄일 수 있는 강점으로 꼽힌다. GS 관계자는 “강원 동해시 북평제2일반산업단지 내 GS동해전력 보유 자산을 활용해 2028년 1.2GW, 2029년 추가 1.2GW를 구축할 예정”이며 “현재 사업 추진을 위한 검토와 준비를 단계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GS의 강점이 보유 자산과 인프라 역량이라면, 과제는 고객과 전력 구조의 구체화다. 발전소와 부지가 가깝다고 해서 데이터센터에 전력이 자동으로 공급되는 것은 아니다. 송전망 접속과 전력거래 구조를 세밀하게 설계해야 한다. 자체 AI 모델이나 클라우드 고객 기반이 상대적으로 약한 만큼, 2.4GW를 장기간 사용할 핵심 고객을 확보하는 일도 중요하다. 네이버, ‘각 세종’서 연산을 매출로 네이버는 세 기업 가운데 계획 규모는 가장 작지만, 데이터센터에서 생산한 연산을 직접 활용할 서비스와 이를 외부로 판매할 플랫폼을 함께 갖췄다는 점이 차별화 요소다. 검색과 광고, 쇼핑, 클라우드, 하이퍼클로바X 등 자체 서비스가 모두 대규모 컴퓨팅 자원을 필요로 한다. 네이버는 2027년 상반기 55메가와트(MW) 규모의 글로벌 AI 팩토리를 가동하고, 2028년에는 200MW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후 ‘각 세종’을 거점으로 1GW급으로 확장하는 구상을 세웠다. 엔비디아는 네이버에 10억 달러를 투자해 지분 4.5%를 취득하기로 했다. 네이버는 90억 달러 규모 GPU 인프라와 데이터센터 확보를 위해 브룩필드를 독점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다만 브룩필드 자금은 사전계약 단계여서 최종 조건은 더 지켜봐야 한다. 네이버클라우드 관계자는 “‘각 세종’을 거점으로 1GW급까지 빠르게 확장하고, 확보한 컴퓨팅 자원은 네이버 서비스뿐 아니라 외부 고객사에도 활용할 것”이라며 “AI 팩토리는 GPU 임대와 클라우드, 기업용 AI, 자체 서비스 고도화까지 포괄하는 비즈니스 플랫폼”이라고 했다. 소버린 AI의 핵심은 AI 모델과 데이터에 대한 온전한 통제권이다, 고객이 인프라와 데이터를 독립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는 이유다. 네이버는 전국 20여곳에 GPU 상면을 확보하고 약 10만장 수준의 GPU를 운영하고 있다. 엔비디아와 오픈 모델 기술을 공유하면서도 하이퍼클로바X는 자체 데이터와 인프라로 학습해 직접 소유·통제한다는 점도 강조한다. 다만 핵심 연산장비에 대한 엔비디아 의존과 국산 AI 반도체 도입은 여전히 과제로 남는다. 전력·고객 없으면 ‘AI 공장’도 멈춘다 세 기업의 공통 병목은 전력이다. 데이터센터와 GPU를 확보해도 변전소와 송전망에 연결하지 못하면 가동할 수 없다. 대형 전력기기의 긴 납기, 송전선 건설에 필요한 인허가와 주민 동의 역시 사업 속도를 좌우하는 변수다. 550조원 투자가 국내 산업 성장으로 이어질지도 따져봐야 한다. HBM과 변압기, 냉각설비, 네트워크 장비 시장은 커질 수 있지만, 투자금이 해외 GPU와 서버·소프트웨어 구매에 집중되면 국내에 남는 부가가치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국산 NPU와 전력·냉각장비가 실제 발주에 얼마나 반영되는지가 중요한 이유다. 세 기업의 전략은 분명히 갈린다. SK는 반도체와 통신, 에너지를 묶고 전담 개발법인까지 세웠다. GS는 동해의 기존 산업부지를 활용해 단계적 개발에 나섰다. 네이버는 GPU와 클라우드, AI 모델을 연결해 연산을 매출로 바꾸는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결국 경쟁력은 시설 크기 자체가 아니라 안정적인 전력과 GPU, 장기 고객, 운영 소프트웨어, 금융비용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결합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 가운데 하나라도 빠지면 초대형 데이터센터는 ‘AI 공장’이 아니라 값비싼 서버 창고에 머물 수 있다.
2026-07-28 16:07: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