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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반도체 다음은 피지컬 AI…"산업 경쟁의 판이 바뀐다"
[경제일보] AI와 반도체가 한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축으로 부상하고 있지만 산업 현장에서는 이미 그 다음 단계 경쟁이 시작됐다는 진단이 나왔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을 넘어 로봇과 자율주행, 제조·물류를 결합한 ‘피지컬 AI’가 현실 산업에 빠르게 침투하면서 기업 경쟁력과 산업 구조를 바꾸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저성장 국면에 접어든 한국 경제가 새로운 도약을 이루기 위해서는 AI 기술 확보를 넘어 창의성과 산업 혁신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e경제일보는 9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창간 8주년 KEDF(Korea Economic Design Forum)를 열고 ‘2026년 예측불허 한국경제와 하반기 전망’을 주제로 한국 경제의 성장 전략과 자본시장, 피지컬 AI, 미래 모빌리티 산업의 변화 방향을 진단했다. 이날 행사에 앞서 서영교 국회 법제사법위원장과 진성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 왕치림 중국 주한대사관 경제상무과 공사참사관 등이 축사를 전했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과 부호 주한 베트남 대사는 영상을 통해 축사를 대신했다. 양규현 e경제일보 대표이사 사장은 개회사에서 “AI 혁명과 반도체 슈퍼사이클로 일부 산업은 사상 최대 성과를 내고 있지만 내수 침체와 지방경제 위축, 청년 일자리 문제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며 “기술 혁신의 성과가 산업 생태계 전반과 국민 경제로 확산되는 지속 가능한 성장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첫 번째 발제에 나선 김세직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한국 경제의 성장 둔화를 진단하며 성장 패러다임 전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원장은 “대한민국은 지금 ‘5년마다 성장률이 1%p씩 떨어지는 구조적 추락의 궤도’ 위에 서 있다”며 “이 흐름을 끊지 못하면 2030년에는 역성장에 진입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이어 “기술과 R&D의 핵심 인풋은 돈이 아니라 아이디어고 AI 시대 기술 주도 성장은 한마디로 아이디어 주도 성장이다”라며 “경제 성장의 원천을 추격과 모방에서 창의성과 혁신으로 바꿔야 한다”고 덧붙였다. 자본시장 측면에서는 AI 산업 확산이 증시에 미치는 영향과 하반기 투자 환경에 대한 분석이 이어졌다.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WM혁신본부 상무는 최근 국내 증시 상승 흐름과 하반기 시장 전망을 짚었다. 서 상무는 “우리나라 주식 시장이 상승을 했던 원인은 기업 실적이 좋아졌기 때문이다”라며 “하반기 이후에는 기업 이익이 줄어드는지와 글로벌 경기가 어떻게 전개되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단기적으로는 AI 겨울이 도래할 수 있다라는 점을 우리는 항상 인지를 하고 있어야 한다”며 “하지만 AI가 겨울이 도래한다고 해서 AI가 버블이고 AI가 망했다 이런 식으로 확대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진단했다. 포럼에서는 한국 경제의 성장동력으로 떠오른 AI가 산업 현장에서는 어떤 형태로 구현되고 있는지도 주요 화두로 제시됐다. 이승환 경기연구원 AI연구실장은 생성형 AI를 넘어 피지컬 AI가 산업 현장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실장은 “이제는 사람과 로봇의 투입비용과 생산성을 직접 비교할 수 있다”며 “기업들은 투자 대비 수익률(ROI)을 기준으로 휴머노이드 도입 여부를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음 단계는 직무 재배치”라며 “어떤 기업이 실제 문제를 해결하고 수익성을 입증하느냐가 시장의 승자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피지컬 AI가 실제 산업에 적용되는 대표 분야로는 모빌리티가 제시됐다. 마지막 발제를 맡은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피지컬 AI 시대의 핵심 플랫폼으로 자동차를 꼽았다. 김 교수는 “피지컬 AI의 첫 번째 대상은 자동차라고 본다”며 “자동차를 기반으로 인공지능 자율주행 시스템을 가미한다고 보면 더 정확하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제는 자동차가 아니라 움직이는 가전제품, 움직이는 생활 공간, 바퀴 달린 휴대폰으로 바뀐다고 보면 좋을 것 같다”며 “결국 피지컬 AI와 자율주행을 포함한 자동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 알고리즘”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OS가 없으면 하청 기업으로 전락할 수 있기에 오는 2029년, 2030년이 굉장히 중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이번 포럼에서는 AI 경쟁의 무게중심이 생성형 AI를 넘어 제조와 물류, 모빌리티 등 현실 산업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 공통적으로 제기됐다. 기술 확보 자체보다 이를 실제 산업 현장에 적용해 생산성과 수익성으로 연결하는 역량이 앞으로 국가 경쟁력과 기업 성패를 좌우할 핵심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2026-06-09 15:5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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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불허 한국경제"…e경제일보, 창간 8주년 포럼서 해법 찾는다
[경제일보] e경제일보가 창간 8주년을 맞아 한국 경제의 미래 성장 전략과 산업 경쟁력 확보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정치권과 산업계, 학계 인사들은 기술 혁신과 인공지능(AI), 산업 생태계 발전을 통해 한국 경제가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9일 e경제일보는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2026년 예측불허 한국경제와 하반기 전망'을 주제로 '2026 e경제일보 창간 8주년 KEDF(Korea Economic Design Forum)'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양규현 e경제일보 대표이사 사장을 비롯해 서영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 진성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 황희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왕치림 주한중국대사관 경제상무과 공사참사관 등 정치·산업계 주요 인사들이 참석했다. 양규현 대표는 개회사를 통해 한국 경제가 겉으로는 증시 상승과 AI·반도체 산업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내수 침체와 지방 경제 위축, 청년 일자리 부족 등 구조적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시장의 상승이 반도체와 일부 대형 기술주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리 경제의 성장 구조가 특정 산업에 편중된 것은 아닌지, 그리고 그 성과가 산업 생태계 전반과 국민 경제에 충분히 확산되고 있는지 진지하게 점검해야 할 시점"이라며 "기술 혁신이 새로운 일자리로 연결되고, 기업의 성장이 산업 전반에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며, 국민의 삶의 질 향상으로 확산될 때 비로소 건강한 성장"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자리가 한국 경제가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를 진단하고 성장의 과실이 보다 폭넓게 공유되는 지속 가능한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뜻깊은 논의의 장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치권 참석자들은 기술 혁신과 산업 발전의 성과가 사회 전반으로 확산돼야 한다는 점에 공감대를 나타냈다. 서영교 위원장은 축사를 통해 "어제는 젠슨 왕이 이틀에 걸쳐서 대한민국 TV를 장식할 정도로 (대한민국이) 세계를 빠르게 움직여 나가고 있다"며 "AI가 빠르게 움직여 나가는 과정 속에 (양규현 e경제일보) 대표님이 질문하셨고 그것을 저희들은 돌아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진성준 위원장은 경제 언론의 역할과 함께 한국 경제의 미래 방향성에 대한 논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한국 경제가 어디로 갈 것인지, 또 세계 경제가 어떻게 갈 것인지를 지금 이 시점에 냉정하게 예측할 때"라며 "오늘 포럼을 계기로 '예측 불허'가 아니라 '대체 불가' 대한민국 경제를 만들어 갈 계기가 되길 기원한다"고 전했다. 황희 의원은 미래 산업의 핵심 축으로 떠오르는 피지컬 AI와 자율주행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번 포럼 주제의 방향성을 높이 평가했다. 황 의원은 "신이 당신의 모습대로 인간을 만드는 것처럼 인간도 끊임없이 자기의 모습 그대로 미래 기술을 실현하려는 그런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며 "피지컬 AI를 얘기하면서 자율주행차를 얘기하는 것은 대한민국 기술과 세계 기술의 방향성, 현실성을 모두 반영한 의미 있는 지적이고 방향성"이라고 말했다. 송석준 의원은 현재 한국 경제가 기회와 위기가 공존하는 시기에 놓여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최고의 시대를 맞고 있지만 또 달리 보면 가장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는 시대가 아닌가 싶다"며 "어려운 시기지만 한국, 중국, 베트남이 떠오르는 이 새로운 시대에 서로 기술과 규모, 시장을 공유하면서 함께 협력한다면 앞으로 전 세계가 서로 선순환의 상생과 조화의 산업 생태계, 국제 경제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왕치림 참사관은 한중 경제협력 확대와 경제 교류 플랫폼으로서 e경제일보의 역할에 기대를 나타냈다. 그는 "중국과 한국은 지리적으로 가깝고, 인연이 깊으며, 이해관계가 밀접한 우호적인 이웃이자 중요한 협력 파트너"라며 "이번 포럼은 복잡한 국제 환경 속에서 경제 상황을 정확히 진단하고 도전과 기회가 혼재하는 미래를 착실히 대비하는 데 공존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강민국 국민의힘 국회의원과 부호 주한 베트남 대사는 영상을 통해 e경제일보의 창간 8주년 축사를 전했다.
2026-06-09 15:5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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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는 정책으로 태어나지 않는다, 일거리에서 자란다
이재명 대통령은 줄곧 일자리를 국정의 핵심 과제로 강조해 왔다. 고용은 민생이고 민생은 경제의 심장이다. 문제는 ‘의지’가 아니라 ‘구조’다. 일자리는 정책 구호로 생기지 않는다. 더 정확히 말하면 일자리는 목표가 아니라 결과다. 그 결과를 만들어 내는 출발점은 언제나 일거리다. 냉정하게 보자. 법조인, 언론인, 정치인, 공무원은 일자리를 직접 만들어 내는 집단이 아니다. 이들은 규칙을 만들고 질서를 유지하는 역할을 맡는다. 중요하지만 한계가 분명하다. 새로운 수요를 발견하고, 위험을 감수하며, 시장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주체는 따로 있다. 바로 창업가와 기업인이다. 일자리는 사업에서 나온다. 사업은 일거리의 축적이다. 누군가 문제를 발견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고 시장이 반응할 때 일거리는 확장되고 고용은 뒤따른다. 이 단순한 경제의 원리가 정치의 언어 속에서 자주 왜곡된다. 미국과 독일은 이미 잘 알려진 사례다. 정부가 직접 고용을 늘리기보다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집중해 왔다. 그러나 지금 한국이 주목해야 할 사례는 여기에만 있지 않다. 아시아의 변화는 훨씬 더 직접적인 시사점을 던진다. 중국은 지난 30여 년간 세계 최대의 일자리 창출 실험장을 운영해 왔다. 중국 정부는 모든 기업을 자유롭게 방치하지도 모든 고용을 직접 책임지지도 않았다. 대신 명확한 전략 산업을 설정하고 해당 분야에서 민간 기업이 규모를 키울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주었다. 수많은 중소기업과 민영기업이 제조업과 플랫폼, 유통과 서비스 영역에서 폭발적으로 성장했고 그 과정에서 농촌 인구는 도시로 이동하며 대규모 일자리가 만들어졌다. 완벽한 모델은 아니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중국의 고용 증가는 ‘공공 일자리 확대’가 아니라 민간의 일거리 폭증에서 나왔다는 점이다. 베트남은 더 인상적이다. 베트남 정부는 일자리를 외치기보다 “기업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가”를 먼저 물었다. 외국 기업이 투자할 수 있도록 행정 절차를 단순화하고 산업단지를 조성하며 노동력을 체계적으로 교육했다. 그 결과 글로벌 제조 기업과 국내 기업이 함께 성장했고 청년들은 공무원 시험보다 공장과 기업 현장으로 향했다. 베트남의 일자리는 정부 청사에서 생기지 않았다. 공장과 물류 창고, 연구소와 서비스 현장에서 자라났다. 이 두 나라의 공통점은 명확하다. 국가는 일자리를 ‘만들어 주지’ 않았다. 대신 일거리가 만들어질 수 있는 판을 깔았다. 규칙은 강했지만 방향은 분명했고 기업은 그 틀 안에서 속도를 냈다. 기업을 잠재적 범법자로만 보지 않았고 실패를 전면적으로 낙인찍지도 않았다. 한국은 어떠한가. 우리는 여전히 일자리를 숫자로 관리하려는 유혹에 빠져 있다. 단기 고용 지표에 집착하고 공공 부문이 민간의 빈자리를 대신 채우려 한다. 그러나 이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세금으로 만든 일자리는 세금이 마르면 사라진다. 반면 기업이 만든 일자리는 시장 경쟁 속에서 스스로 생존하며 확장된다. 이재명 대통령의 일자리 정책이 성공하려면 질문을 바꿔야 한다. “몇 개의 일자리를 만들 것인가”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일거리가 생겨나고 있는가”다. 그리고 더 근본적인 질문이 필요하다. “창업가와 기업인이 지금 이 나라에서 마음 놓고 뛰고 있는가.” 정도 언론의 시선으로 분명히 말한다. 공정과 정의는 반드시 지켜야 할 가치다. 그러나 그 가치가 도전을 억누르는 명분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규제는 필요하지만 예측 가능해야 하고, 정책은 일관돼야 한다. 기업이 5년, 10년을 내다보고 투자할 수 없는 나라에서 양질의 일자리는 생기지 않는다. 일자리는 대통령의 선언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일거리를 만드는 사람들, 즉 창업가와 기업인이 자유롭게 상상하고 과감하게 도전할 수 있을 때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중국과 베트남 그리고 미국과 독일이 보여 준 교훈은 하나다. 국가는 앞에서 끌어주기보다 뒤에서 밀어 주고 옆에서 지켜보는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이것이 이재명 정부의 일자리 정책이 성공하기 위한 전제 조건이다. 그리고 이것이 경제를 말하는 언론이 외면해서는 안 될 기본이자 상식이다.
2025-12-31 15:5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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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적을 갈아입는 사람들, 합법과 염치 사이
[이코노믹데일리] 국적은 주민등록증이 아니다. 필요할 때 꺼내 들고 불리해지면 접어 넣는 카드가 아니다. 국적은 한 개인이 공동체와 맺는 가장 무거운 약속이다. 그 약속의 핵심은 단순하다. 권리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것이다. 요즘 한국 사회에는 이 약속을 가볍게 여기는 장면이 적지 않다. 성공은 한국에서 하고 책임은 외국 국적 뒤에 숨는다. 법적으로 문제는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상식과 염치의 기준에서는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쿠팡 창업자 김범석 사례가 그렇다. 쿠팡은 한국 시장에서 성장했다. 한국의 소비자, 한국의 노동자, 한국의 물류 인프라 위에서 커졌다. 이 기업은 이제 한국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만으로도 단순한 사기업의 범주를 넘어선다. 그런데 사회적 책임을 묻는 자리에서는 한 발 물러선다. 국회 증인 출석 요구 앞에서도, 플랫폼 독점과 노동 문제를 둘러싼 공적 논의 앞에서도 그는 늘 한국 바깥에 서 있다. “외국 국적자”라는 말이 그 경계를 만든다. 합법이다. 그러나 떳떳한가. 이 질문을 피해 갈 수는 없다. 이 문제를 법의 언어로만 재단하려 하면 본질을 놓친다. 쟁점은 위법 여부가 아니라 태도다. 공동체를 대하는 기본 자세의 문제다. 국적 변경 자체를 비난할 일은 아니다. 개인의 선택이다. 그러나 선택에는 결과가 따른다. 유리할 때는 한국 기업가이고, 불리할 때는 외국인이라는 식의 태도는 선택의 자유가 아니라 책임의 회피다. 고전은 이를 단호하게 말한다. 군자유어의 소인유어리(君子喻於義 小人喻於利). 군자는 의로움을 따지고, 소인은 이익을 먼저 따진다는 뜻이다. 『논어』 이인편에 나오는 이 문장은 이익과 책임을 분리하려는 태도를 오래전부터 경계해 왔다. 우리는 이미 이런 장면을 본 적이 있다. 병역 의무를 앞두고 국적을 바꾼 연예인 사건 이후, 한국 사회는 “법만 어기지 않으면 된다”는 결론으로 물러섰다. 그 결과 성공할수록 국적을 계산하는 풍토, 공동체는 이용 대상일 뿐이라는 냉소, 도덕은 개인 취향이라는 인식만 남았다. 김범석 사례는 그 연장선에 있다. 다만 무대가 연예계에서 플랫폼 자본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형식은 달라도 본질은 같다. “합법이면 그만”이라는 말은 편리하다. 그러나 그 말이 지배하는 사회는 법의 빈틈을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의 놀이터가 된다. 책임지지 않는 권력, 국적 없는 자본, 공동체를 비웃는 엘리트가 그 자리를 차지한다. 국적은 권리의 묶음이 아니다. 책임의 묶음이다. 그 책임을 질 의사가 없다면, 그 공동체에서 얻은 부와 명성도 도덕적으로는 공중에 뜬 것이 된다. 묻지 않을 수 없다. 한국 시장에서 기업을 키웠다면 한국 사회의 질문 앞에 설 의무도 있는 것 아닌가. 제도와 노동의 혜택을 누렸다면 비판과 검증도 감내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하면서 글로벌 스탠더드나 기업가 정신을 말하는 것은 공허하다. 국적은 옵션이 아니다. 상황에 따라 갈아입는 외투도 아니다. 그것은 공동체와 맺은 약속이다. 법이 모든 것을 판단해 주지는 않는다. 법이 놓친 자리를 지켜온 것이 상식이었고, 상식의 마지막 보루가 염치였다. 그 염치가 무너질 때 사회는 느리게, 그러나 확실히 병든다.
2025-12-24 14: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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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자율주행의 갈림길, 가장 위험한 적은 테슬라도 구글도 아닌 내부다
[이코노믹데일리] 현대자동차의 자율주행 위기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다. 돈의 문제도 인재의 문제도 아니다. 정작 치명적인 건 현실을 직시하지 않으려는 내부 경영진의 집단적 자기기만이다. 지금 현대차가 마주한 경쟁자는 더 이상 전통적인 자동차 회사가 아니다. 테슬라, 구글(웨이모), 애플. 이들은 자동차를 만드는 기업이 아니라 데이터 기업이자 소프트웨어 기업이다. 자동차를 ‘기계’가 아니라 ‘움직이는 컴퓨터’로 정의하는 세력들이다. 이 싸움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는 순간 승부는 이미 끝난다. 문제는 현대차 내부에 여전히 “우리는 제조에서 강하다”, “안전과 품질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완성도 없는 자율주행은 브랜드를 훼손한다”는 말들이 아무렇지 않게 오간다는 점이다. 겉으로 보면 모두 맞는 말처럼 들린다. 그러나 지금 이 국면에서는 치명적으로 빗나간 판단이다. 자율주행 경쟁에서 중요한 것은 완성도가 아니라, 얼마나 빨리 현실에 던져졌는가다. 테슬라가 완벽해서 시장을 장악했는가. 구글의 자율주행은 처음부터 안전했는가. 애플이 언제부터 완성형 제품만 내놓았는가. 아니다. 그들은 불완전한 상태로 시장에 들어갔고, 데이터를 쌓으며 실패를 반복했고, 그 속도로 경쟁자들을 따돌렸다. 반면 현대차를 둘러싼 부회장, 사장, 고위 임원들은 여전히 ‘리스크 관리’라는 이름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선택을 하고 있다. 변화를 두려워하고, 기존 성공 공식에 매달리며, 자율주행을 늘 ‘미래의 과제’로 미루는 데 익숙해져 있다. 이게 가장 위험하다. 전국시대 법가 사상서인 『관자』는 이 상황을 단 한 문장으로 정리한다. 때를 잃으면 만사가 늦는다(失時 則萬事遲). 한 번 흐름을 놓치면, 이후의 모든 선택은 만회가 아니라 추격에 그칠 뿐이다. 자율주행은 바로 그런 영역이다. 정의선 회장이 이들의 의견을 “조율”하고 “존중”하는 순간, 현대차의 자율주행 미래는 사실상 접힌다. 역사는 늘 같은 방식으로 이를 증명해 왔다. 삼성 스마트폰의 성공은 임원들의 합의에서 나오지 않았다. 이건희 회장의 일방적인 결단과 강제적인 속도전에서 시작됐다. 반대로 LG전자의 실패는 “좀 더 지켜보자”, “시장 반응을 본 뒤 판단하자”, “우리는 다르게 가자”는 임원들의 집단적 신중함에서 출발했다. 지금 현대차 내부 분위기는 성공 직전의 삼성보다 실패 직전의 LG에 훨씬 가깝다. 자율주행은 ‘완성형 기술’의 경쟁이 아니다. 데이터 축적량의 경쟁이고, 실전 주행 경험의 경쟁이며, 플랫폼을 먼저 차지하느냐의 싸움이다. 뒤늦게 뛰어든 주자는 아무리 기술이 좋아도 선두를 따라잡기 어렵다. 그런데도 현대차 경영진 다수는 자율주행을 여전히 ‘언젠가 해야 할 연구개발 과제’ 정도로 취급한다. 이건 무지라기보다 책임 회피에 가깝다. 지금 필요한 것은 보고서가 아니라 실행이고, 위원회가 아니라 결정이며, 합의가 아니라 명령이다. 자율주행 조직을 기존 사업부에서 완전히 분리하라. 외부 기술을 사오는 데 주저하지 말라. 실패는 용인하되, 지연은 용납하지 말라. “안전”을 말하는 순간, 동시에 “속도”를 요구하라. 그리고 무엇보다 정의선 회장은 지금 이 순간 자신을 둘러싼 ‘편안한 조언자들’부터 경계해야 한다. 조직의 관성에 가장 깊이 젖어 있는 사람들은 언제나 “회장님을 위해서”라는 말을 가장 먼저 꺼낸다. 그러나 대기업의 몰락은 늘 그런 사람들 곁에서 시작됐다. 테슬라는 현대차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구글은 한국 대기업의 의사결정 속도를 고려하지 않는다. 애플은 단 한 번도 기존 산업의 논리를 존중한 적이 없다. 이 싸움은 속도의 싸움이고, 결단의 싸움이며, 고독한 리더십의 싸움이다. 정의선 회장이 임원들의 눈치를 보는 순간, 현대차는 자율주행 시대의 주인공이 아니라 부품 공급사로 밀려날 가능성이 커진다. 지금은 점잖게 말할 시간이 아니다. 부회장과 사장들을 다독일 시점도 이미 지났다. 기존 관성을 깨고, 밀어붙이며, 강제로 속도를 높여야 한다. 역사는 늘 잔인하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자율주행 시대에 살아남는 기업은 가장 준비된 기업이 아니라 가장 먼저 움직인 기업이다. 그리고 그 선택의 책임은 결국 정의선 회장 한 사람에게 돌아간다.
2025-12-17 09:22: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