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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경제

K-제약·바이오, 원료·물류·환율 '삼중 악재'…중동 수출 흔들리나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안서희 기자
2026-03-12 15:26:48

정부, 13일 이형훈 복지부 2차관 주재 긴급회의 소집…"제약업계 피해 최소화 총력"

사진AI 이미지 생성
[사진=AI 이미지 생성]


[경제일보] 미국과 이란 간의 무력 충돌 위기가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으면서 국내 산업계 전반에 긴장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그간 대외 변수에 비교적 강한 것으로 평가받던 제약·바이오 업계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에너지나 석유화학 산업만큼 직접적인 타격은 아니더라도 의약품 원료의 수급 불안과 항공 물류비 급등, 고환율에 따른 임상 비용 부담 가중 등 ‘복합 위기’가 예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동 지역을 신흥 수출 전략 거점으로 삼았던 기업들은 공들여 쌓아온 현지 네트워크가 무너질까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미·이란 전쟁이 가시화될 경우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입을 타격은 크게 원료의약품(API) 공급망 교란, 해외 임상 비용 상승, 중동 현지 수출 차질 등 세 가지 경로로 나타날 것으로 전망됐다.
 
가장 먼저 우려되는 대목은 의약품 생산의 기초가 되는 원료 수급이다. 우리나라는 원료의약품의 해외 의존도가 70%를 상회하며 특히 중국과 인도 등지에서 들여오는 비중이 압도적이다. 중동 지역의 무력 충돌로 세계 해상 물류의 동맥인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 동남아시아와 중동을 거쳐 들어오는 원료 공급망이 순식간에 마비될 수 있다.
 
특히 바이오의약품 생산에 필수적인 각종 시약과 배양 배지 등 소모품의 경우 상당수가 글로벌 물류망을 통해 항공이나 해상으로 운송된다. 중동발 전쟁 여파로 유가가 폭등하고 항공 운임이 치솟으면 생산 원가 상승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된다.
 
전쟁 위기로 안전 자산인 달러 수요가 몰리며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는 점도 제약·바이오 업계의 시름을 깊게 한다. 현재 글로벌 시장 진출을 목표로 미국과 유럽 등에서 대규모 임상 3상을 진행 중인 국내 기업들에 고환율은 그 자체로 거대한 ‘비용 폭탄’이다.

해외 임상은 현지 병원 및 수탁기관(CRO)에 달러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환율이 뛰어오를 경우 앉은 자리에서 수백억원의 추가 임상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자금력이 부족한 바이오 테크 기업들 사이에서는 “연구개발(R&D) 예산이 환율 변동만으로 증발하고 있다”는 비명이 나온다.
 
최근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낙점하고 공을 들여온 중동 시장으로의 수출길이 막히는 것도 뼈아픈 대목이다. 대웅제약, 보령, 휴젤 등 국내 주요 제약사들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를 중심으로 보툴리눔 톡신, 고혈압 치료제, 항암제 등의 수출을 확대해 왔다. 이른바 ‘메디컬 한류’를 앞세워 중동의 ‘할랄’ 의약품 시장을 선점하려던 전략이다.
 
하지만 전쟁이 터지면 현지 보건당국의 행정력이 약화되고 소비 심리가 급랭하면서 의약품 수요 자체가 급감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현지에 진출한 기업들의 경우 결제 대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미수금’ 리스크에 직면할 수도 있다.
 
이렇게 사태가 급박하게 돌아가자 정부도 긴급 대응에 나섰다. 보건복지부는 오는 13일 이형훈 보건복지부 제2차관 주재로 '중동 전쟁 관련 제약·바이오 피해 대응 방안 논의를 위한 긴급 회의'를 개최한다.
 
이번 회의에는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한국바이오협회 등 주요 유관 단체와 중동 수출 비중이 높은 주요 기업 관계자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복지부는 이번 회의를 통해 현지 진출 기업들의 피해 현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의약품 수급 차질 및 물류 마비에 따른 대응책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원료 의약품 수입 경로 다변화와 수출 대금 결제 지연에 따른 금융 지원 방안 등이 주요 안건으로 다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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