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정부가 다음 달 초 발표할 세제개편안을 앞두고 초고가 주택의 보유세를 ‘선진국 수준’으로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 23일 대통령 주재 부동산 대토론회에서는 초고가 주택의 보유세 실효세율을 1%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실효세율 1%를 적용하면 시세 50억원인 주택의 연간 보유세는 5000만원이다. 현재보다 세 부담이 두세 배 늘어나는 고가 아파트가 나올 수 있어 초고가 주택의 기준과 세율, 공제 방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고가 주택의 보유 부담을 높여 주택 집중과 자산 격차를 완화해야 한다는 것이 증세론의 근거다. 고가 주택의 보유 비용이 낮으면 매물이 줄고 특정 지역으로 수요가 몰리는 현상이 심해질 수 있다는 판단도 깔려 있다.
다만 ‘선진국 수준’이라는 기준을 보유세에만 적용하는 것이 적절한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주택 관련 세금은 취득과 보유, 처분 단계가 맞물려 작동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주택을 살 때 취득세를 내고 보유 기간에는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를 부담한다. 주택을 팔아 차익이 발생하면 거래가격과 주택 수, 보유·거주 기간 등에 따라 양도소득세도 부과된다.
국가별 주택 과세 체계는 서로 다르다. 보유세 비중이 높은 국가 가운데 상당수는 주택 거래세를 낮게 유지하거나 실거주 주택의 양도차익에 폭넓은 비과세·공제 혜택을 적용한다.
보유세율이나 주택가격 대비 세액만 비교해 한국도 같은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고 결론 내리기 어려운 이유다. 과세표준 산정 방식과 취득세, 양도차익 과세, 각종 공제와 감면까지 함께 비교해야 실제 부담을 판단할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에서도 한국은 부동산 관련 전체 세수의 국내총생산 대비 비중이 회원국 가운데 높은 편에 속한다. 정기적으로 부과되는 보유세 비중은 미국·영국·캐나다 등보다 낮지만 취득과 이전 단계에서 걷는 세금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높다.
OECD가 한국에 제시해 온 방향도 보유세만 추가로 인상하라는 내용과는 차이가 있다. 거래세 부담을 낮추는 대신 정기적인 보유세의 역할을 확대해 세 부담의 중심을 옮기라는 취지에 가깝다.
거래세에서 보유세로 세제의 무게중심을 이동하면 주택 보유에 따른 비용은 커지지만 이사와 주거 이동을 가로막는 비용은 낮아진다. 보유세 강화와 거래세 완화를 함께 추진해야 세제 개편의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취득세와 양도세를 그대로 둔 채 보유세만 올리면 세 부담의 이전보다 전체 부담의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높은 취득 비용을 부담하고 주택을 산 사람이 인상된 보유세까지 떠안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거래 활성화 효과도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 보유세 인상으로 주택 매물이 늘더라도 매수자가 부담할 취득세가 높고 매도자의 양도세 부담이 크면 실제 거래로 이어지기 어렵다.
고가 주택의 보유세는 세제 개편 전부터 빠르게 늘고 있다. 서울 강남권과 용산구의 일부 아파트는 공시가격 상승으로 올해 보유세가 2021년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분석됐다.
서초구 반포자이 전용면적 84㎡의 올해 예상 보유세는 1810만원으로 지난해보다 40% 이상 증가했다. 2021년 예상 세액인 1653만원도 넘어선 수치다.
올해 공시가격 현실화율과 공정시장가액비율은 2021년보다 낮다. 그럼에도 보유세가 역대 최고 수준으로 오른 것은 집값 상승으로 공시가격 자체가 크게 높아졌기 때문이다.
용산구 한남더힐 전용 235㎡의 올해 예상 보유세도 7633만원으로 추산됐다. 정부가 종부세율과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높이고 공시가격 현실화율까지 상향하면 공시가격 상승에 따른 세액 증가에 제도 변경 효과가 더해진다.
초고가 주택의 기준을 어디에 둘지도 중요한 변수다. 시장에서는 공시가격 30억원이 기준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정부의 최종 방안은 정해지지 않았다.
올해 공시가격 30억원 이상 공동주택은 5만869가구로 전체 공동주택의 0.32%다. 이 가운데 99% 이상이 서울에 몰려 있어 같은 세율을 적용하더라도 지역별 영향은 크게 다를 수 있다.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올라가면 초고가 주택으로 분류되는 대상도 늘어난다. 현재 평균 현실화율 69%를 기준으로 공시가격 30억원은 시세 약 43억원에 해당하지만 현실화율이 80%로 높아지면 시세 37억5000만원 수준의 주택도 기준에 포함될 수 있다.
기준선 부근에서는 세 부담이 급격히 달라지는 문턱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초고가 기준을 넘지 않는 주택으로 수요가 이동하거나 특정 가격대의 주택에 매수세가 몰릴 수 있어 시장에 미칠 영향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
장기보유자와 고령 1주택자에 대한 처리도 남은 과제다. 자산가격은 올랐지만 현금소득이 충분하지 않은 보유자는 세액 증가를 감당하기 어려울 수 있다.
보유세 인상 자체는 조세 형평과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선택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이다. 다만 선진국 사례를 근거로 제시하려면 보유 단계의 세율뿐 아니라 취득과 처분 단계의 부담도 같은 기준에서 살펴야 한다.
정부가 세제개편안을 내놓을 때는 초고가 주택의 세율과 기준만 제시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보유세를 높이는 만큼 취득세와 양도세를 어떻게 조정할지, 실거주·장기보유자에게 어떤 경과조치를 둘지까지 함께 설명해야 한다.
보유세만 선진국 수준으로 높이면 전체 부동산 세제의 부담이 커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번 개편의 핵심은 특정 세목을 얼마나 올릴지가 아니라 취득과 보유, 처분 단계에 흩어진 세 부담을 어떤 원칙으로 다시 배분할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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