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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인플레이션 공포' 습격…고물가·고금리 '이중고'에 한국 경제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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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중동발 '인플레이션 공포' 습격…고물가·고금리 '이중고'에 한국 경제 비상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안서희 기자
2026-03-22 16:25:32

환율 1500원 돌파·유가 110달러 육박…한은 3분기 '금리 인상' 가능성 솔솔

반도체 수출 물류 차질 우려 속 '에너지 쇼크' 직격탄…내수 회복세도 '휘청'

서울 시내의 은행 현금 자동 입출금기ATM 전경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의 은행 현금 자동 입출금기(ATM) 전경 [사진=연합뉴스]

[경제일보] 중동 사태가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으며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 전망이 고개를 들자 국내 실물경기에도 거센 충격파가 예고되고 있다. 

고물가와 고금리 부담이 겹치는 ‘이중고’로 간신히 살아나던 내수 회복 기대가 흔들리고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반도체 수출마저 물류 차질과 에너지 수급 불안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정부는 ‘전쟁 추경’ 편성 등 비상 대응에 나섰지만 전쟁 장기화 시 경기 침체 속 물가가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 진입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2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주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일제히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메시지를 발신하면서 연내 금리 인하 기대는 사라지고 오히려 추가 인상 전망이 급부상했다. 중동 정세의 불확실성이 국제유가를 자극하며 인플레이션 불길을 다시 지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역시 다음 달 기준금리 동결이 유력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하반기 인상론까지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고 있다. 실제로 국제유가(브렌트유)는 배럴당 110달러를 넘어섰고 원/달러 환율은 지난 20일 주간 거래 종가 기준 1500원 선을 돌파하며 심리적 마지노선을 넘겼다.

권효성 블룸버그 이코노미스트는 “유가 108달러, 환율 1500원대 진입 시 한은이 인플레이션 기대를 억제하기 위해 이르면 3분기부터 금리 인상을 단행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씨티 역시 올해 7월과 10월 두 차례 금리 인상을 통해 최종 금리가 연 3.00%에 도달할 것이라는 파격적인 전망을 내놨다. 시장 금리는 이미 들썩이고 있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20일 연 3.410%로 전 거래일보다 8.1bp 급등하며 시장의 공포를 반영했다.

가파른 고물가·고금리 흐름은 민생 경제에 치명타다. 물가가 오르는 상황에서 금리까지 상승하면 가계의 실질 소득이 줄어 소비가 위축되고 기업은 투자 동력을 잃게 된다. 특히 무리하게 대출을 받은 ‘영끌·빚투’ 족이나 자금력이 약한 중소기업부터 파산 위기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공을 들여온 내수 회복세도 꺾일 판이다. 재정경제부는 최근 발표한 ‘그린북’ 3월호에서 8개월 만에 ‘경기 하방 위험’을 다시 언급하며 위기감을 드러냈다. 인공지능(AI) 특수로 호황을 누리던 반도체 수출도 안심할 수 없다. 중동발 항공 물류 차질로 운임 비용이 치솟고 전력 소비가 막대한 업종 특성상 에너지 가격 급등에 따른 제조 원가 상승 압박이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주요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인 ‘2.0%’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NH금융연구소는 전쟁이 1년간 지속될 경우 올해 성장률이 0%대까지 추락할 수 있다는 충격적인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위기 상황이 심화하자 정부는 재정 확대와 물가 관리를 병행하는 ‘복합 대응’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최대 20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논의 중이며 이재명 대통령은 이를 ‘전쟁 추경’으로 명명하며 민생 안정을 위한 적극적인 재정 역할을 주문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을 필두로 23개 주요 민생 품목의 유통 구조 점검도 시작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고물가 시기에 편승한 돼지고기, 밀가루 등 생활 밀접 품목의 담합 행위를 집중 단속하며 물가 억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김광석 한양대 겸임교수는 “재정정책이 경기 회복을 떠받치는 ‘보일러’ 역할을 하고 통화정책이 물가를 안정시키는 ‘에어컨’ 역할을 하는 정교한 정책 공조가 절실한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이 오히려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고금리로 민간 수요가 위축된 상황에서 대규모 추경을 통해 시중에 돈을 풀 경우 자칫 인플레이션을 더 자극하는 ‘엇박자’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석병훈 이화여대 교수는 “정부가 재정을 확대하더라도 고금리에 따른 민간 수요 위축이 심화되면 전체 GDP 상승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려야 하는 한은과 경기를 살리기 위해 돈을 풀어야 하는 정부 사이의 딜레마가 깊어지고 있다.

중동의 포성이 멈추지 않는 한, 대한민국 경제는 고환율·고유가·고금리라는 ‘3고(高) 터널’을 상당 기간 지나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복합 대응’이 실효를 거두어 민생 파탄을 막아낼 수 있을지 전 국민의 눈과 귀가 용산과 여의도로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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