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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대신 갚아준 7조4000억원…HUG 보증금 회수는 제자리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한석진 기자
2026-04-23 07:20:35

구상권 7조6542억원 청구했지만 회수액 2225억원…공적 재원 관리 과제 부상

서울 서초구 구룡산에서 바라본 도심 전경 사진유대길 기자
서울 서초구 구룡산에서 바라본 도심 전경. [사진=유대길 기자]


[경제일보] 정부가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대신 지급한 보증금 가운데 회수하지 못한 금액이 7조4000억원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가해 임대인을 상대로 대규모 구상권을 청구했지만 실제 회수 규모는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렀다. 공적 재원 투입이 계속되는 가운데 회수 체계 전반을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3일 김종양 국민의힘 의원실이 HUG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2월 말 기준 전세보증 관련 구상권 청구금액은 7조6542억원이다. 이 가운데 회수금액은 2225억원으로 집계됐다. 아직 회수되지 않은 금액은 7조4317억원에 달한다.
 

HUG는 임대차 계약 종료 후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할 경우 세입자에게 먼저 보증금을 지급한다. 이후 임대인을 상대로 구상권을 행사해 경매나 채권 회수 절차를 통해 자금을 돌려받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피해자는 우선 보호하고 책임은 가해 임대인에게 묻는 제도다.
 

문제는 실제 회수 속도다. 전세사기가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전과 비교하면 미회수 규모는 빠르게 커졌다. 2021년 구상권 청구금액은 8752억원, 미회수금액은 6638억원이었다. 이후 전세사기 피해가 전국적으로 늘면서 두 지표 모두 단기간에 급증했다.
 

최근 전세보증 사고 건수는 다소 줄어드는 흐름이지만 누적 손실 부담은 여전히 크다. 지난해 구상권 청구금액은 9조176억원이었고 회수금액은 1조5212억원으로 집계됐다. 청구액 대비 회수 비중은 17% 수준이었다. 올해도 2개월간 회수액은 2225억원으로 누적 잔액 규모와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회수가 쉽지 않은 이유로는 담보 자산의 한계가 거론된다. 전세사기 가해 임대인이 보유한 주택 상당수가 빌라나 비아파트 유형에 집중돼 있어 경매 시장에서 매각이 원활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감정가보다 낮은 가격에 낙찰되거나 유찰이 반복되면 회수 기간은 더 길어질 수 있다.
 

가해 임대인의 재무 상태도 변수다. 이미 다수 채무를 안고 있거나 사실상 파산 상태인 경우에는 구상권을 청구하더라도 실질적으로 회수 가능한 재산이 많지 않다는 설명이다. 법적 권리를 확보하더라도 실제 현금 회수까지 이어지지 않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뜻이다.
 

HUG는 회수 가능성 자체는 유지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HUG 관계자는 피해가 급증하는 과정에서 미회수금도 함께 늘었지만 보증사고가 최근 감소하고 있고 경매 등 절차도 계속 진행되고 있어 시간이 걸리더라도 회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피해자 지원과 재정 건전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권대중 한성대 경제·부동산학과 석좌교수는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할 정도의 상황이라면 구상권을 청구해도 원금 회수가 쉽지 않을 수 있다며 공적 자금이 투입된 만큼 회수를 위한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도 제도 보완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김종양 의원은 대위변제 미회수 문제는 공적 보증의 건전성과 서민 주거 안전망의 지속 가능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임대인의 반환 책임을 높이고 투입된 재원이 다시 시장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관리 체계를 점검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세보증 제도는 세입자 보호를 위한 핵심 안전장치로 기능하고 있다. 다만 피해 구제 이후 회수 단계까지 원활하게 작동해야 제도의 지속 가능성도 확보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회수 효율을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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