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LG전자가 사내벤처 프로그램을 통해 육성한 스타트업을 잇달아 분사시키며 B2B 중심 신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단순 조직 혁신을 넘어 외부 생태계를 활용한 기술 확보 전략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최근 서울 강서구 마곡 사이언스파크에서 사내벤처 프로그램 '스튜디오341 데모데이(투자 유치 등을 목적으로 스타트업을 소개하는 행사)'를 열고 최종 스핀오프(분사) 자격을 갖춘 사내벤처 4개 팀을 선발했다.
글로벌 가전 시장은 성숙기에 접어들며 성장률 둔화가 뚜렷해지고 있다. 가격 경쟁 심화와 원가 부담이 동시에 커지면서 기존 B2C 중심 사업 구조만으로는 지속적인 성장을 담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같은 환경 변화 속에서 주요 전자 기업들은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B2B 사업 확대와 함께 외부 혁신 역량을 흡수하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사내벤처 육성 역시 이러한 흐름의 일환이다.
LG전자가 운영 중인 '스튜디오341'은 내부 인력을 기반으로 스타트업을 발굴·육성한 뒤 독립시키는 구조다. 이는 대기업 조직 내에서는 의사결정 속도와 사업 실험의 유연성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신사업의 경우 시장 검증과 빠른 피봇(방향 전환)이 중요한데 별도 법인 형태로 분사할 경우 외부 투자 유치와 사업 확장이 용이해지고 보다 민첩한 실행이 가능해진다. 동시에 기업 입장에서는 핵심 인력과 기술을 외부로 완전히 놓치지 않으면서도 파트너 형태로 협력 관계를 유지할 수 있어 리스크를 분산하는 효과도 있다. 단순 인재 실험이 아니라 기술 사업화를 전제로 한 '기업형 스타트업 인큐베이팅 모델'로 볼 수 있다.
이번에 분사하는 4개 팀은 공통적으로 AI, 로봇, 첨단 소재 등 B2B 중심 산업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드웨어 설계 오류를 탐지하는 AI 솔루션 △코드 품질 개선을 위한 AI 에이전트 △주방 자동화 로봇 △난연 소재 설계 솔루션 등은 모두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기술이다.
이는 회사가 단순 소비자 가전 기업을 넘어 산업 전반에 기술을 공급하는 구조로 전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피지컬 AI(Physical AI)'로 불리는 로봇·자동화 영역까지 포함된 점은 향후 사업 방향성을 시사한다. 또한 최대 4억원 규모의 초기 투자와 분사 이후 지원 지속은 단순 아이디어 단계가 아니라 실제 시장 진입을 전제로 한 구조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LG전자의 사내벤처 분사는 단순 신사업 발굴이 아니라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 전략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기존에는 기업 내부 연구개발(R&D)을 통해 기술을 확보하는 방식이 주류였다면 이제는 스타트업 형태로 분사시켜 외부 투자와 시장 검증을 동시에 진행하는 구조로 변화하고 있다.
특히 분사 이후에도 협력 관계를 유지한다는 점에서 LG전자는 고객이자 파트너로서 이들 기업을 활용할 수 있다. 이는 대기업이 직접 모든 기술을 내재화하지 않고도 생태계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최근 산업계에서는 AI가 소프트웨어 영역을 넘어 로봇, 자동화 설비 등 물리적 시스템과 결합하는 피지컬 AI 흐름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단일 기업이 모든 기술을 확보하기보다는 각 분야 전문 기업 간 협력 구조가 핵심 경쟁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LG전자가 사내벤처를 독립시키는 동시에 파트너십을 유지하려는 전략은 이러한 시장 변화에 대응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024년 분사한 1기 스타트업들이 정부 지원 프로그램과 기술 평가에서 성과를 내며 일정 수준의 검증을 거쳤다는 점도 주목된다. 이는 사내벤처 모델이 단순 실험이 아니라 실제 사업화 가능성을 갖춘 구조임을 보여주는 사례다. 동시에 후속 스타트업의 투자 유치와 시장 진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 LG전자의 사업 구조는 제품 중심에서 기술·솔루션 중심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가전, 로봇, AI, 소재 등 다양한 영역에서 축적된 기술을 기반으로 산업 전반에 적용 가능한 플랫폼 기업으로 진화하려는 흐름이다. 사내벤처 분사는 이러한 전략을 실행하는 하나의 수단으로 내부 혁신을 외부 생태계로 확장하는 역할을 한다.
이번 스핀오프는 LG전자가 단순 제조 기업을 넘어 기술 기반 파트너십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으로 평가된다. 향후 이들 스타트업의 시장 내 사업 성과와 안착 여부에 따라 LG전자의 B2B 사업 확장 속도 역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LG전자 관계자는 "이번에 선발된 사내벤처들의 지분 구조나 사업 협력 방식은 현재 협의가 진행 중으로 오는 7월 스핀오프 절차 이후 구체화될 예정"이라며 "아이템의 사업성과 시장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결과 이번 선발 기업들이 B2B 중심으로 구성됐으며 이는 시장에서 해당 기술의 활용 가능성이 높게 평가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스튜디오341은 초기 사내벤처 중심에서 출발했지만 시즌2부터는 외부 스타트업까지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며 "향후 사내벤처와 외부 협업을 병행하는 형태로 오픈 이노베이션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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