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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DNA 분석-삼성] 메모리 제국 넘어, AI 시대 파운드리 재건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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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재계 DNA 분석-삼성] 메모리 제국 넘어, AI 시대 파운드리 재건 승부수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정보운 기자
2026-05-07 15:04:03

미국 테일러 팹 중심 공급망 확대

'AI 서버 시대' HBM·파운드리·패키징 동시 강화

삼성전자 서초사옥 깃발 이미지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 서초사옥 깃발 이미지 [사진=연합뉴스]

[경제일보] 화려한 메모리 호황 뒤 삼성전자는 또 다른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시대 최대 수혜 산업으로 떠오른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앞세워 사상 최대 수준의 실적을 거두고 있지만 삼성의 시선은 단순한 메모리 초격차 유지에 머물러 있지 않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의 두 번째 축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재건에 그룹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한때 'TSMC 추격 실패'라는 냉혹한 평가를 받았던 파운드리 사업을 다시 궤도에 올려 메모리와 파운드리가 동시에 실적을 견인하는 이른바 '쌍끌이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승부수다.

최근 애플이 미국 텍사스주 삼성전자 테일러 팹(공장)을 방문해 첨단 칩 생산 협력을 논의한 사실은 이 같은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아이폰과 맥북용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사실상 독점 생산해온 TSMC 체제에 균열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삼성 파운드리의 존재감도 다시 커지고 있다.

삼성 파운드리는 불과 2~3년 전만 해도 위기론의 중심에 있었다. 세계 최초로 게이트올어라운드(GAA) 3나노 공정을 도입하며 기술 선점에 나섰지만 초기 수율 안정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선단공정 전환 속도를 높이는 과정에서 수율 확보에 난항을 겪으며 TSMC와의 격차가 확대됐다는 평가도 나왔다.

여기에 자사 모바일 AP인 엑시노스 경쟁력 약화와 주요 고객사 이탈설까지 겹치며 삼성 파운드리의 위기감은 극대화됐다. 업계에서는 한동안 삼성이 메모리에서는 세계 최강이지만 파운드리에서는 TSMC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2023년 생성형 AI 투자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반도체 산업의 질서도 급변하기 시작했다. 데이터센터 투자 경쟁이 폭발적으로 늘어나자 글로벌 빅테크들은 첨단 반도체 확보에 사활을 걸기 시작했다. 문제는 TSMC 한 곳에 지나치게 의존된 공급망 구조였다.

미중 갈등과 대만 지정학 리스크가 커지면서 빅테크 내부에서는 공급망 다변화 필요성이 빠르게 제기됐다. AI 반도체 수요가 폭증하는 상황에서 특정 업체에만 생산을 의존할 경우 공급 차질 리스크가 지나치게 커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삼성전자가 다시 기회를 잡기 시작했다. 미국 내 생산기지를 갖춘 데다 메모리와 파운드리를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기업이라는 점이 강점으로 부각됐다. 삼성은 2024년 이후 오스틴과 테일러를 중심으로 미국 생산 거점을 확대하며 글로벌 빅테크 고객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실제 삼성전자는 2024년 테슬라의 차세대 자율주행 칩 'AI6' 생산 계약을 따낸 데 이어 최근에는 엔비디아의 신형 AI 칩 생산에도 참여하고 있다. 여기에 올해 들어 애플과의 협력 가능성까지 부상하면서 업계에서는 삼성 파운드리가 다시 글로벌 빅테크 공급망 중심으로 진입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의 전략 변화 중심에는 AI 시대 반도체 생태계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과거 반도체 경쟁이 단순히 메모리 성능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HBM·파운드리·첨단 패키징·AI칩 생산이 하나의 밸류체인으로 연결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

삼성 역시 단순한 메모리 회사에서 AI 인프라 기업으로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HBM4 양산과 첨단 패키징 투자 확대 그리고 선단공정 경쟁력 강화에 동시에 나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메모리 사업에서 벌어들인 현금을 기반으로 AI 시대 핵심 인프라 전반에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오래전부터 강조해온 시스템반도체 비전 역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삼성은 2019년 당시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세계 1위'를 선언하며 대규모 투자를 이어왔지만 시장에서는 메모리 편중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기 어렵다는 회의론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AI 시대가 열리며 상황은 달라지고 있다. 메모리와 비메모리의 경계가 흐려지고 AI 서버용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삼성의 수직계열화 경쟁력이 다시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업계에서는 HBM과 파운드리를 모두 확보한 기업이 향후 AI 반도체 시장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삼성 앞에 놓인 과제도 여전히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파운드리 사업의 핵심 경쟁력인 수율 안정성을 지속적으로 입증해야 한다. TSMC가 수십 년간 축적한 고객 신뢰와 생산 안정성을 단기간에 따라잡기는 쉽지 않다는 평가도 여전하다.

천문학적인 투자 부담 역시 숙제다. 삼성은 미국 테일러 팹 증설과 첨단 공정 투자 그리고 HBM 생산 확대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AI 호황이 이어지는 동안에는 성장 동력이 유지될 수 있지만 업황 변동성이 커질 경우 수익성 관리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AI 호황이 이어지는 현재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노사 갈등이라는 또 다른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 2026년 들어 삼성전자 노조는 성과급 확대와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대규모 집회와 총파업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 실제 삼성전자 노조는 오는 5월 말부터 장기 총파업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는 "AI 반도체 수요 급증으로 글로벌 공급망 긴장감이 커진 상황에서 생산 차질이 현실화할 경우 삼성의 파운드리 재건 전략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시장은 삼성의 변화를 주목하고 있다. 메모리 초격차라는 기존 성공 공식을 넘어 AI 시대 새로운 반도체 질서 속에서 파운드리까지 성장 축으로 키우려는 시도가 본격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삼성전자가 D램으로 세계 시장을 뒤흔들었다면 이제는 AI 반도체 시대 종합 인프라 기업으로 체질 전환에 나서고 있다. 한때 '수율 위기론'의 상징이었던 삼성 파운드리가 애플과 엔비디아 그리고 테슬라까지 품으며 진정한 반등 궤도에 올라설 수 있을지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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