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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민주주의를 갉아먹는 '혐오의 정치', 이제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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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민주주의를 갉아먹는 '혐오의 정치', 이제 멈춰야 한다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2026-05-25 12:01:49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경제일보] 스타벅스코리아의 마케팅 논란이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역사적 비극을 연상시킨다는 비판 속에 기업은 대표이사를 교체하고 공식 사과에 나섰으며, 수사기관도 사실관계 확인에 착수했다.

기업의 부주의한 기획이 국민 정서를 건드렸다면 마땅히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나 지금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습은 기업 논란에 대한 상식적 비판의 수준을 이미 넘어섰다. 정치권과 일부 극단 세력, 그리고 정부까지 가세한 과잉 반응 속에서 사건은 어느새 ‘혐오와 정쟁의 전장’으로 변질되고 있다.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것은 정치권의 태도다.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이번 논란은 상대 진영을 공격하기 위한 정치적 소재로 소비되고 있다. 여야 모두 민생과 정책 경쟁보다는 상대를 자극하고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데 몰두하는 모습이다. 한쪽은 역사적 상처를 정치 프레임으로 확대 해석하며 공세를 강화하고, 다른 한쪽은 이를 정치 탄압이라고 반발한다. 결국 남는 것은 극단적 진영 대립과 국민 피로감뿐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선거는 미래 비전을 놓고 경쟁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지역 발전과 경제 회복, 청년 일자리와 복지 대책을 두고 정책으로 승부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상대의 실수를 최대한 부풀려 정치적 반사이익을 얻으려는 ‘혐오 경쟁’으로 흐르고 있다. 이런 정치가 반복될수록 국민의 정치 불신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선거인가”라는 냉소가 커지는 이유다.
 
일부 강경 세력의 도발적 행동도 문제다. 역사적 아픔과 사회적 상처를 조롱하듯 자극적 언행을 이어가며 갈등을 키우고 있다. 표현의 자유는 존중되어야 하지만 공동체의 고통을 희화화하거나 혐오를 조장하는 행위까지 용납될 수는 없다. 정치권 역시 이런 극단적 움직임과 분명히 거리를 둬야 한다. 강성 지지층만 바라보며 침묵하거나 모호한 태도를 취한다면 결국 중도층의 외면을 자초하게 될 것이다.
 
정부 대응 역시 신중함을 잃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대통령 발언 이후 여러 부처가 잇따라 제재와 사업 중단 검토에 나서는 모습은 지나치게 성급해 보인다. 물론 사회적 논란에 대해 정부가 원칙적 입장을 밝힐 수는 있다. 그러나 사실관계가 충분히 규명되기도 전에 전방위 압박에 나서는 것은 공권력의 과잉 행사라는 논란을 부를 수 있다. 정부는 여론의 심판자가 아니라 법과 원칙의 관리자여야 한다.
 
더 우려되는 것은 그 과정에서 애꿎은 현장 노동자들과 일반 소비자들까지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과열된 정치 공방과 여론전 속에서 정작 현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피해를 떠안는다면 이는 또 다른 사회적 상처가 된다. 책임을 물어야 할 대상과 보호해야 할 대상은 분명히 구분되어야 한다.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분노의 확산이 아니라 절제된 이성과 균형 감각이다. 역사적 아픔은 정치적 동원의 수단이 아니라 공동체가 함께 기억하고 성찰해야 할 가치다. 이를 선거 전략으로 소비하는 순간 민주주의는 갈등과 혐오의 늪으로 빠질 수밖에 없다.
 
정치권과 정부는 이제라도 자극적 선동을 멈춰야 한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상대를 향한 증오가 아니라 사회 갈등을 치유하고 미래를 제시하는 책임 있는 정치다. 민주주의는 상대를 무너뜨리는 데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생각 속에서도 공동체의 품격을 지켜낼 때 비로소 성숙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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