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글로벌 AI(인공지능) 반도체 투자 경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 확대라는 새로운 변수와 마주하면서 국내 반도체 업계의 장기 투자 여력 논란이 커지고 있다. 미국과 대만 경쟁사들이 수십조원 규모 설비투자에 속도를 내는 반면 국내 기업들은 호황기 이익의 상당 부분이 성과급으로 유출되는 구조가 강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 테크놀로지(Micron Technology)는 올해 설비투자 규모를 기존 200억 달러에서 250억 달러(약 38조원)로 확대했다. 뉴욕주 클레이 메가팹에는 향후 20년간 최대 1000억 달러(약 152조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 TSMC 역시 올해 설비투자 규모를 최대 560억 달러(약 85조원)까지 상향하며 미국과 유럽 중심으로 생산거점을 확대하고 있다.
반면 국내 반도체 업계에서는 영업이익 기반 성과급 체계 확대가 향후 투자 재원 운용의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올해 초 약 4조7000억원 규모의 성과급을 지급한 데 이어 향후 실적 개선 시 수십조원대 성과급 부담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업계에서는 AI 반도체 경쟁이 결국 대규모 자본 투입과 현금 동원력 싸움으로 번지는 상황에서 호황기 현금 유출 규모가 커질 경우 장기 투자 여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반도체 산업은 대표적인 대규모 장치 산업으로 꼽힌다. 첨단 반도체 팹 1개를 건설하는 데 약 20조원 이상이 필요한 데다 업황 변동성이 큰 만큼 호황기에 확보한 현금을 차세대 공정 투자와 불황기 대응 자금으로 비축하는 전략이 중요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업계에서는 최근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자본 배분 공식 자체가 변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과거에는 실적 개선 시 공격적 설비투자와 연구개발(R&D), 현금 확보가 우선이었다면 최근에는 영업이익 기반 성과급 확대 요구가 커지며 투자·보상·주주환원 사이 균형 문제가 핵심 경영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는 설명이다.
성과급 체계를 둘러싼 논란이 단순 노사 문제를 넘어 거버넌스 이슈로 확산되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의 특별성과급 지급 결정을 두고 일부 주주단체가 주주총회 승인 필요성을 주장하며 문제를 제기한 것이 대표적이다. 시장에서는 AI 시대 초호황 수익을 둘러싸고 직원·주주·경영진 간 이해관계 충돌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국내 기업들의 성과 보상 체계를 보다 투명하고 장기 투자 중심으로 재설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기존 EVA(경제적부가가치) 중심 성과급 체계는 산출 기준이 복잡하고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이어졌고 최근에는 영업이익 기반의 단순·직관적 기준 요구가 확대되고 있다. 실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내부에서도 성과급 산정 방식과 반영 기준을 둘러싼 논란이 반복되며 보다 명확한 보상 체계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다만 업계 안팎에서는 단기 실적 중심 보상 체계가 강화될 경우 장기 투자 산업인 반도체 업계 특성과 충돌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AI 반도체 시장 주도권 경쟁이 초대형 설비투자와 생산능력 확보 경쟁으로 확대되는 가운데 향후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성과 보상과 미래 투자 사이 균형점을 어떻게 설정하느냐가 장기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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