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대한민국 경제를 일으켜 세운 주역은 거대한 제철소, 대규모 석유화학 단지, 그리고 전국을 거미줄처럼 얽은 전력망과 같은 중후장대형 인프라 산업이었다. 이 단단한 하드웨어 자산들은 국가 경제의 뼈대를 이루며 가장 확실한 부를 창출해 왔지만, 자본의 관점에서는 치명적인 숙명을 안고 있다. 바로 막대한 초기 투자 비용과 긴 자본 회수 기간으로 인한 자본의 경직성이다.
한 번 구축된 인프라는 수십 년에 걸쳐 감가상각되며 서서히 가치를 회수한다. 고금리와 글로벌 공급망 다변화로 자본의 기회비용이 천문학적으로 치솟은 현대의 거시경제 환경 속에서, 이처럼 무거운 물리적 자산에 자본이 묶여 있는 구조는 기업의 재무적 기동성을 제약하는 가장 큰 족쇄가 되고 있다.
기존의 전통적인 자산 유동화 방식인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이나 자산유동화증권(ABS)은 대규모 금융 비용과 복잡한 발행 절차, 그리고 철저히 대형 금융기관 위주의 폐쇄적 구조라는 한계를 지닌다. 특히 신재생에너지 인프라나 중소형 전력망, 에너지저장장치(ESS)처럼 분산형·지능형으로 진화하는 현대의 인프라 자산들은 기존의 거대 금융 문법으로는 기민하게 자금을 조달하기 어렵다.
글로벌 선도 인프라 기업들이 토큰증권(STO)이라는 새로운 금융 영토에 사활을 걸기 시작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STO는 대규모 설비 투자의 리스크를 무수히 많은 디지털 조각으로 분산해 기업의 재무 부담을 덜어내는 자산 경량화 전략의 핵심 열쇠이기 때문이다.
인프라 STO의 본질은 단순히 물리적인 콘크리트 구조물이나 철골 시설을 조각내어 파는 소유권의 분할이 아니다. 그 시설이 가동되면서 미래에 지속적으로 만들어낼 흐름, 즉 가치와 수익권을 토큰화하는 것이다. 송전선 위를 흐르는 전기, 파이프라인을 타고 이동하는 에너지, 태양광 패널이 흡수한 햇살이 실시간 데이터로 치환되어 투자자들에게 조작 불가능한 배당의 근거를 제공한다.
이 단계에 이르면 과거 창고나 부지 속에 무겁게 정체되어 있던 하드웨어 자산은 실시간으로 자본이 유입되고 순환하는 살아 있는 금융 플랫폼으로 탈바꿈한다. 인프라는 더 이상 장부 속 고정자산에 머물지 않는다. 운영 데이터와 수익 흐름, 투자자의 참여가 결합된 디지털 금융 인프라가 된다.
전략 원자재를 확보하는 업스트림 단계가 산업 자본 대전환의 훌륭한 시작이었다면, 그 원자재가 흘러 들어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인프라망을 구축하고 유동화하는 과정은 이 거대한 가치사슬의 완성이다. 원자재 조달에서 인프라 운영, 그리고 지능형 제어에 이르는 다운스트림 전 과정이 하나의 데이터로 이어질 때 비로소 자본은 정체 없이 흐를 수 있다.
하드웨어의 경직성을 깨고 금융의 유연성을 덧입히는 이 필연적인 여정 위에서 대한민국 산업 자본은 새로운 진화의 문을 열고 있다. STO는 단순한 금융 기법이 아니다. 무거운 인프라 자산을 다시 움직이게 하고, 잠들어 있던 산업 자본을 깨우며, 제조 강국 대한민국이 디지털 금융 강국으로 나아가기 위한 새로운 연결 언어다.
[필자 소개]
구교성 | 클레버스(CLEBUS) 의장
2001년 ‘질문·답변을 통한 정보 제공 방법’ 및 ‘대표 키워드 검색’ 등 원천 특허를 출원하며 일찍이 인터넷을 통한 지식 공유와 빅데이터 기반의 인공지능 시대를 예견했다. 국경 없는 가치 공유와 결제 생태계를 목표로 2006년 클레버스를 설립했다.
이후 2019년 블록체인 기술의 도래와 함께 무형의 지식 자산을 넘어 실물 자산과 에너지 인프라를 토큰화하는 혁신으로 시야를 확장했다. 현재 클레버스를 통해 실물자산(RWA) 거래소를 포괄하는 초연결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선박과 같은 대규모 인프라부터 공공 자산에 이르는 디지털 트윈 및 STO 인증 프로젝트를 전개하며 글로벌 실물자산 금융화 시대를 개척하고 있다.
또한 클레버스 초연결 생태계의 기축자산통화인 클레코인(CLE)은 현재 고팍스(GOPAX) 가상자산거래소에 상장되어 거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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