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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일보] '맛'으로 판 뒤집은 농심…라면 한 우물로 세계 넓힌 61년 [유통명가 D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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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일보] '맛'으로 판 뒤집은 농심…라면 한 우물로 세계 넓힌 61년 [유통명가 DNA]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정보운 기자
2026-10-01 09:11:47

스프 기술 앞세워 20년 만에 업계 1위…너구리·짜파게티·신라면 연속 흥행

신라면 40년 누적 매출 20조…툼바·골드 등 국내외 소비 취향 제품화

녹산 수출공장·해외 거점 확대…2030년 해외사업 비중 61% 목표

농심 본사 전경 사진농심
농심 본사 전경 [사진=농심]
 
[경제일보] '맛의 차별화'로 후발주자의 한계를 넘어 국내 라면시장의 판도를 바꾼 회사가 있다. '매운맛'의 대명사 신라면을 만들어낸 농심이다. 1965년 당시 국내 라면시장의 약 80%를 선두업체가 차지하고 있었지만 농심의 전신인 롯데공업은 '롯데라면'을 내놓으며 경쟁에 뛰어들었다.

농심은 국물 맛과 면의 형태를 달리하고 짜장·우동·매운맛 등 새로운 선택지를 잇달아 선보이며 라면시장을 세분화했다. 제품 차별화를 앞세운 전략은 1985년 시장 진출 20년 만의 업계 1위로 이어졌고, 이듬해 신라면을 출시하며 선두 자리를 굳혔다.
 
스프 기술에 답 있었다…연속 히트상품으로 뒤집은 시장
사진Chat GPT
[사진=Chat GPT]

농심은 라면 경쟁력의 핵심을 맛에서 찾고 이를 제품 개발 역량으로 연결했다. 창업과 함께 자체 연구소를 설립한 데 이어 1982년에는 경기 안성에 스프전문공장을 세우며 국물 맛과 스프 기술을 체계적으로 고도화했다.

연구개발 역량은 곧 신제품 경쟁력으로 이어졌다. 농심은 1982년 너구리와 육개장사발면을 시작으로 1983년 안성탕면, 1984년 짜파게티를 잇달아 선보였다. 우동·장국·짜장 등 한국인에게 익숙한 메뉴를 라면으로 재해석한 제품들이 연이어 등장하면서 라면시장의 선택지도 한층 세분화됐다.

신제품의 잇단 흥행은 시장 판도 변화로 이어졌다. 농심은 1985년 3월 시장점유율 40.4%를 기록하며 창업 20년 만에 처음으로 업계 선두에 올라섰다. 이듬해에는 한국인이 선호하는 얼큰한 국물 맛을 앞세운 신라면을 출시해 상승세를 이어갔고 매운맛을 하나의 독립적인 라면 카테고리로 키우며 시장 지배력을 확대했다.
 
신라면 20조 브랜드로…소비자 취향 따라 맛의 경계 확장
사진Chat GPT
[사진=Chat GPT]

올해 출시 40주년을 맞은 신라면은 농심의 제품 개발 전략을 가장 잘 보여주는 대표 브랜드다. 2025년 말 기준 누적 매출 20조원, 누적 판매량 약 425억개를 기록하며 장수 브랜드로 자리 잡았고 지난해에는 전체 브랜드 매출 1조5400억원 가운데 약 66%를 해외에서 올리며 글로벌 성장축으로도 입지를 넓혔다.

농심은 장수 브랜드의 기존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변화한 소비 취향에 맞춰 신라면 제품군을 꾸준히 확장해왔다. 신라면 블랙과 건면으로 국물과 면의 특성을 세분화한 데 이어 최근에는 툼바·골드·로제 등을 선보이며 볶음면과 크림소스, 닭고기 육수까지 맛의 범위를 다양화했다.

제품 개발 과정에서도 국내와 해외 시장의 경계가 점차 옅어지고 있다. 신라면 툼바는 소비자들이 신라면에 우유와 치즈 등을 더해 먹던 조리법을 정식 제품으로 구현해 해외시장까지 확장한 사례다. 반면 올해 출시한 신라면 골드는 해외 전용 제품인 '신라면 치킨'을 통해 확인한 닭고기 육수 수요를 국내 소비자 취향에 맞게 재해석한 제품으로 국내외 시장 반응이 서로 신제품 개발로 이어지는 구조를 보여준다.

과거에는 국내에서 흥행한 제품을 해외시장에 공급하는 방식이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국내외 소비자의 취향과 반응을 신제품 개발에 함께 반영하는 구조로 변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농심의 글로벌 전략도 한국에서 만든 맛을 해외에 알리는 단계에서 각국의 식문화와 소비 특성을 제품에 반영하는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다.
 
라면 한 우물, 세계로 넓힌다…해외사업 비중 61% 목표
사진그래픽팀
[사진=그래픽팀]

해외시장 확대에 맞춰 생산과 판매 구조도 국내 중심에서 점차 글로벌 체제로 재편되고 있다. 농심은 미국과 중국에 현지 생산거점을 운영하는 한편 유럽과 러시아 등으로 판매망을 넓히며 해외사업 기반을 강화하고 있다. 그 결과 현재 농심 제품은 세계 100여개국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전체 매출에서 해외사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약 40%까지 높아졌다.

해외 수요가 늘면서 국내 수출 생산능력 확충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농심은 지난해 5월 부산 녹산국가산업단지에 수출전용공장을 착공했으며 오는 11월 완공을 목표로 건설을 진행하고 있다. 공장이 가동되면 연간 약 5억개의 라면을 추가 생산할 수 있어 기존 부산·구미공장을 포함한 전체 수출용 생산능력은 연 12억개 수준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농심은 '비전 2030'을 통해 2030년 연결 매출 7조3000억원과 영업이익률 10%, 해외사업 비중 61%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해외사업 확대 효과는 올해 실적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상반기 연결 매출은 1조890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3% 늘었고 영업이익은 1267억원으로 31.7% 증가했다. 수출과 해외법인의 매출이 늘고 수익성도 개선되면서 글로벌 사업이 전체 실적 성장을 이끄는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농심은 61년간 새로운 맛을 앞세워 라면시장의 경계를 넓혀왔다. 국내에서는 너구리·짜파게티·신라면으로 각기 다른 맛의 영역을 만들며 후발주자에서 시장 1위로 올라섰고 이제 성장 무대는 해외로 옮겨가고 있다.

향후 과제는 신라면에 집중된 글로벌 성장세를 짜파게티·너구리 등 다른 장수 브랜드로 확산하고 국가별 입맛과 식문화에 맞춘 제품을 지속적으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국내에서 '맛의 차별화'로 시장을 넓혀온 성장 공식을 세계시장에서도 이어가는 것이 농심의 다음 성장을 좌우할 전망이다.

농심 관계자는 "농심의 핵심 경쟁력은 끊임없는 연구개발과 투자에 있다"며 "앞으로도 이러한 기술력과 품질 경쟁력을 바탕으로 국가별 식문화를 반영한 현지 맞춤형 제품을 확대하고, 신라면에 이은 글로벌 파워 브랜드를 육성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아주경제 2026년 10월 01일자 13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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