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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명가 DNA] 가격은 그대로, 파는 건 달라졌다…다이소, 천원숍을 4조5000억 기업으로 키운 '5000원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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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경제

[유통명가 DNA] 가격은 그대로, 파는 건 달라졌다…다이소, 천원숍을 4조5000억 기업으로 키운 '5000원 법칙'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정보운 기자
2026-08-18 09:21:58

판매가 먼저 정하고 상품 역설계…6개 균일가로 3만여종 운영

뷰티·패션·건강까지 영토 확장…월 600개 신상품으로 '득템' 수요 공략

1600여개 점포·대형 물류망 온라인과 연결…원가·물류 부담 속 가격·품질 유지가 시험대

다이소 사진연합뉴스
다이소 [사진=연합뉴스]

[경제일보] 1997년 5월 서울 천호동의 13평 남짓한 매장에 1000원 중심의 생활용품이 진열됐다. 이곳은 다이소 출발점인 '아스코이븐프라자' 1호점이다.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균일가 매장은 그해 외환위기와 맞물려 주목받기 시작했고 29년이 지난 현재 전국 1600여개 매장과 3만여종의 상품을 갖춘 유통기업으로 성장했다.

주방용품과 문구, 수납용품에 머물던 상품은 인테리어와 취미, 캐릭터 상품을 지나 화장품과 의류, 건강 관련 상품까지 넓어졌다. 오프라인에서 시작한 판매망은 온라인과 당일배송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사업이 확장되는 동안 다이소가 좀처럼 넘지 않은 단 하나의 선이 하나 있다. 바로 가격이다.

현재 다이소의 모든 상품은 500원·1000원·1500원·2000원·3000원·5000원 등 6개 균일가로 판매된다. 개별 상품의 가격을 29년 동안 그대로 유지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출범 초기 500원·1000원·1500원·2000원에서 2006년 3000원과 5000원을 추가해 현재의 가격 체계를 완성한 뒤 20년 가까이 최고가격 5000원 선을 유지해왔다. 판매 품목 구성은 달라졌지만 제한된 가격 내에서 상품을 판매하는 균일가 원칙은 이어온 셈이다. 특히 1000원 상품은 현재 전체 상품의 약 50%로 최대 비중을 차지한다.
 
사진노트북LM
[사진=노트북LM]
 
가격부터 정한다…1000원을 만드는 역발상
일반적인 제조·유통업체는 상품을 제조한 뒤 원가에 적정한 이윤을 더해 판매가격을 정한다. 다이소는 이 순서를 뒤집었다. 소비자가 받아들일 판매가격을 우선 정한 뒤 해당 가격 안에서 상품을 제작할 방법을 찾는다.

아성다이소는 지난해 최고 균일가를 1만원으로 올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자 이를 공식 부인하면서도 이 같은 상품 개발 방식을 재차 강조했다. 당시 회사 측은 소비자가 만족할 판매가격을 먼저 정한 뒤 이 부분에 맞춰 상품을 개발한다고 설명했다.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등 비용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도 정해진 균일가 안에서 상품을 내놓는 구조다.

그래서 같은 기능을 가진 상품이라도 다이소에 들어오면 크기와 용량, 구성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 완성된 제품을 단순히 싸게 들여오는 것보다 정해진 가격에 맞는 전용 상품을 협력업체와 제작하는 방식이다. 낮은 판매가격 자체보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상품 개발과 소싱 능력이 다이소 사업모델의 핵심인 이유다.

올해 선보인 1000원 생리대가 대표 사례다. 다이소는 깨끗한나라와 협업해 중형 생리대 10개를 1000원에 판매하는 상품을 기획했다. 일반적으로 생리대는 대용량으로 살수록 개당 가격이 낮아지지만 다이소는 반대로 10개 소포장에 가격을 1000원으로 맞췄다. 대량 구매해야 저렴해지는 구조 대신 필요한 만큼 적은 돈으로도 살 수 있도록 상품 구성을 재편한 것이다.

가격이 우선 정해지면 상품기획자의 역할도 달라진다. 원가 상승분을 그대로 소비자에게 넘기기 어려운 만큼 불필요한 포장을 줄이거나 용량을 조정하고 새로운 제조업체를 찾는 일이 중요해진다. 판매량을 키워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는 것도 필수다.
 
사진노트북LM
[사진=노트북LM]
 
생활용품 넘어 화장품·옷까지…5000원 안에 소비를 담다
가격 경계를 고정한 대신 다이소는 상품 범위를 넓혔다.

현재 다이소에서 판매하는 상품은 약 3만종에 달한다. 매달 600개 이상의 신상품도 들어온다. 필요한 생활용품을 사기 위해 한 번 방문한 소비자가 다음 방문에서는 전혀 다른 상품을 발견하도록 만드는 구조다.

이 같은 상품 회전은 다이소를 '목적 구매'만 일어나는 생활용품점과 차별화한 요인이다. 수납함을 구매하기 위해 방문했다가 캐릭터 상품이나 화장품을 함께 소비하고 다음 달 새로운 상품을 보기 위해 매장을 다시 찾는 방식이다.

가격도 이 과정에서 큰 역할을 한다. 1000~5000원이라는 낮은 가격대에서는 새로운 상품을 시험해보는 데 드는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게 든다.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손실이 크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가 평소 구매하지 않던 카테고리까지 접근하기가 쉬워진다. 다이소가 매달 대규모 신상품을 투입할 수 있는 이유이자 이른바 '다이소 득템' 소비가 반복되는 배경이다.

최근 가장 가파르게 성장한 영역은 단연 뷰티다. 2025년 다이소 뷰티 카테고리 매출은 전년 대비 약 70% 증가했고 올해 1~5월에도 전년 동기 대비 약 30% 늘었다. 판매 브랜드와 상품 수도 빠르게 확대됐다. 2024년 말 60여개 브랜드·500여종이던 뷰티 상품은 2025년 말 150여개 브랜드·1420여종으로 늘었고 올해 4월 기준 170여개 브랜드·1900여종까지 확대됐다.

특히 VT코스메틱의 ‘리들샷’은 다이소 방식이 뷰티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일반 유통채널에서 판매되는 본품과 달리 다이소 전용 소용량 제품으로 구성해 3000원에 판매하면서 소비자가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제품을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VT 리들샷 100 페이셜 부스팅 퍼스트 앰플'은 지난해 다이소몰 상반기 결산에서 뷰티 카테고리 베스트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뷰티에 이어 패션도 새로운 성장 영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다이소는 올해 3월 전문 패션 브랜드 베이직하우스의 신규 라인 '베이직하우스 플러스+'를 선보인 데 이어 캐주얼 경량 의류와 비치 리조트룩 패션잡화 등 관련 상품을 잇달아 확대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의류용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140% 증가했다. 생활용품을 저렴하게 구매하는 공간에서 화장품과 옷까지 부담 없이 고르는 공간으로 소비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셈이다.
 
사진노트북LM
[사진=노트북LM]
 
1600개 매장이 배송 거점으로…오프라인도 다시 쓴다
판매 채널도 달라지고 있다.

다이소는 오프라인 매장을 기반으로 성장해왔다. 매장에서 직접 상품을 살펴보고 예상치 못한 신상품을 발견하는 재미가 강점이었다. 다만 온라인 쇼핑이 일상화되면서 오프라인 매장만으로는 다양한 구매 수요를 모두 잡기 어려워졌다.

다이소가 택한 방법은 오프라인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온라인과 연결하는 것이다. 다이소몰에서는 상품 검색과 매장별 재고 확인이 가능하고 매장픽업 서비스도 운영한다. 최근에는 배송 속도도 높이고 있다. 지난 5월 14일부터 '오늘배송' 서비스 지역을 기존 서울 강남·서초·송파구에서 25개 자치구 전체로 확대했다. 낮 12시 이전 주문하면 당일 오후 6시까지 받을 수 있으며 주말과 공휴일에도 배송한다.

전국 1600여개 점포망은 온라인 사업을 확대하는 데도 자산이 되고 있다. 특히 '오늘배송'은 인근 다이소 매장에서 상품을 직접 출고해 배달대행업체가 배송하는 방식으로 기존 오프라인 매장이 판매 공간을 넘어 배송 거점 역할까지 맡는 셈이다. 다이소는 물류센터를 기반으로 한 택배배송에 매장 기반의 당일배송을 더하며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고 있다.

후방에서는 물류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현재 남사허브센터는 서울·경기북부·강원, 부산허브센터는 영호남·충남·제주권의 상품 공급을 담당한다. 지난 2023년 가동을 시작한 안성센터는 경기남부·인천·충북 지역을 맡고 다이소몰 전용 온라인센터도 운영하고 있다. 부산허브센터의 연면적은 14만2149㎡, 안성센터는 16만9636㎡에 달한다. 다이소는 여기에 중부권 약 800개 매장의 상품 공급을 맡을 세종허브센터를 2027년 1월 완공을 목표로 건설하고 있다.

3만여종에 달하는 상품을 1600여개 매장에 공급하면서 낮은 가격을 유지하려면 상품을 저렴하게 기획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상품을 입고하고 보관한 뒤 각 매장으로 보내는 과정에서 물류비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다이소 역시 물류 혁신을 원가 절감의 핵심 수단으로 보고 자동화 설비와 대형 물류거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상품과 매장이 늘어날수록 균일가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물류 효율의 중요성도 커지는 셈이다.
 
4조5000억원 이후…5000원 천장 지킬 수 있나
이 같은 전략은 실적으로 연결되고 있다.

아성다이소의 2025년 매출은 4조5363억원으로 전년보다 14.3%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4424억원으로 19.2% 늘었다. 500~5000원의 균일가 상품을 판매하면서도 영업이익률은 약 9.8%로 10%에 육박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역대 최대다.

다이소의 성장을 단순히 경기 불황의 결과로만 보기는 어렵다. 고물가로 가성비를 중시하는 소비가 확산된 것이 성장에 힘을 보탰지만 화장품·패션·건강기능식품 등으로 상품군을 넓히고 시즌·시리즈 상품을 강화한 전략도 실적 성장을 견인했다. 최근에는 다이소몰 이용자와 배송 서비스를 확대하며 온라인에서도 소비자 접점을 넓히고 있다.

다만 다이소의 성장을 뒷받침해온 균일가 정책은 앞으로 비용 부담이 커질수록 지속 가능성을 시험받을 전망이다.

원부자재와 인건비, 임차료와 물류비가 오르더라도 다이소는 상품 가격을 자유롭게 올리기 어렵다. 5000원을 넘는 순간 소비자가 다이소에 기대하는 가격 체계 자체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회사는 지난해 최고가격을 1만원으로 높일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며 선을 그었다.

카테고리 확대에 따른 복잡성도 커진다. 주방용품과 문구를 넘어 화장품·의류·건강 관련 상품까지 취급하면 상품별 품질 기준과 재고 관리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매달 600개가 넘는 신상품 가운데 지속 판매할 제품과 조기에 정리할 제품을 가려내는 상품 운영 능력도 중요하다. '없는 게 없는 매장'이라는 컨셉이 강점이지만 지나치게 많은 상품은 물류와 재고 비용을 높이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

가격과 품질 사이의 균형 역시 중요하다. 소비자가 다이소에서 기대하는 것은 무조건 저렴한 상품이 아니라 '이 정도에 이 가격이면 충분하다'는 만족감. 즉 가심비다. 낮은 가격을 맞추기 위해 품질까지 떨어지면 지금까지 쌓아온 균일가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

다이소는 이제 저렴한 생활용품을 파는 매장을 넘어 소비자에게 있어 가심비를 충족해주는 필수 생필품 유통 채널로 자리 잡았다. 지난 29년 간 5000원 선에서 담을 수 있는 상품 범위를 넓혀왔다면 앞으로의 경쟁력은 가격에 대한 소비자 신뢰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데 달려 있다.

다이소 관계자는 "다이소의 경쟁력은 좋은 품질의 상품을 압도적인 가성비로 제공하고 끊임없는 신상품을 통해 쇼핑의 재미와 실용성을 함께 제공하는 데 있다"며 "가격 대비 최고의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불필요한 패키지와 디자인은 최소화하고 상품 본연의 기능에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단순히 가장 저렴하게 만드는 곳이 아니라 가격 대비 가장 잘 만드는 곳을 찾아 전 세계 35개국 3600여개 업체로부터 상품을 공급받고 있다"며 "앞으로도 압도적인 가성비와 상품 다양성을 강화해 누구나 부담 없이 방문하고 남녀노소 모두 즐겁고 실용적인 쇼핑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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