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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셋·일본도 기억하나요"... 엔씨, 초심 찾기 승부수 '리니지 클래식' 시동
엔씨소프트(공동대표 김택진·박병무)가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회심의 카드로 꺼내 든 ‘리니지 클래식(Lineage Classic)’이 14일 오후 8시부터 사전 캐릭터 생성에 돌입한다. 과도한 과금 유도로 비판받던 확률형 아이템 비즈니스 모델(BM)을 내려놓고 1990년대 전성기를 이끌었던 ‘월 2만9700원 정액제’ 모델로 회귀를 선언해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 "포에버 ID 선점하라"... 2000년대 초반으로 타임슬립 엔씨소프트는 14일 저녁 8시부터 27일까지 자사 게임 플랫폼 ‘퍼플(PURPLE)’을 통해 리니지 클래식의 사전 캐릭터 생성을 진행한다. 이용자들은 이 기간 서버와 클래스(직업), 성별, 스탯 등을 미리 설정하고 자신만의 캐릭터명을 선점할 수 있다. 특히 브랜드 웹사이트 내 ‘명예의 전당’에 오른 과거 전설적인 캐릭터들의 닉네임이 생성될 경우 이름이 빛나는 효과를 부여해 올드 팬들의 향수를 자극한다. 리니지 클래식은 1998년 출시된 원작 리니지의 2000년대 초반 버전을 4:3 해상도와 도트 그래픽으로 완벽하게 구현한 버전이다. 군주, 기사, 요정, 마법사 등 4개 클래스와 ‘말하는 섬’, ‘용의 계곡’ 등 추억의 사냥터가 복원된다. 엔씨는 사전 예약자들에게 당시 국민 장비였던 ‘뼈 세트(해골투구·골각방패·뼈갑옷)’와 ‘은장검’ 등을 지급하며 레트로 감성을 극대화했다. 엔씨소프트가 리니지 클래식을 꺼내 든 배경에는 최근 심화된 실적 부진과 '리니지 라이크(리니지 아류작)' 범람에 따른 IP(지식재산권) 가치 하락이 있다. 엔씨는 그동안 '리니지M', '리니지W' 등 모바일 시리즈에서 고강도 과금 모델을 유지해 왔으나 이에 피로감을 느낀 이용자들의 이탈이 가속화됐다. 주가 역시 고점 대비 큰 폭으로 하락하며 새로운 돌파구가 절실한 상황이었다. 이에 엔씨는 '초심'을 선택했다. 블리자드의 '와우 클래식'이나 넥슨의 '메이플랜드'가 보여준 레트로 열풍을 리니지 IP에 접목해 떠나간 3040, 4050 핵심 유저층을 다시 불러모으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자동 사냥 중심의 모바일 환경이 아닌 PC 플랫폼을 기반으로 직접 조작의 재미를 강조하고 이용자 간 커뮤니티를 활성화해 MMORPG 본연의 재미를 되살리는 데 주력했다. ◆ 2만9700원의 승부수... 성공 관건은 '진정성' 업계가 가장 주목하는 지점은 '월 2만 9700원' 정액제 부활이다. 이는 리니지 서비스 초기 요금과 동일한 수준으로, 확률형 아이템 수익을 포기하고 구독형 모델로 안정적인 매출원(Cash Cow)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다. 이는 최근 트럭 시위 등으로 표출된 게이머들의 반감을 잠재우고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도 풀이된다. 성공의 관건은 '운영의 묘'가 될 전망이다. 과거의 추억을 소환하는 것만으로는 장기 흥행을 담보하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클래식 버전이 단순한 추억팔이에 그치지 않으려면 과거의 불합리한 시스템은 개선하되 특유의 손맛과 낭만은 유지하는 밸런스 조절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한다. 또한 한국과 대만 동시 서비스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과도 증명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리니지 클래식은 오는 2월 7일 프리 오픈(무료 서비스)을 시작하며 2월 11일부터 정식 정액제 서비스에 돌입한다. 엔씨소프트가 이번 '클래식' 카드를 통해 잃어버린 민심을 되찾고 명가의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2026-01-14 17:3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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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나라(奈良)가 던지는 1300년의 질문
외교에서 장소는 배경이 아니다. 장소는 메시지다. 때로는 합의문보다 정직하고 정상(頂上)의 발언보다 깊은 울림을 준다. 13일 한·일 정상회담이 일본의 고도(古都) 나라현(奈良県)에서 열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것은 단순한 의전상의 편의나 지방 활성화를 위한 선택이 아니다. 한·일 관계를 어떤 시간대, 어떤 지층(地層) 위에 올려놓을 것인가에 대한 분명한 의사 표현이다. 나라현은 일본의 한 지방 도시가 아니다. 일본이 '국가'라는 틀을 처음 갖춘 원점이며 동아시아가 충돌하기 이전 문명과 제도를 공유하던 기억이 응축된 공간이다. 이 공간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이번 회담은 단순한 외교 이벤트를 넘어 동아시아 질서의 복원이라는 거대한 질문으로 확장된다. 나라현은 8세기 일본의 수도 헤이조쿄(平城京)가 있던 곳이다. 일본이 율령을 반포하고 중앙집권적 고대 국가의 기틀을 다진 출발점이다. 그러나 이 '출발'은 일본 내부의 자생적 결과물이라기보다 외부 문명을 필사적으로 수용한 선택의 결과였다. 헤이조쿄는 당나라 장안성을 그대로 본뜬 계획도시였다. 도시의 구획부터 관료제, 법률, 의례에 이르기까지 그들은 대륙의 선진 문명을 이식해 자신들을 '문명국'의 반열에 올리고자 했다. 즉, 나라현은 일본이 처음으로 동아시아 국제질서의 문법을 학습하고 제도화한 공간이다. 오늘 두 정상이 이곳에 선다는 것은 근현대의 불행한 충돌 이전으로 시선을 돌려보자는 신호다. 100년의 갈등이 아니라 1000년의 교류를 보자는 제안이다. 그러나 한국인의 시선에서 나라는 또 다른 층위의 의미를 갖는다. 일본은 이곳을 자신들의 역사가 시작된 성소(聖所)라 말하지만 그 바닥을 파보면 한반도에서 건너간 사람과 기술, 사상의 흔적이 지층처럼 깔려 있다. 나라 일대에는 지금도 '고려', '백제'라는 지명이 선명하다. 일본의 정사(正史)조차 백제·신라·고구려계 도래인들이 국가 건설의 핵심 엔지니어이자 브레인이었음을 부인하지 않는다. 불교와 건축, 토목과 의학, 금속 기술까지 고대 일본을 지탱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는 한반도를 혈관으로 삼아 유입됐다. 이것은 묵은 국수주의적 감정이 아니다. 차가운 역사적 사실이다. 일본 고대 국가의 성립은 한반도와의 교류 없이는 설명 불가능하다. 나라는 일본만의 시작점이 아니라 한반도가 일본이라는 국가의 설계에 깊숙이 개입했던 '공동의 기억'이 서린 장소다. 왜 하필 지금 나라였는가. 도쿄는 제국주의와 식민 지배, 근현대 정치의 악취가 밴 공간이다. 히로시마는 전쟁의 가해와 피해가 뒤엉킨 복잡한 도시다. 반면 나라는 근대 이전 총칼이 오가기 이전의 기억이 보존된 곳이다. 이곳에서의 만남은 과거사를 덮자는 뜻이 아니다. 과거를 다루는 순서를 바꾸겠다는 전략적 선택이다. 식민과 침략의 시간보다 교류와 공존의 시간을 먼저 소환하고 대립의 기억보다 공동 번영의 기억을 앞에 두겠다는 의지다. 군사 기지도, 현대 정치의 소음도 없는 이곳에서 침묵과 배치가 웅변하는 메시지는 '공존'이다. 이번 회담은 우리에게도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한·일 관계를 어디에 놓을 것인가. 나라현에서의 정상 외교는 한국을 늘 설명하고 사과받아야 하는 '피해자'의 위치에만 가두지 않는다. 문명을 전파하고 국가를 함께 설계했던 '역사적 주체'의 자리로 우리를 다시 불러낸다. 이는 외교적 자존감의 회복이다. 동시에 일본에는 무거운 부담이다. 자신들이 외부 문명을 수용해 성장했다는 사실, 그 성장의 젖줄이 한반도였다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마주할 용기가 있는지 묻고 있기 때문이다. 외교는 종종 합의문보다 그들이 서 있는 땅이 더 많은 것을 말해준다. 나라현이 건네는 메시지는 명징하다. 갈등의 역사만으로 두 나라를 규정할 수 없으며 우리는 한때 서로 배우고 가르치며 동아시아라는 세계를 함께 조형(造形)했던 파트너였다는 사실이다. 그 질서를 그대로 복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최소한 어디서부터 꼬인 실타래를 풀고 대화를 시작할 것인지는 선택할 수 있다. 나라는 바로 그 '시작의 기억' 위에 서 있다. 오늘 열리는 정상회담은 구체적인 성과보다 방향이 중요하다. 갈등의 시대에도 동아시아는 한때 함께 설계된 질서였다는 사실, 그 엄연한 역사의 무게를 양국 정상이 느끼는 것만으로도 이번 만남의 의미는 충분하다.
2026-01-13 10:4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