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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미국 무역법 301조 관세, 대미 투자로 면죄부 살 수는 없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미국의 무역법 301조 추가 관세 결정을 앞두고 22일(현지시간) 워싱턴을 찾았다. 김 장관은 미국 상무·에너지부와 의회 관계자들을 만나 통상 현안과 대미 전략투자, 조선·에너지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우리 기업의 관세 부담을 줄이고 한미 교역의 불확실성을 낮추는 것은 정부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관세를 낮추기 위해 대미 투자 약속을 계속 확대하는 방식은 경계해야 한다. 관세를 낮추기 위해 대미 투자를 늘릴 수는 있다. 그렇다고 수익성과 국내 산업 효과가 불분명한 사업에 국민 자본을 투입해서는 안 된다. 관세 감면을 대가로 부실 투자 위험을 떠안는다면 통상 협상이 아니라 손해 보는 거래를 한 것이다. 미국은 강제노동 문제와 관련해 한국을 포함한 여러 교역 상대국을 대상으로 무역법 301조 조사를 진행하고 추가 관세를 검토해 왔다. 최종 세율과 대상 품목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자동차·철강·배터리·기계 등 대미 수출 업종에는 큰 부담이다. 정부는 협상에 최선을 다하되 관세가 현실화할 경우에 대비한 업종별 피해와 대응 방안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 한국은 이미 대규모 대미 전략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반도체와 인공지능, 에너지, 제약, 조선 등 미국 전략산업에 막대한 자금이 들어갈 예정이다. 정부는 상업성이 있는 사업을 선별하겠다고 하지만 안보와 공급망을 이유로 경제성이 낮은 사업까지 포함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대미 투자 규모가 크다고 국익이 자동으로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국내 기업이 미국에 공장을 세우면 현지 생산과 고용은 늘어난다. 반면 국내 설비투자와 협력업체 발주가 줄면 한국의 산업 기반과 일자리는 약해질 수 있다. 대기업 생산시설 하나가 해외로 이동하면 수많은 소재·부품·장비 업체와 지역경제도 영향을 받는다. 정부는 대미 투자 사업별 예상 수익과 회수 기간, 미국 측 분담 비율, 정부 보증과 정책금융 규모를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 사업이 실패했을 때 누가 손실을 부담하는지도 분명해야 한다. ‘전략적 필요’나 ‘동맹 강화’라는 추상적인 명분만으로 수십억달러의 투자를 정당화해서는 안 된다. 투자 심사도 정부 부처의 재량에만 맡겨서는 곤란하다. 산업·금융·통상 전문가가 참여하는 독립적인 심사체계를 마련하고, 일정 규모 이상의 정부 보증이나 정책금융이 투입되는 사업은 국회와 국민에게 보고해야 한다. 사후 수익률과 국내 고용 효과도 정기적으로 공개할 필요가 있다. 대미 투자에는 국내 산업을 지키는 조건을 붙여야 한다. 미국 현지 생산이 불가피하더라도 핵심 연구개발과 설계, 소재·부품 생산은 국내에 남겨야 한다. 해외 공장과 국내 협력업체 간 장기 공급계약을 유도하고, 대기업이 국내 인력 양성과 중소 협력업체의 기술 전환에도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 미국에도 기존 합의의 예측 가능성과 상호성을 요구해야 한다. 한국이 대규모 투자와 조선·에너지 협력을 약속한 뒤에도 새로운 조사와 관세가 반복된다면 안정적인 교역 질서를 기대하기 어렵다. 동맹은 한쪽이 관세를 위협하고 다른 쪽이 투자를 내놓는 관계가 아니다. <손자병법>에는 “먼저 이길 수 있는 형세를 갖춘 뒤 싸움을 구한다”는 뜻의 ‘선승이후구전(先勝而後求戰)’이 나온다. 통상 협상도 마찬가지다. 관세 결정이 임박한 뒤 투자 약속을 서둘러 내놓을 것이 아니라 업종별 피해와 대응 수단, 투자 원칙과 손실 방지 장치를 먼저 갖춰야 한다. 통상 협상의 목적은 관세율을 몇 퍼센트 낮추는 데 그치지 않는다. 국내 기업의 경쟁력과 협력업체, 일자리를 지키고 국민 자본을 안전하게 운용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정부는 대미 투자를 관세 면제권을 사기 위한 백지수표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관세는 협상할 수 있지만 국민의 세금과 산업 기반은 흥정의 대상이 될 수 없다.
2026-07-23 12: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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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이통3사에 AI 네트워크 투자 확대…AI 투자 늘리고 통신비 낮춰라
정부가 이동통신 3사에 인공지능(AI) 인프라와 차세대 네트워크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주문했다. 동시에 고물가에 대응해 청년·취약계층의 통신비 부담을 낮추는 방안도 요구했다. 통신사들은 AI 데이터센터(AIDC)와 해저케이블, 엣지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고 8~9월 고객 혜택을 강화하기로 했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23일 서울 을지로 SK텔레콤 T타워에서 정재헌 SK텔레콤 대표, 박윤영 KT 대표, 홍범식 LG유플러스 대표와 간담회를 열고 AI 시대의 통신산업 발전과 민생 안정 방안을 논의했다. 지난 4월 첫 회동 이후 약 3개월 만이다. 배 부총리는 “통신사는 단순한 통신망 제공자를 넘어 AI가 끊임없이 작동하도록 인프라와 일상·산업 현장을 연결하는 AI 인프라·플랫폼 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며 “기술 경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속도”라고 강조했다. ◆ KT 해저케이블 1조원…LGU+ 파주 AIDC 내년 가동 정부는 AIDC와 피지컬 AI, 자율주행을 ‘3대 메가 프로젝트’로 규정하고 이를 뒷받침할 차세대 통신망을 구축할 계획이다. AI 기반 무선망인 AI-RAN과 해저케이블 등 분야별 민관 협의체도 운영한다. 정재헌 SK텔레콤 대표는 네트워크와 AI를 핵심 의제로 꼽고 3대 메가 프로젝트의 한 축으로서 투자와 사업 추진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AI 인프라와 네트워크를 연결해 통신사의 사업 구조를 재편한다는 구상이다. 박윤영 KT 대표는 해저케이블에 1조원을 선제적으로 투자해 한국을 아시아 AI 데이터 허브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AIDC 실수요를 기반으로 1GW를 추가 공급하고 전국 3500여개 통신 국사를 AI 엣지 거점으로 활용한다. 위성과 해상 통신까지 연결해 피지컬 AI가 필요한 현장에서 실시간 추론을 지원할 계획이다. 홍범식 LG유플러스 대표는 파주에 총 200MW 규모로 조성하는 AIDC를 내년부터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LG의 AI 모델 ‘엑사원’을 산업과 고객 서비스에 적용하고 국산 AI 반도체·소프트웨어 기업과 협력해 인프라와 모델, 서비스가 이어지는 소버린 AI 생태계를 구축한다. 통신사의 강점은 전국 통신망과 데이터센터, 기업 고객, 대규모 서비스 운영 경험을 함께 보유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AIDC와 해저케이블은 초기 투자액이 크고 회수 기간도 길다. 전력과 부지, 냉각시설을 확보하고 장기 고객계약을 체결해야 수익성을 담보할 수 있다. 전국 통신 국사를 AI 엣지로 전환하는 계획도 활용처가 관건이다. 자율주행과 로봇, 스마트팩토리처럼 짧은 응답 시간이 필요한 서비스가 실제 매출로 연결돼야 투자 부담을 상쇄할 수 있다. ◆ 8~9월 멤버십 확대…한시적 행사 그쳐선 안 돼 정부와 통신 3사는 대외 불확실성과 물가 상승 압력에 대응해 통신비 부담 완화에도 협력하기로 했다. 통신 3사는 7월 중 ‘8~9월 고객 혜택 강화 방안’을 확정해 발표한다. 생활 분야의 멤버십과 제휴 할인을 확대하고 청년·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시적인 요금제 추가 혜택을 제공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알뜰폰 도매대가 개선과 고가 요금제 가입 유도 자제, 정보통신공사업계 일감 확대 등 통신 생태계 상생 방안도 추진한다. 지난 4월 합의한 데이터 안심옵션 확대와 어르신 요금제 개편, 소방청 긴급구조 통신 우선전송, 통신 3사 최고정보보호책임자(CISO) 협의체 가동, 지하철 와이파이 5G 고도화 등은 예정대로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오는 8월 통신 3사와 민관 협의체를 구성해 네트워크 투자 확대와 규제 개선 방안을 함께 검토하고 연내 결과를 발표한다. 투자 촉진을 요구하는 만큼 주파수와 인허가, 전력·부지 확보, 세제 지원 등 구체적인 유인책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신사에도 AI 투자와 통신비 완화 사이의 균형이 과제다. 단기 할인 행사만으로는 체감 통신비를 지속적으로 낮추기 어렵고, 과도한 요금 압박은 차세대 네트워크 투자 여력을 줄일 수 있다. 정부와 업계가 장기적인 요금 구조 개선과 투자 재원 마련을 함께 설계해야 이번 합의가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질 전망이다. 배 부총리는 “정부도 통신사의 AI 기반 인프라와 플랫폼, 통신 체계 전환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며 “국민 모두가 AI의 혜택을 누리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2026-07-23 11:5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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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1784 로봇 기술, 도쿄 45층 빌딩 달린다…첫 외부 상용화
네이버가 경기 성남 사옥 ‘1784’에서 축적한 스마트빌딩 기술을 일본 도쿄의 45층 복합빌딩에 적용한다. 로봇 한 대를 공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율주행과 로봇 관제, 디지털트윈, 실내 측위 기술을 하나로 묶어 외부 건물에 상용화하는 첫 사례다. 팀네이버는 NTT동일본, 미쓰이부동산과 함께 일본 도쿄역에 연결된 복합시설 ‘도쿄 미드타운 야에스’에서 자율주행 로봇 배송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23일 밝혔다. 도쿄 미드타운 야에스는 지상 45층·지하 4층 규모로 오피스와 상업시설, 호텔, 버스터미널, 초등학교 등이 입주해 있다. 네이버는 복잡한 보안 체계와 유동 인구를 갖춘 대형 복합시설에서 로봇 서비스의 안정성을 검증하게 된다. ◆ 지하 음식점서 주문하면 로봇이 사무실로 배달 일본 미쓰이부동산 발표에 따르면 첫 단계에서는 지하 1층과 지상 5층 음식점의 식음료를 7층 공유오피스 ‘워크스타일링’까지 배달한다. 이용자가 라인으로 상품을 주문하면 실내 자율주행 로봇 ‘루키’가 음식을 받아 승강기와 보안문을 통과해 지정된 장소로 운반한다. 건물 전체 45개 층에서 서비스를 시작하는 것은 아니다. 우선 특정 음식점과 오피스를 연결하는 경로에서 운영한 뒤 이용량과 안정성, 장애 대응 결과를 바탕으로 적용 구간과 로봇 수를 확대할 예정이다. 핵심은 로봇 전용 승강기를 새로 설치하지 않고 기존 승강기와 보안문을 연동한다는 점이다. 도쿄 미드타운 야에스는 앞서 다양한 서비스 로봇을 도입하며 설비 연동 기반을 구축했다. 여기에 네이버의 클라우드 로봇 시스템을 연결해 여러 층을 이동하는 배송을 구현했다. 네이버가 1784에서 약 4년간 축적한 로봇 센서와 공간·서비스 수행 데이터도 활용된다. 사람이 몰리는 시간대의 이동 경로와 승강기 대기, 장애물 출현, 주문 취소 등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예외 상황을 반영해 로봇의 판단과 관제 능력을 높인다는 설명이다. ◆ 아크브레인이 관제하고 디지털트윈이 길 안내 프로젝트에는 네이버의 멀티 로봇 관제 플랫폼 ‘아크브레인’과 비전 기반 측위 기술 ‘아크아이’, 디지털트윈이 적용됐다. 아크브레인은 여러 로봇의 위치와 배터리, 수행 업무를 실시간으로 관리하고 배송 순서와 이동 경로를 조정한다. 승강기와 스피드게이트 등 건물 설비에도 이동 명령을 전달해 로봇이 사람의 도움 없이 층을 오갈 수 있도록 지원한다. 아크아이는 로봇의 카메라 영상과 건물 공간 데이터를 비교해 위성항법장치(GPS)를 사용할 수 없는 실내에서 위치를 파악한다. 디지털트윈은 건물 구조와 이동 경로를 가상 공간에 재현해 로봇이 공유하는 정밀 지도로 활용된다. 역할도 나눴다. 네이버클라우드는 네이버랩스의 로보틱스·비전 기술을 바탕으로 자율주행과 관제 인프라를 제공한다. 미쓰이부동산은 배송 서비스와 빌딩 설비 연계를 관리하며, NTT동일본은 디지털트윈 환경 구축과 로봇 유지보수·운영을 담당한다. ◆ 사옥 실험 넘어 스마트빌딩 수출 시험대 이번 사업의 의미는 네이버가 1784를 기술 전시장에 머물게 하지 않고 외부 판매가 가능한 스마트빌딩 솔루션으로 전환했다는 데 있다. 고객 건물마다 구조와 승강기, 보안 시스템이 다른 만큼 현장별 맞춤 구축 비용을 낮추고 표준화된 연동 방식을 확보하는 것이 사업 확장의 관건이다. 도쿄 미드타운 야에스에는 이미 다른 배송·청소·운반 로봇이 도입된 경험이 있다. 네이버 기술의 경쟁력도 기존 시스템과 얼마나 원활하게 연동되고 다수의 로봇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느냐에 따라 평가될 전망이다. 3사는 향후 배송 구간을 확대하고 실내 증강현실(AR) 내비게이션과 디지털트윈 기반 시설 관리로 협력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배송을 넘어 순찰과 안내, 설비 점검 등으로 적용 업무가 확대되면 네이버가 추진하는 피지컬 AI 사업도 새로운 수익원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설비 환경에 관계없이 다양한 빌딩에서 로봇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원천 기술을 고도화하고 국내외 현장에 1784 모델을 확산하겠다”고 말했다.
2026-07-23 11: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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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미윤 교수 "공급 병목 풀어야 주거 안정"…인허가·착공 감소 진단
국민 주거 안정을 위해서는 멈춰 선 주택 공급 흐름을 다시 정상화해야 한다는 진단이 나왔다. 인허가와 착공 감소가 준공·입주 물량 축소로 이어질 경우 집값뿐 아니라 전월세 등 주거비 전반의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공급 감소 현상에 대해서는 정책 의지만으로 설명하기보다 금리 인상과 공사비 급등, 자재 조달 차질 등 대내외 여건 악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도 함께 제기됐다. 진미윤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23일 정부가 개최한 부동산 정책 대토론회에서 주택 공급 파이프라인 복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인허가와 착공이 줄면 일정 시차를 두고 준공과 입주 물량도 감소할 수밖에 없어 중장기적으로 시장 불안을 키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진 교수는 공급 감소가 단순히 새 아파트 부족에 그치지 않는다고 봤다. 인허가가 줄면 향후 시장에 나올 주택 물량이 감소하고 이는 기존 주택 매물 축소와 가격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주거비 부담이 커질 경우 무주택자와 청년층, 신혼부부의 주거 사다리도 약해질 가능성이 있다. 특히 비아파트 공급 위축을 주요 위험 요인으로 짚었다. 다세대·연립주택 등 비아파트는 아파트보다 보증금과 월세 부담이 낮아 서민과 청년층이 활용해 온 주거 유형이다. 그러나 전세사기 이후 시장 신뢰가 무너지고 금융·세제 부담까지 겹치면서 신축 비아파트 공급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해법으로는 신축 공급 회복을 위한 금융·세제 지원이 제시됐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경색과 공사비, 금리 부담으로 멈춘 사업장이 착공으로 넘어갈 수 있도록 지원하고 도심 중소형 주택과 임대용 비아파트 공급을 되살릴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다만 투기 수요를 자극하지 않도록 입지와 수요, 사업성을 따진 선별 지원이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간 정비사업도 공급 확대의 핵심 수단으로 평가했다. 재건축·재개발은 노후 주거지를 정비하고 도심 내 주택을 늘릴 수 있는 통로지만, 공사비와 금융비용, 조합 갈등, 분담금 부담이 사업 전 단계에서 병목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진 교수는 단순한 용적률 인센티브만으로는 사업 정상화에 한계가 있다고 봤다. 정책 설계도 실제 공급 성과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는 제언이 이어졌다. 착공과 준공 실적, 주택 순증 효과, 공공기여 규모 등을 기준으로 사업을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이 공급 후보지 발굴부터 계획, 보상, 조성, 교통대책, 착공까지 전 과정을 통합 관리하는 실행 체계도 필요하다고 했다. 도시·건축 규제는 저이용 부지와 노후 건축물의 복합개발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유연하게 손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기반시설 확보와 기존 도시 기능 훼손 방지, 개발이익의 공공 환원 장치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임대주택에 대해서는 공공임대와 사적 전월세 사이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법인, 리츠, 재무적 투자자 등 전문 임대사업자를 육성하되 장기임대 의무와 임대료 안정, 임차인 보호를 함께 묶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공부문 역시 민간 공급 공백을 보완하는 데 그치지 않고 무주택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부담가능주택 공급자로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 토지거래허가구역 등 규제지역 지정은 투기 억제 효과가 있지만 거래 위축과 공급 감소, 국민 불편을 함께 낳을 수 있다. 진 교수는 시장 불안 지역에는 정밀하게 규제를 적용하되 해제 여부는 가격과 거래량, 대출 동향 등 객관적 지표를 바탕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토론회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2022년 이후 인허가와 착공이 줄어든 배경을 묻는 장면도 있었다. 이에 대해 진 교수는 공급 위축을 단순한 행정 절차 문제로만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통상 주택 인허가와 착공은 연말에 몰리는 경향이 있는데 금리 인상 이후 사업성이 급격히 나빠졌고 그 여파가 이후 공급 지표에 반영됐다는 것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자재 조달 여건이 악화되고 공사비가 크게 오른 점도 인허가와 착공 감소의 배경으로 짚었다. 금리와 공사비, PF 조달 부담이 동시에 커지면서 건설사들이 신규 사업을 보수적으로 판단했고 이 흐름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2026-07-23 10:5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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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스테이지 '솔라 오픈 2' 공개…포털 다음 적용하고 국산 NPU 활용 넓힌다
업스테이지가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AI 에이전트에 특화한 거대언어모델(LLM) ‘솔라 오픈 2’를 공개했다. 포털 다음을 대규모 실사용 기반으로 활용하는 동시에 다수의 국산 신경망처리장치(NPU)와 연동을 확대해 모델과 반도체, 서비스를 아우르는 소버린 AI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업스테이지는 솔라 오픈 2의 모델 가중치를 글로벌 오픈소스 플랫폼 허깅페이스에 공개하고 아키텍처와 학습 방법, 평가 조건을 담은 기술 보고서도 발표했다고 23일 밝혔다. 솔라 오픈 2는 총 2500억개 매개변수 가운데 작업에 필요한 150억개만 활성화하는 전문가혼합(MoE) 구조를 채택했다. 모델 규모를 키우면서도 실제 추론에 필요한 연산량을 줄여 비용 효율을 높인 설계다. 최대 100만 토큰의 문맥을 처리해 여러 문서와 장시간 작업 이력을 한꺼번에 다룰 수 있다. 단순한 질의응답을 넘어 검색과 코딩, 문서 작성, 외부 도구 호출을 반복하며 업무를 마치는 AI 에이전트에 초점을 맞췄다. 기본 구동 권장 사양은 엔비디아 H200 4장이며 양자화를 적용하면 H200 2장으로도 운영할 수 있다. 업스테이지는 지시 이행과 도구 호출, 코딩, 한국어 업무 평가 등에서 주요 해외 모델과 경쟁 가능한 성능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벤치마크 결과는 회사 측 평가인 만큼 실제 서비스 환경에서 정확도와 속도, 운영 비용을 추가로 검증해야 한다. ◆ 다음 검색, AI 모델 실사용 시험대 솔라 오픈 2의 주요 활용처는 포털 다음이다. 업스테이지는 지난 5월 다음 운영사 AXZ 인수를 마무리한 뒤 7월부터 솔라를 적용한 ‘AI 요약’ 베타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AI 요약은 이용자가 검색어나 문장형 질문을 입력하면 언론사 제휴 콘텐츠와 카페, 티스토리 등에서 관련 문서를 찾아 핵심 내용을 정리하고 근거를 함께 제시한다. 절차가 필요한 정보는 단계별 목록으로, 비교가 필요한 검색은 표 형태로 보여준다. 다음은 키워드 검색과 의미 기반 벡터 검색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검색을 활용한다. 검색엔진이 최신성과 관련성이 높은 문서를 먼저 고르면 솔라가 해당 자료를 바탕으로 답변을 생성하는 구조다. 모델이 오래된 학습 정보를 섞거나 문서에 없는 내용을 만들어내는 환각을 줄이기 위해 답변 범위를 검색 자료로 제한하는 기술도 적용했다. 현재 AI 요약은 전체 검색 질의의 일부에 제공되고 있다. AXZ는 적용 비중을 단계적으로 높이고 쇼핑과 맛집 등 분야별 검색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후에는 앞선 대화 내용을 기억해 후속 질문에 답하고 여러 정보를 비교·정리하는 대화형 에이전트로 발전시킨다는 구상이다. 업스테이지가 다음을 직접 운영하게 되면서 검색 이용 과정에서 나타나는 응답 품질과 처리 속도, 오류 유형 등을 모델 개선에 빠르게 반영할 수 있게 된 점도 강점이다. 다만 이용자 검색 데이터를 모델 개발에 활용하는 과정에서는 개인정보 보호와 데이터 처리 기준을 명확히 마련해야 한다. ◆ 퓨리오사 포함 다수 국산 NPU로 활용 확대 업스테이지는 솔라 오픈 2를 다양한 국산 NPU에서 구동할 수 있도록 지원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업스테이지 관계자는 “퓨리오사AI를 포함해 국내 NPU 기업들과 협력을 이어가겠지만 특정 한 업체만을 중심으로 추진하는 구조는 아니다”며 “국산 NPU에서 솔라 모델을 사용할 수 있도록 적용과 최적화를 점차 확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퓨리오사AI와의 협력은 국산 모델과 NPU를 실제 서비스에 연결한 선행 사례로 활용된다. 다음의 기존 AI 요약 서비스에는 퓨리오사AI의 2세대 NPU ‘레니게이드’가 일부 적용돼 솔라 계열 모델의 추론을 처리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응답 속도와 전력 효율, 동시 이용자 처리 능력 등을 상용 환경에서 검증하고 있다. 다만 솔라 오픈 2를 레니게이드에 적용하는 구체적인 일정이나 전체 인프라에서 차지할 비중은 정해지지 않았다. 향후 다른 국산 NPU 기업과의 협력 대상과 적용 서비스 역시 확정되는 대로 공개할 예정이다. 한편 국산 NPU 확산의 관건은 반도체 자체 성능뿐 아니라 새로운 모델을 빠르게 변환하는 컴파일러와 서빙 엔진, 장애 대응과 운영 도구 등 소프트웨어 생태계다. 다음처럼 이용자가 많은 서비스에서 GPU 수준의 안정성과 비용 효율을 입증해야 기업·공공 시장으로 적용 범위를 넓힐 수 있다. 업스테이지는 모델 가중치를 상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공개하고 미세조정과 지식증류를 통한 파생 모델 개발도 허용한다. 기업과 연구기관이 솔라 오픈 2를 자체 데이터와 국산 NPU에 맞게 조정하도록 해 산업별 AI 에이전트 개발을 촉진한다는 구상이다. 김성훈 업스테이지 대표는 “실제 업무 현장에서 일을 완수하는 에이전트 사용성에 방점을 둔 모델”이라며 “다음과 산업 현장에서 실사용 사례를 확대하고 국산 NPU를 포함한 AI 생태계 전반의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2026-07-23 10:5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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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AI 정상외교의 빛과 그림자…국내 산업 뿌리 남겨야
대통령이 세계 인공지능(AI) 산업의 중심으로 간다. 이재명 대통령은 24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최고경영자, 혹 탄 브로드컴 최고경영자를 차례로 만날 예정이다.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과 SK그룹 최태원 회장,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회장 등 국내 기업인들도 합류한다. 정부가 주최하는 AI 서밋에서는 양국 기업 간 협약이 체결되고, 글로벌 AI 협력 방향을 담은 선언도 발표될 예정이다. 참석자의 면면만으로도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반도체를 공급하는 엔비디아와 브로드컴, AI 모델을 만드는 오픈AI와 앤트로픽, 메모리와 제조 역량을 가진 삼성전자와 SK, 피지컬 AI의 거대한 실험장이 될 현대차가 한자리에 모인다. 한국이 세계 AI 생태계의 변방이 아니라 핵심 공급망의 한 축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정상외교가 기업 간 장벽을 낮추고 투자와 기술협력의 문을 여는 일은 마땅히 환영할 일이다. AI 산업은 한 나라가 모든 기술을 독자적으로 갖추기 어려운 거대한 결합체다. 그래픽처리장치와 메모리, 파운드리,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거대언어모델, 전력과 냉각 설비가 맞물려야 한다. 한국이 미국 빅테크와 손잡지 않고 AI 경쟁의 속도를 따라잡겠다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기술동맹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조건에 가까워지고 있다. 하지만 동맹은 악수로 완성되지 않는다. 협력이라는 이름 아래 무엇을 내주고 무엇을 가져오는지, 그 결과가 어느 나라의 공장과 연구소, 일자리와 세수로 남는지를 따져야 한다. 정상외교의 성과를 협약 건수나 투자 금액으로만 평가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해외에서 박수를 받은 양해각서가 국내 산업의 뿌리를 약하게 만든다면 외교적 성과는 산업적 비용으로 돌아온다. 공교롭게도 대통령의 샌프란시스코 방문을 앞두고 산업통상부 장관도 워싱턴으로 향했다. 김정관 장관은 미국 상무·에너지 당국과 한국 기업의 대미 전략투자, 에너지·자원 협력 등을 논의한다. 정부는 한미전략투자특별법에 따라 대미 투자사업을 구체화하고 있고, 현재 논의되는 한국의 대미 투자 약속은 3500억달러 규모다. 같은 시기에 샌프란시스코에서는 AI 기술협력을 넓히고, 워싱턴에서는 한국 자본의 미국 투자를 협의하는 셈이다. 미국에 투자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다. 세계 최대 시장에 공장을 짓고 현지 고객과 가까워지는 것은 기업의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다. 관세와 보조금, 조달 규정이 기업의 입지를 좌우하는 시대에는 현지 생산도 경쟁력의 일부다. 미국 시장을 지키기 위한 투자를 애국심만으로 막을 수도 없고, 막아서도 안 된다. 문제는 균형이다. 해외 공장을 하나 세울 때 국내 공장 하나가 사라지고, 해외 연구소를 키울 때 국내 인재 채용이 줄어드는 구조가 고착돼서는 안 된다. 대기업이 생산시설을 옮기면 협력업체와 장비업체, 물류와 지역 상권도 함께 움직인다. 산업 공동화는 어느 날 공장 문에 붙은 폐업 공고로 시작되지 않는다. 국내 증설이 미뤄지고, 신규 채용이 줄고, 핵심 연구조직이 해외로 이동하는 작은 변화가 쌓여 어느 순간 산업 생태계 전체의 빈자리로 나타난다. 특히 AI는 과거 제조업보다 기술 종속의 위험이 크다. 한국 기업이 반도체와 데이터, 전력, 자본을 제공하더라도 핵심 모델과 플랫폼,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해외 기업이 독점한다면 한국은 고부가가치 사슬의 중심이 아니라 값비싼 기반시설을 제공하는 하청기지에 머물 수 있다. 메모리 반도체를 잘 만드는 것과 AI 시대의 주도권을 갖는 것은 같은 말이 아니다. 따라서 정부는 AI 정상외교의 성과를 국내에 남기기 위한 원칙을 먼저 세워야 한다. 우선 정책금융과 공적 보증이 투입되는 해외 투자에는 국내 투자 연계 조건을 붙여야 한다. 국내 연구개발센터 유지, 핵심 공정 투자, 협력업체 발주, 인재 양성 계획을 함께 따져야 한다. 해외 투자의 수익성뿐 아니라 국내 산업에 남기는 파급효과도 국익 심사의 기준이 돼야 한다. 또한 글로벌 빅테크와 체결하는 기술협약에는 한국 기업의 역할과 지식재산권의 귀속을 명확히 해야 한다. 데이터는 한국이 제공하고, 설비투자는 한국 기업이 부담하면서 핵심 기술과 수익은 해외 플랫폼에 집중되는 계약이라면 기술동맹이라 부르기 어렵다. 공동 연구의 성과가 국내 연구자와 스타트업, 대학으로 확산될 수 있는 통로도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해외 벤처자본과의 협력에는 상호성이 필요하다. 이 대통령은 샌프란시스코에서 세쿼이아캐피털과 앤드리슨호로위츠 등 글로벌 벤처투자회사 관계자들을 만나고, 국민연금과 이들 투자회사 간 장기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 체결 행사에도 참석한다. 한국 자본이 실리콘밸리의 혁신기업에 투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실리콘밸리의 자본과 네트워크도 한국의 AI 스타트업과 연구 생태계로 들어오게 해야 한다. 정상외교의 성과를 협약 건수가 아니라 국내 잔존 가치로 평가해야할 필요도 있다. 협약 이후 국내 투자액이 얼마나 늘었는지, 몇 명을 새로 고용했는지, 국내 중소기업이 공급망에 얼마나 진입했는지, 공동 연구에서 한국이 확보한 특허와 기술이 무엇인지 공개해야 한다. 양해각서는 출발선일 뿐이다. 이행되지 않는 협약은 외교행사의 장식품에 지나지 않는다. ‘대학’에는 “사물에는 근본과 말단이 있고, 일에는 시작과 끝이 있다(物有本末 事有終始)”는 구절이 나온다. AI 정상외교에서 글로벌 협약과 해외 투자는 뻗어 나가는 가지다. 국내 공장과 연구소, 인재와 협력업체는 뿌리다. 가지가 세계로 뻗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가지를 키우겠다고 뿌리의 물과 양분을 모두 빼내면 나무는 오래 서 있지 못한다. 한국 기업이 세계로 나아가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국내에만 머물라는 요구는 개방경제의 현실과도 맞지 않는다. 하지만 해외 진출을 세계화라는 말로 무조건 미화해서도 안 된다. 기업의 해외 투자는 기업의 판단이지만, 세제와 금융, 외교적 지원이 더해지는 순간부터는 국가 경제에 어떤 이익을 남기는지 물을 수밖에 없다. 정부는 대미 투자사업을 상업적 합리성과 국익을 기준으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원칙은 옳다. 이제 ‘국익’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정의해야 한다. 해외에서 거둔 수익만 국익이 아니다. 국내 생산능력과 연구인력, 기술자립도, 협력업체의 생존, 청년들이 일할 양질의 일자리도 국익이다. AI 정상외교는 한국에 큰 기회다. 엔비디아와 오픈AI를 만나고 세계의 자본을 연결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다만 진정한 성과는 회담장의 사진이 아니라 몇 년 뒤 국내 산업 현장에서 확인될 것이다. 한국에 연구소가 늘고, 공장이 증설되고, 스타트업이 성장하며, 청년들이 새로운 일자리를 얻을 때 기술동맹은 비로소 국익이 된다. 빅테크와 손을 잡되 산업의 뿌리는 한국에 남겨야 한다. 해외 시장을 넓히되 국내 생산 기반을 비워서는 안 된다. 세계 AI 질서에 깊숙이 들어가되 기술과 플랫폼의 종속국이 돼서도 안 된다. AI 정상외교의 성패를 가를 기준은 단순하다. 협력의 열매가 국내 산업과 국민에게 돌아오는가. 그 질문에 답하지 못하는 기술동맹은 동맹이 아니라 공동화의 통로가 될 수 있다.
2026-07-23 10:4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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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부동산 정책, 강한 대책보다 흔들리지 않는 규칙이 필요하다
집값이 오르면 정부는 더 강한 대책을 꺼낸다. 대출 한도를 줄이고 규제지역을 넓힌다. 세금을 올릴 가능성을 내비치고 공급 물량을 앞당기겠다고 발표한다. 시장이 잠시 주춤하면 규제를 풀고 대출 문턱을 낮춘다. 그러다 가격이 다시 뛰면 이전보다 센 대책을 내놓는다. 한국 부동산 정책은 오랫동안 이런 순환을 벗어나지 못했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정책 방향이 달라졌고 같은 정부 안에서도 집값과 여론에 따라 규제가 수차례 바뀌었다. 시장 참여자는 현재의 제도보다 다음 대책을 먼저 계산하게 됐다. 집을 사려는 사람도 팔려는 사람도 건설하려는 기업도 정부가 정한 규칙을 믿고 장기 계획을 세우기 어려워졌다. 지금 시장이 보내는 신호도 가볍게 넘길 상황은 아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026년 7월 둘째 주 전국 아파트값은 전주보다 0.11% 올랐다. 수도권은 0.21%, 서울은 0.30% 상승했다. 지방 상승률은 0.01%에 그쳤다. 서울 아파트값은 74주째 올랐고 전셋값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전국이 함께 달아오른 시장이 아니라 서울과 수도권 선호 지역에 수요가 몰리는 양극화 시장에 가깝다. 가계대출도 다시 불어났다. 지난 6월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한 달 동안 8조3000억원 증가했다.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4조5000억원이었다. 5월과 6월 두 달 동안 늘어난 가계대출만 17조6000억원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16일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75%로 올리면서 금융안정 위험을 주요 근거로 들었다. 집값과 빚이 통화정책까지 움직이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정부가 손을 놓고 있었던 것도 아니다. 2025년 6월 수도권과 규제지역의 주택 구입 목적 주택담보대출에 6억원 한도가 도입됐다. 같은 해 9월 규제지역 주택담보인정비율인 LTV가 50%에서 40%로 낮아졌다. 10월에는 주택 가격에 따라 대출 한도를 6억원, 4억원, 2억원으로 차등화했다. 2026년 정부는 가계대출 증가율을 1.5% 이내로 관리하고 2030년까지 국내총생산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80%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대책은 충분히 강했다. 그런데 집값도 대출도 다시 움직이고 있다. 더 센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대목이다. 정책 효과가 약한 원인을 규제의 강도에서만 찾으면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대출을 더 막고 세금을 더 올리는 것밖에 남지 않는다. 정책의 강도와 정책의 신뢰는 다른 문제다. 아무리 센 규제라도 시장이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면 수요자는 규제가 풀릴 때를 기다린다. 규제가 더 강해질 것으로 예상하면 시행 전에 거래를 서두른다. 특정 지역만 묶으면 인접 지역으로 수요가 이동하고 특정 대출만 막으면 다른 금융상품을 찾는다. 정책이 시장을 이끄는 대신 시장이 다음 규제의 틈을 찾아 움직이게 된다. 한국은행도 같은 점을 지적했다. 지난해 12월 금융안정보고서에서 거시건전성 정책의 잦은 기조 변화는 대출 증가 억제 효과를 제한한다고 분석했다. 단기 경기 상황에 대응하는 수단으로 규제를 활용하기보다 중장기 관점에서 운용해 정책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는 주문이었다. 규제를 반복해서 강화했는데도 가계대출이 다시 늘어난 현실과 맞닿아 있는 진단이다. 주택은 주식처럼 오늘 사고 내일 파는 상품이 아니다. 무주택자가 집을 사기 위해서는 계약금을 마련하고 대출 가능액을 확인한 뒤 잔금 일정을 정해야 한다. 기존 주택을 처분하고 새집으로 옮기는 과정에는 수개월이 걸린다. 재건축과 재개발, 민간 주택사업은 토지 확보부터 입주까지 10년 이상 걸리기도 한다. 그런데 계약을 맺은 뒤 대출 기준이 바뀌고 중도금을 낸 뒤 잔금대출 한도가 줄어들면 정책은 미래 행동을 안내하는 규칙이 아니라 이미 내린 결정을 뒤흔드는 위험이 된다. 법률상 소급입법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국민이 체감하는 효과는 과거 선택에 대한 불이익과 다르지 않다. 법과 제도가 신뢰를 얻으려면 세 가지 조건을 갖춰야 한다. 어떤 조건에서 규제가 적용되는지 미리 알 수 있어야 한다. 같은 조건에는 같은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 제도가 바뀔 때는 기존 계약과 진행 중인 거래를 보호하는 경과조치를 둬야 한다. 부동산 정책도 다르지 않다. 정부가 정한 규칙을 지킨 사람이 뒤늦은 정책 변경으로 손해를 보고 규제의 빈틈을 예상한 사람이 이익을 얻는 구조가 반복되면 성실한 실수요자부터 제도를 믿지 않게 된다. 정책 목적이 아무리 정당하더라도 예측 가능성을 잃은 행정은 오래 유지되기 어렵다. 공급정책도 같은 잘못을 되풀이해 왔다. 정부는 집값이 오를 때마다 수십만호 공급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인허가 물량과 착공 물량, 준공 물량은 서로 다른 숫자다. 인허가를 받았다고 집이 생기는 것은 아니고 착공했다고 곧바로 입주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전국 주택 인허가는 98694호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6% 줄었다. 착공은 94367호로 27.0% 늘었지만 준공은 88143호로 46.7% 감소했다. 같은 기간 안에서도 공급의 앞단과 뒷단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다. 5월 말 전국 미분양은 65239호에 달했다. 전국에 미분양이 쌓여 있으면서 서울과 수도권 선호 지역에서는 공급 부족 우려가 커지는 불균형도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발표한 공급 물량의 크기보다 중요한 것은 어느 지역에서 언제 착공하고 언제 입주할 수 있는가다. 공급 계획은 토지 확보와 인허가, 착공, 준공으로 나눠 공개해야 한다. 일정이 늦어지면 지연 원인과 변경된 입주 시점을 밝혀야 한다. 정권이 바뀌어도 이미 진행 중인 사업은 원칙대로 이어져야 한다. 대출 규제의 기본축도 다시 세워야 한다. 담보가치에 따라 빌릴 수 있는 비율을 정하는 LTV는 집값과 지역에 따라 수시로 바꾸기 쉽다. 반면 소득에서 원리금 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율을 따지는 DSR은 빚을 갚을 능력을 기준으로 한다. 장기적인 가계부채 관리는 주택 가격이나 행정구역보다 차주의 상환 능력을 중심에 두는 편이 타당하다. 청년과 신혼부부, 생애 최초 구입자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면 DSR 원칙을 무너뜨리는 예외 대출을 반복하기보다 장기 고정금리와 이자 지원, 공공주택 공급으로 돕는 편이 낫다. 정책대출을 늘렸다가 가계대출이 증가하면 다시 줄이는 방식은 지원 대상자에게도 안정적인 제도가 아니다. 규제지역 지정도 담당 부처의 판단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 집값 상승률과 거래량, 소득 대비 주택가격, 가계대출 증가율 같은 객관적 기준을 사전에 공개해야 한다. 일정 기준을 넘으면 규제가 강화되고 일정 기간 안정되면 완화된다는 경로를 시장이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세제는 더욱 신중해야 한다. 취득세와 양도소득세, 보유세는 거래와 보유에 관한 국민의 장기 선택을 바꾼다. 집값이 오를 때 세금을 올리고 거래가 얼어붙으면 다시 낮추는 방식은 매물 잠김과 거래 쏠림을 반복시킨다. 적어도 3년에서 5년 동안 어떤 세목을 어떤 방향으로 조정할지 로드맵을 제시하고 충분한 유예기간을 둬야 한다. 정책을 바꾸지 말자는 주장이 아니다. 경제 여건과 인구 구조, 금리와 공급 상황이 달라지면 정책도 달라져야 한다. 다만 변경 조건과 절차가 사전에 정해져 있어야 한다. 규칙 안에 변화의 기준을 넣는 것과 시장이 출렁일 때마다 규칙 자체를 바꾸는 것은 전혀 다르다. 강한 대책은 발표 당일의 불안을 잠재울 수 있다. 거래를 줄이고 대출 신청을 늦추는 효과도 낼 수 있다. 하지만 국민이 정책의 지속성을 믿지 않으면 수요는 사라지지 않고 뒤로 밀릴 뿐이다. 공급 사업도 중단되거나 지연되고 임대차시장으로 부담이 옮겨갈 수 있다. 정부가 집값을 원하는 수준으로 통제할 수 있다는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특정 가격을 만들겠다고 나서는 것이 아니라 무리한 차입을 막고 충분한 주택이 꾸준히 공급되도록 제도를 관리하는 일이다. 주거 취약계층을 보호하고 거래 과정의 불공정을 차단하는 일도 정부의 몫이다. 부동산 시장의 신뢰는 대책의 횟수나 발표문의 수위에서 생기지 않는다. 오늘 정한 기준이 내일도 적용되고 정권이 바뀌어도 정책의 기본 틀이 유지될 때 생긴다. 국민이 자신의 소득과 자산, 가족계획에 따라 주거 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정부가 지금 내놓아야 할 것은 시장을 놀라게 할 또 하나의 대책이 아니다. 대출과 세제, 공급에 관해 언제 어떤 조건에서 무엇이 바뀌는지 알 수 있는 규칙이다. 부동산 정책에 필요한 힘은 예고 없이 휘두르는 규제에서 나오지 않는다. 오래 지킬 원칙을 세우고 정부부터 그 원칙에 구속될 때 정책은 비로소 시장의 신뢰를 얻는다.
2026-07-23 10:4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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