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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일 시행인데 아직도 '누가 어떻게'가 없다
[경제일보] 검찰청이 문을 닫는 날은 정해졌다. 10월 2일이다. 지난해 10월 정부조직법을 고쳐 1년 뒤 시행하기로 했다.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도 이날 출범한다. 그런데 같은 날부터 전국 2만여 명의 특별사법경찰이 누구의 지휘와 통제를 받으며 어떻게 수사할지는 아직 정리할 것이 남아 있다. 검찰청 폐지 날짜는 1년 전에 못 박아 놓고 현장에서 돌아갈 수사 방식은 시행 두 달 전까지 논란이다. 특사경은 일반인에게 이름부터 낯설다. 하는 일은 그렇지 않다. 세금과 관세, 노동, 환경, 식품, 의약품 등 생활과 맞닿은 범죄를 수사한다. 해당 분야의 전문 지식을 가진 공무원에게 수사권을 준 제도다. 전국에서 활동하는 인원만 2만 명이 넘는다. 지금까지 특사경 수사에는 검사의 지휘가 있었다. 10월 2일부터 이 지휘권이 사라진다. 개정 형사소송법은 특사경이 필요하면 검사에게 ‘지도·조언’을 요청할 수 있고 검사도 필요한 경우 지도·조언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수사 지휘와 지도·조언은 다르다. 전자는 따를 의무가 있지만 후자는 그렇지 않다. 수사와 기소를 떼어놓겠다는 정부와 여당의 방침에 따라 법을 그렇게 고쳤다. 여기까지는 입법의 영역이다. 그렇다면 검사 지휘가 빠진 자리를 누가, 어떤 방식으로 메울지도 함께 내놓았어야 한다. 법률 판단은 어디서 받고 수사가 엉뚱한 방향으로 갈 때 누가 바로잡을지까지 준비한 뒤 제도를 바꾸는 것이 정상적인 순서다. 특사경에게 수사권만 있는 것은 아니다. 피의자를 불러 조사하고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할 수 있다. 범죄 혐의가 성립하는지 살피고 수집한 증거가 법정에서 쓰일 수 있는지도 판단해야 한다. 행정 경험이 많다고 이런 일을 바로 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 3월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특사경의 48%는 수사 경력이 1년 미만이었다. 검사가 하던 지휘를 없앤다고 법률 판단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수사 경험이 짧을수록 그 필요는 커진다. 압수수색의 범위를 잘못 잡으면 영장을 다시 받아야 하고 절차를 어긴 증거는 재판에서 쓰지 못할 수 있다. 공소시효를 놓치면 수사를 아무리 잘해도 처벌할 길이 막힌다. 형사절차는 나중에 틀린 곳을 찾아 고치는 행정 서류와 다르다. 새 형사소송법은 검사에게 보완수사요구권과 시정조치요구권, 재수사요구권 등을 두고 있다. 정부가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면서 수사기관을 견제하기 위해 마련한 장치다. 하지만 사건이 공소청으로 넘어온 뒤 기록을 검토하는 것과 수사 과정에서 잘못을 바로잡는 것은 같은 일이 아니다. 압수수색이 이미 끝났고 피의자 조사가 잘못 진행된 뒤라면 사후 보완에도 한계가 있다. 특사경의 특성 때문에 생기는 문제도 있다. 경찰은 경찰청을 중심으로 지휘 체계가 갖춰져 있지만 특사경은 다르다. 고용노동부, 관세청, 식품의약품안전처, 지방자치단체 등 곳곳에 흩어져 있다. 같은 특사경이라도 조직과 수사 경험, 인력 여건이 제각각이다. 전국의 특사경을 한 덩어리로 놓고 검사 지휘만 걷어낸다고 새 수사 방식이 저절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수사하다 자신의 관할 밖 범죄를 발견했을 때도 생각해야 한다. 특사경은 법에 정해진 범죄만 수사할 수 있다. 본래 맡은 사건을 파다가 횡령이나 뇌물 같은 다른 범죄 혐의가 나오면 어느 기관으로 넘기고 그 과정에서 확보한 자료는 어떻게 처리할지 정교한 연결 장치가 필요하다. 검사에게 직접수사권도 없고 특사경 지휘권도 없는 새 제도에서는 기관 사이의 사건 인계가 지금보다 중요해진다. 검사의 직접수사권을 폐지하고 수사의 주체를 사법경찰관으로 일원화하는 개정 형사소송법도 10월 2일 시행된다. 정부도 이런 논란을 몰랐던 것은 아니다. 법무부는 지난 3월 공소청법과 중수청법 정부안을 확정하면서 보완수사와 새 형사사법 체계의 쟁점을 놓고 두 달간 공개토론회와 자문위원회 등을 통해 의견을 듣겠다고 했다. 특사경 지휘권 폐지를 둘러싼 우려도 같은 달부터 공개적으로 제기됐다. 시간이 없었던 셈은 아니다. 그런데 10월 2일은 이제 두 달도 남지 않았다. 일선 특사경이 어디에서 법률 지원을 받을지, 기관마다 다른 수사 역량을 어떻게 보완할지, 수사가 겹치면 어떻게 조정할지, 수사 과정에 문제가 생기면 어느 단계에서 바로잡을지 현장에서 곧바로 쓸 수 있는 답이 필요하다. 검사에게 다시 모든 지휘권을 주자는 얘기로 돌릴 필요도 없다. 국회가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기로 했으면 새 제도를 제대로 굴러가게 만드는 것도 국회와 정부가 할 일이다. 기존 제도를 없애는 것과 그 자리를 대신할 제도를 만드는 것은 별개의 일일 수 없다. 형사사법 제도를 잘못 바꾸면 피해는 관청 안에서 끝나지 않는다. 수사가 늦어지면 피해자가 기다려야 하고 압수수색을 잘못하면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된다. 범죄 혐의를 제대로 찾아내지 못하면 처벌해야 할 사람을 놓친다. 시행 뒤 문제가 생길 때마다 규정을 고치는 방식으로 버티기에는 국민이 치러야 할 대가가 크다. 검찰청을 없애는 날짜는 지난해 10월 이미 정했다. 준비할 시간도 그때부터 있었다. 10월 2일 아침 2만여 명의 특사경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때 가서 묻도록 해서는 안 된다. 검찰청을 없애는 데 1년을 썼다면 새 수사체계를 준비할 시간도 1년 있었다.
2026-08-20 08: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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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전대, 선명성보다 절제가 필요한 이유
[경제일보] 전당대회는 목소리가 커지는 자리다. 후보는 차이를 보여야 하고, 당원은 더 선명한 주장을 원한다. 평소라면 한 걸음 물러설 정치인도 경선장에서는 두 걸음 앞으로 나간다. 문제는 그 두 걸음 앞에 헌법기관이 서 있을 때다.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가 막판으로 가면서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과 이재명 대통령 관련 사건의 공소취소 주장이 정치권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김민석 당대표 후보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잘못된 기소라면 공소취소가 원칙이라는 취지로 말했고, 전대 과정에서는 조 대법원장 탄핵 주장도 제기됐다. 국민의힘은 12일 이를 두고 “선을 넘지 말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야당의 표현에는 정치적 과장이 섞여 있다. 공소취소 주장을 했다고 곧바로 대통령 탄핵사유가 된다고 단정하거나, 대법원장 탄핵 논의를 곧장 헌정질서 파괴와 동일시하는 것도 신중할 필요가 있다. 탄핵은 헌법이 명시적으로 인정하는 제도다. 헌법 제65조는 법관이 직무집행 과정에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했을 때 국회가 탄핵소추를 의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형사소송법에도 제1심 판결 선고 전까지 공소를 취소할 수 있는 절차가 있다. 제도 자체를 입에 올리는 것까지 금기시할 이유는 없다. 다만 할 수 있는 것과 해도 되는 방식은 다른 문제다. 대법원장도 비판받아야 한다. 사법부 독립이 사법부 무오류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판결이 사회적 상식과 동떨어졌다면 정치권과 시민사회가 비판할 수 있고, 사법제도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면 국회가 법을 고쳐야 한다. 명백한 헌법·법률 위반이 있다면 탄핵 절차도 밟을 수 있다. 하지만 탄핵에는 ‘마음에 들지 않는 판결’보다 훨씬 무거운 근거가 필요하다. 헌법은 법관에게 헌법과 법률, 양심에 따라 독립해 심판할 것을 요구한다. 역으로 정치도 그 독립을 존중할 의무가 있다. 판결 결과에 대한 불만이나 당내 정치적 필요가 탄핵의 동력처럼 비쳐지는 순간, 사법개혁은 제도개혁이 아니라 사법부 길들이기라는 의심을 피하기 어렵다. 특히 집권당의 말은 야당의 말과 무게가 다르다. 야당 정치인이 집회 연단에서 던진 구호는 대개 정치적 주장으로 끝난다. 국회 다수 의석과 행정부를 함께 움직일 수 있는 집권당의 대표 후보가 한 말은 다르다. 당선되는 순간 법안이 되고, 당론이 되고, 정부 정책을 압박하는 힘이 될 수 있다. 민주당 당대표 후보들이 12일 마지막 TV토론회에서 검찰·사법개혁 성과, 총선 승리, 당정 화합 등을 각각 강조했다는 점에서도 이번 전대가 단순한 당내 행사가 아니라 향후 국정 운영과 직결된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공소취소 문제는 더 조심스럽다. 법에 존재하는 제도라고 해서 특정 사건에 적용하는 것이 자동으로 정당해지는 것은 아니다. 더욱이 그 사건의 당사자가 현직 대통령이라면 기준은 오히려 더 엄격해야 한다. 정치권이 먼저 “조작 기소”라고 결론을 내리고 공소취소를 요구하면, 수사와 재판의 옳고 그름을 법정이 아니라 정당이 판정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억울한 기소가 있다면 바로잡아야 한다. 정치적 수사나 표적 기소도 민주주의가 경계해야 할 폐해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절차가 중요하다. 누가 대통령이든, 어느 당이 집권하든 같은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 ‘우리 편이어서 취소하고 상대편이면 끝까지 재판한다’는 의심을 받는 순간 법치의 권위는 무너진다. 민주당은 사법개혁을 말할 자격이 있다. 실제로 12일 마지막 전대 TV토론에서도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법,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제 등 지난 사법·검찰개혁 조치가 주요 성과로 거론됐다. 개혁의 필요성에 동의하는 국민도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제도를 고치는 것과 사람을 겨냥하는 것은 구분해야 한다. 사법제도를 바꾸겠다면 왜 바꿔야 하는지 법과 원칙으로 설명해야 한다. 특정 판결과 특정 재판을 먼저 놓고 제도를 그에 맞춰 움직이면 개혁의 정당성마저 훼손된다. 경선의 속성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당원 투표가 중요한 선거일수록 후보들은 핵심 지지층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하게 된다. 이번 민주당 전대에서도 후보 간 네거티브와 과거사 공방이 이어지면서 민생과 정책 비전이 뒤로 밀렸다는 비판이 당 안팎에서 제기됐다. 그러나 집권당의 대표를 뽑는 선거라면 당원의 박수 못지않게 그 말을 듣고 있는 국민을 의식해야 한다. 정치는 선명해야 할 때가 있다. 잘못된 권력과 싸울 때 어정쩡한 태도는 비겁함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민주주의에서 진짜 용기는 목소리를 가장 크게 내는 데 있지 않다. 자기편이 원하는 것에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을 긋는 데 있다. ‘서경’ 홍범편에는 ‘무편무당 왕도탕탕(無偏無黨 王道蕩蕩)’이라는 구절이 있다. 치우침도 없고 사사로운 편당도 없어야 바른 정치의 길이 넓어진다는 뜻이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법과 제도를 자기편의 필요에 맞춰 다루기 시작하면 정치는 좁아지고 국가는 흔들린다. 지금 민주당에 필요한 것은 사법개혁을 멈추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개혁의 원칙을 더 분명히 세우는 일이다. 법관의 책임을 묻되 판결에 대한 보복처럼 보여서는 안 되고, 잘못된 기소를 바로잡되 대통령 개인을 위한 제도처럼 비쳐서는 안 된다. 사법부 독립을 존중하면서도 민주적 통제와 책임성을 높일 길을 찾아야 한다. 대법원장 탄핵은 당원들의 박수를 받기 위한 구호로 소비하기에는 너무 무거운 헌법적 수단이다. 대통령 관련 공소취소 역시 경선장에서 충성심을 겨루듯 다룰 사안이 아니다. 집권당의 말은 실제 권력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더 절제돼야 한다. 전당대회는 17일 끝난다. 하지만 그 자리에서 던진 말의 파장은 그 뒤에도 남는다. 민주당 후보들이 기억해야 할 것도 그것이다. 경선에서는 표를 얻기 위해 말할 수 있다. 집권당은 그 말이 국가의 제도가 될 때까지 책임져야 한다.
2026-08-13 09: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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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할 사람도 못 정한 중수청, 10월 문부터 연다
[경제일보] 중대범죄수사청이 오는 10월 2일 문을 연다. 본청과 서울·수원·대전·대구·부산·광주 등 6개 지방청을 두고 정원 2874명 가운데 2567명을 수사관으로 채운다. 부패와 경제범죄, 방위사업, 마약, 국가보호범죄, 사이버범죄, 법왜곡죄까지 맡는다. 정부가 발표한 직제만 보면 검찰의 직접수사 기능을 넘겨받을 거대 기관은 이미 완성돼 있다. 사건을 맡을 사람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행정안전부는 8월 들어서야 전국 검찰청을 돌며 임용 설명회를 시작했다. 검사와 검찰수사관의 지원 규모를 확인한 뒤 부족한 자리를 외부 채용과 다른 기관 파견으로 메워 9월 말까지 배치를 끝낸다는 계획이다. 출범을 두 달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 사람을 모집해 한 달여 만에 2800명이 넘는 수사기관을 꾸리겠다고 한다. 요리사도 못 구한 식당이 개업일부터 못 박은 꼴이다. 국가의 중대범죄 수사권을 옮기면서 누가 그 일을 맡을지 확인하지 않은 채 출범일과 직제부터 정했다. 중수청이 맡을 사건은 정원표의 빈칸을 채운다고 처리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기업 회계장부에서 비자금을 찾아내고 수백 개 계좌의 흐름을 연결해야 한다. 압수수색 범위를 정하고 피의자와 참고인의 조사 순서를 짜며 디지털 자료와 관련자 진술을 맞춰 범죄 혐의를 입증해야 한다. 금융과 가상자산, 방위사업, 담합 사건은 관련 산업과 거래 관행을 익히는 데만 상당한 시간이 든다. 장부에 드러나지 않은 자금 흐름을 찾아내고 말 맞추기와 허위 진술을 가려내려면 여러 사건을 직접 다뤄본 검사와 수사관이 한 팀으로 움직여야 한다. 임용장을 나눠주고 업무 지침을 읽힌다고 이런 능력이 생기지는 않는다. 현재 검찰에서 반부패·공공·증권범죄 등 직접수사를 담당하는 검사와 수사관은 700명 안팎으로 알려졌다. 중수청 수사관 정원 2567명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기존 직접수사 인력이 모두 옮겨도 부족하지만 정부는 그 가운데 실제로 몇 명이 중수청을 선택할지 밝히지 못하고 있다. 검사와 검찰수사관은 중수청으로 자동 배치되지 않는다. 중수청 근무를 원하는 사람이 임용을 신청해야 한다. 공소청에 남아 기존 경력을 이어갈지, 행정안전부 소속 수사관으로 옮길지 개인에게 결정하도록 했다. 국가 수사 역량의 승계를 개인의 지원에 맡겨 놓은 것이다. 검사들이 중수청으로 옮기려면 검사 신분을 내려놓고 직급과 보직, 승진 경로의 변화를 감수해야 한다. 지검장급은 1급, 차장·부장검사급은 2급, 법조 경력 10년 이상 검사는 3급, 10년 미만 검사는 4급 상당 수사관으로 임용된다. 봉급과 정년이 보장돼도 검사로 쌓아온 경력과 향후 보직 체계는 달라진다. 실무 수사의 상당 부분을 맡아야 할 저연차 검사에게 4급 상당 수사관으로 옮기라고 하면서 대규모 지원을 기대하는 것은 현실과 거리가 멀다. 검찰수사관도 지휘 체계와 승진 기준, 근무지와 담당 업무를 따져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정부는 지원자가 얼마나 들어오는지 확인한 뒤 검사 출신과 검찰수사관, 외부 채용 인력의 역할을 정하겠다고 한다. 담당 직무와 지휘 관계를 먼저 정하고 그에 맞는 사람을 뽑는 통상적인 순서를 뒤집었다. 중수청의 업무는 기존 검찰의 직접수사보다 줄지 않는다. 서울청에는 경제범죄와 금융범죄, 반독점, 반부패, 마약, 첨단수사 부서를 두고 보이스피싱과 가상자산, 국가재정범죄를 다루는 조직도 설치한다. 다른 수사기관이 처리한 사건에 대한 보완수사까지 맡는다. 이처럼 넓고 전문적인 업무를 검찰의 희망 전입자와 신규 채용자, 다른 기관의 파견 인력을 출범 직전에 섞어 만든 수사팀에 맡기게 된다. 서로 다른 조직에서 근무한 사람들이 누구의 지휘를 받아 사건을 처리할지, 신규 인력을 누가 교육할지, 중수청과 공소청 사이의 의견 충돌은 어떻게 조정할지 실무에서 검증된 적도 없다. 수사와 기소를 나눴다면 두 기관이 사건 초기부터 증거의 적법성과 공소 유지 가능성을 협의할 절차를 먼저 마련했어야 한다. 중수청이 수개월 동안 수사한 뒤 공소청이 증거가 부족하거나 법정에서 쓰기 어렵다고 판단하면 사건은 다시 흔들린다. 보완수사 요구가 되풀이되고 책임 공방까지 벌어지면 피해자는 더 오래 기다려야 한다. 변호사와 공인회계사를 채용해 부족한 자리를 메우는 방안도 수사 경험의 공백을 해소하지 못한다. 법률과 회계 지식은 필요하지만 자격증이 복잡한 자금 추적과 압수수색, 피의자 조사 경험을 대신하지 않는다. 진술의 허점을 찾아내고 증거 사이의 연결을 짚는 능력은 여러 사건을 직접 처리하면서 쌓인다. 경찰 인력을 빼 중수청을 채우면 경찰 수사 현장이 비게 된다. 경찰은 이미 해마다 20만건이 넘는 미제 사건을 안고 있다. 수사 인력을 늘린다는 계획도 충분한 신규 채용보다 다른 부서 경찰관을 옮기는 방식에 기대고 있다. 경찰의 부족한 인력을 다시 중수청으로 돌리는 것은 수사기관 사이에서 사람을 옮겨 앉히는 데 그친다. 검찰이 수사하던 사건의 인계도 가볍게 볼 수 없다. 대형 경제·부패 사건은 기록이 수만 쪽에 이르고 계좌 자료와 압수물, 디지털 증거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담당 수사팀이 바뀌면 기록을 처음부터 다시 검토해야 한다. 조사 과정에서 확인한 관련자들의 관계와 진술의 의미, 추가로 확인해야 할 단서는 문서만 넘겨서는 온전히 전달되지 않는다. 검찰청 폐지 이후 마무리하지 못한 사건이 중수청으로 넘어가더라도 담당 검사와 수사관이 공소청에 남으면 새 수사팀은 사건을 사실상 다시 시작해야 한다. 수사는 늦어지고 피의자는 증거를 숨기거나 말을 맞출 시간을 벌게 된다. 범죄수익이 여러 계좌를 거쳐 빠져나간 뒤에는 사람을 보충해도 되돌리기 어렵다. 형사사건에서 시간은 행정 일정으로 계산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사람의 기억은 흐려지고 자료는 사라지며 범죄수익은 계속 이동한다. 수사팀 교체와 기록 재검토로 몇 달을 허비하면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할 기회까지 놓칠 수 있다. 독자적인 형사사법정보시스템도 출범일까지 갖춰지지 않는다. 당분간 경찰 시스템을 함께 사용하고 일부 기능은 개청 이후 추가할 계획이다. 사람을 확보하지 못했고 사건 처리 방식도 다듬지 못했으며 전산망마저 임시로 빌려 써야 하는데 정부는 10월 2일 개청을 밀어붙이고 있다. 검찰 개혁의 성패는 검찰청 폐지라는 결과만으로 평가할 수 없다. 검찰이 맡던 부패와 금융, 방위사업 수사를 누가 이어받아 어느 수준으로 수행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수사와 기소를 나누면서 수사 경험과 전문성까지 흩어버리면 그 부담은 사건 피해자와 국민에게 돌아간다. 정부는 정원 2874명을 채우겠다는 말만 되풀이할 것이 아니라 실제로 수사가 가능한 사람이 몇 명인지 공개해야 한다. 중수청 이동을 신청한 검사와 검찰수사관의 숫자, 경제·부패·금융·마약 사건을 직접 맡아본 인력의 규모, 신규 채용자의 교육 계획을 밝혀야 한다. 진행 중인 사건을 기존 수사팀과 함께 넘길지도 답해야 한다. 10월 2일에 문을 여는 것보다 검찰청이 사라진 다음 날에도 중대범죄 수사가 이어지도록 준비하는 일이 급하다. 인력이 부족하고 지휘 체계가 정리되지 않았다면 날짜를 고집할 이유가 없다. 숙련 수사관이 몇 명인지조차 밝히지 못한 채 출범을 밀어붙이면 국가의 수사 역량 전체가 검증되지 않은 행정 실험의 대상이 된다. 그 실험이 실패했을 때 수사를 놓친 책임은 흐려지겠지만 범죄 피해와 장기 미제 사건은 그대로 남는다.
2026-08-06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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