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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지방선거, 마지막 변수는 '투표장에 나오는 사람'이다
[경제일보] 6·3 지방선거의 마지막 변수는 결국 ‘누가 투표장에 나오느냐’다. 여야의 막판 유세전도, 각종 여론조사 흐름도, 후보별 공약 경쟁도 이제 투표율이라는 최종 관문 앞에 섰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사전투표율은 23.51%로 집계됐다. 전체 선거인 4464만9908명 가운데 1049만8411명이 지난달 29~30일 이틀 동안 한 표를 행사했다. 2022년 8회 지방선거 사전투표율 20.62%보다 2.89%포인트 높은 수치로, 사전투표가 도입된 이후 지방선거 기준 역대 최고치다. 높은 사전투표율은 이번 선거가 단순한 지방 행정 책임자 선출에 그치지 않는다는 신호다.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 지방의원, 교육감을 뽑는 선거이면서 동시에 전국 14개 지역구 국회의원 재·보궐선거가 함께 치러진다. 지방 권력의 향배뿐 아니라 중앙 정치의 힘겨루기까지 겹친 ‘미니 총선’ 성격이 강해졌다.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14개 선거구의 사전투표율도 24.12%를 기록했다. 전체 유권자 226만7121명 중 54만6757명이 사전투표에 참여했다. 사전투표율 23.51%, 누구에게 유리한가 여야의 해석은 정반대다. 더불어민주당은 높은 사전투표율을 정권 안정론과 여당 지지층 결집의 신호로 읽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를 여당 독주 견제와 보수층 재결집의 결과로 해석한다. 같은 숫자를 놓고도 여야가 다른 결론을 내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사전투표율 자체만으로는 어느 진영이 더 많이 투표했는지 단정할 수 없어서다. 지역별 흐름은 더 복잡하다. 전남은 38.95%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사전투표율을 기록했고, 대구는 18.65%로 가장 낮았다. 서울은 23.84%로 전국 평균을 웃돌았고, 경기도는 20.96%로 평균보다 낮았다. 호남권의 높은 참여는 민주당 지지층의 결집으로 읽힐 수 있지만 대구의 낮은 사전투표율이 보수층의 무관심을 뜻한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보수 성향 유권자 중 본투표 선호층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핵심은 사전투표율이 높았다는 사실보다 본투표일에 어느 세대와 어느 지역의 유권자가 추가로 움직이느냐다. 사전투표가 이미 적극 지지층을 상당 부분 흡수했다면 본투표의 관건은 중도층, 무당층, 젊은층, 고령층의 참여율이다. 특히 여론조사에서 오차범위 안팎의 접전이 이어진 지역에서는 투표율 1~2%포인트 차이도 당락을 바꿀 수 있다. 높은 사전투표율이 높은 최종 투표율을 보장하진 않는다 정치권이 경계해야 할 대목은 따로 있다. 사전투표율이 역대 최고라고 해서 최종 투표율도 반드시 크게 뛰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2022년 지방선거에서도 사전투표율은 20.62%로 직전 지방선거보다 높았지만, 최종 투표율은 50.9%에 그쳤다. 당시 사전투표 확대가 전체 참여 증가보다 투표 시점의 분산 효과에 가까웠다는 분석이다. 이번에도 같은 가능성이 있다. 이미 투표 의사가 강한 유권자들이 사전투표에 몰렸다면 본투표일 참여가 기대만큼 늘지 않을 수 있다. 반대로 사전투표 열기가 정치적 긴장감을 키워 본투표 참여를 자극한다면 최종 투표율은 지방선거 평균을 넘어설 수 있다. 결국 23.51%는 승패를 예고하는 숫자라기보다 여야 모두에게 던져진 경고다. “끝났다고 생각하는 쪽이 진다”는 경고인 셈이다. 본투표의 세 가지 변수…수도권·청년층·접전지 첫 번째 변수는 수도권이다. 서울과 경기, 인천은 유권자 규모가 크고 중도층 비중도 높다. 특히 서울은 사전투표율이 전국 평균보다 높게 나타나면서 여야 모두 자신에게 유리한 신호라고 해석하고 있다. 민주당은 정권 안정과 생활정치 요구가 투표장으로 이어졌다고 보고, 국민의힘은 20·30세대와 중도보수층이 본투표에서 결집할 여지가 있다고 판단한다. 두 번째 변수는 청년층이다. 지방선거는 대선이나 총선보다 체감도가 낮아 젊은층의 참여율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주거, 교통, 일자리, 지역 산업 전환, 교육감 선거까지 생활 의제가 촘촘히 걸려 있다. 청년층이 ‘내 삶과 무관한 선거’로 보느냐, ‘지역의 미래를 결정하는 선거’로 보느냐에 따라 본투표의 방향은 달라질 수 있다. 세 번째 변수는 접전지다. 서울, 대구, 충남, 경남, 전북 등 여론 흐름이 엇갈린 지역에서는 조직표만으로 승부를 장담하기 어렵다. 사전투표에서 지지층이 이미 상당 부분 움직였다면 본투표는 막판 부동층과 느슨한 지지층을 누가 더 끌어내느냐의 싸움이 된다. 후보의 마지막 메시지가 네거티브냐, 지역 의제냐에 따라 투표장으로 향하는 유권자의 마음도 달라질 수 있다. 투표율은 민심의 크기다 투표율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그것은 민심의 크기이고, 정치에 대한 시민의 응답이다. 낮은 투표율은 조직력이 강한 진영에 유리하고, 높은 투표율은 숨어 있던 민심을 드러낸다. 특히 지방선거에서 낮은 투표율은 생활정치의 대표성을 약화시킨다. 시장과 도지사, 구청장과 군수, 지방의원은 시민의 교통, 주거, 복지, 교육, 지역경제를 직접 다룬다. 대통령보다 멀어 보이지만, 시민의 하루에는 더 가까운 권력이다. 이번 지방선거의 사전투표율 23.51%는 유권자가 완전히 무관심하지 않다는 신호다. 동시에 정치권을 향한 경고이기도 하다. 유권자는 이미 일부 답을 했다. 그러나 최종 답안지는 아직 닫히지 않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본투표일인 3일, 투표장은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열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선거같은 공동체의 일에 참여할 때 인간은 비로소 시민이 된다고 할 수 있다”며 “이번 지방선거의 마지막 변수는 여론조사 그래프가 아니라 투표장으로 걸어가는 사람들이며 내일의 승부는 아직 투표하지 않은 유권자의 발걸음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2026-06-02 15: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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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으로 떠받친 증시 호황, 가계부채 시한폭탄 키워선 안 된다
[경제일보] 국내 가계부채에 또다시 경고등이 켜졌다.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개인 신용대출이 한 달 만에 2조6000억 원 넘게 증가하며 107조 원에 육박했다. 특히 증가분 대부분이 마이너스통장에서 발생했다는 점은 단순한 생활자금 수요가 아니라 투자 목적의 차입이 급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부의 강력한 규제로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억제되자 자금 수요가 신용대출로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이런 신용대출 급증의 배경에 ‘빚투’ 열풍이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 반도체 업황 개선과 증시 상승 기대감이 맞물리면서 투자자들의 자금 유입이 크게 늘고 있다. 문제는 상당수가 자기 자본이 아닌 빚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신용거래융자 잔액이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카드론까지 동원해 주식시장에 뛰어드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은 과열 신호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투자는 미래의 수익을 기대하는 경제활동이지만, 과도한 레버리지는 언제나 위험을 동반한다. 특히 최근 우리 경제를 둘러싼 환경은 결코 낙관적이지 않다. 고물가와 고환율, 고금리가 동시에 지속되는 이른바 ‘3고 현상’이 여전히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세계 경제 역시 지정학적 갈등과 보호무역주의 확산으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일부 산업의 호조가 경제 전체의 체력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만약 금리 인상과 증시 조정이 동시에 발생한다면 그 충격은 개인 투자자와 금융시장 전반에 고스란히 전이될 수 있다. 주가가 급락하면 반대매매가 연쇄적으로 발생하고, 이는 다시 시장 하락을 부추기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미 개인회생 신청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사실은 가계의 재무 건전성이 생각보다 취약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자칫 가계부채 부실이 금융권의 건전성 문제로 확산될 경우 우리 경제는 소비 위축과 성장 둔화라는 이중고에 직면할 수 있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지금의 상황을 단순한 시장 활황의 부산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신용대출과 카드론의 용도와 증가 추이를 면밀히 점검하고, 고위험 차입 투자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 금융회사 역시 단기 실적에만 매몰되지 말고 대출 건전성 관리에 더욱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무엇보다 투자자들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상승장에서는 누구나 수익을 기대하지만, 시장은 언제든 방향을 바꿀 수 있다. 빚을 내 투자하는 행위는 수익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손실도 배가시킨다. 투자 기회를 놓칠까 두려워하는 포모(FOMO) 심리에 휩쓸려 무리한 차입에 나선다면 결국 그 대가는 개인과 가계, 나아가 경제 전체가 떠안게 된다. 빚으로 만든 호황은 오래 지속될 수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투기적 낙관론이 아니라 냉정한 위험 관리다. 가계부채라는 시한폭탄의 초침은 이미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더 큰 위기가 오기 전에 정부와 금융권, 그리고 투자자 모두가 경각심을 갖고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할 때다.
2026-06-01 09:3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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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증의 덫과 침묵의 바다, 민주주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한다. 그러나 꽃은 향기로 사람을 모으지만, 오늘날 대한민국 정치가 만들어내는 풍경은 향기보다 적대와 혐오의 냄새가 더 짙다. 6·3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권은 정책 경쟁보다 진영 결집에 몰두하고 있고, 유권자들은 서로 다른 현실 속에서 각자의 선거를 치르고 있다. 같은 나라, 같은 사건을 바라보면서도 전혀 다른 결론에 도달하는 모습은 마치 하나의 대한민국 안에 두 개의 대한민국이 존재하는 듯한 착각마저 불러일으킨다. 40년 가까이 정치 현장을 취재하며 수많은 선거를 지켜봤지만, 지금처럼 국민이 깊이 갈라지고 정치가 극단적 진영 논리에 포획된 시기는 드물었다. 민주주의의 핵심은 다양성 속의 공존인데, 오늘의 정치 현실은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다. 상대방은 토론의 대상이 아니라 제거해야 할 적으로 규정된다. 여당은 정의를 독점한 듯 행동하고, 야당은 저항의 명분을 독점한 듯 주장한다. 그 사이에서 국민은 편을 강요받는다. 이 같은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간 심리의 본질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심리학은 오래전부터 인간이 객관적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밝혀왔다. 사람은 자신이 믿고 싶은 정보만 받아들이고, 자신의 생각을 강화하는 자료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한다. 이른바 '확증 편향'이다. 문제는 디지털 시대가 이런 인간의 약점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와 유튜브 알고리즘은 이용자가 좋아하는 콘텐츠를 반복적으로 제공한다. 보수는 보수의 논리만 듣고, 진보는 진보의 주장만 접한다. 서로 다른 정보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결국 같은 현실을 보면서도 전혀 다른 세계를 경험하게 된다. 그 결과는 위험하다. 지지하는 정치인에게 문제가 발생해도 지지층은 쉽게 등을 돌리지 않는다. 오히려 더욱 강하게 결집한다. 자신의 선택이 틀렸음을 인정하는 순간 발생하는 심리적 불편함을 피하기 위해서다. 언론 탓을 하고, 상대 진영을 공격하며, 음모론을 동원해 스스로를 설득한다. 정치적 판단이 이성의 영역에서 감정의 영역으로 이동하는 순간이다. 그러나 민주주의를 더욱 위협하는 것은 확증 편향보다도 '침묵의 나선' 현상이다. 정치권은 늘 여론을 말한다. 하지만 여론이란 과연 무엇인가. 광장의 함성인가, 유튜브 조회 수인가, 댓글 창의 전쟁인가. 결코 그렇지 않다. 진짜 민심은 오히려 조용한 곳에 숨어 있다. 대부분의 시민은 정치에 과도하게 몰입하지 않는다. 직장에서, 가정에서, 시장에서 하루하루 삶을 꾸려간다. 정치적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관계가 깨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래서 침묵한다. 특히 지금처럼 정치적 낙인과 조롱이 일상화된 사회에서는 더욱 그렇다. 큰 목소리가 다수의 의견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침묵하는 다수가 존재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역사적으로도 많은 선거 결과가 전문가들의 예측을 뒤집어 왔다. 이유는 단순하다. 조사에 응답하지 않은 사람들, 의견을 드러내지 않은 사람들, 정치적 소음을 외면한 사람들이 투표소에서 비로소 자신의 뜻을 표현하기 때문이다. 정치권이 가장 경계해야 할 대상은 상대 진영이 아니다. 바로 자신들의 지지자들만 바라보는 착각이다. 강성 지지층의 환호를 국민 전체의 목소리로 오인하는 순간 정치는 현실 감각을 잃는다. 그리고 현실 감각을 잃은 정치는 반드시 국민의 심판을 받게 된다. 인류의 고전은 이런 인간의 오만을 오래전부터 경고해 왔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알면서도 알지 못하는 듯하는 것이 가장 높은 경지"라고 했다. 자신이 틀릴 수 있다는 겸손, 상대방에게도 일리가 있을 수 있다는 인정이야말로 공동체를 유지하는 최소한의 덕목이라는 의미다. 성경 역시 "남의 눈의 티는 보면서 자신의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한다"고 말한다. 불가에서도 자기 허물을 먼저 돌아보라고 가르친다. 동서양의 모든 지혜가 결국 같은 곳을 향하고 있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인간 사회를 위협하는 가장 큰 적은 상대방이 아니라 자신의 오만이라는 점이다. 민주주의는 단순한 승자독식의 게임이 아니다.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시민들이 공존하는 방법을 배우는 과정이다. 선거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당선된 순간부터는 지지자만이 아니라 반대했던 국민까지 품어야 한다. 그것이 민주주의의 정신이다. 이번 지방선거 역시 마찬가지다. 유권자들은 진영의 구호보다 후보의 자질과 정책을 살펴야 한다. 정치인들은 혐오와 선동 대신 설득과 통합을 말해야 한다. 언론 또한 클릭 수 경쟁을 넘어 공론장의 역할을 회복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지금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 확증 편향의 감옥 속에서 서로를 향해 돌을 던질 것인가, 아니면 침묵하는 다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공존의 길을 찾을 것인가. 그동안 언론 현장에서 확인한 사실이 하나 있다. 권력은 언제나 자신이 민심을 안다고 믿는 순간부터 몰락하기 시작했다. 반대로 국민을 두려워하고, 스스로를 성찰한 정치만이 오래 살아남았다. 선거의 진정한 승자는 개표 결과로 결정되지 않는다. 선거 이후에도 국민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정치가 존재할 때 비로소 민주주의는 승리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승리의 환호가 아니라 성찰의 침묵이다. 그 침묵 속에서만 진짜 민심의 목소리가 들리기 때문이다.
2026-05-31 13: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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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욱 '산업수도 변화' vs 김두겸 '현직 시정 완성'
[경제일보] 6·3 지방선거 울산시장 선거가 더불어민주당 김상욱 후보와 국민의힘 김두겸 후보의 양자 대결 구도로 재편되며 막판 최대 격전지로 떠올랐다. 울산은 자동차·조선·석유화학으로 대표되는 대한민국 산업수도다. 동시에 노동조합 조직력이 강하고, 동구·북구를 중심으로 진보 표심이 뿌리 깊은 도시다. 이번 선거는 단순한 여야 대결을 넘어 ‘산업수도의 다음 4년’을 누구에게 맡길 것인가를 묻는 선거가 됐다. ◆최근 여론조사…김상욱 35.8%, 김두겸 35.5% ‘0.3%p 차’ 초박빙 가장 최근 공표된 경상일보·울산MBC 여론조사는 울산시장 선거가 사실상 안갯속 승부임을 보여줬다. 경상일보와 울산MBC가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5월 25~26일 울산 거주 만 18세 이상 11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4자 대결 지지도는 김상욱 후보 35.8%, 김두겸 후보 35.5%, 진보당 김종훈 후보 19.0%, 무소속 박맹우 후보 5.2%로 나타났다. 김상욱·김두겸 두 후보의 격차는 0.3%포인트에 불과했다. 이 조사는 유선 RDD 17.2%, 통신 3사 제공 무선 가상번호 ARS 82.8% 방식으로 진행됐고, 응답률은 4.3%,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0%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를 참조하면 된다. 같은 조사에서 민주당과 진보당의 단일화를 전제로 한 가상 3자 대결은 다른 흐름을 보였다. 김상욱 후보로 단일화를 가정하면 김상욱 43.6%, 김두겸 36.9%로 김 후보가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다. 반면 김종훈 후보로 단일화한 가상 3자 대결에서는 김종훈 36.9%, 김두겸 36.3%로 오차범위 안 초접전이었다. 결국 울산시장 선거의 가장 큰 변수는 민주·진보 단일화의 성사 여부와 그 효과가 실제 투표장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였다. 이를 종합하면 울산시장 선거는 “현직 김두겸 후보가 보수 기반과 시정 연속성을 바탕으로 방어선을 세우고, 김상욱 후보가 민주·진보 단일화와 변화론을 앞세워 추격·역전 흐름을 만든 선거”로 정리된다. ◆김상욱, 변화·단일화는 강점…조직 안정성은 과제 김상욱 후보의 강점은 ‘변화의 상징성’이다. 그는 국민의힘을 탈당해 민주당에 입당한 뒤 울산시장 후보로 나섰다. 울산 정치에서 보기 드문 경로다. 보수 진영 출신이면서도 민주당 후보가 됐다는 이력은 한편으로는 공격 지점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중도층과 탈이념 유권자에게 “낡은 진영 구도 밖의 후보”라는 이미지를 줄 수 있다. 울산이 산업 전환의 갈림길에 서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김 후보의 변화론은 단순한 정권 구호가 아니라 도시 전략의 문제로 연결된다. 약점은 조직력과 안정성이다. 울산은 국민의힘 조직 기반이 강한 지역이고, 김두겸 후보는 현직 시장이다. 김상욱 후보가 단일화 효과를 얻더라도 민주당·진보당 지지층이 온전히 결합할지는 별개의 문제다. 진보 표심은 울산에서 독자성이 강하다. 노동 의제와 산업 전환, 공공교통 정책에서 충분한 신뢰를 주지 못하면 단일화가 산술적 합산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 기회는 민주·진보 단일화와 생활 민심이다. 경상일보·울산MBC 조사에서 김상욱 후보 단일화 가상 3자 구도는 김 후보에게 뚜렷한 우세 신호를 줬다. 또 울산의 시내버스 개편 논란, 대중교통 불편, 산업 전환 과정의 노동 불안은 현직 시정 평가론으로 번질 수 있다. 김 후보는 ‘시내버스 정상화와 시민 이동권 보장’을 1호 공약으로 내세우고, 민영제 버스 운영을 공영제로 전환하기 위한 울산교통공사 설립, 도시철도 2호선 조기 착공, 문수로 우회도로·외곽순환도로 추진 등을 제시했다. 위협은 보수 결집과 단일화 후유증이다. 선거 막판 국민의힘 지지층이 “울산시정을 빼앗길 수 없다”는 위기의식으로 결집하면 판세는 다시 흔들릴 수 있다. 여론조사에서 김 후보가 단일화 효과를 얻는 것으로 나타나더라도 실제 투표일에는 조직력과 투표율이 더 중요해진다. 김 후보에게 남은 과제는 변화론을 구호가 아니라 울산형 산업·교통·일자리 해법으로 설득하는 일이다. ◆김두겸, 현직 프리미엄은 강점…시정 피로감은 부담 김두겸 후보의 강점은 현직 시장 프리미엄과 시정 연속성이다. 김 후보는 민선 8기 울산시장으로 기업 투자유치, 개발제한구역 해제, 분산에너지법 제정 등을 성과로 내세운다. 국민의힘 후보로서 보수층 결집 기반도 갖고 있다. 산업도시 울산에서 시장의 핵심 역량은 투자 유치와 기업 환경 조성이다. 김 후보는 이 지점에서 “하던 일을 마무리할 시장”이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약점은 현직 책임론이다. 현직 시장에게는 성과뿐 아니라 불만도 따라붙는다. 시내버스 노선 개편 논란, 시민 교통 불편, 산업 전환 지체, 청년 일자리 문제, 지역 내 생활 격차는 모두 현직 시장 평가와 연결된다. 김 후보가 ‘시정 연속성’을 강조할수록 유권자는 “그 연속성이 내 삶을 얼마나 바꿨느냐”고 물을 수 있다. 기회는 보수 지지층 재결집과 경제 의제 선점이다. 김두겸 후보는 ‘AI 수도 완성’을 1호 공약으로 제시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김 후보는 SK-아마존웹서비스 AI 데이터센터 확대, 주력 제조산업 AI 대전환, 소버린 AI 집적단지, 공공서비스 AI, AI·과학기술 인재 양성, 수중데이터센터 실증모델 개발 등을 추진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울산의 자동차·조선·석유화학 산업을 AI와 접목하겠다는 전략이다. 위협은 민주·진보 단일화 효과다. 김 후보가 다자 구도에서는 강점을 보이더라도, 진보 표심이 김상욱 후보 쪽으로 결집하면 선거는 순식간에 불리해질 수 있다. 경상일보·울산MBC 조사에서 김상욱 단일화 가상 3자 대결이 오차범위 밖 우세로 나온 점은 김두겸 후보에게 경고 신호다. 김 후보가 승리하려면 선거를 진영 대결로만 끌고 갈 것이 아니라, 현직 시장으로서 산업도시 울산의 현실적 해법을 더 구체적으로 보여줘야 한다. ◆막판 승부처…단일화 효과, 노동 표심, 교통 민심, 보수 결집 첫 번째 승부처는 민주·진보 단일화 효과다. 여론조사상 김상욱 후보로 단일화할 경우 김두겸 후보를 오차범위 밖에서 앞서는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선거는 여론조사의 산술이 아니다. 진보당 지지층이 민주당 후보에게 얼마나 이동할지, 노동 현장 표심이 얼마나 결합할지, 무당층이 단일화를 ‘정치공학’이 아니라 ‘정권·시정 교체의 현실적 선택’으로 받아들일지가 관건이다. 두 번째 승부처는 노동과 산업 전환이다. 울산은 노동자의 도시이자 기업의 도시다. 자동차·조선·석유화학이 흔들리면 울산 경제 전체가 흔들린다. 김상욱 후보는 노동이 존중받는 산업 AI 대전환, 울산형 직업전환 보장제, 청년 AX 아카데미, 숙련노동자 AI 동행사업 등을 제시했다. 김두겸 후보는 AI 수도, 소버린 AI 집적단지, 수중 데이터센터, 양자융합원, UAM, K-배터리, 암모니아 벙커링, 북극항로 거점항만 등을 내세운다. 두 후보 모두 AI를 말하지만, 김상욱 후보는 노동 전환과 생활 교통을, 김두겸 후보는 투자 유치와 성장 프로젝트를 전면에 둔다. 세 번째 승부처는 교통 민심이다. 울산은 대중교통 불편이 생활 이슈로 커진 도시다. 김상욱 후보가 시내버스 정상화를 1호 공약으로 내세운 것은 현직 시장의 약점을 정면으로 겨냥한 전략이다. 김두겸 후보가 이에 맞서 교통 불만을 얼마나 해소할 실행 계획을 제시하느냐가 중요하다. 산업 공약은 거대하지만, 유권자의 하루는 출근길 버스와 도로 정체에서 시작된다. 네 번째 승부처는 보수 결집이다. 김두겸 후보가 버티는 힘은 국민의힘 지지층과 현직 시장의 조직력이다. KBS울산·울산매일 조사에서 정당 지지도는 국민의힘이 민주당에 오차범위 안에서 앞섰다. 30대 이하와 60대 이상에서 김두겸 후보가 상대적으로 높았다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보수층이 막판 위기의식으로 결집하고, 무소속 박맹우 후보 지지층 일부가 김두겸 후보 쪽으로 이동할 경우 판세는 다시 달라질 수 있다. 다섯 번째 승부처는 부동층이다. 경상일보·울산MBC 조사에서 지지 후보 없음과 잘 모름 응답은 합쳐 4.5%였다. 초박빙 선거에서는 이 정도 부동층도 승패를 바꿀 수 있다. 울산MBC는 사전투표 직전 단일화가 성사된 상황에서 두 자릿수대 부동층의 표심과 각 진영의 결집력이 판세를 좌우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울산시장 선거는 이제 숫자 싸움에서 동원 싸움으로 넘어갔다”며 “김상욱 후보에게 필요한 것은 단일화 효과를 실제 투표 참여로 바꾸는 일이다. 김두겸 후보에게 필요한 것은 현직 프리미엄을 ‘안정적 미래 산업 전략’으로 설득하는 일이다”고 말했다.
2026-05-31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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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전직 대통령의 법정, 체통과 책임의 마지막 시험대
[경제일보]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재판은 1심을 지나 항소심으로 넘어왔지만 사건의 무게는 줄지 않았다. 1심 법원은 윤 전 대통령에게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했고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는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항소심에서는 사실관계와 법리, 형량이 다시 다퉈질 전망이다. 그러나 이 재판이 묻는 것은 유무죄와 형량만이 아니다. 전직 대통령이 자신의 권한 행사로 발생한 결과를 법정에서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도 함께 놓여 있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 등의 내란 사건 항소심은 재판부 기피신청과 재항고 절차가 이어지면서 본격 심리에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은 항소심 첫 공판에 출석하지 않았고 김 전 장관과 일부 피고인들도 재판부 기피신청을 냈다. 법원은 기피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으나 피고인 측은 이에 불복했다. 피고인에게는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있고 법관 기피신청 역시 형사소송 절차 안에 있는 제도다. 다만 내란 사건처럼 헌정질서와 군 지휘 체계가 함께 다뤄지는 사건에서는 절차적 다툼의 방식과 시점도 공적 평가의 대상이 된다. 전직 대통령의 법정은 일반 피고인의 법정과 같으면서도 다르다. 혐의를 다투고 증거를 반박하며 법률상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같다. 그러나 대통령은 군 통수권자였고 계엄 선포권자였다. 그 권한은 개인에게 주어진 권력이 아니라 헌법이 맡긴 공적 권한이다. 그 권한 행사로 국회와 선거관리위원회, 군과 경찰, 행정부가 영향을 받았다면 법정에서의 태도 역시 개인 방어권의 차원을 넘어선다. 방어권은 보장돼야 한다. 피고인이 혐의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해서 곧바로 불리하게 평가돼서는 안 된다. 재판부 기피신청이나 증거 다툼도 법이 인정한 절차다. 그러나 전직 대통령과 전직 국방부 장관처럼 국가권력의 정점 또는 그에 가까운 위치에 있던 인물들의 절차적 대응은 그 자체로 별도의 메시지를 남긴다. 특히 그 재판이 군과 경찰, 헌법기관을 움직인 계엄 사건이라면 더욱 그렇다. 전직 대통령에게 요구되는 체통은 침묵을 뜻하지 않는다. 혐의를 다투지 말라는 뜻도 아니다. 자신의 결정을 둘러싼 법적 책임을 다투더라도 그 결정이 국가기관과 하급 공직자에게 남긴 부담을 외면하지 않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부하와 실무자들이 수사와 재판의 부담을 나누어 지는 상황에서 최고 결정권자가 절차적 대응만을 앞세우는 모습으로 비치면 책임의 방향은 다시 아래로 흘러갈 수 있다. 법정 태도도 공적 평가의 대상 윤 전 대통령 측은 계엄이 국헌문란 목적의 내란이 아니라 경고성 조치였다는 취지의 주장을 이어왔다. 항소심에서도 이 주장은 다시 다뤄질 전망이다. 그러나 법원이 살필 부분은 계엄을 어떻게 불렀느냐가 아니라 실제로 무엇이 움직였느냐이다. 군 병력이 국회와 선관위 등 헌법기관을 향해 이동했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명령이 내려갔는지,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 군·경 수뇌부가 어떤 인식을 공유했는지가 판단의 중심에 놓일 수밖에 없다. 전직 대통령의 법정 태도는 바로 이 대목에서 중요해진다. 계엄을 경고성 조치로 설명하더라도 실제 병력 이동과 기관 장악 시도 의혹이 있었다면 그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가 문제다. 법정에서는 혐의를 다툴 수 있다. 그러나 군과 경찰, 행정부 공직자들이 그 결과로 수사와 재판에 서게 된 현실까지 외면하기는 어렵다. 대통령의 권한은 결과가 발생한 뒤에도 책임을 동반한다. 김용현 전 장관의 위치도 이와 맞물려 있다. 김 전 장관은 대통령의 판단이 군 지휘 계통으로 전달되는 자리였다. 1심 법원은 김 전 장관의 책임을 중대하게 판단했다. 항소심에서는 김 전 장관이 단순 전달자였는지, 아니면 군사적 실행을 구체화한 인물이었는지가 다시 쟁점이 될 전망이다. 이 재판에서 윤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의 책임은 서로를 지우는 관계가 아니다. 대통령의 권한과 장관의 실행 관여는 각자의 지위에 따라 함께 평가돼야 한다. 충암고 출신 핵심 인맥 논란도 마지막까지 남는 대목이다. 학연 자체가 형사책임의 근거가 될 수는 없다. 다만 같은 인맥에 속한 인물들이 계엄 국면에서 핵심 직책을 맡았고 실제 지시와 실행 과정에 관여했다면 그 역할은 재판에서 검토될 수밖에 없다. 전직 대통령 주변의 사적 신뢰 관계가 공식 절차를 대신했는지, 국방부와 군 지휘 체계가 어떤 경로로 움직였는지도 항소심의 주요 판단 대상이 될 수 있다. 군에 남은 부담 이 시리즈가 반복해 짚은 대목은 군 전체를 계엄의 책임 주체로 몰아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대다수 군인은 계엄을 설계하지 않았다. 현장의 장병과 실무 간부 상당수는 명령 체계 안에서 움직였다. 이들이 위법성을 어느 정도 인식했는지는 개별 사정에 따라 다르게 판단될 수 있다. 그러나 계엄을 기획하고 지시한 사람들과 같은 선상에서 평가할 수는 없다. 계엄은 군에 오래 남을 부담을 남겼다. 일부 지휘관은 피고인석에 앉았고 일부는 증언대에 섰다. 수많은 장병은 자신이 수행한 명령의 의미를 뒤늦게 평가받는 위치에 놓였다. 군의 정치적 중립에 대한 국민 신뢰도 흔들렸다. 이 부담은 자연스럽게 생긴 것이 아니다. 국가 최고 권한자의 판단과 국방부 장관, 핵심 지휘 라인의 결정이 군 조직을 정치적 논란의 한복판으로 끌어들인 결과다. 전직 대통령의 책임 문제는 이 지점에서 다시 제기된다. 대통령은 군을 움직일 수 있는 권한을 가졌지만 그 권한이 군 전체의 신뢰를 흔드는 방식으로 행사됐다면 그 결과도 감당해야 한다. 전직 대통령의 체통은 법정 밖 의전의 문제가 아니다. 군과 국가기관에 남긴 부담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방식으로 자신의 방어권을 행사하는지에서 드러난다. 군인들에게 남은 억울함은 감정적 표현으로 소비할 문제가 아니다. 계엄에 동원된 군인 상당수는 정치적 판단의 주체가 아니었다. 그들은 명령을 받았고 조직 안에서 움직였으며 이후 수사와 재판의 그림자 속에 놓였다. 이 차이를 인정해야 책임의 경계가 바로 선다. 명령받은 사람과 명령한 사람, 실행을 지시받은 사람과 실행을 설계한 사람을 구분하는 것이 남은 재판의 출발점이다. 헌정질서와 형사책임의 접점 내란 재판은 일반 형사사건보다 무거운 헌정적 의미를 갖는다. 형사재판은 피고인의 행위와 책임을 판단하는 절차다. 그러나 내란 사건에서는 그 판단이 헌법기관의 권한, 군 통수권의 한계, 비상권한 행사 요건과 맞물린다. 윤 전 대통령 재판이 단지 한 개인의 형량 문제에 그치지 않는 이유다. 항소심에서 법원은 공모관계와 지시 경로, 실행 관여 정도, 국헌문란 목적 인정 여부를 다시 살피게 된다. 형량 판단에서는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이라는 지위, 군·경 수뇌부의 권한 행사, 계엄이 헌법기관과 군 조직에 남긴 결과가 함께 고려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전직 대통령이라는 지위는 자동 감경 사유가 되기 어렵다. 권한이 컸던 만큼 그 권한의 사용 방식도 엄격하게 평가될 수밖에 없다. 다만 항소심이 정치적 심판의 장으로 흐르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법정은 여론을 확인하는 자리가 아니라 증거와 법리에 따라 책임을 가리는 곳이다. 윤 전 대통령에게도 방어권은 보장돼야 하고 김 전 장관 등 다른 피고인들도 각자의 혐의와 증거에 따라 판단받아야 한다. 중요한 것은 책임의 범위를 넓게 흐리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권한과 행위에 맞게 정확히 나누는 일이다. 그 점에서 전직 대통령의 재판 태도는 법정 안팎에서 계속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 방어권 행사는 권리다. 그러나 대통령의 권한 행사로 군과 국가기관이 움직였고 그 결과 수많은 공직자가 수사와 재판의 부담을 지게 됐다면 최고 결정권자의 태도도 함께 기록된다. 전직 대통령이 법정에서 보여야 할 최소한의 체통은 절차를 포기하는 데 있지 않고 책임의 방향을 흐리지 않는 데 있다. 남은 재판이 남길 것 윤 전 대통령 재판의 마지막 판단은 아직 내려지지 않았다. 항소심과 이후 절차에서 유무죄와 형량은 다시 다퉈질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드러난 법정 쟁점만으로도 이 사건이 남긴 숙제는 적지 않다. 대통령의 비상권한은 어디까지 허용되는지, 국방부 장관과 군 지휘부는 위법한 지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명령을 받은 군인과 명령을 내린 권력의 책임은 어떻게 구분해야 하는지가 그것이다. 이 사건은 군 전체를 비난하는 방식으로 정리돼서는 안 된다. 군은 국가의 명령 체계 안에서 움직이는 조직이다. 그 조직이 정치적 판단의 실행 수단으로 불려 나왔을 때 가장 먼저 따져야 할 대상은 현장에 투입된 장병이 아니라 그 병력을 움직이도록 만든 의사결정 과정이다. 윤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 핵심 지휘 라인의 책임 문제는 바로 그 지점에서 다뤄져야 한다. 전직 대통령의 법정은 개인의 방어권과 공적 책임이 동시에 드러나는 자리다. 법률상 권리는 보장돼야 한다. 그러나 대통령의 권한을 행사했던 사람에게는 그 권한이 남긴 결과를 감당하는 태도도 요구된다. 군과 국가기관에 남은 부담을 외면하지 않고 책임의 경계를 흐리지 않는 것, 그것이 전직 대통령의 법정에서 요구되는 최소한의 기준이다. 남은 재판은 계엄을 둘러싼 정치적 논란을 넘어 공식 권한을 가진 사람들이 어떤 판단을 했고 그 판단이 군과 헌법기관에 어떤 결과를 남겼는지를 가려내는 절차가 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대다수 군인에게 남은 부담과 억울함도 함께 정리돼야 한다. 명령받은 사람과 명령한 사람의 책임을 구분하는 일은 윤석열 재판의 중간 결산을 넘어 한국 헌정질서가 다시 확인해야 할 기준이다.
2026-05-30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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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정치 실종시킨 여야 대표, 선거 끝나면 책임져야 한다
[경제일보] 6·3 지방선거가 막판으로 치닫고 있다. 선거일은 2026년 6월 3일, 사전투표는 5월 29~30일 진행된다. 지방선거라면 본래 시민의 하루를 묻는 선거여야 한다. 내 집 앞 도로를 누가 고칠 것인가. 지역 산업을 어떻게 살릴 것인가. 청년 일자리와 돌봄, 교통, 주거, 지방재정의 해법은 무엇인가. 그러나 이번 선거판에서 유권자가 가장 자주 들은 말은 정책이 아니라 적대의 언어였다. 여당은 야당을 심판하자고 외쳤고, 야당은 정권을 견제하자고 맞받았다. 지방정부를 뽑는 선거가 중앙정치의 대리전으로 변질됐다. 그 책임의 맨 앞에는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있다. 정 대표의 위기는 역설적으로 민주당의 가장 강한 기반에서 터졌다. 전북도지사 선거다. 전북은 오랫동안 민주당의 텃밭으로 불렸다. 그런데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 이원택 후보와 민주당 출신 무소속 김관영 후보가 맞붙으면서 선거는 ‘민주당 대 국민의힘’ 구도가 아니라 ‘민주당 내부 분열’의 양상으로 바뀌었다. 실제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선거전이 민주당에 불리하게 전개되고 있다. 전라일보가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2026년 5월 25~26일 전북특별자치도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가상번호 ARS 방식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김관영 후보 51.9%, 이원택 후보 35.3%로 집계됐다. 두 후보 격차는 16.6%포인트로, 표본오차 ±3.1%포인트(신뢰수준 95%)를 넘어섰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또 새전북신문이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5월 21~22일 전북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무선 가상번호 ARS 100% 방식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김관영 후보 47.3%, 이원택 후보 38.7%로 나타났다. 격차는 8.6%포인트로 95% 신뢰수준의 표본오차 ±3.1%포인트를 벗어났다. 이 정도면 단순한 지역 선거의 변수가 아니다. 정청래 지도부의 공천, 통합, 갈등 관리 능력에 대한 심판이다. 김관영 후보가 무소속으로 당선된다면 정 대표는 정치적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민주당이 가장 강해야 할 곳에서 민주당 후보가 패한다면 그것은 후보 개인의 패배에 그치지 않는다. 당 대표가 텃밭을 관리하지 못했고, 내부 갈등을 봉합하지 못했으며, 유권자에게 납득 가능한 공천의 명분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선거 막판 전북이 민주당 전체 리더십의 시험대가 된 셈이다. 다만 “이원택 후보가 10%포인트 이상 이기지 않으면 정 대표가 물러나야 한다”거나 “2~3%포인트 차 신승도 책임론을 피하기 어렵다”는 여권 일각의 목소리도 새어나온다. 전북에서 민주당 후보가 압승하지 못하는 상황 자체가 정 대표에게는 치명적이다. 텃밭에서조차 당심과 민심이 갈라졌다면 당 대표는 먼저 자신의 언어와 방식, 공천과 선거 전략을 되돌아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 대표의 더 큰 문제는 선거의 품격을 높이지 못했다는 데 있다. 민주당 대표라면 지방선거를 지역정책 경쟁으로 끌고 갔어야 했다. 전북에서는 새만금, 산업, 농생명, 금융중심지, 인구소멸 대응을 놓고 싸웠어야 한다. 서울에서는 주거와 교통, 재정과 복지를 놓고 경쟁했어야 한다. 그러나 선거판에는 ‘심판’과 ‘응징’의 언어가 앞섰다. 정 대표는 국민의힘 공천을 향해 ‘윤 어게인 공천’ ‘내란 맞춤형 공천’이라는 강한 표현을 썼다. 물론 야당 공천을 비판할 수 있다. 그러나 여당 대표의 언어가 매일같이 전투 구호로 흘러가면, 지방선거는 사라지고 정쟁만 남는다. 장동혁 대표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국민의힘은 이번 선거에서 정권 견제론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견제론만으로는 중도층을 설득하기 어렵다. 더구나 장 대표는 선거 전부터 당내 책임론에 시달렸다. 국민의힘 내부에서 지도부 책임론과 선거 전략을 둘러싼 내홍이 커졌고, 일부 후보들이 중앙당과 거리를 두는 흐름까지 나타난 게 사실이다. 장 대표의 방미를 두고도 ‘지방선거에 도움이 되느냐’는 논란이 제기됐다. 선거를 앞둔 당 대표가 지역 민심의 한복판에 있어도 모자랄 때, 당 안팎에서 ‘미국에 지방선거 표가 있느냐’는 비판이 나왔다면 이미 리더십은 상처를 입은 것이다. 장 대표는 보수 결집에는 일정한 효과를 냈을지 모른다. 그러나 선거는 결집만으로 이길 수 없다. 특히 지방선거는 중도층, 생활형 유권자, 지역 현안에 민감한 무당층을 설득해야 한다. 정권 견제 구호가 아무리 선명해도 유권자의 밥상과 일자리, 교통과 집값에 대한 답이 약하면 표의 확장성은 막힌다. 장 대표 체제의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 보수 재편, 중도 확장이라는 숙제를 동시에 안고 있었다. 그런데 선거 막판까지 당의 얼굴은 새로움보다 분열에 가까웠고, 메시지는 생활보다 이념에 가까웠다. 한동훈 전 대표의 부산 출마 또는 선전 여부가 장 대표 책임론의 또 다른 뇌관이 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미 장 대표의 선거 리더십과 한 전 대표의 독자적 경쟁력이 비교되는 구도가 만들어졌다. 만약 부산 북구갑 선거에서 한 전 대표가 선전하고, 국민의힘 전체 성적표가 기대에 못 미친다면 장 대표의 입지는 급격히 좁아질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이 패배한다면 “누가 당의 간판이었느냐”는 질문을 피할 수 없다. 여야 대표의 공통된 실패는 선거를 ‘국민의 삶’이 아니라 ‘자기 진영의 생존’으로 끌고 갔다는 점이다. 정청래 대표는 민주당의 압도적 기반을 통합의 장으로 만들지 못했고, 장동혁 대표는 보수의 분노를 중도 확장의 언어로 바꾸지 못했다. 한쪽은 텃밭 분열을 방치했고, 다른 한쪽은 외연 확장에 실패했다. 둘 다 선거를 크게 만들었지만, 정작 지역을 크게 만들지는 못했다. 정치는 말로 시작하지만 결과로 심판받는다. 《논어》에 “군자는 말을 어눌하게 하고 행동은 민첩하게 하려 한다”는 뜻의 구절이 있다. 선거 때마다 정치인은 말이 넘친다. 그러나 유권자가 원하는 것은 거친 말의 승리가 아니라 책임 있는 행동의 결과다. 지역을 살리겠다는 정책, 갈등을 줄이겠다는 태도, 상대 진영 유권자까지 설득하겠다는 품격이 있어야 한다. 이번 선거에서 여야 대표는 그 기본을 놓쳤다. 선거가 끝나면 양당은 변명부터 찾을 것이다. 민주당은 ‘무소속 변수’를 말할 것이고, 국민의힘은 ‘불리한 구도’를 말할 것이다. 그러나 지도자는 유리한 판에서만 책임지는 사람이 아니다. 어려운 판에서 판을 바꾸라고 세운 자리가 당 대표다. 정청래 대표가 전북을 잃거나 신승에 그친다면, 그것은 민주당의 오만과 내분 관리 실패에 대한 경고다. 장동혁 대표가 지방선거에서 패한다면, 그것은 보수가 중도층을 설득할 언어를 잃었다는 판정이다. 이번 지방선거를 망친 책임은 후보들에게만 있지 않다. 정쟁을 키우고 정책을 밀어낸 여야 대표에게 더 크다. 선거가 끝난 뒤 두 대표가 해야 할 일은 남 탓이 아니다. 성적표가 참담하다면 물러나는 것이 책임 정치의 출발이다. 정치는 자리를 지키는 기술이 아니라 책임지는 윤리다. 그 상식을 회복하지 못한다면, 이번 지방선거의 진짜 패자는 어느 당 후보가 아니라 한국 정치 전체가 될 것이다.
2026-05-29 16:3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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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김용현의 계엄, 국방부는 어디까지 움직였나
[경제일보]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재판에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핵심 피고인 가운데 한 명이다. 김 전 장관은 대통령의 판단이 군 지휘 계통으로 전달되는 위치에 있었다. 국방부 장관은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과 군 지휘부 사이에서 결정적 연결 고리 역할을 하는 자리다. 계엄처럼 국가비상권한이 군을 통해 실행되는 사건에서는 그 지위 자체가 책임 판단의 중요한 출발점이 된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 전 장관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사건은 1심에서 징역 30년이 선고된 뒤 항소심 절차로 넘어갔다. 김 전 장관 측은 1심 판단에 불복해 항소했다. 항소심에서는 계엄 준비 과정과 실행 지시 여부, 각 군 지휘관에게 전달된 명령의 성격, 윤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 사이의 의사 교환 내용이 다시 쟁점이 될 전망이다. 1심 재판부는 김 전 장관이 윤 전 대통령과 함께 비상계엄을 주도적으로 준비했다고 판단했다. 김 전 장관이 군의 국회와 선거관리위원회 등 출동을 사전에 계획했고 부정선거 수사와 관련한 별도 계획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는 판단도 제시했다. 김 전 장관 측은 항소심에서 이 같은 판단을 다툴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가 다시 살필 부분은 김 전 장관이 단순히 대통령의 지시를 전달한 것인지, 아니면 계엄 실행 과정에서 독자적 역할을 수행했는지다. 김 전 장관 사건이 중요한 이유는 그가 군 조직 전체와 대통령 권력 사이에 놓인 인물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계엄 선포권자이고 국방부 장관은 그 판단을 군사적 실행 가능성의 영역으로 옮기는 위치에 있다. 대통령의 뜻이 곧바로 일선 장병에게 도달하는 것은 아니다. 국방부와 합참, 각급 사령부, 현장 지휘관을 거쳐 명령은 구체화된다. 김 전 장관의 책임을 따지는 일은 계엄이라는 정치적 판단이 어떤 과정을 거쳐 군의 작전 명령처럼 전달됐는지를 살피는 일이다. 군 전체를 향한 비난과 김 전 장관 책임론은 구분돼야 한다. 일선 장병과 실무 간부는 명령 체계 안에서 움직였지만 김 전 장관은 그 명령 체계가 작동하는 상층부에 있었다. 하급자가 명령을 받는 자리였다면 장관은 명령이 내려가기 전에 그것이 헌법과 법률의 경계 안에 있는지 따져야 하는 자리였다. 그 판단을 하지 않았거나 위법한 실행을 가능하게 했다면 책임의 무게는 달라진다. 대통령과 군 사이의 연결 고리 김 전 장관은 윤 전 대통령과 가까운 거리에서 계엄 국면을 맞았다. 그 가까움 자체가 곧바로 형사책임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대통령의 판단을 군사적 실행 계획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장관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재판의 핵심 쟁점이다. 계엄은 대통령이 선포하지만 군은 장관과 지휘 계통을 통해 움직인다. 이 사이에서 김 전 장관이 제동 장치였는지, 실행 통로였는지가 항소심에서도 다뤄질 수밖에 없다. 국방부 장관에게는 두 가지 책임이 동시에 있다. 하나는 대통령의 명을 받아 군을 관리하고 지휘 체계를 운용하는 책임이다. 다른 하나는 그 명령이 헌법과 법률의 한계를 벗어날 때 군이 정치적 수단으로 사용되지 않도록 막아야 하는 책임이다. 계엄은 헌정질서의 예외 상황을 전제로 한 제도다. 그래서 더 엄격한 요건과 절차가 요구된다. 장관이 그 문턱을 낮추거나 비상권한의 남용 가능성을 외면했다면 단순한 참모 역할로 설명되기 어렵다. 김 전 장관 측은 재판 과정에서 계엄의 성격과 목적을 다투고 있다. 윤 전 대통령 측도 계엄이 실제 국헌문란 목적의 내란이 아니라 경고성 조치였다는 취지의 주장을 이어왔다. 그러나 법원이 살필 부분은 표현보다 실행이다. 실제로 병력이 어디로 이동했는지, 어떤 기관을 대상으로 했는지, 어떤 명령이 내려갔는지, 그 명령을 받은 지휘관들이 무엇을 인식했는지가 판단의 중심에 놓일 수밖에 없다. 계엄을 경고라고 설명하더라도 군이 헌법기관을 향해 움직였다면 그 실행의 의미는 법정에서 따로 평가된다. 김 전 장관의 책임론은 이 지점에서 커진다. 대통령의 정치적 판단이 있었다고 해도 국방부 장관은 이를 군사 명령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독자적 판단을 해야 했다. 장관은 단순 전달자가 아니다. 군 조직을 움직일 수 있는 공적 권한을 가진 국무위원이다. 대통령의 결심을 이유로 장관의 책임이 사라질 수 없고 장관의 실행 관여를 이유로 대통령의 책임이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두 사람의 책임은 각자의 지위와 역할에 따라 따로 평가돼야 한다. 계엄의 명령은 어디서 구체화됐나 12·3 비상계엄 사건에서 재판부와 수사기관이 주목한 부분은 계엄 선포 자체만이 아니다. 계엄이 선포된 뒤 군이 어떤 방식으로 움직였는지, 그 이전에 어떤 준비와 논의가 있었는지도 중요하다. 국회와 선거관리위원회 등 헌법기관을 향한 병력 투입, 주요 인사 체포·구금 의혹, 방첩사와 정보사 등 특정 부대의 역할은 모두 계엄이 추상적 선언에 그치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다뤄졌다. 김 전 장관은 이 과정에서 군 지휘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장관의 말은 지휘관에게 단순한 의견으로 들리지 않는다. 특히 계엄과 같은 비상 상황에서는 장관의 지시와 전달 사항이 작전 판단의 기준으로 작동할 수 있다. 장관이 어느 정도까지 알고 있었는지, 누구에게 어떤 지시를 했는지, 지시 내용이 법률상 허용되는 범위를 넘었는지는 김 전 장관의 유무죄와 형량 판단에서 핵심 변수가 된다. 하급 지휘관들이 처한 위치도 이와 맞물려 있다. 지휘관들은 장관과 상급 부대의 지시를 받는 동시에 현장에서 부하를 움직여야 한다. 이들이 어떤 명령을 받았고 그 명령을 어떻게 이해했는지는 중요하다. 그러나 책임의 출발점이 현장 지휘관에게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명령을 설계하고 전달한 윗선의 책임이 제대로 가려지지 않으면 계엄의 부담은 군 조직 내부로만 흘러 들어간다. 그 경우 군은 정치적 결정을 수행한 조직이라는 부담을 떠안고 정작 정치적 결정을 만든 이들의 책임은 뒤로 밀릴 수 있다. 김 전 장관이 항소심에서 다툴 수 있는 쟁점은 적지 않다. 내란의 고의가 있었는지, 국헌문란 목적을 인식했는지, 각 지시가 실제 실행 가능성을 가진 명령이었는지, 윤 전 대통령의 판단과 자신의 행위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었는지 등이 쟁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장관이라는 지위는 그 자체로 양형에서 중요하게 고려될 가능성이 크다. 계엄 관련 결정이 군 조직을 통과해 현실의 병력 이동으로 이어졌다면 그 연결 지점에 있던 사람의 책임은 가볍게 보기 어렵다. 재판 절차와 책임 있는 태도 항소심 첫 공판 과정에서 윤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 등은 재판부 기피신청을 냈다. 피고인에게는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있고 법관 기피신청 역시 형사소송 절차 안에 있는 제도다. 법원은 이후 윤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 등의 기피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항소심 심리가 지연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피고인의 방어권은 보장돼야 한다. 다만 전직 대통령과 전직 국방부 장관의 법정 태도는 개인 방어권을 넘어 공적 평가의 대상이 된다. 두 사람은 계엄 당시 국가권력과 군 지휘 체계의 정점 또는 그에 가까운 위치에 있었다. 그런 이들이 법정에서 어떤 태도를 보이는지는 계엄에 동원됐던 군인들에게도 영향을 준다. 책임 있는 위치에 있던 사람들이 절차적 다툼만 앞세우는 모습으로 비칠 경우, 명령을 받아 움직였던 군인들이 느끼는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 윤 전 대통령에게도 같은 기준이 적용된다. 대통령은 군 통수권자였다. 국방부 장관이 계엄 실행의 통로였다면 대통령은 그 권한의 출발점에 있었다. 전직 대통령이라면 법정에서 혐의를 다툴 수는 있어도 자신의 결정이 군 조직에 남긴 부담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부하와 실무자들이 법정과 수사 과정에서 감당해야 하는 압박을 생각한다면 책임의 방향을 아래로 돌리는 듯한 인상은 피해야 한다. 김 전 장관 사건은 윤 전 대통령 재판과 분리해 볼 수 없지만 윤 전 대통령 책임을 덮는 방식으로 다뤄져서도 안 된다. 김 전 장관에게 책임이 무겁다는 말은 대통령의 책임이 줄어든다는 뜻이 아니다. 두 사람의 관계는 계엄 책임의 경로를 보여준다. 대통령의 결심이 있었고 장관이 이를 군 지휘 체계로 옮겼으며 그 아래에서 지휘관과 장병들이 움직였다면 책임은 각자의 지위와 권한에 따라 위에서부터 규명돼야 한다. 김용현 재판이 남길 기준 김 전 장관에 대한 형량 분석에서 법원이 살필 요소는 계엄 준비 관여 정도, 병력 투입과 기관 장악 시도에서의 역할, 대통령과의 공모관계, 하급 지휘관에게 전달된 지시 내용, 재판 과정에서의 태도 등이다. 국방부 장관이라는 지위도 중요한 요소다. 권한이 컸던 만큼 그 권한이 어떻게 행사됐는지에 따라 책임의 무게도 달라질 수 있다. 김 전 장관이 항소심에서 1심 판단을 뒤집으려면 단순히 대통령의 뜻을 따랐다는 설명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다. 장관은 대통령의 참모이지만 동시에 국가기관의 책임자다. 군이 헌법기관을 향해 움직이는 상황에서 장관이 어떤 판단을 했는지는 그의 독자적 책임과 직결된다. 계엄이 실제로 무엇을 목표로 했고 어느 수준까지 실행됐는지는 항소심 재판부가 다시 살필 부분이다. 그러나 장관이 군 조직을 정치적 위기 대응의 수단으로 연결한 통로였는지 여부는 남은 재판의 핵심 쟁점으로 남아 있다. 이 사건의 피해자는 군 전체에 대한 신뢰이기도 하다. 계엄에 동원된 대다수 군인은 정치적 결정을 만든 사람이 아니다. 그들은 지시를 받았고 조직 안에서 움직였으며 이후 수사와 재판의 부담 속에 놓였다. 반면 김 전 장관은 그 지시가 군으로 내려가는 길목에 있었다. 이 차이를 구분하지 못하면 책임은 넓게 퍼지고 핵심은 흐려진다. 김용현 재판은 한 전직 장관의 유무죄와 형량만을 따지는 절차에 그치지 않는다. 대통령의 비상권한이 군 지휘 체계로 이동할 때 국방부 장관이 어디까지 막아야 하는지, 어디서부터 함께 책임져야 하는지를 살피는 재판이다. 대다수 군인에게 남은 부담을 덜어내기 위해서도 책임의 경계는 정확히 그어져야 한다. 남은 항소심은 군을 움직인 의사결정 과정과 그 과정에 관여한 사람들의 책임 범위를 다시 가려내는 절차가 될 전망이다.
2026-05-29 09:5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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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연속 동결' 뒤에 숨은 강력한 경고, 예고된 긴축 폭풍에 철저히 대비하라
[경제일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8일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했다. 신현송 총재 취임 이후 처음 열린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8연속 동결이라는 외형적 선택을 내렸으나, 그 이면에서 흘러나온 메시지는 과거 어느 때보다 매서웠다. 신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향후 적절한 시기에 기준금리를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공언하며 연내 긴축 전환을 사실상 기정사실화했다. 금통위원들의 6개월 후 금리 전망을 담은 점도표가 연 3.00%를 향해 대거 쏠린 점을 감안하면, 시장이 오는 7월 인상을 시작으로 연내 2~3차례 추가 인상까지 내다보는 것은 결코 무리가 아니다. 한은이 이토록 명확한 긴축 시그널을 보낸 배경에는 거시경제 지표의 급격한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이날 한은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0%에서 2.6%로,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2.2%에서 2.7%로 일제히 올려 잡았다. 중동 사태 장기화에 따른 고유가 여파와 원화 약세 압박, 그리고 좀처럼 식지 않는 부동산 시장의 과열은 통화 완화 기조를 더 이상 유지할 명분이 없음을 증명한다. 인플레이션 파이터로서 한은이 물가 안정과 유동성 회수라는 본연의 책무를 다하기 위해 칼을 빼 들 준비를 마쳤다는 선언이다. 그러나 우리가 정작 직시해야 할 대목은 이 찬란한 지표의 그늘에 가려진 한국 경제의 치명적인 ‘K자형 양극화’ 구조다. 지금의 경제성장률 상향은 오롯이 반도체 등 일부 첨단 업종의 독주가 만들어낸 착시 현상일 뿐이다. 반도체를 제외한 대다수 제조업과 내수 경기는 여전히 혹독한 불황의 터널을 지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청와대 정책실장이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은 성공의 비용”이라며 안이한 인식을 드러낸 것은 현장의 비명을 외면한 전형적인 탁상공론이다. 서민과 영세 중소기업, 자영업자들에게 다가올 금리 인상은 ‘성공의 비용’이 아니라 생존을 위협하는 ‘재앙의 서막’이 될 수 있다. 특히 2000조 원에 육박하며 역대 최대치를 경신한 가계부채는 우리 경제의 가장 약한 고리다. 부동산 불장에 뛰어든 ‘영끌족’과 주식시장에 편승한 ‘빚투족’의 상당수가 변동금리 대출에 노출되어 있다. 기준금리가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하면 이자 부담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이는 곧바로 소비 위축과 실물경제 타격이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게 된다. 과거 글로벌 긴축 국면마다 예기치 못한 곳에서 금융 균열이 발생해 전체 경제를 파탄으로 몰고 갔던 기억을 잊어서는 안 된다. 국가 거시경제의 틀을 바로잡기 위한 금리 인상은 피할 수 없는 정당한 수순이다. 오히려 이번 동결은 시장과 경제 주체들에게 닥쳐올 충격을 흡수하고 대비할 마지막 시간을 벌어준 것에 가깝다. 이제 공은 정부와 시장으로 넘어왔다. 정부는 재정확장 기조를 다잡으며 한은의 긴축 통화정책과 엇박자가 나지 않도록 정교한 ‘정책 조합(Policy Mix)’을 구사해야 한다. 아울러 금융당국이 신설하기로 한 ‘포용금융 전략 추진단’을 서둘러 가동해, 이르면 3분기로 예상되는 금리 인상 전까지 취약 차주에 대한 맞춤형 채무조정 및 장기 추심 방지 등 구체적 안전망을 완성해야 할 것이다. 기업들은 방만한 재무구조를 정리하고 한계 사업을 과감히 도려내는 구조조정의 기회로 삼아야 하며, 가계 역시 고금리 리스크에 대비해 부채 다이어트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유동성 파티의 불은 꺼졌고, 거품이 걷힌 자리에는 차가운 현실만 남을 것이다. 다가올 긴축의 폭풍 속에서 한국 경제의 체력을 지켜내기 위한 선제적 대응에 단 한 치의 소홀함도 없어야 한다. 미리 준비하지 않는 자에게 금융의 역사는 언제나 참혹한 대가를 요구했다.
2026-05-29 07:5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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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고가 붕괴, 이것은 천재(天災)가 아니라 인재(人災)다
[경제일보] 1966년에 지어진 콘크리트 구조물이 노쇠해 무너졌다면, 사람들은 세월 탓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서소문 고가도로는 무너지기 7년 전에 이미 D등급 판정을 받았다. 그 뒤로도 콘크리트 탈락이 반복됐고, 사고 당일 새벽에는 구조물이 2.9cm 주저앉는 이상 징후까지 확인됐다. 그 모든 경고를 알면서도 사람을 현장 안으로 들여보낸 끝에 세 명이 죽었다. 이것을 하늘의 뜻이라 부를 수는 없다. 서소문 고가도로는 충정로역과 시청역을 잇는 길이 335m의 구조물로, 2019년 정밀 안전진단에서 시설물 안전등급 'D등급' 판정을 받았다. 콘크리트 강도 저하와 철근 부식, 전 구간에 걸친 탈락 흔적이 확인됐다. D등급이란 즉각적인 사용 제한과 정밀 검토를 요하는 상태, 사실상 '지금 당장 손을 써야 한다'는 행정적 선고다. 그런데 서울시가 선택한 것은 철거가 아니었다. 보수 공사와 통행차량 중량 제한이라는 차선책으로 버텼고, 그 사이 2021년 바닥판 탈락, 2024년 콘크리트 탈락과 보 강선 파손이 잇따랐다. 철거 공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D등급 판정으로부터 6년이 지난 2025년 4월이었다. 구조물은 그 6년 동안 무너질 이유를 차곡차곡 쌓았고, 사람들은 그 이유를 보고도 외면했다. 사고 당일의 경위는 인재의 성격을 더욱 또렷하게 드러낸다. 경의중앙선 열차가 고가 아래를 통과하는 탓에 철거 작업은 새벽 1시 30분부터 4시 30분까지 하루 세 시간으로 묶여 있었다. 사고 전날 새벽 그 시간대에 슬래브 절단 작업을 진행하던 중 구조물이 2.9cm 주저앉는 단차가 발생했다. 공사 관계자들은 이상 징후를 인지하고 작업을 중단했다. 여기까지는 교과서적인 대응이었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12시간 후, 그들은 임시 보강재도 없이 현장관리소장과 감리단장, 외부 전문가를 현장 안으로 들여보냈다. 균열이 발생한 지점에 추가적인 지지 구조를 구축하지 않은 채 '긴급 안전진단'을 강행한 것이다. 무너질 가능성이 눈앞에 드러난 구조물 위에 사람을 올려보내는 것이 안전진단이라면, 그 진단의 기준은 대체 어디에서 온 것인가. 붕괴 1분 30초 전, 그 고가 아래로 열차가 지나갔다. 5분여 전에는 KTX도 통과했다. 수십 명을 태운 열차가 아슬아슬하게 빠져나간 직후 상판이 내려앉은 것이다. 이 몇 분의 격차를 '다행'이라는 말로 정리해 버리기에는, 우리가 그 행운에 기대온 세월이 너무 길다. 우연이 막아낸 대참사를 안전 관리의 성과로 착각하는 사회는, 다음번 우연을 기다리는 사회일 뿐이다. 경찰은 국과수·산업안전보건공단과 합동 감식에 착수하고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수사 중이다. 단차 발생 후 보고 체계가 작동했는지, 현장 진입을 지시한 것이 누구인지, 그 결정이 어떤 근거 위에 내려졌는지는 수사를 통해 밝혀져야 한다. 그러나 법적 책임 소재를 따지는 것과, 이번 사고가 왜 인재인지를 묻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성수대교가 무너진 지 32년이 흘렀다. 그 뒤로 이 나라는 건설 안전 제도를 수차례 개편했고, 중대재해처벌법이라는 무거운 법률도 만들었다. 그런데도 2026년 서울 도심에서 D등급 구조물이 6년을 방치되고, 이상 징후를 앞에 두고 관계자들이 무방비로 현장에 투입되는 일이 되풀이된다. 제도는 쌓였는데 현장이 달라지지 않았다면, 우리가 32년 동안 고쳐온 것은 서류였지 현장의 문화가 아니었다는 뜻이다. 이번 사고의 희생자들은 이름 없는 일용직 노동자가 아니었다. 현장관리소장과 감리단장이라는 직함을 가진, 안전 체계의 중심에 있어야 할 사람들이었다. 그들이 스스로 잘못된 판단을 내린 것인지, 잘못된 지시를 받은 것인지, 아니면 처음부터 '멈춘다'는 선택지 자체가 허용되지 않는 구조 속에 있었는지 그것을 가리는 것은 수사의 몫이다. 하지만 어느 쪽이든, 이상 징후가 확인된 구조물 앞에서 작업을 멈추고 사람을 빼낼 수 있는 권한과 문화가 그 현장에 없었다는 것은, 세 사람의 죽음이 이미 답으로 내놓았다. 노후 구조물 D등급 이하 시설의 조속한 처리 기준을 법제화하고, 이상 징후 발생 시 현장 진입 기준을 명문화하는 일은 더 미룰 수 없다. 그보다 더 절박한 것은, 현장에서 "이상하다"고 느낀 사람이 아무 눈치 없이 작업을 세울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일이다. 그 결단이 허용되지 않는 한, 어떤 법률도 어떤 감리 체계도 사람의 목숨을 끝까지 지켜내지 못한다. 서소문 고가는 60년의 무게에 짓눌렸지만, 세 사람을 그 아래로 들여보낸 결정은 사람이 내렸다.
2026-05-28 08: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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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착시와 '그들만의 잔치'… 도덕경에서 찾는 경제 정의
[경제일보] 대한민국 경제가 거대한 착시(錯視)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도하는 반도체 ‘수퍼 사이클’ 덕에 올해 1분기 수출액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초과 세수가 70조 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쏟아진다. 외견상으로는 유례없는 풍요다. 그러나 이 화려한 지표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한국 경제의 허리는 무섭게 휘어지고 있다. 전체 수출 증가액의 80% 이상을 상위 5대 기업이 독식하는 ‘K자형 수출 양극화’가 심화하는 와중에, 철강·석유화학 등 전통 제조업은 중국의 공세에 밀려 활력을 잃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 일시적 호황이 야기한 사회적 박탈감과 갈등이다. 최근 타결된 삼성전자 노사의 특별성과급 합의는 불평등에 신음하던 국민의 가슴에 불을 질렀다. 영업이익의 10% 안팎을 고정해 개인 성과와 무관하게 ‘일괄 지급’하는 방식은 글로벌 기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성인 남녀의 78%가 불공정한 사회구조에 분노하는 시점에서 터져 나온 이 고액 성과급 잔치는, 담장 밖 대다수 노동자와 청년들에게 깊은 허탈감과 소외감을 안겨주고 있다. 바야흐로 반도체가 가린 착시 속에서, 대한민국은 내부에서부터 서서히 균열하고 있다. 『도덕경(道德經)』 제77장에는 천지도(天之道)와 인지도(人之도)를 대비하는 명언이 나온다. "하늘의 길은 남는 데서 덜어내어 부족한 데를 보태주지만, 사람의 길은 그렇지 아니하여 부족한 데서 취하여 남는 데를 더해준다(天之道 損有餘而補不足 人之道則不然 損不足以奉有餘)." 지금 대한민국 산업 현장에서 벌어지는 성과급 논란은 정확히 '인지도', 즉 있는 자에게 더 얹어주고 없는 자의 기회를 빼앗는 탐욕의 질서와 닮아있다. 삼성전자의 천문학적인 반도체 이익은 소속 근로자들의 땀방울만으로 일궈낸 것이 아니다. 수많은 중소 협력업체의 단가 희생, 국가적 차원의 인프라 지원, 그리고 온 국민이 감내한 세제 혜택이 융합된 결과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초과 이익을 특정 대기업 노사가 독점적 배타적으로 배분하는 것은 사회적 상식과 기본 원칙에 어긋난다. 당장 기업 내부에서부터 모순이 폭발하고 있다. 비반도체 부문의 흑자 사업부는 성과급에서 배제된 반면, 정작 적자를 낸 반도체 사업부는 거액을 챙기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이로 인해 '노노(勞勞) 갈등'이 법적 소송으로 비화하며 기업의 결속력을 해치고 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경영계의 대응이다. 노란봉투법 등 노사 리스크가 커지고 임금 압박 이 거세지자, 기업들은 단순 생산직부터 석·박사 연구직까지 인공지능(AI)과 로봇으로 대체하는 경영계획을 서두르고 있다. 대기업의 성과급 잔치가 청년 세대의 일자리 씨를 말리는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형국이다. 고용 유발 효과가 큰 전통 제조업이 무너지는 상황에서 반도체 홀로 독주하는 구조는 고용 시장의 이중구조를 회복 불가능한 수준으로 고착화할 것이다. 성경 구절에도 "지혜 있는 자는 들으라, 공의를 굽게 하는 자는 파멸에 이를 것"이라는 경고가 있다. 주주의 권익을 침해하고, 협력업체의 헌신을 외면한 채, 오직 힘을 가진 거대 노조의 요구에 밀려 퍼주기식 합의를 감행한 경영진 역시 '주주 충실 의무' 위반이라는 법적·도덕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주주는 기업이 어려울 때 자본 손실의 위험을 고스란히 짊어진다. 위험은 주주와 사회가 나누고, 이익은 대기업 노동자만 선취하는 비대칭적 이익 배분 구조는 자본주의의 기본 규칙을 왜곡하는 행위다. 반도체 특수라는 환각에 취해 우리 사회가 미래를 위한 투자와 규제 개혁, 기존 주력 산업의 구조조정 타이밀을 놓친다면 그 대가는 가혹할 것이다. 반도체 호황이 가져온 착시 현상과 이익 배분을 둘러싼 갈등은 이제 막 시작된 대한민국 전체의 숙제다. 이번 수요일 국회에서 열리는 본지(경제일보)의 긴급간담회 ‘삼성반도체 문제, 이제 시작이다’ 역시 이러한 시대적 위기의식에서 출발했다. 각계 전문가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특정 집단의 이익 독점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해악을 집중 해부해야 한다. 정부 역시 팔짱만 끼고 있어서는 안 된다. 당장 내년 예산안 수립 과정에서 올해 발생할 초과 세수를 철저히 추계하고, 이를 대기업 중심의 생태계를 넘어 양극화 완화와 신성장동력 확충, 그리고 무너지는 민생을 돌보는 데 어떻게 쓸지 구체적인 계획을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 유대인의 지혜서인 『탈무드』는 "승자가 되기 위해 타인을 패자로 만들지 말라"고 가르친다. 대기업 노사는 자신들의 풍요가 타인의 허탈감과 청년들의 기회 박탈 위에 서 있지 않은지 성찰해야 한다. 글로벌 기준과 국민적 상식에 부합하는 합리적 보상 원칙을 재정립하고, 독소적인 노동관계법을 손질하는 일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적 과제다. 착시에서 깨어나 공존의 길을 모색할 때다.
2026-05-25 13:4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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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인근서 총격…트럼프 관저 체류 중 '안전'
[경제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 머물던 23일(현지시간) 저녁 백악관 인근 검문소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했다. 용의자는 비밀경호국 요원들을 향해 총을 발사했고, 경호국 요원들의 대응 사격을 받은 뒤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숨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건 당시 백악관 안에 있었지만 신변에는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비밀경호국은 이날 오후 6시 직후 워싱턴DC 17번가와 펜실베이니아 애비뉴 NW 인근 백악관 보안 검문소에서 한 남성이 가방에서 총기를 꺼내 요원들을 향해 발사했다고 밝혔다. 경호국 요원들은 즉각 대응 사격을 했고, 용의자는 총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사망했다. 사건 현장은 백악관 서쪽 출입구와 가까운 곳으로, 아이젠하워 행정동과도 지척이다. 총격 직후 백악관은 한때 봉쇄됐고, 현장에 있던 취재진은 북쪽 잔디밭에서 브리핑룸 등 안전한 장소로 대피했다. AP는 백악관 취재진이 여러 발의 총성을 들은 뒤 대피 지시를 받았다고 전했다. 총격 과정에서 행인 1명도 총에 맞아 다쳤다. 다만 이 행인이 용의자의 총격에 맞았는지, 경호국의 대응 사격 과정에서 맞았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비밀경호국 요원 가운데 부상자는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건 당시 백악관에 있었지만 이번 총격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비밀경호국은 밝혔다. AP도 트럼프 대통령이 당시 백악관에 있었으며 다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카쉬 파텔 FBI 국장은 엑스를 통해 “FBI가 현장에 출동해 백악관 인근 총격에 대응하는 비밀경호국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비밀경호국 역시 사건 직후 17번가와 펜실베이니아 애비뉴 인근 총성 신고를 확인 중이라고 공지했다. 폭스뉴스는 현장 취재진을 인용해 총을 든 남성이 백악관 서쪽 17번가 게이트 근처로 접근한 뒤 권총으로 보이는 무기를 꺼내 발사했고, 비밀경호국이 곧바로 대응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초기 보도 단계에서 총격 횟수와 구체적 동선은 매체별로 다소 차이가 있어, 최종 수사 결과 확인이 필요하다. 이번 사건은 트럼프 대통령이 주말 개인 일정을 취소하고 백악관에 머물던 중 발생했다는 점에서 더 큰 긴장감을 낳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이란 핵협상과 중동 정세 대응 등을 이유로 백악관 체류를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 주변에서 총격이 발생하면서 대통령 경호 체계와 워싱턴DC 도심 보안에도 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백악관 주변과 대통령 관련 행사에서 잇따라 보안 위협이 발생한 점도 부담이다. AP는 이번 사건이 최근 백악관 인근에서 발생한 여러 보안 사건에 이어 나온 것이라고 전했다. 정치적 동기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미국 내 정치 폭력과 대통령 경호 위험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상황이다. 수사의 초점은 용의자의 신원과 동기, 사전 경고 신호, 총기 확보 경위에 맞춰질 전망이다. 로이터는 용의자가 과거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인물로 파악됐고 접근 금지 명령 대상이었다고 보도했다. 다만 구체적인 범행 동기나 백악관을 직접 겨냥했는지 여부는 아직 수사 중이다. 이번 사건은 대통령 신변에는 피해가 없었지만, 백악관 외곽 검문소가 실제 총격 대상이 됐다는 점에서 가볍게 넘기기 어렵다. 경호국의 신속한 대응으로 용의자는 백악관 경내에 진입하지 못했지만, 행인 부상까지 발생하면서 민간 밀집 지역과 국가 최고 권력기관이 맞닿아 있는 워싱턴 도심 보안의 취약성이 다시 드러났다.
2026-05-24 10: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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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의 경고등, 이제는 '버티기'가 아니라 '체질 전환'이다
대한민국 경제에 짙은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고유가는 물가와 생산비를 동시에 끌어올리고, 수출 둔화는 성장 엔진을 식게 만들고 있다. 여기에 세계 최고 수준의 가계부채는 소비를 짓누르고, 중국의 추격과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는 우리 제조업의 입지를 흔들고 있다. 하나만으로도 버거운 악재가 한꺼번에 몰려오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것이 단순한 경기 순환이 아니라 구조적 위기라는 점이다. 지금 한국 경제는 과거처럼 “시간이 지나면 회복될 것”이라는 낙관론으로 버틸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 산업 구조와 노동시장, 에너지 정책, 금융 시스템까지 모두 바꾸지 않으면 안 되는 대전환의 문턱에 서 있다. 그러나 정치권은 여전히 정쟁에 몰두하고, 정부는 단기 처방에 치우쳐 있다. 위기의 본질을 직시하지 못하면 미래는 더욱 암울해질 수밖에 없다. 우선 가장 시급한 것은 에너지 체질 개선이다. 국제유가가 출렁일 때마다 우리 경제가 흔들리는 이유는 지나치게 높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 때문이다. 우리는 원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다. 그럼에도 산업 구조는 여전히 에너지 다소비형에 머물러 있다. 중동 리스크만 발생하면 물류비와 전기요금, 원자재 가격이 동시에 뛰고 이는 곧바로 물가 상승과 기업 수익성 악화로 이어진다. 이제는 재생에너지 확대와 원전 경쟁력 강화라는 현실적 병행 전략으로 가야 한다. 이념 논쟁으로 시간을 허비할 여유가 없다. 태양광과 풍력, 수소 산업을 키우되 안정적 전력 공급을 위해 원전도 활용하는 실용주의가 필요하다. 동시에 산업 전반의 에너지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 에너지 절약은 캠페인이 아니라 국가 생존 전략이 되어야 한다. 둘째, 수출 구조를 근본적으로 다변화해야 한다. 지금까지 한국 경제는 반도체 하나로 버텨왔다는 말이 과장이 아닐 정도였다. 그러나 특정 산업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으면 외부 충격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반도체 경기가 흔들릴 때마다 한국 경제 전체가 출렁였다. 앞으로는 인공지능, 바이오, 우주항공, 방산, 콘텐츠 산업 등 미래 성장 동력을 동시에 육성해야 한다. 특히 K콘텐츠와 플랫폼 산업은 더 이상 부가적 산업이 아니다. 제조업 중심 국가였던 한국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전략 산업이다. 정부는 규제부터 풀어야 한다. 세계는 속도전인데 우리는 허가와 심사, 이해관계 충돌 속에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기업이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산업 정책이다. 셋째, 가계부채 문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폭탄이다. 이미 국내총생산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주요 선진국 가운데 최상위권이다. 금리가 오르면 소비가 얼어붙고, 소비가 위축되면 내수가 무너진다. 지금처럼 부동산 중심의 자산 구조를 방치해서는 미래가 없다. 핵심은 생산적 금융으로의 전환이다. 돈이 아파트 투기에만 몰리는 경제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기술기업과 창업, 혁신 산업으로 자금이 흐르도록 금융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청년들이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사는 데 인생을 걸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부동산 가격만 바라보는 경제는 결국 성장 동력을 잃게 된다. 넷째, 노동시장 개혁 역시 피할 수 없는 과제다. 지금 한국 사회는 한쪽에서는 청년 실업이 심각한데 다른 한쪽에서는 기업들이 사람을 구하지 못한다. 노동시장 구조가 시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연공서열 중심 임금 체계와 경직된 고용 구조로는 인공지능 시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노동 개혁은 노동자를 희생시키자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미래형 일자리로 이동할 수 있도록 재교육과 전환 시스템을 강화하자는 것이다. 기업도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 초과이익을 독점하는 구조로는 사회적 갈등만 커질 뿐이다. 생산성 향상의 과실이 노동자와 기업, 사회 전체로 합리적으로 분배되어야 지속 가능한 성장도 가능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가 리더십이다. 위기의 시대에는 방향을 제시하는 지도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 정치권은 미래 비전 경쟁보다 진영 대결에 갇혀 있다. 경제는 생존의 문제인데 정치는 선거 계산에만 몰두하고 있다. 이래서는 국가적 위기를 돌파할 수 없다. 대한민국은 수많은 위기를 극복해 온 나라다.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팬데믹도 이겨냈다. 그러나 이번 위기는 과거보다 훨씬 복합적이고 구조적이다. 과거의 성공 공식으로는 더 이상 살아남을 수 없다. 이제 필요한 것은 낡은 성장 모델과 결별하는 용기다. 지금 우리는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다. 변화를 두려워하며 과거에 머물 것인가, 아니면 고통스럽더라도 새로운 체질로 전환할 것인가. 위기는 언제나 두 얼굴을 갖고 있다. 준비하지 못한 나라에는 재앙이 되지만, 준비한 나라에는 도약의 기회가 된다. 한국 경제의 미래는 비관 속에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다. 다만 지금처럼 현실을 외면하고 개혁을 미룬다면 암울한 미래는 피할 수 없다. 이제는 ‘버티는 경제’가 아니라 ‘바꾸는 경제’로 나아가야 한다. 그것이 대한민국이 다시 살아나는 유일한 길이다.
2026-05-24 09:37: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