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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관 인선 '밀실 합의', 사법독립 위해서라도 끝내야
[경제일보] 대법관을 뽑는 절차는 법에 정해져 있다. 후보를 천거받아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심사하고, 대법원장이 그 가운데 한 사람을 대통령에게 제청한다. 국회가 동의하면 대통령이 임명한다. 그런데 법에는 없는 절차 하나가 마지막 관문처럼 작동해 왔다. 대법원과 대통령실이 최종 후보를 놓고 사전에 의견을 맞추는 물밑 협의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지난 18일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으로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를, 다음 달 퇴임하는 이흥구 대법관 후임으로 김성수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서면 제청했다. 그동안 대법원장이 대통령실과 후보를 조율한 뒤 대통령을 만나 제청해 온 관행과 달랐다. 청와대는 “협의를 건너뛴 유례없는 일방 통보”라며 반발했고, 손 후보 제청을 어떻게 처리할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이번 일을 조희대 대법원장과 이재명 대통령 가운데 누가 맞느냐는 싸움으로 보면 본질을 놓친다. 헌법 제104조는 대법관을 대법원장이 제청하고 국회의 동의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했다. 제청권과 동의권, 임명권을 세 기관에 나눠 놓은 것이다. 대통령과 대법원장이 후보를 미리 합의해야 한다는 절차는 헌법에도 법률에도 없다. 오래됐다는 이유만으로 관행이 헌법상 절차가 될 수는 없다. 법에 없는 관행이 실제 인선에서는 법정 절차만큼이나 강하게 작동해 왔다. 양측이 뜻을 맞추면 문제가 드러나지 않는다. 합의가 깨지면 지금처럼 제청과 임명 절차가 멈춘다. 누가 언제까지 양보해야 하는지, 대통령이 제청된 후보를 돌려보낼 수 있는지, 대법원장이 다시 후보를 골라야 하는지 정해진 기준도 없다. 관행은 합의가 될 때 편리하다. 갈등이 생겼을 때 작동하는 것이 제도다. 앞단의 절차는 오히려 꽤 공개돼 있다. 후보자를 천거받고 심사 대상자의 학력과 주요 경력, 재산 관계를 공개한다. 국민 의견도 받는다. 후보추천위가 검증 자료를 살펴 후보를 압축한다. 대법원도 이런 절차를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장치라고 설명해 왔다. 그렇게 공개 검증을 거친 후보들이 마지막 단계에 들어가면 문이 닫힌다. 대통령실이 누구를 반대했는지, 대법원은 왜 특정 후보를 고집했는지, 어떤 기준에서 이견이 생겼는지는 국민이 알기 어렵다. 앞에서는 후보자의 재산까지 내놓고 검증받으면서 정작 마지막 한 사람을 고를 때만 물밑 협의에 맡겨 온 셈이다. 그 결과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 자리는 다섯 달 넘게 비었다. 후보추천위는 지난 1월 후보 4명을 추천했다. 그런데도 대법원과 대통령실의 의견 조율은 끝나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 18일 조 대법원장이 손 후보를 서면 제청하면서 갈등이 밖으로 터져 나왔다. 법에 없는 협의가 풀리지 않으면서 헌법기관 구성원의 공석이 길어진 것이다. 노경필 법원행정처장은 제청이 이뤄지기 전 기존 후보들을 상대로 후보추천 절차를 다시 진행하는 방안까지 타진했다. 대통령실과 대법원의 협의가 풀리지 않자 이미 끝난 추천 절차를 처음부터 되돌리는 방안이 검토된 것이다. 일부 후보가 반대하면서 현실화되지는 않았다. 법에 따라 후보추천위가 후보를 골랐는데 물밑 협의가 막혔다는 이유로 법정 절차를 다시 돌리려 했다면 본말이 뒤집힌다. 후보추천위보다 대통령실과 대법원의 비공식 합의가 더 높은 단계에 놓였다는 얘기가 된다. 법에 정해진 절차가 관행에 밀려서는 안 된다. 청와대도 대법원도 이 관행에 기대 왔다. 청와대가 오랜 관행을 근거로 사전 협의를 당연한 권한처럼 요구하면 대통령의 임명권이 대법원장의 제청 단계까지 뻗게 된다. 대법원도 대통령실과 협의를 이어오다가 합의가 깨진 뒤에야 독립된 제청권을 내세운다면 그동안 왜 법에 없는 절차에 기대 왔는지 설명해야 한다. 지금의 충돌은 바로 그 모순에서 시작됐다. 사법독립은 대통령의 개입을 막는 동시에 대법원장의 권한도 절차 안에 묶어 두는 일이다. 대법관은 대통령의 사람도, 대법원장의 사람도 아니다. 법률과 헌법을 최종적으로 해석하고 국민의 권리를 판단하는 자리다. 그런 사람을 뽑는 절차라면 누가 어떤 권한을 행사하는지부터 분명해야 한다. 사전 협의가 반드시 필요하다면 법에 넣으면 된다. 누가 의견을 낼 수 있는지, 어느 범위까지 협의할 수 있는지, 언제까지 제청과 임명 절차를 끝내야 하는지 정하면 된다. 헌법상 제청권과 임명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는 절차라면 없애야 한다. 지금처럼 법 밖에 둔 채 합의가 될 때는 관행이라고 따르고, 틀어지면 서로 헌법상 권한을 들고나오는 방식은 더 두고 볼 일이 아니다. 앞으로 대법관 인선은 더 잦아진다. 대법관 정원이 단계적으로 26명까지 늘어나면서 현 대통령 임기 동안 새로 임명되는 대법관 수도 크게 늘어난다. 현행 일정대로라면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 중 최대 22명의 대법관 임명에 관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대법원의 구성이 크게 바뀌는 시기에 최종 인선 방식을 비공식 합의에 계속 맡겨 둘 수는 없다. 대통령과 대법원장이 바뀔 때마다 인선 방식까지 달라져서는 안 된다. 두 기관장이 뜻을 맞출 때만 굴러가는 절차라면 제도라고 하기 어렵다. 사법독립을 사람의 선의나 두 사람의 관계에 맡길 수는 없다. 헌법은 대법원장에게 제청권을 주고 국회에 동의권을, 대통령에게 임명권을 줬다. 각자 자신의 권한을 행사하고 그 결과에 책임지라는 뜻이다. 헌법이 나눠 놓은 권한을 밀실에서 다시 합칠 이유는 없다.
2026-08-24 09: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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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9440억 재산분할 재상고…SK 지분 지킬까, 현금화 나설까
[경제일보]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최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이혼 소송 파기환송심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재상고하면서, 9440억원 규모 재산분할금 마련 방식에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재상고로 판결 확정 시점은 미뤄졌지만, 대법원이 재산분할액을 그대로 확정할 경우 최 회장은 노 관장에게 1조원에 가까운 금액을 현금으로 지급해야 한다. 이번 재상고의 배경에는 재산분할금 지급 방식에 대한 양측 입장차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최 회장 측은 현금과 주식을 섞어 지급하는 방안을 제안했지만, 노 관장 측은 파기환송심 판결 주문대로 전액 현금 지급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 측이 일부 주식 지급을 제안했으나 노 관장 측이 현금 지급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금 9440억’ 부담…재상고로 시간은 벌었지만 16일 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가사1부는 지난 7월 24일 파기환송심에서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금 9440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최 회장 측은 재상고 기한 만료일인 지난 14일 다시 대법원 판단을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서는 재상고심이 사실관계를 다시 따지는 절차가 아니라 법률 판단을 다루는 절차인 만큼, 파기환송심 결론이 크게 뒤집힐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다만 최 회장 측으로서는 판결 확정 시점이 늦춰지는 동안 지급 방식과 재원 마련 방안을 조율할 시간을 벌게 됐다. 재상고가 기각돼 판결이 확정되면 최 회장은 재산분할금을 지급해야 한다. 지급이 늦어질 경우 연 5% 수준의 지연이자가 붙어 하루 약 1억3000만원, 연간 약 472억원의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노 관장 측이 9440억원 현금 지급을 고수하면서 최 회장 측이 재상고에 나섰고, 이에 따라 하루 1억3000만원 수준의 지연이자 부담도 일단 현실화하지 않게 됐다. ◆시나리오①, SK㈜ 지분은 지키고 담보대출 확대 재계가 보는 첫 번째 시나리오는 최 회장이 SK㈜ 지분을 직접 팔지 않고 추가 차입과 다른 자산 매각으로 재원을 마련하는 방식이다. 최 회장은 SK그룹 지주사인 SK㈜의 최대주주다. SK㈜ 지분은 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인 만큼, 시장에서는 최 회장이 가능한 한 이 지분을 유지하려 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가장 현실적인 수단은 주식담보대출이다. 주식을 팔지 않고 현금을 확보할 수 있어 경영권 방어 측면에서는 가장 부담이 작은 방식으로 꼽힌다. 다만 이미 상당한 주식담보대출이 설정돼 있다는 점이 변수다. 최 회장은 지난 5월 대량보유상황보고서 기준 한국증권금융에 118만4616주를 담보로 제공해 4000억원을, 하나은행에 34만276주를 담보로 제공해 365억원을 빌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대출금액이 공개되지 않은 질권설정 주식까지 포함하면 담보 제공 주식은 272만8955주로, 공시상 확인되는 대출만 4365억원 규로모 전해진다. 추가 대출이 가능하더라도 부담은 작지 않다. 부족한 금액을 5000억~6000억원으로 가정하면 총 차입 규모는 1조원 안팎으로 커질 수 있다. 금리를 연 4%로 단순 계산해도 연 이자 부담만 400억원을 넘는다. SK㈜ 주가가 하락할 경우 담보 가치가 줄어 추가 담보 요구나 반대매매 위험도 커질 수 있다. ◆시나리오②, SK실트론 등 개인 자산 매각 두 번째 시나리오는 SK㈜ 지분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SK실트론 지분 등 개인 자산을 현금화하는 방식이다. 최 회장이 보유한 SK실트론 지분은 재산분할금 마련 과정에서 꾸준히 거론돼 왔다. 재계에서는 SK실트론 지분 매각이 성사될 경우 상당한 현금을 확보할 수 있지만, 비상장사 지분인 만큼 매각 시점과 가격을 단정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따라 최 회장의 재산분할금 마련 방안으로 SK㈜ 주식담보대출과 SK실트론 지분 매각 가능성을 함께 거론했다. 다만 비상장 지분은 거래 상대방을 찾아야 하고,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는 지분이 아닌 경우 기대한 만큼의 현금이 바로 확보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재산분할금은 현금 지급이 원칙이어서, 지분 가치와 실제 현금화 가능액 사이에 차이가 생길 수 있다. 세금과 거래 비용, 매각 조건 등을 감안하면 지분 평가액이 곧바로 가용 현금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이 때문에 SK실트론 지분을 매각하더라도 부족분은 담보대출이나 배당 수입 등으로 메워야 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시나리오③, SK㈜ 지분 일부 매각…가능성은 제한적 세 번째 시나리오는 SK㈜ 지분 일부를 직접 매각하는 방식이다. 가장 빠르게 현금을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이지만, 최 회장 입장에서는 가장 부담이 큰 선택지다. SK㈜는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회사다. 최 회장이 보유 지분을 줄이면 시장은 곧바로 경영권 안정성과 지배구조 변화를 주목할 수밖에 없다. SK그룹은 과거 소버린 사태를 겪으며 경영권 방어의 중요성을 경험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최 회장이 SK㈜ 지분 매각을 최후의 수단으로 남겨둘 가능성이 크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다만 현금 마련이 여의치 않고, 주식담보대출과 비상장 지분 매각만으로 9440억원을 맞추기 어렵다면 일부 지분 현금화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 한국CXO연구소도 최 회장의 자금 마련 방안으로 SK㈜ 지분 일부는 담보대출을 받고 일부는 직접 매각하는 방식이 가능한 시나리오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다만 SK㈜ 지분을 매각할 경우 지배구조와 주가에 미치는 파장이 커 최 회장이 신중하게 접근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주가가 핵심 변수…배당 확대 가능성도 거론 어떤 시나리오를 택하든 핵심 변수는 SK㈜ 주가다. 주가가 높게 유지되면 담보대출 여력이 커지고, 지분 일부를 매각하더라도 확보할 수 있는 현금이 늘어난다. 반대로 주가가 떨어지면 같은 금액을 빌리기 위해 더 많은 주식을 담보로 제공해야 하고, 담보비율 관리 부담도 커진다. SK㈜ 주가는 재산분할 판결 이후 변동성이 커진 상태다. SK㈜의 지분 가치가 크게 올라 담보대출 가능 여력이 커졌다는 분석도 있지만, 최근 주가 급등락은 최 회장의 자금조달 시나리오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배당 확대도 거론된다. SK텔레콤과 SK스퀘어 등 SK㈜가 지분을 보유한 주요 계열사의 배당이 늘어나면 지주사 현금흐름이 개선되고, 최 회장 개인의 배당 수입도 늘어날 수 있다. 다만 배당만으로 9440억원을 단기간에 마련하기는 쉽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재상고 이후에도 남은 과제는 ‘현금 확보’ 이번 재상고로 최 회장은 판결 확정과 지연이자 부담 현실화를 일단 늦추게 됐다. 그러나 대법원이 파기환송심 판단을 유지할 경우 9440억원 현금 마련이라는 과제는 그대로 남는다. 재계에서는 최 회장이 SK㈜ 지분을 최대한 지키는 방향에서 주식담보대출, SK실트론 등 개인 자산 매각, 배당 수입 확대를 조합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최 회장에게 SK㈜ 지분은 단순한 금융자산이 아니라 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이라며 “지분 매각은 시장에 주는 신호가 크기 때문에 우선은 담보대출과 비상장 자산 현금화, 배당 등을 조합하는 방안을 검토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2026-08-16 17:5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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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3년 마을금고로 출발… '자산 286조' 지역경제 금융 버팀목으로
[경제일보] 새마을금고의 역사는 지역 주민들이 서로 자금을 모아 생활과 생업을 돕던 공동체 금융의 성장 과정과 맞닿아 있다. 지난 1963년 경남 산청군의 작은 마을에서 회원 50명으로 출발한 마을금고는 전국에 금융망을 갖춘 대표 상호금융 조직으로 성장했다. 새마을금고의 DNA는 자조와 호혜의 협동 정신에 뿌리를 두고 있다. 주민들이 직접 조성한 자금을 공동체 안에서 이용하는 조직으로 시작해 전국 조직화와 법적 제도화를 거치며 지역 주민과 소상공인, 금융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서민금융기관으로 역할을 넓혔다. ◆상부상조에서 출발… 마을 공동체가 만든 풀뿌리 금융 새마을금고의 뿌리는 두레와 계, 향약, 품앗이 등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상부상조 문화에서 찾을 수 있다. 여기에 서구의 협동조합 원리를 접목해 지역 주민이 스스로 자금을 모으고 필요한 주민에게 공급하는 마을 단위 협동조직이 만들어졌다. 첫 마을금고는 지난 1963년 5월 25일 경남 산청군 생초면 계남리 하둔마을에서 출범했다. 하둔마을금고는 회원 50명이 참여한 가운데 주민들의 저축을 모아 공동체의 생활과 경제 기반을 개선하기 위해 설립됐다. 출발 당시 마을금고는 금융기관이라기보다 주민들이 직접 참여해 운영하는 자생적 협동조직에 가까웠다. 금융사업뿐 아니라 지역사회 개발과 회원 복지 향상을 함께 추구했다는 점에서 일반 금융사와 출발점이 달랐다. 설립 초기 새마을금고는 공동체 정신을 기반으로 탄생한 토착 금융조직인 셈이다. 수익 창출에만 머물지 않고 운영 성과를 지역사회와 나누는 구조가 새마을금고의 정체성을 형성했다. ◆전국 조직·독자 법률 갖추며 지역·서민금융으로 마을 단위로 운영되던 금고가 전국 금융조직으로 성장한 첫 변곡점은 지난 1973년 마을금고연합회 출범이다. 연합회는 개별 금고의 운영을 지원하고 업무 기준과 교육 체계를 마련하며 전국 단위 조직의 기반을 구축했다. 1982년 12월 새마을금고법이 제정되고 다음해 1월 시행되면서 마을금고는 새마을금고로 이름을 바꿨다. 별도의 법률에 따라 금고와 연합회의 설립·업무·감독 체계가 정비되면서 독자적인 상호금융기관으로서의 기반을 확보했다. 새마을금고는 이후 신용사업을 본격화하고 공제사업과 온라인 전산망을 도입하며 금융 기능을 확대했다. 마을 주민을 중심으로 운영되던 조직도 도시와 직장, 지역 단위로 확산되며 전국적인 금융망으로 넓어졌다. 새마을금고의 역할도 공동체 내부의 상호대출에서 지역·서민금융으로 확장됐다. 2000년대 들어 영세 자영업자 정책자금과 서민금융 상품, 소상공인 금융지원 등을 확대하며 지역밀착형 서민금융기관이라는 정체성을 강화했다. ◆숫자로 본 성장… 자산 5조원대서 286조원대로 새마을금고의 성장 행보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새마을금고는 지난 1990년 1월 총자산 5조2224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1992년 3월에는 총자산 10조72억원을 달성했다. 당시 새마을금고 수는 3211개, 회원은 696만9000여명에 달했다. 전국 각 지역에 금고가 확산되고 회원 기반이 늘어나면서 마을 단위 협동조직을 넘어 대형 상호금융기관으로 체급을 키웠다. 지난해 말 기준 영업 중인 새마을금고는 1251개다. 총자산은 286조7000억원으로 1990년 5조원대였던 자산 규모가 35년 만에 약 55배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총수신은 255조3000억원, 총대출은 183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총대출 가운데 기업대출은 100조8000억원, 가계대출은 82조3000억원을 차지했다. 수익성 면에서는 부진을 겪고 있다. 지난해 1조265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2년 째 1조원대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다만 전년 순손실 1조7423억원과 비교하면 손실 규모가 4765억원 줄었다. 이에 새마을금고는 체질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 중이다. 전체 연체율은 지난해 상반기 말 8.37%에서 연말 5.08%로 3.29%포인트 하락했다. 순자본비율은 7.91%로 최소 규제비율인 4%를 넘긴 상태다. 새마을금고는 부실채권 매각과 대손충당금 적립, 부실 금고 합병 등을 통해 건전성 관리에 나서고 있다. ◆‘비전2030’으로 미래 성장 드라이브… 지역·서민금융 본업 회복 새마을금고는 중장기 개혁안인 ‘비전2030’을 통해 지역·서민금융기관으로서 본래 기능을 회복한다는 계획이다. 비전2030은 건전성 강화와 협동조합성 회복, 지역사회 문제 해결 등 3대 핵심 목표 아래 9대 추진전략과 37개 세부과제로 구성됐다. 우선 전체 여신에서 서민금융이 차지하는 비중을 80%까지 높일 방침이다. 오는 2030년까지 금융취약계층 대출과 정책자금대출을 1조4000억원 규모로 확대하고 초저신용자 대상 보증형 대출과 대안신용평가 체계 도입도 추진한다. 지역 내 금융 접근성 유지에도 나선다. 인구감소지역 등 금융취약지역의 영업점을 유지하고 전국 모든 금고가 정부 정책과 연계한 지역사업을 수행하는 ‘1금고-1지역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사회적기업과 마을기업, 협동조합에 대한 금융지원과 판로 개척도 확대한다. 지역 상생 사업을 뒷받침하기 위한 지역개발기금 조성도 추진해 지역사회 문제 해결에서 새마을금고의 역할을 강화한다. 건전성 관리와 수익성 개선도 비전의 핵심 축이다. 신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을 원칙적으로 제한하고 관련 대출 한도를 별도로 관리한다. 자산관리회사를 통한 부실채권 정리와 부실 금고 구조조정, 경영효율화도 병행한다. 새마을금고는 이를 통해 오는 2028년까지 흑자 전환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외형 성장에 집중했던 사업 구조를 정비하고 지역 주민과 소상공인 중심의 금융 기능을 강화해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할 방침이다. 마을 주민들이 모은 자금으로 공동체의 생활 기반을 지원했던 새마을금고의 원형 DNA는 지역·서민금융이라는 형태로 이어지고 있다. 향후 경쟁력도 건전성을 회복하면서 지역 자금을 지역 안에서 운용하는 협동금융의 역할을 얼마나 강화할 수 있는지가 관건으로 평가된다. [아주경제 2026년 07월 21일자 15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6-07-22 11:4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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