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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 없는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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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은 웃는데 일자리는 운다…'고용 없는 성장'의 늪에서 벗어나야
[경제일보] 반도체를 비롯한 우리나라의 주력 산업은 연일 수출 신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인공지능(AI)과 첨단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기술 혁신은 국가 경쟁력의 새로운 원동력이 되고 있으며 기업들의 실적 또한 개선되고 있다. 겉으로만 보면 한국 경제는 순항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화려한 성적표 뒤에는 결코 외면해서는 안 될 불편한 진실이 숨어 있다. 제조업 취업자는 급감하고 전체 취업자 증가세마저 둔화하거나 감소로 돌아서면서 ‘고용 없는 성장’이 현실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의 궁극적인 목적은 국민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데 있다. 수출이 늘고 기업의 이익이 증가해도 국민이 일자리를 잃고 미래를 불안해한다면 그 성장을 성공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특히 AI와 자동화 기술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생산성은 높아졌지만 사람의 노동을 대체하는 속도 또한 빨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공장이 늘어나면 일자리도 함께 늘어났지만 이제는 첨단 반도체 공장 하나가 수십 년 전 수백 개 공장이 만들어내던 생산량을 훨씬 적은 인력으로 달성하는 시대가 됐다. 문제는 이런 구조적 변화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AI와 디지털 전환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며 앞으로도 금융·유통·물류·언론·교육·의료 등 거의 모든 산업으로 확산될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경쟁력 확보를 위해 자동화와 효율화를 선택할 수밖에 없지만 사회 전체적으로는 일자리 감소와 고용 불안이라는 새로운 과제를 떠안게 된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일자리 자체의 부족보다 ‘일자리 미스매치’가 심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기업은 AI 전문가와 데이터 분석가, 반도체 설계 인력,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찾지 못해 어려움을 호소하지만 청년들은 원하는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채 취업난에 시달리고 있다. 필요한 인재와 구직자의 역량이 맞지 않는 구조적 괴리가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노동시장의 실패이자 교육 시스템의 한계를 그대로 드러낸다. 정부 정책도 이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수출 증가율과 GDP 성장률만으로 경제를 평가하는 시대는 지났다. 성장의 과실이 국민에게 어떻게 돌아가는지 양질의 일자리가 얼마나 창출되는지가 더 중요한 지표가 되어야 한다. 단순히 기업 투자에 세제 혜택을 주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AI 시대에 맞춘 대대적인 인재 재교육(Reskilling)과 직무 전환 프로그램을 국가 차원에서 구축해야 한다. 대학과 직업교육기관, 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평생학습 체계를 마련하고 기존 제조업 종사자들이 디지털 역량을 갖춰 새로운 산업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청년층을 위한 맞춤형 대책도 시급하다. 단순한 취업 지원금을 넘어 AI와 반도체, 바이오, 로봇 등 미래 산업 현장에서 실제 필요한 기술을 익힐 수 있는 교육과 현장 실습을 확대해야 한다. 학벌이나 스펙보다 실무 능력을 인정하는 채용 문화도 정착시켜야 한다. 청년들이 변화하는 산업 구조 속에서 기회를 찾을 수 있도록 국가가 길을 열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업 역시 사회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AI를 도입해 비용을 절감하고 생산성을 높였다면 그 혜택의 일부는 근로자의 역량 강화와 재교육에 투자해야 한다. 사람을 단순히 비용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미래 경쟁력을 함께 만들어갈 자산으로 인식해야 지속 가능한 성장이 가능하다. 맹자는 “백성이 생업을 잃으면 항심도 잃는다”고 했다. 안정된 삶의 기반이 무너지면 사회 전체의 질서도 흔들릴 수 있다는 뜻이다. 기술 혁신이 아무리 눈부셔도 일하는 사람이 설 자리를 잃는다면 그 발전은 온전한 진보가 아니다. AI 시대의 진정한 경쟁력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기술과 사람이 함께 성장하는 사회를 만드는 데 있다. 수출 호조에 취해 현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숫자로 포장된 성장의 환상이 아니라 국민이 체감하는 성장이다. ‘고용 없는 성장’을 방치한다면 경제는 커질지 몰라도 사회는 더욱 불안해질 것이다. 정부와 기업, 교육기관이 함께 미래 인재를 키우고 일자리의 질과 양을 동시에 높이는 국가적 전략을 마련할 때 비로소 AI 전환기는 위기가 아닌 새로운 도약의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2026-06-15 09:23:12
반도체는 웃는데 청년은 운다…'고용 없는 성장'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
[경제일보] 반도체 수출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며 우리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산업의 성장과 첨단기술 분야의 경쟁력 강화는 국가 경제의 미래를 밝히는 긍정적인 신호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화려한 수출 실적 뒤에 가려진 현실은 결코 낙관적이지 않다. 5월 고용동향은 제조업 취업자가 큰 폭으로 줄어들면서 전체 취업자 수가 17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음을 보여주었다. 특히 청년층의 일자리 감소와 소득 악화는 심각한 수준이다. 경제는 성장하는데 국민은 일자리를 잃는 ‘고용 없는 성장’의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는 것이다. 경제성장의 궁극적인 목적은 국민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데 있다. 국내총생산(GDP)이 늘어나고 수출이 증가하더라도 국민이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지 못하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는다면 그 성장은 결코 건강하다고 말할 수 없다. 최근의 반도체 산업은 대표적인 기술집약 산업이다. 생산성과 수익성은 높지만 자동화와 AI 기술이 확대되면서 과거처럼 대규모 고용을 창출하지 않는다. 기업은 성장하지만 일자리는 늘지 않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는 셈이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이런 변화의 충격이 청년층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20~30대는 사회에 첫발을 내디디는 시기이지만 취업 문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어렵게 취업하더라도 임금 수준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비정규직이나 플랫폼 노동으로 내몰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소득 감소는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내수 침체와 기업 투자 감소를 불러오는 악순환을 만든다. 청년들이 결혼과 출산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현상 역시 이러한 경제적 불안과 무관하지 않다. AI 시대의 도래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문제는 기술 발전 자체가 아니라 그 변화에 대한 사회의 준비 부족이다. AI가 단순 반복 업무를 대체하는 것은 피할 수 없지만, 동시에 새로운 산업과 새로운 직무도 만들어낼 수 있다. 정부와 기업, 교육기관이 협력해 신기술에 적합한 인재를 양성하고 직업 전환을 지원한다면 위기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시장에만 맡겨 둔다면 청년층은 가장 먼저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의 정책 방향도 바뀌어야 한다. 수출 증가나 성장률 같은 거시 지표만으로 경제를 평가하는 시대는 지났다. 성장의 과실이 얼마나 많은 국민에게 돌아가고 있는지, 양질의 일자리가 얼마나 만들어지고 있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 AI 전환기에 맞춘 대대적인 직업 재교육과 디지털 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청년층의 취업과 창업을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소득이 불안정한 청년들을 위한 사회안전망과 고용보험 제도를 현실에 맞게 보완해 최소한의 생활 기반을 보장해야 한다. 기업 역시 사회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막대한 수익을 올리는 첨단기업들이 연구개발 투자뿐 아니라 인재 양성과 청년 채용 확대에 적극 나설 때 산업의 지속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다. 기술 혁신과 고용 창출은 대립하는 가치가 아니라 함께 추구해야 할 목표다. 지금 우리 앞에 놓인 과제는 단순한 경기 회복이 아니다. AI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성장 모델과 고용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다. 반도체 수출 신기록이라는 숫자에 취해 청년들의 한숨을 외면한다면 대한민국의 미래 경쟁력은 결국 약화될 수밖에 없다. 고용 없는 성장은 지속 가능한 발전이 아니다. 성장과 일자리, 기술과 사람이 함께 가는 경제야말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진정한 국가 경쟁력의 모습이다.
2026-06-12 07:5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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