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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쟁의 도구가 된 형사소송법, 국민은 어디에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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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쟁의 도구가 된 형사소송법, 국민은 어디에 있는가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경제일보
2026-07-31 10:44:17
22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제1소위 회의장에 각 의원들이 발의한 형사소송법 개정 심사안이 놓여져 있다사진연합뉴스
22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제1소위 회의장에 각 의원들이 발의한 형사소송법 개정 심사안이 놓여져 있다.[사진=연합뉴스]

[경제일보] 정치권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둘러싼 여야의 공방이 도를 넘고 있다.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권을 정비해 수사 공백을 해소하고 형사사법 절차의 실효성을 높이겠다는 취지의 법 개정이 정작 국민의 권익 보호와 사법 정의 실현이라는 본래 목적은 뒷전으로 밀려난 채 정쟁의 한복판에 서 있다. 

야당은 이번 개정안을 특정 정치인의 재판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법안이라고 비판하고, 여당은 대법원 판례를 명문화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반박한다. 그러나 법률은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는 도구가 아니라 국민 모두에게 공정하게 적용되어야 할 사회적 규범이다. 형사소송법 개정마저 진영 대결의 수단으로 전락한 현실은 우리 정치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준다.

형사소송법은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는 동시에 범죄를 신속하고 공정하게 처벌하기 위한 형사사법 체계의 근간이다. 따라서 제도 운영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보완하는 일은 정치적 이해관계와 무관하게 추진되어야 한다. 

특히 수사권 조정 이후 현장에서는 수사 지연과 사건 처리의 비효율, 보완수사 지체 등 다양한 문제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피해자는 사건 해결을 기다리며 고통을 겪고, 국민은 사법 절차의 공정성에 의문을 품게 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제도적 논의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권은 경찰 수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미비점을 보완하고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장치라는 점에서 일정한 필요성이 있다. 경찰의 불송치 결정이나 수사 과정에 보완이 필요할 경우 이를 바로잡을 수 있는 절차는 국민의 권리 보호와 적정한 형사사법 절차를 위해 반드시 갖춰져야 한다. 

범죄 대응의 공백이 장기화되고 사건 처리가 지연될수록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사람은 다름 아닌 범죄 피해자와 국민이다.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논의 자체를 정치적 의도로만 몰아가는 것은 생산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물론 검찰 권한의 확대 가능성에 대한 우려 또한 가볍게 넘길 문제는 아니다. 형사사법 체계는 어느 한 기관의 권한만 강화하는 방향으로 운영되어서는 안 되며, 권한에는 반드시 책임과 견제가 함께 따라야 한다. 따라서 보완수사 요구권의 범위와 절차는 법률로 명확히 규정하고, 자의적인 권한 행사를 방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충분히 마련해야 한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검찰과 경찰의 힘겨루기가 아니라 공정하고 신속한 수사와 정의로운 결과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번 개정안을 둘러싼 정치권의 태도다. 법률의 장단점을 냉정하게 따지고 국민에게 가장 이로운 방향을 찾기보다 상대를 향한 정치적 공세와 의혹 제기에만 몰두하는 모습은 실망스럽다. 

야당은 정치적 의도를 강조하며 개정안 자체를 부정하고, 여당은 법안의 정당성을 주장하면서도 국민이 제기하는 우려를 충분히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서로를 향한 비난만 난무하는 사이 정작 법률이 해결해야 할 국민의 불편과 피해는 논의의 중심에서 밀려나 있다. 법치주의는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작동해야 한다는 점을 정치권은 잊지 말아야 한다.

국회는 지금이라도 정쟁을 멈추고 형사사법 제도의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 법조계와 학계, 수사 실무 전문가들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개선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국회의 책무다. 법률은 특정 정당이나 특정 정치인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 모두를 위해 존재한다. 정치적 셈법에 따라 법을 흔들고 사법제도를 정략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행태는 결국 국민의 사법 불신만 키울 뿐이다.

형사소송법 개정은 어느 한쪽의 승패를 가르는 정치 게임이 되어서는 안 된다. 중요한 것은 검찰의 권한도, 경찰의 권한도 아니다. 국민의 기본권을 더욱 두텁게 보호하고 범죄 피해자를 신속하게 구제하며 공정한 형사사법 체계를 확립하는 일이다. 정치권은 이제라도 소모적인 정쟁에서 벗어나 국민의 눈높이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법치주의를 바로 세우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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