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총 29건
-
-
-
-
미중 정상회담 테이블에 오른 AI·희토류…한국은 어디에 설 것인가
[경제일보]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이 오는 24일 워싱턴에서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중국은 아직 정상회담 개최를 공식 확인하지 않았다. 앞서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과 허리펑 중국 국무원 부총리는 이번 주말 만나 정상회담 의제를 조율할 예정이다. 인공지능(AI)과 희토류, 무역·에너지 등 경제안보 현안이 폭넓게 다뤄질 전망이다. 한국에는 남의 나라 정상회담이 아니다. 미중이 협상 테이블에서 다루는 현안 하나하나가 한국의 주력 산업과 연결돼 있어서다. AI의 중심에는 반도체가 있고 희토류와 핵심광물은 배터리·자동차·항공우주·방위산업에 들어간다. 미국과 중국의 합의와 충돌에 따라 한국 기업의 투자와 생산, 공급망 전략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AI는 특히 그렇다. 베선트 장관은 미국이 중국과 AI가 초래할 공동의 위험을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미중 AI 경쟁이 첨단 반도체와 기술 수출통제를 넘어 안전과 국제규칙의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의미다. 세계 AI 산업에서도 안전 규칙을 누가 만들고 집행할 것인지를 놓고 논쟁이 커지고 있다. 한국은 이 경쟁의 한복판에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이끌고 있고 AI 가속기에 필요한 고대역폭메모리(HBM)에서도 한국 기업의 비중이 크다. 미중 기술 경쟁이 격화될수록 한국 반도체 기업의 기술과 생산시설은 단순한 기업 자산을 넘어 경제안보의 자산이 된다. 미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로이터는 SK하이닉스가 인텔과 미국에서 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고 지난 16일 보도했다. 인텔의 오하이오 공장 일부를 활용하거나 인텔·클라우드 기업 등이 참여하는 합작법인을 만드는 방안이 거론된다. 아직 초기 협의 단계이고 결정된 것은 없다. 하지만 한국 메모리 기업이 처음으로 미국에서 생산할 가능성이 논의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반도체 공급망이 얼마나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지 보여준다. 여기에는 한국이 고민해야 할 지점도 있다. 미국의 공급망 현지화와 한국의 이해가 언제나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생산시설을 미국에 두는 것이 시장 접근과 공급망 안정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핵심 제조기술의 해외 이전과 국내 산업 생태계 약화 가능성도 함께 살펴야 한다. 기업의 투자 판단을 존중하되 국가 차원에서는 어떤 기술과 생산기반을 국내에 반드시 남겨야 하는지 원칙을 세울 필요가 있다. 희토류 문제는 더 절박하다. 중국은 미국이 자국 중심의 핵심광물 공급망을 구축하는 데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는데도 여전히 주요 핵심광물의 정제 과정에서 압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자료를 분석한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중국의 희토류 정제 비중은 2023년 90% 이상에서 2025년 약 85%로 낮아졌지만 여전히 세계 공급망을 좌우할 수준이다. 잘 알려지지 않았던 희토류 원소인 이트륨은 이런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트륨은 반도체와 항공우주, 제트엔진 코팅 등에 쓰이는 전략 물질이다. 중국은 세계 이트륨 공급에서 압도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고 수출통제를 통해 공급량을 조절해 왔다. 미국 제조업에서도 공급 부족에 따른 생산 차질이 발생했다. 이 때문에 이트륨 문제 역시 미중 정상회담의 주요 현안 가운데 하나로 거론된다. 한국의 취약점도 여기에 있다. 반도체와 배터리, 자동차를 세계에 수출하지만 이를 만드는 핵심광물과 소재 상당 부분은 해외에서 들여온다. 미국이 첨단기술 공급망에서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속도를 높이면 한국 기업도 대응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고 세계 제조업의 거대한 생산기지이자 시장인 중국과의 공급망을 단기간에 끊는 것도 현실적이지 않다. 따라서 한국의 대응을 단순히 ‘미국이냐 중국이냐’의 문제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안보와 직결된 첨단기술 분야에서는 동맹국과 협력을 강화하되 핵심 원료와 소재는 특정 국가에 과도하게 의존하지 않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최근 열린 한·중앙아시아 정상회의도 그런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한국과 중앙아시아 5개국은 핵심광물과 에너지, 공급망 협력을 주요 의제로 다뤘고 70건이 넘는 협정과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정부는 단순한 원료 수입을 넘어 탐사와 정제, 소재 가공, 완제품 생산까지 협력 범위를 넓히겠다고 밝혔다. 이제 중요한 것은 실행이다. 공급망 다변화는 양해각서 숫자로 평가할 일이 아니다. 광물 탐사와 개발이 실제 정제·가공과 국내 기업의 장기 구매로 이어져야 한다. 핵심광물 개발은 투자 회수 기간이 길고 가격 변동성도 큰 만큼 정부가 정책금융과 비축제도 등을 활용해 민간의 위험을 분담할 필요가 있다. 공급망은 평상시에는 비용의 문제지만 위기가 닥치면 국가안보의 문제가 된다. AI에서도 마찬가지다. 한국이 메모리 반도체를 잘 만드는 것만으로 미래 경쟁력을 보장받기는 어렵다. AI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전력망, 소프트웨어와 AI 모델로 이어지는 산업 생태계를 함께 키워야 한다. 미중이 AI의 기술표준과 안전 문제까지 논의하기 시작했다면 한국도 이미 만들어진 규칙을 받아들이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된다. 국제 AI 거버넌스와 기술표준을 만드는 과정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미중 경쟁은 이제 관세 몇 퍼센트(%)를 주고받는 무역전쟁을 넘어섰다. 누가 AI의 규칙을 만들고 첨단 반도체를 생산하며 핵심광물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느냐를 둘러싼 경제안보 경쟁이다. 중국은 핵심광물 공급망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고 미국은 첨단 반도체와 AI 생태계를 중심으로 자국 공급망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의 운명을 워싱턴과 베이징의 협상 결과에 맡길 수는 없다. 어느 한쪽을 무조건 선택하는 것도, 양쪽의 눈치를 보며 결정을 미루는 것도 해법이 아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선택을 강요받았을 때 버틸 수 있는 힘을 먼저 만드는 것이다.
2026-09-17 10:40:45
-
우주청·AWS·메가존, 우주 스타트업 20곳에 최대 10만달러… 한국 '뉴 스페이스' 키운다
[경제일보] 아마존웹서비스(AWS)가 우주항공청, 메가존클라우드와 함께 국내 우주·위성 스타트업 약 20곳을 선발해 클라우드와 인공지능(AI) 기반 사업화를 지원한다. 정부 주도 연구개발에 머물렀던 국내 우주산업을 민간 기업 중심의 ‘뉴 스페이스’ 생태계로 확장하려는 시도다. AWS는 국내 우주항공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인 ‘AWS 스페이스 엑셀러레이터: 한국 2026’을 시작한다고 9일 밝혔다. 우주항공청이 유망 기업 발굴과 정책 연계를 지원하고 AWS와 메가존클라우드가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제주특별자치도와 벤처캐피털(VC) 컴퍼니케이파트너스도 지역 우주산업 연계와 투자 코칭 등에 참여한다. 모집 대상은 위성 제조·운용과 지구관측, 발사체, 궤도상 서비스, 우주통신, 우주 AI·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사업을 진행하는 국내 스타트업이다. 초기 기업부터 프리시리즈B 단계까지 지원할 수 있다. 다만 단순 교육 참가가 아니라 AWS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우주시스템을 개발하거나 전환할 계획이 있어야 한다. 최고경영진 또는 사업 의사결정권자 1명 이상이 교육에 참여하고, 프로그램 이후 AWS 클라우드 활용을 담당할 기술책임자도 지정해야 한다. 신청은 10월2일까지 받는다. 서류 심사를 거쳐 약 20개 기업을 선발하며 10월27일부터 교육을 시작한다. 처음 3주는 온라인으로 기술·사업 교육과 실습을 진행하고 마지막 4주 차에는 제주에서 피칭 행사를 연다. 전체 세션의 80% 이상에 참여하고 최종 피칭을 마쳐야 수료할 수 있다. 선정 기업은 위성 데이터 처리와 우주시스템 구축에 활용할 수 있는 AWS 기술교육과 핸즈온 랩, 일대일 기술 멘토링을 받는다. 메가존클라우드는 기업별 클라우드 설계와 기술 검증을 지원한다. 컴퍼니케이파트너스는 투자 전략과 사업계획서 작성, 투자자 발표 등을 코칭한다. AWS 우주·위성 분야 엔지니어를 비롯해 위성 서비스 기업 로프트 오비탈과 스카이노피, 국내 우주기업 나라스페이스·텔레픽스·쎄트렉아이 관계자도 멘토로 참여한다. 참가 기업은 11월 말 제주 피칭 데이에서 투자사와 우주기관, 수요기업을 대상으로 기술과 사업모델을 발표한다. 우주항공청이 연계하는 해외 우주 행사에서 발표할 기회도 제공할 예정이다. 기업당 최대 10만달러 상당의 AWS 클라우드 크레딧도 지원한다. 다만 모든 선정 기업에 일괄적으로 10만달러가 지급되는 것은 아니다. AWS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인 ‘AWS 액티베이트’의 자격요건과 투자 단계를 충족해야 하며 기존 지원과 중복해 받을 수 없다. 현금 투자와도 구분된다. AWS는 2021년 미국에서 스페이스 엑셀러레이터를 시작한 뒤 인도와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확대했다. AWS 측 집계로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120개 이상의 우주항공 스타트업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이번 프로그램은 기존 글로벌 교육과 네트워크를 국내 산업 환경에 맞춰 구성한 첫 한국 특화 과정이다. 정부의 우주산업 투자 확대도 배경으로 꼽힌다. 우주항공청의 2027년도 정부 예산안은 1조6491억원으로 올해 1조1201억원보다 5290억원, 47.2% 늘었다. 발사체와 위성, 달 탐사뿐 아니라 민간 주도 산업 기반과 우주기업 육성에도 투자를 확대한다. 다만 현재는 정부안으로 국회 심의 과정에서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 데스 백스터 AWS 항공우주·위성 사업부 아시아태평양·일본 총괄은 “한국 우주산업은 변곡점에 서 있다”며 “클라우드와 AI 기술, 실무 멘토링을 결합해 스타트업의 성장과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우주산업은 위성에서 생산되는 대규모 데이터를 저장·분석하고, 궤도·기상 시뮬레이션과 지상국 운영을 연결해야 해 클라우드 의존도가 높다. 국내 스타트업에는 초기 개발비용을 낮추고 해외 고객과 투자자를 만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프로그램의 성과는 교육 참가 숫자보다 후속 투자와 해외 계약, 실제 서비스 출시 실적으로 평가될 전망이다.
2026-09-09 17:34:07
-
AI데이터센터 특별법, '누구를·얼마까지' 지원하나…시행령이 성패 가른다
[경제일보] 내년 3월 시행되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특별법의 실효성을 좌우할 세부 기준 마련이 본격화한다. 법률이 인허가 기간 단축과 전력·용수 지원, 비수도권 전력계통영향평가 면제라는 큰 틀을 열어놨다면 시행령은 어떤 데이터센터에 어느 수준까지 특례를 적용할지를 결정한다. 지원 대상과 전력용량 기준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투자 촉진법’이 될 수도, 선언적인 지원법에 머물 수도 있다는 평가다. 7일 정보통신기술(ICT)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오는 9일 오후 2시 서울 마포구 누리꿈스퀘어에서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과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특별법 하위법령 공개토론회’를 연다. 과기정통부는 시행령 초안을 설명하고 산업계와 학계의 의견을 수렴한 뒤 입법예고안을 보완할 예정이다. 특별법은 지난 6월9일 공포됐으며 9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2027년 3월10일 시행된다. 관건은 특별법상 AI 데이터센터의 범위다. 특별법 제2조는 AI 데이터센터를 AI기본법에 따른 데이터센터 가운데 ‘설비 및 규모 등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는 시설’로 규정했다. 구체적인 서버·연산장치 구성과 전력용량 등은 시행령에 넘긴 셈이다. 기준을 지나치게 높이면 중소·중견 사업자가 지원 대상에서 배제될 수 있고, 반대로 낮게 잡으면 일반 데이터센터가 일부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설치한 뒤 AI 데이터센터로 신고해 지원을 받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전체 서버에서 AI 연산장치가 차지하는 비중이나 실제 가동률, AI 서비스 제공 실적 등을 확인할 증빙 기준이 필요한 이유다. ◆ 개방형 AI DC 포함 추진…“누가 쓰나보다 어떻게 쓰나” 정부가 방향을 분명히 한 부분은 개방형 AI 데이터센터다. 개방형 AI 데이터센터는 사업자가 직접 사용하는 자가용 센터와 달리 외부 기업과 연구기관에 GPU·신경망처리장치(NPU), 공간과 전력 등을 임대하거나 공유하는 시설이다. 장기철 과기정통부 AI데이터진흥과장은 지난 2일 국회에서 열린 ‘AI 시대 네트워크 고도화 방안’ 정책간담회에서 “지금은 디테일이 필요한 시기”라며 자가용뿐 아니라 개방형 AI 데이터센터도 특별법의 정의와 적용 대상에 포함하는 방향으로 시행령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모정훈 연세대 산업공학과 교수는 당시 국내 AI 데이터센터의 91.3%가 여러 기업이 이용하는 개방형 구조라며, 이를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AI 활용 기회까지 줄어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설을 누가 소유하거나 직접 쓰는지보다 국내 AI 산업에 얼마나 기여하는지를 기준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다만 개방형 센터를 포함하는 것과 세제 혜택을 주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특별법 자체가 AI 데이터센터 전체에 일률적인 세액공제를 부여하는 것은 아니다.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른 공제를 받으려면 해당 시설이 국가전략기술인 AI 개발과 서비스에 실제 활용된다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 이에 따라 GPU 보유량이나 임대계약만으로 인정할지, 국내 기업의 이용 비중과 AI 연산 실적까지 요구할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해외 빅테크에 컴퓨팅 자원을 전량 제공하는 센터까지 국내 산업 지원 대상으로 볼 것인지도 시행령과 세제 운용 과정에서 정리해야 한다. 기존 AI 데이터센터의 적용 범위도 불분명하다. 법 부칙은 AI기본법 제25조에 따라 정부가 이미 진행한 처분과 절차는 특별법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인정한다. 그러나 법 시행 전에 민간이 자체적으로 구축한 모든 AI 데이터센터를 자동으로 지원 대상에 포함한다는 규정은 없다. 비수도권에서 운영 중인 센터를 확장하거나 일반 데이터센터를 AI 데이터센터로 전환하는 사업은 전력계통영향평가 특례 대상에 포함됐다. 반면 별도의 증설이나 전환 없이 가동 중인 센터가 금융·기반시설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는 시행령의 정의와 신고·경과 기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법 시행 전 투자와 시행 후 신규 투자 사이의 형평성을 위해 기준일과 인정 서류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 계통평가 면제는 비수도권만…‘몇 MW까지’가 핵심 전력 특례의 실효성은 면제 용량에 달렸다. 특별법 제19조는 비수도권에서 AI 데이터센터를 신축·확장하거나 기존 데이터센터를 AI 데이터센터로 전환할 때 전력계통영향평가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도록 했다. 수도권 데이터센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현행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 시행령상 전력계통영향평가는 지정 지역에서 10메가와트(MW) 이상의 전력을 새로 사용하거나 추가하는 사업자에게 적용된다. AI 데이터센터 특별법은 면제 가능한 전력용량을 다시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면제 상한을 현행 평가 대상 기준과 비슷하거나 그보다 낮게 정하면 특례의 체감 효과가 크지 않다. 반대로 대규모 센터까지 폭넓게 면제하면 비수도권 전력망의 보강 비용과 계통 안정성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센터 규모뿐 아니라 지역별 전력 여유와 자체 발전·에너지저장장치(ESS) 확보 여부 등을 함께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특별법 제20조는 재생에너지 전기공급사업자가 전력시장을 거치지 않고 AI 데이터센터에 전기를 직접 공급할 수 있도록 했다. 입법 과정에서 거론됐던 액화천연가스(LNG) 직접전력구매계약(PPA)은 최종 법률에서 빠졌다. 전력 조달의 선택 폭을 넓히면서도 탄소 감축 기조를 훼손하지 않아야 하는 과제가 시행 단계에 남았다. ◆ 인허가 ‘타임아웃제’ 법에 명시…접수 전 지연 막아야 인허가 처리기간은 법률에 이미 구체적으로 담겼다. 전력계통영향평가는 150일, 에너지사용계획 협의와 교통·경관·건축위원회 심의는 90일, 건축허가와 소방 동의 등은 40일 안에 검토 결과를 통지해야 한다. 특별한 사유가 있으면 한 차례에 한해 최대 30일 연장할 수 있다. 관계기관이 해당 기간 안에 거부 통지를 하지 않으면 기간이 끝난 다음 날 인허가 처리가 완료된 것으로 보는 ‘타임아웃제’도 도입됐다. 다만 사업자는 과기정통부의 사전 검토와 국가AI전략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야 일괄처리 절차에 들어갈 수 있다. 결국 신청서 보완과 관계기관 협의, 국가AI전략위원회 심의에 걸리는 시간이 별도로 길어지면 법정 처리기간을 단축한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 시행령에서는 신청 접수 여부를 결정하는 기한과 보완 요구 횟수, 관계부처 이견 조정 절차까지 구체화해야 한다. 지원 재원을 누가 부담할지도 남은 문제다. 특별법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전력·용수·도로·통신시설을 우선 설치하고 GPU 등 연산장비의 구입·임대를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자금 융자와 투자, 보조금 지급 근거도 마련했다. 그러나 대부분이 ‘지원할 수 있다’는 임의규정이어서 예산과 비용 분담 기준이 뒤따르지 않으면 사업자가 체감하기 어렵다. 장 과장은 “업계 의견을 적극 반영해 AI 데이터센터 특별법 시행령을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는 9일 공개될 초안에서는 AI 데이터센터의 설비·규모 기준과 개방형 센터의 증빙 요건, 비수도권 계통영향평가 면제 전력용량, 기존 센터에 대한 경과조치가 핵심 검증 대상이 될 전망이다.
2026-09-07 09:20:15
-
-
-
-
"AI 부동산을 선점하라"…SK·GS·네이버, 550조 데이터센터 대전
[경제일보] 인공지능(AI) 시대의 핵심 부동산은 그래픽처리장치(GPU)가 연산하는 AI 데이터센터다. 생성형 AI 확산으로 데이터센터는 서버 보관시설을 넘어 전력과 데이터를 지능으로 바꾸는 ‘AI 공장’으로 진화하고 있다. 정부가 공개한 1단계 구상은 SK 5기가와트(GW), GS 2.4GW, 네이버 1GW 등 총 8.4GW다. 투자 유치를 포함한 사업 규모는 약 550조원이다. 다만 이는 확정 투자액이라기보다 자체 자금과 외부 투자, 금융조달, 장비 구입비를 합친 장기 사업 규모에 가깝다. 실제 사업화에는 전력과 GPU, 장기 고객 확보가 뒤따라야 한다. 세 기업의 출발점은 뚜렷하게 갈린다. SK는 반도체·통신·에너지를 연결하고, GS는 발전·건설 역량과 산업부지를 활용한다. 네이버는 자체 AI와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운영 경험을 앞세운다. 결국 승부는 누가 전력과 반도체, 고객, 소프트웨어를 하나의 수익모델로 묶어내느냐에 달렸다. SK, 전담법인 세우고 ‘AI 수직계열’ SK의 강점은 AI 데이터센터의 핵심 요소를 그룹 안에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SK하이닉스는 AI 서버용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공급하고, SK텔레콤은 통신망과 기업 고객, 데이터센터 운영 경험을 보유했다. 여기에 에너지 계열사의 발전·재생에너지 역량까지 더하면 반도체와 전력, 네트워크, 운영을 아우르는 수직계열 구성이 가능하다. SK텔레콤은 최근 AI 데이터센터 사업개발 전문회사 ‘SK하이퍼’를 100% 자회사로 설립했다. SK하이퍼는 부지 확보와 변전소 구축·운영, 고객 유치, 사업화를 전담한다. SK텔레콤은 2030년까지 7500억원을 분할 출자해 사업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울산에서는 아마존웹서비스(AWS)와 함께 2027년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하이퍼스케일급 데이터센터를 건설 중이다. 장기적으로는 1GW 이상 규모로 확대한다는 구상이지만, 구체적인 시기와 규모는 수요와 투자 여건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2029년부터 5GW를 단계적으로 열고 2035년 15GW까지 확대할 계획”이라며 “울산을 시작으로 영남권 2GW 이상, 충청권과 서남권에 각각 1GW 구축을 목표로 하되 세부 부지와 용량은 전력 수급과 앵커 테넌트 확보 여부를 따져 확정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시설은 고객 수요에 맞춰 용량을 높이는 램프업 방식으로 운영할 예정”이라며 “단기적으로는 확보 가능한 전력을 활용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재생에너지와 배터리에너지저장장치(BESS), 액화천연가스(LNG), 소형모듈원자로(SMR) 등으로 공급 기반을 확대할 방침”이라고 했다. AI 서비스가 확산될수록 추론 수요가 커지는 만큼 GPU와 NPU를 용도에 맞게 활용하는 이기종 구성의 중요성이 커질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SK텔레콤은 리벨리온의 신경망처리장치(NPU) ‘아톰’을 자체 서비스에 시험 적용했고, Arm·리벨리온과 NPU·중앙처리장치(CPU) 결합 인프라도 추진 중이다. 그룹 안의 반도체·통신·에너지 자산을 묶어 글로벌 AI 수요를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GS, 동해 보유 부지로 2.4GW 개발 GS는 발전과 건설, 산업부지 개발 역량을 앞세운다. 강원 동해시 북평제2일반산업단지 내 GS동해전력 보유 자산을 활용해 2028년 1.2GW, 2029년 추가 1.2GW를 구축하는 단계적 개발 계획을 세웠다. 그룹 안에는 발전사업을 운영하는 GS EPS와 GS E&R, LNG·재생에너지 사업을 맡는 GS에너지, 대형 인프라 시공 경험을 가진 GS건설이 있다. GS칼텍스도 액침냉각유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미 확보한 산업단지 자산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은 신규 부지를 처음부터 개발하는 사업자보다 초기 준비 기간을 줄일 수 있는 강점으로 꼽힌다. GS 관계자는 “강원 동해시 북평제2일반산업단지 내 GS동해전력 보유 자산을 활용해 2028년 1.2GW, 2029년 추가 1.2GW를 구축할 예정”이며 “현재 사업 추진을 위한 검토와 준비를 단계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GS의 강점이 보유 자산과 인프라 역량이라면, 과제는 고객과 전력 구조의 구체화다. 발전소와 부지가 가깝다고 해서 데이터센터에 전력이 자동으로 공급되는 것은 아니다. 송전망 접속과 전력거래 구조를 세밀하게 설계해야 한다. 자체 AI 모델이나 클라우드 고객 기반이 상대적으로 약한 만큼, 2.4GW를 장기간 사용할 핵심 고객을 확보하는 일도 중요하다. 네이버, ‘각 세종’서 연산을 매출로 네이버는 세 기업 가운데 계획 규모는 가장 작지만, 데이터센터에서 생산한 연산을 직접 활용할 서비스와 이를 외부로 판매할 플랫폼을 함께 갖췄다는 점이 차별화 요소다. 검색과 광고, 쇼핑, 클라우드, 하이퍼클로바X 등 자체 서비스가 모두 대규모 컴퓨팅 자원을 필요로 한다. 네이버는 2027년 상반기 55메가와트(MW) 규모의 글로벌 AI 팩토리를 가동하고, 2028년에는 200MW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후 ‘각 세종’을 거점으로 1GW급으로 확장하는 구상을 세웠다. 엔비디아는 네이버에 10억 달러를 투자해 지분 4.5%를 취득하기로 했다. 네이버는 90억 달러 규모 GPU 인프라와 데이터센터 확보를 위해 브룩필드를 독점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다만 브룩필드 자금은 사전계약 단계여서 최종 조건은 더 지켜봐야 한다. 네이버클라우드 관계자는 “‘각 세종’을 거점으로 1GW급까지 빠르게 확장하고, 확보한 컴퓨팅 자원은 네이버 서비스뿐 아니라 외부 고객사에도 활용할 것”이라며 “AI 팩토리는 GPU 임대와 클라우드, 기업용 AI, 자체 서비스 고도화까지 포괄하는 비즈니스 플랫폼”이라고 했다. 소버린 AI의 핵심은 AI 모델과 데이터에 대한 온전한 통제권이다, 고객이 인프라와 데이터를 독립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는 이유다. 네이버는 전국 20여곳에 GPU 상면을 확보하고 약 10만장 수준의 GPU를 운영하고 있다. 엔비디아와 오픈 모델 기술을 공유하면서도 하이퍼클로바X는 자체 데이터와 인프라로 학습해 직접 소유·통제한다는 점도 강조한다. 다만 핵심 연산장비에 대한 엔비디아 의존과 국산 AI 반도체 도입은 여전히 과제로 남는다. 전력·고객 없으면 ‘AI 공장’도 멈춘다 세 기업의 공통 병목은 전력이다. 데이터센터와 GPU를 확보해도 변전소와 송전망에 연결하지 못하면 가동할 수 없다. 대형 전력기기의 긴 납기, 송전선 건설에 필요한 인허가와 주민 동의 역시 사업 속도를 좌우하는 변수다. 550조원 투자가 국내 산업 성장으로 이어질지도 따져봐야 한다. HBM과 변압기, 냉각설비, 네트워크 장비 시장은 커질 수 있지만, 투자금이 해외 GPU와 서버·소프트웨어 구매에 집중되면 국내에 남는 부가가치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국산 NPU와 전력·냉각장비가 실제 발주에 얼마나 반영되는지가 중요한 이유다. 세 기업의 전략은 분명히 갈린다. SK는 반도체와 통신, 에너지를 묶고 전담 개발법인까지 세웠다. GS는 동해의 기존 산업부지를 활용해 단계적 개발에 나섰다. 네이버는 GPU와 클라우드, AI 모델을 연결해 연산을 매출로 바꾸는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결국 경쟁력은 시설 크기 자체가 아니라 안정적인 전력과 GPU, 장기 고객, 운영 소프트웨어, 금융비용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결합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 가운데 하나라도 빠지면 초대형 데이터센터는 ‘AI 공장’이 아니라 값비싼 서버 창고에 머물 수 있다.
2026-07-28 16:07:34
-
"AI가 신소재 찾는다"…LG CNS, 엔비디아·메타와 'AI 포 사이언스' 참전
[경제일보] 인공지능(AI)이 코드를 작성하고 문서를 생성하는 단계를 넘어 신약과 신소재를 설계하는 'AI 포 사이언스'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AI가 기업의 연구개발(R&D)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다. 이에 LG CNS는 글로벌 AI 신소재 개발 연합에 합류해 국내 제조·소재 기업들의 AI 전환(AX)을 지원하며 차세대 AI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27일 LG CNS는 영국 AI 스타트업 커스프AI의 글로벌 협력체 'AI 머티리얼즈 파운드리' 창립 멤버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LG CNS는 커스프AI와 협력해 국내 산업용 신소재 개발 분야 AX 사업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AI 머티리얼즈 파운드리는 AI와 화학, 소재, 컴퓨팅 인프라 분야 기업 및 연구기관들이 AI를 활용해 신소재 개발 혁신을 추진하는 글로벌 연합체다. 엔비디아와 메타, AMD를 비롯해 48개 글로벌 기업 및 연구기관이 참여하고 있으며, 3M과 머크 등 글로벌 소재 기업들도 신소재 개발을 위해 협력체에 합류했다. 최근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AI를 활용한 신약과 신소재 개발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AI가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최적의 후보 물질을 탐색하고 검증하는 능력을 갖추면서 수년이 걸리던 연구개발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AI를 활용한 신소재 개발이 반도체와 배터리, 화학, 에너지 산업의 새로운 경쟁력으로 떠오르면서 'AI 포 사이언스'는 AI 산업의 다음 격전지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신소재 개발은 소재 하나가 산업 전체의 경쟁력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성이 크지만 개발 기간이 길고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분야로 알려졌다. 수많은 물질 조합을 직접 실험해야 하는 만큼 연구개발에만 수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한 경우도 적지 않았고, 이에 글로벌 기업들은 AI를 활용해 개발 가능성이 높은 후보 물질을 선별하고 실험 과정을 최적화하는 방식으로 연구개발 패러다임 전환에 나서고 있다. 커스프AI는 AI와 소재 과학을 결합해 최적의 소재를 AI로 설계하고 탐색하는 플랫폼을 개발한 영국 AI 스타트업이다. 지난 2024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제프리 힌턴이 자문위원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최근 약 4억5000만 달러(약 68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는 등 약 4조원의 기업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도 주요 투자자로 참여하고 있다. AI 머티리얼즈 파운드리는 참여 기업들의 실험 데이터와 연구 네트워크, 컴퓨팅 인프라 등을 커스프AI의 에이전틱 AI 플랫폼에 통합해 산업용 신소재 설계부터 발굴과 검증, 상용화까지 전 과정을 지원한다. AI가 원하는 물질의 조건과 특성을 학습한 뒤 방대한 양의 후보 물질을 생성하고 검증하는 방식이다. 실제 핀란드 화학 기업 케미라는 해당 플랫폼을 활용해 수년이 걸리던 신소재 개발 기간을 약 6개월 수준으로 단축했다. AI는 약 300조개의 분자 구조를 탐색해 20개의 신소재 후보 물질을 도출하며 연구개발 효율성을 크게 높인 것으로 평가된다. LG CNS는 이번 협력을 통해 국내 제조·소재 기업들이 글로벌 수준의 AI 기반 신소재 연구 생태계를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반도체와 화학, 에너지 산업을 중심으로 신소재 개발을 추진하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커스프AI의 에이전틱 AI 플랫폼을 제공하고, 플랫폼 운영과 데이터 처리, 결과 검증 등을 수행하는 플랫폼 딜리버리 파트너 역할을 맡는다. 국내 기업들은 고가의 연구 장비나 대규모 AI 인프라를 직접 구축하지 않고도 글로벌 연구 네트워크를 활용한 신소재 개발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고객사는 별도의 AI 전문 인력 없이도 플랫폼을 활용해 상시적으로 신소재 개발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으며, 플랫폼에 적용할 소재 데이터 처리부터 검증 결과 해석과 유지보수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기술 유출과 지식재산권(IP)에 대한 안전장치도 마련됐다. 고객사의 데이터는 독립된 전용 서버에서 격리·관리되며 AI 모델 학습에 재사용되지 않는다. 신소재 관련 특허 소유권 역시 의뢰 기업이 보유하도록 명확히 규정해 소재 기업들의 기술 보호 문제도 고려했다. AI 인프라 경쟁 역시 AI 팩토리를 넘어 연구개발 분야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과거 AI 경쟁이 GPU 확보와 데이터센터 구축에 집중됐다면 최근에는 AI를 활용해 실제 산업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AI 연구소' 경쟁으로 진화하고 있다. 특히 제조업 강국인 국내 산업 구조를 고려할 때 신소재 개발 분야의 AX는 기업들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요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LG CNS는 이번 글로벌 협력체 참여를 계기로 국내 제조·소재 기업들의 신소재 개발 AX를 지원하고 글로벌 시장에서도 관련 사업 기회를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장민용 LG CNS 화학·전지사업부장 상무는 "신소재 개발 분야에서 비용과 시간 효율성을 높이는 것은 기업 핵심 경쟁력으로 직결된다"며 "AI가 선택이 아닌 필수인 만큼, 국내 제조·소재 기업이 세계 최고 수준의 AI 기반 신소재 연구 생태계를 활용해 실질적 사업 성과를 조기에 창출할 수 있도록 AI 파트너의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6-07-27 10:00:00
-
이재명 대통령, 브라질 첫 일정은 수송기 시찰…방산·핵심광물 협력 넓힌다
[경제일보] 이재명 대통령이 브라질 국빈방문 첫 일정으로 한국 공군이 도입할 C-390 수송기를 시찰했다고 청와대측은 밝혔다. 미국과 유럽 중심이던 국방 협력을 브라질로 넓히는 동시에 방산과 핵심광물, 공급망을 묶은 남미 경제안보 외교에 시동을 걸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방문을 마친 이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는 26일 오후 현지시간 브라질 수도 브라질리아에 도착했다. 브라질 외교부 관계자와 최영한 주브라질대사 등이 공항에서 이 대통령 부부를 맞았다. 이 대통령은 환영행사를 마친 뒤 브라질리아 공군기지에 전시된 엠브라에르의 다목적 수송기 C-390 밀레니엄을 살펴봤다. 기체 제원과 생산·납품 계획을 설명받고 현지에서 교육 중인 한국 공군 조종사 및 정비사들과도 만났다. 이 대통령은 “브라질과 국방 협력의 첫 시작이라 의미가 크다”며 “앞으로 더 많은 협력을 만들자”고 말했다. 국빈방문 첫 행보로 군용기를 선택하면서 C-390 도입을 단순 구매가 아닌 양국 방산·항공산업 협력의 출발점으로 부각한 것이다. C-390은 브라질 항공기 제조업체 엠브라에르가 개발한 중형 군용 수송기다. 최대 26톤의 화물을 싣고 병력과 장비 수송, 공중 투하, 의무 후송, 재난 구조, 공중급유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비포장 활주로에서도 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한국은 2023년 공군 대형수송기 2차 사업 기종으로 C-390을 선정했다. 미국 록히드마틴 C-130J 등과 비교해 성능과 가격, 계약 조건, 국내 산업 협력 계획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결과다. 한국은 C-390을 도입하는 첫 아시아 국가다. 사업 규모는 교육과 예비부품, 지상 지원장비 등을 포함해 총 8830억원이다. 올해 12월 1호기를 시작으로 2027년 12월까지 3대가 한국 공군에 인도될 예정이다. 3대의 기체 가격만을 합산한 금액이 아니라 후속 지원을 포함한 전체 사업비라는 점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엠브라에르는 지난 2월 한국 공군용 첫 C-390이 최종 조립 단계에 들어갔다고 발표했고, 3월에는 초도 비행을 마쳤다. 한국 기업이 일부 부품 공급과 정비 체계 구축에 참여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어 향후 아시아·태평양 지역 C-390 운용국을 지원하는 정비·부품 거점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29일까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의 초청에 따른 국빈방문 일정을 소화한다. 브라질리아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방산과 공급망, 기후·에너지, 첨단산업 분야의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양 정상은 노동 현장에서 출발해 대통령에 올랐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룰라 대통령은 올해 2월 한국을 국빈방문했으며, 양국은 정상 간 교류를 이어가며 협력 분야를 넓히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후 상파울루에서 동포 오찬 간담회와 한·브라질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을 주재한다. 브라질은 남미 최대 경제국이자 한국의 중남미 최대 교역·투자 파트너로, 항공우주와 바이오연료, 농업, 희토류 등에서 협력 여지가 크다. 브라질 방문을 마친 뒤에는 29일부터 칠레, 30일부터 8월 1일까지 아르헨티나를 찾는다. 칠레에서는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 대통령과 자유무역협정(FTA) 현대화와 구리·리튬 공급망을 논의한다. 아르헨티나 방문은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22년 만으로,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과 셰일가스와 광물, 통상 협력 등을 협의할 예정이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브라질의 희토류와 칠레의 구리·리튬, 아르헨티나의 셰일가스를 언급하며 “남미 주요 3개국과 경제안보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한국 외교의 지평을 글로벌사우스로 확대하는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2026-07-27 07:32:34
-
KAIST에 엔비디아 AI 연구거점 들어선다…5년간 3억달러 협력
[경제일보] KAIST와 엔비디아가 5년간 3억달러 규모의 인공지능(AI) 공동 연구에 나선다. 단순한 산학협력이나 장비 지원을 넘어 한국어와 국내 산업 환경에 특화된 AI 모델을 개발하고, 연구인력을 엔비디아 글로벌 조직과 연결하는 장기 연구 체계를 구축한다. KAIST는 엔비디아와 김재철AI대학원 서울캠퍼스에 ‘엔비디아-KAIST AI 공동연구소’를 설립한다고 24일 밝혔다. 공동연구소는 차세대 AI 원천기술 확보와 연구인력 양성, 연구 결과의 산업·공공 분야 확산을 함께 추진한다. 초기 협력 기간은 5년이며 전체 사업 규모는 3억달러, 약 4200억원이다. 다만 3억달러 전액이 KAIST에 현금으로 투자되는 구조는 아니다. 엔비디아가 매년 제공하는 5000만달러 상당의 AI 컴퓨팅 자원과 기술·연구 지원 등을 포함한 협력 규모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공동연구의 중심에는 ‘에이전틱 AI’가 놓인다. 이용자의 질문에 답하는 데 그치지 않고 목표를 이해한 뒤 계획을 세우고 여러 도구를 호출해 업무를 수행하는 AI 모델과 에이전트 시스템을 개발한다. 한국어 이해 능력과 국내 기업의 업무 방식, 산업별 전문지식을 반영하는 연구도 병행한다. 연구에는 엔비디아의 GPU와 소프트웨어, 네트워크를 결합한 풀스택 AI 기술과 개방형 AI 모델 ‘네모트론’이 활용된다. 국내 엔비디아 클라우드 파트너가 제공하는 최신 컴퓨팅 인프라에 KAIST 연구진의 모델 설계와 학습, 추론 기술을 결합한다. 주요 연구 분야는 △에이전틱 AI 모델과 에이전트 시스템 △한국어 최적화 대규모 AI 모델 △국내 산업별 특화 모델 △추론·계획 능력을 갖춘 차세대 AI △다중 에이전트 협력과 결과 검증 △연구 성과의 기업·공공·국가 AI 시스템 적용 등이다. 인재 양성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한다. 공동연구소는 매년 KAIST 연구자 최소 10명을 선발해 연구를 지원하고, 지원 대상자에게 엔비디아 인턴십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엔비디아는 연구 성과와 역량이 우수한 국내 AI 연구자를 정규 연구직으로 채용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공동연구소장은 KAIST 김재철AI대학원에 부임하는 김현우 엔비디아 박사가 맡는다. 김 교수는 연구 주제를 설정하고 KAIST 연구진과 엔비디아 글로벌 연구조직 사이의 공동 프로젝트를 총괄한다. 연구소가 국내에 머무르지 않고 엔비디아의 해외 연구망과 연결되는 창구 역할을 맡는 셈이다. 이번 협력은 국내 AI 연구가 겪어온 컴퓨팅 자원 부족을 완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대규모 AI 모델은 아이디어와 데이터가 있어도 막대한 GPU 자원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학습과 검증이 어렵다. 안정적인 컴퓨팅 자원을 장기간 확보하면 단기 과제 중심에서 벗어나 실패 가능성이 높은 원천기술 연구에도 도전할 수 있다. 엔비디아에도 한국은 반도체와 제조, 통신, 로봇, 모빌리티 산업을 갖춘 AI 실증 시장이다. 공동연구소에서 개발한 모델을 국내 산업 현장에 적용하면 GPU 판매를 넘어 AI 소프트웨어와 플랫폼 생태계까지 영향력을 넓힐 수 있다. KAIST는 컴퓨팅 인프라와 글로벌 연구망을 확보하고, 엔비디아는 한국어·산업 특화 AI 기술과 인재를 확보하는 구조다. 배충식 KAIST 총장은 “세계 최고 수준의 AI 연구 역량과 최첨단 인프라를 결합하는 전략적 파트너십의 출발점”이라며 차세대 원천기술 확보와 글로벌 인재 양성을 강조했다. 빌 달리 엔비디아 수석과학자 겸 연구부문 수석부사장은 한국의 산업과 언어에 맞는 AI 모델 및 에이전트 시스템 개발을 가속하겠다고 밝혔다.
2026-07-24 09:40:40
-
미국 무역법 301조 관세, 대미 투자로 면죄부 살 수는 없다
[경제일보]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미국의 무역법 301조 추가 관세 결정을 앞두고 22일(현지시간) 워싱턴을 찾았다. 김 장관은 미국 상무·에너지부와 의회 관계자들을 만나 통상 현안과 대미 전략투자, 조선·에너지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우리 기업의 관세 부담을 줄이고 한미 교역의 불확실성을 낮추는 것은 정부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관세를 낮추기 위해 대미 투자 약속을 계속 확대하는 방식은 경계해야 한다. 관세를 낮추기 위해 대미 투자를 늘릴 수는 있다. 그렇다고 수익성과 국내 산업 효과가 불분명한 사업에 국민 자본을 투입해서는 안 된다. 관세 감면을 대가로 부실 투자 위험을 떠안는다면 통상 협상이 아니라 손해 보는 거래를 한 것이다. 미국은 강제노동 문제와 관련해 한국을 포함한 여러 교역 상대국을 대상으로 무역법 301조 조사를 진행하고 추가 관세를 검토해 왔다. 최종 세율과 대상 품목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자동차·철강·배터리·기계 등 대미 수출 업종에는 큰 부담이다. 정부는 협상에 최선을 다하되 관세가 현실화할 경우에 대비한 업종별 피해와 대응 방안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 한국은 이미 대규모 대미 전략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반도체와 인공지능, 에너지, 제약, 조선 등 미국 전략산업에 막대한 자금이 들어갈 예정이다. 정부는 상업성이 있는 사업을 선별하겠다고 하지만 안보와 공급망을 이유로 경제성이 낮은 사업까지 포함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대미 투자 규모가 크다고 국익이 자동으로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국내 기업이 미국에 공장을 세우면 현지 생산과 고용은 늘어난다. 반면 국내 설비투자와 협력업체 발주가 줄면 한국의 산업 기반과 일자리는 약해질 수 있다. 대기업 생산시설 하나가 해외로 이동하면 수많은 소재·부품·장비 업체와 지역경제도 영향을 받는다. 정부는 대미 투자 사업별 예상 수익과 회수 기간, 미국 측 분담 비율, 정부 보증과 정책금융 규모를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 사업이 실패했을 때 누가 손실을 부담하는지도 분명해야 한다. ‘전략적 필요’나 ‘동맹 강화’라는 추상적인 명분만으로 수십억달러의 투자를 정당화해서는 안 된다. 투자 심사도 정부 부처의 재량에만 맡겨서는 곤란하다. 산업·금융·통상 전문가가 참여하는 독립적인 심사체계를 마련하고, 일정 규모 이상의 정부 보증이나 정책금융이 투입되는 사업은 국회와 국민에게 보고해야 한다. 사후 수익률과 국내 고용 효과도 정기적으로 공개할 필요가 있다. 대미 투자에는 국내 산업을 지키는 조건을 붙여야 한다. 미국 현지 생산이 불가피하더라도 핵심 연구개발과 설계, 소재·부품 생산은 국내에 남겨야 한다. 해외 공장과 국내 협력업체 간 장기 공급계약을 유도하고, 대기업이 국내 인력 양성과 중소 협력업체의 기술 전환에도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 미국에도 기존 합의의 예측 가능성과 상호성을 요구해야 한다. 한국이 대규모 투자와 조선·에너지 협력을 약속한 뒤에도 새로운 조사와 관세가 반복된다면 안정적인 교역 질서를 기대하기 어렵다. 동맹은 한쪽이 관세를 위협하고 다른 쪽이 투자를 내놓는 관계가 아니다. <손자병법>에는 “먼저 이길 수 있는 형세를 갖춘 뒤 싸움을 구한다”는 뜻의 ‘선승이후구전(先勝而後求戰)’이 나온다. 통상 협상도 마찬가지다. 관세 결정이 임박한 뒤 투자 약속을 서둘러 내놓을 것이 아니라 업종별 피해와 대응 수단, 투자 원칙과 손실 방지 장치를 먼저 갖춰야 한다. 통상 협상의 목적은 관세율을 몇 퍼센트 낮추는 데 그치지 않는다. 국내 기업의 경쟁력과 협력업체, 일자리를 지키고 국민 자본을 안전하게 운용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정부는 대미 투자를 관세 면제권을 사기 위한 백지수표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관세는 협상할 수 있지만 국민의 세금과 산업 기반은 흥정의 대상이 될 수 없다.
2026-07-23 12:01:23
-
AI 정상외교의 빛과 그림자…국내 산업 뿌리 남겨야
[경제일보] 대통령이 세계 인공지능(AI) 산업의 중심으로 간다. 이재명 대통령은 24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최고경영자, 혹 탄 브로드컴 최고경영자를 차례로 만날 예정이다.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과 SK그룹 최태원 회장,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회장 등 국내 기업인들도 합류한다. 정부가 주최하는 AI 서밋에서는 양국 기업 간 협약이 체결되고, 글로벌 AI 협력 방향을 담은 선언도 발표될 예정이다. 참석자의 면면만으로도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반도체를 공급하는 엔비디아와 브로드컴, AI 모델을 만드는 오픈AI와 앤트로픽, 메모리와 제조 역량을 가진 삼성전자와 SK, 피지컬 AI의 거대한 실험장이 될 현대차가 한자리에 모인다. 한국이 세계 AI 생태계의 변방이 아니라 핵심 공급망의 한 축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정상외교가 기업 간 장벽을 낮추고 투자와 기술협력의 문을 여는 일은 마땅히 환영할 일이다. AI 산업은 한 나라가 모든 기술을 독자적으로 갖추기 어려운 거대한 결합체다. 그래픽처리장치와 메모리, 파운드리,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거대언어모델, 전력과 냉각 설비가 맞물려야 한다. 한국이 미국 빅테크와 손잡지 않고 AI 경쟁의 속도를 따라잡겠다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기술동맹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조건에 가까워지고 있다. 하지만 동맹은 악수로 완성되지 않는다. 협력이라는 이름 아래 무엇을 내주고 무엇을 가져오는지, 그 결과가 어느 나라의 공장과 연구소, 일자리와 세수로 남는지를 따져야 한다. 정상외교의 성과를 협약 건수나 투자 금액으로만 평가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해외에서 박수를 받은 양해각서가 국내 산업의 뿌리를 약하게 만든다면 외교적 성과는 산업적 비용으로 돌아온다. 공교롭게도 대통령의 샌프란시스코 방문을 앞두고 산업통상부 장관도 워싱턴으로 향했다. 김정관 장관은 미국 상무·에너지 당국과 한국 기업의 대미 전략투자, 에너지·자원 협력 등을 논의한다. 정부는 한미전략투자특별법에 따라 대미 투자사업을 구체화하고 있고, 현재 논의되는 한국의 대미 투자 약속은 3500억달러 규모다. 같은 시기에 샌프란시스코에서는 AI 기술협력을 넓히고, 워싱턴에서는 한국 자본의 미국 투자를 협의하는 셈이다. 미국에 투자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다. 세계 최대 시장에 공장을 짓고 현지 고객과 가까워지는 것은 기업의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다. 관세와 보조금, 조달 규정이 기업의 입지를 좌우하는 시대에는 현지 생산도 경쟁력의 일부다. 미국 시장을 지키기 위한 투자를 애국심만으로 막을 수도 없고, 막아서도 안 된다. 문제는 균형이다. 해외 공장을 하나 세울 때 국내 공장 하나가 사라지고, 해외 연구소를 키울 때 국내 인재 채용이 줄어드는 구조가 고착돼서는 안 된다. 대기업이 생산시설을 옮기면 협력업체와 장비업체, 물류와 지역 상권도 함께 움직인다. 산업 공동화는 어느 날 공장 문에 붙은 폐업 공고로 시작되지 않는다. 국내 증설이 미뤄지고, 신규 채용이 줄고, 핵심 연구조직이 해외로 이동하는 작은 변화가 쌓여 어느 순간 산업 생태계 전체의 빈자리로 나타난다. 특히 AI는 과거 제조업보다 기술 종속의 위험이 크다. 한국 기업이 반도체와 데이터, 전력, 자본을 제공하더라도 핵심 모델과 플랫폼,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해외 기업이 독점한다면 한국은 고부가가치 사슬의 중심이 아니라 값비싼 기반시설을 제공하는 하청기지에 머물 수 있다. 메모리 반도체를 잘 만드는 것과 AI 시대의 주도권을 갖는 것은 같은 말이 아니다. 따라서 정부는 AI 정상외교의 성과를 국내에 남기기 위한 원칙을 먼저 세워야 한다. 우선 정책금융과 공적 보증이 투입되는 해외 투자에는 국내 투자 연계 조건을 붙여야 한다. 국내 연구개발센터 유지, 핵심 공정 투자, 협력업체 발주, 인재 양성 계획을 함께 따져야 한다. 해외 투자의 수익성뿐 아니라 국내 산업에 남기는 파급효과도 국익 심사의 기준이 돼야 한다. 또한 글로벌 빅테크와 체결하는 기술협약에는 한국 기업의 역할과 지식재산권의 귀속을 명확히 해야 한다. 데이터는 한국이 제공하고, 설비투자는 한국 기업이 부담하면서 핵심 기술과 수익은 해외 플랫폼에 집중되는 계약이라면 기술동맹이라 부르기 어렵다. 공동 연구의 성과가 국내 연구자와 스타트업, 대학으로 확산될 수 있는 통로도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해외 벤처자본과의 협력에는 상호성이 필요하다. 이 대통령은 샌프란시스코에서 세쿼이아캐피털과 앤드리슨호로위츠 등 글로벌 벤처투자회사 관계자들을 만나고, 국민연금과 이들 투자회사 간 장기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 체결 행사에도 참석한다. 한국 자본이 실리콘밸리의 혁신기업에 투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실리콘밸리의 자본과 네트워크도 한국의 AI 스타트업과 연구 생태계로 들어오게 해야 한다. 정상외교의 성과를 협약 건수가 아니라 국내 잔존 가치로 평가해야할 필요도 있다. 협약 이후 국내 투자액이 얼마나 늘었는지, 몇 명을 새로 고용했는지, 국내 중소기업이 공급망에 얼마나 진입했는지, 공동 연구에서 한국이 확보한 특허와 기술이 무엇인지 공개해야 한다. 양해각서는 출발선일 뿐이다. 이행되지 않는 협약은 외교행사의 장식품에 지나지 않는다. ‘대학’에는 “사물에는 근본과 말단이 있고, 일에는 시작과 끝이 있다(物有本末 事有終始)”는 구절이 나온다. AI 정상외교에서 글로벌 협약과 해외 투자는 뻗어 나가는 가지다. 국내 공장과 연구소, 인재와 협력업체는 뿌리다. 가지가 세계로 뻗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가지를 키우겠다고 뿌리의 물과 양분을 모두 빼내면 나무는 오래 서 있지 못한다. 한국 기업이 세계로 나아가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국내에만 머물라는 요구는 개방경제의 현실과도 맞지 않는다. 하지만 해외 진출을 세계화라는 말로 무조건 미화해서도 안 된다. 기업의 해외 투자는 기업의 판단이지만, 세제와 금융, 외교적 지원이 더해지는 순간부터는 국가 경제에 어떤 이익을 남기는지 물을 수밖에 없다. 정부는 대미 투자사업을 상업적 합리성과 국익을 기준으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원칙은 옳다. 이제 ‘국익’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정의해야 한다. 해외에서 거둔 수익만 국익이 아니다. 국내 생산능력과 연구인력, 기술자립도, 협력업체의 생존, 청년들이 일할 양질의 일자리도 국익이다. AI 정상외교는 한국에 큰 기회다. 엔비디아와 오픈AI를 만나고 세계의 자본을 연결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다만 진정한 성과는 회담장의 사진이 아니라 몇 년 뒤 국내 산업 현장에서 확인될 것이다. 한국에 연구소가 늘고, 공장이 증설되고, 스타트업이 성장하며, 청년들이 새로운 일자리를 얻을 때 기술동맹은 비로소 국익이 된다. 빅테크와 손을 잡되 산업의 뿌리는 한국에 남겨야 한다. 해외 시장을 넓히되 국내 생산 기반을 비워서는 안 된다. 세계 AI 질서에 깊숙이 들어가되 기술과 플랫폼의 종속국이 돼서도 안 된다. AI 정상외교의 성패를 가를 기준은 단순하다. 협력의 열매가 국내 산업과 국민에게 돌아오는가. 그 질문에 답하지 못하는 기술동맹은 동맹이 아니라 공동화의 통로가 될 수 있다.
2026-07-23 10:48: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