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한국이 자율주행·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국제표준화에서 주도권을 확보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개발한 권고안이 국제전기통신연합(ITU-T) 최초의 SDV 국제표준으로 채택됐고, 자율주행차 표준화 작업반 의장직도 한국인이 처음 맡게 됐다. 하지만 도로 위 현실까지 보면 마냥 박수칠 일만은 아니다. 기준을 만드는 데는 앞섰지만 실제 자율주행 차량을 도로에 내놓고 데이터를 쌓는 경쟁에서는 미국과 중국에 크게 뒤처져 있다.
한국은 이미 2020년 세계 최초로 레벨3 부분자율주행차 안전기준을 마련하며 자율주행 제도 선점에 나섰다. 당시에는 세계 자동차 수출 강국인 한국이 안전기준을 먼저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그러나 6년이 지난 지금 국내 도로에서 고도화된 자율주행 서비스를 접하기는 쉽지 않다. 기준을 먼저 만든 것이 실제 시장을 먼저 여는 것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더 큰 문제는 데이터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한국 전체 기업의 자율주행 누적 주행거리는 1306만km에 그친다. 반면 미국 웨이모는 지난해 기준 완전 자율주행 누적 운행거리가 1억2700만마일에 달했고, 중국 바이두는 올해 5월 기준 누적 자율주행 거리가 3억3000만km에 이른다.
한국이 국제표준을 만드는 동안 미국과 중국은 실제 도로에서 대규모 주행 데이터를 축적하며 기술 고도화와 상용화를 앞서가고 있다. 자율주행은 시험실에서 완성되지 않는다. 다양한 도로와 날씨, 돌발 상황을 실제 환경에서 반복 검증하고 데이터를 축적해야 기술을 고도화할 수 있다.
자율주행은 완성차만의 경쟁도 아니다. 차량용 AI 반도체와 센서, 고성능 컴퓨팅, 통신, 소프트웨어 등 다양한 기술이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 핵심 부품과 AI 기술에서 해외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는 국제표준화에서 확보한 주도권이 국내 산업 전체의 경쟁력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표준을 만드는 것과 그 표준을 실제 제품과 서비스에 구현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실증 환경도 경쟁국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정부가 레벨4 자율주행 상용화를 목표로 실증도시 확대와 규제 개선에 나서고 있지만 기술 개발과 실제 도로 검증 사이에는 여전히 간극이 있다. 안전을 이유로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안전 기준을 명확히 하면서 기업이 더 많은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도록 실증 범위를 넓히는 방향으로 제도를 바꿔야 한다.
표준화 성과를 산업 경쟁력으로 증명해야 할 시점이다. 세계가 따르는 기준을 만드는 데서 멈추지 않고, 그 기준을 적용한 차량과 서비스가 실제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한국이 국제표준을 주도한 만큼 기술과 상용화에서도 경쟁국을 따라잡는 성과가 필요하다. 국제표준을 선점한 성과가 산업 주도권으로 이어지는지는 이제 도로 위에서 증명해야 한다.


































![[SWOT 카드분석] 하나카드, 업권 수익성 둔화에도 순익 14%↑…트래블로그·건전성 강화 돋보여](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6/08/13/20260813163527526880_388_136.png)




댓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