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총 1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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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소 사회의 유일한 출구, '행정 통합'이라는 생존 카드
전 세계는 지금 ‘효율성’과 전쟁 중이다. 미국은 지난 수년간 잃어버린 제조업 패권을 되찾기 위해 공급망을 재설계하고 있고, 중국은 거미줄 같은 물류망으로 대륙을 연결해 ‘세계의 공장’ 지위를 굳혔다. 국경을 넘어 배터리 공급망을 분리하고 인프라를 연결하는 이 거대한 흐름의 핵심은 명확하다. 뭉쳐야 살고, 효율적이어야 생존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시계는 멈춰 있다. 대한민국, 특히 수도권의 행정 지도는 1995년 지방자치제 실시 당시의 그어진 선 위에 그대로 머물러 있다. 강산이 세 번 변하는 동안 도시는 팽창했고, 경기도민의 하루는 서울에서 시작해 서울에서 끝난다. ‘행정 구역’이라는 가상의 선은 이미 무너진 지 오래인데, 정작 행정 시스템은 그 선을 지키느라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치르고 있다. 젊은 세대에게 중요한 건 ‘내 주소지가 서울시인가 경기도인가’하는 타이틀이 아니다. 내가 사는 곳에서 직장까지 얼마나 빠르고 편하게 갈 수 있는지, 즉 ‘사용자 경험(UX)’이 중요하다. 하지만 현재의 파편화된 행정 구역은 교통망 하나를 깔 때도 지자체 간의 이해관계 조정에 수년을 허비하게 만든다. 서울의 생활권은 이미 경기도 인접 도시들을 깊숙이 파고들었는데, 행정 서비스는 이 실질 생활권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곧 다가올 지방선거를 앞두고 우리는 냉정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인구는 줄어들고 있다. ‘축소 사회’로의 진입은 확정된 미래다. 인구가 줄어드는 마당에 좁은 땅덩어리를 잘게 쪼개어 수많은 시장, 군수, 구청장을 뽑고 그들만의 리그를 유지할 여력은 없다. 이제는 행정 구역 통합을 ‘땅따먹기’나 ‘서울 비대화’라는 정치적 프레임이 아닌, ‘국가 운영체제(OS)의 업데이트’ 관점에서 봐야 한다. 과거 런던, 파리, 도쿄 등 선진 대도시들이 광역 행정 체계를 구축해 몸집을 불린 것은 단순히 과시욕 때문이 아니었다. 그것이 교통, 주거, 환경 문제를 가장 효율적으로 해결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는 길이었기 때문이다. 인구 감소 시대, 행정 통합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 과목이다. 쪼개진 행정력과 예산을 하나로 모아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야만 줄어드는 인구로도 도시의 기능을 유지할 수 있다. ‘메가시티 서울’ 논의는 그 시작점일 뿐이다. 비단 서울뿐만이 아니다. 생활권이 겹치는 지방 도시들 역시 과감하게 경계를 허물고 통합해야 한다. 다가오는 지방선거는 누가 우리 동네 보도블록을 바꿔줄지가 아니라, 누가 낡은 1995년의 지도를 찢고 2025년에 맞는 새로운 ‘행정 플랫폼’을 설계할 수 있는지를 묻는 장이 되어야 한다. 글로벌 경제 전쟁의 파고 속에서, 낡은 칸막이 행정은 우리의 발목을 잡는 가장 큰 리스크다.
2026-02-16 08:2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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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둘러싼 산업 재편…조선·해운·방산, '분업 시대' 끝났다
[이코노믹데일리] 조선·해운·방산 산업이 각자의 영역을 지키며 분업하던 시대가 저물고 있다. 군함과 상선, 물류와 방위를 나누던 경계가 빠르게 허물리면서 바다를 둘러싼 산업 지형이 통합 구조로 재편되는 흐름이 2026년 본격화될 전망이다. 글로벌 지정학 리스크와 공급망 불안, 에너지 전환이 맞물리면서 해양 산업은 더 이상 개별 업종의 집합이 아닌 '전략 산업 클러스터'로 재정의되고 있다. 해군 함정과 상선, 유지·보수·정비(MRO), 친환경 연료선이 하나의 밸류체인으로 엮이면서 조선·해운·방산의 경계는 사실상 의미를 잃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조선업계에서는 군함과 상선을 구분하던 기존 설계 관행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상선에 적용되던 △이중연료 추진 △전기화 기술 △스마트 조선 기술이 군함 설계에 자연스럽게 흡수되고 반대로 군함에서 요구되던 생존성·내구성·운용 안정성 개념이 상선과 특수선 설계에 반영되는 흐름이 확산되고 있다. 실제 한화오션은 차세대 함정 설계 과정에서 LNG·메탄올 등 이중연료 추진 개념과 디지털 트윈 기반 스마트 조선 기술을 병행 적용하며 군함과 상선의 기술 기반을 통합하는 방향으로 설계 체계를 고도화하고 있다. 친환경 연료선과 군수 보조함, MRO 전용선에 동일한 플랫폼 개념을 적용해 설계·건조·유지까지 하나의 밸류체인으로 묶는 전략이다. 이는 단일 선종 중심 경쟁에서 벗어나 다양한 수요를 동시에 흡수할 수 있는 구조로 조선 산업의 경쟁 축이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HD현대중공업 역시 상선에서 축적한 전기화·자동화 기술을 해군 함정과 특수선에 확대 적용하고 있다. 함정 운용 안정성과 생존성 기준을 상선 설계에 반영해 극지 운항선, 특수 목적선의 내구성과 운용 효율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방식이다. 특히 해군 함정, 보조함, 친환경 연료선, 극지·특수 목적선의 경계가 흐려지면서 조선사는 단일 선종이 아닌 '복합 플랫폼' 설계 역량을 핵심 경쟁력으로 삼고 있다. 선체·추진·전력·디지털 시스템을 공용화해 다양한 선종으로 확장할 수 있는 구조를 확보한 기업이 향후 해양 산업 클러스터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것이란 전망이다. 해운업의 역할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글로벌 해상 물류망이 지정학 리스크에 노출되면서 해운은 단순 상업 운송을 넘어 전략 물류·안보 공급망의 일부로 편입되는 양상이다. 국가 간 분쟁, 해상 봉쇄, 에너지 수송 차질 가능성이 상존하는 환경에서 선복 확보와 항로 운영은 민간 기업 차원의 문제가 아닌 국가 전략 자산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해운사는 △군수 지원 △전략 물자 수송 △비상시 물류 대응 역량까지 포괄하는 방향으로 역할을 확장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HMM은 글로벌 컨테이너 정기선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비상시 국가 물류망 유지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핵심 선사로 분류된다. 정부와 업계에서는 중동·홍해 사태, 미·중 갈등 심화 국면에서 주요 항로 유지 여부와 선복 확보 능력을 국가 차원의 리스크 관리 요소로 인식하고 있다. 상업 운송망이 동시에 전략 물류망으로 기능하는 구조다. 벌크선 중심의 팬오션 역시 에너지·원자재 수송 측면에서 전략적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석탄·철광석·곡물 등 핵심 원자재 운송은 물론 향후 암모니아·수소 등 에너지 전환 연료 수송까지 역할이 확대되면서 단순 화물 운송을 넘어 에너지 안보 물류의 한 축으로 평가받는다. 컨테이너와 벌크를 축으로 한 해운사의 역할 역시 상업 운송을 넘어 국가 안보와 에너지 전략을 떠받치는 구조로 확장되는 모습이다. 조선·해운·방산을 잇는 핵심 연결 고리로는 MRO와 친환경 연료선이 꼽힌다. 함정과 상선 모두 장기 운용과 가동률 관리가 중요해지면서 유지·보수·정비 역량은 조선사의 사후 사업이 아닌 주력 수익원으로 부상하고 있다. 여기에 LNG, 메탄올, 암모니아 등 친환경 연료선은 민간 상선과 군수 보급 체계를 동시에 포괄할 수 있는 전략 자산으로 주목받는다. 연료 공급선과 보조선, 특수선의 통합 운용 가능성이 커지면서 조선·해운·방산을 하나로 묶는 구조는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산업 재편의 방향성을 분명히 보여준다. 조선·해운·방산은 더 이상 분리된 업종이 아니라 설계·건조·운용·정비·연료 공급까지 하나의 생태계로 움직이는 해양 산업 클러스터로 진화하고 있다.
2026-01-05 08: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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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방산 수출 2막 연다… 2026년, '무기 판매' 넘어 '운용·정비·현지화' 경쟁
[이코노믹데일리] 한국 방산업계가 2026년을 기점으로 무기 체계 판매 중심 수출에서 벗어나 운용·정비(MRO)와 현지 생산을 포함한 장기 경쟁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 단순 계약 규모보다 장기 운용과 후속 지원을 통해 동맹국 군수 생태계에 얼마나 깊이 안착하느냐가 방산 수출의 성패를 가르는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 업계에서는 그동안의 단품 중심 수출을 '1단계', 운용·정비와 현지화 경쟁이 본격화되는 국면을 '2단계'로 구분한다. 지난 수년간 한국 방산업계는 대규모 무기 체계 수출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빠르게 키웠다. 전차·자주포·미사일 등 주요 무기 체계가 연이어 수출되며 단기간에 수주 실적을 쌓았지만 2026년을 전후해 방산 수출의 성격 자체가 달라질 것이라는 시각이 힘을 얻고 있다. 무기 체계는 판매 이후 수십 년간 운용과 유지·보수가 필수적으로 뒤따른다. 이에 따라 초기 계약 규모보다 운용 안정성, 정비 체계, 부품 공급 능력이 무기 체계의 실제 가치와 추가 수익을 좌우하는 구조다. 이 같은 변화는 방산 수출 구조에서도 확인된다. 단품 납품 중심 계약은 일회성 매출 비중이 크지만 MRO와 현지 생산·조립 체계가 결합될 경우 장기 매출과 안정적인 현금 흐름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발주국 입장에서도 단순 구매보다 자국 내 운용 역량 확보와 군수 생태계 육성이 중요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유럽과 중동, 아시아 일부 국가들은 무기 도입 과정에서 △현지 생산 비중 △기술 이전 △정비 역량 구축을 계약 조건으로 요구하는 사례를 늘리고 있다. 이에 따라 방산 수출은 단순 무기 거래를 넘어 산업·안보 협력 모델로 확장되는 양상이다. 국내 주요 방산 기업들도 이러한 흐름에 맞춰 전략을 재정비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폴란드 K9에서 기술이전·추가 실행계약을 이어가며 단순 납품을 넘어 현지 운용·정비 체계까지 묶는 방향을 강화하고 있다. 천무(Homar-K) 역시 유도탄 공급 실행계약과 함께 WB그룹과의 현지 생산 협력을 공개하며 플랫폼 수출에서 탄약·부품, 정비·성능개량으로 이어지는 장기 지원 사슬을 전제로 한 사업 구조를 넓혔다. 현대로템은 폴란드 K2 전차 2차 계약에서 현지 생산과 정비·훈련 패키지가 포함되는 구조를 통해 완제품 납품 이후 유지·운용 단계까지 사업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단순 전차 인도에 그치지 않고 현지 조립과 정비 역량 구축, 운용 인력 교육을 결합한 장기 협력 모델이 계약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다. LIG넥스원도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라크 등으로 방공체계 수출이 확대되면서 체계 특성상 장기간 운용을 전제로 한 후속 지원과 부품·정비 공급이 필수적으로 동반되는 구조가 부각되고 있다. 미사일·방공체계는 운용 소프트웨어와 요격체계 유지, 성능 개량 등이 지속적으로 요구되는 무기체계다. 초기 계약 이후에도 장기 운용 지원이 수익성과 직결되는 구조로 '판매 이후 경쟁'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한화시스템은 전차·자주포·방공체계에 적용되는 전투체계, 지휘통제(C4I), 레이더·센서 분야를 중심으로 무기 체계가 현지 군의 운용 환경에 안정적으로 통합·정착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플랫폼 수출 이후 현지 군의 지휘·통제 체계 연동,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운용 교육 및 기술 지원이 동반되면서 '판매 이후 운용 단계'에서의 장기 협력 비중이 확대되는 흐름이다. 이는 방산 수출 경쟁이 하드웨어 중심에서 체계 통합과 운용 안정성까지 포함하는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방산 수출의 무게 중심이 이동하면서 방산 기업의 역할도 달라지고 있다. 단순 제조·납품 기업이 아니라 운용·정비·교육·부품 공급까지 아우르는 종합 파트너로서의 역량이 요구되는 국면이다. 이는 곧 방산 기업이 발주국의 안보 전략과 산업 정책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위치에 섰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한화시스템 관계자는 "방산 수출 경쟁이 단순 무기 납품을 넘어 운용 안정성과 체계 통합 역량으로 옮겨가고 있다"며 "레이더와 지휘통제·통신 등 핵심 소프트웨어 역량을 바탕으로 무기 체계가 현지 군의 운용 환경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2026년을 한국 방산 수출 '2막'이 본격적으로 열리는 해로 평가한다. 계약 숫자와 수주 금액보다 운용·정비 체계와 현지화 전략이 얼마나 실질적으로 작동하느냐가 성패를 가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2026-01-04 08: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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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흔들리는 사이… K-중공업에 '전략적 틈새' 열렸다
※ '강철부대'는 철강·조선·해운·방산 같은 묵직한 산업 이슈를 유쾌하게 풀어내는 코너입니다. 붉게 달아오른 용광로, 파도를 가르는 조선소, 금속보다 뜨거운 사람들의 땀방울까지. 산업 한복판에서 만나는 이슈를 '강철부대원'처럼 직접 뛰어다니며 생생하게 전해드립니다. 새로운 에너지를 충전하는 주말, 강철부대와 함께 대한민국 산업의 힘을 느껴보세요! <편집자주> [이코노믹데일리] 중국 중심으로 돌아가던 중공업 질서에 균열이 감지되고 있다. 값싼 물량으로 세계 중공업 시장을 밀어붙이던 중국의 철강과 조선, 그 바깥에 있던 방산까지 규제와 정책 변화가 겹치며 글로벌 산업 판도가 미세하게 이동하고 있다. 이 틈에서 포스코·현대제철·삼성중공업·한화오션 등 국내 중공업 기업들이 '버티는 주체'가 아니라 '자리를 옮기는 주체'로 전환하고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탄소 규제는 철강 질서를 바꾸고 공급 피로는 조선의 우위를 흔들며 정책 수요는 방산 방향을 바꾸고 있다. 철강→조선→방산으로 이어지는 중공업 핵심 축 전반에서 '중국 약세·한국 기회'가 동시에 작동하는 국면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공업 환경 변화는 단순한 경기 사이클 조정이 아니라 공급망 권력 이동의 성격을 띠고 있다. 중국 중심의 저가·대량 공급 구조가 규제와 정책 변화에 부딪히면서 상대적으로 규제 대응력이 높은 국가와 기업으로 판이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철강, CBAM이 흔드는 중국 가격 경쟁력 가장 먼저 구조 변화가 감지되는 분야는 철강이다. EU(유럽연합)는 내년 1월 1일부터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정식 도입할 예정이며 이행규정 초안에서는 중국 고로(BOF) 기반 철강 제품의 배출계수가 EU가 제시한 벤치마크를 크게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CBAM 비용이 본격 부과될 경우 중국산 철강의 유럽 수출 가격이 구조적으로 상승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결국 CBAM 비용이 가격에 반영되는 순간 중국 철강은 '저가'라는 기존 무기를 잃고 고비용 구조로 경쟁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여기에 중국 철강업 PMI(구매관리자지수)가 11월 48로 재차 하락하며 수요 둔화에 따른 생산 축소 가능성이 커지는 감산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한다. 수요 둔화와 규제 비용이 동시에 작용하면서 중국산 철강의 가격 경쟁력은 이전과 같은 수준을 유지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반면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국내 철강사는 상대적으로 낮은 탄소 배출계수와 고부가 제품 중심의 수출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 중국산 가격이 상승할 경우 별도의 공격적 전략 없이도 유럽 시장에서 경쟁력이 자동으로 개선되는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는 평가다. 조선, 중국 공급 피로가 만든 선택지 변화 조선업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감지된다. 글로벌 LNG(액화천연가스)선 발주가 2026년을 전후로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지만 중국 조선소들은 PMI 급락과 저가 수주 누적에 따른 수익성 저하, 슬롯 포화 등으로 공급 피로가 누적되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중국 조선소들이 물량은 확보했지만 수익성 부담이 커지면서 저가 수주를 줄이고 생산량을 조절하는 감산성 공급 조정 가능성이 거론된다고 본다. 이 경우 글로벌 선사 입장에서는 고난도 LNG선과 같은 핵심 선종에서 선택 가능한 공급처가 제한되며 납기 안정성과 품질 검증이 이뤄진 한국 조선사로 발주가 이동할 수 있다. 삼성중공업·HD현대중공업 등 LNG선 중심 포트폴리오를 갖춘 국내 조선사들은 직접적인 선가 인상 없이도 상대적인 수혜를 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 즉 중국발 공급 우위가 흔들릴 경우 국내 조선사들은 '선가 중립' 국면에서도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방산, 진입장벽이 가장 높은 시장 가장 구조적인 변화는 방산 영역에서 나타나고 있다. 방산은 가격 경쟁이 아니라 안보 동맹·정책 신뢰·장기 운용 체계 검증이 발주를 좌우하는 시장으로 이러한 특성상 중국 업체가 구조적으로 진입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여기에 미국을 중심으로 한 해군력 증강과 동맹국 간 방산 협력 강화 흐름이 더해지며 수요 기반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한화오션은 잠수함·SMX(차세대 수출형 잠수함)·해군 지원함 등 고부가 방산 선박 비중을 확대하며 방산 조선사로서의 정체성을 빠르게 강화하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 역시 함정·특수선·군수지원선 등 방산 포트폴리오를 늘리며 상선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는 전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들 선종은 단순 건조 역량보다 설계·체계 통합·장기간 유지보수(MRO)까지 포함한 종합 능력이 요구되는 분야다. 특히 2026년을 전후해 논의되고 있는 MASGA(미·한 조선·방산 협력) 펀드는 한국 방산·조선의 시장 접근성을 한 단계 끌어올릴 변수로 평가된다. 동맹 기반의 방산 협력 구조가 제도화될 경우 한국 조선사는 단순 수주 경쟁을 넘어 미국·우방국 해군 전력 현대화의 핵심 파트너로 역할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 약세·한국 기회…동시 작동 최근 흐름은 단일 변수로 설명되는 특정 업종의 사이클 변화가 아니라 중국 중심으로 형성됐던 글로벌 중공업 질서가 재편되는 신호로도 볼 수 있다. 결국 지금의 변화는 특정 업종의 호재나 일시적 반등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중국 공급망이 흔들리고 규제·정책의 축이 이동하는 과정에서 누가 밀리고 누가 올라서는지가 동시에 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철강에서는 탄소가 가격이 되고 조선에서는 공급 피로가 경쟁력이 되며 방산에서는 정책이 시장을 만든다. 이 세 흐름이 한 지점에서 만나는 순간 한국 중공업은 더 이상 방어적인 경쟁에 머무르지 않는다. 중국이 흔들리는 사이 한국 중공업은 물량 경쟁의 바깥으로 조용히 이동했다. 규제와 정책, 기술과 신뢰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한국은 이제 따라가는 생산자가 아니라 판의 좌표를 차지하는 쪽에 서 있다. 강철부대의 시선이 머무는 곳, 한국 중공업은 이제 바다 위 공장이 아니라 질서를 설계하는 산업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2025-12-13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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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중형을 넘어 '시스템 조선'으로…HD현대 통합이 만든 새로운 조선 플랫폼
※ '강철부대'는 철강·조선·해운·방산 같은 묵직한 산업 이슈를 유쾌하게 풀어내는 코너입니다. 붉게 달아오른 용광로, 파도를 가르는 조선소, 금속보다 뜨거운 사람들의 땀방울까지. 산업 한복판에서 만나는 이슈를 '강철부대원'처럼 직접 뛰어다니며 생생하게 전해드립니다. 새로운 에너지를 충전하는 주말, 강철부대와 함께 대한민국 산업의 힘을 느껴보세요! <편집자주> [이코노믹데일리] 국내 '조선업의 두 심장'이 하나로 뛰기 시작했다. 지난 1일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조선이 공식 통합하며 단일 법인 통합 'HD현대중공업'이 공식 출범했다. 두 회사는 모두 HD현대 산하의 조선 계열사로 표면적으로는 '같은 그룹 내 조선사 간 합병'처럼 보이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각 조선소가 담당해온 역할과 시장 영역이 전혀 달랐다. 6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은 울산조선소를 기반으로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LNG(액화천연가스)운반선, 초대형 컨테이너선, 해양플랜트(드릴십·FPSO) 등 대형 선박과 해양 구조물 분야의 글로벌 리더였다. 대형 선형에 필요한 고도 설계·용접·시운전 기술을 보유해 '한국 조선산업의 기술 상징' 역할을 맡아왔다. 반면 HD현대미포조선은 중형 제품운반선(MR탱커), 중소형 LNG·LPG 운반선, 군수지원함·초계함 등 중형선 및 특수선 중심의 고효율 조선소로 자리매김했다. 연간 건조 척수가 많고 생산성이 높아 '세계 1위 중형선 조선소'로 불렸다. 특히 도크 회전율이 높고 표준화된 설계·시스템 생산공정에서 강점을 보여 '효율형 조선소의 대표 모델로 꼽혀왔다. 이처럼 HD현대중공업이 '기술 중심의 대형 조선소'라면 HD현대미포조선은 '생산성 중심의 중형 조선소'였다. 서로 다른 조선 DNA 기술력과 효율성이 이번 통합으로 하나의 체계에 묶이며 대형·중형·특수선 전 영역을 포괄하는 '완전한 조선 밸류체인'이 완성됐다. 이번 통합의 본질은 단순한 규모 확장이 아니다. 대형선에서 중형선까지 설계·생산·도크·인력을 하나로 엮는 '조선 밸류체인 전 구간 통합'을 통해 설계 변경·자재 조달·인력 배치·납기 조정 등 복잡한 프로세스를 단일 시스템에서 관리할 수 있게 됐다. 그 결과 원가 절감·품질 안정·납기 단축이라는 세 가지 실질적 이점을 확보했다. 특히 방산·특수선 부문은 통합의 최대 수혜지로 꼽힌다. HD현대중공업이 쌓아온 해군 전투함 플랫폼 설계 경험에 HD현대미포조선의 도크와 인력 등 생산 인프라가 더해지면서 국방 조선 분야의 경쟁력이 한층 강화됐다. 두 회사가 각각 보유한 설계·R&D(연구개발) 역량을 통합하면 대형 구축함부터 중형 초계함까지 전 계열 함정을 커버할 수 있는 산업 기반이 완성된다. 또한 통합 법인은 디지털 설계·AI 도크·스마트십 기술을 하나의 데이터 체계로 묶어 '강철을 잇는 산업'에서 '데이터 설계 산업'으로의 진화를 선언했다. 실제로 HD현대는 선박 설계, 건조, 운영 전 과정을 디지털 트윈과 AI로 통합 관리하는 '디지털 조선소 모델' 구축을 추진 중이다. 글로벌 조선업 경쟁국들도 이미 대형사 중심으로 재편에 속도를 내며 '조선 산업 구조전쟁'에 돌입했다. 중국에서는 국가 소유 초대형 조선그룹인 CSSC(China State Shipbuilding Corporation)와 CSIC(China Shipbuilding Industry Corporation)이 올해 2월 임시 주주총회 승인에 이어 같은 해 7월 상하이증권거래소의 최종 승인을 받으며 공식 통합을 마무리했다. 두 회사가 하나의 체계로 묶이면서 중국은 단일 조선그룹 중심의 '메가 플랫폼' 체계를 갖추게 됐다. 업계에선 이번 통합으로 CSSC가 상장 기준 세계 최대 자산 규모를 가진 조선사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본 역시 조선업 재편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민간 최대 조선사인 이마바리조선(Imabari Shipbuilding)은 올해 6월 26일 경쟁사 JMU(Japan Marine United) 지분을 기존 30%대에서 60%로 확대하며 사실상 자회사로 편입했다. 법인 자체를 합병한 것은 아니지만 지배구조 재편을 통해 양사 설계·조달·건조 역량을 통합적으로 운영할 기반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일본이 원가 경쟁력과 포트폴리오 확장을 동시에 노린 전략적 재편이라는 해석을 내놓는다. 이처럼 중국·일본이 '규모와 체계의 통합'으로 조선 경쟁력을 재정비하는 가운데, HD현대의 통합 역시 단순한 국내 조직 개편을 넘어 한국 조선산업의 항로를 재설계하려는 전략적 결정이라는 의미가 부각된다. HD현대중공업의 대형선 기술력과 HD현대미포조선의 중형선 생산 효율을 하나의 시스템 아래 묶어 '대형–중형–특수선–해양플랜트–방산'을 잇는 연속적 밸류체인을 완성함으로써 한국 조선업이 글로벌 재편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체질을 바꾸고 있다는 분석이다. 결국 이번 통합은 '덩치를 키운 합병'이 아니라 기술과 효율을 하나의 체계로 결합해 조선산업의 경쟁 체질을 재정의하며 글로벌 흐름에 발맞춘 '구조 혁신'이다. 조선은 더 이상 철판을 잇는 산업이 아니다. 설계·도크·생산이 하나의 데이터 체계로 통합되며 디지털과 AI가 강철보다 단단한 경쟁력을 만들고 있다. 강철부대의 시선이 머무는 곳, 한국 조선은 이제 바다 위 공장이 아니라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산업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2025-12-06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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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AI·반도체 관련 '희토류 기술·수출규제' 강화
[이코노믹데일리] 중국이 반도체와 AI(인공지능)에 연관된 전략 광물인 희토류 및 희토류 관련 수출 규제를 한층 강화하는 조치를 내놨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날 중국 상무부가 발표한 '역외(해외) 희토류 물자 수출 통제 결정'에서 사마륨·디스프로슘·가돌리늄·터븀·루테튬·스칸듐·이트륨 금속과 사마륨-코발트 합금, 터븀-철 합금, 디스프로슘-철 합금, 터븀-디스프로슘-철 합금, 산화 디스프로슘, 산화 터븀을 수출 통제 대상에 포함했다. 명시된 7종의 금속과 6종의 합금·산화물은 해외 수출시 중국 상무부가 발급한 이중용도 물자(군용으로도 민간용으로도 활용될 수 있는 물자) 수출허가증을 받아야 한다. 아울러 이 물자들을 함유·조합·혼합해 해외에서 제조된 희토류 영구자석 재료와 희토류 타겟 소재들도 수출 통제 대상에 넣었다. 이런 물자들이 중국이 원산지인 희토류 채굴과 제련·분리, 야금, 자성 재료 제조, 희토류 2차 자원 회수 등 기술을 사용해 해외에서 생산된 경우에도 수출이 통제된다고 중국 정부는 밝혔다. 중국 정부는 해외 군수기업에 대한 희토류 수출 신청이나 수출 통제 '관심 리스트'에 들어가 있는 기업과 최종 이용자(지분 50% 이상의 자회사·지사 등 포함)에 대한 수출 신청은 원칙적으로 불허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군사 부문이 아니더라도 최종적으로 14㎚(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시스템반도체(로직칩)나 256층 이상의 메모리반도체, 이들 반도체의 제조·테스트 장비에 쓰일 희토류 수출 신청과 잠재적으로 군사 용도를 갖고 있는 인공지능(AI) 연구·개발용 희토류 수출 신청은 개별 심사하기로 했다. 미중 관세 전쟁 국면에서 전략 광물의 해외 밀수출을 겨냥한 단속을 벌였던 중국은 이번 수출 통제 결정에도 중국 사업자의 수출 통제 준수 의무를 명시했다. 중국은 이번 발표가 우회 수출을 막기 위해 종전 수출 통제 조치를 강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무부 대변인은 입장문을 통해 "희토류 관련 품목은 군용·민간용 이중용도 성격을 가지고 있고 수출 통제 실시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방식"이라며 "올해 4월 중국 조직·개인에 대한 희토류 물자 수출 통제를 실시했고 희토류 기술 역시 2001년에 수출 통제 기술 리스트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이어 "한동안 일부 해외 조직·개인이 중국산 희토류 통제 물자를 관련 조직·개인에 제공했고 직접·간접적으로 군사 등 민감한 영역에 쓰여 중국의 국가 안보·이익에 중대한 손해와 잠재적 위협을 만들었다"며 "해외 조직·개인이 불법으로 희토류 기술을 획득해 물자를 생산하고 군사 등 민감 영역 사용자에게 제공하거나 사용한 것을 발견했다"고 덧붙였다.
2025-10-09 17: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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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윤리금융단체, "방위 투자에 ESG 표지 붙이지 말라"
[이코노믹데일리] 유럽연합(EU)이 국방비 지출을 ‘지속가능 투자’로 분류하는 방안을 논의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라는 이름 아래 방위 산업까지 포괄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윤리금융단체와 시민사회는 강력히 반대하며 “이는 ESG의 근본 취지를 훼손한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매우 흥미로운 논쟁입니다. ◆국방비, ‘지속가능 투자’로 인정?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은 최근 국방비 지출을 '지속가능 투자'로 분류하는 방안을 논의한 바 있습니다. 가장 최근의 논의는 지난 6월 24일~25일(이하 현지시간)까지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 회담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이 회의에서는 EU 회원국들이 국방비를 GDP의 5%로 증액하는 방안을 포함한 '헤이그 투자 계획'을 채택했으며, EU는 이를 통해 국방비 지출을 지속가능한 투자로 분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앞서 3월 6일 열린 EU 정상회의에서는 국방비 지출을 ‘지속 가능한 투자’로 분류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습니다. 이 회의에서는 EU가 국방비 지출을 증액하고, 이를 지속 가능한 투자로 분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이번 논의는 EU가 2028~2034년 예산 계획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제기됐습니다. 최근 유럽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지역 갈등, NATO 방위비 확대 요구 등 안보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에 따라 일부 정책 당국자들은 국방 지출을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16번’, 즉 ‘평화·정의·강력한 제도 구축’과 연결해 해석하며 방위비 역시 사회적 안정과 제도적 강화를 위한 ‘지속 가능 투자’로 인정할 수 있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몇 년간 유럽 내 ESG 투자 확대가 금융시장 규제와 맞물려 제도적으로 강화된 만큼 국방비가 ‘지속 가능 투자’로 포함된다면 막대한 자본이 방위산업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큽니다. 이를 두고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안보 없이는 지속 가능성도 없다”며 국방비의 ESG 분류를 옹호하기도 합니다. ◆윤리금융단체의 강력 반발 그러나 윤리금융단체와 사회책임투자 진영은 즉각 반발했습니다. 글로벌 윤리금융 네트워크인 GABV(Global Alliance for Banking on Values)를 비롯한 단체들은 EU 입법자들에게 서한을 보내 방위비 지출을 ESG 범주에서 철저히 배제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GABV는 2024년 2월 29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이러한 입장을 명확히 밝혔습니다. 이 보고서에서는 무기 산업이 본질적으로 파괴와 폭력을 수반하며, 이를 '지속 가능한 투자'로 분류하는 것은 심각한 왜곡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워 워싱(war-washing)'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무기와 군비 지출을 ESG란 긍정적 이미지를 이용해 포장하는 행위가 ESG 전체의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워 워싱’이란 무기와 군비 지출을 ESG란 긍정적 이미지를 이용해 포장하는 행위를 의미합니다. 또한 GABV는 지난 7월 22일 발표한 성명에서 EU의 '논란의 여지가 있는 무기' 정의가 너무 좁다고 지적하며, 국제 인도법 기준에 부합하는 무기 범주를 포함하도록 규제 강화를 촉구했습니다. 이들은 무기 사용이 국제 인도법 기준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명확히 하여, 군비 지출이 ESG 투자로 분류되는 것을 방지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GABV의 입장은 EU가 추진하는 국방비의 ESG 범주 포함 시도가 ESG의 본래 목적과 충돌하며, 사회적 책임과 지속 가능성의 상징으로 기능해온 ESG의 신뢰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이들은 “무기와 군수 산업은 본질적으로 파괴와 폭력을 수반한다”며 이를 ‘사회책임 투자’로 분류하는 것은 심각한 왜곡이라고 지적했습니다. ◆ESG 본래의 목적과 충돌 이들 윤리금융단체들은 이는 단순한 분류상의 문제가 아니라 ESG 전체의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는 심각한 도전이라고 말합니다. ‘ESG 라벨’은 사회적 책임과 지속 가능성의 상징으로 기능해왔는데 군비 확대가 그 범주에 들어간다면 투자자와 시민사회 모두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ESG 투자의 본질은 인간과 생태계의 복지 증진에 있다고 강조합니다. 환경 파괴를 줄이고,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며, 투명한 지배구조를 확립하는 것이 ESG의 핵심입니다. 하지만 군비 확대는 전쟁과 갈등을 촉진할 가능성이 크며, 환경 파괴나 인권 침해와 직결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방위비를 ESG 범주에 넣으려는 시도는 ESG의 근본 목적과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보는 입장들입니다. 또한 ESG 투자는 기후 대응, 주거 안정, 교육, 보건과 같은 공공 복지 영역에 집중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윤리금융단체들은 “지속 가능 금융은 평화적이고 포용적인 사회를 뒷받침해야 하며, 군비 확대는 오히려 그 반대 방향으로 나아간다”고 지적합니다. ◆신뢰성 위기에 놓인 ESG…향후 전망과 시사점 이번 논란은 ESG 프레임워크의 신뢰성과 경계가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 계기가 되고 있습니다. ESG라는 개념이 본래의 사회적 가치를 유지하지 못하고 정치적 필요나 경제적 이해에 따라 왜곡된다면 투자자들 사이에서 회의론이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실제로 이미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ESG 라벨이 정치적 목적에 따라 남용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향후 EU가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ESG의 미래 방향성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국방비 지출이 ESG로 공식 분류된다면, 이는 유럽뿐 아니라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새로운 전례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윤리금융단체들의 주장이 힘을 얻는다면, ESG 라벨은 그 신뢰성과 본래 취지를 더욱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번 논란은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귀결됩니다. ‘ESG의 본질은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가?’ 무기를 지속 가능성의 이름 아래 포함시킬 것인지, 아니면 ESG를 인간과 환경 복지를 위한 순수한 투자 기준으로 지켜낼 것인지는 앞으로의 논의와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잘못된 선택이 ESG의 도덕적 힘을 약화시키고 사회적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2025-09-04 06: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