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총 12건
-
미중 정상회담 테이블에 오른 AI·희토류…한국은 어디에 설 것인가
[경제일보]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이 오는 24일 워싱턴에서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중국은 아직 정상회담 개최를 공식 확인하지 않았다. 앞서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과 허리펑 중국 국무원 부총리는 이번 주말 만나 정상회담 의제를 조율할 예정이다. 인공지능(AI)과 희토류, 무역·에너지 등 경제안보 현안이 폭넓게 다뤄질 전망이다. 한국에는 남의 나라 정상회담이 아니다. 미중이 협상 테이블에서 다루는 현안 하나하나가 한국의 주력 산업과 연결돼 있어서다. AI의 중심에는 반도체가 있고 희토류와 핵심광물은 배터리·자동차·항공우주·방위산업에 들어간다. 미국과 중국의 합의와 충돌에 따라 한국 기업의 투자와 생산, 공급망 전략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AI는 특히 그렇다. 베선트 장관은 미국이 중국과 AI가 초래할 공동의 위험을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미중 AI 경쟁이 첨단 반도체와 기술 수출통제를 넘어 안전과 국제규칙의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의미다. 세계 AI 산업에서도 안전 규칙을 누가 만들고 집행할 것인지를 놓고 논쟁이 커지고 있다. 한국은 이 경쟁의 한복판에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이끌고 있고 AI 가속기에 필요한 고대역폭메모리(HBM)에서도 한국 기업의 비중이 크다. 미중 기술 경쟁이 격화될수록 한국 반도체 기업의 기술과 생산시설은 단순한 기업 자산을 넘어 경제안보의 자산이 된다. 미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로이터는 SK하이닉스가 인텔과 미국에서 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고 지난 16일 보도했다. 인텔의 오하이오 공장 일부를 활용하거나 인텔·클라우드 기업 등이 참여하는 합작법인을 만드는 방안이 거론된다. 아직 초기 협의 단계이고 결정된 것은 없다. 하지만 한국 메모리 기업이 처음으로 미국에서 생산할 가능성이 논의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반도체 공급망이 얼마나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지 보여준다. 여기에는 한국이 고민해야 할 지점도 있다. 미국의 공급망 현지화와 한국의 이해가 언제나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생산시설을 미국에 두는 것이 시장 접근과 공급망 안정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핵심 제조기술의 해외 이전과 국내 산업 생태계 약화 가능성도 함께 살펴야 한다. 기업의 투자 판단을 존중하되 국가 차원에서는 어떤 기술과 생산기반을 국내에 반드시 남겨야 하는지 원칙을 세울 필요가 있다. 희토류 문제는 더 절박하다. 중국은 미국이 자국 중심의 핵심광물 공급망을 구축하는 데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는데도 여전히 주요 핵심광물의 정제 과정에서 압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자료를 분석한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중국의 희토류 정제 비중은 2023년 90% 이상에서 2025년 약 85%로 낮아졌지만 여전히 세계 공급망을 좌우할 수준이다. 잘 알려지지 않았던 희토류 원소인 이트륨은 이런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트륨은 반도체와 항공우주, 제트엔진 코팅 등에 쓰이는 전략 물질이다. 중국은 세계 이트륨 공급에서 압도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고 수출통제를 통해 공급량을 조절해 왔다. 미국 제조업에서도 공급 부족에 따른 생산 차질이 발생했다. 이 때문에 이트륨 문제 역시 미중 정상회담의 주요 현안 가운데 하나로 거론된다. 한국의 취약점도 여기에 있다. 반도체와 배터리, 자동차를 세계에 수출하지만 이를 만드는 핵심광물과 소재 상당 부분은 해외에서 들여온다. 미국이 첨단기술 공급망에서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속도를 높이면 한국 기업도 대응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고 세계 제조업의 거대한 생산기지이자 시장인 중국과의 공급망을 단기간에 끊는 것도 현실적이지 않다. 따라서 한국의 대응을 단순히 ‘미국이냐 중국이냐’의 문제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안보와 직결된 첨단기술 분야에서는 동맹국과 협력을 강화하되 핵심 원료와 소재는 특정 국가에 과도하게 의존하지 않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최근 열린 한·중앙아시아 정상회의도 그런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한국과 중앙아시아 5개국은 핵심광물과 에너지, 공급망 협력을 주요 의제로 다뤘고 70건이 넘는 협정과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정부는 단순한 원료 수입을 넘어 탐사와 정제, 소재 가공, 완제품 생산까지 협력 범위를 넓히겠다고 밝혔다. 이제 중요한 것은 실행이다. 공급망 다변화는 양해각서 숫자로 평가할 일이 아니다. 광물 탐사와 개발이 실제 정제·가공과 국내 기업의 장기 구매로 이어져야 한다. 핵심광물 개발은 투자 회수 기간이 길고 가격 변동성도 큰 만큼 정부가 정책금융과 비축제도 등을 활용해 민간의 위험을 분담할 필요가 있다. 공급망은 평상시에는 비용의 문제지만 위기가 닥치면 국가안보의 문제가 된다. AI에서도 마찬가지다. 한국이 메모리 반도체를 잘 만드는 것만으로 미래 경쟁력을 보장받기는 어렵다. AI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전력망, 소프트웨어와 AI 모델로 이어지는 산업 생태계를 함께 키워야 한다. 미중이 AI의 기술표준과 안전 문제까지 논의하기 시작했다면 한국도 이미 만들어진 규칙을 받아들이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된다. 국제 AI 거버넌스와 기술표준을 만드는 과정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미중 경쟁은 이제 관세 몇 퍼센트(%)를 주고받는 무역전쟁을 넘어섰다. 누가 AI의 규칙을 만들고 첨단 반도체를 생산하며 핵심광물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느냐를 둘러싼 경제안보 경쟁이다. 중국은 핵심광물 공급망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고 미국은 첨단 반도체와 AI 생태계를 중심으로 자국 공급망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의 운명을 워싱턴과 베이징의 협상 결과에 맡길 수는 없다. 어느 한쪽을 무조건 선택하는 것도, 양쪽의 눈치를 보며 결정을 미루는 것도 해법이 아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선택을 강요받았을 때 버틸 수 있는 힘을 먼저 만드는 것이다.
2026-09-17 10:40:45
-
-
-
-
우주항공청, 미래 우주기술 발굴 나선다…내년도 국가 R&D 밑그림 착수
[경제일보] 우주항공청이 미래 우주항공 산업을 이끌 핵심 기술 발굴에 나선다. 최근 발표한 '대한민국 우주항공 산업육성 전략'과 연계해 우주수송과 인공위성, 우주과학탐사, 미래형 항공 모빌리티(AAM) 등 차세대 기술 수요를 파악하고 이를 신규 국가연구개발(R&D) 사업 기획에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22일 우주항공청은 오는 23일부터 내달 22일까지 '2026년도 우주항공분야 통합기술수요조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우주항공 분야 핵심 기술을 선제적으로 발굴하고 국가 R&D 사업 기획의 기초자료로 활용하기 위한 정기 기술수요조사의 일환이다. 특히 지난 3일 발표된 '대한민국 우주항공 산업육성 전략'과 우주항공청 중장기 시행계획 및 기술로드맵에 부합하는 핵심 기술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산·학·연 현장의 다양한 기술 수요와 아이디어를 수렴해 향후 신규 국가 R&D 사업으로 연계될 수 있는 기술을 발굴한다는 구상이다. 최근 글로벌 우주산업은 발사체와 위성 개발을 넘어 우주자원 개발과 우주교통관리, 미래 항공 모빌리티 등으로 영역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정부 역시 우주항공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중장기 기술로드맵 수립과 R&D 투자 확대에 나서고 있는 만큼 이번 기술수요조사는 향후 국가 연구개발 투자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절차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조사 대상은 우주수송과 인공위성, 우주과학탐사, 항공혁신 등 우주항공 분야 전 영역이다. 국가과학기술표준분류체계에 따른 항공시스템(EA11)과 우주시스템(EA12), 우주과학(ND13), 우주개발 및 탐사(X06) 분야를 중심으로 기술 수요를 조사할 예정이다. 항공시스템 분야는 항공기 체계와 미래형 항공 모빌리티(AAM), 무인기, 항공 동력장치, 항공 소재·부품 등이 포함된다. 우주시스템 분야에서는 발사체 체계와 위성체 개발, 위성항법, 우주수송, 우주 인프라 운용 등의 기술을 중점적으로 다룰 계획이다. 우주과학 분야는 우주 환경 모니터링과 우주기상 예·경보, 천체물리 연구 등 우주 기초과학을 다루며, 우주개발 및 탐사 분야에서는 달·행성 탐사와 우주자원 개발, 우주상황인식(SSA), 우주교통관리(STM) 등 미래 우주산업의 핵심 기술이 포함된다. 우주항공청은 이와 함께 우주항공 산업육성 전략과 연계된 우주 신산업 창출 기술과 글로벌 다운스트림 시장 진출을 위한 융합 기술 분야의 수요도 함께 조사할 방침이다. 제시된 분류 체계 외에도 정책 로드맵과 연관성이 높은 유망 기술 분야를 자유롭게 제안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기술수요조사에는 우주항공 분야 연구개발에 관심 있는 기업과 대학, 연구기관, 학회는 물론 개인도 범부처통합연구지원시스템(IRIS)을 통해 온라인으로 기술수요조사서를 제출하면 참여할 수 있다. 국가 예산의 중복 투자를 방지하기 위해 제출 전 국가과학기술지식정보서비스(NTIS)를 통해 기존 R&D 사업과의 중복 여부 절차가 진행된다. 제출된 기술 수요는 관련 분야 전문가 검토를 거쳐 신규 국가연구개발 사업 기획을 위한 참고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다. 다만 이번 조사는 신규 연구과제 선정이나 평가를 위한 절차는 아니며 제출된 의견에 대한 별도의 선정 결과 통보나 권리 부여는 진행되지 않는다. 우주항공청은 이번 기술수요조사를 시작으로 현장의 기술 수요를 지속적으로 반영해 중장기 기술로드맵을 구체화하고 미래 우주항공 산업을 이끌 핵심 기술 확보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박훤 우주항공청 임무지원단장은 "이번 수요조사는 우주항공분야에 관심 있는 많은 분의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담아내는 출발점"이라며 "현장의 목소리를 폭넓게 수렴해 우주항공 강국 도약을 뒷받침할 실질적인 기술 수요를 사업 기획에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2026-07-22 15:57:13
-
"거래는 가리고 감사 땐 연다"…위메이드, 스테이블넷 월렛2 공개
[경제일보] 위메이드(대표이사 박관호)가 일반 이용자에게는 거래 상대방을 감추면서도 필요할 때 감독기관 등이 확인할 수 있는 프라이빗 송금 기술을 공개했다. 공개형 블록체인의 투명성과 금융거래에 필요한 개인정보 보호를 동시에 확보해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기업·기관 활용 기반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위메이드는 ‘스텔스 어드레스(Stealth Address)’ 기술을 적용한 ‘스테이블넷 월렛(StableNet Wallet) 버전 2’를 공개했다고 15일 밝혔다. 월렛은 안드로이드와 iOS, PC 크롬 확장프로그램을 지원하며 스테이블넷 홈페이지에서 체험을 신청한 이용자에게 제공된다. 다만 현재 스테이블넷은 테스트넷 단계다. 월렛에서 사용되는 자산도 실제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아닌 테스트용 자산이다. 월렛2 공개는 상용 금융서비스 출시나 금융당국의 승인을 의미하기보다 제도화에 앞서 기술과 사용성을 검증하려는 행보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위메이드는 지난 1월 스테이블넷 테스트넷을 가동한 데 이어 2월 자동이체와 주소록, 알림 기능을 갖춘 첫 번째 테스트용 월렛을 공개했다. ◆ 거래마다 새 주소…‘누가 받았는지’ 연결 차단 스텔스 어드레스는 송금할 때마다 수취인을 위한 일회성 주소를 생성하는 기술이다. 동일한 기업이나 개인이 반복해서 돈을 받아도 공개된 블록체인 기록만으로 각 주소를 특정 수취인과 연결하기 어렵게 만든다. 자산을 움직이는 ‘지출키’와 거래를 식별하는 ‘열람키’를 분리하는 것도 특징이다. 수취인이 감사기관 등에 열람키를 제공하면 해당 기관은 관련 거래를 확인할 수 있지만 자산을 직접 이전할 수는 없다. 위메이드는 이를 활용해 일반 관찰자에게는 거래 관계를 감추고 권한을 부여받은 사업자나 감독기관에는 감사에 필요한 정보를 공개하는 구조를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ERC-5564 기술표준에 기반한다. 다만 스텔스 어드레스만으로 송금액과 발신자 등 모든 정보가 자동으로 비공개 처리되는 것은 아니다. 핵심 기능은 수취 주소와 실제 수취인의 연결 관계를 끊는 데 있다. 이더리움 기술 문서도 자금 이동 시점과 후속 거래를 분석하는 방식으로 관계가 드러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위메이드가 월렛2에서 주소 외 거래정보를 어느 범위까지 가리는지는 추가 기술 공개가 필요한 부분이다. ◆ 기업 급여·기관 송금 겨냥…프라이버시가 확산 열쇠 위메이드가 프라이버시 기능을 전면에 내세운 배경에는 기업·기관 시장이 있다. 공개형 블록체인에서 하나의 지갑 주소를 반복해 사용하면 거래 내역과 잔액, 자금 흐름이 외부에 그대로 드러날 수 있다. 임직원 급여나 기업 간 정산에 적용할 경우 개인별 보수와 거래 규모, 협력 관계까지 노출될 우려가 있다. 반대로 거래를 완전히 익명화하면 고객확인과 자금세탁방지, 제재 대상자 차단 등 금융 규제와 충돌한다. 위메이드가 택한 해법은 평상시에는 거래 관계를 보호하되 필요할 때 지정된 주체가 확인하는 ‘선택적 투명성’이다. 기업 급여 지급과 기관 간 대량 송금이 대표적인 적용 대상으로 제시됐다. 월렛의 사용성을 시중은행 앱 수준으로 단순화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기업용 블록체인 서비스가 확산하려면 이용자가 복잡한 지갑 주소와 개인키, 네트워크 수수료를 직접 이해하지 않아도 돼야 한다. 다만 현재 공개된 것은 적용 가능성으로, 실제 급여 지급 기업이나 금융기관 고객, 처리 규모는 제시되지 않았다. ◆ ‘규제 친화’는 설계 방향…상용화는 별도 과제 정부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인가와 준비자산, 상환청구권 등을 규율할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발행 주체와 감독 구조를 비롯한 핵심 제도는 아직 입법 과정에 있다. 현행 특정금융정보법상 가상자산의 매매·교환·이전·보관 등을 영업으로 제공할 경우 사업 형태에 따라 가상자산사업자 신고 의무가 발생할 수 있다. 금융당국도 지난달 [미신고 사업자를 통한 스테이블코인 거래에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한편 스테이블넷 월렛2의 상용화는 기술 구현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열람키를 누가 발급·보관할지 △감독기관이 어떤 절차로 정보에 접근할지 △열람 기록과 권한 회수를 어떻게 관리할지 △고객확인·이상거래탐지·자산동결 기능을 금융기관 시스템과 어떻게 연동할지가 핵심 과제다. 열람키가 유출되거나 남용될 경우 보호하려던 거래 관계가 한꺼번에 노출될 수 있다는 위험도 관리해야 한다. 김석환 위메이드 부사장은 “스테이블넷 월렛 버전 2 공개는 추상적인 주장에 그치지 않고 대중이 사용 가능한 ‘실제 동작하는 앱’을 통해 금융 혁신을 실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며 “프라이버시 보호와 규제를 모두 충족하는 월렛 인프라를 바탕으로 실제 금융 시나리오에 적용 가능한 원화 스테이블코인 생태계를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2026-07-15 17:44:47
-
AI-RAN 선도망 구축 나선 SKT…로봇·자율물류 AI 시대 연다
[경제일보] AI 고속도로 구축이 국가 AI 경쟁력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는 가운데 SK텔레콤이 차세대 네트워크 기술인 'AI-RAN' 실증에 나선다. AI 데이터센터(AI-DC)와 네트워크, 피지컬 AI를 연결하는 인프라를 구축해 로봇과 자율물류 등 산업 현장에서 AI 활용을 본격화한다는 전략이다. 14일 SK텔레콤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이 추진하는 '하이퍼 AI 네트워크 기반조성' 실증사업 수행기관으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은 이번 사업을 통해 AI-RAN 선도망을 구축하고 피지컬 AI 기반 서비스 개발과 실증을 추진한다. 이번 사업은 정부가 추진하는 'AI고속도로' 구축 정책의 핵심 인프라를 검증하기 위한 프로젝트다. 생성형 AI를 넘어 로봇과 자율주행 설비 등 피지컬 AI 활용이 확대되면서 대용량 데이터를 초저지연으로 처리하고 AI 연산을 실시간 수행할 수 있는 네트워크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AI-RAN은 기존 이동통신 기지국이 통신 기능뿐 아니라 AI 연산 기능까지 함께 수행하는 차세대 네트워크 구조다. 로봇이나 피지컬 AI 단말이 자체적으로 처리하기 어려운 AI 연산을 기지국이 대신 수행해 단말의 연산 부담과 전력 소모를 줄이고 성능을 높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SK텔레콤은 2개년에 걸쳐 AI-RAN과 5G 단독 모드(SA), 네트워크 슬라이싱, 통합 관리 시스템(SMO), AI 기반 네트워크 자율화 기술 등을 선도망에 적용해 성능을 검증할 계획이다. 특히 삼성전자와 HFR, 에릭슨, 노키아 등 4개 제조사의 AI-RAN 장비를 하나의 실증사업에서 동시에 구축·운영하며 다양한 장비 환경에서 성능을 비교 검증한다. AI 연산 인프라 구성 방식도 함께 검증한다. CPU와 GPU 등 서로 다른 연산 자원을 적용하고 AI 서버와 사용자 데이터 처리 장치(UPF)의 배치 구조를 다양하게 구성해 서비스별 최적의 AI-RAN 구축 방식을 도출한다는 계획이다. 실증 대상은 피지컬 AI 서비스 3종이다. 사족보행 순찰로봇은 공장 내 위험지역을 순찰하며 촬영한 영상을 AI-RAN을 통해 실시간 분석해 위험 상황을 탐지하고 통합 관제까지 수행한다. 무인 자율이송 서비스는 공장 내 라이다 데이터를 AI-RAN으로 수집해 디지털 트윈 기반 자율주행 물류 서비스를 구현한다. 휴머노이드 저전력 모드는 복잡한 AI 연산을 기지국으로 분산 처리해 로봇의 배터리 사용 시간을 늘리고 하드웨어 부담을 줄이는 기술이다. 이번 사업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컨소시엄 형태로 추진된다. SK텔레콤을 중심으로 에릭슨코리아와 HFR이 네트워크 장비를 담당하고, 인텔리빅스와 서울로보틱스, 클레비가 피지컬 AI 서비스를 개발한다. 삼성전자와 노키아는 AI-RAN 장비 공급과 기술 협력에 참여하며, SK인천석유화학과 KG모빌리티는 실제 산업 현장에서 실증 결과를 검증하는 수요기관 역할을 맡는다. 1차년도에는 인천과 판교에 AI-RAN 선도망을 구축한다. SK인천석유화학에서는 산업안전 관제를 위한 사족보행 순찰로봇과 이동형 CCTV 서비스를 실증하고, 판교에서는 무인 자율이송 서비스를 검증하는 피지컬 AI 리빙랩을 운영한다. 2차년도에는 실증 범위를 실제 산업 현장으로 확대해 KG모빌리티 평택공장 등에 적용하고 휴머노이드 기반 서비스까지 추가 검증할 계획이다. SK텔레콤은 이번 사업을 통해 확보한 기술을 글로벌 표준화에도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회사는 국내 통신사 가운데 유일하게 AI-RAN 얼라이언스 이사회 회원사로 참여하고 있으며, O-RAN과 3GPP 등 국제 표준화 기구와 연계해 AI-RAN 기술 표준 논의를 주도하고 있다. 다양한 제조사 장비와 서비스 환경에서 확보한 실증 데이터를 기반으로 글로벌 AI-RAN 생태계 확산에도 기여한다는 계획이다. SK텔레콤은 장기적으로 AI-RAN을 AI 데이터센터(AI-DC)와 연계해 'AI고속도로' 핵심 인프라로 발전시킬 방침이다. AI-DC와 AI-RAN, 피지컬 AI를 초저지연·고신뢰 네트워크로 연결해 제조와 물류, 산업안전 등 다양한 분야에서 AI 서비스 상용화를 확대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류탁기 SK텔레콤 네트워크기술 담당은 "국내 유일 AI-RAN 얼라이언스 이사회 회원사로서 축적한 역량을 바탕으로 다양한 AI-RAN 선도망과 피지컬 AI 서비스를 실증할 것"이라며 "'AI고속도로'의 핵심인 AI-RAN 기술을 고도화하는 한편, 대중소 상생을 통해 국내 생태계의 자립도와 글로벌 경쟁력을 함께 높이겠다"고 말했다.
2026-07-14 15:00:00
-
-
쇳물에 매겨진 '탄소 청구서'…포스코·현대제철, 패러다임이 바뀐다
[경제일보] 철강의 ‘가격표’가 근본부터 흔들리고 있다. 철광석과 유연탄, 전기료, 인건비로 귀결되던 전통적 원가 방정식에 ‘탄소’라는 무거운 청구서가 추가되면서다. 이제 쇳물 1톤을 뽑아낼 때 이산화탄소를 얼마나 뿜어냈는지가 수출 경쟁력은 물론, 글로벌 고객사의 구매 조건과 자본 시장의 평가를 좌우하는 시대가 열렸다. 올해 1월 1일부터 유럽연합(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확정기간이 시작되면서, 철강 등 대상 품목의 내재 배출량은 본격적인 비용 산정 대상이 됐다. EU 수입자는 올해 수입분에 대해 2027년부터 CBAM 인증서를 구매·제출해야 하고, 이 부담은 한국 철강사의 수출 가격과 고객사 구매 조건을 압박하는 새로운 원가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이와 같은 거대한 패러다임 전환의 한복판에는 한국 철강산업을 이끌어온 두 거인,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서 있다. 현재 이들이 벌이는 진검승부는 과거처럼 ‘누가 고로(高爐)에서 더 많은 쇳물을 쏟아내느냐’, ‘누가 더 싼 값에 강재를 밀어내느냐’의 1차원적 물량전이 아니다. 앞으로의 철강 패권은 누가 더 탄소를 적게 배출하면서도 고품질의 돈 되는 철을 안정적으로 만들어내느냐에 달렸다. 이를 위해 고로의 절대강자 포스코는 쇳물을 끓이는 공정 자체를 뜯어고치는 험난한 길을 택했고, 현대제철은 범(汎)현대라는 강력한 ‘캡티브 마켓(내부 시장)’을 지렛대 삼아 전기로와 자동차강판을 결합한 차별화된 전환 경로를 구축하고 있다. “기술의 포스코 vs 공급망의 현대제철”…엇갈린 ‘탈탄소’ 해법 12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가 꺼내든 승부수는 ‘공정의 근본적 혁신’이다. 기존 고로 기반의 막대한 생산 규모와 고급강 기술력은 유지하되, 수소환원제철과 전기로, 저탄소 원료 기술을 동시다발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지난달 28일 미국 기후기술 기업 일렉트라(Electra)와 맺은 저탄소 철 생산 기술 공동개발 협약이 대표적이다. 일렉트라는 전기화학 반응을 통해 철광석에서 불순물을 솎아내고 고체 철을 얻는 기술을 쥔 기업으로 연산 500톤 규모의 시범공장을 올해 가동을 목표로 건설 중이다. 포스코는 자사의 직접환원제철 기술에 일렉트라의 전기화학 기법을 접목해 조기 상업 생산의 길을 닦겠다는 복안이다. 궁극적으로 포스코가 닿고자 하는 종착지는 ‘수소환원제철’이다. 석탄 대신 수소를 환원제로 쓰는 차세대 공정으로 고로 대비 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기술이다. 다만, 실제 탄소 저감 효과는 수소 생산 방식과 전력의 탄소집약도에 좌우된다. 포스코는 포항제철소 내에 전담 개발센터를 꾸리고 연산 30만 톤급 시험 설비(데모플랜트) 구축에 나섰다. 광양제철소에 신설되는 대형 전기로 역시 탄소 저감 강재의 징검다리 역할을 할 핵심 인프라다. 포스코의 저력은 반세기에 걸쳐 축적된 세계 최고 수준의 일관제철 경험과 폭넓은 글로벌 고객망에 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 거대한 덩치가 탈탄소 시대엔 가장 무거운 짐이다. 철강 산업의 문법 자체를 갈아엎어야 하는 만큼 천문학적인 자본과 긴 인고의 시간이 필요하다. 가진 것이 많을수록 혁신의 기회비용은 커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지난한 궤도 수정에 성공한다면, 포스코는 글로벌 철강업계의 새로운 기술 표준(Standard)으로 군림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반면, 현대제철은 ‘공급망의 진화’로 맞불을 놨다. 고로의 역사와 규모 면에서는 포스코에 한발 비켜서 있지만, 이들에겐 현대자동차그룹이라는 가장 확실하고 든든한 우군이 있다. 현대제철이 앞세운 저탄소 철강 브랜드 ‘하이에코스틸(HyECOsteel)‘은 철스크랩과 HBI 등을 전기로에서 녹인 쇳물을 고로 쇳물과 합탕한 뒤 전로 공정을 거쳐 생산하는 전기로-고로 복합프로세스 제품으로 기존 자사 고로재 대비 탄소배출을 20% 이상 줄인 것이 특징이다. 단기적으로는 주력인 자동차강판에 이를 집중 적용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신(新)전기로와 수소환원제철로 외연을 넓히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제철의 구상은 이미 양산 단계에 진입하며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2월부터 탄소저감강판 양산에 돌입했고, 연내 강종 인증 범위를 53종까지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부터 탄소저감 철강재를 국내·유럽 생산 차종에 일부 적용하고, 적용 강종과 물량을 점진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안방선 혈투·해외선 동맹…‘녹색 쇳물’은 공짜가 아니다 흥미로운 대목은 미국 루이지애나 프로젝트에서 드러난 양사의 묘한 역학관계다. 지난해 말 공시와 국내 주요 언론 보도에 따르면, 현대제철·포스코·현대차·기아는 미국 루이지애나 전기로 제철소 프로젝트의 투자 구조를 확정했다. 현대제철은 미국 현지 법인을 통해 총 58억 달러(약 8조원)를 투입, 연산 270만톤 규모의 제철소 건립을 추진 중이다. 현대제철(50%)을 필두로 포스코(20%), 현대차·기아(각 15%)가 한 배를 탔다. 국내 시장에서 이들은 자동차강판과 후판을 두고 치열하게 맞붙는 경쟁자다. 하지만 국경 밖의 사정은 다르다. 높은 관세와 옥죄어오는 탄소 규제, 자국 중심주의라는 거센 파도 앞에서 한국 기업끼리의 소모전은 공멸을 뜻한다. ‘안방에서는 싸우되, 해외에서는 뭉쳐야 산다’는 냉혹한 현실 인식이 탄소 원가전쟁 시대의 새로운 합종연횡을 만들어낸 셈이다. 물론 양사가 가야 할 길은 여전히 첩첩산중이다. 포스코는 본사 철강 사업에서 환율 상승에 따른 원료비 부담으로 이익이 줄었지만, 해외 철강법인 판매 확대와 원가절감 효과로 철강부문 전체 이익은 개선됐다. 현대제철의 경우 환율과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1분기 영업이익이 전분기 대비 크게 감소했다. 탈탄소가 기업의 명운을 건 숭고한 미래 투자라 할지라도 당장 재무제표에 찍히는 막대한 비용의 압박을 견뎌내야 하는 것이 철강업계의 얄궂은 현실이다. 전기로 비중을 높인다 한들 천문학적인 전력비와 국내 전력망의 높은 탄소배출계수라는 근본적 한계를 풀어내야 하는 숙제도 남는다. 진정한 그린스틸은 그저 ‘값싼 전기’가 아니라 ‘깨끗한 전기’를 먹고 자라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철강 패권 전쟁은 ‘친환경’이라는 매끄러운 수사만으로는 온전히 설명되지 않는다”며 “비용과 가격, 품질과 납기, 나아가 국가 제조업의 경쟁력이 통째로 걸린 산업 구조의 대수술”이라고 했다. 이어 “녹색 쇳물은 결코 공짜가 아니다”라며 “고객사가 저탄소 철강에 기꺼이 프리미엄 지갑을 열 것인지도 미지수다. 철강사의 전환은 단순한 환경 캠페인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기술의 판을 엎으려는 포스코와 공급망의 룰을 바꾸려는 현대제철. 승자의 윤곽은 아직 희미하다. 과거 용광로의 온도와 크기로 군림했던 철강업의 잣대는 이제 무용지물이다. 가장 적은 탄소로, 최고 품질의 철을, 가장 경쟁력 있는 가격에 안정적으로 뽑아내는 자만이 새로운 철의 제국을 지배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철강 거인들의 사투를 한낱 기업 간 점유율 경쟁으로 치부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고, 이는 결국 한국 제조업의 튼튼한 뼈대가 다가올 10년 뒤에도 굳건히 버텨낼 수 있을지를 묻는 가장 엄중한 시험대다.
2026-05-12 07:57:13
-
양국 기업이 규제 없이 펄펄 날 수 있도록 상생의 새 틀 만들어야
[경제일보] 이재명 대통령의 베트남 국빈 방문은 의전의 방문이 아니라 산업의 방문이어야 한다. 대통령은 4월 22일 하노이 동포 간담회에서 한국과 베트남의 관계를 “참으로 특별하다”고 규정하며 양국이 서로의 3대 교역국이고 한국은 베트남의 최대 투자국이라고 밝혔다. 또 2022년 수교 30주년을 계기로 양국 관계가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됐고 이번 방문을 통해 이를 더 미래지향적이고 전략적인 수준으로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특히 원전, 인프라, 과학기술 등 전략 분야의 협력 확대와 공급망 안정, 지속가능한 성장, 기후변화 대응을 핵심 의제로 제시했다. 이는 이번 한·베트남 정상외교의 무게중심이 단순한 친선이 아니라 산업·에너지·경제안보의 입체 협력에 놓여 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베트남은 이제 한국 기업에 있어 선택 가능한 시장이 아니라 반드시 붙들어야 할 전략 공간이다. 이번 순방에서 한국 정부가 원전과 인프라 등 대형 국책사업에 우리 기업 참여를 논의하고, 베트남 국가 서열 1, 2, 3위 지도자와 연쇄 접촉에 나선 것도 그 때문이다. 베트남은 에너지·전력·철도·도시 인프라 수요가 큰 데다, 미·중 갈등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 생산기지이자 소비시장 동시에 외교·안보적 완충지대의 의미까지 함께 커지고 있다. 한국으로서는 중국과 미국에 대한 경제 의존을 완화하면서도 아세안 중심축을 단단히 세울 수 있는 드문 파트너가 바로 베트남이다. 그러나 외교의 말이 아무리 좋아도 제도와 규제가 뒤따르지 않으면 기업은 날지 못한다. 이제 필요한 것은 ‘협력 확대’라는 외교적 수사보다 더 구체적인 제도 혁신이다. 양국 기업이 현지 인허가, 통관, 인증, 투자 승인, 인력 이동, 데이터 이전, 전력·용수 접속, 조세 해석 같은 실무 장벽에 걸려 허우적거린다면 정상회담의 성과는 사진 몇 장으로 끝날 수밖에 없다. 원전 협력도 마찬가지다. 원전은 단순 수출 품목이 아니라 금융, 기술표준, 안전규제, 인력양성, 부품 공급, 장기 운영체계가 한 몸처럼 움직여야 하는 종합산업이다. 공급망 협력 역시 말만으로는 되지 않는다. 핵심 광물과 중간재, 부품과 장비, 항만과 물류, 통관과 결제의 흐름이 실제로 빨라져야 한다. 결국 양국이 진정한 전략 동반자가 되려면 정부가 기업의 발목을 잡는 낡은 규제를 먼저 걷어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상생의 새 틀’이다. 첫째, 양국 정부는 원전·에너지·인프라·첨단제조를 포괄하는 한·베트남 경제안보 협의체를 상설화해야 한다. 정상회담이 끝나도 실무가 이어지고, 실무가 쌓여 제도가 되고 제도가 쌓여 투자 확대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둘째, 규제 정합성을 높여야 한다. 한국 기업이 베트남에 투자할 때 겪는 행정 불확실성을 줄이고 베트남 기업이 한국과 기술·자본 협력을 할 때도 예측 가능한 기준을 갖도록 해야 한다. 셋째, 공급망 협력은 단순 이전이 아니라 공동 설계 방식으로 진화해야 한다. 생산은 베트남, 기술은 한국이라는 낡은 분업 구도를 넘어 연구개발·부품조달·후공정·물류·판매를 함께 설계하는 공동 생태계로 가야 한다. 넷째, 사람의 길을 넓혀야 한다. 대통령이 언급했듯 약 20만명 규모의 베트남 동포사회와 10만 세대에 이르는 한·베트남 다문화가정은 양국 관계를 잇는 살아 있는 기반이다. 기업 협력의 뿌리도 결국 사람이다. 기술자, 연구자, 관리자, 유학생, 다문화 가정 자녀가 자유롭게 오가며 역량을 키울 수 있어야 경제도 길게 간다. 한·베트남 협력은 단순히 “우리 기업이 많이 진출하자”는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이제는 양국 기업이 함께 크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베트남은 값싼 생산기지가 아니라 함께 산업을 고도화할 파트너이고 한국은 단순 투자자가 아니라 기술·품질·운영 역량을 공유할 동반자여야 한다. 그래야 반도체와 전자, 배터리와 자동차, 전력과 철도, 원전과 디지털 인프라까지 협력의 스펙트럼이 넓어질 수 있다. 공급망 안정도 마찬가지다. 중동 리스크, 미·중 갈등, 보호무역 강화가 겹친 지금 특정 국가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구조는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 한·베트남 협력은 단순한 교역 확대가 아니라 불확실성의 시대를 버티는 공동 생존 전략이 되어야 한다. 베트남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한국은 깊은 산업 경험을 갖고 있다. 한쪽은 역동성을, 다른 한쪽은 축적된 기술과 제도 경험을 가졌다. 이 두 힘이 맞물리면 시너지는 크다. 그러나 그 가능성은 저절로 현실이 되지 않는다. 정부가 앞에서 길을 터주고 제도를 정비하고 기업이 현장에서 과감히 뛰도록 만들어야 한다. 정상회담의 진짜 성패는 공동성명 문구의 화려함이 아니라 1년 뒤 3년 뒤 양국 기업이 얼마나 더 빠르고 자유롭게 일할 수 있게 되었느냐로 판가름 날 것이다. 외교는 결국 경제를 살리는 쪽으로 귀결되어야 한다. 한·베트남 관계가 참으로 특별하다면 그 특별함은 말이 아니라 제도로 증명되어야 한다. 이제 양국 정부는 기업이 규제에 묶여 뛰지 못하는 낡은 질서를 넘어 서로의 산업과 기술과 사람이 자유롭게 오가는 상생의 새 틀을 짜야 한다. 원전도, 공급망도, 인프라도, 미래산업도 그 틀 위에서만 제대로 자란다. 양국 기업이 규제 없이 펄펄 날 수 있도록 길을 터주는 것, 그것이 이번 정상회담이 남겨야 할 가장 현실적이고도 가장 큰 성과다.
2026-04-22 16:55:59
-
車산업, 6G 상용화 앞당기나…자율주행·원격운전 수요 견인
[경제일보] 자동차 산업이 차세대 이동통신인 6세대(6G) 기술의 핵심 수요처이자 발전 동력으로 부상했다. 차량의 지능화와 연결성이 고도화되는 과정에서 통신 인프라 의존도가 빠르게 확대되면서 완성차 업계가 네트워크 기술 진화 방향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됐다. 20일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김한솔 선임연구원은 '자동차 산업에서 6G 통신의 잠재력' 보고서를 통해 자동차 산업이 6G 확산 과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차량이 단순 이동 수단을 넘어 데이터 생성·처리 거점으로 기능하는 구조가 강화되면서 통신 기술과의 결합이 필수적 요소로 전환되고 있다고 짚었다. 6G는 기존 5G 대비 초고속·초저지연 특성을 한층 강화한 네트워크로, 인공지능 기반 서비스 구현을 위한 핵심 인프라로 거론된다. 다만 상용화 시점과 확산 속도에 대해서는 기술 표준, 투자 규모, 생태계 구축 여부 등에 따라 변동성이 존재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현재로서는 2030년 전후 초기 상용화가 유력한 시나리오로 제시되고 있으나 구체적인 일정은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자동차 산업에서 6G 위성통신과 지상망을 결합한 네트워크 구조가 구축될 경우 도심과 비도심 간 통신 격차를 완화하고, 물류·운송 영역에서 차량 간 연결 범위가 크게 확장될 전망이다. 차량 내부 연산 구조도 변화가 예상된다. 현재 차량은 자율주행을 위한 센서 데이터 처리와 판단 기능을 차량 자체 시스템에서 수행하는 비중이 높은데, 6G 기반 환경에서는 클라우드와 네트워크를 활용한 분산 연산 구조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 이를 통해 차량 내 반도체와 전력 소모 부담을 줄이면서도 연산 성능을 유지하거나 개선하는 방식이 검토되고 있다. 교통 인프라와의 실시간 데이터 연동도 확대된다. 교통 신호, 보행자 위치, 주변 차량 정보 등을 광범위하게 통합하는 환경이 구현될 경우 사고 예방과 교통 흐름 최적화가 가능해진다. 정밀 측위 기술 역시 주요 변화 요소로 지목된다. 6G는 센티미터 수준 위치 정확도를 목표로 개발이 진행되고 있어 기존 GPS 기반 위치 정보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수단으로 평가된다. 고층 건물 밀집 지역이나 지하 구간 등 기존 통신 음영 지역에서 위치 정보 공백을 줄이는 데 활용될 수 있으며, 원격 운전의 안정성 확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산업 구조 측면에서는 완성차 기업과 통신·반도체 기업 간 협력 범위가 확대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퀄컴이 주도하는 6G 관련 산업 연합체에는 현대자동차그룹을 비롯해 스텔란티스, 지리자동차, 체리자동차, GWM 등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참여하고 있다. 통신 표준 수립 단계에서부터 자동차 산업의 요구를 반영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다만 기술 도입 과정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도 남아 있다. 차량과 네트워크 간 기능 분담 구조가 복잡해지면서 시스템 신뢰성 확보가 핵심 이슈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네트워크 장애나 지연 발생 시 차량 제어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안전 설계가 요구된다. 동시에 데이터 보안과 개인정보 보호 문제도 주요 검토 대상이다. 보고서는 6G 상용화가 본격화될 경우 자동차 기업의 역할이 단순 제조를 넘어 통합 운영자로 확대될 가능성을 제시했다. 차량, 네트워크, 클라우드, 서비스까지 연결되는 구조에서 전체 시스템을 관리하는 역량이 경쟁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단계에서는 6G 기술의 구체적인 구현 방식과 시장 확산 경로가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다만 자율주행과 모빌리티 서비스 고도화 흐름을 고려할 때 자동차 산업이 6G 생태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점진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2026-04-20 08:41:16
-
배터리도 'AI·인재 전쟁'…LG엔솔, 최연소·외국인 연구위원 앞세워 기술 판 재편
[경제일보] 글로벌 배터리 기업 LG에너지솔루션이 역대 최대 규모의 연구·전문위원을 선임하며 '인재 중심 기술 경쟁'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단순 생산 능력 확대를 넘어 AI·소프트웨어 기반 연구 역량을 전면에 배치하는 방식으로 배터리 산업 경쟁의 축을 바꾸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2026년 신규 연구·전문위원 17명을 선임했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로 어려운 업황 속에서도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핵심 인재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결정이다. 이번 인사의 특징은 명확하다. 최연소 연구위원(1989년생), 분사 이후 첫 외국인 연구위원, AI 분야 첫 연구위원 선임 등 '젊음·다양성·AI' 세 축이 동시에 부각됐다. 평균 연령도 만 44세로 낮아지며 세대 교체 흐름이 뚜렷해졌다. 배경에는 배터리 산업의 경쟁 구조 변화가 자리한다. 과거 배터리 산업은 생산능력(캐파)과 원가 경쟁력이 핵심이었다. 대규모 설비 투자와 규모의 경제를 확보한 기업이 시장을 주도하는 구조였다. 그러나 최근 들어 경쟁의 초점이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배터리 성능을 좌우하는 요소가 소재·공정에서 데이터·알고리즘까지 확장되면서 '얼마나 많이 만드느냐'보다 '얼마나 정교하게 설계하고 예측하느냐'가 중요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AI의 역할이 급격히 커지고 있다. 배터리 개발은 수천 번의 실험과 검증을 거쳐야 하는 복잡한 과정이지만, AI를 활용하면 설계·성능 예측·수명 분석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다. 특히 충전 조건 최적화, 열화 예측, 불량 분석 등에서 AI는 개발 기간 단축과 비용 절감 효과를 동시에 제공한다. 이번에 선임된 AI 연구위원 역시 배터리 설계부터 검증까지 전 과정에 AI 모델을 적용하는 연구를 맡게 된다. 이는 배터리 산업이 ‘경험 기반 제조’에서 ‘데이터 기반 설계’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다양성 확대 역시 전략적 선택으로 읽힌다. 특히 외국인 연구위원 선임은 글로벌 인재 확보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배터리 산업은 소재, 전기화학, 공정, AI 등 다양한 기술이 융합되는 분야로 특정 국가 인력만으로는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 특히 글로벌 고객사 대응과 기술 표준 경쟁까지 고려하면 연구 조직의 다국적화는 필수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이 같은 변하는 '엘리트 연구자 중심 체계' 강화로 이어지고 있다. 연구·전문위원은 단순 고급 인력이 아니라 기술 방향을 결정하는 리더 역할을 맡는다. 미래 전략 수립, 핵심 기술 개발, 생산 혁신 프로젝트를 주도하며 조직 전체의 기술 수준을 끌어올리는 축이다. 이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운영하는 '테크니컬 펠로우(Technical Fellow)' 제도와 유사한 구조로 연구자가 관리직이 아닌 기술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는 별도의 트랙을 강화하는 흐름이다. 주목할 지점은 '토탈 솔루션 프로바이더' 전략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단순 배터리 셀 제조를 넘어 AI, 소프트웨어, 시스템까지 결합한 통합 솔루션 기업으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인사는 그 방향성을 인재 구조에서 구현한 사례로 볼 수 있다. 셀 개발뿐 아니라 AI·SW 인력을 대폭 확대했다는 점은 배터리 기업이 제조업에서 기술 플랫폼 기업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핵심 인재 선발이 실제 사업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연구 성과를 양산 공정과 연결하는 실행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또한 엘리트 중심 체계가 조직 전체 혁신으로 확산될 수 있는지도 중요한 변수다. AI 도입 역시 데이터 확보와 공정 적용, 조직 적응까지 복합적인 과제를 동반한다. 배터리 산업의 경쟁 기준은 더 이상 '설비'가 아니라 '사람과 데이터'로 이동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이 선택한 전략은 그 변화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다.
2026-04-15 15:45: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