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SK텔레콤이 제조 현장에서 축적한 디지털 트윈 기술을 로봇 학습으로 확장하고 국제표준 선점에 나섰다. 로봇 제조사와 플랫폼마다 제각각인 데이터 형식과 연결 방식을 통일해 피지컬 인공지능(AI) 생태계의 공통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SK텔레콤은 지난 14일부터 22일까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국제전기통신연합 전기통신표준화부문(ITU-T) 회의에서 자사가 제안한 ‘로봇 데이터 팩토리(RDF) 연동 구조 및 방식’이 신규 표준화 과제로 채택됐다고 23일 밝혔다.
다만 신규 과제 채택은 국제표준 확정을 의미하지 않는다. 회원국과 참여 기업의 논의를 거쳐 구체적인 구조와 기술 요건을 정하고 최종 승인을 받아야 한다. SK텔레콤이 국제표준 논의를 공식적으로 시작할 수 있는 발판을 확보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로봇 데이터는 지능형 로봇을 훈련시키는 연습 문제와 같다. 로봇이 물체를 집고 옮기거나 공구를 사용하는 방법을 학습하려면 관절 움직임과 카메라 영상, 힘·촉각 센서, 작업 성공 여부 등이 담긴 대규모 데이터가 필요하다.
문제는 로봇 기종과 운영 소프트웨어마다 데이터 형식과 인터페이스가 다르다는 점이다. 한 공장에서 수집한 로봇 데이터를 다른 제조사의 로봇이나 학습 플랫폼에 곧바로 적용하기 어렵다. 개별 기업이 데이터를 별도로 수집하면 비용이 늘고 학습 품질도 일정하게 유지하기 힘들다. 휴머노이드 확산을 위해 하드웨어 성능만큼 데이터 호환성이 중요해진 배경이다.
SK텔레콤이 제안한 RDF는 로봇 데이터를 생성·가공·저장하고 AI 학습에 공급하는 일련의 체계를 뜻한다. 이번 과제에서는 RDF를 △서비스 △로봇 모델·데이터 △인프라 △디바이스 △관리 등 5개 계층으로 나누고 각 계층의 역할과 데이터 교환 방식을 정의한다.
표준이 마련되면 특정 로봇이나 플랫폼에 종속되지 않고 데이터 생성 기능과 학습 모델, 시뮬레이터 등을 연결하거나 교체하기 쉬워진다. 로봇 제조사는 데이터 수집 시스템을 처음부터 개발하는 부담을 줄이고, AI 기업은 여러 기종에서 확보한 데이터를 학습에 활용할 수 있다.
SK텔레콤의 강점은 실제 제조 현장과 연결된 디지털 트윈 경험이다. 회사는 SK하이닉스와 반도체 제조 환경을 가상공간에 구현하는 디지털 트윈 플랫폼을 구축해왔다. 이를 로봇 분야로 확장하면 실제 장비를 반복적으로 움직이지 않고도 가상 공장에서 다양한 작업과 돌발 상황을 재현해 학습 데이터를 만들 수 있다.
SK텔레콤은 하반기 디지털 트윈 기반 로봇 학습 플랫폼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이번 표준화 작업을 플랫폼에 반영해 국내외 로봇·AI 기업과 연구기관이 데이터를 교환하고 학습 모델을 적용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통신사가 네트워크 제공을 넘어 데이터 생성과 AI 모델 학습을 연결하는 피지컬 AI 인프라 사업자로 영역을 넓히는 시도이기도 하다.
국제표준화 경험도 축적하고 있다. SK텔레콤은 2024년 신규 과제로 채택된 AI 데이터센터 연동 구조를 약 2년간의 논의 끝에 올해 ITU-T 국제표준으로 확정한 바 있다. RDF 역시 여러 국가와 기업의 참여를 끌어내고 실제 로봇 환경에서 호환성을 입증하는 작업이 뒤따라야 한다.
표준화만으로 데이터 생태계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로봇 데이터의 소유권과 사용 범위, 개인정보·산업기밀 보호, 센서별 품질 기준도 함께 정립해야 한다. 가상공간에서 만든 데이터와 실제 작업 환경 사이의 차이를 줄이는 검증 체계도 필요하다.
최동희 SK텔레콤 AI전략기획실장은 “피지컬 AI 분야에서 축적한 디지털 트윈과 AI 역량을 바탕으로 국제표준 논의를 선도할 기반을 마련했다”며 “로봇 학습 플랫폼과 AI 모델을 아우르는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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