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총 18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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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미중회담,이번주 유엔총회에 세계 정상외교 '슈퍼위크'
[경제일보] 이란전쟁과 우크라이나전쟁, 고유가와 미중 패권 경쟁이 맞물린 가운데 세계 정상들이 미국에 집결한다. 뉴욕에서 열리는 제81차 유엔총회 일반토의에 이어 워싱턴DC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다. 제81차 유엔총회 일반토의는 22일(현지시간) 시작된다. 첫날 연단에 오르는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와 ‘힘에 의한 평화’를 재확인하고 이란전쟁을 비롯한 주요 현안에 대한 미국의 구상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 트럼프, 이란전쟁 출구 제시할까 최대 관심사는 7개월째 이어지는 이란전쟁의 출구전략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지난 2월 28일 이란을 공격하면서 시작된 전쟁은 원유 공급 불안과 국제 유가 상승을 불러왔다. 호르무즈해협에 이어 홍해에서도 긴장이 커지면서 세계 물가와 공급망에 부담을 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전쟁이 종결 국면으로 향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유엔총회를 계기로 걸프협력회의(GCC) 회원국 정상들과도 만나 전쟁 종식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미국 정부는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과 압바스 아락치 외무장관 등 이란 핵심 대표단의 유엔총회 참석을 허용했다. 다만 이동 범위를 유엔본부와 이란대표부, 공항 등으로 제한했다. 23일로 예정된 페제시키안 대통령 연설에서 미국의 제안에 대한 이란의 반응이 나올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엔 연설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대화 재개 메시지를 보낼지도 관전 포인트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북미 정상외교를 다시 추진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유엔총회 연설에서 구체적인 제안이 나오면 교착 상태인 북미 관계에도 변수가 될 수 있다. 북한에서는 김선경 외무성 부상이 고위급 회의에 참석해 연설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상은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쿠바·베네수엘라 등 우호국 관계자들을 만날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핵보유국 지위를 재차 주장할지, 미국과의 대화 가능성을 열어둘지가 관심이다. ◆ 트럼프, 공항서 시진핑 직접 영접 외교 무대는 곧바로 워싱턴으로 옮겨간다. 시 주석은 23일 미국을 방문하고 24일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할 예정이다. 시 주석의 백악관 방문은 2015년 이후 11년 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인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서 시 주석을 직접 맞을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 정상 영접 관례를 넘어선 예우로, 무역과 기술 협상에서 중국의 협조를 끌어내려는 포석으로 읽힌다. 백악관 국빈 만찬에는 미국 주요 빅테크 기업 경영진도 초청됐다. 회담의 핵심은 11월 만료되는 ‘무역 휴전’ 연장이다. 미국은 농산물과 항공기 구매 확대를, 중국에는 희토류와 핵심광물 수출 안정화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비전략 품목에 대한 관세 인하와 첨단기술 수출통제 완화를 원하고 있다. 대만 문제와 이란전쟁, 북미 대화도 의제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특히 AI 분야에서는 기술 패권 경쟁을 이어가면서도 군사적 오판이나 통제 불능의 위험을 막을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할지가 관심이다. 이번 외교 슈퍼위크의 성과는 공동성명의 표현보다 실제 합의에서 드러날 전망이다. 이란전쟁 종식을 위한 협상 틀과 미중 무역 휴전 연장, 희토류 공급 안정, AI 대화 채널 구축 가운데 어느 수준까지 결과를 내놓느냐가 향후 국제정세와 세계 경제의 방향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
2026-09-20 07:3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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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최대 120개, 이제 비핵화 구호만으로는 부족하다
[경제일보] 북한의 핵무기 보유량이 최대 120개에 이를 수 있다는 우리 국방당국의 추정이 나왔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20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북한의 핵무기 보유 상황에 대해 “보통 80~120개 정도로 본다”고 밝혔다. 다만 정확한 수치를 특정하기에는 제한이 있다고 덧붙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북한이 57개의 매우 강력한 핵무기를 갖고 있다고 언급한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큰 차이다. 숫자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북한 핵능력이 더 이상 잠재적 위협의 단계에 머물러 있지 않다는 점이다. 북한은 핵물질 생산시설을 확대하고 핵탄두 소형화와 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해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스스로 핵보유국 지위를 거듭 강조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최근 북한을 사실상 핵을 가진 국가로 전제하는 듯한 표현을 사용하면서 올해 김 위원장과 다시 만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우리 정부가 북한을 공식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는 원칙은 유지돼야 한다.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와 국제사회의 비핵화 원칙을 생각하면 북한의 핵보유를 법적·정치적으로 인정하는 것은 위험하다. 안 장관 역시 북한의 핵보유를 공식 인정할 수 없으며 미국의 핵우산을 통한 확장억제 정책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공식적인 인정과 현실을 직시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더라도 실제 핵무기가 사라지진 않는다. 북한이 수십 기를 넘어 최대 100기 이상의 핵탄두를 보유했을 가능성까지 제기된다면 우리의 대북정책과 국방전략 역시 그 현실을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지금까지 비핵화 협상은 큰 틀에서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제재 완화·관계 개선 등 상응 조치를 맞바꾸는 방식으로 진행돼왔다. 2018년과 2019년 북미 정상회담에서도 결국 북한의 비핵화 범위와 제재 완화 수준을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이후 협상은 장기간 교착됐고 그 사이 북한의 핵능력은 오히려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김정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추진하더라도 과거와 같은 방식만 반복해서는 다른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비핵화 목표를 포기해서도 안 된다.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핵군축 협상만 하는 방향으로 급격히 선회하면 북한의 핵개발을 사후적으로 인정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 일본과 대만 등 주변국의 핵무장론을 자극하고 동북아 전체의 핵확산 위험을 키울 가능성도 있다. 필요한 것은 목표와 현실을 구분하는 전략이다. 최종 목표는 한반도 비핵화로 유지하되 그 과정은 보다 현실적인 단계로 나눌 필요가 있다. 첫 단계는 북한의 핵능력이 더 이상 늘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핵물질 생산과 추가 핵실험,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을 동결하는 방안을 협상의 출발점으로 검토할 수 있다. 이미 상당한 핵능력을 보유한 북한을 상대로 모든 핵무기를 한꺼번에 폐기하라고 요구하고 협상이 시작되기를 기다리는 것만으로는 현실을 바꾸기 어렵다. 두 번째는 핵탄두와 핵물질의 실질적인 감축이다. 국제사회의 검증 아래 일부 핵시설과 핵물질을 폐기하고 그에 상응해 제재를 단계적으로 완화하는 방식이 될 수 있다. 북한의 신고만 믿어선 안 된다. 국제사회의 접근과 사찰이 보장돼야 한다. 최종 단계는 완전한 비핵화다. 핵동결이나 감축은 비핵화를 대신하는 목표가 아니라 그곳으로 가기 위한 과정이어야 한다. 중간 단계의 합의가 북한의 핵보유 지위를 법적·정치적으로 인정하는 결과로 이어져서도 안 된다. 중간 단계를 인정한다고 해서 북한의 핵보유를 영구적으로 용인하는 것은 아니다. 외교와 동시에 강력한 억지력도 유지해야 한다. 협상의 성공 가능성은 상대가 도발했을 때 감당해야 할 비용이 분명할수록 높아진다. 한미 확장억제의 신뢰성을 높이고 한국형 3축체계와 미사일방어, 정보·감시·정찰 능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특히 북한이 상당한 규모의 핵전력을 확보했다면 개별 미사일 요격 능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발사 징후를 조기에 탐지하고 지휘부와 이동식 발사대, 핵시설을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정보·감시·정찰 능력과 지휘통제체계를 함께 강화해야 한다. 핵추진 잠수함과 정찰위성, 무인체계 등 정부가 추진하는 첨단전력도 이런 큰 전략 안에서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미국의 확장억제에 대한 신뢰도 더욱 구체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미국의 핵우산이 실제 위기 상황에서 어떻게 작동할지, 한미가 어떤 절차를 통해 핵 대응을 협의할지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미국 대통령 개인의 의지에만 의존하는 억지력은 정권 변화 때마다 불확실성이 생길 수 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연합훈련 축소를 지시하고 동시에 김정은 위원장과 다시 만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도 주목해야 한다. 북미 대화의 문이 다시 열린다면 한국은 협상 밖에서 결과를 기다리는 나라가 돼서는 안 된다. 북핵은 미국 본토의 문제이기 이전에 대한민국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다. 한국 정부는 미국과 사전에 협상 목표와 단계별 조건을 조율해야 한다. 핵동결 단계에서 무엇을 요구할지, 어떤 경우 제재 완화를 허용할지, 최종 비핵화까지 어떤 검증 장치를 둘지 우리의 안을 먼저 갖고 있어야 한다. 북미 정상 간 정치적 합의가 한국의 안보 이해와 충돌하는 상황도 대비해야 한다. 북한 핵문제를 둘러싼 가장 위험한 태도는 두 가지다. 하나는 북한의 핵능력을 과장해 공포를 키우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비핵화라는 원칙만 반복하며 현실의 변화를 외면하는 것이다. 필요한 것은 냉정한 현실 인식과 흔들리지 않는 원칙의 결합이다. 북한의 핵무기가 57개인지, 80개인지, 120개인지 정확한 숫자는 공개 정보만으로 확인하기 어렵다. 안 장관도 이를 분명히 했다. 하지만 적어도 북한이 상당한 규모의 핵전력을 확보했다는 현실만큼은 부인하기 어렵다. 비핵화는 구호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북한이 핵을 더 만들지 못하게 묶어야 한다. 또 이미 가진 핵은 단계적으로 줄이고 최종적으로 폐기하도록 만드는 구체적인 경로가 있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한미의 강력한 억지력과 검증체계가 뒷받침돼야 한다. 북핵 최대 120개 추정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기존 대북전략을 다시 점검하라는 경고다. 비핵화라는 목표는 유지하면서 그 목표에 도달하는 방법은 현실에 맞게 바꿔야 한다. 억지력은 더 강하게, 외교는 더 현실적으로 만드는 것이 지금 필요한 북핵 전략이다.
2026-08-21 13: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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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훈련 축소 압박…동맹을 거래 대상으로 만들어선 안 된다
[경제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연합훈련인 을지프리덤실드(UFS)를 대폭 축소하라고 미 국방부에 지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훈련 비용이 많이 든다는 점과 한국이 미국의 대이란 군사행동에 동참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올해 UFS는 지난 17일부터 27일까지 진행되며 한국군 약 1만8000명이 참가한다. 한미 군 당국은 북한의 드론과 사이버 공격, 위성항법장치(GPS) 교란 등 변화한 위협까지 훈련에 반영하고 있다. 한미 연합훈련의 규모와 방식은 고정불변의 것이 아니다. 남북관계와 북한의 군사적 위협, 한반도 정세에 따라 훈련을 확대하거나 조정할 수 있다. 외교적 돌파구를 만들기 위해 일정 부분 유연성을 발휘하는 것도 필요할 수 있다. 다만 그 기준은 어디까지나 군사적 필요성과 한반도 안보여야 한다. 훈련 비용이 많이 든다거나 한국이 제3국을 상대로 한 미국의 군사행동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연합훈련을 줄이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동맹의 핵심 수단인 군사훈련이 거래의 대상이 되기 시작하면 동맹의 예측 가능성과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 특히 한국이 미국의 대이란 군사작전에 참여했는지를 한미 연합훈련 문제와 연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한미동맹의 근간은 한반도 방위다. 한국이 중동에서 어떤 군사적 역할을 할지는 우리의 국익과 법적 절차, 군사적 능력에 따라 독립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동맹국이라고 해서 미국이 벌이는 모든 군사행동에 자동으로 참여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 역시 이를 존중할 필요가 있다. 특정 지역의 군사행동에 동참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한반도 방위태세와 관련된 훈련을 축소한다면 동맹을 공동 안보체제가 아니라 비용과 보상의 관계로 보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 더구나 지금 북한의 군사적 위협은 줄어들었다고 보기 어렵다. 핵·미사일 능력은 계속 고도화되고 있고 전쟁 양상도 크게 달라지고 있다. 무인기와 사이버 공격, GPS 교란, 정밀타격 같은 새로운 위협에 대응하려면 한미 양국군이 실제 상황을 가정한 지휘·통제와 연합작전 능력을 반복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올해 UFS가 이런 현대적 위협을 훈련에 포함한 이유이기도 하다. 연합훈련은 단순히 병력을 모아 움직이는 행사가 아니다. 전쟁이 발생했을 때 한국군과 미군이 같은 작전계획과 지휘체계 아래 얼마나 신속하게 움직일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다. 훈련이 줄어들면 그만큼 실전 대비 능력을 검증할 기회도 줄어든다. 물론 훈련의 규모가 크다고 억지력이 자동으로 강해지는 것은 아니다. 컴퓨터 모의훈련과 지휘소훈련, 야외기동훈련을 적절히 조합하고 훈련의 질을 높이는 쪽이 오히려 더 중요하다. AI와 무인체계, 사이버전처럼 달라진 전쟁 방식을 얼마나 정교하게 반영하느냐가 관건이다. 이 때문에 훈련을 줄일지 확대할지도 군 당국의 전문적인 판단이 우선돼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대화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싱가포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첫 정상회담을 한 뒤에도 한미 연합훈련을 중단하거나 축소한 적이 있다. 이번에도 북한과의 대화를 재개하기 위한 외교적 메시지가 일정 부분 담겨 있을 가능성은 있다. 북미 대화 재개 자체를 반대할 이유는 없다. 한반도 긴장을 낮추고 북한의 비핵화와 군사적 위협 감소를 이끌 수 있다면 외교적 기회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군사적 억지력의 목적도 결국 전쟁을 막고 평화를 유지하는 데 있다. 다만 대화를 위해 훈련을 조정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북한의 조치도 있어야 한다. 북한이 핵·미사일 능력을 계속 고도화하는 상황에서 한미가 먼저 연합훈련을 축소하는 방식만으로는 지속 가능한 긴장 완화를 만들기 어렵다. 외교적 유연성이 실질적인 안보 성과로 이어지려면 북한의 상응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이 북미 간 협상 과정에서 소외되지 않는 것이다. 한반도 안보의 직접 당사자는 대한민국이다. 미국과 북한이 관계 개선을 논의하면서 한미 연합훈련이나 주한미군, 대북 제재 문제를 협상 카드로 다룬다면 한국의 국익과 안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정부는 미국과 긴밀하게 협의해 훈련 조정의 범위와 조건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 간 개인적 관계나 미국의 일방적 판단에 따라 한미 안보정책이 좌우되는 구조는 바람직하지 않다. 동맹은 정상 간 친분이 아니라 제도와 합의, 공동의 이해관계 위에서 작동해야 한다. 이번 일을 계기로 한국의 국방 역량을 더 강화할 필요도 있다. 한미동맹은 우리 안보의 핵심축이지만 미국의 정책이 언제나 한국의 이해와 일치한다고 전제해서는 안 된다. 미국 행정부가 바뀔 때마다 방위비나 주한미군, 연합훈련 문제가 반복적으로 흔들린다면 한국 스스로 대응 능력을 높이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한국군의 미사일방어와 정밀타격, 지휘·정보·사이버 역량을 높이는 자강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동맹이 강할수록 자강도 강해야 한다. 스스로 방어할 능력이 없는 국가가 동맹에만 의존하면 협상력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 한미 양국은 오랜 기간 공동의 희생과 신뢰를 통해 동맹을 발전시켜 왔다. 그런 동맹을 단기적인 비용 문제나 제3국 군사행동 참여 여부와 연계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 미국 역시 한국이 아시아 안보와 공급망, 경제안보에서 가진 전략적 가치를 냉정하게 볼 필요가 있다. 한국 정부도 감정적으로 대응해서는 안 된다. 미국의 요구에 무조건 따르는 것도, 반미 정서로 맞서는 것도 답이 아니다. 어떤 훈련이 필요한지, 어떤 수준의 연합태세를 유지해야 하는지를 군사적 근거와 국익을 중심으로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 한미훈련의 규모와 방식은 바뀔 수 있다. 그러나 판단 기준은 북한의 위협과 한반도 안보환경, 양국 군의 대비태세여야 한다. 방위비나 제3국 군사행동 참여 여부가 그 기준이 돼서는 안 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지시는 한미동맹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동맹을 단기적인 비용과 보상의 거래로 볼 것인가, 장기적인 공동 안보의 약속으로 지킬 것인가의 문제다. 한국 정부는 미국과 긴밀히 협의하되 우리의 안보 원칙을 분명히 해야 한다. 동맹은 조정할 수 있어도 신뢰까지 거래해서는 안 된다.
2026-08-18 11: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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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트랩에 투영된 중화(中華)의 서열: 의전(儀典)으로 읽는 중국 외교의 본색
[경제일보] 국가 간 외교에서 의전은 단순한 형식이나 예법을 넘어선다. 그것은 말 없는 언어이자, 자국의 전략적 속내와 상대국에 대한 냉정한 손익계산서를 시각적으로 증명하는 고도의 정치 행위다. 특히 스스로를 세계의 중심이라 믿으며 예의(禮義)와 서열, 그리고 체면(面子)을 극도로 중시해 온 중국 외교에서 공항 영접의 격(格)은 상대국의 전략적 가치를 가늠하는 가장 정확한 리트머스 시험지다. 최근 방중한 글로벌 정상들을 맞이한 베이징 서오두(首都) 공항의 풍경은 오늘날 중국이 바라보는 세계 질서의 재편도와 그들의 속내를 그대로 투영하고 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중 영접을 둘러싸고 외교가 안팎에서 ‘홀대론’과 ‘격하론’ 등 설왕설래가 분분했던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공항 마중에 전직 상무위원을 역임한 국가부주석(정치국원)을 내보냈다. 언뜻 거물급 인사를 배치한 듯 보이지만, 실권을 쥔 현직 최고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이 아니라는 점에서 세련되게 포장된 ‘외교적 메시지’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런 해석은 다른 정상들과의 비교를 통해 확신으로 굳어진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베이징에 도착했을 때 공항 트랩 아래에서 그를 맞이한 이는 중국 외교의 총괄 수장이자 시진핑의 심복인 왕이(王毅) 정치국원 겸 외교부장이었다. 실질적인 대미(對美) 전선에서 동맹 이상의 밀착을 과시하는 러시아에 대해 확실한 예우를 갖춘 것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과거 전승절 행사를 전후해 중국을 찾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영접에는 무려 중국 권력 서열 5위인 차이치(蔡奇) 중앙서기처 서기 겸 상무위원이 직접 공항으로 나갔다. 혈맹이자 지정학적 최전방 보루인 북한에 대해 중국이 부여하는 전략적 무게감이 어느 정도인지를 서열의 숫자로 명백히 보여준 장면이다. 중국 외교에서 나타나는 이른바 ‘영접의 변천사’는 그들의 국력 신장 및 대외 전략의 변화와 궤를 같이한다. 과거 1972년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이 냉전의 장막을 걷고 베이징을 처음 방문했을 때, 마오쩌둥 체제의 2인자이자 외교 총사령관이었던 저우언라이(周恩來) 총리가 직접 공항에 나가 영접했다. 당시 고립무원의 처지에서 미국의 손이 절실했던 중국으로서는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극진한 예우이자, 생존을 위한 절박함의 표현이었다. 1990년대와 2000년대 도광양회(韜光養晦) 시대에도 중국은 서방 강대국 정상들이 방문할 때마다 철저히 격식을 맞추며 몸을 낮췄다. 그러나 지금의 중국은 다르다. 시진핑 체제 이후 대국외교(大國外交)와 분발유위(奮發有爲)를 표방하며 굴기를 선언한 중국은 이제 미국을 향해 더 이상 저자세를 취하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이번 영접 격은 중국이 미국을 두려워하거나 눈치 보지 않으며, 이제는 겉치레식 환대에 연연하기보다 ‘대등한 G2 관계’로서 냉정하게 국익 대 국익으로 맞서겠다는 오만함과 자신감의 발로다. 반면 미국에 대응하기 위해 반드시 붙잡아야 할 러시아와 북한이라는 전통적 우방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서열과 격식을 갖추며 ‘우리 편’을 챙기는 실리주의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중국 역사와 사상의 뿌리인 『도덕경(道德經)』 제61장에는 대국과 소국의 관계에 대해 다음과 같은 가르침이 나온다. “대국자는 하류야(大國者 下流也), 천하교(天下之交), 천하지빈(天下之牝)” 큰 나라는 강의 하류와 같아서 천하의 물이 모여드는 곳이자 천하의 어머니와 같아야 한다는 뜻이다. 노자(老子)는 대국일수록 겸손하게 자신을 낮추어 아랫자리에 처해야(大國以下小國, 則取小國) 진정으로 천하의 인심을 얻고 대국으로서의 위엄을 세울 수 있다고 엄중히 경고했다. 현재 시진핑의 중국이 보여주는 의전 외교는 노자의 이런 현명한 가르침과는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는 듯하다. 공항 영접 하나에도 치밀하게 서열을 매기고, 상대국의 힘과 이용 가치에 따라 환대와 홀대의 수위를 조절하는 모습은 대국(大國)의 풍모라기보다는 지극히 계산적이고 옹졸한 패권주의의 단면을 드러낼 뿐이다. 자신들이 필요할 때는 혈맹이라며 서열 5위를 내보내고, 견제해야 할 상대에게는 은근한 엇박자의 격을 적용하는 세태는 단기적으로는 외교적 기싸움에서 승리한 것처럼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이는 주변국들로 하여금 중국이라는 거대한 이웃에 대해 신뢰보다는 끊임없는 경계심과 피로감을 느끼게 만드는 부작용을 낳는다. 의전의 격을 바꾸어 상대의 기를 꺾는 방식은 일시적인 전술은 될 수 있어도 천하를 아우르는 도(道)가 될 수는 없다. 진정한 대국 외교란 공항 트랩에 누구를 내보내느냐는 형식적 서열 정치에 매몰되는 것이 아니라, 노자의 말대로 스스로를 낮추어 천하의 물을 품어 안는 포용력과 예측 가능한 규범을 보여줄 때 비로소 완성된다. 영접 인물의 서열로 아군과 적군을 가르고 대국의 자존심을 세우려는 중국의 영접 외교 변천사는, 역설적이게도 오늘날 중국이 직면한 외교적 고립감과 조급증을 방증하는 씁쓸한 자화상일지도 모른다.
2026-05-20 10:5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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