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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성장'을 말할 때다
[경제일보] 지난달 취임 1주년을 맞은 이재명 대통령이 미국과 중남미 3개국 순방을 마치고 3일 귀국했다. 집권 1년은 성과를 자축하거나 잘잘못을 따지는 데 머물 시점이 아니다. 국정의 우선순위를 다시 세우고 남은 임기 동안 무엇을 성취할 것인지 국민 앞에 분명히 밝힐 때다. 지금 정부가 제시해야 할 가장 절박한 국가 의제는 성장이다. 분배와 복지, 공정과 통합도 지속적인 성장의 토대 없이는 오래 유지되기 어렵다. 지난 1년간 정부는 정치적 혼란을 수습하고 대외 관계를 복원하는 데 적지 않은 노력을 기울였다.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를 표방하며 미국·중국·일본은 물론 유럽과 신흥국으로 외교의 지평을 넓힌 점은 평가할 만하다. 반도체 수출 호조와 소비 회복도 경제의 급격한 추락을 막는 버팀목이 됐다. 한국은행은 올해 성장률을 2.0%로 전망하면서 반도체 경기와 수출 증가를 긍정적 요인으로 꼽았다. 최근에는 수출과 투자를 중심으로 성장세가 강해졌다는 판단 아래 기준금리를 2.50%에서 2.75%로 올렸다. 그러나 겉으로 드러난 지표만으로 경제가 정상 궤도에 올랐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반도체에 대한 수출 의존도는 여전히 높고 건설투자의 회복은 더디다. 미국의 관세정책과 국제 금융시장 불안, 중국의 산업 추격도 한국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대기업과 수출기업의 실적이 좋아져도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지방경제와 청년 고용으로 온기가 충분히 퍼지지 않는 구조적 문제도 남아 있다. 성장률 숫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성장의 지속 가능성과 확산성이다. 이번 순방은 이런 한계를 돌파할 외교적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 대통령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글로벌 인공지능 기업과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들을 만나 인공지능(AI) 협력과 투자 확대를 논의했다. 브라질·칠레·아르헨티나에서는 핵심광물과 에너지, 식량, 방산 등 경제안보 분야의 협력 가능성을 타진했다. 특히 한국과 브라질은 남미공동시장인 메르코수르와의 무역협정 협상을 진전시키기 위한 실무그룹 구성과 핵심광물 협력 확대에 뜻을 모았다. 중남미는 더 이상 지리적으로 먼 시장에 머물지 않는다. 리튬과 구리 등 첨단산업에 필요한 핵심광물의 주요 공급처이자 방산·조선·원전·바이오·식품 산업의 잠재시장이다. 미국과 중국의 전략 경쟁이 공급망의 블록화를 재촉하는 상황에서 자원과 시장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한국이 특정 국가와 특정 시장에 편중된 공급망을 다변화하려면 중남미와의 협력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에 가깝다. 하지만 정상외교에서 체결한 양해각서와 공동성명은 출발점일 뿐이다. 외교적 약속이 기업의 수주와 투자, 일자리로 이어지지 못한다면 순방은 사진과 구호만 남긴다. 정부는 국가별 후속 사업을 정리한 경제외교 이행표를 만들어 국민과 기업에 공개해야 한다. 핵심광물 확보 물량과 장기 구매계약, 현지 광산 공동개발, 방산 수출 금융, 바이오 인허가 협력, 메르코수르 무역협정 협상 일정 등을 구체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외교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기획재정부, 금융기관이 따로 움직이는 낡은 방식도 바꿔야 한다. 국내적으로는 미래산업을 선택하고 자원을 집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AI·반도체·조선·방산·바이오는 한국이 이미 일정한 기술과 생산 기반을 갖췄고 세계 시장에서 승부할 수 있는 분야다. 이들 산업을 단순히 개별 기업의 사업으로 보지 말고 인재와 전력, 용수, 데이터, 금융, 세제, 통상외교가 결합된 국가 프로젝트로 다뤄야 한다. AI 경쟁력은 선언이나 연구개발 예산만으로 생기지 않는다. 데이터센터를 가동할 전력망과 첨단 그래픽처리장치 확보, 산업 데이터 활용, 전문인력 양성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반도체 산업도 공장 건설 지원에 그칠 일이 아니다. 소재·부품·장비와 시스템반도체, 첨단 패키징까지 생태계를 넓혀야 한다. 조선과 방산은 수출금융과 유지·보수 체계를 강화하고, 바이오는 임상과 인허가에 걸리는 시간을 경쟁국 수준으로 줄여야 한다. 규제혁신도 더 이상 부처별로 몇 건의 규제를 없앴다는 실적 경쟁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기업이 투자를 결정할 때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규제의 존재만이 아니라 규제의 불확실성이다. 같은 사안을 놓고 부처마다 해석이 다르고 정권이나 담당자가 바뀔 때마다 기준이 흔들린다면 기업은 공장을 짓거나 신사업에 뛰어들기 어렵다. 신산업 규제에는 일정 기간 안에 허용 여부를 결정하는 처리시한제를 도입하고, 정부가 기한 내 답하지 않으면 원칙적으로 허용하는 제도까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기업도 정부 지원만 요구해서는 안 된다. 정부가 세제와 금융, 인프라를 제공한다면 기업은 국내 투자와 고용, 협력업체와의 성과 공유로 응답해야 한다. 해외 투자 확대가 불가피하더라도 연구개발과 핵심 제조기반, 양질의 일자리는 국내에 남기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대기업의 성장이 중소기업의 기술 축적과 청년의 기회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국민은 성장정책을 소수 기업을 위한 특혜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정치권의 책임도 무겁다. 여야가 모든 경제정책을 정쟁의 소재로 삼는 동안 세계 각국은 AI와 반도체, 에너지와 방산을 놓고 국가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다. 성장전략은 어느 정권의 전유물이 아니다. 국회는 첨단산업 전력망과 인재 양성, 기업 투자와 규제혁신에 필요한 법안을 정파적 이해에서 떼어내 처리해야 한다. 정부 역시 야당과 기업, 노동계의 의견을 듣고 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주역>에는 “궁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하며, 통하면 오래간다”는 말이 나온다. ‘궁즉변, 변즉통, 통즉구(窮則變, 變則通, 通則久)’다. 한국 경제는 과거의 성공 방식만으로 더 나아가기 어려운 변곡점에 서 있다. 수출 대기업과 수도권, 추격형 제조업에 기댄 성장 모델을 혁신기업과 지역, 중소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선도형 성장 모델로 바꾸지 못하면 저성장은 일상이 될 것이다. 이재명 정부의 첫 1년이 위기를 수습하고 국정 기반을 세운 시간이었다면, 앞으로는 결과로 평가받아야 한다. 중남미 순방에서 확보한 외교적 공간을 공급망과 시장, 투자와 일자리로 바꾸는 일이 그 첫 시험대다.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는 시간을 끝내고 경제가 국민의 삶을 일으키는 시간을 열어야 한다. 성장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성장 없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많지 않다. 정부는 이제 성장의 필요성을 주저하지 말고 말해야 한다. 다만 그 성장은 소수의 숫자를 키우는 성장이 아니라 기업의 혁신과 노동의 정당한 보상, 지역의 기회와 국민통합을 함께 이끄는 성장이어야 한다. 취임 1년 이후의 국정은 바로 그 목표에 집중돼야 한다. 대한민국 경제대전환의 골든타임은 이미 시작됐다.
2026-08-03 09:5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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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은 쉬고, 노인은 일한다… 뒤집힌 노동시장의 경고
한 사회의 미래는 노동시장을 보면 알 수 있다고 한다. 일할 사람은 일하지 못하고, 쉬어야 할 사람은 생계를 위해 일터를 떠나지 못한다면 그 사회는 이미 구조적 병에 걸린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이 바로 그 갈림길에 서 있다. 대학을 졸업한 청년들은 취업 문턱 앞에서 좌절한 채 구직을 포기하고, 환갑과 칠순을 넘긴 노년층은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새벽부터 경비실과 청소 현장, 배달과 단순노무 일자리로 향하고 있다. 청년은 쉬고 노인은 일하는 기이한 풍경은 우리 노동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가장 적나라한 증거다. 표면적으로는 고용률이 유지되고 실업률도 안정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통계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사정은 전혀 다르다. 청년층에서는 '쉬었음' 인구와 니트(NEET)족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취업을 준비하다 지쳐 아예 노동시장을 떠나는 청년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고령층 고용은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생산성이 높은 양질의 일자리가 늘어난 결과가 아니다. 부족한 연금과 불안한 노후를 메우기 위한 생계형 노동이 대부분이다. 숫자는 좋아졌지만 내용은 오히려 악화된 셈이다. 이 같은 현상은 경기 침체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우리 노동시장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이중구조와 산업구조의 변화가 맞물린 결과다. 청년들이 원하는 대기업과 공공기관, 정보기술(IT)·첨단산업 분야의 일자리는 제한적인 반면, 중소기업과 서비스업의 처우는 여전히 열악하다. 임금과 복지, 승진 기회에서 큰 격차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청년들이 중소기업 취업을 쉽게 선택하기 어려운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결과다. 문제는 이러한 격차가 시간이 갈수록 더욱 고착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 청년들은 세계 최고 수준의 교육을 받고도 자신의 역량을 펼칠 무대를 찾지 못하고 있다. 반대로 기업들은 사람을 구하지 못한다고 호소한다. 사람은 넘치는데 일할 사람은 없다는 모순은 노동시장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결국 청년들은 취업 준비 기간만 길어지고, 사회 진출은 늦어지며, 결혼과 출산까지 미루게 된다. 노동시장의 문제가 인구 감소와 저출산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반면 고령층의 현실은 더욱 절박하다. 기대수명은 길어졌지만 노후 준비는 충분하지 못하다. 국민연금만으로는 생활이 어렵고 퇴직금도 오래 버티지 못한다. 은퇴 이후에도 다시 노동시장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러나 이들에게 주어지는 일자리는 대부분 저임금 단순노무직이다. 경비원, 청소원, 공공근로 등 이른바 생계형 일자리가 고령층 고용 증가를 떠받치고 있다. 이는 고령자의 경험과 전문성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는 사회적 낭비이기도 하다. 이제 노동시장 개혁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무엇보다 청년들이 도전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신산업에 대한 과감한 규제 혁신과 기업 투자 활성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인공지능(AI), 반도체, 바이오, 미래 모빌리티 등 성장 산업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동시에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과도한 임금과 복지 격차를 줄이고, 직무와 성과 중심의 임금체계를 확대해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 첫 직장의 선택이 평생의 소득과 계층을 결정하는 구조를 그대로 둔 채 청년들에게 도전만 요구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정년 연장 논의 역시 새로운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 고령화 시대에 일정한 정년 연장은 불가피한 흐름이다. 그러나 단순히 정년만 늘리는 방식은 청년 고용을 위축시킬 가능성이 있다. 해법은 세대 간 일자리 나누기에 있다. 정년 연장과 임금피크제, 직무급제를 함께 도입하고 고령 근로자의 숙련과 경험을 활용할 수 있는 적합 직무를 확대해야 한다. 절감된 인건비는 청년 신규 채용으로 연결되는 구조를 제도화해야 한다. 고령자의 안정적인 고용과 청년의 새로운 기회는 상충하는 가치가 아니라 함께 추구해야 할 과제다. 공자는 "정치는 백성이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서 시작된다"고 했고, 맹자는 "항산(恒産)이 있어야 항심(恒心)이 생긴다"고 했다. 안정된 일자리는 개인의 생계를 넘어 공동체의 질서를 지탱하는 기반이다. 지금처럼 청년은 미래를 잃고 노인은 노후를 잃는 노동시장을 방치한다면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성은 심각한 위협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정부와 정치권, 노동계와 경영계는 더 이상 기득권 수호와 이해관계만을 앞세워서는 안 된다. 청년에게는 희망을, 장년에게는 존엄을 보장하는 새로운 사회적 계약을 만들어야 한다. 세대가 서로의 일자리를 빼앗는 구조가 아니라 경험과 혁신이 공존하는 노동시장을 구축하는 것, 그것이 초고령 사회를 앞둔 대한민국이 반드시 넘어야 할 시대적 과제다. 노동개혁의 골든타임은 결코 길지 않다.
2026-07-19 1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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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1만700원, 이제는 인상률보다 제도 개혁을 논할 때다
[경제일보]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3.7% 오른 시간당 1만700원으로 결정됐다. 최저임금 제도 시행 이후 처음으로 1만 원대 중반 시대를 눈앞에 두게 됐다는 상징성은 있지만, 정작 결정 과정과 결과는 또다시 우리 사회의 깊은 갈등만 확인시켰다. 법정 시한을 넘긴 밤샘 협상과 막판 표결, 노사 양측의 극한 대립은 해마다 되풀이되는 풍경이 됐다. 사용자 측은 "더는 버틸 수 없다"고 호소하고, 노동계는 "실질임금 삭감"이라며 반발한다. 누구도 결과를 수용하지 못하는 현실은 현행 최저임금 결정 시스템이 이미 한계에 도달했음을 웅변한다. 최저임금은 저임금 근로자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사회안전망이다. 그러나 아무리 선한 제도라도 시장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설 경우 부작용은 불가피하다. 지금 우리 경제는 고금리와 내수 부진, 소비 위축이라는 복합 불황 속에 놓여 있다. 특히 골목상권의 편의점과 음식점, 숙박업, 미용업 등 영세 서비스업은 인건비 부담과 임대료, 원자재 가격 상승을 동시에 떠안으며 생존 자체를 걱정하는 처지다. 현실적으로 최저임금조차 지급하지 못하는 사업장이 적지 않은 것은 제도의 실효성과 시장의 수용 능력 사이에 심각한 괴리가 존재한다는 방증이다. 실제로 취약 업종에서는 최저임금 미만율이 30%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난다. 법을 준수하고 싶어도 지급 능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영세 사업주를 잠재적 범법자로 만드는 제도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최저임금의 목적이 근로자를 보호하는 데 있다면, 그 제도가 오히려 일자리 축소와 폐업 증가를 초래하는 상황 또한 외면해서는 안 된다. 시장이 감당하지 못하는 임금은 결국 고용 감소와 근로시간 축소, 무인화 투자 확대라는 형태로 되돌아오기 마련이다. 피해는 결국 가장 보호받아야 할 취약계층 근로자에게 집중된다. 이제는 정치적 금기처럼 여겨졌던 업종별·지역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진지하게 검토할 시점이다. 현행 법률 역시 사업의 종류별로 최저임금을 달리 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수십 년 동안 이 조항은 사실상 사문화됐다. 수도권 대기업과 지방 영세기업의 생산성은 물론 물가와 임금 수준, 지불 능력은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동일한 기준을 전국 모든 업종에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형평성보다 불균형을 키울 가능성이 크다. 주요 선진국들도 지역이나 산업별 특성을 반영한 다양한 임금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차등 적용이 곧 노동자 차별이라는 단순한 이분법에서 벗어나야 한다. 영세 서비스업과 농림어업, 지방 중소기업의 현실을 고려한 유연한 제도 설계가 오히려 취약계층의 일자리를 지키고 지역경제를 살리는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 획일적 평등보다 지속 가능한 공정이 더 중요하다. 최저임금위원회의 운영 방식 역시 근본적인 혁신이 필요하다. 지금의 결정 구조는 노·사·공익위원이 이해관계를 앞세워 줄다리기를 벌이는 정치적 협상 테이블에 가깝다. 객관적인 경제지표보다 협상력과 여론전이 결과를 좌우하는 구조에서는 사회적 신뢰를 얻기 어렵다. 이제는 물가상승률과 경제성장률, 노동생산성, 고용 여건, 중소기업의 지급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객관적인 산식을 마련하고, 전문가 중심의 독립적인 심의체계로 전환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정치적 흥정이 아닌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결정 시스템만이 반복되는 사회적 갈등을 줄일 수 있다. 최저임금 논쟁의 본질은 숫자 자체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근로자의 삶을 보호하면서도 기업이 지속적으로 일자리를 유지할 수 있는 균형점을 찾는 일이다. 노동자 없는 기업도 없지만 기업 없는 일자리 역시 존재할 수 없다. 어느 한쪽의 희생만 강요하는 정책은 결국 모두를 어렵게 만든다. 최저임금 제도가 시행된 지 어느덧 40년에 가까워지고 있다. 그동안 우리 경제의 산업구조와 노동시장은 크게 달라졌지만 제도는 과거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이제는 해마다 반복되는 인상률 논쟁을 넘어 시장 현실과 경제 여건을 반영한 제도 개혁에 나설 때다. 업종별·지역별 차등 적용, 객관적 산식에 기반한 결정 구조, 생산성과 지급 능력을 함께 고려하는 합리적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노동자의 삶을 지키고 자영업자의 생존을 보호하며 우리 경제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담보하는 길이다. 최저임금의 미래는 인상률이 아니라 제도의 신뢰에서 결정된다는 사실을 정부와 정치권은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
2026-07-19 10:3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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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XT에 몰린 '퇴근 후 매매'… KRX, 밤 8시 장으로 맞불
[경제일보]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NXT)에서 이뤄지는 주식 거래 10건 중 4건 이상이 한국거래소 정규장 전후 시간대에 체결되고 있다. 미국 증시 움직임에 맞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사고팔려는 투자자가 출근 전과 퇴근 뒤 NXT로 몰린 것이다. NXT가 ‘출퇴근길 매매’를 앞세워 빠르게 세를 키우자, 한국거래소(KRX)도 오는 9월 장 마감 뒤 4시간 동안 주식을 실시간으로 거래할 수 있는 애프터마켓을 열기로 했다. 국내 주식시장의 경쟁이 정규장 밖으로 번지고 있다. 2일 넥스트레이드에 따르면 프리마켓과 애프터마켓을 합친 정규장 외 거래 비중은 지난해 7월 29.56%에서 지난달 중순 45.47%로 높아졌다. 넥스트레이드에서 거래되는 주식의 절반 가까이가 오전 9시~오후 3시 30분 정규장 밖에서 사고팔린 셈이다. 거래가 몰린 곳은 반도체 대형주였다. 뉴욕 증시에서 엔비디아·마이크론 등 반도체주가 급등락하면, 국내 투자자는 다음 날 정규장을 기다리지 않고 NXT 프리마켓과 애프터마켓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문을 냈다. 미국 장 마감 뒤 나온 기업 실적과 경제지표, 환율 변화에 즉시 대응하려는 수요도 시간외시장으로 향했다. NXT에는 거래량 규제라는 숙제가 남아 있다. 지난달 NXT의 하루 평균 거래량은 한국거래소의 19% 수준에 이르렀다. 자본시장법 시행령은 대체거래소의 최근 6개월 일평균 거래량이 한국거래소의 15%를 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최근 한 달 거래량만으로 규제 위반이 확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NXT로서는 거래량 관리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NXT는 1일 프리마켓부터 코스피 20개, 코스닥 12개 등 32개 종목을 거래 대상에서 뺐다. LG씨엔에스, 대한항공, 삼성E&A, 카카오, 한화솔루션 등이 포함됐다. 이번 정기 변경에서는 새로 편입한 종목이 없었다. 거래 종목을 줄여 규제 한도를 관리하겠다는 뜻이다. 거래량이 늘면서 두 시장의 거래 방식 차이도 문제로 떠올랐다. 지난달 8일 국내 증시가 급락해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을 때다. 거래 재개 과정에서 한국거래소와 NXT 사이에 약 2초의 시차가 생겼다. 한국거래소는 단일가매매를 거쳐 가격을 정한 뒤 거래를 재개했다. 반면 NXT는 기존에 남아 있던 호가를 바로 체결했다. 당시 한국거래소의 삼성전자 예상 체결가보다 낮은 가격에 NXT 주문이 남아 있었고, 이를 이용하면 단순 계산으로 삼성전자 한 종목에서만 2억6000만원가량의 차익거래가 가능했던 것으로 분석됐다. 일반 투자자가 대응하기 어려운 짧은 시간이지만, 알고리즘 매매를 이용하는 기관에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NXT는 오는 9월 14일부터 서킷브레이커 해제 뒤 거래를 재개할 때 단일가매매를 적용하기로 했다. 급변하는 장에서 두 거래소의 가격 형성 방식이 달라 생길 수 있는 혼선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한국거래소도 반격에 나선다. 당초 오전 7시 프리마켓과 오후 4시 애프터마켓을 함께 열 계획이었지만, 증권사 전산 개발 부담과 노동계 반발 등을 고려해 프리마켓 도입은 2027년 말로 미뤘다. 대신 애프터마켓은 예정대로 9월 14일 문을 연다. 한국거래소의 애프터마켓은 오후 4시부터 8시까지 운영된다. 지금처럼 10분 단위로 주문을 모아 한 가격에 체결하는 시간외단일가매매는 없어진다. 정규장처럼 매수·매도 호가가 맞으면 바로 체결되는 시간외접속매매가 도입된다. 매매 방식이 NXT와 같아지면 종목별 거래 제한도 풀릴 가능성이 있다. 현재 NXT 경쟁매매 대상인 638개 종목은 한국거래소 시간외단일가매매에서 거래할 수 없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두 시장의 거래 방식이 통일되면 이런 제한을 계속 둘 이유가 약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다음 싸움터는 ETF다. 한국거래소는 애프터마켓에서 ETF·ETN 유동성공급자(LP)가 호가를 낼 수 있도록 하고, 헤지 목적 공매도에는 업틱룰 예외를 인정할 방침이다. 시간외시장에서도 ETF 가격이 순자산가치와 크게 벌어지지 않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NXT는 오는 11월 ETF 거래를 시작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12시간 거래와 한국거래소보다 낮은 수수료를 내세울 계획이다. 개별 주식에서 시작된 두 거래소의 경쟁이 ETF로 옮겨가는 셈이다. 거래 시간을 늘린다고 유동성이 저절로 따라오는 것은 아니다. 장이 길어질수록 증권사 주문 시스템, 시장감시 인력, 유동성공급자 운용 체계도 함께 갖춰져야 한다. 지난달 서킷브레이커 뒤 발생한 2초의 시차는 거래소 간 경쟁이 빨라질수록 시장 안전장치도 그만큼 촘촘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줬다.
2026-07-02 18: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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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생계도 지키고 일자리도 지켜야 한다
[경제일보] 2027년 최저임금 논의가 막판으로 가고 있다. 노동계는 시급 1만2000원을 요구했다. 경영계는 동결을 제시했다. 한쪽은 생계를 말하고 다른 한쪽은 지불 능력을 말한다. 양쪽 모두 현실을 말한다. 그래서 더 어려운 문제다. 최저임금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저임금 노동자에게는 한 달 생계의 기준이고 영세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에는 매달 감당해야 할 고정비다. 노동자에게는 너무 낮고 사업주에게는 이미 높다. 이 모순을 외면한 채 어느 한쪽의 구호만 앞세우면 최저임금 논의는 매년 같은 자리에서 맴돌 수밖에 없다. 우리는 먼저 노동자의 현실을 봐야 한다. 물가는 올랐고 주거비와 식비, 교통비와 공공요금은 쉽게 내려가지 않는다. 최저임금으로 생활하는 사람에게 몇백 원의 인상은 숫자가 아니라 하루의 식비이고 월세의 일부이며 가족에게 보내는 돈이다. “최저”라는 말은 말 그대로 최소한의 생활을 의미한다. 최저임금이 생계의 최소선조차 지켜주지 못한다면 제도는 존재 이유를 잃는다. 그러나 또 다른 현실도 있다. 최저임금을 지급해야 하는 곳은 대기업만이 아니다. 편의점, 음식점, 동네 카페, 작은 제조업체, 지역 영세 사업장이 그 부담을 함께 진다. 매출은 제자리인데 인건비와 임대료, 전기요금, 원재료값이 동시에 오르면 버틸 수 있는 사업주는 많지 않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노동자의 소득은 늘 수 있지만 고용 시간이 줄고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 선의가 반드시 좋은 결과를 낳지는 않는다. 문제는 이 논의가 해마다 정치 구호처럼 반복된다는 점이다. 노동계는 대폭 인상을 외치고 경영계는 동결을 말한다. 공익위원이 중간선을 그으면 양측은 불만을 말하고 다음 해 다시 같은 장면이 반복된다. 우리는 언제까지 이 방식을 되풀이할 것인가. 최저임금은 숫자 싸움이 아니라 한국 노동시장과 자영업 구조의 민낯을 드러내는 거울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상식이다. 생계를 외면한 동결은 답이 아니다. 지불 능력을 무시한 급격한 인상도 답이 아니다. 최저임금은 올라야 한다. 다만 그 인상은 일자리를 해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설계돼야 한다. 특히 소상공인과 영세 중소기업의 부담을 덜어줄 보완책 없이 숫자만 올리는 것은 책임 있는 정책이 아니다. 정부의 역할도 분명하다.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것으로 책임이 끝나지 않는다. 저임금 노동자의 소득을 보완할 근로장려세제, 사회보험료 지원, 주거비 부담 완화, 직업훈련과 전직 지원이 함께 가야 한다. 영세 사업주에게는 임금 부담만 전가할 것이 아니라 생산성 향상, 디지털 전환, 임대료와 수수료 부담 완화 같은 구조 대책이 필요하다.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장 안에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회의장 안 숫자 하나로 해결하려 해서는 안 된다. 플랫폼 노동과 도급제 노동 문제도 더는 미룰 수 없다. 배달라이더, 택배기사, 프리랜서 노동자는 전통적 임금 노동자의 틀 안에 잘 들어맞지 않는다. 일한 시간은 흐릿하고 보수는 건당으로 책정되며 비용은 개인에게 떠넘겨지는 경우가 많다. 이런 사람들을 최저임금 제도 밖에 방치하면서 노동시장 보호를 말할 수는 없다. 다만 이 영역 역시 성급한 일괄 적용보다 직종별 실태와 소득 구조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 보호는 필요하지만 설계 없는 보호는 또 다른 혼란을 부른다. 기업도 할 말만 할 수는 없다. 최저임금 부담을 말하려면 노동자의 생활 현실도 함께 봐야 한다. 임금을 비용으로만 보면 노동시장은 메마른다. 노동자는 소비자이기도 하다. 저임금 노동자의 소득이 지나치게 낮으면 내수도 약해진다. 최저임금은 기업의 부담인 동시에 경제 전체의 구매력을 지탱하는 장치다. 경영계가 동결만 외칠 것이 아니라 업종별 부담과 고용 여력을 근거로 정교한 대안을 내야 하는 이유다. 노동계도 마찬가지다. 생계비를 말하는 것은 정당하다. 그러나 모든 사업장이 같은 지불 능력을 갖고 있지 않다는 사실도 인정해야 한다. 최저임금 인상이 일자리를 줄이고 특히 청년과 고령자, 취약계층의 근로 기회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 노동의 가치를 지키는 일과 일자리의 문을 지키는 일은 함께 가야 한다. 우리가 가야 할 길은 분명하다. 최저임금은 저임금 노동자의 생활을 지키는 최소 안전망이어야 한다. 동시에 일자리를 무너뜨리는 부담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를 위해서는 최저임금 하나에 생계, 복지, 자영업 대책, 플랫폼 노동 보호, 중소기업 생산성 문제를 모두 떠넘기는 관행부터 바꿔야 한다. 최저임금은 매년 결정되지만 그 결과는 한 해의 장사와 한 가정의 생활을 바꾼다. 숫자는 작아 보여도 파장은 크다. 정부와 노사는 이제 답해야 한다. 노동자의 생계를 지킬 것인가. 사업주의 지불 능력을 볼 것인가. 둘 중 하나만 고르는 방식으로는 더 이상 갈 수 없다. 생계도 지키고 일자리도 지키는 균형, 그것이 최저임금 논의의 기본 원칙이어야 한다.
2026-06-28 11:3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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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국정 2년차 수석급 참모진 개편…지지율 경고등에 칼 빼들어
[경제일보] 이재명 대통령이 국정 2년 차를 맞아 청와대 수석급 참모진을 대폭 교체하며 국정 쇄신과 개혁 드라이브 강화에 나섰다. 최근 지방선거 결과와 지지율 하락세를 계기로 국정 운영 기조를 재정비하는 동시에 인공지능(AI)·에너지 전환, 노동 개혁, 공급망 대응 등 핵심 정책 추진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21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홍보소통수석, 민정수석, 사회수석과 국가안보실 1·3차장을 교체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향후 임명될 AI미래기획수석까지 포함하면 전체 수석급 참모 11명 가운데 6명이 바뀌는 중폭 이상의 개편이다. 대통령실은 이번 인사에 대해 국정 2년 차를 맞아 소통과 개혁 동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브리핑에서 "좀 더 개혁하고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데 게을리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밝혔다. 이번 개편의 핵심은 홍보·민정 라인 교체다. 홍보소통수석에는 성기홍 전 연합뉴스 사장이, 민정수석에는 한찬식 변호사가 각각 임명됐다. 최근 지방선거 이후 나타난 민심 변화와 지지율 하락 흐름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국민 체감형 정책 성과를 높이겠다는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이 대통령은 지난 19일 브리핑에서 "대통령이, 당이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이 늘어난 것"이라며 "냉정한 현실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정책 추진 체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한찬식 신임 민정수석은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 설치와 형사소송법 개정 등 검찰개혁 후속 과제를 맡게 된다. 강건작 국가안보실 1차장은 군 구조개혁과 자주국방 역량 강화 작업을 담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노동 정책 라인도 한층 강화됐다. 문진영 전 사회수석 후임으로 약사이자 노동운동가 출신인 김경자 수석이 임명됐다. 앞서 민주노총 출신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과 한국노총 출신 이옥남 노동비서관이 합류한 데 이어 노동계 출신 인사들이 정책 전면에 배치되는 모습이다. 경제·산업 정책 측면에서는 공급망과 경제안보 대응 역량 강화가 주목된다. 송기호 경제안보비서관을 국가안보실 3차장으로 승진 발탁한 것은 미국의 관세 정책과 중동 리스크 등 글로벌 공급망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평가된다. 외교·안보와 경제가 긴밀하게 연결되는 환경 속에서 경제안보 컨트롤타워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의미다. 반면 경제성장수석과 재정기획보좌관 등 경제 라인은 유임됐다. 지난 1년간 추진해 온 경제정책 기조를 유지하면서 AI와 에너지 전환, 자본시장 활성화, 부동산 안정화, 국토 균형발전 등 핵심 과제의 성과 창출에 집중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다만 하정우 전 수석의 출마로 공석이 된 AI미래기획수석 인선은 이번 발표에서 제외됐다. AI 국가전략을 총괄할 적임자 물색에 시간이 걸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2026-06-21 14: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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