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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완수사권부터 없앤 국회…경찰 인력·통제 장치는 미완
[경제일보] 검사가 경찰 수사의 빈틈을 직접 보완할 수 없도록 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앞으로 경찰이 송치한 사건의 증거나 법리가 부족하면 검사는 직접 조사하지 못하고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해야 한다. 지난해 경찰 수사관 한 명에게 접수된 사건은 평균 133.8건,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는 11만623건이었다. 수사 인력과 기관 간 업무 절차가 정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보완수사권부터 폐지돼 사건 처리가 더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법조계와 경찰 안팎에서 나온다. 현재 검사는 경찰이 송치한 기록을 검토한 뒤 필요한 증거를 직접 확보하거나 경찰에 추가 수사를 요구할 수 있다. 계좌 추적이 덜 됐거나 참고인 조사가 빠진 사건은 검사가 보완해 기소 여부를 결정한다. 개정법이 시행되면 검사는 의견을 내고 사건 관계인에게 자료를 받을 수 있을 뿐 수사는 할 수 없다. 부족한 부분을 발견할 때마다 경찰에 다시 수사를 요구해야 한다. 경찰 사건 처리 이미 56일 넘어 보완수사 요구는 이미 빠르게 늘고 있다. 2021년 8만6916건이던 보완수사 요구 사건은 지난해 11만623건으로 27.2%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6만5913건이 경찰로 돌아갔다. 지금 추세라면 연간 보완수사 요구 건수는 지난해보다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경찰 수사관이 맡는 사건도 2020년 평균 108.4건에서 지난해 133.8건으로 23.4% 증가했다. 경찰이 자체적으로 해결하지 못해 미제로 분류한 사건은 지난해 22만241건, 올해 상반기 10만2567건이었다. 검찰이 처리하던 보완수사까지 경찰 업무에 더해지면 수사관 한 명이 같은 사건을 여러 차례 다시 들여다보는 일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사건 처리 기간은 벌써 길어지고 있다. 경찰이 사건을 접수해 송치 또는 불송치 결정을 내리기까지 걸린 기간은 지난해 평균 54.5일에서 올해 상반기 56.4일로 늘었다. 불송치 사건은 평균 61.1일이 걸렸다. 여기에 검찰의 기록 검토와 보완수사 요구, 경찰의 추가 조사, 검찰의 재검토가 이어지면 고소부터 기소까지 필요한 시간은 훨씬 길어진다. 피해자에게 수사 지연은 달력에 며칠이 더해지는 문제가 아니다. 범행을 입증할 자료가 사라지고 참고인의 기억이 흐려질 수 있다. 민사소송이나 피해 회복 절차도 형사사건 처분을 기다리느라 늦어진다. 피의자 역시 수사가 끝날 때까지 취업과 영업, 금융 거래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검찰의 보완수사를 거쳐 혐의가 달라진 사건도 적지 않다. 강화도 유기 사건에서는 검찰의 추가 수사를 거쳐 유기 혐의가 유기치상으로 변경됐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도 검찰 보완수사 과정에서 성폭행 목적이 확인됐다. 처음 수사한 기관과 다른 법률가가 증거를 다시 살피는 과정에서 놓친 범죄가 드러난 사례들이다. 검사가 확인해도 증거로 못 쓴다 개정법은 보완수사를 없애는 대신 검사에게 ‘사실관계 확인’ 권한을 줬다. 검사가 피의자와 피해자 등 사건 관계인의 의견을 듣고 자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얻은 진술과 자료는 재판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 검사가 피해자를 만나 중요한 진술을 확인해도 증거로 제출하려면 경찰이 같은 사람을 다시 조사해야 한다. 피해자는 검사실에서 한 말을 경찰서에 가서 되풀이해야 한다. 경찰이 다시 작성한 조서가 검찰로 넘어온 뒤에야 기소 판단이 가능하다. 보완수사를 없애면서 만든 대체 절차가 출석 횟수와 처리 기간을 늘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여당은 아동학대와 가정폭력, 성범죄, 스토킹, 장애인·노인 학대 등 7개 범죄에 전건송치를 도입할 방침이다. 경찰이 불송치한 사건까지 모두 공소청에 보내 한 번 더 살피게 하겠다는 것이다. 보완수사 폐지로 피해자 보호가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 조치다. 전세사기와 보이스피싱 같은 다중 피해 범죄는 전건송치 대상에서 빠졌다. 같은 피해라도 경찰이 어떤 죄명을 적용하느냐에 따라 공소청의 재검토를 받을 수 있는지가 달라질 수 있다. 피해자 보호가 필요해 예외를 두면서도 범죄 유형을 제한해 또 다른 사각지대를 만들었다. 수사 책임은 커졌지만 통제 수단은 약해 경찰 수사가 부실하거나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을 때 책임을 묻는 방법도 문제다. 개정법은 경찰이 정당한 이유 없이 보완수사 요구를 이행하지 않으면 공소청장이 해당 경찰관의 징계나 직무배제를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비슷한 제도는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 때부터 시행됐다. 이후 검사가 경찰관의 직무배제를 요구한 사례는 한 건에 그쳤다. 징계와 직무배제 요구권을 법에 적어두더라도 실제로 작동하지 않으면 부실 수사를 막기 어렵다. 검찰에서는 경찰이 보완수사를 늦게 하거나 부실하게 처리한 경우 인사평가에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경찰은 검찰의 처분 결과를 경찰 인사에 반영하면 수사 독립성이 훼손된다고 맞서고 있다. 검찰의 직접 개입은 차단하면서 경찰 수사의 오류를 누가 확인하고 책임을 물을지에 대한 답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새 기관 출범 두 달 앞두고 하위 법령 900개 손질 검찰청은 오는 10월 2일 폐지된다. 공소청이 기소와 공소 유지를 맡고 중대범죄수사청은 부패·경제·방위산업·마약·내란·외환·사이버범죄 등 6대 중대범죄를 수사한다. 1954년 형사소송법 제정 이후 72년 만에 형사사법체계가 전면 개편된다. 출범까지 남은 시간은 두 달 남짓이다. 중수청은 2000∼3000명 규모로 꾸릴 예정이지만 수사관 직급과 임용 방식은 확정되지 않았다. 기존 검찰 수사관 6000여명을 공소청과 중수청에 어떻게 나눠 배치할지도 남아 있다. 경찰과 중수청 가운데 어느 기관이 사건을 맡을지, 관할이 겹칠 때 누가 먼저 수사할지에 관한 실무 기준도 마련해야 한다. 정부가 개정해야 할 하위 법령은 900여개에 이른다. 경찰과 중수청, 공소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사건을 나누고 넘기는 절차도 새로 정해야 한다. 수사기관이 늘면 관할을 판단하고 사건을 이첩하는 데 드는 행정 절차도 늘어난다. 그동안 수사는 멈추거나 담당 기관을 찾아 오갈 수 있다. 검사의 직접 영장 청구를 막은 조항도 논란을 낳고 있다. 개정법에 따르면 체포·구속·압수수색 영장은 경찰이 신청해야 검사가 법원에 청구할 수 있다. 헌법은 체포·구속·압수·수색 영장을 ‘검사의 신청에 의해’ 법관이 발부하도록 규정한다. 대검은 헌법이 경찰 신청을 거치지 않은 검사의 직접 영장 청구까지 보장한다며 위헌 소지를 제기했다. 공소기각 기준까지 넓혀 재판 장기화 우려 개정법은 공소기각 사유도 기존 6개에서 8개로 늘렸다. ‘중대한 위법수사를 근거로 공소가 제기된 경우’와 ‘소추재량권을 현저히 일탈한 경우’ 법원이 혐의에 대한 판단 없이 재판을 끝낼 수 있도록 했다. ‘중대한 위법’과 ‘현저한 일탈’을 가르는 기준은 법에 적혀 있지 않다. 정치인과 특검 사건 피고인들이 표적 수사나 공소권 남용을 주장하며 공소기각을 요구하면 재판부는 수사 과정의 위법성부터 별도로 심리해야 한다. 1심의 공소기각 판단이 상급심에서 뒤집히면 사건은 파기환송돼 다시 재판을 받아야 한다. 야권은 이 조항이 이재명 대통령의 재판을 끝내기 위한 우회로라고 주장하고 있다. 여당은 기존 대법원 판례를 법률에 옮긴 것이라고 설명한다. 기존 판례로 해결하던 사안을 별도 조항으로 만들면서 적용 기준을 두지 않은 탓에 형사재판에 새로운 다툼을 더했다. 국회는 검사의 수사권을 폐지하는 데 속도를 냈다. 그러나 보완수사를 넘겨받을 경찰의 사건은 이미 쌓여 있고 공소청과 중수청의 인력과 업무 기준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경찰 수사가 잘못됐을 때 이를 바로잡을 제도도 실효성이 검증되지 않았다. 형사사법 절차에서 한 기관의 업무를 없애면 그 일을 맡을 사람과 필요한 시간을 먼저 계산해야 한다. 이번 개정은 검사에게서 보완수사권을 떼어냈지만 그 업무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경찰이 떠안고 사건 당사자가 기다려야 할 시간이 늘어났다.
2026-07-31 17: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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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라는 이름의 면죄부, 사법정의는 어디에 있었나
[경제일보] 친족상도례라는 말은 어렵다. 한자로 쓰면 더 멀어진다. 그러나 내용은 어렵지 않다. 가족이나 가까운 친족 사이에서 절도, 사기, 횡령, 배임 같은 재산범죄가 벌어졌을 때 국가가 처벌을 삼가거나, 피해자가 고소해야만 처벌 절차로 갈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법은 오래전부터 가족 안의 돈 문제에 형벌권을 들이대는 일을 조심스러워했다. 가정의 평온을 지키고, 가족 사이의 일을 가족 내부에서 해결하도록 하자는 취지였다. 그 취지를 모르는 사람은 많지 않다. 부모와 자식, 형제자매 사이의 사소한 금전 다툼까지 모두 경찰서와 법정으로 끌고 가는 사회가 건강하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문제는 가족이라는 말이 언제나 따뜻한 울타리로만 작동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가족은 가장 가까운 신뢰의 이름이지만, 범죄자가 그 신뢰를 이용하면 피해자는 가장 늦게 구조된다. 남이 훔치면 절도이고, 남이 속이면 사기인데, 가족이 훔치고 속이면 “집안일”로 밀려나는 순간이 있었다. 법의 이름으로 그런 일이 가능했다. 친족상도례 논란의 본질은 가족 해체가 아니다. 피해자를 법 밖에 세워 둔 제도의 문제다. 피해자가 가족이라는 이유로 재판절차에서 말할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가해자가 가족이라는 이유로 형사책임을 피한다면 사법정의는 출발선에서 멈춘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024년 형법 제328조 제1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당시 조항은 직계혈족, 배우자, 동거친족, 동거가족 또는 그 배우자 사이의 권리행사방해죄에 대해 형을 면제하도록 했다. 형법은 절도, 사기, 공갈, 횡령·배임 등 여러 재산범죄에도 제328조를 준용해 왔다. 다시 말해 친족상도례는 권리행사방해죄 한 조항에 머무르지 않고 친족 간 재산범죄 전반에 영향을 미쳐 온 셈이다. 헌재는 해당 조항이 형사피해자의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헌재 결정문을 보면 친족상도례가 왜 더 이상 옛 논리로 버틸 수 없게 됐는지 알 수 있다. 청구인 측은 친족상도례가 노인이나 장애인 등 약자를 상대로 한 악질적 재산범죄의 면죄부로 기능한다고 주장했다. 법이 가족 내부의 자율 해결을 기대하는 사이, 현실의 피해자는 고립됐다. 가족 안에서 돈을 빼앗긴 사람은 가족 안에서 침묵을 요구받는다. 가해자는 경찰서 앞에서 가족을 말하고, 법정 앞에서 화해를 말한다. 피해자는 생활비, 주거, 간병, 정서적 의존 때문에 끝까지 싸우기 어렵다. 형사사건 현장에서 자주 보는 장면이다. 친족 간 재산범죄는 폭행처럼 상처가 바로 보이지 않는다. 통장, 인감, 위임장, 법인카드, 가족회사, 명의신탁, 생활비 계좌 같은 이름 뒤로 숨어 있다. 처음에는 부탁처럼 시작된다. “가족인데 믿어라”, “내가 관리해 주겠다”, “나중에 정산하자”는 말이 이어진다. 피해자가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계좌가 비어 있거나, 회사 돈이 빠져나갔거나, 명의가 옮겨져 있다. 그때 가해자는 다시 가족을 앞세운다. “고소까지 할 일이냐”는 말이 나온다. 가족의 이름은 한 번은 범행의 도구가 되고, 또 한 번은 책임 회피의 방패가 된다. 방송인 박수홍 씨 사건이 많은 사람에게 충격을 준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박 씨 친형은 2011년부터 2021년까지 매니지먼트 회사를 운영하면서 회사 자금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았고, 2026년 2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 6개월이 확정됐다. 이 사건은 법인 자금 횡령이 중심이어서 친족상도례가 그대로 적용된 전형적 사건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대중이 이 사건을 통해 본 것은 가족회사, 가족 간 신뢰, 돈 관리, 내부 감시 부재가 맞물릴 때 재산범죄가 얼마나 오래 숨어 있을 수 있는가 하는 점이었다. 항소심은 피해 회사가 가족회사로서 내부 감시체계가 취약했고 형제 관계의 신뢰가 악용됐다는 점을 특별가중 요소로 봤다. 국회도 헌재 결정 이후 움직였다. 2025년 12월 31일 공포된 형법 개정으로 과거의 형 면제 조항은 삭제됐다. 개정 형법 제328조는 피해자의 친족이 재산범죄를 저지른 경우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도 고소할 수 있도록 형사소송법상 직계존속 고소 제한을 배제했다. 친족 아닌 공범에게는 친족 특례를 적용하지 않는다는 내용도 남겼다. 가까운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형을 면제받던 시대는 끝났다. 아버지 돈을 자식이 훔쳐도, 형제의 돈을 다른 형제가 빼돌려도, 배우자가 상대방 재산을 횡령해도 이제 “가족이니까 처벌하지 않는다”는 말은 통하지 않는다. 피해자가 고소하면 수사와 재판으로 갈 수 있다. 가족 내부의 자율 해결이라는 이름 아래 피해자의 입을 막던 낡은 문은 닫혔다. 그러나 여기서 칼럼을 끝내면 절반만 본 것이다. 형 면제가 사라졌다고 친족 특례의 문제가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다. 개정법은 친족 간 재산범죄를 원칙적으로 친고죄로 정리했다. 친고죄란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검사가 재판에 넘길 수 있는 범죄를 말한다. 피해자의 의사를 존중한다는 장점이 있다. 가족 사이의 일률적 처벌을 피하고, 진정한 화해가 이뤄진 사건까지 국가가 끝까지 밀어붙이지 않도록 하는 기능도 있다. 하지만 친고죄는 피해자가 자유롭게 고소하고 자유롭게 고소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가족 내부의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노부모가 자식에게 생활을 의존하고 있다면 어떠한가. 장애가 있는 피해자가 재산 관리를 친족에게 맡겨 왔다면 어떠한가. 배우자나 형제가 집안 여론을 동원해 “네가 가족을 감옥 보낼 셈이냐”고 몰아붙이면, 피해자의 고소 취소가 정말 자유로운 결정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형 면제의 시대에는 법이 피해자를 밀어냈고, 친고죄의 시대에는 가족 내부 압박이 피해자를 다시 밀어낼 수 있다. 대법원의 2026년 4월 판단은 이 대목을 생각하게 한다. 부모의 집에서 금고를 들고 나와 현금, 상품권, 귀금속 등을 훔친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서 피해자인 부모가 처벌불원 의사를 표시하자, 대법원은 개정 형법상 친족 간 절도는 친고죄에 해당하고 1심 판결 선고 전 고소가 취소된 이상 공소기각 판단을 했어야 한다는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 판단은 현행법 체계상 자연스럽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 친고죄 사건에서 법원이 공소를 유지할 수는 없다. 다만 이 사건은 개정 이후의 숙제를 그대로 보여준다. 법은 피해자의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 동시에 그 의사가 가족 내부의 압박, 두려움, 생계 의존, 정서적 굴레 속에서 만들어진 것은 아닌지도 살펴야 한다. 특히 노인과 장애인 피해자는 이 논의의 중심에 있어야 한다. 보건복지부의 2024년 장애인학대 현황에 따르면 전국 장애인권익옹호기관에 접수된 장애인학대 신고는 6031건이었다. 학대로 판정된 사례는 1449건이었다. 학대 피해자 중 발달장애인의 비율은 71.1%였고, 학대 유형 중 경제적 착취는 18.6%를 차지했다. 숫자가 말하는 장면은 냉정하다. 가족 안에서 돌봄을 받아야 할 사람이 오히려 돈과 노동력을 빼앗기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노인학대도 가정 안에서 많이 발생한다. 법제처 생활법령정보는 2025년 학대피해노인이 7973명으로 전년보다 11.2% 증가했다고 정리하고 있다. 노인학대는 신체적 학대만을 뜻하지 않는다. 정서적 학대, 경제적 학대, 방임, 유기도 포함된다. 재산을 관리한다는 명목으로 통장을 가져가고, 기초연금이나 예금을 생활비라는 이름으로 빼 쓰고, 부동산 처분 권한을 넘겨받은 뒤 돌려주지 않는 일도 가족 안에서 벌어진다. 가족은 법보다 가까운 곳에 있다. 그래서 위험할 때 더 무섭다. 타인의 범죄는 경찰에 신고하면 된다. 가족의 범죄는 신고하기 전부터 설명해야 할 것이 많다. 왜 가족을 고소하느냐는 질문을 먼저 받는다. 피해자는 돈을 잃은 사람인데도 가족을 깨뜨린 사람처럼 몰린다. 가해자는 범행을 설명하기보다 관계를 내세운다. “부모 자식 사이”, “형제 사이”, “부부 사이”라는 말이 피해 사실 위에 덮인다. 사법정의가 어려워지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형사법의 목적은 국가가 벌을 주고 끝내는 데만 있지 않다. 죄에 상응하는 책임을 묻고, 피해자의 말을 공적 절차 안으로 들여오며, 다시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경계를 세우는 일도 형사사법의 역할이다. 응보라는 말도 거칠게만 볼 필요가 없다. 응보는 복수가 아니다. 범죄로 무너진 질서에 대해 공동체가 “그 일은 잘못됐다”고 말하는 절차다. 피해자는 그 선언을 통해 비로소 자신이 당한 일이 집안일이나 운명의 문제가 아니라 범죄였다는 확인을 받는다. 가족 안의 재산범죄에서도 그 확인은 필요하다. 친족 특례를 모두 없애자는 말이 아니다. 가족관계에는 회복 가능성이 있고, 형사처벌이 오히려 분쟁을 키우는 사건도 있다. 부모 지갑에서 소액을 가져간 미성년 자녀 사건과, 장애가 있는 친족의 보조금과 예금을 장기간 빼돌린 사건을 같은 눈으로 볼 수는 없다. 술김에 벌어진 일회성 절도와, 가족회사를 이용해 수년간 돈을 빼낸 횡령도 다르다. 법은 차이를 봐야 한다. 과거 친족상도례의 잘못은 그 차이를 보지 않았다는 데 있다. 가까운 친족이라는 이유 하나로 피해 규모, 범행 기간, 피해자의 처벌 의사, 피해자의 취약성, 가해자의 지배관계, 피해 회복 정도를 뒤로 밀었다. 앞으로의 과제도 그 지점에 있다. 수사기관과 법원은 친족 간 재산범죄에서 고소 취소가 접수됐다고 곧바로 “화해”라고 읽어서는 안 된다. 피해자가 독립된 상태에서 의사를 밝혔는지, 가해자와 주거·생계·돌봄 관계로 묶여 있지는 않은지, 피해 회복이 실제로 이뤄졌는지, 다른 가족의 압박이 있었는지 따져야 한다. 노인, 장애인, 질병이 있는 피해자라면 진술 조력, 국선변호인, 피해자 보호명령, 후견제도, 임시 재산관리 장치까지 함께 검토해야 한다. 고소권을 법전에 적어 두는 일과 피해자가 그 권리를 실제로 행사할 수 있게 하는 일은 다르다. 입법도 한 번 더 손봐야 한다. 친고죄 일원화는 헌재 결정 이후 급한 불을 끈 절충안에 가깝다. 친족 간 재산범죄를 모두 일률적으로 친고죄로 묶는 방식이 적절한지도 계속 따져야 한다. 피해액이 크거나 범행 기간이 길거나, 피해자가 노인·장애인 등 취약한 지위에 있거나, 가해자가 재산관리 권한을 이용한 사건이라면 고소 취소만으로 절차가 끝나지 않도록 별도의 예외를 둘 필요가 있다. 가족 내부 해결을 존중하더라도, 가족 내부에서 해결될 수 없는 범죄까지 가족에게 되돌려 보내서는 안 된다. 언론도 이 문제를 연예인 가족 분쟁이나 자극적인 집안싸움으로 소비해선 안 된다. 친족상도례 논란은 유명인의 불행담이 아니라 우리 형사사법이 가족 안의 피해자를 어디까지 보호할 수 있는지 묻는 사건이다. 고령화가 빨라지고 1인 가구와 재혼가정, 사실상 돌봄 가족, 가족회사, 가족 간 재산관리 관계가 복잡해지는 시대다. 예전처럼 “가족끼리 알아서 하라”는 말로 덮을 수 있는 사건은 줄어들고 있다. 가족의 형태가 달라졌는데 법의 감각만 오래된 사진첩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친족상도례의 형 면제 조항은 역사 속으로 물러났다. 늦었지만 필요한 변화였다. 그러나 사법정의는 조항 하나를 고쳤다고 완성되지 않는다. 피해자가 고소할 수 있어야 하고, 고소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하며, 고소를 취소할 때도 그 결정이 자유로운 의사에서 나온 것인지 확인받을 수 있어야 한다. 가족이라는 말이 피해자의 권리를 지우는 순간, 법은 가장 가까운 곳의 약자를 놓친다. 가족의 평온은 범죄의 침묵 위에 세울 수 없다. 진짜 평온은 가해자의 책임을 덮는 데서 오지 않는다. 피해자가 자신이 당한 일을 말할 수 있고, 국가는 그 말을 절차 안에서 듣고, 법원은 관계가 아니라 행위를 기준으로 판단할 때 가족도 사회도 무너지지 않는다. 친족 특례의 시대가 남긴 교훈은 하나다. 가족이라는 이름이 사법정의보다 앞설 수는 없다.
2026-07-09 07:5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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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 기술교육원 '힐스테이트 아카데미' 1기 모집 外
[경제일보] 현대건설은 미래 건설산업을 이끌어 갈 청년 인재 양성을 위한 실무형 교육 프로그램 ‘HILLSTATE Academy’ 1기 교육생을 모집 중이라고 2일 밝혔다. ‘HILLSTATE Academy’는 고용노동부가 주관하는 ‘K-뉴딜 아카데미’ 사업의 일환이다. 기업이 직접 기획하고 설계한 커리큘럼을 통해 청년들이 실무에 적합한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하는 교육 과정이다. 현대건설이 이번에 기획하고 신설한 교육 과정은 건설 시공·공정·안전·품질 관리를 체계적으로 교육해 현장에서 전문가로 활약할 수 있도록 초점을 맞췄다. 건설산업 전반의 디지털 전환(DX) 흐름에 발맞춰 △건설정보보델링(BIM) △공정 관리 소프트웨어 등 스마트건설 기술 활용 교육과 취업 지원 프로그램 연계를 통해 교육생의 실질적인 취업 경쟁력 또한 높였다. 아카데미 1기는 만 18세 이상 34세 이하의 청년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현대건설 기술교육원 홈페이지를 통해 접수 가능하다. 모집 기간은 다음 달 3일까지로 교육은 오는 8월 11일부터 12월 22일까지 약 4개월간 진행된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현대건설은 국내 건설사 유일의 전문 교육기관인 ‘현대건설 기술교육원’을 통해 건설 인재 양성에 힘 쏟아왔다”며 “이번 ‘HILLSTATE Academy’ 역시 성공적으로 운영해 청년들이 안정적인 커리어를 쌓고 미래 건설산업 경쟁력을 강화할 핵심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기여하겠다”라고 말했다. 대방건설, 국토부 건설사업자 간 상호협력평가 5년 연속 ‘최우수’ 대방건설은 국토교통부가 실시한 '2026년 건설사업자 간 상호협력평가'에서 5년 연속 최우수 등급을 획득했다고 2일 밝혔다. 건설사업자 간 상호협력평가는 종합·전문건설업체 및 대·중소 건설사업자 간 긴밀한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건설산업의 균형 있는 발전과 건설공사의 효율적인 수행을 유도하기 위해 국토부가 매년 실시하는 제도다. 공동도급 및 하도급 실적, 협력업체 육성, 신인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5개 등급으로 구분한다. 95점 이상을 획득한 업체에 최우수 등급을 부여한다. 올해 평가에서는 대방건설을 비롯해 삼성물산, 현대건설, GS건설, DL이앤씨, 한화 건설부문 등 총 28개 대형 건설사가 최우수 등급을 획득했다. 최우수 등급을 받은 기업은 공공공사 입찰 참가자격 사전심사(PQ) 가점과 시공능력평가액 가산,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른 벌점 감경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다. 대방건설은 협력사와의 동반성장을 기업 경쟁력의 핵심 가치로 삼고 다양한 상생협력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운영해 왔다. 협력업체 임직원의 직무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을 실시하고 특허 및 신기술을 보유한 협력업체의 시공 참여를 확대하는 등 기술 경쟁력 향상을 지원하고 있다. 안전한 작업환경 조성에도 힘쓰고 있으며 협력업체와의 원활한 소통과 상생문화 정착을 위한 다양한 제도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대방건설 관계자는 “협력사의 경쟁력이 곧 대방건설의 경쟁력이라는 신념 아래 공정한 거래문화 정착과 협력사 지원 확대를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다”며 “오랜 신뢰를 바탕으로 고객에게 더욱 우수한 품질의 주거공간을 제공하는 믿을 수 있는 건설사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대한노인회 회원배가운동 추진 부영그룹은 이중근 회장이 부영태평빌딩에 위치한 대한노인회 태평청사에서 지난달 29일부터 오는 9일까지 대한노인회 전국 연합회와 지회를 대상으로 시상식과 간담회를 진행한다고 2일 밝혔다. 이 중 지난 29일에는 서울 지역, 30일에는 경기 지역의 시상식 및 간담회가 열렸다. 행사는 2026년 제1차 회원배가운동 추진 실적 보고를 시작으로 우수 연합회 및 지회 시상식, 회원배가운동 사업 추진계획 설명, 활성화 방안 간담회 순으로 진행됐다. 대한노인회는 올해 2월 11일부터 6월 20일까지 4개월간 실시한 제1차 회원배가운동을 통해 신규 회원 14만9872명이 가입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대한노인회 전체 회원 수는 334만7628명으로 늘어나 전체 노인 인구의 약 30%를 차지하게 됐다. 회원배가운동 성과에 대한 포상금은 약 1억8000만원이 지급됐다. 지회에는 약 1억5600만원, 연합회에는 약 1600만원이 지급됐으며 올해 2월 11일 현재 회원 가입률 50% 이상인 지회 중 미가입자 대비 신규 회원 가입률이 높은 11개 지회에는 별도의 장려금으로 총 600만원이 주어졌다. 이중근 회장은 인사말에서 “대한노인회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노인단체로서 위상과 영향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회원배가운동을 역점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올해 제1차 회원배가운동에서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연합회장과 지회장의 강한 의지, 직원들과 경로당 회장들의 적극적인 참여 덕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앙회는 앞으로 매월 회원 증가 실적을 평가해 성과에 따른 포상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겠다”며 “9월까지 회원 800만명 가입을 목표로 회원배가운동을 더욱 강력하게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2026-07-02 15:3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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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만 노인 앞 7장의 투표용지… 선관위의 '합법적 방치'
오는 6월 3일,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실시된다. 광역단체장, 기초단체장, 광역의원, 기초의원, 교육감 등 대부분의 유권자는 이날 최대 7장의 투표용지를 받는다. 지방선거는 대선·총선과 달리 선출하는 대상이 많고 구조가 복잡하다. 1995년 지방선거가 부활한 이래 투표율이 가장 낮은 선거로 꼽혀온 이유 중 하나다. 그런데 이 복잡성이 특정 유권자 집단에게는 단순한 불편을 넘어 실질적인 참정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은 충분히 논의되지 않는다. 65세 이상 인구가 1000만 명을 넘어선 지금, 고령 유권자는 전체 유권자의 20%에 가까운 비중을 차지한다. 그러나 이들이 투표소에서 겪는 현실적 장벽은 선거 제도 설계에서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7장의 투표용지 — 복잡성은 설계의 문제다 지방선거의 투표용지 매수는 선거구와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대다수 유권자는 5장에서 7장을 받는다. 광역단체장 1장, 기초단체장 1장, 광역의회 지역구 1장, 광역의회 비례대표 1장, 기초의회 지역구 1장, 기초의회 비례대표 1장, 교육감 1장이다. 각각의 선거에서 기표 방식이 미묘하게 다르고, 특히 기초의원 선거의 경우 같은 정당 소속 후보가 여러 명 나오는 중선거구제가 적용돼 그중 한 명에게만 기표해야 한다. 이 구조는 선거 제도를 잘 아는 유권자에게도 혼란을 줄 수 있다. 복수 후보에게 기표하면 무효표가 된다는 사실을 모르고 정당의 여러 후보 모두에게 기표하는 사례가 실제로 반복 발생해왔다. 인지 기능이 저하된 고령 유권자, 지방선거 경험이 적은 유권자일수록 이 위험에 더 많이 노출된다. 중앙선관위의 고령 유권자 대응 — 현황과 한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거동이 불편한 유권자를 위해 거소투표(우편투표), 임시기표소 설치, 투표보조인 동반 등의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형 선거공보와 투표 보조용구도 제공한다. 제도의 존재 자체는 평가받을 만하다. 그러나 제도의 존재와 제도의 도달은 다른 문제다. 거소투표는 신청 기한이 있고, 신청 방법을 모르면 이용할 수 없다. 투표보조인 제도도 마찬가지로 유권자가 먼저 요청해야 한다. 디지털 정보 접근성이 낮은 고령 유권자일수록 이 제도들의 존재를 접하기 어렵다. 이번 선관위 유권자 의식조사에서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응답이 78.1%에 달했지만, 의지와 실제 투표 참여 사이를 가로막는 접근성 장벽은 별도로 측정되지 않는다. 제도가 있다고 접근성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고령 유권자에게 필요한 것은 제도의 목록이 아니라 제도가 그들에게 닿는 경로다. 지방선거가 특히 더 어려운 이유 고령 유권자가 대선이나 총선보다 지방선거를 더 어렵게 느끼는 데에는 구조적 이유가 있다. 첫째, 선출 대상이 다수여서 각 투표용지의 의미를 구분해야 한다. 둘째, 교육감 선거는 정당 표시 없이 후보자 이름만 나오는 경우가 많아 사전 정보 없이 투표소에서 즉각 판단하기 어렵다. 셋째, 지역구 의원 선거는 선거구 범위가 주민 생활권과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내 지역구 후보'가 누구인지 파악하기 어렵다. 2022년 8회 지방선거 투표율은 50.9%로 역대 지방선거 중 두 번째로 낮았다. 낮은 투표율의 원인으로는 정치적 피로도와 선거 구조의 복잡성이 함께 거론됐다. 고령 유권자의 투표율과 무효표 비율이 연령대별로 어떻게 분포하는지에 대한 공식 분석은 공개되지 않는다. 측정하지 않으면 문제는 보이지 않는다. 선거 접근성은 민주주의의 기반이다 선거 접근성은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토대에 관한 문제다. 투표할 의사가 있는 유권자가 제도의 복잡성과 정보 접근성 부재로 인해 실질적으로 배제된다면, 이는 선거 제도 설계의 실패다. 고령 인구가 전체 유권자의 20%에 달하는 지금, 이 집단의 참정권 접근성은 선거 정책의 핵심 의제가 돼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세 가지 조치가 검토될 수 있다. 첫째, 투표용지 수와 기표 방식을 쉬운 언어와 그림으로 설명하는 고령자 맞춤 안내물을 투표소 전 단계에서 의무 배포하는 것이다. 둘째, 거소투표와 투표보조인 신청 안내를 노인맞춤돌봄서비스와 경로당 네트워크를 통해 사전 전달하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다. 셋째, 연령대별 무효표 비율과 고령 유권자 투표 참여 실태를 선관위가 공식 집계하고 공개하는 것이다. 측정 없이는 개선도 없다. 6·3 지방선거까지 사흘이 남았다. 이번 선거에서 고령 유권자 접근성 문제가 해소될 여지는 없다. 그러나 이번 선거가 끝난 후, 1000만 노인 시대의 선거 제도가 이 질문을 외면하지 않기를 바란다. 7장의 투표용지는 민주주의의 풍요로운 증거일 수 있다. 동시에 그 앞에서 포기하게 만드는 장벽이기도 하다.
2026-05-31 1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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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지방선거 사전투표 시작…후보 자질·정책 잘 따져 주권 행사해야
[경제일보] 6·3 지방선거의 문이 먼저 열린다. 사전투표는 29일과 30일 이틀 동안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진행된다. 유권자는 주소지와 관계없이 전국 사전투표소 어디에서나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다. 투표소에 갈 때는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여권 등 본인 확인이 가능한 신분증을 반드시 챙겨야 한다. 지방선거는 대통령선거보다 덜 뜨겁고, 국회의원 선거보다 덜 주목받는다. 그러나 시민의 삶에는 오히려 더 가까운 선거다. 버스 노선과 배차 간격, 재개발과 재건축, 학교와 돌봄, 골목상권과 지역 일자리, 청년 주거와 노인 복지, 쓰레기 처리와 하천 정비가 모두 지방정부의 손을 거친다.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 지방의원과 교육감을 누구로 뽑느냐에 따라 한 도시의 4년이 달라진다. 지방선거를 ‘작은 선거’로 여기는 순간, 우리 일상의 큰 결정권을 남에게 맡기는 셈이다.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가 가장 먼저 따져야 할 것은 후보의 자질이다. 자질은 말솜씨가 아니다. 선거운동 기간에 얼마나 크게 외쳤는지도 아니다. 공직을 맡을 만한 도덕성, 이해충돌을 피할 수 있는 절제, 예산을 다룰 능력, 주민의 다른 의견을 들을 수 있는 태도, 위기 때 책임을 회피하지 않는 품격이 자질이다. 지방권력은 중앙권력보다 감시의 눈이 느슨해지기 쉽다. 단체장과 지방의회가 한 정당으로 쏠리면 견제 장치도 약해질 수 있다. 그래서 유권자는 후보의 전과, 재산 형성 과정, 병역·납세, 과거 공직 수행 평가, 막말과 혐오 발언 여부까지 차분히 살펴야 한다. 정책은 더 냉정하게 봐야 한다. 선거 때마다 지역마다 ‘철도 신설’ ‘산단 조성’ ‘청년 일자리’ ‘무상 복지’ ‘관광도시 도약’ 같은 말이 쏟아진다. 듣기 좋은 공약일수록 더 물어야 한다. 재원은 어디서 마련할 것인가. 중앙정부 권한인지 지방정부 권한인지 구분했는가. 이미 추진 중인 사업을 이름만 바꿔 새 공약처럼 내세운 것은 아닌가. 임기 4년 안에 가능한 사업인가. 주민 갈등을 조정할 방안은 있는가. 좋은 공약은 화려한 문장이 아니라 숫자와 일정, 책임 주체가 분명한 약속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정책·공약마당에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 참여한 정당과 후보자 측이 제출한 정책·공약 자료가 게시돼 있다. 선관위는 선거 진행 중에는 후보자 공약 정보를 제공하고, 선거 종료 뒤에는 당선인 공약 정보를 제공한다고 안내하고 있다. 유권자가 마음만 먹으면 정당의 10대 정책, 후보자별 공약, 지역별 쟁점을 비교할 수 있는 통로가 열려 있는 셈이다. 사전투표는 단순히 ‘미리 하는 투표’가 아니다. 바쁜 직장인, 자영업자, 돌봄 노동자, 출장·이동이 많은 유권자에게 참정권의 문턱을 낮추는 제도다. 선거일 당일 일정이 불확실하다면 사전투표는 주권을 놓치지 않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다만 편리해진 만큼 더 신중해야 한다. 투표소에 들어가기 전 후보 이름과 정당 기호만 볼 것이 아니라, 최소한 내 지역의 핵심 현안과 후보별 해법은 확인해야 한다. 지방선거의 위험은 ‘묻지마 투표’다. 중앙정치에 대한 분노나 호감만으로 지방정부를 선택하면 지역의 구체적 문제는 뒤로 밀린다. 여당을 도와야 한다는 구호도, 야당을 견제해야 한다는 구호도 유권자의 판단 기준 가운데 하나일 수는 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시장과 도지사, 구청장과 군수, 지방의원은 중앙정치의 대리인이 아니라 주민의 생활을 책임질 일꾼이다. 정당을 보되 인물을 함께 보고, 구호를 듣되 실행 능력을 따져야 한다. 공자는 <논어>에서 “백성이 믿지 않으면 나라가 설 수 없다”고 했다. 정치의 바탕은 신뢰라는 뜻이다. 오늘의 지방정치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신뢰는 선거운동 차량의 확성기에서 나오지 않는다. 신뢰는 후보의 삶, 말과 행동의 일관성, 공약의 실현 가능성, 약자를 대하는 태도에서 나온다. 유권자가 그 신뢰를 검증하지 않으면, 선거 뒤 실망할 권리도 약해진다. 이번 지방선거는 지역의 미래를 정하는 선거다. 인구 감소로 소멸 위기에 놓인 지방도시, 집값과 교통난에 눌린 수도권, 산업전환의 갈림길에 선 제조업 도시, 교육과 돌봄 부담이 커진 모든 지역이 각자의 해법을 기다리고 있다. 이 과제들은 진영의 함성만으로 풀리지 않는다. 숫자를 아는 행정, 갈등을 조정하는 정치, 미래를 설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29일과 30일 사전투표소로 향하는 발걸음은 가벼워도, 한 표의 무게는 가볍지 않다. 민주주의는 거창한 연설보다 평범한 시민의 기표에서 완성된다. 후보의 자질을 따지고, 정책의 실현 가능성을 살피고, 내 지역의 4년을 누구에게 맡길지 숙고해야 한다. 투표는 권리이자 책임이다. 사전투표의 시작은 유권자에게 묻고 있다. 당신의 도시를 누구에게 맡길 것인가. 그 답은 정당도, 여론조사도, 선거 구호도 대신해줄 수 없다. 오직 시민의 한 표만이 답할 수 있다.
2026-05-29 10:3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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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폭염은 모두에게 평등하지 않다
22일, 정부는 관계부처 점검회의를 열어 폭염 취약계층 안전관리 강화를 논의했다. '때 이른 폭염'으로 온열질환 사망자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는 무더위쉼터 점검과 노후 냉방기기 교체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매년 여름 반복되는 장면이다. 그러나 이 반복이 문제의 본질이다. 온열질환 사망자의 구성은 해마다 거의 같다. 노인이 절반을 넘고, 장애인을 합하면 취약계층이 전체의 70%에 달한다. 2025년 온열질환 사망자 29명 중 고령자가 17명(59%), 장애인이 3명(10%)이었다. 폭염은 자연재해지만, 그 피해는 불균등하게 배분된다. 폭염이 노인을 더 많이 죽이는 것은 우연이 아니라 구조다. 왜 노인인가 — 생리적 취약성과 사회적 고립의 결합 노인이 폭염에 취약한 이유는 생리적·사회적 두 층위에서 작동한다. 생리적으로 노인은 체온 조절 기능이 저하돼 있고, 갈증을 느끼는 감각도 둔해져 탈수 상태를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만성질환자 비율이 높아 심뇌혈관계에 가해지는 열 부담이 치명적으로 이어질 위험도 크다. 사회적 층위가 더 복잡하다. 독거노인은 이상 징후가 발생해도 주변에 알릴 사람이 없다. 논밭에서 혼자 일하다 쓰러지는 고령 농촌 노인, 에어컨 전기요금이 부담스러워 더위를 버티는 저소득 독거노인, 무더위쉼터가 어디 있는지 모르는 디지털 소외 노인 — 폭염 피해는 이 세 유형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한다. 2025년 온열질환 사망 현황 내용 전체 사망자 29명 (2025년 9월 중순 기준) 고령자 사망 17명 (59%) 장애인 사망 3명 (10%) 취약계층 합계 20명 (약 70%) 주요 발생 장소 논·밭 등 실외작업장, 냉방 취약 주거지 무더위쉼터의 역설 — 있지만 쓰이지 않는다 정부의 대표적 폭염 대응 수단은 무더위쉼터다. 2025년 서울시 기준 3770여 곳이 운영됐다. 숫자만 보면 촘촘한 안전망처럼 보인다. 그러나 현장은 달랐다. 경로당은 회원제로 운영돼 외부인이 들어가기 어렵고, 주민센터는 민원 창구와 공간을 함께 써 이용자가 불편함을 느꼈다. 에어컨이 고장 난 채 방치된 쉼터도 여럿이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접근성이다. 쉼터가 어디 있는지 알려면 스마트폰으로 검색하거나 지자체 안내문을 확인해야 한다. 정작 폭염에 가장 취약한 고령 독거노인은 이 정보에 접근하기 어렵다. '쉼터가 있다'는 사실과 '노인이 쉼터를 이용한다'는 사실 사이의 간극이 매년 좁혀지지 않는 이유다. 무더위쉼터의 실효성은 숫자가 아니라 도달률로 측정해야 한다. 가장 취약한 사람이 실제로 이용하고 있는가 — 이 질문에 정부는 아직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매년 반복되는 '강화 대책'의 한계 정부의 폭염 대응은 해마다 비슷한 형식을 취한다. 관계부처 점검회의 개최, 취약계층 4만 명 발굴, 생활지원사 전화·방문 확인, 냉방비 지원 확대. 2025년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여름철 취약계층 보호 대책의 골자도 이와 다르지 않다. 이 대책들이 의미 없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이 대책들은 구조가 아니라 증상에 대응한다. 냉방비 5만 원을 지원받아도 에어컨이 없으면 소용없다. 전화 확인을 받아도 다음 날 혼자 논밭에 나가면 위험은 그대로다. 폭염이 기후위기의 상수가 된 시대에, 해마다 반복되는 '강화'는 강화가 아니다. 질병관리청 전문가들은 고령자 맞춤형 실시간 모니터링 체계와 지방정부·돌봄인력 연계 시스템 구축을 해법으로 제시한다. 현재 폭염 대응의 컨트롤타워는 행정안전부지만, 실질적으로 노인 건강을 다루는 질병관리청이 기후보건 분야에서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세 가지 구조적 전환이 필요하다 폭염 취약 고령자 보호를 위한 실질적 개선은 세 방향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첫째, 무더위쉼터의 '도달률' 지표화다. 현재는 쉼터 개소 수와 운영 여부가 점검 기준이다. 실제 고령 이용자 수, 특히 독거노인과 저소득 노인의 이용률을 별도로 집계하고 이를 공개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도달하지 못하는 쉼터는 있는 것과 다름없다. 둘째, 냉방 취약 가구 지원을 에너지 바우처와 기기 보급으로 전환해야 한다. 가구당 5만 원의 냉방비 지원은 에어컨이 없는 가구에는 무의미하다. 저소득 독거 고령 가구에 냉방 기기를 직접 보급하는 방식이 더 실효적이다. 셋째, 농촌 고령 노동자에 대한 실외작업 제한 체계를 갖춰야 한다. 온열질환 사망자의 상당수가 논밭 실외 작업 중 발생한다. 폭염 경보 발령 시 고령 농업인의 낮 시간대 작업을 제한하는 제도적 근거와 이를 뒷받침하는 소득 보전 방안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 기상청은 올해 평균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확률을 70%로 제시했다. 여름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폭염은 이제 예외적 재난이 아니라 반복되는 계절이 됐다. 그 계절마다 노인이 더 많이 죽는 구조가 바뀌지 않는다면, 올여름의 '강화 대책'도 내년의 회의 자료가 될 뿐이다.
2026-05-25 1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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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1000만 명의 시대, 실버타운 40곳 뿐
숫자는 냉정하다. 2024년 7월 대한민국 65세 이상 인구가 1000만 명을 넘어섰다. 전체 인구의 19%다. 2030년에는 25%인 1300만 명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이 1000만 명을 위한 노인 주거 시설, 이른바 실버타운은 전국에 40곳·9000여 가구에 불과하다. 고령 인구 대비 0.13%다. 미국은 4.8%, 일본은 2%다. 한국은 선진국의 30분의 1 수준이다. 이것은 준비 부족의 문제가 아니다. 정책 실패의 문제다. 고령화 속도가 세계 최고라는 사실을 모른 것도 아니고, 예측하지 못한 것도 아니다. 알면서 10년 넘게 규제의 울타리를 치고, 민간의 진입을 막고, 공공 공급은 연간 1000가구 수준에 묶어뒀다. 그 결과가 지금 이 숫자다. 2015년, 정부가 문을 걸어 잠갔다 현재 실버타운의 공급 공백을 이해하려면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정부는 그해 노인복지법을 개정해 분양형 노인복지주택을 전면 폐지했다. 명분은 정당했다. 서울·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투기에 악용되고, 불법 분양과 부실 운영 사례가 속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 있는 일부 사업자를 규제하는 대신, 정부는 제도 자체를 없앴다. 분양형이 사라지자 임대형 실버타운만 남았다. 운영 경험이 있는 사업자만 진입 가능하도록 장벽을 높였다. 수익성이 낮은 구조에서 신규 공급은 멈췄다. 규제는 투기꾼을 막았지만, 그보다 훨씬 많은 평범한 노인들이 갈 곳을 잃었다. 그 문이 닫힌 채 10년이 흘렀다. '분양형 재도입' — 해법인가, 면피인가 2025년 정부는 9년 만에 분양형 실버타운 재도입을 선언했다. 언론은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그러나 발표의 조건을 들여다보면 달라진다. 분양형 실버타운이 허용되는 지역은 행정안전부가 지정한 '인구감소지역 89곳'에 한정된다. 강원, 전남, 경북의 인구 소멸 위기 지역들이다. 문제는 노인들이 살고 싶어 하는 곳은 그곳이 아니라는 점이다. 실버타운 수요는 의료·교통·상업시설이 갖춰진 도심에 집중된다. 업계는 한목소리로 "수요가 있는 곳에 짓게 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정부의 답은 "인구 소멸지역부터 시범 운영"이다. 노인 주거 문제를 해결하는 척하면서, 실제로는 지방 소멸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려는 두 마리 토끼 잡기의 산물이다. '더 클래식 500' 보증금 9억 — 중산층 노인은 갈 곳이 없다 현재 운영 중인 실버타운은 양극화돼 있다. 한쪽 끝에는 보증금 9억 원, 월 생활비 472만 원 이상인 최고급 시설이 있다. 삼성 노블카운티의 임대료는 인근 아파트의 2.19배 수준이다. 다른 한쪽 끝에는 저소득층을 위한 정부 지원 시설이 있다. 그 사이, 중산층 노인을 위한 시설은 사실상 전무하다. 은퇴 후 중소도시 아파트를 보유하고, 국민연금을 받으며, 자녀에게 손 벌리지 않고 살고 싶은 노인 — 이 나라 노인의 대다수가 속하는 이 계층을 위한 실버타운은 존재하지 않는다. 정부가 말하는 '중산층 위한 실버스테이'는 아직 계획 단계다. 1000만 노인 시대에 정책은 여전히 미래형이다. 규제를 풀어도 안 짓는 이유 — 수익성의 벽 정부가 위탁 운영 경험 요건을 없애고 호텔·보험사·리츠까지 사업자 범위를 넓혔지만, 민간이 선뜻 뛰어들지 않는 이유가 있다. 실버타운은 초기 투자 비용이 크고, 임대료 인상이 연 5% 이내로 제한돼 수익 구조가 취약하다. 의료·돌봄 서비스를 병행해야 하는 운영 부담도 크다. 이 구조에서 민간이 찾는 출구는 두 곳이다. 고급화해서 마진을 높이거나, 서비스 질을 낮춰 비용을 줄이거나. 중산층을 위한 합리적 가격의 실버타운은 규제를 풀어도 시장이 자동으로 만들어내지 않는다. 그것은 공공 투자와 제도 설계가 함께 가야 가능한 영역이다. 정부는 규제 완화로 책임을 시장에 넘겼지만, 시장은 그 빈자리를 채우지 않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 세 가지 방향이 즉각 논의돼야 한다. 첫째, 분양형 실버타운 허용 지역을 인구감소지역에서 수요 집중 지역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수도권 도심 내 역세권, 의료기관 인접 지역을 우선 검토해야 한다. 둘째, 중산층 노인을 위한 공공 주도 공급 모델이 필요하다. LH 고령자복지주택 공급 목표를 연 3000가구에서 대폭 상향하고, 민관 협력 모델을 통해 속도를 내야 한다. 셋째, 서비스 품질 기준을 법제화해야 한다. 분양형 재도입 이후 과거처럼 부실 운영과 투기 악용이 재발하지 않으려면, '얼마에 공급하느냐'보다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대한 구체적 기준 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 노인 1000만 명의 나라에 실버타운이 40곳뿐이라는 사실은, 이 사회가 노인의 주거를 얼마나 오랫동안 정책의 변방에 방치해왔는지를 보여준다. 분양형 재도입은 늦었지만 반가운 출발이다. 그러나 노인들이 살고 싶은 곳에 짓지 못하고, 중산층이 감당할 수 있는 가격이 아니라면, 숫자만 바뀔 뿐 현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2026-05-24 1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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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스마트폰이 나를 화나게 만들고 있었습니다
혹시 이런 경험, 있으신가요?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확인합니다. 처음엔 날씨나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가 궁금해서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추천 기사들이 죄다 무섭고 걱정스러운 것들뿐입니다. "이 음식 먹으면 암 걸린다", "노인 연금 또 깎인다", "요즘 세상이 왜 이러나"… 읽다 보면 하루가 시작되기도 전에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유튜브도 마찬가지입니다. 건강 영상 하나를 봤을 뿐인데, 다음 날부터 화면 가득 "이 병 조심하세요", "이것만 먹으면 낫습니다" 영상들이 줄지어 나타납니다. 뭔가 이상하다고 느끼신 적 없으신가요? 이게 여러분 탓이 아닙니다. 네이버, 카카오, 유튜브가 그렇게 설계해 놓은 것입니다. 세 회사, 하나의 목적 네이버, 카카오, 유튜브에는 각각 이름만 다른 '추천 알고리즘'이 있습니다. 네이버는 'AiRS(에어스)', 카카오는 '루빅스', 유튜브는 자체 영상 추천 시스템입니다. 이름은 달라도 목적은 하나입니다. 여러분이 스마트폰을 오래, 자주 보게 만드는 것입니다. 작동 방식도 똑같습니다. 여러분이 어떤 기사를 클릭했는지, 어떤 영상을 끝까지 봤는지, 얼마나 오래 머물렀는지를 낱낱이 기억합니다. 그리고 비슷한 것을 계속 보여줍니다. 건강 걱정에 무릎 통증 기사를 한 번 눌렀다면, 그 순간부터 "이 병에 걸릴 수 있다", "이 음식은 독이다" 같은 내용들이 화면을 채우기 시작합니다. 이 기사나 영상들이 완전히 거짓말인 것은 아닙니다. 문제는 수백만 가지 콘텐츠 중에서, 가장 불안하고 자극적인 것만 골라서 여러분 앞에 갖다 놓는다는 것입니다. 불안하고 화나는 내용일수록 손이 더 많이 간다는 걸 컴퓨터가 학습했기 때문입니다. 왜 어르신에게 더 심한가요? 젊은 세대는 정보를 접하는 경로가 다양합니다. 어떤 날은 인스타그램, 어떤 날은 트위터, 어떤 날은 친구에게서 직접 듣습니다. 한 곳에서 자극적인 내용을 봐도 다른 곳에서 희석됩니다. 하지만 많은 어르신들은 네이버 추천 뉴스와 유튜브 추천 영상이 정보의 거의 전부입니다. 그리고 어르신들은 한번 기사를 읽기 시작하면 끝까지 읽고, 영상도 끝까지 봅니다. 알고리즘 입장에서는 '반응이 좋은 이용자'입니다. 결국 어르신의 화면이 다른 연령대보다 훨씬 더 자극적이고 어두운 내용으로 채워집니다. 세상이 실제보다 훨씬 위험하고 불공평하게 느껴지기 시작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볼수록 마음이 무거워지고, 세상이 온통 나쁜 것들로 가득 찬 것처럼 느껴진다면, 그건 실제가 아닙니다. 네이버 AiRS, 카카오 루빅스, 유튜브 — 이 세 회사의 추천 프로그램이 그런 내용만 골라서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세 회사는 왜 바꾸지 않나요? 세 회사 모두 이 문제를 모르지 않습니다. 알면서도 바꾸지 않는 이유는 같습니다. 여러분이 오래 볼수록 광고 수익이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불안한 기사, 자극적인 영상이 광고를 더 많이 팔아줍니다. 여러분이 하루를 무거운 마음으로 시작하고, 세상을 실제보다 어둡게 바라보게 되더라도, 세 회사의 통장에는 돈이 들어옵니다. 정작 여러분이 "왜 이런 것만 뜨냐"고 항의할 창구도 없고, 추천 프로그램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확인할 방법도 없습니다. "컴퓨터가 알아서 한 것"이라는 말 뒤에 숨을 뿐입니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 완전히 피할 수는 없지만, 조금 현명하게 쓰는 방법은 있습니다. 첫째, 뉴스와 유튜브 보는 시간을 정해두세요. 아침 30분, 저녁 30분처럼요. 습관적으로 수시로 들여다볼수록 추천 알고리즘은 여러분을 더 깊이 끌어당깁니다. 둘째, 불안하거나 화나는 내용을 보고 "나한테 왜 이걸 보여주는 걸까?" 추천 알고리즘의 의도를 한 번 의심하는 것만으로도, 끌려다니지 않을 수 있습니다. 셋째, 가끔은 스마트폰을 덮고 라디오나 종이 신문을 보세요. 추천 알고리즘이 없는 매체는 여러분을 자극하지 않습니다. 스마트폰은 여러분의 삶을 편리하게 해주는 도구입니다. 하지만 네이버, 카카오, 유튜브가 설계한 추천 화면은 우리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닙니다. 그들의 수익을 위해 만들어진 것입니다. 이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도, 오늘 추천 화면이 조금 다르게 보이실 겁니다.
2026-05-06 13: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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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K기업은행, 연내 국민성장펀드 1조3500억원 지원 본격화 外
IBK기업은행, 연내 국민성장펀드 1조3500억원 지원 본격화 [경제일보] IBK기업은행은 국민성장펀드 10조원 참여 계획의 일환으로 2026년 첨단전략산업 및 관련 생태계에 1조3500억원 규모의 지원을 승인해 본격 추진한다고 10일 밝혔다. 기업은행은 총 1조3500억원 중 기업투자 부문 8500억원, 인프라 부문 5000억원을 국민성장펀드와 함께 첨단전략산업 및 관련 생태계에 공급한다. 기업투자 부문에서는 은행권 최대 규모 수준인 8500억원을 혁신 중소·벤처기업의 생애주기별 맞춤형 모험자본으로 공급해 기술개발, 기술사업화, 스케일업을 적극 지원할 예정이다. 혁신 중소·벤처기업에는 모펀드 운용 경험과 전문성을 보유한 운용사를 통해 투자하고 스케일업·성숙기 기업에는 기업의 재도약과 성장을 촉진할 수 있는 운용사를 자체적으로 선별해 맞춤형 투자를 진행한다. 또한 전력, 용수, AI데이터센터 등 에너지 인프라 확충과 국가 전략 산업 관련 인프라에 5000억원을 투자해 첨단전략산업 인프라 생태계 조성에도 기여할 예정이다. 특히 해당 펀드는 인프라 전문성을 갖고 있는 IBK자산운용이 운용하며 100% 그룹 자본으로 조성해 IBK금융그룹의 자본력과 운용역량을 집중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첨단전략산업 기업 및 인프라에 대한 금융지원은 기업은행의 본연의 역할이자 강점 분야"라며 "기업은행이 발굴한 우량 사업을 국민성장펀드에 적극 추천해 펀드의 성공적인 운영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우리금융, 시니어 디지털 금융교육 확대…올해 3080명 참여 우리금융그룹 우리금융미래재단은 시니어 디지털 금융교육 프로그램인 'WOORI 어르신 IT 행복 배움교실'을 이달부터 확대 운영한다고 10일 밝혔다. 'WOORI 어르신 IT 행복 배움교실'은 우리금융미래재단이 2024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시니어 맞춤형 디지털 금융교육 프로그램이다. 지난해에는 전국 11개 배움터에서 총 280회 교육을 통해 1837명의 어르신이 참여했으며, 올해는 규모를 확대해 16개 배움터에서 총 456회 교육을 실시해 3080명의 어르신에게 교육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교육은 우리은행이 서울과 수도권 주요 복지관에 조성한 'WOORI 어르신 IT 행복 배움터'에서 3월부터 12월까지 약 10개월간 진행된다. 커리큘럼은 △스마트폰 기본 사용법 △모바일뱅킹 이용 방법 △키오스크 주문 △택시 호출 △AI 활용 방법 △금융사기 예방법 등 일상생활에 바로 활용할 수 있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수강생 수준에 따라 기초반과 심화반으로 나눠 맞춤형 교육을 진행하며, 배움터에 마련된 다양한 IT 기기를 활용해 이론과 실습을 함께 배울 수 있도록 구성했다. 교육 이후에는 '도전! 시니어 금융 골든벨'을 개최해 우수한 성적을 거둔 수강생에게 포상금을 전달한다. 우수 수강생은 다음 교육과정에서 보조강사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된다. 우리금융미래재단 관계자는 "올해는 수강생들이 교육 직후 배움터 인근 식음료 매장에서 키오스크를 이용해 직접 주문해보는 실습 교육도 추가됐다"며 "앞으로 더 많은 어르신들이 디지털 금융을 어렵지 않게 이용하실 수 있도록 교육 기회를 확대하는 등 포용금융확대를 위해 힘쓰겠다"고 말했다. iM금융, 'iM봉사단 통합발대식' 개최…"따뜻한 금융 실천 앞장" iM금융그룹은 지난 9일 대구광역시 북구에 소재한 iM뱅크 제2본점에서 임직원 및 대학생의 참여형 사회공헌활동을 통한 밀착 상생으로 따뜻한 금융 실천에 앞장설 '2026 iM봉사단 통합발대식'을 개최했다고 10일 밝혔다. 임직원과 그 가족으로 구성된 'iM동행봉사단'과 전국 곳곳의 대학생 70명으로 구성된 'iM대학생홍보대사'가 참여한 가운데 진행된 통합발대식은 연간활동 및 신규 프로젝트 발표, 활동 각오 전달, 나눔 확산을 위한 전략, 선서 및 임명장 수여 등을 통해 소속감과 자긍심을 다졌다. iM금융은 봉사단 활동을 통해 아동, 노인, 장애인 등 금융취약계층을 위한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맞춤형 금융교육과 직원과 자녀로 구성된 가족봉사단이 함께 실천하는 ESG 활동, 대학생만의 열정과 참신함으로 만들어가는 나눔 활동 등을 통해 따뜻한 금융 실천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특히 주요 활동은 iM대학생홍보대사 소속 대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참신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SNS 플랫폼을 활용한 다양한 컨텐츠를 제작하고, 이를 통해 대중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전국 곳곳에 선한 영향력 확산으로 지역복지 증진에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황병우 iM금융 회장은 "임직원과 가족 그리고 전국의 대학생까지 함께하는 봉사단 통합발대식을 시작으로 밀착형 상생을 통한 이웃사랑 실천 의지를 다지게 돼 기쁘다"며 "앞으로도 봉사단과 함께 적극적인 소통과 나눔 활동으로 ESG 경영을 실천하겠다"고 말했다.
2026-03-10 14:15: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