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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당국, 학생 폭력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교단이 무너지고 있다. 그것도 서서히가 아니라, 노골적이고 반복적으로 붕괴되고 있다. 최근 또다시 학생이 교사를, 그것도 학교장실에서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는 소식은 충격을 넘어 참담함을 안긴다. 더 심각한 것은 이것이 단 한 번의 일탈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제 ‘또’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붙는 현실, 바로 그 지점에서 우리 교육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교육 현장의 논쟁은 ‘교사의 체벌’에 집중돼 있었다. 과도한 체벌과 인권 침해에 대한 비판 속에 사회는 일정 부분 이를 바로잡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그러나 지금은 어떠한가. 교사가 학생을 폭행했다는 소식은 찾아보기 어렵지만, 학생이 교사를 때리고 모욕하며 위협하는 사건은 끊이지 않고 있다. 균형은 무너졌고, 교단의 권위는 사실상 붕괴 직전에 놓여 있다. 이 사태의 본질은 단순한 학생 개인의 일탈이 아니다. 시스템의 붕괴이며, 교육당국의 무능이 낳은 구조적 결과다. 그럼에도 교육부는 뚜렷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사건이 반복될 때마다 ‘재발 방지 대책’을 내세우지만, 현장은 달라진 것이 없다. 도대체 교육부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교사의 기본적인 교육권조차 보호하지 못하는 행정이라면 그 존재 이유를 묻지 않을 수 없다. 『논어』에서 공자는 “君君臣臣父父子子(군군신신부부자자)”라 했다. 각자의 자리가 바로 서야 질서가 유지된다는 뜻이다. 교사는 교사다워야 하고, 학생은 학생다워야 한다. 그러나 지금 교실에서는 이 기본 질서가 무너졌다. 교사는 지도자가 아니라 ‘민원 대상자’가 되었고, 학생은 배움의 주체를 넘어 통제하기 어려운 존재로 변해가고 있다. 역할이 전도된 공간에서 교육이 제대로 설 리 없다. 『도덕경』 역시 경고한다. “法令滋彰 盜賊多有”, 법과 규정이 많아질수록 오히려 혼란이 커진다는 의미다. 지금이 바로 그렇다. 규정은 넘쳐나지만, 정작 현장에서 작동하는 권한과 책임은 사라졌다. 교사는 학생을 제지할 실질적 수단이 없고, 문제가 발생하면 책임만 떠안는다. 이런 구조에서 누가 교단에 서려 하겠는가. 이제는 분명히 방향을 바꿔야 한다. 교사의 권위를 회복하지 못하면 교육은 무너진다. 권위는 억압이 아니라 질서의 기반이다. 이를 위해 몇 가지 근본적 전환이 필요하다. 교권 보호를 선언에 그칠 것이 아니라 실질적 제도로 강화해야 한다. 교사에 대한 폭행과 협박에는 즉각적인 분리 조치와 강력한 법적 대응이 가능해야 한다. 교육청과 수사기관이 연계된 대응 체계를 구축해 교권 침해를 중대한 사안으로 다뤄야 한다. 문제 학생에 대한 분리 교육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반복적인 폭력이나 위협 행위를 보이는 학생은 별도의 교육 프로그램으로 전환해 상담과 교정을 병행해야 한다. 이는 다른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학부모 책임 역시 분명히 해야 한다. 지금처럼 학교가 모든 부담을 떠안는 구조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교권 침해 사안에 대해 학부모의 책임을 제도적으로 명확히 하고, 필요한 경우 합당한 책임을 묻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아울러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 권한을 복원해야 한다. 모든 지도가 ‘아동학대’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는 환경에서는 어떤 교사도 적극적으로 나설 수 없다. 명확한 기준과 보호 장치를 통해 교사가 안심하고 교육 활동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교육당국의 태도다. 형식적인 대책을 넘어 책임 있는 결단과 실행이 필요하다. 위기가 반복되는 것은 대응이 잘못됐기 때문이다. 더 이상 미봉책으로 시간을 끌어서는 안 된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다. 그러나 그 출발점은 교실의 질서다. 교사가 두려움 속에서 수업을 하고, 학생이 이를 조롱하는 교실에서 미래를 말하는 것은 공허하다. 지금의 현실은 단순한 교육 문제가 아니라 사회 기초 질서의 균열을 보여주는 신호다. 더 늦기 전에 바로잡아야 한다. 교단을 지키는 일은 곧 사회를 지키는 일이다. 교육당국이 책임을 외면한다면 그 피해는 다음 세대에 고스란히 전가될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선언이 아니라 행동이다. 그리고 그 행동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2026-04-15 14:4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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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가 '주가 폭락' 책임지는 시대 오나…상법 조항 9개월째 해석 논란
[경제일보] 개정 상법 한 줄이 기업 경영의 경계선을 흔들고 있다. “이사는 주주를 위하여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하여야 한다.” 지난해 7월 바뀐 상법 382조의3이다. 문장은 짧지만, 이 조항이 실제 법정에서 효력을 가지는지에 따라 기업 지배구조와 소송 지형이 달라진다. 9개월이 지났지만 대법원 판단은 아직 없다. 13일 서울 서초동 법무법인 LKB평산에서 열린 금융법센터 심포지엄. 논쟁은 한 문장으로 압축됐다. 이 조항 하나로 소액주주가 이사를 법정에 세울 수 있느냐였다. ‘회사’에서 ‘주주’로…70년 만의 축 이동 개정 전 상법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로 한정했다. 이사가 회사에 손해를 끼쳤는지가 판단의 기준이었다. 개정 이후에는 ‘주주’가 명시되면서 방향이 달라졌다. 이사는 총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고 전체 주주를 공평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원칙이 함께 들어왔다. 형식상 문구 추가에 그친 것처럼 보이지만 의미는 가볍지 않다. 이사가 회사라는 법인만을 상대로 지던 의무가 투자자인 주주에게까지 닿게 됐기 때문이다. 한국 회사법 체계에서 이사의 책임 범위를 한 단계 넓힌 변화로 읽힌다. 논쟁은 여기서 갈린다. 이 조항이 기존 원칙을 다시 적은 수준인지, 아니면 주주가 이사를 상대로 직접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근거까지 포함하는지에 따라 법적 효과는 전혀 달라진다. 소송의 무기 되나…갈라진 주주충실의무 해석 법조계 해석은 두 갈래로 갈린다. 한쪽은 ‘확인적 개정설’이다. 이번 개정이 기존 법리를 다시 적은 수준에 그친다는 시각이다. 이 경우 책임 판단 기준은 여전히 상법 401조에 묶인다. 이사의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입증돼야 손해배상이 가능하다. 책임을 묻기 위한 문턱이 높은 상태가 유지된다. 반대편은 ‘변경적 개정설’이다. 이사가 주주에게도 직접 의무를 부담한다고 본다. 이 해석을 따르면 상황은 달라진다. 주주는 경과실만으로도 책임을 물을 수 있고, 이사회 결의 이전 단계에서 가처분으로 거래를 막는 시도도 가능해진다. 손해 산정 시점 역시 변론 종결까지 넓어질 수 있다. 결국 쟁점은 하나로 압축된다. 이사의 책임 문턱을 기존처럼 높게 둘 것인지, 아니면 주주 보호를 위해 낮출 것인지다. 현재 하급심은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개정 조항만으로 독립적인 청구권이 바로 인정된다고 보지는 않는 흐름이다. 다만 이는 판례가 축적되지 않은 상황에서의 제한적 판단에 가깝다. 최종 방향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숫자가 말한다…코리아 디스카운트와 주주충실의무 이 논쟁은 법리 해석에 그치지 않는다. 기업 가치와 곧바로 연결된다. 경북대 로스쿨 이상훈 교수는 기업 가치를 따질 때의 기본 원리를 짚었다. 기업이 앞으로 벌어들일 돈을 그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그 돈이 실제로 얼마나 안전하게 들어올 수 있는지를 따져 현재 기준으로 다시 계산하는 방식이다. 위험이 크다고 판단되면 미래의 돈은 더 크게 깎여 평가된다. 지배구조가 불투명하거나 주주 권리가 충분히 보호되지 않는다고 여겨지면 투자자는 그만큼 위험을 높게 본다. 같은 이익을 내는 기업이라도 시장에서 받는 평가는 낮아질 수밖에 없다. 이 흐름은 시장 지표에서도 드러난다. 2024년 말 기준 코스피 상장사 평균 PBR은 0.90배에 머물렀다. 기업이 장부에 쌓아둔 자산 가치보다도 낮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는 뜻이다. 반면 같은 시기 미국 시장은 4.99배 수준이다. 한국 기업의 미래 가치에 대해 투자자들이 보수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 교수는 주주충실의무가 실제 경영 판단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면 투자자 신뢰가 개선되고, 기업 가치도 함께 올라갈 여지가 있다고 봤다. 유상증자·쪼개기 상장…실무에 들어온 질문 기업 현장에서는 이미 변화의 기류가 감지된다. 판단 기준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 유상증자만 봐도 그렇다. 과거에는 발행 가격이 적정한지만 따지면 됐다. 이제는 질문이 달라진다. 왜 주식을 새로 발행해야 했는지, 회사채 발행이나 자산 매각 등 다른 선택지는 없었는지, 그 과정에서 특정 주주에게 불리한 결과가 발생하지는 않는지까지 함께 검토 대상이 된다. 자회사 분리 상장 역시 같은 맥락이다. 기존에는 공모가 산정의 적정성이 핵심 쟁점이었다. 이제는 분리 과정에서 기존 주주의 가치가 훼손됐는지가 더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떠오른다. 기업을 인수하거나 합병하는 거래에서도 변화는 이어진다. 이른바 M&A다. 공정성 의견서는 더 이상 ‘가격이 적정하다’는 확인에 머물기 어렵다. 해당 거래가 주주 전체의 가치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선택이었는지까지 설명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경영판단 원칙과 충돌…재량 위축 우려 기업 측의 우려도 뚜렷하다. 이사가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절차를 거쳐 판단했다면,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책임을 묻지 않는 것이 이른바 ‘경영판단 원칙’이다. 법원이 사후적으로 기업의 선택을 다시 평가해 뒤집지 않겠다는 취지다. 문제는 주주충실의무가 강화될 경우 이 기준이 그대로 유지될 수 있느냐다. 주주 가치라는 잣대가 별도로 작동하면, 같은 의사결정이라도 책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경영 재량의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가 다시 쟁점으로 떠오른다. 법조계에서는 미국 델라웨어 법원이 적용하는 ‘전면적 공정성’ 기준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절차가 적법했는지뿐 아니라 거래 결과가 실제로 공정했는지까지 함께 들여다보는 방식이다. 현실의 장벽은 입증…자료는 회사 안에 있다 이론과 달리 소송의 문턱은 높다. 가장 큰 걸림돌은 입증이다. 이사의 판단이 주주 가치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밝히려면 이사회 논의 과정과 대안 검토, 외부 자문 내용까지 들여다봐야 한다. 그러나 이런 자료는 대부분 회사 내부에 있다. 주주가 접근하기 쉽지 않다. 전 법무부 법무실장 구상엽 변호사는 형사 절차와의 연계를 하나의 해법으로 제시했다. 수사 과정에서 확보된 자료나 확정된 형사 판결을 민사 소송에 활용하면 입증 부담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는 취지다. 다만 제도적 기반은 아직 부족하다. 미국처럼 집단소송이나 징벌적 손해배상이 폭넓게 인정되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이다. 추가 입법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주주충실의무가 실제 소송으로 이어지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답은 결국 판례가 쓴다 법 시행 9개월. 해석은 갈려 있고 기준은 정리되지 않았다. 결국 답은 판례가 쓴다. 이 조항이 선언에 머물지, 주주가 이사를 상대로 직접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권리로 작동할지는 첫 대법원 판단에서 갈린다. 그 한 번의 판단으로 소액주주 소송의 문이 열릴 수도 있고, 기업 경영의 재량 범위가 다시 설정될 수도 있다. 상법 382조의3은 아직 진행형이다. 법전이 아니라 판례 속에서 완성될 조항이다.
2026-04-14 14:0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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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주 경영 철학도 데이터가 학습…SK그룹, AI로 '기업 DNA' 재현한다
[경제일보] SK그룹이 창업세대의 경영 철학과 경험을 인공지능(AI)으로 재현하며 '기업 DNA의 디지털화'에 나섰다. 단순 기념 콘텐츠를 넘어 조직의 가치와 의사결정 기준까지 데이터화하려는 시도로 AI 활용 범위가 경영 문화 영역까지 확장되는 흐름을 보여준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은 고(故) 최종건 창업회장과 최종현 선대회장의 어록과 경영 일화를 기반으로 제작한 5분 분량의 AI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은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 미디어월과 사내 방송을 통해 상영되며 구성원 누구나 시청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 영상은 6·25 전쟁 이후 폐허가 된 선경직물 재건부터 석유·통신·반도체로 이어지는 SK그룹 성장사를 담았다. 특히 나일론 사업 진출, 워커힐 인수, 이동통신 사업 진입 등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서의 창업세대 메시지를 중심으로 구성됐다. 형식보다 중요한 것은 방식이다. SK그룹은 기존처럼 컴퓨터그래픽(CG)이나 배우를 활용한 재연이 아니라 AI가 사료를 학습해 영상과 스토리를 구성하는 방식으로 콘텐츠를 제작했다. 과거 사사(社史), 저서, 음성 기록 등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AI가 창업주를 재현했다는 점에서 단순 영상 제작을 넘어 지식 자산의 데이터화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기업이 축적해온 역사와 철학을 디지털 자산으로 전환하는 새로운 시도로 볼 수 있다. 최근 기업 경영 환경은 기술 변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장기 전략과 조직 문화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특히 AI, 반도체, 에너지 등 산업 구조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과거의 성공 경험과 의사결정 원칙을 어떻게 계승할 것인지가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창업 정신은 단순 상징이 아니라 조직을 움직이는 기준으로 재해석되고 있다. AI가 그 매개로 등장한 것이다. 과거에는 창업주 어록이나 사내 교육을 통해 가치가 전달됐다면 이제는 AI를 활용해 실제 음성과 영상 형태로 재현하고 이를 반복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 이는 조직 구성원들이 창업세대의 사고방식과 판단 기준을 보다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접근이다. 이렇듯 AI는 단순 업무 자동화 도구를 넘어 조직의 기억까지 저장하고 재생하는 플랫폼으로 확장되고 있다. 특히 이번 사례는 AI 활용 범위의 확장을 보여준다. 그동안 기업의 AI 도입은 생산, 마케팅, 고객 서비스 등 효율 개선 영역에 집중돼 있었다. 그러나 SK그룹의 시도는 기업 문화와 정체성, 즉 '보이지 않는 자산'까지 AI로 다루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는 향후 기업들이 AI를 활용해 △의사결정 지원 △리더십 교육 △조직 문화 전파까지 영역을 넓힐 가능성을 시사한다. 주의할 점은 AI가 재현한 콘텐츠의 해석과 정확성, 특정 메시지 선택과 강조 과정에서 생기는 왜곡 가능성이다. 또한 창업주의 발언을 현재 경영 환경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논쟁도 남아 있다. 기술적으로는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활용 방안에 대한 기준과 균형이 필요한 영역이다. 기업 경쟁력은 기술과 자본을 넘어 정체성에서 나온다. SK그룹의 이번 시도는 과거를 복원하는 작업이 아니라 그 정체성을 현재와 미래에 맞게 재구성하는 과정이다. AI가 사람의 일을 대체하는 시대를 넘어 이제는 기업의 역사와 철학까지 재현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조직의 기억을 데이터로 남기고 이를 다시 활용하는 흐름 속에서 기업의 경영 방식도 점점 달라지고 있다.
2026-04-14 11: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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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을 예술로 번역하다…LG, 'AI 아트'로 문화 브랜드 실험
[경제일보] 글로벌 전자기업 LG가 세계 주요 도시 전광판을 활용해 인공지능(AI) 기반 미디어아트를 선보이며 기술 기업을 넘어 '문화·예술 브랜드'로의 확장에 나섰다. 단순 마케팅을 넘어 기술과 예술을 결합한 브랜드 전략으로 글로벌 소비자 접점을 넓히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LG는 뉴욕 타임스스퀘어, 런던 피카딜리 서커스, 서울 광화문광장 등 주요 랜드마크에서 'LG 구겐하임 어워드' 2026년 수상자인 트레버 페글렌의 작품을 상영하고 있다. 이번 영상은 AI의 시선에서 인식하는 풍경을 담은 미디어아트로 기술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시각적으로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전 세계 유동 인구가 밀집된 공간에서 장기간 상영된다는 점에서 단순 전시를 넘어 대중과의 접점을 극대화한 공공형 콘텐츠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이번 프로젝트는 세계적 현대미술 기관인 구겐하임 미술관과의 협업을 통해 진행되는 'LG 구겐하임 아트 & 테크 파트너십'의 일환이다. LG는 해당 파트너십을 통해 기술 기반 예술을 지속적으로 지원하며 브랜드 이미지를 혁신 기술 기업에서 창의적 혁신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확장하고 있다. 이는 글로벌 기업들이 최근 강화하고 있는 '문화 마케팅'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단순 제품 광고를 넘어 예술·전시·콘텐츠를 통해 브랜드 가치를 전달하는 방식이다. 특히 기술 경쟁이 심화되면서 제품 성능만으로는 차별화가 어려워지자 기업들은 소비자와의 정서적 접점을 확대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술관 협업, 공공 전시, 미디어아트 프로젝트 등을 통해 브랜드를 경험으로 전달하고 기술이 지향하는 가치와 철학까지 함께 보여주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이는 브랜드를 단순 소비 대상이 아닌 문화적 아이콘으로 끌어올리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주목할 점은 LG가 선택한 예술의 방향성이다. 트레버 페글렌은 AI와 감시, 데이터 권력 구조를 주제로 작업해온 미디어 아티스트로 기술의 밝은 면뿐 아니라 그 이면까지 탐구하는 작품 세계를 구축해왔다. 이는 단순히 기술을 홍보하는 콘텐츠가 아니라 기술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질문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기업이 기술 비판적 시각을 담은 예술을 후원한다는 점은 브랜드 신뢰와 사회적 책임 이미지를 동시에 강화하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 과거에는 성능과 가격 경쟁력이 브랜드의 핵심이었다면 현재는 기술과 사회의 연결방식에 대한 서사가 중요해지고 있다. 특히 AI와 같은 첨단 기술은 윤리, 데이터, 감시 등 복합적인 이슈를 동반하는 만큼 해석 방식과 전달 방법이 기업 이미지에 큰 영향을 미친다. LG가 예술을 매개로 기술을 설명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또 다른 포인트는 공간 전략이다. 타임스스퀘어, 피카딜리 서커스, 광화문광장은 각각 미국·유럽·아시아를 대표하는 상징적 공간으로 글로벌 브랜드 메시지를 동시에 전달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이는 단순한 전시가 아닌 도시 단위 미디어 전략으로 브랜드 노출과 메시지 전달을 극대화하는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기업과 예술의 결합에는 한계도 존재한다. 브랜드 메시지와 예술적 자율성 사이의 균형, 상업성과 공공성의 경계 등은 지속적인 논쟁으로 떠오르는 지점이다. 특히 기업이 후원하는 프로젝트의 경우 작품이 기업 이미지와 전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기획되면서 예술적 표현의 독립성이 제약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또한 공공 공간에서 진행되는 전시가 사실상 브랜드 홍보 수단으로 기능할 경우 문화 콘텐츠의 공공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기술 기업이 예술을 활용할 때에는 기술의 긍정적 측면만을 부각시키고 감시, 데이터 윤리 등 부정적 이슈는 상대적으로 희석될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기업과 예술의 협업은 단순 후원을 넘어 창작의 자율성과 사회적 메시지 보장이 핵심 과제로 꼽힌다. 기술 경쟁이 심화될수록 브랜드는 기능을 넘어 의미를 전달해야 한다. LG가 AI 예술을 통해 보여주고 있는 것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기술을 바라보는 시선이다. 제품이 아닌 경험, 기능이 아닌 메시지. 글로벌 시장에서 브랜드를 차별화하는 방식도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2026-04-13 11:3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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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산업, '데이터 무상 활용' 구조 흔들…로봇세 논의 이전 '사용료 체계' 부상
[경제일보] 글로벌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업 OpenAI가 자동화된 노동에 대한 과세 개념인 '로봇세' 도입 등 세제 개편을 제안하며 AI 시대의 부 재분배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 가운데 정작 AI 산업이 '데이터 무상 활용' 구조 위에서 성장해온 점이 부각되며 비용 체계 재편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9일 AI 업계에 따르면 오픈AI는 최근 '지능 시대의 산업 정책' 제안서를 통해 자동화된 노동에 대한 과세, 고소득 자본 과세 강화, 공공기금 조성 등을 골자로 한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AI 확산으로 노동 소득은 줄고 자본 소득은 증가하는 구조가 고착화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표면적으로는 미래 대비를 위한 정책 제안이지만 시장에서는 이를 계기로 AI 산업의 근본적인 수익 구조를 둘러싼 논쟁이 재점화되는 분위기다. 특히 AI 모델이 학습 과정에서 활용하는 뉴스, 출판물, 이미지, 개인 데이터 등 핵심 자원이 사실상 무상에 가깝게 사용돼 왔다는 점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반도체·전력기기 등 전통 제조업이 원재료와 설비, 인건비를 모두 비용으로 반영하는 것과 달리 AI 산업은 데이터라는 핵심 원료에 대해 명확한 가격 체계를 갖추지 않은 채 성장해왔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AI 산업이 '원가 없는 성장 모델' 위에 구축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 글로벌 언론사와 출판사들은 AI 기업을 상대로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하며 데이터 사용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요구하고 있다. 콘텐츠를 생산하는 주체와 이를 학습에 활용하는 플랫폼 간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데이터 사용료 체계 도입 가능성도 점차 높아지는 모습이다. 로봇세 논의 역시 이러한 구조적 문제와 맞닿아 있다. 자동화로 인한 생산성 증가분을 과세해 사회에 환류하겠다는 취지지만 시장에서는 사후 과세 이전에 데이터 제공 주체에 대한 사전 보상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현재도 개인정보 활용, 저작권 침해, 노동 대체 과정에서의 보상 문제는 충분히 논의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AI 기업들이 공공기금 조성이나 수익 공유를 제안하고 있지만 이는 미래 분배 구조에 초점이 맞춰져 있을 뿐 현재 발생하고 있는 권리 침해에 대한 직접적인 비용 부담 논의는 제한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에 따라 AI 산업이 '이익은 민간이, 비용은 사회가 부담하는 구조'로 굳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결국 향후 AI 산업의 경쟁력은 단순한 기술력이나 연산 능력을 넘어 데이터 확보 방식의 정당성과 비용 구조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의해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데이터 사용에 대한 대가 지급이 제도화될 경우 지금까지 사실상 무상 원료에 기반해 형성된 수익 구조가 흔들리면서 기업별 비용 부담과 수익성 격차가 본격적으로 드러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데이터 사용료 체계가 정립되면 AI 기업의 사업 모델은 물론 시장 내 경쟁 구도까지 전반적으로 재조정되는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2026-04-09 15:4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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