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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중공업, '바다 위 원전' 만든다… 美 S&L과 범용 FSMR 개발 착수
[경제일보] 삼성중공업이 미국 원전 설계·엔지니어링 기업과 손잡고 ‘바다 위 원전’으로 불리는 부유식 소형모듈원자로(FSMR) 상용화에 나선다. 지난해 개념설계와 선급 인증을 마친 데 이어 특정 원자로 노형에 구애받지 않는 표준 해양플랫폼을 개발해 글로벌 해상 원전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22일 삼성중공업은 미국 사전트앤런디(S&L)와 범용 FSMR 표준 플랫폼 공동 개발을 위한 상호 우선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양사는 플랫폼 설계와 함께 인허가 지원, 건조 계획, 설치 해역 선정 및 배치 전략 등 사업화 전반에서 협력한다. FSMR은 선박이나 해양플랜트 형태의 부유체에 소형모듈원자로를 탑재한 발전 설비다. 조선소에서 제작한 뒤 전력이 필요한 해역으로 이동·설치할 수 있어 전력망이 부족한 해안·도서 지역의 대안으로 거론된다. 이번 협력의 핵심은 여러 원자로 노형에 적용 가능한 ‘표준 플랫폼’ 개발이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원자로 출력과 크기, 냉각 방식 등에 따라 일부 설계를 조정해 다양한 SMR을 탑재할 수 있도록 범용성 고려했다"고 했다. 이를 통해 원자로 개발사가 바뀔 때마다 부유체를 새로 설계해야 하는 부담을 줄이고, 프로젝트별 설계 기간과 비용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인증이 SMART100 기반 플랫폼의 기술 가능성을 확인하는 단계였다면, 이번 S&L과의 협력은 실제 프로젝트에 반복 적용할 수 있는 표준 모델 개발로 이어지는 후속 작업이다. 삼성중공업은 해양플랜트 설계·건조 역량을, S&L은 원전 설계와 인허가 경험을 접목한다. 미국 시장 공략 가능성도 주목되고 있다. 인공지능과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로 안정적인 전력 공급원 확보가 중요해지면서 원전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는 데이터센터 전력 사용 비중이 2023년 4.4%에서 2028년 6.7~12% 수준까지 증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원전은 기상 조건에 관계없이 24시간 전력 공급이 가능하고, SMR은 수요에 맞춰 발전 규모를 조절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미국 에너지부도 부유식 SMR의 활용 분야로 해상 데이터센터와 담수화 시설, 독립형 발전시설 등을 제시하고 있다. 다만 이번 협약은 공동 개발을 위한 MOU 단계로, FSMR 수주나 건조 계약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상용화를 위해서는 탑재 원자로와 사업자 선정, 상세설계, 선급 인증, 설치 국가의 원자력 규제기관 인허가 등을 거쳐야 한다. 해역 입지와 계통 연결, 방사성폐기물 관리, 해상 안전 기준 마련도 과제로 남아 있다. 시벤 술카 S&L 최고원전책임자는 "S&L과 삼성중공업의 이번 FSMR 개발 협력은 미국의 미래 청정 에너지를 위한 중요한 진전이 될 것"이라며 "S&L의 원전 엔지니어링 리더십과 삼성중공업의 검증된 해양플랫폼 전문성이 결합함으로써 미국 시장 맞춤형 FSMR 개발을 앞당기고, 전력사업자와 연안 주(州), 연방 기관에게 원전 도입을 위한 유연한 경로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김경희 삼성중공업 미래사업본부장은 "글로벌 원전 설계·엔지니어링의 선두 주자인 S&L과의 협력은 삼성중공업의 FSMR 기술력을 한 단계 도약시키는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차세대성장동력인 FSMR 기술 고도화에 박차를 가해 글로벌 해상 원전 시장을 선도해 나가겠다"고 했다.
2026-07-22 11:0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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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이란, 다시 보복전 격화…휴전 붕괴에 전면전 우려 고조
[경제일보] 미국과 이란의 군사 충돌이 다시 전면전 위기로 치닫고 있다. 이란의 미사일·드론 공격으로 요르단 주둔 미군 2명이 숨지자 미국이 즉각 보복 공습에 나섰고, 이란도 걸프 지역 미군 시설과 기반시설을 겨냥한 공격을 확대했다. 한 달 전 체결된 종전 양해각서(MOU)는 사실상 무효화됐다. 양국이 상대방의 합의 위반을 주장하며 보복과 재보복을 이어가면서 전선도 호르무즈 해협에서 요르단과 쿠웨이트, 바레인 등 걸프 전역으로 넓어지는 양상이다. 19일 로이터와 AP통신, 미 중부사령부(CENTCOM) 등에 따르면 미국은 전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이란에 대한 추가 공습을 단행했다. 지난 11일부터 시작된 미군의 야간 공습은 8일 연속 이어졌다. 미 중부사령부는 성명을 통해 “요르단에서 중부사령부와 연합군이 이란의 탄도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방어하는 과정에서 미군 2명이 전사하고 1명이 실종됐다”고 밝혔다. 이어 “미군 장병을 공격한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를 신속하게 응징하고 호르무즈 해협에서 상선 운항을 위협하는 이란의 군사 능력을 약화하기 위해 새로운 공습을 개시했다”고 설명했다. 외신에 따르면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시작된 이후 숨진 미군은 16명으로 늘었다. 부상자는 최소 430명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이란 핵무기 절대 허용 안 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 사망 소식에 애도를 표하면서도 군사작전을 중단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미국 매체 뉴스네이션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장병들이 목숨을 잃은 것은 매우 슬픈 일”이라며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란이 핵무기를 갖도록 절대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전쟁의 목표가 이란의 핵무기 개발 저지라는 점을 재확인한 것이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부 장관도 엑스에 “장병들의 희생은 우리의 결의를 더욱 굳건하게 만들 뿐”이라고 밝혔다. 미국 정부가 미군 사망을 이란의 직접 공격으로 규정하면서 추가 보복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미군의 공습은 이란 남부 시리크와 하자바드, 반다르아바스 인근 지역을 중심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지역은 호르무즈 해협과 연결된 항만·군사 거점으로, 이란 혁명수비대의 해안 방어망과 미사일 전력이 배치된 곳으로 꼽힌다. 이란 반관영 메흐르통신과 타스님통신은 시리크와 하자바드가 각각 공습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다만 이란 측은 현재까지 민간인 사상자나 대규모 시설 피해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미군은 “이번 작전의 목표는 민간시설이 아니라 혁명수비대의 미사일·드론 능력과 호르무즈 해협 통제 수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공격 지역이 항만과 전력망에 인접해 있어 교전이 장기화할 경우 민간 피해가 늘어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란 “미국 대통령 서명은 무가치” 이란도 공세 수위를 낮추지 않고 있다. 모즈타바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서면 메시지에서 미국이 종전 MOU를 반복적으로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하메네이는 “미국 대통령의 서명이 얼마나 무가치하고 효력이 없는지가 다시 드러났다”며 “미국이 전쟁을 확대한다면 이란 국민과 저항 전선이 잊을 수 없는 교훈을 안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카젬 가리바바디 이란 외무차관도 “미국이 MOU에 따른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상황에서 이란만 일방적으로 합의를 준수할 이유가 없다”며 합의 이행 중단 방침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MOU 중단 선언과 관련해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양국 정상이 사실상 합의 파기를 공식화하면서 외교적 해결 가능성은 더욱 낮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과 이란은 지난 4월 초 임시 휴전에 합의한 데 이어 6월 중순 종전 MOU를 발효했다. MOU에는 상호 군사행동 중단과 호르무즈 해협 상선 운항 보장, 이란 핵 문제에 관한 후속 협상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미국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선박을 위협하고 미군기지를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이란은 미국이 공습 중단과 제재 완화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다며 맞섰다. 결국 지난 7일 호르무즈 해협 일대에서 교전이 재개되면서 MOU는 한 달 만에 사실상 무너졌다. ◆이란 공격, 걸프 미군기지·민간시설로 확산 이란의 공격 대상은 이스라엘이나 호르무즈 해협에 머물지 않고 있다. 요르단과 쿠웨이트, 바레인, 카타르 등 미군이 주둔한 걸프 국가로 전선이 확대됐다. 이란은 이들 국가 내 미군 시설을 향해 탄도미사일과 드론을 발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쿠웨이트에서는 발전소와 담수화 시설, 일부 석유 관련 시설이 피해를 입었고 국제공항 운영도 한때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요르단과 카타르 당국은 자국 영공으로 진입한 이란 미사일과 드론을 요격했다고 발표했다. 바레인에서도 공습경보가 두 차례 발령됐으며 사우디아라비아 역시 방공태세를 강화했다. 걸프협력회의(GCC)는 성명을 통해 “바레인과 쿠웨이트, 요르단의 민간 기반시설을 겨냥한 이란의 공격은 국제법 위반이자 전쟁범죄에 해당한다”며 국제사회의 대응을 촉구했다. 자심 모하메드 알부다이위 GCC 사무총장은 “민간인의 생명과 필수 기반시설을 공격하는 행위는 어떠한 명분으로도 정당화할 수 없다”며 “즉각적인 국제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걸프 국가들은 그동안 미국에 군사기지를 제공하면서도 이란과의 직접 충돌은 피하려 했다. 그러나 이란의 공격이 반복되면 방공 지원과 기지 제공을 넘어 군사작전에 직접 참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걸프 국가들이 본격적으로 교전에 가담할 경우 현재의 미·이란 충돌이 양국 간 제한전을 넘어 중동 지역전쟁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핵시설 공격이 전면전 분수령 전면전 여부를 가를 핵심 변수로는 호르무즈 해협과 이란 핵시설이 꼽힌다. 미국은 이란의 해협 통제 능력을 약화한다는 명분으로 남부 항만과 미사일 기지를 공격하고 있다. 이란은 미국의 공습이 계속되면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 운항을 제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중동산 원유와 액화천연가스가 이동하는 핵심 해상 통로다. 선박 공격이나 해협 봉쇄가 장기화하면 국제유가와 해상운임, 보험료가 동시에 급등할 가능성이 크다. 에너지업계에서는 호르무즈 해협의 물리적 봉쇄보다 선박 피격 위험에 따른 보험료 상승과 운항 기피가 먼저 원유 공급망을 흔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국가의 부담도 커질 수 있다. 이란 핵시설에 대한 미국의 추가 공격 가능성도 변수다. 트럼프 대통령이 핵무기 개발 저지를 전쟁 목표로 재차 제시한 만큼 미국이 혁명수비대 시설을 넘어 농축시설과 관련 인프라를 타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란이 이에 맞서 핵확산금지조약 탈퇴나 우라늄 농축 확대에 나설 경우 외교적 타협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양측의 군사행동 확대에 우려를 나타내며 즉각적인 긴장 완화와 협상 재개를 촉구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민간 기반시설과 국제 해상운송에 대한 공격은 중동뿐 아니라 세계 경제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한다”며 “추가적인 군사행동은 해법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현재 미국과 이란은 상대국 점령이나 정권 교체를 목표로 한 총력전보다는 군사시설을 선별적으로 공격하는 제한전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미군 사망과 걸프 국가 피해가 이어지면서 공격의 강도와 범위는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특히 대규모 민간인 사망자가 발생하거나 이란 핵시설·미군 주요 기지가 직접 타격을 받을 경우 보복 수위가 통제 범위를 벗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휴전 협정이 무너진 상황에서 양측의 오판을 막을 새로운 중재 통로를 마련할 수 있을지가 전면전 확산 여부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2026-07-19 15:5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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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가 말하는 전쟁의 본질...군사가 아니라 경제를 겨누는 시대
전쟁은 언제나 총성과 함께 시작되지만, 그 승패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결정된다. 눈앞에서 날아다니는 미사일과 전투기의 굉음은 전쟁의 표면일 뿐이며, 그 이면에서는 숫자와 흐름, 자원과 시장이 더 큰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번 이란 전쟁이 바로 그러하다. 겉으로는 이스라엘과 이란의 군사 충돌처럼 보이지만, 그 내막을 조금만 깊이 들여다보면 전쟁의 무대는 이미 군사에서 경제로 이동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보이지 않는 것이 실재를 지배한다”고 말했고, 손자는 병법에서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선”이라 했다. 이 두 문장은 오늘의 전쟁을 설명하는 가장 정확한 언어다. 최근 국제 데이터 분석은 이 전쟁의 성격을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 글로벌 이벤트 데이터 분석 결과, 이스라엘의 공격 강도는 개전 직후 급격히 상승하며 압도적인 수준에 도달했고, 이후에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군사적 주도권이 분명히 이스라엘에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반면 이란은 전혀 다른 선택을 하고 있다. 직접적인 군사 충돌의 강도를 상대적으로 낮추면서, 전장의 중심을 다른 곳으로 옮기고 있다. 그것이 바로 경제다. 이란의 전략은 단순하면서도 치명적이다. 걸프 지역의 에너지 시설을 겨냥하고, 해수 담수화 시설을 위협하며,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려는 시도를 반복한다. 나아가 제3국 선박까지 공격하며 전선을 확대한다. 이는 군사적 승리를 목표로 하는 전쟁이 아니다. 세계 경제를 인질로 삼아 상대의 의지를 꺾으려는 전략이다. 손자병법은 “적의 싸울 뜻을 꺾는 것이 최상”이라 했다. 이란은 바로 그 길을 택한 것이다. 전장에서 이길 수 없다면, 전장의 정의 자체를 바꾸는 것이 전략의 본질이다. 이 전쟁이 단순한 지역 분쟁이 아닌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다. 이곳이 흔들리면 유가는 즉각 반응하고, 인플레이션이 상승하며, 금리가 흔들리고, 결국 세계 경제 전체가 충격을 받는다. 이는 단순한 군사 충돌이 아니라 글로벌 시스템 전체를 겨냥한 공격이다. 전쟁의 대상이 군대에서 시장으로 확장된 것이다. 노자가 말한 “큰 나라는 흐름을 장악하는 데 있다”는 구절처럼, 이란은 힘이 아니라 흐름을 흔드는 방식을 선택했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미국과 이스라엘 역시 단순한 군사 대응에 머물 수 없다. 전쟁을 확대하면 경제 충격이 통제 불가능한 수준으로 번질 수 있고, 축소하면 억지력이 약화된다. 결국 양측은 ‘통제된 긴장’이라는 미묘한 균형 위에 서게 된다. 이른바 치킨게임이다. 누구도 먼저 물러설 수 없지만, 끝까지 가면 모두가 손해를 보는 구조다. 손자병법은 “싸움은 국가의 중대한 일이며, 생사의 문제이니 신중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의 전쟁은 신중함과 위험이 동시에 공존하는, 그야말로 위험한 균형 위에 놓여 있다. 데이터 분석은 이 전쟁이 일정 시점에서 소강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도 시사한다. 이란은 자금과 자원의 한계를 안고 있으며, 국제사회는 에너지 공급망의 안정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미국 역시 전면전이 아닌 관리 가능한 수준의 충돌을 유지하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곧 전쟁의 종식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갈등은 형태를 바꾸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군사 충돌이 줄어든다 해도 경제적 긴장은 계속될 것이다. 전쟁은 끝나지 않고, 다만 모습을 바꿀 뿐이다. 이 전쟁이 우리에게 던지는 교훈은 분명하다. 첫째, 현대전은 군사력이 아니라 경제력과 시스템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둘째, 약자는 정면승부 대신 비대칭 전략으로 강자를 흔든다. 셋째, 글로벌 공급망은 더 이상 경제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안보의 핵심 요소다. 특히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국가일수록 이러한 구조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해야 한다. 전쟁은 더 이상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다. 해협 하나, 항로 하나가 곧 우리의 경제와 직결된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긴다”고 했다. 이란의 전략은 바로 이 구절을 현실에서 구현한 사례라 할 수 있다. 직접적인 군사 충돌에서는 열세일지라도, 경제의 흐름을 흔들며 상대를 압박하는 방식은 오히려 더 큰 파괴력을 지닌다. 손자 역시 “전쟁은 속임수”라 했다. 눈에 보이는 전장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승부를 가르는 것이 진정한 전략이다. 결국 이번 이란 전쟁은 새로운 시대의 전쟁을 상징한다. 총성과 포연이 아니라 유가와 금리, 공급망과 물류가 전쟁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전쟁의 승패는 더 많은 무기를 가진 쪽이 아니라, 세계 경제를 더 오래 흔들 수 있는 쪽이 결정한다. 그리고 그 순간, 전쟁은 이미 군사의 영역을 넘어 경제의 영역으로 완전히 이동해 있다. 이는 단순한 전쟁의 변화가 아니라 문명의 전환이다. 우리는 지금, 총이 아니라 시장이 지배하는 전쟁의 시대를 살고 있다.
2026-04-03 12:5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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