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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북 1.8조 대어 미아2구역 현설…5개사 참석·열흘 뒤 첫 윤곽
[경제일보] 서울 강북구 미아2재정비촉진구역 재개발 시공사 선정 현장설명회에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GS건설, 롯데건설, 포스코이앤씨, IPARK현대산업개발 등 5개사가 참여했다. 1조7790억원 규모의 시공권을 두고 다수 건설사가 모습을 드러낸 가운데 조합이 열흘 안에 입찰참여확약서를 받기로 한 만큼 실제 경쟁 구도는 이르면 다음 달 초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28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미아2구역 재개발 조합은 이날 오후 2시에 조합사무실에서 시공사 선정을 위한 현장설명회를 진행했다. 설명회에는 포스코이앤씨가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냈으며 이후 IPARK현대산업개발과 삼성물산 건설부문, 롯데건설, GS건설 관계자들이 입장했다. 미아2구역은 강북구 미아동 403번지 일대 17만9566㎡를 재개발해 지하 5층~지상 최고 45층, 45개 동, 4003가구 규모로 조성하는 사업이다. 임대주택은 709가구다. 예정 공사비는 1조7790억원으로 3.3㎡당 약 860만원이다. 강북권 정비사업에서는 흔치 않은 1000억원 규모의 입찰보증금도 이날 관심을 모았다. 조합에 따르면 1000억원 가운데 500억원은 현금, 나머지 500억원은 보증보험증권으로 납부하는 방식이다. 정영진 미아2구역 총무이사 겸 조합장 직무대행은 “총공사비가 비슷한 다른 대형 정비사업장의 보증금 수준을 비교해 적정선을 정했다”며 “규모에 맞는 재무여력을 갖춘 시공사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하면서도 입찰 문턱을 지나치게 높이지 않으려 했다”고 설명했다. 현장설명회에 5개사가 참석했지만 본입찰에서 경쟁이 성립할지는 미지수다. 사업 초기 삼성물산과 GS건설, 롯데건설 등 여러 대형사가 관심을 보여왔으나 최근에는 삼성물산의 움직임이 가장 적극적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단독 응찰로 마무리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조합은 대단지 규모에 맞는 주거 상품을 시공사들로부터 제안받겠다는 방침이다. 주동 상부에는 북한산과 도심을 조망할 수 있는 공간을 계획하고 수영장과 시니어시설, 어린이시설 등 커뮤니티시설도 설계에 반영했다. 구역 내 송천초등학교 이전·신축도 추진된다. 미아2구역이 시공사 선정 단계까지 오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2010년 정비구역으로 지정됐지만 이후 서울시의 뉴타운 출구전략 과정에서 구역 해제를 둘러싼 갈등이 불거지는 등 사업이 장기간 정체됐다. 사업이 다시 속도를 내기 시작한 계기는 지난해 서울시의 재정비촉진사업 규제철폐 1호 대상지 선정이다. 용도지역 상향과 용적률 특례 등이 반영되면서 공급 규모가 기존 3519가구에서 4003가구로 늘었고 최고 층수도 45층까지 높아졌다. 조합은 다음 달 통합심의를 앞두고 있으며 이후 사업시행인가 등 후속 절차에 나설 예정이다. 이와 함께 이날부터 10일 동안 현장설명회 참석사를 대상으로 입찰참여확약서를 받는다. 2개사 이상이 확약서를 내지 않으면 1차 입찰을 유찰 처리하고 곧바로 재공고에 나설 계획이다. 반대로 복수 건설사가 참여 의사를 밝힐 경우 제안서 준비가 필요하다는 업체 의견을 고려해 입찰 기간을 추가로 확보하는 방안도 열어뒀다. 1차 입찰이 성립할 경우 오는 11월 말 시공사 선정 총회를 개최하는 일정을 검토하고 있다. 정 직무대행은 “구역 지정부터 지금까지 힘든 과정을 거치면서 조합원들이 무엇보다 사업이 빨리 진행되기를 원하고 있다”며 “약속한 일정은 어떻게든 지키고 더 앞당길 수 있다면 최대한 당겨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2026-08-28 15:5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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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톡·전화·포털이 AI 비서로…'모두의 AI' SKT·카카오·KT 3파전 본격화
[경제일보] 국민이 일상에서 사용하는 통신·메신저·포털이 인공지능(AI) 비서로 바뀌는 경쟁이 본격화한다. 정부가 추진하는 대국민 AI 서비스 ‘모두의 AI’ 사업에 SK텔레콤과 카카오, KT가 최종 선정됐다. 세 사업자는 정부가 지원하는 엔비디아 B200 GPU를 활용해 전 국민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범용 AI 챗봇과 공공 AI 에이전트를 개발하고 연내 정식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8일 ‘모두의 AI’ 공모에 참여한 6개 사업자를 대상으로 서면·발표평가를 진행한 결과 SK텔레콤·카카오·KT 컨소시엄을 사업 수행기관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스트소프트·엠케이디·제논은 최종 선정에서 제외됐다. 당초 2~3개 사업자를 선정할 계획이었으며, 평가 점수와 순위는 공개하지 않았다. ◆ SKT는 ‘질문→실행’…카카오는 카톡 안에서 SKT 컨소시엄의 핵심은 답변을 넘어 실제 업무를 대신하는 ‘실행형 AI’다. 이용자의 요청을 이해해 계획을 세우고 검색과 도구 호출을 거쳐 실제 업무를 처리하는 구조다. 앱과 웹뿐 아니라 전화·문자로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해 디지털 취약계층까지 이용 범위를 넓힌다. 공공서비스 신청과 증명서 발급, 매장·관공서 전화 대행부터 건강·금융·교통 등 생활 서비스까지 확장하는 것이 목표다. A.X K2를 비롯해 업스테이지 ‘솔라’, 모티프테크놀로지스 ‘모티프3’, LG AI연구원 ‘K-엑사원 2.0’ 등 여러 국산 모델을 활용해 서비스별 최적화를 추진한다. 카카오는 가장 강력한 국민 접점을 무기로 삼는다. 카카오톡에서 범용 챗봇과 AI 에이전트를 이용하고 예약·신청·결제까지 한 번에 처리하는 서비스를 구현한다. LG유플러스·LG CNS·LG AI연구원·루닛·신한은행 등과 협력해 전화 AI와 금융·의료·시니어 케어·세무 등 생애주기별 서비스를 붙인다. 특히 카카오톡이라는 기존 플랫폼 안에 AI를 심는 만큼 별도 앱 설치나 새로운 이용 습관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것이 강점이다. AI를 ‘새로운 서비스’가 아니라 기존 디지털 생활 속 기능으로 만드는 전략이다. ◆ KT는 ‘채널 경계 없는 AI’…다음·지니TV까지 KT는 전용 AI 서비스에 이용자를 가두지 않는 전략을 제시했다. 포털 다음과 IPTV ‘지니TV’를 비롯해 쇼핑·부동산 등 기존 서비스 곳곳에 AI 진입점을 배치한다. 이용자가 검색을 시작하면 AI가 정보를 찾고 비교·판단한 뒤 필요한 서비스를 실제로 실행하도록 연결하는 방식이다. 교육·부동산·금융 등 생활 분야의 전문 서비스를 결합하는 것도 특징이다. 다음을 통한 검색과 뉴스, KT의 통신·미디어 고객 기반을 동시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플랫폼 연결형 AI’를 지향한다. 세 회사의 경쟁은 단순한 AI 모델 성능 대결과는 다르다. 이번 사업 평가에서도 AI 모델 자체의 경쟁력뿐 아니라 서비스 편의성, 이용자 확보 전략, 품질·안전성, AI 생태계 기여 등이 주요 평가 대상이었다. 정부가 ‘가장 좋은 모델’을 뽑는 것보다 국민이 실제로 자주 사용할 수 있는 AI 서비스를 만드는 데 무게를 둔 셈이다. ◆ 네이버 빠진 ‘국민 AI’…서비스 경쟁이 승부처 이번 선정에서 네이버의 불참도 눈길을 끈다. 네이버는 독자 AI 모델과 검색·쇼핑·지도 등 강력한 국민 접점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번 공모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네이버클라우드는 앞서 “다른 진행 중인 사업에 더 집중하기 위해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올해 확보한 B200 GPU 최대 512장을 세 사업자에 배분하고 9월 협약을 거쳐 베타서비스를 진행한 뒤 연내 정식 출시할 계획이다. 내년부터는 정부 예산으로 전 국민 서비스 운영에 필요한 비용도 지원한다. 당초 업계에서 운영비 부담을 주요 우려로 제기했던 만큼 장기적으로는 정부 지원에만 의존하지 않고 서비스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것도 과제다. 궁극적인 경쟁은 ‘누가 더 똑똑한 AI를 만들었느냐’보다 누가 국민의 실제 행동을 가장 많이 바꾸느냐가 될 전망이다. 주민센터 업무를 대신 신청하고, 병원 예약과 결제를 처리하고, 쇼핑과 금융까지 연결하는 AI가 일상에 얼마나 자연스럽게 녹아들지가 관건이다. 특히 행정·금융·의료처럼 오류 비용이 큰 영역에서는 편리함보다 정확성·보안·개인정보 보호가 우선돼야 한다. 세 사업자가 연내 서비스를 내놓는 만큼 이후 경쟁은 모델 성능보다 실제 이용률, 처리 성공률, 재사용률과 같은 ‘AI가 얼마나 많은 일을 끝냈는가’로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 ‘모두의 AI’는 정부가 국민에게 AI를 보급하는 사업이지만 동시에 국내 플랫폼과 통신업계가 AI를 국민의 일상에 내재화할 수 있는지를 겨루는 최대 실증 무대가 될 전망이다.
2026-08-28 10: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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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서울시, 어린이 AI 교육에 '윤리·안전' 더했다…민관협력형 모델 확산
[경제일보] AI가 일상과 교육 현장에 빠르게 들어오면서 어린이들에게 단순한 기술 활용법을 넘어 AI를 올바르게 사용하는 방법까지 가르치는 교육이 중요해지고 있다. KT가 서울시와 함께 기술 체험과 코딩 교육에 디지털 윤리와 범죄예방 교육을 결합한 AI 캠프를 마련한 것도 이런 흐름을 반영한다. 민간기업의 AI 기술과 공공기관의 교육·안전 인프라를 연결해 지역 단위 AI 교육 모델을 만들겠다는 시도다. KT는 서울시, 서울로봇인공지능과학관, 서울도봉경찰서와 함께 22일 서울 도봉구 서울로봇인공지능과학관에서 초등학생 100명을 대상으로 ‘KT-서울시와 함께하는 AI 미래 캠프’를 개최했다고 23일 밝혔다. 참가 학생들은 25명씩 4개 조로 나뉘어 AI 기술과 윤리, 로봇, 디지털 안전 등을 체험했다. ◆ AI를 배우면서 ‘어떻게 써야 하는가’까지 교육 캠프의 특징은 AI 교육을 하나의 기술 체험으로 끝내지 않았다는 점이다. KT의 이동식 AI 체험교육관 ‘AI 스테이션’에서는 AI 기술의 원리와 활용 사례를 체험하고, AICE와 연계한 블록 코딩교육 ‘AICE Future’를 통해 직접 프로그램을 만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서울로봇인공지능과학관에서는 ‘생각하는 로봇과 질문하는 인간’ 전시를 통해 AI와 인간의 관계를 살펴봤다. 로봇팔을 활용해 그림을 그리는 ‘피카봇 미술관’도 운영해 학생들이 로봇 기술을 직접 경험하도록 했다. 여기에 서울도봉경찰서의 AI 활용 범죄예방 교육을 더했다. 생성형 AI와 디지털 기술이 일상에 확산하면서 딥페이크, 온라인 사기 등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범죄 위험도 커지고 있는 만큼 기술 활용 능력과 함께 개인정보 보호와 디지털 안전에 대한 교육도 병행했다. KT가 AI 교육에 지속적으로 투자하는 배경에는 지역과 환경에 따른 디지털 교육 격차를 줄이겠다는 목적도 있다. 특히 학교와 교육시설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지역에서는 최신 AI 기술을 직접 체험할 기회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 KT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이동식 AI 체험교육관인 AI 스테이션을 활용해 도서산간 지역 등을 찾아가는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2023년부터 전국 교육청과 지자체를 통해 초·중학생 대상 AI·디지털 윤리 시민교육을 확대했으며, 2025년까지 누적 약 17만명이 관련 교육에 참여했다. 이번 캠프는 여기에 국공립 과학관과 경찰 등 공공기관까지 참여했다는 점에서 기존 기업 주도의 AI 교육과 차별화된다. AI 기술을 보유한 기업, 과학 교육을 담당하는 공공기관, 지역사회 안전을 책임지는 경찰이 각자의 전문성을 결합하면서 AI 교육을 기술·과학·윤리·안전으로 확장한 셈이다. 이정우 KT ESG추진담당 상무는 “AI 시대에는 기술을 다루는 능력만큼이나 이를 책임감 있게 활용하는 마인드가 중요하다”며 “어린이들이 AI 기술과 윤리를 함께 배우고 미래 인재로 성장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전재명 서울시 경제실장 직무대행도 “서울시의 공공인프라와 KT의 첨단기술, 경찰의 범죄예방 전문성을 결합한 의미 있는 협력사업”이라며 민간과의 협력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KT는 이번 서울시 협력을 계기로 국공립 과학관과 지자체, 공공기관을 연계한 민관협력형 AI 교육 모델을 전국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AI 인재 양성이 단순히 코딩을 가르치는 수준을 넘어 기술을 이해하고 책임 있게 활용하는 시민을 길러내는 방향으로 이동하면서, 이 같은 공공·민간 협력 모델의 역할도 커질 전망이다.
2026-08-23 14:4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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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에서 장보기로 커머스에서 배달로…배민·쿠팡이츠, 소비자 '일상 락인' 확장 공식
[경제일보]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의 전선이 '한 끼'에서 '장바구니'로 확장되고 있다. 배민은 B마트를 앞세워 음식배달 고객의 장보기까지 책임지고 쿠팡이츠는 와우 멤버십과 로켓배송 물류망에 최근 '쿠팡나우'까지 얹으며 식사부터 생필품까지 소비자의 일상 주문 속으로 파고들고 있다. 출발점은 정반대다. 배민은 음식배달에서 확보한 고객과 배달망을 기반으로 커머스 영역을 넓히는 반면 쿠팡이츠는 쿠팡이 구축한 상품·멤버십·물류 생태계를 음식배달과 즉시배송으로 확대하고 있다. 결국 두 회사의 경쟁은 음식배달을 넘어 장보기와 생필품 구매 등 일상 소비 전반을 아우르는 생활 플랫폼 주도권 경쟁으로 나아가고 있다. 무료배달이 업계의 기본 경쟁 수단으로 자리 잡으면서 양사는 음식 주문을 넘어 장보기와 생필품 구매 등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소비자의 일상적인 구매 수요까지 플랫폼 안으로 끌어들이려는 이른바 '하루 주문' 선점 경쟁이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B마트·장보기쇼핑 투트랙…배민, '배달 고객'을 장보기로 이 같은 변화에 배민은 음식배달에서 쌓은 이용자 기반과 배달 인프라를 커머스 영역으로 확장하는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다. 자체 퀵커머스 서비스인 '배민B마트'와 외부 유통업체가 입점하는 '장보기·쇼핑'을 중심으로 관련 사업을 확대하는 방식이다. 배민B마트는 상품을 직접 매입해 소비자와 가까운 도심형 물류거점인 피패킹센터(PPC)에 미리 배치한 뒤 주문 즉시 포장·배달하는 직매입형 퀵커머스 서비스다. 중앙물류기지(DC)에서 확보한 상품을 전국 PPC로 공급하고 최종 배송은 배민커넥트와 연결하는 자체 물류 체계를 통해 평균 30분 내외의 빠른 배송을 구현하고 있다. PPC 내부도 자주 찾거나 무거운 상품을 포장 구역 가까이에 배치하는 등 피킹 동선을 최소화하도록 설계해 배송 시간을 단축한다. 배민은 지난 2019년 B마트를 선보인 이후 수도권에서 충청·경상·강원권 주요 도시로 서비스 지역을 넓혀 현재 약 80개의 PPC를 운영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는 광주 서구·광산구와 전남 목포, 경북 경산, 경기 양주 등에 신규 거점을 마련하며 지방으로 즉시배송망을 확대했다. 실제 이용도 빠르게 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배민B마트의 누적 주문 수와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약 42% 증가했다. 같은 기간 동네마트와 편의점, 기업형슈퍼마켓(SSM), 대형마트 등이 입점한 장보기·쇼핑도 주문 수가 약 33%, 거래액이 약 27% 늘었다. 직접 상품을 매입·배송하는 B마트와 기존 오프라인 유통업체를 배민 앱에 연결하는 장보기·쇼핑을 동시에 확대하며 다양한 장보기 수요를 끌어들이고 있다. B마트는 빠른 배송뿐 아니라 상품 구색도 일반 장보기에 가깝게 넓히고 있다. 올해 1분기 신선식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0% 이상 증가했고 자체브랜드(PB) '배민이지' 매출은 98% 늘었다. 같은 기간 누적 주문 고객은 800만명을 넘어섰으며 월 3회 이상 이용하는 고객도 54% 증가했다. 지난해 장보기·쇼핑 매출 역시 전년 대비 84%, 주문 수는 약 70% 늘었고 올해 4월 기준 입점 오프라인 매장도 약 2만4000개로 확대됐다. 음식배달에서 확보한 이용자를 일회성 즉시구매뿐 아니라 반복적인 장보기 수요로 연결하려는 전략이 성과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배민이 노리는 것은 음식배달에서 형성된 고객 소비 습관을 다른 소비 영역으로 확장하는 것이다. 치킨이나 커피를 주문하기 위해 열던 앱에서 과일·정육·세제·화장지까지 구매하게 만들어 앱 활용 빈도를 높이는 방식이다. 배민클럽 등 기존 구독 서비스와 장보기 혜택을 결합하는 것도 이 같은 '락인'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와우·무료배달 등에 업은 쿠팡이츠…'쇼핑 고객'을 배달로 같은 생활 플랫폼을 향하지만 쿠팡이츠의 접근 방식은 배민과 다르다. 쿠팡이츠는 음식배달에서 커머스로 나아가는 배민과 달리 쿠팡이 구축한 커머스 생태계를 배달 영역으로 확장하고 있다. 쿠팡이츠의 가장 큰 무기는 음식배달에서 새롭게 구축한 생태계가 아니라 이미 쿠팡이 확보한 와우 멤버십과 상품, 물류망이다. 쿠팡이츠 성장에는 쿠팡이 기존에 확보한 와우 멤버십이 핵심 동력으로 작용했다. 지난 2024년 와우회원 대상 무료배달을 도입한 뒤 같은 해 5월에는 서비스 운영 지역 전체로 확대하며 이커머스 고객을 음식배달 이용자로 끌어들였다. 올해 5월부터는 혜택 대상을 일반회원까지 넓혀 8월까지 '매 주문 배달비 0원'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등 이용자 기반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외형 성장도 이어졌다. 배달대행을 주요 사업으로 하는 쿠팡이츠서비스의 지난해 매출은 2조9005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54%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818억원으로 전년보다 크게 늘었다. 와우 멤버십을 매개로 쇼핑과 음식배달을 하나의 생태계 안에 묶는 쿠팡 특유의 '락인' 전략이 쿠팡이츠의 빠른 성장 기반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배달앱 이용자 규모에서는 여전히 배민이 우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쿠팡이츠의 성장세도 이어지고 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7월 배민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2469만2917명, 쿠팡이츠는 1385만2043명으로 각각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배민이 1000만명 이상 앞서며 1위를 지킨 가운데 쿠팡이츠는 전년 동월 대비 이용자가 20.9% 늘어 배민의 증가율인 6.8%를 크게 웃돌았다. 와우 멤버십과 무료배달을 기반으로 이용자 저변을 빠르게 넓히며 배달앱 2위 입지를 강화하는 모습이다. 전용 PPC 배민 vs 기존 로켓망 쿠팡…각기 다른 퀵커머스 물류 해법 최근에는 음식배달을 넘어 퀵커머스에도 쿠팡이 보유한 물류 인프라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쿠팡이츠는 제주시 도심 일부 지역에서 직매입형 퀵커머스 서비스 '쿠팡나우'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곰곰·탐사 등 자체브랜드(PB)를 비롯해 정육·수산, 과일·채소 등 신선식품과 화장지·세제·생활잡화·뷰티 상품 등을 판매하며 주문 후 1시간 이내 배송을 제공한다. 와우회원은 묶음배달로 1만5000원 이상 주문할 경우 무료배송을 받을 수 있다. 쿠팡나우의 특징은 기존 쿠팡 물류 인프라를 퀵커머스에 활용한다는 점이다. 별도의 도심형 다크스토어를 새롭게 구축하기보다 쿠팡 물류 자회사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가 운영하는 서브 풀필먼트센터(서브FC)에 별도 공간을 마련해 상품을 포장·출고하는 방식이다. 배민이 즉시배송을 위해 도심 곳곳에 전용 PPC를 구축해왔다면 쿠팡은 로켓배송을 위해 확보한 기존 물류 거점에 퀵커머스 기능을 얹는 방식이다. 기존 재고와 공간을 즉시배송에도 활용할 수 있어 신규 거점 구축과 재고 운영에 드는 부담을 낮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결국 향하는 곳은 '일상 소비' 배민은 배달망을 커머스로 넓히고 쿠팡이츠는 커머스 인프라를 배달로 끌어오지만 두 전략이 향하는 지점은 결국 일상 소비 전반이다. 배민에게 B마트와 장보기·쇼핑은 음식배달 의존도를 낮추면서 고객의 앱 이용 횟수를 늘릴 수 있는 또 다른 성장축이다. 쿠팡이츠에게는 와우회원과 로켓배송으로 모은 고객을 음식배달과 즉시배송으로 연결해 쿠팡 생태계에 오래 머물도록 만들 수 있는 수단이다. 향후 과제는 각사가 보유한 경쟁력을 생활 소비 전반으로 확장하는 동시에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구축하는 데 있다. 배민은 전국 80여개 PPC와 B마트·장보기·쇼핑을 기반으로 음식배달에서 확보한 이용자를 반복적인 장보기 고객으로 전환하는 것이 과제로 꼽힌다. 쿠팡이츠는 와우 멤버십과 로켓배송 물류망이라는 기존 자산을 앞세워 음식배달에서 빠르게 몸집을 키운 만큼 현재 제주에서 시험 중인 쿠팡나우를 비롯한 즉시배송 사업의 확장성과 사업성을 증명해야 한다. 결국 배달에서 커머스로 향하는 배민과 커머스에서 배달로 내려오는 쿠팡이츠 가운데 소비자의 일상 소비에 촘촘하게 파고들면서 지속 가능한 수익 구조까지 구축하는 플랫폼이 향후 시장 주도권을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B마트는 신선식품을 산지에서부터 콜드체인으로 관리하고 PB를 비롯한 상품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기존에 진출하지 않았던 지역과 소도시까지 서비스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며 "장보기·쇼핑 역시 주요 유통업체뿐 아니라 전자제품·생활용품·도서 등 다양한 판매처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소비자가 배민 앱 안에서 필요한 상품을 빠르게 받아볼 수 있도록 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쿠팡이츠 관계자는 "지역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편의점주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는 업주들이 쿠팡이츠 쇼핑 서비스를 통해 새로운 고객을 확보하고 판로를 확대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판매자와의 협업을 넓혀 고객에게 보다 폭넓은 상품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2026-08-18 17:3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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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 누적 49.91% 선두…민주 전대 후유증 봉합 시험대
[경제일보] 더불어민주당 8·17 전당대회 당대표 경선에서 김민석 후보가 서울·경기 순회 경선 권리당원 투표에서도 정청래 후보를 근소하게 앞서며 누적 1위를 유지했다. 전날 호남권에서 큰 표 차로 승리한 데 이어 최대 승부처로 꼽힌 수도권에서도 박빙 승부 끝에 앞서면서 당권 경쟁에서 한층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민주당 중앙당 선거관리위원회는 16일 경기 수원과 서울·경기 합동연설회를 마친 뒤 수도권 지역 권리당원 투표 결과를 발표했다. 김 후보는 서울·경기 투표에서 46.66%를 얻어 46.28%를 기록한 정 후보를 0.38%포인트(p) 차로 앞섰다. 송영길 후보는 7.06%를 얻었다. 김 후보의 누적 득표율은 49.91%로 집계됐다. 전날 호남권 압승 직후 기록했던 52.21%에서는 다소 내려왔지만, 정 후보 누적 득표율 41.51%와는 8.40%p 차이를 유지했다. 송 후보는 한 자릿수대 득표율에 머물렀다. ◆호남 압승 이어 수도권도 신승…김민석 ‘대세론’ 유지 이번 서울·경기 경선은 사실상 권리당원 투표의 마지막 승부처였다. 민주당 순회 경선은 8월 1일 충청권을 시작으로 영남, 제주·인천, 강원·대구·경북, 호남, 서울·경기 순으로 진행됐다. 17일 대전에서 열리는 전당대회에서는 전국대의원 투표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까지 합산해 최종 당대표가 결정된다. 민주당 전당대회는 대의원·권리당원 투표 70%, 국민 여론조사 30%를 반영하는 방식으로 치러진다. 김 후보는 전날 전체 당원의 3분의 1가량이 몰린 호남 경선에서 정 후보를 크게 앞서며 누적 득표율을 과반 위로 끌어올렸다. 호남 전까지 두 후보의 누적 격차는 근소했지만, 호남 결과로 김 후보가 선두권을 확실히 다졌다. 이날 수도권에서는 정 후보와 0.38%p 차 접전을 벌였지만, 전체 누적 득표율에서는 여전히 앞서며 최종 승부를 앞두고 유리한 위치를 유지했다. 김 후보는 경기도 합동연설회에서 반도체 산업, 지역화폐, 경기북부 접경지역 정상화 등을 앞세워 수도권 표심을 공략했다. 그는 “반도체로 미래와 세계를 이끌고,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같은 개혁정책으로 대한민국과 세계의 개혁을 이끌겠다”며 “경기북부 접경지역의 비정상을 정상화하는 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다. 또 당정 협력과 이재명 정부 성공을 강조하며 “K-황금시대”를 열겠다고 호소했다. ◆정청래, 수도권서 추격했지만 역전은 실패 정 후보는 수도권에서 김 후보와 초접전을 벌이며 추격세를 보였지만, 누적 득표율 격차를 뒤집지는 못했다. 정 후보는 전날 호남 경선 패배 뒤 “농부는 밭을 탓하지 않는다”며 당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고, 이날도 민주당의 정체성으로 ‘개혁’을 전면에 내세웠다. 정 후보는 “우리는 단결하면 승리했고, 분열하면 패배했다”며 “민주당은 개혁이 정체성이고, 개혁하면 승리했고 개혁에 실패하면 외면받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도권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공급 대책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정상화,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의 속도감 있는 추진도 약속했다. 다만 정 후보는 남은 국민 여론조사와 대의원 투표에서 큰 폭으로 앞서야 역전 가능성을 살릴 수 있는 상황이다. 이번 전당대회는 권리당원 1인1표제가 처음 적용되는 선거다. 전체 반영 비율은 대의원·권리당원 70%, 국민 30%이며, 지역 순회 경선에서는 권리당원 투표 결과만 공개됐다. 대의원 투표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는 17일 전당대회에서 함께 발표된다. ◆선호투표제 변수…과반 미달 땐 2순위 표 합산 최종 변수는 선호투표제다. 당대표 경선은 전체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상위 2인을 제외한 최하위 후보를 1순위로 선택한 유권자의 2순위 선택을 합산해 최종 승자를 가리는 방식으로 치러진다. 김 후보의 누적 득표율이 49.91%로 과반에 근접한 만큼, 17일 최종 합산에서 과반을 넘길지 여부가 첫 관전 포인트다. 김 후보가 최종 합산에서 과반을 넘기면 곧바로 당대표로 선출된다. 반면 과반에 미달할 경우 송 후보 지지층의 2순위 선택이 승부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다만 현재 누적 격차가 8%p 이상 벌어진 만큼, 정 후보가 역전하려면 국민 여론조사와 대의원 투표에서 상당한 우위를 보여야 한다. 송 후보는 경기도 연설회에서 접경지역 특성을 앞세워 한반도 평화와 분단 극복을 강조했다. 그는 “아무리 경제 발전을 하고 AI 강국을 만들어도 남북 관계가 흔들리면 어떻게 되겠느냐”며 “김대중·노무현·문재인이 못다 이룬 역할을 이재명 대통령과 함께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권리당원 투표 흐름에서는 김·정 양강 구도를 흔들 만큼의 반등은 만들지 못했다. ◆계파 공방 격화…새 지도부 첫 과제는 ‘통합’ 이번 전당대회는 막판으로 갈수록 당내 갈등 양상도 짙어졌다. 김 후보와 정 후보 측은 ‘배신’과 ‘반명’ 프레임을 놓고 충돌했고, 신천지 경선 개입 의혹과 불법 전화방 의혹 등도 제기되며 선거전이 과열됐다. 최고위원 경선에서도 친명계와 친청계 후보들 사이의 신경전이 이어지며 계파 대리전 양상으로 번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 지도부는 전당대회 이후 통합 필요성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한병도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최고위원회의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되 그 경쟁 끝에서 우리는 반드시 하나가 돼야 한다”며 “경쟁의 열기는 통합의 동력으로, 각 후보자의 비전은 민주당의 자산으로 모아야 한다”고 밝혔다. 당권 주자들도 전당대회 이후 원팀을 강조하고 있다. 김 후보는 마지막 TV토론에서 “전대가 끝나면 당을 하나로 잘 화합시켜 든든하게 국정을 뒷받침하고 총선 승리의 길을 이끌겠다”고 말했다. 정 후보도 “선당후사, 대승적 차원에서 김 후보를 품어안겠다”고 했고, 송 후보 역시 경선 후유증을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며 포용적 리더십을 언급했다. 정치권에서는 새 지도부의 첫 과제가 당내 갈등 수습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김 후보가 누적 선두를 유지하며 당권 경쟁에서 앞서가고 있지만, 정 후보 지지층의 결집과 계파 간 감정 대립이 전당대회 이후에도 이어질 경우 당 운영의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이번 경선은 정책 경쟁보다 지지층 간 감정전이 더 부각된 측면이 있다”며 “새 대표가 누가 되든 이재명 정부를 안정적으로 뒷받침하려면 당내 통합과 인사 균형이 첫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26-08-16 19:3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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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00억달러 AI 동맹, 숫자보다 '한국 몫'이 중요하다
[경제일보] 숫자는 크고 박수는 요란했다. 삼성전자와 SK그룹이 미국 빅테크들과 발표한 인공지능 협력 규모는 모두 9500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400조원에 이른다. SK그룹이 엔비디아 등을 상대로 7500억 달러 규모의 협력을 추진하고, 삼성전자가 브로드컴과 2000억 달러 규모의 전략적 협력에 나선다는 내용이다. 한국 기업이 글로벌 AI 공급망의 변방이 아니라 중심부에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경사임은 분명하지만, 숫자에 취할 때는 아니다. 9500억 달러가 당장 한국 기업의 금고에 들어오는 현금도, 이미 법적 구속력을 갖춘 단일 수주계약도 아니기 때문이다. SK와 엔비디아의 5000억 달러 이상 협력은 의향서에 기초한 AI 팩토리와 장기 메모리 공급·공동개발 계획이다. 삼성전자와 브로드컴의 2000억 달러 협력도 2030년까지 메모리와 파운드리 분야에서 예상되는 규모를 담은 양해각서다. 엔비디아 역시 발표문에서 미래 전망은 실제 결과와 달라질 수 있으며 성과를 보장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이 차이를 지적하는 것은 성과를 깎아내리기 위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귀한 기회를 진짜 성과로 만들기 위해서다. 발표 금액이 클수록 정부와 기업은 숫자의 구성부터 투명하게 설명해야 한다. 확정된 구매 물량은 얼마인지, 시장 수요를 근거로 산출한 추정치는 얼마인지, 국내 투자는 얼마이고 해외 공급계약은 얼마인지 분리해야 한다. 의향서와 양해각서, 장기 공급계약, 실제 시설투자를 한 덩어리로 묶어 ‘1400조원 성과’라고만 부르면 국민은 규모는 알되 실체는 알 수 없다. 이번 협력의 가치가 작다는 뜻은 더욱 아니다. 엔비디아와 SK의 계획에는 국내 최대 2기가와트급 AI 팩토리 건설과 차세대 HBM 공동개발이 포함됐다. 첫 AI 팩토리는 2027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브로드컴의 협력 범위도 HBM 공급을 넘어 2나노미터 이하 파운드리와 첨단 패키징으로 이어진다. 단순히 메모리를 판매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AI 가속기의 설계와 생산 생태계로 올라설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중요한 것은 가능성과 성과를 혼동하지 않는 일이다. 글로벌 빅테크가 한국 반도체를 필요로 한다는 사실은 확인됐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는 한국의 HBM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AI 슈퍼컴퓨터도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와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최고경영자도 한국이 반도체와 인프라, 인재를 아우르는 핵심 파트너라는 취지로 발언했다. 한국의 협상력이 어느 때보다 커진 순간이다. 협상력이 생겼다면 이제 그 힘을 국내 산업의 두께를 키우는 데 써야 한다. 반도체 물량을 많이 공급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AI 시대의 가장 큰 부가가치는 칩과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소프트웨어, AI 모델과 서비스가 연결되는 지점에서 생긴다. 한국이 HBM과 파운드리 생산만 맡고 플랫폼과 소프트웨어, 고객 데이터와 서비스 수익은 미국 기업이 가져가는 구조라면 계약액은 커도 한국에 남는 몫은 제한된다. 첫 번째 성적표는 국내 생산이다. 이번 협력을 계기로 국내 반도체 공장이 얼마나 증설되고, 장비·소재·부품 기업에 얼마의 주문이 돌아가는지 확인해야 한다. 글로벌 수요를 한국 공장에서 소화하지 못하고 해외 생산기지만 늘어난다면 국내 산업의 낙수효과는 약해진다. 전력과 용수, 송전망, 산업용지 문제를 풀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부는 투자 발표식에 참석하는 데서 역할을 끝낼 것이 아니라 국내에서 공장을 제때 지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두 번째 성적표는 기술의 귀속이다. SK하이닉스와 엔비디아는 차세대 HBM을 공동개발하고, 삼성전자와 브로드컴은 메모리·파운드리·패키징을 연결하는 협력을 추진한다. 공동개발 과정에서 확보한 특허와 설계 경험, 생산 노하우가 한국 연구조직에 축적돼야 한다. 미국 기업의 제품 일정에 맞춰 생산만 대행하고 핵심 설계 역량은 밖에 남는다면 공급자는 될 수 있어도 기술의 주인은 되기 어렵다. 세 번째는 국내 AI 생태계다. 이번 정상외교를 전후해 네이버·브룩필드·엔비디아는 세종 데이터센터의 AI 팩토리를 200메가와트, 약 10만개의 GPU 규모로 확대하는 계획을 내놨다. 엔비디아는 KAIST와 공동 연구소를 운영하고 서울대와도 연구·교육 협력을 추진하기로 했다. 거대한 협력이 몇몇 대기업의 매출로 끝나지 않고 국내 대학과 스타트업, 제조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연산 인프라와 연구 기반으로 이어져야 한다. 네 번째는 고용과 인재다. 첨단산업 투자의 진짜 성과는 계약서가 아니라 사람에게 남는다. 국내에서 채용되는 설계자와 소프트웨어 개발자, 공정기술자와 데이터 과학자가 얼마나 늘어나는지 봐야 한다. 세계적 기업과의 협력이 한국 인재를 미국으로 데려가는 통로에 그쳐서는 곤란하다. 해외 인재가 한국 연구소로 들어오고, 국내 연구자가 세계 최고 수준의 프로젝트를 한국에서 수행하는 선순환을 만들어야 한다. 정부의 역할도 분명하다. 민간기업의 장기계약에 일일이 간섭할 필요는 없다. 시장을 가장 잘 아는 것은 기업이다. 다만 세제 지원과 정책금융, 전력망과 용수, 산업단지와 외교력이 투입된다면 그에 상응하는 국내 효과를 점검해야 한다. 투자액 발표 이후 실제 집행액, 국내 생산 비중, 협력업체 발주, 연구개발 투자, 신규 고용을 정기적으로 공개하는 ‘AI 협력 이행표’를 만들 필요가 있다. 성과를 재촉하다 기업의 영업비밀까지 공개하라는 식이어서는 안 된다. 필요한 것은 계약의 세부 가격이 아니라 국가가 제공한 지원과 국내에 돌아온 편익의 균형이다. 정부가 산업의 승자를 고르는 것도 경계해야 하지만, 거대한 숫자를 외교 성과로 홍보한 뒤 실행 여부를 묻지 않는 태도도 책임 있는 산업정책이라 할 수 없다. 논어 학이편에는 “군자는 근본에 힘쓰니, 근본이 서면 도가 생긴다(君子務本 本立而道生)”는 말이 나온다. 9500억 달러라는 숫자는 가지다. 국내 공장과 연구소, 기술과 인재, 중소 협력업체는 뿌리다. 가지가 아무리 화려해도 뿌리가 굵어지지 않으면 그 나무는 한국 산업의 것이 아니다. 이번 협력은 한국에 찾아온 드문 기회다. 미국 AI 기업들은 더 많은 반도체와 연산 능력을 필요로 하고, 한국은 이를 공급할 제조역량을 갖고 있다. 지금의 협상력을 잘 활용한다면 한국은 메모리 강국을 넘어 AI 생산과 실증, 서비스가 함께 움직이는 산업국가로 도약할 수 있다. 하지만 계약 규모만 반복해서는 그 미래가 저절로 오지 않는다. 몇 년 뒤 9500억 달러 중 얼마가 실제 매출로 실현됐는지, 국내에 몇 개의 공장과 연구소가 생겼는지, 몇 명의 기술자가 새 일자리를 얻었는지 물어야 한다. 한국 기업이 공급망에서 더 높은 자리를 차지했는지도 따져야 한다. 9500억 달러는 출발선이지 성적표가 아니다. 진짜 성과는 달러로 발표되지만 원화 매출과 국내 투자, 한국의 기술과 국민의 일자리로 확인된다. 이제 박수를 거두자는 것이 아니다. 박수를 친 만큼 꼼꼼히 지켜보자는 것이다. AI 동맹의 크기는 계약서에 적힌 숫자가 아니라, 그 협력 뒤에 한국에 남은 것으로 평가받아야 한다.
2026-07-27 10:36: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