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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 청문회가 또 부동산 검증장 됐다…정책능력은 언제 묻나
[경제일보] 국방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가장 뜨거웠던 것은 북한 핵도 전시작전통제권도 아니었다. 집과 상가였다. 16일 강신철 후보자 청문회에서 야당은 서울 천왕동 철거민 특별공급과 장남의 7억원대 상가 매입, 재산신고 누락 문제를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강 후보자는 특별공급은 정상적인 보상이었고 장남 상가를 신고하지 못한 것은 자신의 불찰이라고 답했다. 여야는 이 문제를 놓고 상당한 시간을 공방으로 보냈다. 검증할 사안이다. 고위공직자 후보자가 부동산을 어떤 방법으로 취득했는지, 세금을 제대로 냈는지, 특혜를 받은 것은 없는지, 재산을 빠뜨리지 않고 신고했는지는 따져야 한다. 국방부 장관이라고 예외일 이유도 없다. 다만 청문회는 거기서 끝날 수 없다. 국방부 장관에게 맡길 것은 7억원짜리 상가가 아니라 군과 국방예산이다. 북한 핵·미사일에 어떻게 대응할지, 전작권 전환을 어떻게 볼지, 병력 감소와 초급간부 부족을 어떻게 풀지까지 같은 강도로 물었어야 한다. 하루 전 열린 청문회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형일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후보자에게는 17년 동안 보유한 과천 아파트에 실제 거주한 기간이 약 4개월이라는 문제가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이소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에게도 서울 홍제동 아파트를 장기간 실제 거주하지 않고 보유한 문제가 따라붙었다. 당사자들의 해명과 여야의 반박이 이어졌고 부동산은 두 청문회의 중심 쟁점이 됐다. 경제부총리라면 부동산 문제를 피해 갈 수 없다. 세금과 주택정책을 다루는 자리인 만큼 후보자의 주택 보유 방식과 정책 사이에 모순이 없는지도 살펴야 한다. 그러면 경제도 그만큼 물어야 한다. 잠재성장률을 어떻게 끌어올릴 것인지, 확장재정과 국가채무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기업 투자를 어떻게 살릴 것인지 묻는 것이 경제부총리 청문회다. 중기부 장관에게도 집을 언제 샀는지만 물을 수는 없다. 문을 닫는 자영업자와 사람을 구하지 못하는 중소기업, 벤처 투자 위축에 어떤 해법을 갖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성격이 조금 다르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를 사면서 금융기관과 장모에게 돈을 빌린 과정이 검증 대상에 올랐다. 국토부 장관이라면 자신의 집을 어떻게 사고 보유했는지가 정책 판단과 무관할 수 없다. 그와 함께 서울 집값을 어떻게 안정시킬지, 주택 공급을 어디서 얼마나 늘릴지, 교통과 철도 정책을 어떻게 끌고 갈지도 따져야 한다. 국토부 장관 청문회가 아파트 매입 경위만 묻고 끝난다면 그것도 반쪽짜리 검증이다. 국회는 이미 17년 전 같은 문제를 짚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09년 우리 인사청문회가 후보자의 도덕성과 개인 신상에 관한 질문에 많은 시간을 쓰면서 공직 수행능력을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미국 상원 인준청문회와 비교하면서 한국은 후보자의 과거를 살피는 ‘회고적 평가’에 치우친 반면 미국은 정책과 향후 계획을 따지는 ‘전망적 평가’의 비중이 높다고 분석했다. 후보자를 도덕성·정책능력·리더십이라는 세 기준으로 평가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17년 전 국회가 스스로 내놓은 진단이다. 당시 보고서는 의원의 질의 방식도 문제로 들었다. 주어진 발언시간 대부분을 의원이 사용하면서 후보자가 충분히 답할 기회를 갖지 못한다는 지적이었다. 후보자의 답보다 의원의 폭로가 앞서는 청문회가 되기 쉽다는 뜻이다. 정책을 캐묻으려면 의원도 공부해야 한다. 국방장관 후보자에게 군 구조개편을 묻고 답변의 허점을 파고들려면 국방정책을 알아야 한다. 경제부총리 후보자의 성장정책을 검증하려면 숫자와 경제정책을 들여다봐야 한다. 부동산 등기부 한 장에서 시작하는 공방보다 품이 많이 든다. 재산 검증은 당연히 해야 한다. 부동산 투기나 탈세, 위장전입, 특혜, 허위 재산신고가 있다면 끝까지 확인해야 한다. 다만 부동산은 장관을 검증하는 한 항목일 뿐이다. 청문회 전부가 될 수는 없다. 집이 몇 채인지, 얼마에 샀는지만 알고 청문회장을 나선다면 국민은 후보자의 재산 상태는 알 수 있어도 그 사람이 장관 일을 할 수 있는지는 알기 어렵다. 장관 한 사람이 움직이는 예산은 수조원에서 수십조원에 이르고 수많은 공무원과 산하기관이 그 판단에 따라 움직인다. 국방장관의 판단 하나는 안보와 군의 운용을 바꾸고 경제부총리의 판단 하나는 기업과 가계에 영향을 준다. 중기부 장관의 결정은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의 생존과도 연결된다. 장관 후보자에게 필요한 검증은 과거의 부동산 거래만이 아니라 앞으로 내릴 판단의 수준까지 포함해야 한다. 그런데 청문회가 열릴 때마다 질문은 다시 집으로 돌아간다. 후보자가 몇 채를 가졌는지, 얼마에 샀는지, 몇 달을 살았는지는 청문회가 끝난 뒤에도 또렷하게 남는다. 정작 그 사람이 장관이 되면 무엇을 할지는 잘 남지 않는다. 집을 어떻게 샀는지는 끝까지 캐묻는다. 나라 일을 어떻게 할지는 그만큼 묻지 않는다. 지금 인사청문회의 가장 큰 빈틈은 거기에 있다.
2026-09-17 09: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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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세 장관 청문회, 이게 제대로 된 인사검증인가
[경제일보] 국회가 15일 이형일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김승원 법무부 장관, 이소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동시에 연다. 경제정책과 사법행정, 중소기업·벤처정책을 책임질 세 장관 후보자가 같은 날 국회의 검증대에 오르는 것이다. 이번 주에는 전날 김성수 대법관 후보자를 시작으로 16일 국방부·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18일 특별감찰관 후보자 청문회까지 이어진다. 말 그대로 ‘인사청문 슈퍼위크’다. 문제는 청문회가 많다는 데 있지 않다. 하루에 장관 후보자 세 명을 동시에 검증하는 방식으로 국민이 원하는 제대로 된 인사검증이 가능하느냐는 것이다. 세 후보자에게는 각각 검증해야 할 쟁점이 적지 않다. 이형일 후보자는 부동산 문제와 미래대응기금·세제개편 등 경제정책, 김승원 후보자는 신약 관련 청탁 의혹과 형사사법체계 개편, 이소영 후보자는 부동산·용역계약 논란과 중소기업 정책 전문성 등이 청문회 쟁점으로 꼽힌다. 그러나 청문회가 이런 의혹을 확인하는 데만 그쳐서도 안 된다. 경제부총리 후보자에게는 고유가와 금융시장 불안, 재정 운용과 부동산·세제 정책을 물어야 한다.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게는 형사사법체계 개편과 검찰·경찰 관계, 법치주의와 정치적 중립에 대한 철학을 확인해야 한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에게는 소상공인 부채와 벤처투자, 창업 생태계와 중소기업 경쟁력을 어떻게 살릴 것인지 따져야 한다. 장관 청문회의 본질은 과거의 흠결을 찾는 데만 있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국가의 중요한 정책을 맡길 능력과 판단력을 검증하는 데 있다. 세 청문회는 각각 다른 상임위원회에서 진행된다. 그렇다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청문회가 같은 날 몰리면 언론과 시민사회의 감시, 국민의 관심은 분산될 수밖에 없다. 한 후보자의 중요한 정책 답변이나 새로운 의혹이 다른 청문회의 정치적 공방에 묻힐 가능성도 커진다. 결국 자극적인 한두 장면이나 여야 충돌만 부각되고 정작 정책과 자질에 대한 깊이 있는 검증은 뒷전으로 밀릴 우려가 있다. 인사청문회의 목적은 흠을 많이 찾는 것이 아니라 적임자인지를 제대로 가려내는 데 있다. 증인 채택을 둘러싼 여야의 줄다리기도 문제다. 이번 청문회를 앞두고도 야당은 다수의 증인 채택을 요구했고 여당은 정치공세라며 맞섰다. 증인을 무더기로 불러 세우는 것도 문제지만 필요한 증인마저 정쟁 때문에 부르지 못한다면 청문회는 후보자의 일방적인 해명만 듣는 자리가 될 수 있다. 증인은 여당이 후보자를 보호하거나 야당이 공격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과 정책적 판단의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필요한 사람이어야 한다. 자료 제출을 둘러싼 공방도 달라져야 한다. 청문회 때마다 야당은 후보자가 핵심 자료를 내지 않았다고 비판하고 후보자 측은 개인정보나 자료 부존재 등을 이유로 맞서는 일이 반복된다. 청문회 당일 새로운 자료를 들이밀고 즉답을 요구하는 방식만으로도 제대로 된 검증은 어렵다. 후보자가 제출해야 할 자료의 범위와 기한을 보다 명확히 하고 정당한 이유 없이 핵심 자료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책임을 묻는 장치가 필요하다. 국회 역시 검증과 직접 관계없는 가족의 사생활이나 정치적 공격을 위한 자료까지 무차별적으로 요구하는 관행을 고쳐야 한다. 자료 제출을 놓고 며칠씩 싸우다 정작 정책 검증 시간을 잃는다면 청문제도의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 도덕성 검증과 정책 검증의 균형도 되찾아야 한다. 장관은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는 만큼 재산 형성 과정과 이해충돌, 법 위반 여부, 공직 윤리를 철저히 따져야 한다. 그러나 도덕성 검증이 정책 검증을 대신해서는 안 된다. 흠결이 없는 사람을 찾는 것과 국가를 제대로 운영할 사람을 찾는 것은 다른 문제다. 국민이 궁금한 것은 후보자가 과거에 어떤 삶을 살았는지만이 아니라 장관이 된 뒤 무엇을 할 사람인지다. 우리 인사청문회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비슷한 장면을 되풀이해 왔다. 여당은 대통령이 지명한 후보자를 지켜야 할 대상으로 여기고 야당은 어떻게든 낙마시켜야 할 대상으로 보는 일이 적지 않았다. 청문보고서 채택 여부까지 후보자의 능력보다 여야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갈리는 경우가 반복됐다. 이래서는 청문회가 고위공직자를 검증하는 제도가 아니라 정치적 승패를 겨루는 무대로 변질될 수밖에 없다. 청문회 일정 역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정부의 조속한 내각 구성이 중요하다고 해서 핵심 장관 후보자들을 같은 날 한꺼번에 검증하는 것이 관행이 돼서는 곤란하다. 일정의 효율성보다 검증의 충실성이 우선이다. 최소한 경제·사법·산업처럼 국민 생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핵심 부처 장관들의 청문회는 국민이 충분히 지켜보고 평가할 수 있도록 일정을 분산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인사청문회는 대통령이 지명한 후보자를 국회가 ‘통과시켜 주는’ 절차가 아니다. 야당이 후보자를 흠집 내는 정치무대도 아니다. 국민을 대신해 고위공직자의 도덕성과 전문성, 정책 역량을 확인하는 국회의 중요한 견제 장치다. 오늘 세 청문회에서 여야가 누구를 더 몰아붙였고 누가 더 잘 방어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국민에게 필요한 것은 세 후보자가 경제부총리와 법무부 장관, 중기부 장관으로서 어떤 원칙과 능력을 갖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하루에 장관 세 명을 불러놓고 몇 시간씩 공방을 벌인 뒤 ‘청문회를 했다’고 해서는 안 된다. 인사청문회의 성패는 몇 명을 통과시키고 몇 명을 낙마시켰느냐가 아니라, 국민이 그 사람에게 국가의 중요한 권한을 맡겨도 되는지를 얼마나 제대로 밝혀냈느냐로 평가해야 한다.
2026-09-15 09:5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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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 참사가 경제를 망친다, 검증 시스템부터 뜯어고쳐라
[경제일보] 또 인사 참사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인사가 만사”라고 외치지만 돌아오는 것은 “인사가 망사”라는 국민의 냉소다. 장관 후보자들을 둘러싸고 부동산 투기, 편법 절세, 세금 문제, 도덕성 논란이 꼬리를 물고 있다. 대통령이 지명하기 전에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던 사안들이다. 그런데도 걸러내지 못했다면 대통령실 인사 검증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부터 묻지 않을 수 없다. 더 심각한 것은 이런 일이 반복된다는 점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검증 시스템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똑같은 논란이 재연된다. 후보자의 결격 사유를 사전에 걸러내기보다 언론 보도와 야당의 문제 제기로 드러난 뒤 해명하고 방어하기에 급급하다. 이것은 검증이 아니라 사후 수습이다. 그런데도 여권은 “인사청문회를 지켜보자”는 말만 되풀이한다. 청문회가 대통령실의 부실 검증을 대신하는 장치인가. 국민이 묻는 것은 청문회에서 무엇이 밝혀질지가 아니라 왜 이런 사람이 애초에 후보자 명단에 올랐느냐는 것이다. 특히 법무부 장관처럼 법치와 사법 질서를 책임지는 자리는 더욱 엄격해야 한다. 국민에게 법과 원칙을 요구하는 사람이 자신을 둘러싼 준법·도덕성 논란조차 명확하게 해소하지 못한다면 정부가 어떻게 공정과 법치를 말할 수 있겠는가. 고위공직자에게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것은 흠잡기가 아니라 국가 운영의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인사 실패는 정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경제와 시장의 문제이기도 하다. 정부 정책은 결국 사람이 집행한다. 장관의 전문성과 리더십에 따라 정책의 방향과 속도가 달라지고 기업의 투자와 고용 판단에도 영향을 미친다. 인사가 흔들리면 정책의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고 기업은 투자를 늦출 수밖에 없다. 한국 경제가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통상 압력, 인공지능(AI) 패권 경쟁, 저성장 등 복합 위기에 놓인 상황에서 정부가 인사 논란으로 국정 역량을 소진해서는 안 된다. 시장에 치명적인 것은 잘못된 정책만이 아니라 예측하기 어려운 정책이다. 장관이 바뀌고 정책이 흔들리며 대통령실이 해명에 매달리는 일이 반복되면 기업은 정부를 신뢰하기 어렵다. 외국인 투자자 역시 정책의 지속성과 행정 능력을 따질 수밖에 없다. 관료사회도 위축된다. 책임 있는 결정을 내리기보다 정치권과 대통령실의 눈치를 보게 된다. 경제가 속도전을 벌여야 할 때 정부 조직이 인사 논란에 발목 잡히면 그 비용은 결국 기업과 국민에게 돌아간다. 따라서 후보자 몇 명을 교체하는 땜질식 처방으로 끝내서는 안 된다. 인사 검증 시스템을 처음부터 다시 뜯어고쳐야 한다. 부동산·세금·병역·논문뿐 아니라 이해충돌, 직무 전문성, 정책 역량, 공직 수행 능력까지 종합적으로 검증해야 한다. 검증 과정에서 결격 사유를 발견하고도 묵인하거나 축소했다면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 무엇보다 코드 인사를 버려야 한다. 대통령과 가까운 사람, 정치적으로 충성하는 사람이 아니라 능력과 전문성, 도덕성을 갖춘 인물을 찾아야 한다. 대통령에게 듣기 좋은 말을 하는 참모가 아니라 “이 사람은 안 됩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참모가 필요하다. 그것이 대통령과 국정을 지키는 길이다. 대통령도 결단해야 한다. 한번 지명한 사람을 끝까지 감싸는 것이 대통령의 권위는 아니다. 잘못된 인사를 인정하고 철회하는 것이 오히려 강한 리더십이다. 반복되는 검증 실패라면 최종 인사권자에게도 책임이 있다. 기업은 정부에 특혜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일관된 정책과 예측 가능한 행정을 요구한다. 시장도 마찬가지다. 인사의 실패가 정책의 실패로 이어지고 정책의 실패가 시장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 이번 인사 논란을 또 하나의 정치적 소란으로 넘긴다면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사람만 바꿔서는 달라지는 것이 없다. 시스템과 책임 구조, 인사의 기준을 함께 바꿔야 한다. 대통령실은 더 이상 변명과 방어에 매달려서는 안 된다. 부실 검증의 책임을 인정하고 인사 시스템을 전면 개편해야 한다. 흠결 있는 후보자는 과감히 철회하고 검증 책임자에게 책임을 묻는 한편, 인재 풀도 백지에서 다시 짜야 한다. 경제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시장의 신뢰도 무한정 용서하지 않는다. 인사에서 무너지면 정책이 흔들리고 정책이 흔들리면 시장의 신뢰도 무너진다. 지금이 인사 시스템을 환골탈태시킬 마지막 기회다.
2026-09-09 11: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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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문회, 검증의 출발선" 청와대 사전 검증은 무엇을 했나
[경제일보] 인사청문회는 대통령의 인사검증을 대신하는 절차가 아니다. 국회가 후보자를 공개적으로 검증하는 마지막 문턱에 가깝다. 그 문턱에 누구를 세울 것인지를 먼저 가려내는 일은 인사권자의 몫이다. 이 둘의 경계가 흐려지는 순간 청문회는 검증 장치가 아니라 잘못된 인사를 뒤늦게 수습하는 무대가 된다.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에 청와대가 내놓은 설명은 그래서 곱씹어볼 대목이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인사청문 제도 자체가 후보자에 대한 국민적 검증 과정”이라며 두 후보자가 “인사위원장의 책임 아래 인사 시스템을 거쳐 지명된 후보”인 만큼 청문회를 거쳐야 한다고 밝혔다. 동시에 “국민 눈높이에 부족함이 없도록 인사 검증체계를 갖추고 강화하겠다”고 했다. 틀린 말은 아니다. 인사청문회는 국민을 대신한 국회의 공개 검증 절차다. 아직 사실관계가 확정되지 않은 의혹만으로 후보자를 낙마시키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야당이 제기하는 의혹이 모두 사실이라는 보장도 없고, 청문회를 정치적 공격 수단으로 사용하는 일도 경계해야 한다. 다만 인사 시스템을 거쳐 지명했다면서 왜 곧바로 검증체계를 강화하겠다는 것인가. 김 후보자에게는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 승인과 관련한 청탁 의혹과 과거 음주운전 문제가 제기됐다. 김 후보자는 부정한 청탁은 없었다고 반박하면서도 민원 전달 과정에는 신중했어야 했다고 밝혔고, 음주운전에 대해서는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용 후보자에게는 비례대표 의원직과 장관직의 겸직 문제, 당 운영을 둘러싼 공정성 논란 등이 제기되고 있다. 각각의 의혹과 적격성은 청문회에서 사실관계를 더 따져야 한다. 중요한 것은 지명 전 어디까지 검토됐느냐는 것이다. 이미 알고도 장관직 수행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면 청와대가 그 판단에 책임을 지면 된다. 반대로 확인하지 못했다면 사전 검증에 구멍이 있었다는 뜻이다. 둘 중 어느 경우든 “청문회에서 검증하자”는 말만으로 끝낼 문제는 아니다. 국회법은 국무위원 후보자 등에 대해 국회가 인사청문회를 열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대통령에게서 후보자를 고르는 책임을 넘겨받기 위한 제도가 아니다. 대통령의 인사권 행사 이후 국회가 공직 수행 능력과 도덕성 등을 공개적으로 다시 검증하는 견제 장치다. 사전 검증과 인사청문은 순서만 다른 같은 검증이 아니다. 책임의 주체부터 다르다. 청와대 검증은 대통령의 책임이고, 국회 청문회는 국회의 책임이다. 이 단순한 구분을 놓쳐서는 안 된다. 청와대가 후보자의 재산과 세금, 범죄·징계 이력, 이해충돌 가능성, 과거 행적과 정무적 리스크를 충분히 확인한 뒤 “이 정도 문제를 감안해도 국정을 맡길 사람”이라고 판단하는 것이 지명이다. 청문회는 그 판단에 누락이나 왜곡이 없는지 국민 앞에서 다시 따지는 과정이어야 한다. 하지만 사전 단계에서 걸러졌어야 할 문제가 지명 직후 쏟아지고, 그때마다 “청문회에서 보자”는 답이 반복되면 인사의 책임 구조가 거꾸로 선다. 대통령이 고르고 청와대가 검증했는데, 최종적으로 후보자의 적격 여부를 발견하고 판단하는 책임은 국회와 언론, 국민이 떠안게 되는 것이다. 더 위험한 것은 이런 방식이 반복될 때 생기는 ‘지명의 관성’이다. 후보자를 발표한 뒤에는 철회 비용이 커진다. 인사 실패를 인정해야 하고 야당의 공세도 감수해야 한다. 결국 이미 지명했다는 이유 자체가 후보자를 지켜야 하는 이유가 되기 쉽다. 검증의 판단 기준이 ‘공직에 적합한가’에서 ‘청문회를 버틸 수 있는가’로 바뀌는 순간이다. 제대로 된 사전 검증은 흠결을 하나도 없는 사람을 찾아내는 일이 아니다. 그런 사람은 현실 정치에 거의 없다. 핵심은 어떤 흠결까지 받아들일 것인지 기준을 미리 세우는 것이다. 음주운전이나 세금 체납, 부동산 투기, 연구윤리 위반, 갑질, 이해충돌, 수사·징계 이력처럼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검증 항목부터 표준화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문제가 있느냐 없느냐’를 확인하는 데 그쳐서는 부족하다. 공직의 성격에 따라 어느 정도의 흠결을 결격으로 볼 것인지도 정해야 한다. 법무부 장관에게 요구하는 기준과 산업부 장관에게 요구하는 전문성의 기준이 똑같을 수는 없다. 그렇다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어제는 탈락 사유였던 문제가 오늘은 해명 가능한 문제가 되는 것도 곤란하다. 법적 결격과 정치적·윤리적 부적격을 구분하는 기준도 필요하다. 법을 어기지 않았다고 해서 곧바로 장관 자격을 얻는 것은 아니다. 장관은 형사재판에서 유죄인지 무죄인지만 따지는 자리가 아니다. 국민에게 정책의 준수를 요구하고 국가권력을 행사하는 자리다. 법률상 임명 가능성과 국민이 기대하는 공직 윤리 사이에는 분명한 간격이 있다. 그 간격을 그때그때 여론을 보며 판단해서는 인사 원칙이 생기지 않는다. 책임선도 분명히 해야 한다. 현재 청와대 인사는 인사위원회를 중심으로 후보 추천과 검증, 정무적 판단이 단계적으로 이뤄지는 구조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인사수석실까지 신설됐지만 후보자 논란이 반복되면서 시스템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누가 후보자를 추천했는지까지 모두 공개하라는 얘기는 아니다. 인사에는 보안이 필요하다. 후보군의 개인정보를 보호해야 할 이유도 충분하다. 하지만 지명 이후 중대한 문제가 드러났다면 최소한 내부적으로는 추천 단계에서 놓쳤는지, 검증 과정에서 확인하지 못했는지, 알고도 정무적으로 수용했는지를 구분하고 책임을 남겨야 한다. 알고도 선택했다면 대통령과 인사위원회가 정치적 책임을 지면 된다. 몰랐다면 검증 시스템을 고쳐야 한다. 가장 좋지 않은 것은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것이다. ‘상서’ 고요모에는 ‘지인즉철 능관인(知人則哲 能官人)’이라는 말이 나온다. 사람을 알아보는 것이 지혜이며, 그래야 사람을 제대로 벼슬에 쓸 수 있다는 의미다. 수천 년 전에도 국정의 어려움 가운데 하나를 ‘사람을 알아보는 일’에서 찾았다. 인사가 어려운 것은 시대가 달라져도 마찬가지다. 사람에게는 과거가 있고 완벽한 후보자는 없다. 사생활과 공적 검증의 경계를 어디에 둘지도 쉽지 않다. 지나치게 가혹한 검증은 유능한 인재가 공직을 피하게 만들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기준이 필요하다. 정권에 가까운 사람에게는 느슨하고 반대편 사람에게는 엄격한 잣대가 아니라, 어느 정부에서든 대체로 예측할 수 있는 기준 말이다. 청와대가 이번에 인사 검증체계를 강화하겠다고 한 것은 필요한 조치다. 그러나 ‘강화하겠다’는 말만 반복해서는 같은 문제가 다음 개각에서 다시 돌아온다. 검증 항목을 표준화하고, 중대한 결격 사유와 해명 가능한 사안을 구분하며, 추천·검증·정무 판단의 책임선을 명확히 해야 한다. 지명 뒤 예상하지 못한 중대 문제가 드러났을 때는 어떤 단계에서 놓쳤는지 복기하는 절차도 필요하다. 또 분명히 할 것이 있다. 인사청문회는 청와대 검증의 실패를 대신 책임지는 곳이 아니다. 국회가 후보자를 검증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대통령이 지명하기 전에 제대로 검증하는 것은 그보다 먼저 존재하는 권한이자 책임이다. 청문회에서 모든 것을 확인하겠다면 사전 검증은 형식이 된다. 반대로 청와대가 자신 있게 검증을 마쳤다면 논란이 불거졌을 때 “청문회에서 보자”에 앞서 왜 그 문제를 감수하고도 지명했는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인사의 신뢰는 흠결 없는 사람을 찾아내는 데서 생기지 않는다. 어떤 사람을 왜 골랐고, 무엇을 확인했으며, 어디까지 책임질 것인지 분명할 때 생긴다. 청문회는 검증의 시작이 아니다. 대통령의 인사검증이 제대로 이뤄졌는지를 국민 앞에서 확인하는 마지막 문턱이어야 한다.
2026-09-08 09:4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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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에 된다고 다 해도 되나…공직자의 '공정 감수성'이 무너지고 있다
[경제일보] 공직은 권리가 아니라 책임이다. 법이 허용한다고 해서 모두 해도 되는 자리도 아니다. 공직자와 공직후보자에게는 법률의 최소 기준을 넘어 국민의 눈높이와 상식이라는 더 높은 잣대가 따라붙는다. 최근 잇따른 논란은 이 당연한 원칙을 다시 묻게 한다. 추미애 경기도지사는 지난달 ‘재정 비상상황’을 선언했다. 경기도는 재정난을 이유로 5465억원 규모의 세출 구조조정에 나섰고, 직원들에게도 고통 분담을 주문했다. 그런데 추 지사가 도청 인근 156㎡ 아파트를 12억2000만원에 전세 계약한 관사에서 생활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경기도는 업무 효율을 위해 관련 규정에 따라 계약했고, 계약 당시에는 재정 상황의 심각성을 구체적으로 알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규정을 어겼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문제는 상징이다. 직원들에게 허리띠를 졸라매라고 하면서 최고 책임자가 상대적으로 넓고 비싼 관사를 사용하는 모습이 국민에게 어떻게 비칠지는 어렵지 않게 짐작된다. 재정 비상이 정말 심각하다면 먼저 줄여야 할 비용이 무엇인지 지도자가 보여주는 것이 순리다. 조직은 말보다 행동을 먼저 본다.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비례대표 의원직 겸직 논란도 비슷한 질문을 던진다. 법적으로 겸직이 가능한지 여부와 국민이 이를 공정하다고 받아들이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공직은 가능한 권리를 최대한 누리는 자리가 아니라 스스로 제한할 줄 아는 자리여야 한다.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 승인과 관련해 식약처장에게 신속한 처리를 요청하는 취지의 문자를 보낸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김 후보자는 민원 전달일 뿐 부정한 로비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현 단계에서 위법을 단정해선 곤란하다. 그렇지만 국회의원의 문자 한 통이 평범한 민원인의 전화 한 통과 같은 무게일 리는 없다. 의원은 법을 만들고 예산을 심사하며 정부기관을 감사하는 사람이다. 그 지위에서 “빨리 처리해달라”는 말은 의도와 무관하게 행정기관을 압박하는 신호로 읽힌다. 이 세 사례의 성격은 서로 다르다. 하나는 관사, 하나는 겸직, 하나는 민원 전달 문제다. 공통점은 분명하다. 모두 법 위반 여부를 따지기 전에 공직자의 자기 절제가 충분했는지를 묻게 한다. 정치권은 이런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규정에 따른 것이다” “관행이었다”고 설명한다. 틀린 말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국민이 공직자에게 요구하는 기준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논어>의 “기소불욕 물시어인(己所不欲 勿施於人)”은 자신이 원하지 않는 일을 남에게 시키지 말라는 뜻이다. 공직 윤리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직원들에게 긴축과 희생을 요구한다면 자신부터 절제해야 하고, 국민에게 공정한 절차를 요구한다면 자신도 권력의 지름길을 경계해야 한다. 최근 여론 흐름도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한국갤럽의 지난 1~3일 조사에서 이재명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 평가는 40%, 부정 평가는 51%였다. 20대 긍정 평가는 25%로 전주보다 6%포인트 떨어졌다. 부정평가 이유에서는 ‘인사’가 9%로 올라섰다. 한 번의 조사 결과만으로 인과관계를 단정할 수는 없지만, 최근 인사 논란이 특히 청년층의 공정 감수성을 건드렸다는 정치권의 해석에는 귀 기울일 대목이 있다. 2030 세대가 특권 문제에 민감한 이유는 단순하다. 취업과 주거, 자산 형성에서 치열한 경쟁을 겪는 세대에게 ‘누군가는 자리도 갖고, 혜택도 갖고, 인맥도 활용한다’는 인상은 강한 박탈감으로 돌아온다. 공직자가 이를 “법적으로 가능하다”는 말로 넘기면 민심과 더 멀어진다. 정치는 법률가의 시험 문제가 아니다. 무엇이 합법인지뿐 아니라 무엇이 적절한지를 판단해야 하는 영역이다. 규정상 가능하더라도 국민의 신뢰를 해친다면 스스로 한 발 물러설 줄 알아야 한다. 특히 장관과 도지사, 국회의원처럼 권한이 큰 자리일수록 기준은 엄격해져야 한다. 권력이 크면 책임도 커진다는 것은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다. 공직 후보자 검증도 달라져야 한다. 재산과 세금, 전과 여부만 확인하는 방식으로는 부족하다. 이해충돌 가능성, 특혜의식, 권한 행사 방식, 공적 자원을 대하는 태도까지 함께 봐야 한다. 결국 국민이 묻는 것은 ‘법을 어겼느냐’만이 아니라 ‘이 사람이 공직을 맡을 자세가 돼 있느냐’이기 때문이다. 정권의 인사는 능력만으로 성공하지 않는다. 도덕성만으로도 충분하지 않다. 권력을 어떻게 사용할 사람인가에 대한 신뢰가 함께 있어야 한다. 지금 공직사회에 필요한 것은 더 많은 해명이 아니다. 법과 규정을 내세우기 전에 스스로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선택을 하는 문화다. 특권처럼 보이는 관사는 줄이고 이해충돌의 여지가 있는 자리는 내려놓고 권한 있는 사람의 전화 한 통도 조심하는 것이다. 이런 작은 절제가 쌓여 공직의 신뢰가 만들어진다. 공직은 가능한 것을 모두 누리는 자리가 아니다. 할 수 있어도 하지 않는 절제, 누릴 수 있어도 내려놓는 태도에서 공직의 품격이 드러난다.
2026-09-07 14: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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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추천제, 참여민주주의의 실험이 되려면
[경제일보] 정부가 장·차관급을 비롯한 고위 공직자 인사 과정에 국민 참여를 확대하는 이른바 ‘국민추천제’를 추진하면서 찬반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 목소리를 인사에 반영하겠다는 취지 자체를 마다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지금까지의 고위 공직 인사가 특정 학연과 지연, 관료 집단과 정치권의 폐쇄적 네트워크 안에서 이루어졌다는 비판을 감안하면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아무리 선한 취지의 제도라도 국가 운영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위험성을 안고 있다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국민추천제 역시 예외가 아니다. 민주주의의 본질은 국민 주권에 있다. 국민이 국가 운영에 더 많이 참여하고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민주주의 발전의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그런 점에서 국민이 직접 인재를 발굴하고 추천하는 제도는 정치와 행정의 문턱을 낮추고, 기존 인사 시스템의 폐쇄성을 완화하는 긍정적 의미를 가진다. 그동안 공직 사회는 국민 눈높이와 동떨어진 인사로 적지 않은 비판을 받아왔다. 특정 집단 출신이 요직을 독점하거나 정권에 대한 충성도가 능력보다 우선시되는 사례가 반복되면서 인사 불신이 깊어진 것도 사실이다. 국민추천제가 숨은 인재를 발굴하고 인재 등용의 폭을 넓히는 계기가 된다면 그 자체로 충분한 가치가 있다. 그러나 민주주의가 곧바로 대중주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국민의 참여가 확대된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잘못 설계된 참여 제도는 민주주의를 약화시키는 역설적 결과를 낳기도 한다. 국민추천제를 둘러싼 가장 큰 우려는 전문성과 책임성이 희석될 수 있다는 점이다. 장관과 차관은 단순한 명예직이 아니다. 국가 정책을 설계하고 집행하며 수십만 명의 공직 조직을 이끄는 자리다. 경제 위기와 외교 갈등, 사회적 재난과 같은 중대한 상황에서 판단하고 결정하는 역할을 맡는다. 따라서 해당 분야에 대한 깊은 이해와 풍부한 경험, 조직 운영 능력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국민 추천이 대중적 인지도나 호감도 중심으로 흐를 경우 정책 역량보다 유명세가 우선되는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 이름이 널리 알려졌다는 이유만으로 국가 운영을 맡길 수는 없는 일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조직화된 여론의 개입 가능성이다. 오늘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여론 형성의 강력한 도구가 되었지만 동시에 여론 조작의 통로가 되기도 한다. 특정 정치 세력이나 이익집단이 조직적으로 후보를 추천하거나 반대하는 일이 벌어질 경우 국민추천제는 민의 수렴이 아니라 세력 경쟁의 장으로 변질될 수 있다. 실제로 온라인 공간에서는 소수의 적극적 참여자가 다수의 의견인 것처럼 보이는 현상이 빈번하게 나타난다. 국민추천제가 이런 왜곡된 여론에 휘둘린다면 제도의 신뢰성은 출범과 동시에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전문성이 핵심 가치인 분야일수록 더욱 신중해야 한다. 의사와 판사, 검사, 장관 등은 인기보다 역량이 우선되어야 하는 직책이다. 국민의 선호와 전문적 자질이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탁월한 능력을 갖춘 인물이 있고, 반대로 높은 인지도를 가졌지만 공직 수행 능력이 부족한 경우도 있다. 국가 시스템은 인기보다 실력 위에 세워져야 한다는 원칙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따라서 국민추천제는 최종 인사를 결정하는 절차가 아니라 인재를 발굴하는 통로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민은 다양한 후보를 추천하고 정부는 그 가운데서 엄격한 검증을 거쳐 적임자를 선발하는 방식이어야 한다. 추천은 개방적으로 하되 검증은 더욱 엄정하게 해야 한다. 도덕성은 물론 전문성, 리더십, 정책 역량에 대한 다층적 심사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국민추천제는 참여민주주의 확대라는 시대적 요구와 전문 행정의 안정성이라는 현실적 필요가 만나는 지점에 서 있다. 제도의 성공 여부는 국민 참여의 규모가 아니라 검증 시스템의 완성도에 달려 있다. 개방은 필요하지만 무분별해서는 안 된다. 민주주의는 참여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책임과 전문성, 그리고 공정성이 함께 작동할 때 비로소 건강한 제도가 된다. 정부는 국민추천제가 인기투표의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정교한 설계와 철저한 검증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그것이 국민 주권을 강화하면서도 국가 역량을 높이는 길이다.
2026-06-11 11:5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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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지방선거 사전투표 시작…후보 자질·정책 잘 따져 주권 행사해야
[경제일보] 6·3 지방선거의 문이 먼저 열린다. 사전투표는 29일과 30일 이틀 동안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진행된다. 유권자는 주소지와 관계없이 전국 사전투표소 어디에서나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다. 투표소에 갈 때는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여권 등 본인 확인이 가능한 신분증을 반드시 챙겨야 한다. 지방선거는 대통령선거보다 덜 뜨겁고, 국회의원 선거보다 덜 주목받는다. 그러나 시민의 삶에는 오히려 더 가까운 선거다. 버스 노선과 배차 간격, 재개발과 재건축, 학교와 돌봄, 골목상권과 지역 일자리, 청년 주거와 노인 복지, 쓰레기 처리와 하천 정비가 모두 지방정부의 손을 거친다.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 지방의원과 교육감을 누구로 뽑느냐에 따라 한 도시의 4년이 달라진다. 지방선거를 ‘작은 선거’로 여기는 순간, 우리 일상의 큰 결정권을 남에게 맡기는 셈이다.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가 가장 먼저 따져야 할 것은 후보의 자질이다. 자질은 말솜씨가 아니다. 선거운동 기간에 얼마나 크게 외쳤는지도 아니다. 공직을 맡을 만한 도덕성, 이해충돌을 피할 수 있는 절제, 예산을 다룰 능력, 주민의 다른 의견을 들을 수 있는 태도, 위기 때 책임을 회피하지 않는 품격이 자질이다. 지방권력은 중앙권력보다 감시의 눈이 느슨해지기 쉽다. 단체장과 지방의회가 한 정당으로 쏠리면 견제 장치도 약해질 수 있다. 그래서 유권자는 후보의 전과, 재산 형성 과정, 병역·납세, 과거 공직 수행 평가, 막말과 혐오 발언 여부까지 차분히 살펴야 한다. 정책은 더 냉정하게 봐야 한다. 선거 때마다 지역마다 ‘철도 신설’ ‘산단 조성’ ‘청년 일자리’ ‘무상 복지’ ‘관광도시 도약’ 같은 말이 쏟아진다. 듣기 좋은 공약일수록 더 물어야 한다. 재원은 어디서 마련할 것인가. 중앙정부 권한인지 지방정부 권한인지 구분했는가. 이미 추진 중인 사업을 이름만 바꿔 새 공약처럼 내세운 것은 아닌가. 임기 4년 안에 가능한 사업인가. 주민 갈등을 조정할 방안은 있는가. 좋은 공약은 화려한 문장이 아니라 숫자와 일정, 책임 주체가 분명한 약속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정책·공약마당에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 참여한 정당과 후보자 측이 제출한 정책·공약 자료가 게시돼 있다. 선관위는 선거 진행 중에는 후보자 공약 정보를 제공하고, 선거 종료 뒤에는 당선인 공약 정보를 제공한다고 안내하고 있다. 유권자가 마음만 먹으면 정당의 10대 정책, 후보자별 공약, 지역별 쟁점을 비교할 수 있는 통로가 열려 있는 셈이다. 사전투표는 단순히 ‘미리 하는 투표’가 아니다. 바쁜 직장인, 자영업자, 돌봄 노동자, 출장·이동이 많은 유권자에게 참정권의 문턱을 낮추는 제도다. 선거일 당일 일정이 불확실하다면 사전투표는 주권을 놓치지 않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다만 편리해진 만큼 더 신중해야 한다. 투표소에 들어가기 전 후보 이름과 정당 기호만 볼 것이 아니라, 최소한 내 지역의 핵심 현안과 후보별 해법은 확인해야 한다. 지방선거의 위험은 ‘묻지마 투표’다. 중앙정치에 대한 분노나 호감만으로 지방정부를 선택하면 지역의 구체적 문제는 뒤로 밀린다. 여당을 도와야 한다는 구호도, 야당을 견제해야 한다는 구호도 유권자의 판단 기준 가운데 하나일 수는 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시장과 도지사, 구청장과 군수, 지방의원은 중앙정치의 대리인이 아니라 주민의 생활을 책임질 일꾼이다. 정당을 보되 인물을 함께 보고, 구호를 듣되 실행 능력을 따져야 한다. 공자는 <논어>에서 “백성이 믿지 않으면 나라가 설 수 없다”고 했다. 정치의 바탕은 신뢰라는 뜻이다. 오늘의 지방정치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신뢰는 선거운동 차량의 확성기에서 나오지 않는다. 신뢰는 후보의 삶, 말과 행동의 일관성, 공약의 실현 가능성, 약자를 대하는 태도에서 나온다. 유권자가 그 신뢰를 검증하지 않으면, 선거 뒤 실망할 권리도 약해진다. 이번 지방선거는 지역의 미래를 정하는 선거다. 인구 감소로 소멸 위기에 놓인 지방도시, 집값과 교통난에 눌린 수도권, 산업전환의 갈림길에 선 제조업 도시, 교육과 돌봄 부담이 커진 모든 지역이 각자의 해법을 기다리고 있다. 이 과제들은 진영의 함성만으로 풀리지 않는다. 숫자를 아는 행정, 갈등을 조정하는 정치, 미래를 설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29일과 30일 사전투표소로 향하는 발걸음은 가벼워도, 한 표의 무게는 가볍지 않다. 민주주의는 거창한 연설보다 평범한 시민의 기표에서 완성된다. 후보의 자질을 따지고, 정책의 실현 가능성을 살피고, 내 지역의 4년을 누구에게 맡길지 숙고해야 한다. 투표는 권리이자 책임이다. 사전투표의 시작은 유권자에게 묻고 있다. 당신의 도시를 누구에게 맡길 것인가. 그 답은 정당도, 여론조사도, 선거 구호도 대신해줄 수 없다. 오직 시민의 한 표만이 답할 수 있다.
2026-05-29 10:3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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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내전' 이원택 vs 김관영…막판 초접전
[경제일보] 6·3 전북특별자치도지사 선거가 이원택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관영 무소속 후보의 정면승부로 달아오르고 있다. 전북은 전통적으로 민주당 강세 지역이지만 이번 선거는 단순한 정당 구도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민주당 공천장을 받은 이 후보는 ‘집권여당 후보론’과 민주당 조직력을 앞세우고 있다. 반면 민주당에서 제명된 뒤 무소속으로 출마한 현직 김 후보는 ‘도정 연속성’과 인물론으로 맞서고 있다. 이번 선거가 민주당계 내전으로 규정되는 이유다. 최근 여론 흐름, 김관영·이원택 오차범위 내 ‘초접전’ 최근 판세의 가장 큰 특징은 ‘민주당 텃밭’으로 불리던 전북에서도 승부를 예단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새전북신문이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5월 16~17일 전북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김관영 후보는 42.1%, 이원택 후보는 40.5%를 기록했다. 두 후보 간 격차는 1.6%포인트로, 표본오차인 95% 신뢰수준 ±3.1%포인트 안에 있는 오차범위 내 접전이다. 조사는 무선 가상번호 ARS 100% 방식으로 진행됐고 응답률은 8.5%였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흐름도 심상치 않다. 같은 새전북신문·한길리서치가 김 후보의 공식 출마 선언 이전인 4월 30일~5월 1일 전북도민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이원택 후보 39.6%, 김관영 후보 36.6%였다. 당시에도 오차범위 안 접전이었지만, 5월 중순 조사에서는 김 후보가 이 후보를 근소하게 앞서는 결과가 나왔다. 민주당 후보가 압도적 우위를 보이는 기존 전북 선거 양상과는 다른 흐름이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전북 선거를 두고 “민주당 지지 기반은 여전히 강하지만, 현직 지사 개인 지지율이 민주당 조직표 일부를 잠식하고 있다”고 본다. 이 후보가 민주당 후보라는 강점을 실제 투표장까지 연결할 수 있느냐, 김 후보가 무소속 한계를 넘어 인물론을 조직표로 전환할 수 있느냐가 남은 선거의 핵심 변수다. 이원택, 민주당 조직력·집권여당 후보론으로 반격 이 후보의 유세 전략은 분명하다. 최우선이 ‘민주당 본진 회복’이다. 전북에서 민주당 간판은 여전히 가장 강력한 정치 자산이다. 그러나 김 후보가 무소속으로 출마한 뒤에도 일정한 지지세를 유지하면서 이 후보는 민주당 지지층을 다시 결집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이 후보가 선거 막판 중앙당 지도부와 중진 인사의 지원을 적극 끌어들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후보 측은 이번 선거를 단순한 도지사 개인 경쟁이 아니라 ‘새 정부와 전북 발전을 연결하는 선거’로 규정하고 있다. 집권여당 후보가 되어야 새만금, 교통망, 산업단지, 국가예산 확보에서 중앙정부와 국회를 움직일 수 있다는 논리다. 이 후보는 전북의 ‘내발적 발전’을 강조하며 전북 내부 경제 생태계를 키우는 성장 전략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이 후보는 각종 인터뷰에서도 “과거 전북의 기업 유치·투자 유치 전략이 제한적이었다”며 “전북 내부 경제 생태계를 성장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정책적으로는 교통·산업·청년을 묶은 실행형 공약을 부각하고 있다. 이 후보는 △전라선 수서행 KTX 신설 △전주역 주차난 해소 △익산역 광역환승센터 건립 △정읍역 추가 정차 등 교통망 개선과 함께 ‘내발적 발전’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또 청년 주거 부담 완화, 소상공인 지원, 메가펀드 조성 등을 통해 전북 산업 체질을 바꾸겠다는 구상도 제시했다. 이 후보의 공세축은 김 후보의 도덕성 논란과 현직 성과 검증이다. 그는 김 후보의 이른바 ‘대리비 지급’ 논란을 강하게 문제 삼고 있다. 이 후보가 기자회견에서 김 후보의 대리비 지급 논란을 두고 “시·도 의원이라면 구속됐을 것”이라는 취지로 비판했다. 결국 이 후보의 전략은 ‘정당 정통성’과 ‘현직 검증론’의 결합이다. 민주당 지지층에게는 “무소속 현직보다 집권여당 후보가 전북 발전에 유리하다”고 호소하고, 중도층에게는 “전북 도정의 성과와 도덕성을 냉정하게 따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관영, 현직 성과·도민 선택론으로 무소속 한계 돌파 김 후보의 유세 전략은 ‘당보다 인물’이다. 그는 민주당 제명 이후 무소속으로 출마했지만, 최근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와 오차범위 안 접전을 벌이며 전북 선거판을 흔들고 있다. 한국경제는 민주당이 김 후보의 무소속 출마에 강경 대응했음에도 김 후보가 이 후보와 접전을 벌이고 있다. 김 후보가 내세우는 핵심 메시지는 ‘중단 없는 도정’이다. 민선 8기 동안 추진해온 새만금 개발, 기업 유치, 전북특별자치도 안착, 미래산업 기반 조성을 이어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후보가 “중단 없는 도정 완성”과 성과·안정성을 강조하고 있으며, 이 후보와 김 후보의 대결이 ‘도정 교체냐, 연속성이냐’의 공약 경쟁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 후보의 정책 노선은 현직형이다. △RE100 산업단지 △AI 데이터센터 △방산 혁신클러스터 △피지컬AI 산업 △전주 하계올림픽 유치 △금융중심지 지정 등 이미 추진하거나 구상해온 대형 프로젝트를 전면에 놓고 있다. 김 후보는 민주당 공천 과정과 제명 결정에 대한 반발 여론도 끌어안으려 한다. 실제 김 후보가 민주당에서 제명된 뒤 무소속 출마를 결심했고, 지지자들이 출마를 촉구하는 흐름 속에서 선거판이 재편됐다. 김 후보는 이를 ‘당 지도부의 결정’과 ‘도민의 선택’이 맞서는 구도로 만들려 한다는 게 지역 정가의 관측이다. 다만 무소속 후보의 한계도 분명하다. 전북은 여전히 민주당 정당 지지세가 압도적인 지역이다. 김 후보가 이기려면 개인 경쟁력을 넘어 실제 투표장에서 작동할 시군별 조직력과 자발적 지지층을 만들어야 한다. 무소속 돌풍이 여론조사 수치에 머물지, 실제 투표율로 이어질지가 관건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막판 승부처는 민주당 조직표·현직 평가·새만금 전북지사 선거의 막판 1순위 승부처는 민주당 조직표다. 이 후보가 민주당 지지층을 다시 결집시키면 전통적 전북 선거 구도는 빠르게 복원될 수 있다. 반대로 김 후보가 민주당 지지층 일부와 무당층, 현직 성과 지지층을 계속 묶어두면 선거는 끝까지 초접전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정당 지지도와 후보 지지율이 다르게 움직이는 지금의 흐름은 전북 선거의 가장 큰 변수로 정치권에선 꼽는다. 현직 도정 평가도 승부를 가를 전망이다. 김 후보는 새만금과 기업 유치, 특별자치도 성과를 앞세운다. 이 후보는 기업 유치 협약이 실제 투자로 얼마나 이어졌는지 따지며 김 후보의 성과를 ‘전시성 행사’로 비판하고 있다. 첫 TV토론에서 이 후보가 김 후보 임기 중 기업 유치 협약식들이 실제 투자로 이어진 사례가 많지 않다고 공격했고, 김 후보가 이에 맞서며 난타전이 벌어졌다. 새만금과 미래산업도 승부의 주요 지점이다. 전북 경제의 핵심 과제는 결국 새만금, 교통망, 기업 유치, 청년 정착이다. 이 후보는 중앙정부와 민주당의 지원을 끌어와 새 성장 전략을 만들겠다고 한다. 김 후보는 현직으로 닦아놓은 도정의 연속성이 끊기면 전북 대도약의 시간이 늦어진다고 맞선다. 유권자가 따질 것은 정당명만이 아니다. 누가 더 빠르게 기업을 유치하고, 누가 더 현실적인 재원을 만들며, 누가 청년이 떠나지 않는 전북을 만들 수 있느냐다. 이번 선거의 마지막 변수는 투표율이다. 여론조사기관 관계자는 “민주당 조직표가 결집하면 이 후보에게 유리할 수 있다”며 “반대로 김 후보 지지층이 ‘당 보다 인물’이라는 흐름으로 투표장에 나서면 무소속 현직론이 힘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북 선거가 박빙으로 갈수록 부동층의 규모보다 실제 투표장에 나오는 유권자의 성격이 더 중요해진다”고 덧붙였다.
2026-05-2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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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지방선거, '정쟁의 광장'을 '생활의 일터'로 바꿀 유권자의 안목
[경제일보] 국민의 엄중한 선택을 기다리는 6·3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의 공식 선거운동이 마침내 그 막을 올렸다. 앞으로 13일 동안 전국 방방곡곡은 표심을 잡으려는 후보자들의 목소리와 현수막, 유세 차량으로 가득 찰 것이다. 새벽 공기를 가르며 고개를 숙이는 후보들의 행렬 속에서 우리는 다시 한번 민주주의의 역동성을 목격한다. 공직선거법에 따라 오전 6시부터 밤 11시까지 선거운동이 펼쳐지고, 밤 9시까지는 확성장치를 통한 공개 연설이 허용된다. 이 시간적 제약은 민주주의의 축제를 즐기면서도 시민의 일상적 평온을 침해하지 않겠다는 사회적 약속이자 법치의 기본이다. 모든 후보는 이 최소한의 규칙을 준수하는 것에서부터 자신의 도덕성을 증명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선거의 막이 오르는 오늘, 유권자들의 가슴속은 설렘보다 무거운 심난함이 앞선다. 언제나 그러했듯, 선거판의 서막을 장식하는 것은 지역 발전을 위한 창의적인 정책이나 주민 삶을 보듬는 따뜻한 비전이 아니기 때문이다. 여야 정치권은 선거운동 첫날부터 서로를 향해 ‘내란 세력’, ‘독재 세력’, ‘청산 대상’이라는 극단적이고 거친 언어를 쏟아내고 있다. 상대를 품어 안아야 할 경쟁자가 아니라 반드시 절멸시켜야 할 적으로 규정하는 증오의 정치가 또다시 고개를 드는 형국이다. 이처럼 상대를 무너뜨리는 데만 혈안이 된 진흙탕 싸움 속에서 정작 주인공이 되어야 할 주민들의 구체적인 삶은 저 멀리 변방으로 밀려나고 있다. 우리는 이번 선거의 본질을 다시 한번 엄중히 되짚어보아야 한다. 지방선거는 여야가 세 대결을 벌이는 중앙정치의 대리전이나 정권 심판 혹은 정권 지지의 시험대가 아니다. 내가 사는 동네의 고질적인 교통 문제를 누가 해결할 것인지, 소멸해 가는 지역 경제의 불씨를 누가 살려낼 것인지, 우리 아이들의 교육 환경과 어르신들의 복지, 그리고 일상의 안전을 누가 책임질 것인지 경쟁하는 ‘생활 정치’의 장이다. 그럼에도 현실은 후보의 도덕성 검증이라는 미명하에 과거 행적을 들춰내고, 확인되지 않은 의혹을 부풀리며, 무차별적인 고소·고발을 남발하는 정쟁으로 점철되어 있다. 재원 조달 계획도 없는 장밋빛 공약이 난무하다가 선거가 끝나면 슬그머니 사라지는 악순환을 우리는 얼마나 더 반복해서 보아야 하는가. 《논어》에서 공자는 “군자화이부동(君子和而不同)”이라 가르쳤다. 군자는 주위 사람들과 조화를 이루되 맹목적으로 편을 가르지 않는다는 뜻이다. 다름을 인정하고 그 속에서 최선의 합의점을 찾아가는 것이 민주주의의 기초이자 정치가 가져야 할 품격이다. 그러나 지금의 선거판은 다름을 틀림으로 규정하고 상대를 말살하려는 거대한 ‘전쟁’처럼 보인다. 선거는 잠시 지나가는 바람이지만, 선거가 남긴 증오와 갈등의 상처는 지역 공동체에 깊게 패어 지워지지 않는 흉터가 된다. 선거가 끝난 뒤에도 주민들은 같은 마을에서, 같은 이웃으로 살아가야 한다. 정치인들이 권력을 쥐기 위해 흩뿌려 놓은 반목의 대가를 왜 무고한 주민들이 감당해야 한단 말인가. 여기에 노자가 《도덕경》에서 강조한 “지족불욕(知足不辱)”의 지혜를 더하고 싶다. 만족할 줄 알면 욕됨이 없다는 이 말은 오늘의 정치인들이 가슴 깊이 새겨야 할 절제와 겸손의 미덕이다. 당장 한 표를 얻기 위해 상대를 악마화하고 거짓과 과장을 일삼는 정치는 일시적인 승리를 가져다줄지언정, 결국은 정치 전체의 파멸과 국민적 냉소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뿐이다. 지금 국민이 원하는 것은 거창한 정치적 구호나 선동이 아니다. 내가 발을 딛고 사는 이 지역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실천 가능한 정책’과 잘못을 인정할 줄 아는 ‘책임 있는 태도’다.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이 움직이는 예산은 연간 수백조 원에 달한다. 이들의 결정 하나에 지역의 개발 방향이 바뀌고, 복지 혜택의 향방이 갈리며, 도시의 안전망이 촘촘해지거나 느슨해진다. 주민 삶의 모든 질적 수준이 이들의 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유권자가 후보 개인이 가진 역량과 공약의 타당성을 따지기보다, 정당의 간판이나 중앙정치의 바람에 휩쓸려 투표권을 행사하곤 한다. “이번에는 몇 번 당 바람이 분다”는 식의 묻지마 투표가 계속되는 한, 우리의 지방자치는 결코 성숙한 궤도에 오를 수 없으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유권자 본인과 세금을 부담하는 국민에게 돌아온다. 이제는 유권자가 깨어나야 할 시간이다. 정당의 색깔이나 진영의 논리라는 두꺼운 색안경을 벗어던지고, 누가 진정으로 우리 지역을 위해 땀 흘릴 ‘진짜 일꾼’인지 냉정하게 아키타입(Archetype)을 감별해 내야 한다. 선거공보물에 적힌 공약이 실현 가능한 것인지, 재원 마련 대책은 구체적인지 꼼꼼히 읽어보아야 한다. TV 토론회를 통해 후보자의 위기 대처 능력과 정책적 깊이, 그리고 타인을 대하는 태도와 도덕성을 매섭게 비교·평가해야 한다. 맹자는 일찍이 “민위귀 사직차지 군위경(民爲貴 社稷次之 君爲輕)”이라 하여 백성이 가장 귀하고 권력자는 가장 가볍다고 했다. 정치의 본령이 어디에 있는지를 밝힌 이 준엄한 선언을 유권자가 투표장 현석(席)에서 실천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민주주의의 수준은 결코 정치인들의 품격에 의해 결정되지 않는다. 민주주의는 오직 유권자의 깨어 있는 안목과 냉철한 판단의 크기만큼만 발전한다. 남은 13일 동안 후보자들은 상대를 향한 흑색선전과 비방에 쏟아부을 에너지를 우리 지역의 미래 비전을 설명하는 데 사용하라. 그리고 유권자들은 감정적인 선동이나 혐오의 언사에 흔들리지 말고, 정책의 내실을 따지는 엄격한 심판관이 되어야 한다. 이번 6·3 지방선거가 무의미한 정쟁의 광장을 닫고, 주민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진정한 생활 정치’의 출발점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우리의 소중한 한 표로 중앙정치의 눈치만 보는 ‘정당의 대리인’을 퇴출하고, 오직 지역과 주민을 위해 헌신할 ‘진짜 일꾼’을 찾아 세우자. 그것이야말로 대한민국 지방자치의 품격을 높이고 우리 삶의 터전을 바꾸는 가장 강력한 혁신이다.
2026-05-21 14: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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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뿌리 민주주의 흔들…전과 이력에 무투표 당선까지
[경제일보] 지방선거는 민주주의의 말단이 아니라 뿌리다. 대통령 선거가 국가의 방향을 묻는다면, 지방선거는 주민의 삶을 묻는다. 중앙정치의 거창한 구호보다 시민의 하루에 더 가까운 선거가 지방선거다. 그런데 6·3 지방선거를 앞둔 지금, 이 뿌리가 흔들리고 있다. 정책 경쟁은 뒤로 밀리고 정쟁과 네거티브가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후보자의 지역 비전보다 중앙당의 심판론과 진영 구호가 더 크게 들린다. 일부 지역에서는 공천 갈등과 흠집 내기가 선거 초반부터 정책 논의를 밀어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제는 정쟁만이 아니다. 후보자의 전과 이력, 무투표 당선 증가, 낮은 경쟁률이 겹치면서 지방선거 직선제 자체에 대한 회의론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 물론 직선제를 흔들자는 말은 위험하다. 선거의 문제가 있다고 해서 선거를 줄이는 것은 민주주의의 치료가 아니라 후퇴다. 그러나 지금의 지방선거가 주민에게 충분한 선택권과 검증권을 보장하고 있는지는 냉정하게 물어야 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후보 등록 결과, 총 2349개 선거구에 7829명이 등록해 평균 경쟁률은 1.8대 1에 그쳤다. 지방선거 무투표 선거구는 307곳, 무투표 당선 대상자는 513명으로 알려졌다. 기초단체장 3명과 지방의원 510명이 사실상 투표 없이 당선되는 구조라는 것이다. 적지 않은 지역에서 유권자의 선택지가 사라진 셈이다. 무투표 당선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제도다. 후보자가 선출 정수와 같거나 그보다 적으면 투표를 치르지 않아도 된다는 취지다. 행정 비용을 아낀다는 논리도 있다. 그러나 민주주의의 비용은 회계장부로만 계산할 수 없다. 선거는 단순히 당선자를 정하는 절차가 아니다. 후보가 주민 앞에 나와 공약을 설명하고, 상대 후보와 토론하며, 지역 언론과 시민사회의 검증을 받는 과정 전체가 민주주의다. 무투표 당선이 늘어난다는 것은 이 검증 과정이 통째로 생략되는 지역이 늘어난다는 뜻이다. 더 심각한 것은 이것이 특정 지역의 예외가 아니라 구조적 현상으로 굳어질 조짐을 보인다는 점이다. 지역 정치가 특정 정당의 텃밭으로 고착되면 공천이 곧 당선이 된다. 유권자는 본선에서 선택하지 못하고 정당 내부 공천 결과를 사후 승인하는 위치로 밀려난다. 이 경우 지방자치는 주민자치가 아니라 정당자치가 된다. 주민의 눈치를 봐야 할 지방정치가 중앙당과 지역 조직의 눈치를 보게 된다. 후보자 전과 문제도 가볍지 않다. 물론 모든 전과를 같은 잣대로 볼 수는 없다. 민주화운동이나 노동운동, 집회 관련 전과처럼 시대적 맥락을 따져야 할 사안도 있다. 오래전 경미한 사건을 이유로 공직 진출 자체를 봉쇄하는 것도 옳지 않다. 그러나 음주운전, 사기, 폭력, 성범죄, 선거범죄 등은 다르다. 공직자는 권한을 위임받는 사람이다. 법을 만드는 사람, 예산을 다루는 사람, 인허가와 감사를 감시하는 사람에게 법 경시의 이력이 반복된다면 유권자는 불안할 수밖에 없다. 중앙선관위 선거관리통계시스템에 등록된 지방의원 예비후보 6867명 중 2477명, 즉 36.1%가 전과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과가 있는 광역의원 예비후보의 범죄 경력 중 교통 관련 범죄가 50.4%로 가장 많았고, 폭행·상해 등 폭력 범죄, 집시법 위반, 재산 범죄, 선거 범죄 등이 뒤를 이었다. 이 숫자는 유권자에게 불편한 질문을 던진다. 정당은 공천 과정에서 무엇을 검증했는가. 지역사회는 후보자의 이력을 충분히 알고 있는가. 후보자는 전과 사실을 단순히 신고 의무로만 처리할 것이 아니라 주민 앞에서 설명했는가. 공직 후보자의 전과 공개는 낙인을 찍기 위한 제도가 아니다. 유권자가 판단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장치다. 그렇다면 정당과 후보자는 그 정보가 공보물 한쪽의 작은 글씨로 묻히지 않도록 더 적극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지방선거의 정쟁화도 이 문제를 키운다. 선거가 정책 경쟁으로 흐르면 후보자의 역량, 도덕성, 공약 이행 가능성이 자연스럽게 비교된다. 그러나 선거가 중앙정치의 대리전이 되면 지역 후보는 진영의 깃발 뒤로 숨는다. 유권자도 사람을 보기보다 당을 보게 된다. 그러는 사이 전과 이력은 정당 색깔에 가려지고, 무투표 당선은 지역주의의 그늘 속에서 정상처럼 지나간다. 경제도 마찬가지다. 지방정부는 이제 단순한 행정기관이 아니다. 지역 산업전략을 짜고, 기업 유치를 설계하고, 도시 인프라와 주거 정책을 집행한다. 인구 감소, 지방 소멸, 청년 유출, 고령화, 산업 전환은 모두 지방정부의 역량과 직결된다. 이런 시대에 지방선거가 정쟁과 무관심 속에 치러진다면 지역경제의 미래도 흔들린다. 유권자가 후보자의 공약을 따져 묻지 못하고, 후보자가 경쟁 없이 의회에 들어가면 예산 감시와 정책 검증의 힘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해법은 직선제 축소가 아니다. 오히려 직선제를 제대로 작동시키는 일이다. 먼저 정당 공천의 책임성을 높여야 한다. 전과 이력이 있는 후보를 무조건 배제하자는 것이 아니라, 중대 범죄와 반복 범죄에 대해서는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특히 음주운전, 성범죄, 사기, 폭력, 선거범죄 등 공직 윤리와 직접 충돌하는 전과는 정당이 먼저 설명 책임을 져야 한다. 무투표 당선 지역에 대한 제도적 보완도 필요하다. 무투표 당선 자체를 모두 금지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무투표 당선 예정자라도 주민 공개 질의, 정책자료 제출, 지역 언론 토론 또는 설명회 참여를 의무화하는 방안은 검토할 수 있다. 투표가 없더라도 검증까지 없어져서는 안 된다. 특정 정당 독점 지역에서 경쟁이 사라지는 문제를 줄이기 위해 지방의회 선거구와 공천 구조도 손봐야 한다. 유권자도 책임을 나눠야 한다. 후보자의 전과, 재산, 병역, 세금 체납, 공약은 선관위 정보공개 시스템과 공보물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지방선거는 ‘잘 모르는 사람을 찍는 선거’가 되어선 안 된다. 중앙정치에 대한 호불호만으로 지방 권력을 위임하면 그 피해는 중앙이 아니라 지역이 받는다. 이번 지방선거는 풀뿌리 민주주의가 살아 있는지 묻는 시험대다. 정쟁은 선거의 소음일 수 있지만, 그것이 선거의 전부가 돼선 안 된다. 전과 이력은 법적 신고사항일 수 있지만, 그것이 도덕적 검증을 대신할 수는 없다. 무투표 당선은 법적 절차일 수 있지만, 그것이 주민의 선택권 상실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민주주의는 한 번에 무너지지 않는다. 무관심한 선거, 경쟁 없는 선거, 검증 없는 공천이 반복될 때 서서히 약해진다. 지금 필요한 것은 직선제 회의론이 아니라 직선제 정상화다. 주민에게 선택권을 돌려주는 것, 후보에게 설명 책임을 묻는 것, 정당에 공천 책임을 지우는 것. 그것이 풀뿌리 민주주의를 다시 세우는 출발점이다.
2026-05-20 11: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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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년 아성' 수성이냐, '제2공항' 탈환이냐…'안갯속' 서귀포 재보선
[경제일보] 오는 6월 3일 치러지는 제주 서귀포시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제주 정가의 최대 격전지로 부상하고 있다. 이번 선거는 3선 의원인 위성곤 전 의원이 제주도지사 출마를 위해 사퇴하며 공석이 된 자리로 단순히 의석 하나를 넘어서는 ‘제주 정치의 심장부’를 둔 자존심 대결이다. 더불어민주당은 해양수산 행정 전문가인 김성범 전 차관, 국민의힘은 지난 총선에서 석패한 고기철 전 제주도당위원장을 각각 전략공천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서귀포는 지난 2000년 16대 총선 이후 26년간 민주당이 한 번도 패하지 않은 ‘민주당의 아성’이다. 하지만 최근의 흐름은 심상치 않다. 2024년 총선 당시 위성곤 후보(54.0%)와 고기철 후보(45.99%)의 격차는 8.01%포인트에 불과했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충분히 가시권에 들어온 ‘탈환 가능 지역’인 셈이다. 특히 이번 선거는 제주도지사 선거와 동시에 치러지며 ‘위성곤 변수’가 복잡하게 작용하고 있다. 높은 정당 지지도를 바탕으로 위 전 의원의 조직력을 승계하려는 김 후보와 ‘민주당 장기 집권 피로감’을 파고들며 제2공항이라는 실익을 내세운 고 후보의 전략이 정면충돌하고 있다. 후보들의 면면은 뚜렷한 대비를 이룬다. 김 후보는 해양수산부 요직을 거친 ‘정통 관료’ 출신임을 전면에 내세운다. 서귀포의 바다와 숲을 잇는 해양치유·산림휴양 관광벨트 조성, 헬스케어타운 정상화, 재생에너지와 AI를 결합한 미래 먹거리 육성 등이 그의 핵심 카드다. 행정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중앙정부의 예산을 끌어올 ‘실행력 있는 적임자’라는 논리다. 반면, 고 후보는 제2공항 조속 추진을 통한 지역경제의 극적인 반등을 약속한다. 서귀포 혁신도시에 한국마사회를 유치하고 레저·스포츠 복합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는 공약은 지역 경제 침체를 우려하는 유권자들을 공략하고 있다. 농어민수당 월급제 도입과 물류 지원 확대 등 민생 밀착형 공약 역시 강력한 ‘탈환’의 의지를 보여준다. 제2공항이 가를 승부의 추…투표용지 5장의 변수 가장 큰 쟁점은 단연 제주 제2공항이다. 두 후보 모두 추진에는 찬성하지만, 속도와 방법론에서 결을 달리한다. 김 후보는 ‘절차적 신뢰와 도민 합의’에 무게를 두는 반면, 고 후보는 제2공항을 제주 성장의 ‘신성장 동력’으로 규정하고 조기 추진을 강하게 몰아붙이고 있다. 앞서 2022년 대선 당시 성산읍에서 보수 성향 후보가 압도적 우위를 점했던 선례를 볼 때, 동부권 표심이 이번 보선의 캐스팅보트가 될 전망이다. 최근 KBS제주방송총국 의뢰해 한국리서치가 실시한 여론조사(KBS제주방송총국 의뢰, 한국리서치, 2026년 4월 13~14일, 제주도 내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 대상, 무선전화 안심번호 면접조사 방식, 응답률 27.9%,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제주 내 정당 지지도는 민주당(68%)이 국민의힘(9%)을 크게 앞서고 있다. 하지만 서귀포시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도의원 의석을 양당이 5:5로 양분했을 만큼 바닥 민심의 지형이 팽팽하다. 지방선거와 보궐선거가 동시에 치러지는 이번 선거에서 도지사, 교육감, 도의원, 비례대표, 국회의원 보궐까지 5장의 투표용지가 유권자 앞에 놓인다. 표심이 한 방향으로만 흐르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김성범 ‘전문성’ vs 고기철 ‘재도전 서사’…조직의 민주당 vs 추진력의 국민의힘 두 후보의 대결은 단순한 인물 경쟁을 넘어 전략적 지향점이 명확히 갈리는 한판승부다. 김 후보의 핵심 자산은 해양수산부 차관을 지낸 풍부한 행정 경험과 중앙정부 네트워크다. 여기에 위 전 의원이 다져놓은 견고한 지역 기반은 든든한 버팀목이다. 다만, 선출직 경험이 전무한 ‘신인’으로서 전략공천에 따른 유권자의 낯섦을 얼마나 빠르게 해소하느냐가 숙제다. 제주 전역의 높은 정당 지지도와 위 전 의원과의 ‘러닝메이트 효과’는 강력한 기회 요인이지만, 제2공항 조기 추진을 갈망하는 성산·동부권의 반감과 지역 밀착성 검증 요구는 위협 요소로 꼽힌다. 고 후보는 지난 총선에서 증명한 45.99%의 득표력과 꾸준히 관리해 온 바닥 민심이 최대 강점이다. 제2공항 추진에 대한 선명한 입장은 그의 정체성을 강화한다. 반면, 제주 내 국민의힘 약세라는 구도적 한계는 약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어업·관광 침체에 따른 ‘정권 교체론’의 불씨와 동부권의 보수 성향은 반전을 꾀할 기회다. 다만, 민주당이 제기한 당직자 관련 의혹 공세 등 도덕성 프레임과 상대 후보의 컨벤션 효과를 어떻게 차단하느냐가 당면 과제다. 두 후보의 정책 대결은 ‘미래’와 ‘현실’의 접점에서 격돌한다. 김 후보는 해양치유, 산림휴양, 헬스케어타운을 재생에너지와 AI로 엮어 ‘서귀포 미래 산업의 재설계’를 꿈꾼다. 행정가로서의 치밀함을 바탕으로 중앙정부의 예산을 끌어들여 서귀포의 체질을 바꾸겠다는 복안이다. 고 후보는 제2공항 조기 추진을 필두로 한국마사회 이전, 레저·스포츠 복합클러스터 조성 등 ‘멈춘 지역경제의 재가동’에 방점을 찍는다. 농어민수당 월급제와 물류 지원 등 피부에 닿는 생활밀착형 공약을 통해 지역 경제의 ‘체감 온도’를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김 후보가 거시적 행정력을 앞세운다면, 고 후보는 미시적 생활 경제의 절박함을 파고드는 모양새다. 결국 이번 선거의 승패는 성산읍을 중심으로 한 동부권의 ‘제2공항 표심’, 감귤과 수산업, 관광업 종사자들이 느끼는 ‘생활 경제의 체감도’, 제주도지사 선거에서 위 전 의원의 선전이 김 후보에게 줄 ‘낙수 효과’ 크기 등 세 갈래의 승부처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제주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제주 서귀포 재보궐 선거는 민주당에는 26년 아성을 지키는 수성전이자 국민의힘에는 제주 정치의 발판을 다시 마련하는 탈환전”이라며 “행정가의 실행력으로 ‘위성곤 이후’를 안정적으로 잇느냐, 아니면 공항 추진론으로 견고한 민주당 구도에 균열을 내느냐가 관전 포인트”라고 했다.
2026-05-13 14:44: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