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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CNS, 데이터센터도 '사전제작'…전력·냉각 묶어 AI 팩토리 공급
[경제일보] LG CNS가 서버와 전력·냉각 설비를 미리 제작해 현장에 설치하는 모듈형 데이터센터로 AI 인프라 사업을 확대한다. 데이터센터를 짓고 장비를 들이는 현장 공정을 줄이는 한편, 고객의 연산 수요에 맞춰 설비를 단계적으로 늘리는 방식이다. 시설 구축에 GPU 공급과 AI 서비스 운영까지 묶어 제공한다. LG CNS는 29일 싱가포르에서 개막한 ‘데이터센터 월드 아시아(DCWA) 2026’에서 사전제작 모듈형 데이터센터(PMDC)와 AI 팩토리 풀스택 서비스를 공개했다. 전시회는 30일까지 마리나베이샌즈에서 열린다. AI 팩토리는 GPU 기반 데이터센터에 AI 모델 학습·추론과 서비스 운영 기능을 결합한 인프라다. ◆ 서버·전력·냉각을 모듈로 묶어 현장 설치 PMDC는 GPU와 서버, 전력·냉각 설비를 규격화된 모듈로 구성해 사전에 제작한 뒤 현장에서 연결한다. LG CNS는 이번 전시에서 이를 축소한 모델을 선보였다. 회사는 현장 공사를 줄이고 필요한 모듈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구축 기간과 증설 부담을 낮추겠다는 계획이다. 그룹 계열사도 참여한다. LG CNS가 데이터센터 설계·구축·운영을 맡고 LG전자가 모듈형 냉각 인프라, LG에너지솔루션이 배터리 솔루션을 제공한다. 서버 운영에 필요한 전력 공급과 열 관리를 함께 설계하는 ‘원 LG’ 방식이다. LG전자는 같은 전시회에서 사전제작 방식의 모듈형 냉각 인프라와 액체냉각 제품을 공개했다. 고성능 GPU가 밀집한 AI 데이터센터에서는 서버를 연결하는 것뿐 아니라 발생한 열을 빠르게 빼내는 설비도 필요하다. LG CNS는 컨테이너 형태의 소형 데이터센터를 조합하는 ‘모듈형 AI 팩토리’도 추진한다. 처음부터 대규모 건물을 짓는 대신 필요한 연산 규모와 기능에 맞춰 컨테이너를 추가하는 방식이다. 서버 등 IT 장비에 공급하는 전력 기준으로 엔비디아 베라 루빈 기반 4MW, GB300 기반 1.2MW 모듈을 출시했다. ◆ GPU 임대부터 AI 서비스 운영까지 통합 베라 루빈 기반 풀스택 서비스는 데이터센터 설비와 GPU 연산 자원, AI 서비스를 함께 제공한다. 고객이 GPU를 직접 구매하지 않고 클라우드로 이용하는 서비스형 GPU(GPUaaS), 로봇 등 물리적 환경에서 작동하는 피지컬 AI의 학습·추론을 지원하는 서비스, 전력·냉각 운영 기술을 결합했다. 엔비디아의 베라 루빈 플랫폼은 루빈 GPU와 베라 CPU, 고속 연결·네트워크 장치를 액체냉각 구조로 구성한다. 연산 장비가 고밀도로 집적되면서 데이터센터의 전력 공급과 냉각 설계도 이에 맞춰 바뀌고 있다. LG CNS는 국내 데이터센터에서도 액체냉각 적용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8월에는 네이버클라우드와 협력해 삼송 데이터센터에 직접 칩 냉각(DTC) 인프라를 구축한다고 발표했다. 냉각수가 흐르는 냉각판을 GPU 칩에 부착해 열을 흡수하는 방식이다. 회사에 따르면 이 인프라는 랙당 200kW 이상의 고밀도 전력 환경에 대응하도록 설계된다. 양사는 내년까지 구축과 실증을 마칠 계획이다. 기존 데이터센터를 고성능 GPU 운영 환경으로 바꾸는 사업과 신규 모듈형 데이터센터 공급을 병행하는 셈이다. LG CNS는 이번 전시를 계기로 동남아시아와 북미·유럽 시장을 확대할 방침이다. 회사가 발표한 올해 상반기 AI·클라우드 매출은 1조6714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5.1% 증가했으며, 전체 매출의 약 59%를 차지했다. 김태훈 LG CNS AI클라우드사업부장 부사장은 “AI 팩토리는 데이터센터, GPU 인프라, AI 서비스가 결합된 토털 서비스”라며 “고객은 더 이상 개별 서비스를 원하지 않고, 고객이 AI로 성과를 낼 수 있는 통합된 형태의 AI 팩토리를 필요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데이터센터 설계·구축·운영 역량과 AI 인프라 기술을 바탕으로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2026-09-30 10: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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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W2026, 코인 거래 넘어 금융판 키울까…거래소 넘어 월가·AI 거물까지
[경제일보] 국내 디지털자산 업계의 관심이 개인 투자자의 코인 거래에서 기관금융과 결제, 인공지능(AI) 에이전트 인프라로 옮겨가고 있다. 이달 말 서울에서 열리는 ‘코리아 블록체인 위크 2026(KBW2026)’도 글로벌 금융·블록체인 업계 주요 인사를 한자리에 모아 디지털자산 시장의 다음 성장축을 모색한다. KBW2026 주최사 팩트블록은 9일 업비트와 0G, BRV, 비트고, 스테이블, 트리아 등이 주요 파트너로 참여한다고 밝혔다. 행사는 오는 29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서울 워커힐 호텔앤리조트에서 열린다. 업비트는 프레젠팅 파트너로 참여한다. 오경석 업비트 대표가 연사로 나서 글로벌 디지털자산 시장 변화와 한국 시장의 역할을 설명한다. 첫날인 29일에는 금융회사와 기관투자자 등을 대상으로 한 초청 행사 ‘업비트 인스티튜셔널 서밋’이 열리고, 30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메인 콘퍼런스가 이어진다. 글로벌 주요 인사도 무대에 오른다. 비트멕스 공동창업자이자 가상자산 투자사 메일스트롬 최고투자책임자(CIO)인 아서 헤이즈, 이더리움 공동창업자이자 컨센시스 창업자 조셉 루빈, 비트마인 회장 톰 리, ‘네트워크 스테이트’ 저자인 발라지 스리니바산 등이 연사 명단에 포함됐다. 아서 헤이즈와 톰 리는 글로벌 유동성과 디지털자산 시장 전망을, 조셉 루빈은 이더리움 생태계와 금융자산의 온체인 전환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발라지 스리니바산은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공동체와 새로운 국가·경제 모델을 제시해왔다. 탈중앙화 파생상품 거래소 하이퍼리퀴드의 제프 얀 CEO도 참여해 중앙화 거래소와 온체인 금융 간 경쟁을 다룰 것으로 예상된다. 기관금융 부문에서는 글로벌 디지털자산 수탁업체 비트고가 공식 인스티튜셔널 스폰서로 나선다. 마이크 벨시 공동창업자 겸 CEO가 기관투자자의 시장 진입과 수탁 인프라에 대한 전략을 공유할 예정이다. 비트고의 참여는 국내 시장에서도 의미가 있다.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지난달 비트고코리아의 가상자산사업자(VASP) 신고를 수리했다. 해외 디지털자산 기업이 기존 사업자를 인수하지 않고 국내에 신규 법인을 세워 신고를 마친 첫 사례다. 하나금융그룹과 SK텔레콤은 비트고코리아 지분을 각각 약 25%, 10% 보유하고 있다. AI와 스테이블코인 기업도 핵심 의제를 맡는다. 마이클 하인리히 0G랩스 공동창업자 겸 CEO는 자율형 AI 에이전트가 데이터를 이용하고 거래하는 ‘에이전트 경제’와 탈중앙화 인프라를 설명한다. 브라이언 멜러 스테이블 CEO는 스테이블코인 결제·전송 인프라를, 존 릴릭 트리아 공동창업자 겸 최고전략책임자(CSO)는 기업과 AI 에이전트를 연결하는 다중 블록체인 금융과 스테이블코인 네오뱅크 전략을 소개한다. 이번 연사와 파트너 구성은 디지털자산 산업의 무게중심이 거래 수수료에서 기관 수탁과 결제, 온체인 자본시장, AI 기반 자동거래 인프라로 넓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내 거래소에도 기관 고객을 위한 보관·결제·자산관리 서비스는 새로운 수익원이 될 수 있다. 정책 환경도 변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상장회사와 전문투자자 등록 법인의 가상자산 매매를 단계적으로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주체와 준비자산, 이용자 상환권을 다룰 2단계 입법 논의도 진행 중이다. 이번 글로벌 연사의 담론이 국내 사업으로 연결되려면 법인 실명계좌와 자금세탁방지 기준, 스테이블코인 규율체계가 구체화돼야 한다. KBW2026의 성과도 유명 인사의 참석을 넘어 국내 금융회사와 글로벌 기업 간 계약, 투자 및 실증 성과로 평가받을 전망이다.
2026-09-09 10: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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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넘어 AI 연산 허브로…네이버·SK AI 패권전 뛰어들다
[경제일보] 한국 기업과 글로벌 빅테크가 인공지능(AI) 반도체부터 데이터센터, 모델·서비스를 잇는 초대형 협력에 나섰다. 네이버는 AI 컴퓨팅 자원을 제공하는 '소버린 AI 팩토리 운영자'를, SK그룹은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과 데이터센터 구축을 함께 맡는 'AI 인프라 공급자'를 지향한다. 정부는 지난 24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AI 서밋에서 국내 기업과 글로벌 빅테크가 총 9500억달러 규모의 반도체 공급·생산 협력과 약 5GW 규모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삼성전자와 SK, 현대자동차그룹, 네이버를 비롯해 엔비디아, 브로드컴, 마이크로소프트(MS), 오픈AI, 앤트로픽 등이 참여했다. 한국을 메모리 반도체 수출국에서 AI 연산과 서비스를 생산하는 글로벌 거점으로 확장하겠다는 '샌프란시스코 AI 선언'의 실행 구상이다. ◆ 네이버, '각 세종' AI 연산 수출기지로 네이버는 엔비디아, 글로벌 대체자산운용사 브룩필드와 100억달러 규모의 AI 팩토리 확대를 추진한다. 세종시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각 세종'에 엔비디아 DSX 플랫폼을 적용하고 초기 구축 규모를 55MW에서 200MW로 확대한다. 네이버는 이를 엔비디아 GPU 약 10만개 규모라고 설명했다. 브룩필드가 독점 자본 파트너로 최대 90억달러를 조달하고 엔비디아가 10억달러를 투자하는 구조다. 실제 브룩필드 조달 규모가 계획에 미치지 못하면 네이버가 부족분을 부담한다. 시설에는 블랙웰과 차세대 베라 루빈 플랫폼이 적용될 예정이다. 네이버는 데이터센터뿐 아니라 하이퍼클로바X와 네이버클라우드, 검색·쇼핑·지도 서비스, 데이터센터 운영 경험을 함께 보유하고 있다. 도시 거리뷰와 공간 데이터를 활용한 '서울 월드 모델', 네모트론 기반 오픈모델, AI 에이전트 플랫폼 개발도 추진 중이다. 이를 기반으로 GPU 임대를 넘어 모델 개발과 학습, 기업용 AI 서비스 운영까지 제공하는 구조를 구축하고 국내 기업과 공공기관은 물론 자체 AI 역량 확보를 추진하는 해외 국가와 기업까지 고객으로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소버린 AI가 국산 기술만으로 구축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핵심 GPU와 컴퓨팅 플랫폼은 엔비디아 기술에 의존한다. 네이버가 강조하는 주권은 데이터와 AI 모델의 통제권, 국내 운영 환경을 확보하는 데 있다. 향후 국산 NPU와 소프트웨어를 얼마나 수용하고 국내 AI 스타트업과 기업에 컴퓨팅 자원을 개방하느냐가 생태계 경쟁력을 좌우할 전망이다. ◆ SK, HBM부터 데이터센터까지 수직계열화 SK그룹은 메모리와 AI 데이터센터를 동시에 묶는 전략을 내세웠다. 정부는 SK와 글로벌 빅테크의 협력 규모를 7500억달러로 집계했다. 이 가운데 SK가 공식 발표한 엔비디아 협력은 5000억달러 이상 규모의 LOI로 AI 메모리 공급과 최대 2GW AI 팩토리 구축을 포함한다. SK텔레콤은 엔비디아 DSX를 기반으로 2027년부터 AI 팩토리를 단계적으로 가동하고 SK하이닉스 HBM4가 탑재된 베라 루빈 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다. 소버린 AI와 에이전틱 AI, 피지컬 AI, 기업용 서비스를 위한 컴퓨팅 자원을 공급한다는 구상이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와 차세대 HBM 공동 최적화를 추진하고 MS 데이터센터에 서버용 AI 메모리를 장기 공급한다. SK텔레콤은 앤트로픽과 국내 GW급 데이터센터 협력 MOU를 체결했고 AWS와는 울산 AI 데이터센터를 기반으로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SK의 경쟁력은 수직계열화다. SK하이닉스가 HBM을 공급하고 SK텔레콤과 SK하이퍼가 부지와 전력 확보, 데이터센터 개발을 맡으며 SK브로드밴드가 네트워크와 기존 데이터센터 운영을 담당하는 구조다. 메모리 판매를 넘어 AI 연산 자원을 서비스하는 반복 수익 모델을 구축하려는 전략이다. 관건은 전력 인프라다. 정부 계획대로 2029년까지 5GW, 장기적으로 15GW까지 AI 데이터센터를 확대하려면 대형 발전소 여러 기에 맞먹는 전력이 상시 필요하다. 송전망과 변전소, 용수·냉각 설비, 인허가가 지연되면 GPU를 확보해도 시설을 제때 가동하기 어렵다. SK하이퍼의 자체 투자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글로벌 고객의 장기 사용 계약과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외부 투자 유치도 병행돼야 한다. 이번 협력은 AI 경쟁의 중심이 모델 성능에서 전력과 메모리, 냉각, 네트워크, 운영 소프트웨어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 빅테크는 안정적인 HBM 공급과 아시아 컴퓨팅 거점을 확보하고 한국 기업은 GPU와 글로벌 자본, 고객을 확보해야 하는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이번 발표에는 확정 투자뿐 아니라 장기 공급계약과 양해각서(MOU), 투자의향서(LOI)도 포함돼 있어 실제 투자 규모와 일정은 계약 이행 과정에서 구체화될 전망이다. 이번 발표의 성패는 데이터센터 가동률과 고객 확보에 달려 있다. 네이버와 SK가 구축하는 AI 팩토리에 제조·금융·로봇·공공 분야의 수요와 해외 고객이 꾸준히 유입되고 전력망 확충과 국산 AI 반도체 참여, 중소기업의 컴퓨팅 접근성 확보까지 이어질 경우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 강국을 넘어 아시아 AI 컴퓨팅 허브로 도약할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아주경제 2026년 07월 28일자 13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6-07-28 07:5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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칩에서 지능산업으로…샌프란시스코 선언이 연 한국 AI의 미래
[경제일보] 10년 뒤 샌프란시스코 AI 서밋은 무엇으로 평가받을까. 젠슨 황과 샘 알트만, 다리오 아모데이, 혹 탄이 한국 기업인들과 한자리에 섰던 장면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날 발표된 투자액도 시간이 지나면 낡은 숫자가 된다. 한국에서 태어난 AI 기업과 제품, 일자리와 수출이 남아야 비로소 역사적 전환점으로 기록될 것이다. 이번 행사의 의미는 참석자의 면면보다 산업 질서의 변화에서 찾아야 한다. 엔비디아와 오픈AI, 앤트로픽, 브로드컴은 서로 다른 시장에서 경쟁하지만 모두 같은 제약에 맞닥뜨렸다. AI의 성장 속도를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젠슨 황 엔비디아 CEO를 만날 때마다 더 많은 칩을 달라는 요구를 받는다고 전한 것은 이 변화를 상징한다. 과거에는 반도체 기업이 수요처를 찾아다녔다. 지금은 AI 기업이 생산되지도 않은 칩과 아직 지어지지 않은 데이터센터의 연산 자원까지 먼저 확보하려 한다. AI 산업은 소프트웨어의 얼굴로 출발했지만 규모가 커질수록 중공업의 속성을 띤다. 모델을 고도화하려면 GPU와 고대역폭메모리(HBM)가 필요하다. 서비스를 확장하려면 발전설비와 변전소, 냉각장치, 통신망이 따라붙는다. 최첨단 알고리즘도 전기와 반도체 없이는 움직이지 않는다. AI 기술 패권이 제조 역량과 자본조달 능력의 경쟁으로 넓어진 것이다. 이 변화는 한국에 드문 기회다. 한국은 HBM과 메모리, 첨단 반도체 생산능력을 갖고 있다. 자동차·조선·배터리·로봇·바이오 등 AI가 적용될 산업 현장도 폭넓다. 통신망과 클라우드,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구축할 기업까지 보유했다. 반도체 생산과 산업 실증을 한 국가 안에서 연결할 수 있는 조건이다. 샌프란시스코 AI 선언은 이 자산을 하나의 국가 전략으로 묶겠다는 약속에 가깝다. 한국이 반도체를 납품하는 공급국에서 벗어나 컴퓨팅 인프라를 운영하고, 산업용 AI를 개발하며, 세계 시장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풀스택 AI 국가로 진화하겠다는 것이다. 이 구상을 가장 구체적인 사업으로 옮긴 기업 중 하나가 네이버다. 엔비디아는 10억달러를 투자해 네이버 지분 약 4.5%를 확보하기로 했다. 네이버는 글로벌 투자사 브룩필드와도 최대 90억달러 규모의 GPU·데이터센터 인프라를 조달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100억달러가 모두 네이버 계좌로 들어오는 것은 아니다. 엔비디아의 10억달러는 지분 투자이고, 브룩필드의 최대 90억달러는 프로젝트금융 등을 활용한 인프라 조달 성격이 강하다. 그럼에도 세계 최대 AI 반도체 기업이 네이버의 주주가 되고, 글로벌 대체투자사가 데이터센터 금융에 참여한다는 사실은 의미가 작지 않다. 네이버는 2027년 상반기 55MW 규모 AI 팩토리를 가동하고 2028년 200MW, 장기적으로 1GW급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200MW 시설에는 블랙웰과 베라 루빈 등 약 10만개의 엔비디아 GPU가 투입될 전망이다. 데이터센터 ‘각 세종’, 네이버클라우드, 하이퍼클로바X, 검색과 지도·커머스 서비스를 연결해 아시아·태평양과 유럽, 중동의 소버린 AI 수요를 흡수한다는 구상이다. 네이버의 도전은 한국 AI 산업이 가야 할 방향을 압축해 보여준다. 반도체를 구매해 데이터센터에 설치하는 데서 끝나는 사업이 아니다. GPU 임대와 모델 학습, 추론, AI 에이전트 개발, 산업별 서비스까지 하나의 체계로 제공해야 한다. 포털 기업이 AI 시대의 컴퓨팅·서비스 사업자로 체질을 바꾸는 실험이다. 소버린 AI의 의미도 여기서 분명해진다. 모든 장비와 기술을 국산화하는 것이 주권은 아니다. 엔비디아 GPU와 글로벌 자본을 활용하더라도 데이터와 모델, 운영 권한을 국내 기업과 고객이 통제하고 그 위에서 독자적인 서비스를 만든다면 산업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다. 외국 기술을 쓰지 않는 나라보다 외국 기술을 자국의 가치로 전환하는 나라가 강하다. 네이버의 AI 팩토리가 성공하려면 시설 규모만큼 고객 구성이 중요하다. 해외 빅테크의 연산 수요만 채우는 데이터센터가 아니라 국내 스타트업과 제조기업, 대학과 공공기관이 활용할 수 있는 컴퓨팅 기반이 돼야 한다. 그곳에서 한국의 산업 데이터로 학습한 모델과 에이전트가 나오고, 다시 세계 시장으로 수출돼야 투자 의미가 완성된다. 이 지점에서 최태원 회장이 제시한 세 가지 방향과 네이버의 투자가 만난다. 최 회장은 국민 1인당 하나 이상의 AI 에이전트를 사용하는 ‘AI 네이티브 국가’, 메모리 생산과 데이터센터 확충을 통한 토큰 비용 절감, 일자리와 환경을 포괄하는 AI 거버넌스를 제안했다. SK가 HBM과 데이터센터로 공급 기반을 만들고 네이버가 클라우드와 모델, 서비스로 활용 경로를 넓힌다면 한국형 풀스택 AI의 윤곽도 선명해질 수 있다. 정부의 ‘모두의 AI’는 이 구상을 대규모 수요로 연결할 수 있는 정책이다. 5000만 국민이 일상과 업무에서 AI를 활용하면 한국은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AI 테스트베드가 된다. 국내 모델과 스타트업에는 초기 시장이 생기고 공공·교육·의료·제조 현장에서는 다양한 사용 사례가 축적될 수 있다. 정책의 목표는 무료 이용자 수가 아니다. 국민이 자신에게 필요한 에이전트와 서비스를 만들고, 기업이 생산공정과 업무 방식을 재설계하도록 해야 한다. 스타트업은 그 결과를 제품으로 만들어 해외에 팔아야 한다. 사용 경험이 창업과 수출로 이어질 때 모두의 AI는 보급 정책을 넘어 성장 정책이 된다. 이를 뒷받침할 자원이 데이터다. 한국은 제조와 의료, 금융, 교육, 행정 분야에 높은 품질의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지만 상당 부분이 기관과 기업 내부에 흩어져 있다. 개인정보와 산업기밀을 보호하면서도 AI 학습과 검증에 활용할 수 있는 규칙과 기술 기반을 갖춰야 한다. 데이터 개방을 무조건 확대하자는 뜻은 아니다. 누가 어떤 목적으로 데이터를 사용했고 어떤 결과를 만들었는지 추적할 수 있어야 한다. 보안형 데이터 공간과 비식별 처리, 접근권한 관리, 사용 이력 기록을 결합하면 보호와 활용을 함께 추구할 수 있다. 데이터에 대한 신뢰가 쌓여야 산업 현장의 경험도 수출 가능한 AI 제품으로 전환된다. 샌프란시스코에서 확인된 것은 한국의 가능성이다. 세계 AI 기업들은 한국을 반도체 공급처로만 보지 않기 시작했다. 제조 역량과 인프라, 산업 수요를 갖춘 전략적 파트너로 평가하고 있다. 네이버의 AI 팩토리는 그 가능성을 실제 사업과 매출로 증명해야 하는 첫 시험대 가운데 하나다. AI 시대의 선진국은 칩을 많이 생산하는 나라만을 뜻하지 않는다. 그 칩 위에서 새로운 지능을 만들고 산업을 바꾸며, 완성된 제품과 서비스를 세계에 판매하는 나라다. 샌프란시스코 AI 선언은 한국이 그 길로 들어섰음을 알린 신호다. 다음 10년의 목표는 분명하다. 세계에 반도체를 공급해 온 나라에서 세계가 사용하는 지능과 서비스를 수출하는 나라로 나아가는 것이다.
2026-07-27 14:1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