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AI 데이터센터(AIDC)는 반도체만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GPU(그래픽처리장치)가 도착할 때 전력과 냉각설비, 통신망도 준비돼 있어야 한다. SK그룹이 이 사업에서 가진 자산은 각 분야의 계열사다. 이 역량을 묶어 고객이 원하는 시점에 컴퓨팅 인프라를 공급하겠다는 전략이다.
울산에서는 기존 산업 기반이 데이터센터의 토대가 됐다. SK가스가 참여한 코리아에너지터미널(KET)은 LNG(액화천연가스) 도입·저장 인프라를 갖췄다. SK케미칼 자회사 SK멀티유틸리티는 300MW(메가와트)급 LNG·LPG(액화석유가스) 열병합발전소를 운영한다. SK브로드밴드는 SK케미칼 부지를 인수해 센터 건립에 활용했다. 부지와 에너지를 함께 확보할 수 있는 입지다.
CBRE코리아에 따르면 올해 3월 누적 기준 수도권 데이터센터 전력계통영향평가 1차 기술검토 신청 522건 가운데 최종 공급 가능 승인을 받은 것은 10건, 1.9%였다. 나머지가 모두 탈락했다는 뜻은 아니지만 공급 제약을 보여준다.
SKT는 울산 센터에 SK멀티유틸리티 전력을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발전소 용량 전체가 데이터센터 몫은 아니다. 기존 산업단지 수요도 있어 실제 공급량과 가격은 계약 조건에 따라 달라진다.
건설은 SK에코플랜트, 기계·전기·배관설비인 MEP 분야는 SK AX의 역량을 활용한다. 울산 센터는 공랭과 수랭을 결합해 AI 서버의 열을 처리하도록 설계됐다. 슈나이더 일렉트릭과는 배전반·무정전전원장치·변압기 등 장비의 통합 구매 계약도 맺었다. 계열사의 설계·시공에 외부 전문업체의 장비를 결합하는 방식이다.
반도체에서는 SK하이닉스가 연결고리다. SK그룹과 엔비디아의 협력에는 SKT가 국내에 최대 2GW(기가와트) 규모 AI 팩토리를 구축하고, SK하이닉스 HBM4를 탑재한 차세대 베라 루빈 시스템을 도입하는 계획이 담겼다. HBM은 GPU에 대량의 데이터를 빠르게 전달하는 고대역폭메모리다. 메모리 공급과 컴퓨팅 인프라 구축을 함께 논의할 수 있다는 점이 SK의 특징이다. 다만 의향서(LOI) 단계로 확정 구매물량과는 구분해야 한다.
통신망은 지역의 입지 이점을 고객 접근성으로 연결한다. SKT는 울산 센터를 전국망과 복수 경로 전용회선으로 수도권에 연결하고, 부산 해저케이블을 통해 해외로 잇는다는 구상이다. 회사 설명에 따르면 부산 육양국과의 거리는 약 40㎞다. 육양국은 해저케이블이 육상 통신망과 만나는 시설로, 해외 고객에게 연산 서비스를 제공하는 통로가 된다.
고객과 자본도 이 구조에 들어간다. 아마존웹서비스(AWS)는 SK그룹과 15년 전략협력으로 울산에 AI 존(AI 연산용 클라우드 인프라)을 구축한다. SKT는 데이터센터·해저케이블 사업을 분리해 세울 SK호라이즌에 대해 KKR·IMM인베스트먼트-스톤브릿지 컨소시엄과 3조800억원 규모 투자 본계약을 체결했다. 단계적 투자 완료 후 SKT 지분은 51%다.
SK호라이즌은 내년 1분기 설립을 목표로 분할 절차를 밟는다. 운영 중인 8개 데이터센터와 울산·구로 등 건설 중 시설을 포함해 318MW 규모 인프라 확장을 맡을 예정이다. 운영과 국제 연결망을 한 회사에 묶고 외부 자본을 보태 증설하는 구조다.
SK의 기회는 계열사별 자산을 반복해서 활용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울산에서 전력 공급과 시공, 냉각·통신망을 조율한 경험이 쌓이면 후속 센터의 설계와 조달에도 적용할 수 있다. 공사기간과 단위 용량당 구축비가 줄고 고객 입주가 빨라질수록 그룹의 자산은 AIDC의 수익성으로 이어진다. 울산은 SK가 이 사업 방식을 다음 거점으로 넓힐 수 있는지 보여줄 첫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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