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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ARK현대산업개발, 서울삼광초등학교에 심포니 교실숲 조성 外
[경제일보] IPARK현대산업개발은 서울 용산구 갈월동에 위치한 삼광초등학교에서 심포니 교실숲 개소식을 진행했다고 13일 밝혔다. 이번 행사는 지난 12일 굿네이버스 등 관계기관들과 함께했다. 행사에는 정광재 IPARK현대산업개발 도시정비사업소장, 유혜선 굿네이버스 서울북부사업본부 본부장, 이혜경 서울삼광초등학교 교장, 옥동훈 중부교육지원청 학생맞춤협력과장 등이 참석했다. 심포니 교실숲은 도심 속 아동과 청소년들이 친환경 녹지를 접하고 환경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IPARK현대산업개발만의 정체성이 담긴 사회공헌 프로그램이다. 특히 아동·청소년들의 주요 이용시설 내 공간을 친환경 공간으로 조성한다는 점에서 환경과 공간에 대한 미래세대의 인식을 높일 수 있다. IPARK현대산업개발은 2024년부터 굿네이버스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심포니 교실숲을 비롯한 아동·청소년 지원 활동을 이어왔다. 올해는지난 8월 양천구 신목초등학교, 9월 영등포구 도림초등학교에 심포니 교실숲 개소식을 진행하며 총 3번의 개소식을 펼쳤다. IPARK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심포니 교실숲은 친환경 교실을 조성하는 사업으로 아이들이 정원 관리와 같은 친환경 활동을 통해 상호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라며 “도심 속 녹색 완충지대에서 아이들이 환경과 관련한 활동에 주체적으로 참여하며 심리·정서적으로도 도움이 되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금호건설, 2027년 외주·자재 협력회사 모집 금호건설은 전국 현장에서 함께 호흡을 맞출 2027년도 외주·자재 협력회사를 모집한다고 13일 밝혔다. 이번 모집은 2027년 창립 60주년을 맞아 현장과 하나의 팀으로 호흡할 우수 협력회사를 발굴하기 위한 취지다. 모집 대상은 외주·자재 부문이며 접수는 다음달 6일까지 금호건설 협업시스템 ‘다울’ 웹사이트를 통해 온라인으로만 진행된다. 외주 협력회사 등록 기준은 신용평가등급 BB- 이상, 현금흐름등급 C- 이상이며 신청 공사 종류에 해당하는 건설업 면허를 보유해야 한다. 자재 협력회사는 신용평가등급 B- 이상, 현금흐름등급 C- 이상이면 지원할 수 있다. 금호건설은 협력회사 평가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신용평가 기관의 보고서를 기준으로 평가를 진행한다. 여기에 올해부터 현장 안전보건 역량 검증을 위해 안전평가 보고서를 필수 서류로 채택했다. 평가 결과는 오는 12월 29일 개별 이메일과 ‘다울’ 웹사이트를 통해 발표될 예정이다. 금호건설 관계자는 “전국 현장에서 최고의 품질과 안전을 함께 만들어갈 든든한 파트너를 찾고 있다”며 “투명하고 공정한 평가를 바탕으로 협력회사와의 신뢰 관계를 한층 두텁게 다져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 '디에이치 반포124'로 새 이름 확정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재건축조합은 조합원 총회에서 기존 아파트 명칭인 ‘디에이치 클래스트’를 변경하며 6개 후보 중 ‘디에이치 반포124’를 최종 선정했다고 13일 밝혔다. 지난 9일 총회에서 ‘디에이치 반포124’는 58.78%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새로운 단지명으로 확정됐다. 이번 명칭 변경은 약 10년간 사용해 온 기존 이름을 대신해 새로운 브랜드 정체성을 확립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동안 일부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디에이치 클래스트’라는 명칭의 어감과 지역적 상징성 등을 이유로 새로운 이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특히 일반분양을 앞두고 아파트의 브랜드 경쟁력과 인지도, 지역적 상징성을 강화할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조합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최종적으로 조합원 총회를 통해 명칭을 결정했다. 새롭게 확정된 ‘디에이치 반포124’는 현대건설의 프리미엄 주거 브랜드인 ‘디에이치(THE H)’와 대한민국 대표 고급 주거지역인 ‘반포’, 그리고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의 역사적 정체성을 상징하는 숫자 ‘124’를 결합한 명칭이다. 조합은 오는 2027년 말 입주를 목표로 공사를 추진하고 있으며 일반분양을 앞두고 사업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김태호 조합장은 “우리 단지는 입지와 규모, 브랜드, 조경, 커뮤니티 등 여러 측면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할 수 있는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며 “남은 공사 기간 동안 품질과 안전관리를 더욱 강화하고 입주 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디에이치 반포124’가 단순히 반포의 새로운 아파트 이름을 넘어 대한민국 하이엔드 주거문화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이름으로 자리매김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2026-10-13 14:4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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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마리서치, 리쥬란 브랜드 지킨다…가품부터 유사상표까지 대응
[경제일보] 파마리서치가 대표 브랜드 ‘리쥬란’의 지식재산권과 유통망 관리에 나섰다. 온라인에서 유통되는 가품을 인공지능(AI)으로 감시하고 정품인증 시스템을 통해 유통 경로를 추적하는 한편 유사 상표를 이용한 모방 행위에는 법적 대응을 이어가기로 했다. 파마리서치는 리쥬란의 브랜드와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온라인 모니터링, 정품인증, 지식재산권 침해 대응을 아우르는 브랜드 보호 체계를 가동한다고 8일 밝혔다. 가장 최근에는 유사 상표를 둘러싼 법적 분쟁에서 승소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파마리서치가 PN(폴리뉴클레오티드) 성분 한방 약침 제조·판매 관계자들을 상대로 제기한 상표권 침해금지 소송에서 파마리서치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피고 측이 사용한 ‘미주란(MIZURAN·美主爛)’ 표장이 파마리서치의 등록상표 ‘리쥬란’과 외관과 호칭이 매우 유사하다고 판단했다. 두 제품의 수요자가 피부미용 주사 시술을 받는 소비자로 겹친다는 점도 판단 근거가 됐다. 또 피고 측이 한의원 등에서 PN 성분의 동일성을 내세우며 리쥬란과 직접 비교해 홍보한 점과 일반 소비자가 의료기관의 면허나 규제 차이를 명확하게 구별하기 어렵다는 점 등을 고려해 출처 혼동 가능성을 인정했다. 법원은 해당 표장이 표시된 제품의 용기와 포장 사용을 비롯해 양도·전시·광고 등을 금지하고 보관 중인 완제품 포장을 폐기하도록 했다. 파마리서치는 온라인 가품 유통에 대한 감시도 강화한다. 전문 보안·단속 기관과 협력해 국내외 이커머스 플랫폼과 오픈마켓, 소셜미디어 등을 대상으로 AI 기반 모니터링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AI를 활용해 리쥬란의 디자인과 로고, 문구 등을 분석하고 이를 무단으로 사용한 가품이나 불법 게시물을 찾아내는 방식이다. 해외에서 모조품이나 비정상적인 유통 정황이 확인되면 현지 세관과 사법당국에 단속을 요청하는 방식으로 대응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정품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도 도입했다. 제품 포장에 위·변조 방지 기술을 적용한 정품인증 솔루션을 탑재해 의료진과 소비자가 모바일을 통해 정품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비공식 유통이나 불법 재판매에 대해서는 공급 중단과 경고장 발송, 민·형사상 법적 대응 등을 진행할 방침이다. 환자가 시술 전에 제품의 정품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소비자 대상 정품인증 캠페인도 이어갈 계획이다. 파마리서치가 브랜드 보호에 나선 배경에는 피부미용 시장에서 PN·PDRN 성분을 활용한 제품이 늘면서 제품 간 차이를 소비자가 구별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판단이 있다. 피부에 직접 주입하는 의료제품의 경우 출처와 품질 관리 여부가 안전성과 직결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파마리서치 관계자는 “같은 PN 성분을 표방하더라도 원료의 출처와 순도, 분자량, 제조방법, 품질관리 수준 등에 따라 제품의 안전성과 효능을 보장하는 데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출처가 불분명한 제품은 이상사례 발생 시 추적과 안전관리가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리쥬란을 둘러싼 브랜드 보호 활동은 단순히 가품을 차단하는 수준을 넘어 유사 상표와 불법 유통까지 관리하는 방향으로 확대되고 있다. 파마리서치는 온라인 감시와 정품 확인, 법적 대응을 병행해 유통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소비자 피해를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2026-10-08 09: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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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창고로 시작해 AI 풀필먼트로…CJ대한통운,95년 '연결'의 역사
[경제일보] 1930년 11월 15일, 서울 을지로 입구의 경성전기 본사 건물에서 조선미곡창고주식회사가 업무를 시작했다. 일본으로 반출되는 조선 쌀의 물량을 조절하기 위한 보관시설을 운영하고 각종 화물을 취급하던 회사다. 이곳이 95년여 뒤 전국 물류망과 인공지능(AI) 기반 운송 플랫폼을 운영하는 CJ대한통운의 출발점이 됐다. CJ대한통운의 성장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연결'이다. 초기에는 창고와 철도, 항만과 공장을 잇는 물류망을 구축했고 택배 시장이 성장하면서 판매자와 소비자를 연결했다. 이커머스 시대에는 보관·포장·출고·배송을 하나의 흐름으로 묶었고 최근에는 운송 데이터에 AI와 로봇 기술을 접목해 화주와 차주, 국내외 공급망까지 연결 범위를 넓히고 있다. 쌀과 철도 잇던 회사…전국을 하나의 물류망으로 CJ대한통운의 역사는 한국 산업화 과정에서 물류망이 확대된 흐름과 맞닿아 있다. 조선미곡창고는 1950년 한국미곡창고로 이름을 바꾼 뒤 1962년 한국운수를 합병하고 철도 소운송업 면허를 취득했다. 1965년에는 국제물류 법인을 설립하며 택배 사업 확대의 기반이 된 운송 인프라를 갖춰갔다. 큰 전환점은 2013년 CJ GLS와 대한통운의 합병이다. 대한통운의 계약물류(CL) 인프라에 CJ GLS의 택배·글로벌 사업 역량이 더해지면서 현재의 CJ대한통운이 출범했다. 통합 첫해 3조원대였던 매출은 2022년 12조원을 넘어섰다. 늘어난 물동량을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한 기술 투자도 본격화됐다. 2016년 TES Innovation Center를 열어 로봇과 자동화 설비, 데이터 분석 등을 현장에 적용했고 2018년에는 곤지암 메가허브터미널을 열었다. 이곳은 하루 약 170만 상자의 택배를 처리하는 핵심 거점이다. 이후 사업은 풀필먼트로 확장됐다. 2020년 e-풀필먼트를 도입해 재고관리부터 피킹·포장·출고·배송까지 원스톱으로 관리하면서 익일배송 주문 마감시간을 오후 3시 수준에서 밤 12시까지 늦췄다. 2025년에는 B2B·B2C·B2B2C를 아우르는 통합 브랜드 '더 풀필(THE FULFILL)'을 선보여 국내외 520여개 물류거점을 기반으로 상품별 맞춤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주 7일 배송부터 AI 배차까지…물류의 시간을 재설계하다 전국 배송망을 구축한 CJ대한통운은 배송 공백을 줄이고 도착 시간을 앞당기는 방향으로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있다. 2023년 3월 통합 배송브랜드 '오네(O-NE)'를 선보인 뒤 익일·새벽·당일·2~4시간 내 배송으로 서비스를 세분화했다. 올해 4월에는 개인 간 배송 서비스 '보내오네'도 추가했다. 가장 큰 변화는 2025년 1월 도입한 주 7일 배송 '매일오네'다. 일요일과 공휴일에도 배송이 가능해지면서 2025년 12월 일요일 배송물량은 연초 대비 67% 증가했다. 식품과 패션 등 휴일 배송 수요가 높은 셀러를 중심으로 이용도 확대되고 있다. 배송 시간대를 촘촘하게 운영하려면 상품 위치와 출고 시점, 운송 차량까지 함께 최적화해야 한다. CJ대한통운은 택배와 풀필먼트에 AI·자동화 기술을 접목하는 한편 물류거점 사이를 잇는 미들마일 운송도 디지털화하고 있다. 대표 사례인 AI 기반 미들마일 플랫폼 '더 운반(the unban)'은 운행이력과 노선별 수요, 화물 특성 등을 분석해 운임 산출과 차량 매칭의 정확도를 높인다. 2026년 6월 말 기준 가입 화주는 7000여개사, 차주는 7만여명이며 서비스 초기 50% 미만이던 자동배차 성공률도 80% 이상으로 높아졌다. 물류센터 자동화도 확대하고 있다. TES물류기술연구소를 중심으로 디지털 피킹·분류 시스템과 자율주행 운송로봇을 현장에 적용하고 있으며 올해 7월에는 AI 기반 과대포장 진단 솔루션 '팩체크'를 전국 26개 물류센터에 도입했다. 자동화 설비와 AI 시스템에 투입되는 비용을 고려하면 향후 경쟁력은 처리 비용과 시간을 얼마나 낮출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미국 물류거점 잇고 E2E 확대…글로벌 사업 '성장의 질' 관건 CJ대한통운은 2013년 통합 이후 현지 물류기업을 잇달아 인수하며 해외 사업 기반을 넓혔다. 2016년 말레이시아 센추리 로지스틱스를 시작으로 인도 다슬 로지스틱스, 베트남 제마뎁 물류·해운 부문, 미국 DSC 등을 인수해 주요 시장의 창고와 운송망, 고객 기반을 확보했다. 글로벌 사업은 국제운송을 넘어 생산지부터 최종배송까지 공급망 전 과정을 아우르는 E2E(End-to-End) 물류로 확대되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인프라 확충에 속도를 내 이달 일리노이주 엘우드에서 연면적 약 10만2775㎡ 규모 물류센터 가동을 시작했다. 지난해 10월 문을 연 뉴저지주 시카커스센터와 연계해 북미 공급망 대응 범위를 넓히고 있다. 성과는 외형 성장으로 나타나고 있다. 2026년 2분기 연결 매출은 3조38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9% 증가했다. 글로벌사업 매출도 미국·인도 등 전략국가와 초국경 전자상거래(CBE) 물량 확대에 힘입어 9.4% 늘어난 1조2060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016억원으로 11.9% 감소했다. 배송 서비스 고도화와 물류 인프라 투자 비용이 늘어난 데다 글로벌사업도 포워딩 업황 둔화의 영향을 받았다. 국내외에서 넓힌 물류망을 안정적인 이익 성장으로 연결하는 것이 향후 CJ대한통운의 성장의 질을 좌우할 핵심이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창고업에서 택배·풀필먼트·글로벌 물류로 사업을 넓혀온 배경에는 고객과 시장의 변화를 실제 서비스로 연결하는 실행력이 있었다"며 "앞으로는 전국 물류망에서 축적되는 데이터와 AI·로봇 기술을 활용해 생산성과 수익성을 높이고 글로벌 시장에서도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만들어갈 것"이라고 했다. [아주경제 2026년 09월 17일자 13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6-09-17 08:3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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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국민 대토론회, 소통보다 결론과 책임이 중요하다
[경제일보]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놓고 대대적인 국민 의견 수렴에 나섰다. 지난 14일부터 사흘 동안 주택 공급과 금융, 세제를 주제로 분야별 토론회를 열었고 23일에는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종합토론회를 주재했다. 당초 100분으로 예정됐던 토론은 세 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들을 만큼 들었다. 정부가 이제 보여줘야 할 것은 더 많은 발언과 추가 토론이 아니라 정책의 결론이다. 부동산 정책은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갈리는 영역이다. 집을 가진 사람과 갖지 못한 사람의 요구가 다르고 서울과 지방의 처지도 같지 않다. 재건축을 추진하는 주민과 임대주택 확대를 요구하는 무주택자의 이해도 충돌한다. 세금을 올리자는 주장과 거래를 막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은 한 자리에서 좀처럼 합쳐지지 않는다. 모든 이해관계자의 동의를 얻은 뒤 정책을 결정하겠다는 접근으로는 어느 결론에도 이르기 어렵다. 국민 의견을 듣는 절차는 필요하지만 정책 결정의 책임까지 국민에게 나눠줄 수는 없다. 정부는 서로 충돌하는 요구 가운데 무엇을 받아들이고 무엇을 포기할지 선택해야 한다. 그 선택을 설명하고 정치적 부담까지 감당하는 일이 국정 운영이다. 지금 부동산 시장에는 토론보다 시간이 더 비싼 자원이 됐다. 서울 아파트값은 7월 셋째 주까지 76주 연속 올랐다. 올해 들어 서울 아파트값은 6.03% 상승했고 성북구와 강서구, 구로구 등 비강남권의 상승세도 두드러졌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 역시 같은 주 0.27% 올랐다. 강남 일부 지역에 머물던 가격 불안이 중저가 지역과 임대차 시장으로 번지고 있다는 뜻이다. 정부가 결론을 미루는 동안 시장은 멈춰 서 있지 않는다. 집을 살 사람은 세금이 어떻게 바뀔지 몰라 계약을 늦춘다. 집을 팔 사람은 양도소득세 개편 가능성을 지켜보며 매물을 거둬들인다. 전세대출 규제 강화 가능성이 거론되면 임차인은 대출이 막히기 전에 계약부터 서두른다. 공급 계획이 확정되지 않으면 건설사는 토지 매입과 사업 추진을 미룬다. 정책을 결정하지 않은 상태도 시장에서는 하나의 정책으로 작용한다. 불확실성이 길어지면 정보와 현금을 가진 사람은 기다릴 수 있지만 자금 사정이 빠듯한 실수요자는 버티기 어렵다. 결정 지연의 비용은 정부가 아니라 국민이 부담한다. 이번 대토론회에서는 낯선 주제가 등장한 것도 아니다. 보유세를 어느 수준으로 올릴지, 실거주 1주택과 비거주 주택을 어떻게 구분할지, 초고가 주택의 기준을 어디에 둘지 의견이 엇갈렸다. 초고가 주택 기준으로 10억원과 30억원, 50억원이 각각 거론됐다. 양도소득세 비과세 혜택을 생애 한 차례로 제한하는 방안도 나왔다. 전세대출을 줄이되 청년과 신혼부부, 생애 최초 임차인에게는 선별적으로 지원하자는 제안도 제시됐다. 쟁점이 부족했던 것이 아니다. 정부가 정해야 할 기준과 수치가 남아 있을 뿐이다. 부동산 세제는 국민의 재산권과 직접 맞닿아 있다. 보유세를 올리면 보유 비용이 커지고 양도소득세를 손질하면 매물의 양과 거래 시점이 달라진다. 취득세는 무주택자가 처음 집을 마련하는 단계부터 영향을 미친다. 세율과 공제 기준을 조금만 바꿔도 누군가에게는 수천만원의 부담이 생긴다. 세금은 여론의 흐름에 따라 수시로 움직일 수 있는 정책 수단이 아니다. 누가 얼마를 부담해야 하는지 법률로 정하고 납세자가 자신의 재산 처분과 주거 계획을 미리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같은 주택을 보유하고도 정책 발표 전후에 따라 부담이 크게 달라진다면 조세에 대한 신뢰가 흔들린다. 대출 규제도 마찬가지다.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 잔금대출은 단순한 금융상품이 아니다. 한 가구의 이사와 결혼, 자녀 교육, 노후 계획이 걸려 있다. 계약 당시 가능했던 대출이 잔금 지급 직전에 막히면 국민은 집을 포기하거나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 정부가 대출 기준을 바꿀 수는 있다. 가계부채와 집값을 관리하기 위해 규제를 강화할 필요도 생긴다. 그러나 예고 기간과 경과조치 없이 정책 변경의 비용을 계약 당사자에게 넘길 권한까지 정부가 가진 것은 아니다. 기존 계약을 어디까지 보호할지, 어떤 사람을 실수요자로 볼지, 예외를 어느 범위에서 인정할지 정책 발표와 동시에 제시해야 한다. 공급 문제는 더 단순하다. 국민이 궁금한 것은 몇 년 뒤까지 몇십만가구를 공급하겠다는 총량이 아니다. 어느 지역에서 언제 인허가가 끝나고 착공과 준공은 언제 이뤄지는지가 중요하다. 공급 예정 물량은 삽을 뜨기 전까지 주택이 아니다. 준공과 입주로 이어지지 못한 공급 계획은 가격 불안을 잠시 달래는 발표문에 그친다. 정부가 할 일은 공급 확대의 당위성을 다시 토론하는 것이 아니다. 사업이 늦어지는 지구를 찾아 보상과 인허가, 기반시설 설치가 어디에서 막혔는지 밝히고 부처와 공공기관, 지방자치단체별로 처리 기한을 정해야 한다. 지연이 반복되면 담당 기관과 책임자가 설명해야 한다. 이번 대토론회가 정책 전환의 출발점이 되려면 정부는 적어도 세 가지 질문에 답해야 한다. 먼저 부동산 정책의 목표부터 정해야 한다. 집값을 일정 수준까지 낮추겠다는 것인지, 단기간 급등을 막겠다는 것인지, 무주택자의 주거비 부담을 줄이겠다는 것인지 정부의 우선순위가 보여야 한다. 집값과 가계부채, 주택 공급, 전월세 안정을 한꺼번에 내세우면 정책수단이 서로 충돌한다. 대출을 강하게 조이면 가계부채는 줄일 수 있지만 현금 보유자에게 유리한 시장이 만들어질 수 있다. 공급을 늘리기 위해 재건축 규제를 풀면 장기적으로 입주 물량이 늘 수 있지만 단기적으로 해당 지역 가격이 오를 수 있다. 정부는 무엇을 먼저 잡을지 선택해야 한다. 정책 발표와 시행 시점도 제시해야 한다. 세제 개편안을 언제 국회에 제출할지, 금융 규제는 어느 날짜부터 어떤 계약에 적용할지, 공급 사업은 지구별로 언제 착공하고 입주할지 공개해야 한다. “검토하겠다”는 말이 반복될수록 국민은 정부 발표보다 시장의 소문을 먼저 믿게 된다. 책임을 맡은 사람도 드러나야 한다. 공급 일정은 국토교통부가 책임지고 대출 규제는 금융위원회가 맡아야 한다. 세제 개편은 재정경제부가 설명해야 한다. 부처 간 정책이 충돌하면 국무총리와 대통령실이 조정 결과를 내놓아야 한다. 정책이 효과를 내지 못했을 때 시장 상황과 전임 정부, 투기 세력만 탓해서는 책임 행정이 성립하지 않는다. 정부는 정책 시행 뒤 평가 기준도 공개해야 한다. 집값 상승률 하나만 놓고 성공과 실패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 주택 인허가와 착공, 준공 물량이 얼마나 늘었는지, 청년과 신혼부부의 주거비 부담이 줄었는지, 전세대출 축소로 월세 부담이 커지지 않았는지 함께 살펴야 한다. 분기마다 이행 상황을 공개하고 목표에서 벗어난 정책은 수정해야 한다. 법률과 행정에는 권한을 행사한 사람이 책임을 진다는 원칙이 따른다. 정책을 결정할 권한을 가진 정부가 결과에 대한 책임까지 국민 여론에 돌릴 수는 없다. 국민 대토론회에서 다수가 찬성했다는 이유로 잘못된 정책의 책임이 사라지지도 않는다. 반대 의견을 충분히 들었다고 해서 정책 실패가 면책되는 것도 아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번 토론회에서 “공직자의 최대 덕목은 책임을 지는 것”이라며 비난과 갈등도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이 발언이 대토론회에서 나온 가장 중요한 원칙이다. 책임을 진다는 것은 토론회를 한 차례 더 여는 데 그치지 않는다. 정부가 정한 목표와 기준을 국민에게 알리고 정책의 효과가 예상과 다를 때 잘못을 인정하고 고치는 일이다. 정책으로 손해를 보는 사람이 생기면 필요한 보완책을 마련하고 예측하지 못한 부작용이 나타나면 담당자가 설명해야 한다. 정부는 오는 27일 총리 주재 토론회에서 충분히 다루지 못한 쟁점을 다시 논의할 예정이다. 추가 토론이 결정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마지막 점검이라면 의미가 있다. 토론 뒤에도 결론과 일정이 나오지 않는다면 국민 대토론회는 정책 결정을 미루기 위한 긴 회의로 기억될 수밖에 없다. 국민은 이미 집값과 전셋값, 대출이자와 세금으로 자신의 의견을 내고 있다. 무주택자는 오르는 집값을 보며 불안을 호소하고 집을 가진 사람은 또다시 세제가 바뀔까 걱정한다. 청년은 대출 규제 앞에서 주거 계획을 다시 세우고 건설사는 수익성을 계산하며 사업을 멈출지 결정한다. 정부가 국민에게 더 물어야 할 질문은 많지 않다. 이제까지 나온 의견 가운데 무엇을 받아들이고 무엇을 버릴지 정해야 한다. 시행 시점을 못 박고 담당 부처와 책임자를 밝혀야 한다. 정책이 실패했을 때 누가 어떤 방식으로 수정할지도 제시해야 한다. 소통은 결론을 늦추는 면허가 아니다. 국민이 의견을 냈다면 정부는 선택해야 한다. 선택했다면 설명해야 하고 시행했다면 책임져야 한다. 부동산 정책의 신뢰는 토론 시간이나 참석자 수에서 생기지 않는다. 흔들리지 않는 기준과 지켜지는 일정, 책임지는 사람의 이름에서 생긴다.
2026-07-24 07:4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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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한화·DL, 여수 석화 통합 승인…에틸렌 140만t 감축
[경제일보] 롯데케미칼과 한화솔루션, DL케미칼 등이 참여하는 전남 여수 석유화학산업단지 사업재편 계획이 정부 승인을 받았다. 지난 2월 충남 대산산단에 이어 국내 석유화학산업에서 두 번째로 승인된 사업재편 사례다. 22일 산업통상부와 한국화학산업협회에 따르면 정부는 여천NCC와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 DL케미칼 등 4개사가 제출한 여수산단 석유화학 사업재편 계획을 최종 승인했다. 전국 기준으로는 석유화학 사업재편 2호 프로젝트이며, 여수산단에서는 첫 승인 사례다. 이번 사업재편은 여천NCC 1~3공장 가운데 이미 가동이 중단된 3공장에 이어 2공장을 추가로 폐쇄하고, 남은 1공장과 롯데케미칼 여수공장을 통합해 신설법인을 설립하는 것이 핵심이다. 여천NCC 2·3공장의 연간 에틸렌 생산능력은 각각 92만t과 47만t이다. 두 공장의 가동이 중단되면 여천NCC 생산능력은 기존 연간 228만t에서 약 90만t으로 줄어든다. 롯데케미칼과 한화솔루션, DL케미칼은 통합법인 지분을 각각 3분의 1씩 보유한다. 이번 재편으로 감축되는 에틸렌 생산능력은 연간 약 140만t이다. 중국과 중동의 대규모 증설로 공급과잉이 장기화한 상황에서 중복 설비를 줄이고 생산체계를 효율화하기 위한 조치다. 범용 제품 생산능력을 감축하는 동시에 각사의 경쟁력 있는 사업을 통합해 수익성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다운스트림 부문에서는 DL케미칼의 폴리에틸렌(PE), 한화솔루션의 PE·석유수지, 롯데케미칼의 기초소재 사업 일부가 통합법인에 편입된다. 통합법인은 의료용 저밀도 폴리에틸렌(LDPE)과 자동차·전선용 폴리올레핀엘라스토머(POE) 등 고부가 제품 비중을 확대할 계획이다.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은 여천NCC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각각 2725억원씩 총 545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한다. 인프라 구축과 고부가 제품 전환에도 2532억원을 투자하는 등 참여 기업의 자구노력 규모는 총 8000억원 수준이다. 이번 감축이 완료되면 대산과 여수에서 업계가 자율적으로 결정한 에틸렌 감산 규모는 총 250만t에 달한다. 앞서 대산산단에서는 롯데케미칼이 연산 110만t 규모의 NCC 설비 가동을 중단하고 HD현대케미칼과 통합법인을 설립하는 사업재편 계획을 승인받았다. 정부는 여수 사업재편을 뒷받침하기 위해 금융·세제·인허가·연구개발(R&D) 등을 포함한 7000억원 이상의 지원 패키지를 마련했다. 채권금융기관은 설비통합과 고부가 전환에 필요한 신규 자금 4500억원을 공급한다. 사업재편 기간인 2029년 말까지 협약 채무의 상환을 유예하고 기존 금융 조건도 유지한다. 무역보험공사는 보험료 할인과 보증 한도 우대 등을 통해 2000억원 규모의 수입보험을 지원한다. 기업 분할과 합병 과정에서 발생하는 취득세와 등록면허세는 75~100% 감면한다. 기업결합 심사 기간은 기존 120일에서 90일로 단축하고, 사업재편 이전에 취득한 인허가도 통합법인이 승계할 수 있도록 했다. 올해까지 수입 나프타와 나프타 제조용 원유에 무관세를 적용해 약 156억원의 원가 절감을 지원한다. 고용유지지원금 요건 완화와 직무 전환 훈련비 지원, 지역투자촉진보조금 한도 상향 등 고용 안정 대책도 추진한다. 정부는 고부가·친환경 분야 전환을 위해 중장기 유망 R&D 3개 과제에 올해부터 248억원을 지원하고 관련 기술의 신성장·원천기술 지정도 추진할 방침이다. 엄찬왕 한국화학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은 “대산에 이어 여수산단의 사업재편까지 승인되면서 국내 석유화학산업 구조개편이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다”며 “기업의 자구 노력과 함께 정부의 실효성 있는 정책 지원이 지속돼야 한다”고 했다. 다만 국내 3대 석유화학산단 가운데 울산산단은 아직 구체적인 사업재편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일부 기업의 실적 개선으로 감축 유인이 약해진 데다 에쓰오일의 샤힌 프로젝트 가동이 맞물리면서 기업 간 이해관계가 복잡한 상황이다. 약 9조원이 투입된 샤힌 프로젝트는 연간 180만t의 에틸렌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올해 말까지 시운전을 마치고 내년 본격 가동할 예정이어서 기존 NCC 감축과 신규 생산능력 확대가 동시에 진행될 전망이다. 문신학 산업부 차관은 “석유화학산업 구조개편이 성공하려면 무임승차 없이 모든 산단이 참여해야 한다”며 “대산과 여수에 이어 울산 지역 사업재편 논의도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했다.
2026-07-22 09:4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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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의 패착, 협회의 무책임, 악플의 폭주
[경제일보] 48개국이 겨루고 32개국이 살아남는 월드컵이었다. 한국 축구는 그 넓어진 문조차 통과하지 못했다. 조별리그 1승 2패, 조 3위, 최종 34위. 12개 조 3위 가운데 성적이 좋은 8개 팀에게까지 주어진 기회는 한국을 비켜 갔다. 대표팀은 체코전 승리로 출발했다. 그러나 멕시코에 무너졌고, 남아프리카공화국과의 마지막 경기에서 스스로 운명을 끝낼 기회를 놓쳤다. 비기기만 해도 조 2위로 32강에 갈 수 있었다. 상대는 반드시 이겨야 하는 팀이었고, 한국은 지지 않아도 되는 팀이었다. 그런데 경기는 한국이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 어떻게 이겨야 하는지조차 보여주지 못한 채 흘러갔다. 홍명보 감독의 패착은 손흥민을 선발 명단에서 제외한 데서 가장 선명하게 드러났다. 후반에 상대 체력이 떨어지고 공간이 생기면 손흥민의 장점을 살릴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감독은 선발을 정할 권한이 있다. 누구를 앞세우고 누구를 아낄지, 어느 시점에 승부를 걸지는 전적으로 감독의 몫이다. 그러나 권한에는 결과가 따른다. 월드컵 32강이 걸린 경기에서 가장 위협적인 공격 자원을 벤치에 두는 선택은, 그만큼 치밀한 경기 설계와 대비책을 전제로 해야 한다. 한국은 전반부터 중원에서 밀렸고, 공격은 상대 수비를 흔들 만큼 날카롭지 못했다. 손흥민이 들어온 뒤에도 흐름은 바뀌지 않았다. 실점 뒤에는 조급함만 커졌고, 한국은 끝내 한 골을 만회하지 못했다. 축구에서 패배의 책임을 선발 명단 한 장에만 돌릴 수는 없다. 선수들의 몸 상태와 집중력, 상대의 전술, 경기 중 변수도 함께 작용한다. 그러나 결정적인 경기에서 누가 먼저 뛰고, 어떤 방식으로 승부를 설계했는지는 감독의 판단이다. 남아공전은 홍명보호가 이번 대회에서 보인 한계를 압축한 경기였다. 상대보다 먼저 준비하지 못했고, 경기가 틀어진 뒤에도 판을 바꿀 장면을 만들지 못했다. 홍 감독에게 이번 실패가 더욱 무거운 까닭도 여기에 있다. 그는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도 조별리그 탈락 뒤 물러났다. 12년 뒤 다시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그 사이 한국 축구는 유럽 정상급 무대에서 뛰는 선수들을 더 많이 배출했고, 손흥민·김민재·이강인 같은 자원도 갖췄다. 경험과 선수층을 말할 조건은 과거보다 나아졌지만, 결과는 두 번째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이었다. 모든 패배가 감독 사퇴로 이어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월드컵 본선에서 두 차례 지휘봉을 잡고도 두 번 모두 조별리그를 넘지 못했다면, 사퇴는 선택이 아니라 결과에 대한 최소한의 응답이다. 홍명보 감독은 떠나는 것이 맞았다. 다만 감독 한 명의 퇴장으로 한국 축구의 책임까지 정리하려 해서는 안 된다. 홍 감독은 처음부터 축구협회의 불투명한 선임 논란을 안고 출발했다. 문체부 특정감사는 홍 감독 선임 과정에서 규정상 권한이 없는 기술총괄이사가 면접에 관여했고, 절차도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축구협회는 그 판단에 이견을 보였지만, 선임 과정이 팬들의 신뢰를 얻지 못했다는 사실까지 없앨 수는 없다. 대표팀 감독은 결과로 선임의 정당성을 입증해야 하는 자리다. 홍 감독은 그러지 못했다. 그렇다고 축구협회가 “감독이 책임지고 물러났으니 끝났다”고 말할 처지는 아니다. 감독을 뽑은 사람, 감독에게 권한을 주고 대표팀 운영을 관리한 사람, 월드컵을 앞두고도 국민을 설득할 만한 청사진을 내놓지 못한 사람들도 각자의 몫을 져야 한다. 축구협회가 해야 할 일은 새 감독 이름부터 꺼내는 것이 아니다. 누가 어떤 기준으로 감독 후보를 검증했고, 전력강화위원회는 실제로 어떤 역할을 했으며, 왜 대표팀이 월드컵 본선까지 일관된 경기력을 만들지 못했는지부터 답해야 한다. 사퇴한 감독을 앞세워 책임의 장부를 덮는다면, 다음 감독도 같은 의심과 불신 속에서 출발하게 된다. 이번 사태에서 더 우려스러운 것은 패배 뒤 쏟아진 악성 댓글과 협박이다. 국가대표 감독은 공적 비판의 대상이다. 선수 선발, 전술, 교체, 경기 운영, 인터뷰는 모두 국민이 평가할 수 있다. 손흥민을 왜 선발에서 뺐는지, 남아공전에서 왜 그런 전술을 택했는지, 두 번째 월드컵에서 무엇을 남겼는지 묻는 일은 정당하다. 표현이 불편하더라도 경기 내용과 사실에 근거해 판단을 비판하는 것은 막을 일이 아니다. 그러나 비판에는 대상과 근거와 한계가 있다. 공항에서 살해하겠다는 식의 글, 확인되지 않은 사퇴설과 합성 이미지, 선수와 가족을 겨냥한 욕설과 허위사실 유포는 축구 비평이 아니다. 이런 행위는 공적 사안을 두고 의견을 제시하는 차원을 벗어나 협박, 명예훼손, 모욕의 법적 책임이 문제 되는 영역으로 들어간다. 표현의 자유는 권한을 가진 사람을 비판할 자유를 지키기 위한 것이지, 타인의 신변을 위협하거나 허위사실을 퍼뜨릴 자유까지 보장하는 면허가 아니다. 공적 인물은 일반인보다 넓은 비판을 감수해야 한다. 그러나 공적 인물이라는 이유로 가족과 지인까지 공격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감독의 전술 실패를 따지는 일과 인격을 짓밟는 일은 전혀 다르다. 선수의 부진을 분석하는 일과 그의 사회관계망서비스 계정을 찾아가 협박성 글을 남기는 일도 다르다. 설영우 측이 악의적 비방, 인신공격, 허위사실 유포에 법적 대응 방침을 밝힌 것도 이 선을 넘은 공격이 실제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선수는 경기력으로 평가받아야 한다. 그 평가가 가족을 끌어들이고,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위해를 예고하는 데까지 번진다면 그것은 스포츠를 향한 애정이 아니라 집단적 분풀이에 가깝다. 한국 축구는 패배할 때마다 한 사람을 골라 세우는 데 익숙했다. 감독이 패하면 감독 하나를 내보내고, 선수가 실수하면 그 선수의 이름을 조롱거리로 만든다. 그 사이 감독을 선임한 사람들의 판단, 대표팀을 운영한 사람들의 무능, 실패를 되풀이하게 만든 관행은 뒤로 숨는다. 이번에는 책임의 순서를 뒤바꾸지 말아야 한다. 홍명보 감독에게는 패착의 책임이 있다. 손흥민을 벤치에 둔 선택과 남아공전의 무기력한 경기 운영, 두 번째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은 모두 그의 성적표에 남아야 한다. 축구협회에는 더 큰 책임이 있다. 납득하기 어려운 감독 선임 과정, 불신을 키운 운영, 결과가 나쁠 때마다 감독 교체로 사태를 봉합해 온 관행을 바꾸지 않는다면 같은 실패는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온라인에서 살해를 예고하고, 허위사실을 퍼뜨리고, 선수와 가족을 향해 모욕을 쏟아낸 이들에게도 책임은 남는다. 분노가 컸다는 사정은 타인을 위협할 이유가 되지 않는다. 홍명보는 떠났다. 그러나 한국 축구의 실패가 함께 떠난 것은 아니다. 감독의 패착은 기록으로 남고, 협회의 무책임은 해명과 쇄신으로 답해야 하며, 악플의 폭주는 법과 상식의 선에서 멈춰 세워야 한다. 그 세 가지를 구분하지 못하면 다음 월드컵에서도 한국 축구는 또 한 사람을 내보내고, 또 다른 사람을 향해 돌을 던지는 일로 실패를 끝낼 것이다.
2026-06-29 09: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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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이제 화면 밖으로 걸어 나왔다"…이승환 실장, 피지컬 AI 시대 선언
[경제일보] 아직 많은 사람은 AI를 문서 작성, 번역, 검색 등에 활용하는 도구로 인식한다. 하지만 AI는 이미 화면 안에 머무는 기술을 넘어 현실 세계로 들어오는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생성형 AI가 텍스트와 이미지를 만드는 시대를 지나, AI가 직접 보고 판단하고 움직이는 ‘피지컬 AI’ 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진단이다. 이승환 경기연구원 AI혁신정책연구실장은 9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경제일보 창간 8주년 한국경제디자인포럼(KEDF)’에서 ‘피지컬 AI와 기업 생존전략’을 주제로 발표했다. 이 실장은 피지컬 AI의 등장을 자동차의 등장에 비유했다. 그는 “1900년대 뉴욕 거리가 마차 중심에서 자동차 중심으로 바뀌는 데 13년이 걸렸다”며 “지금은 자율주행차와 휴머노이드가 등장하는 초기 단계로, 변화 속도는 당시보다 훨씬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술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기술 자체보다 사회 규칙과 제도가 먼저 바뀌게 된다고 설명했다. 자동차 시대가 열리면서 도로와 주유소, 면허제도, 보험, 안전 규정이 새롭게 만들어졌듯 피지컬 AI 역시 산업과 노동, 규제, 교육 체계를 동시에 변화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AI 안경을 들었다. 이 실장은 AI 안경을 착용하고 시험을 보는 상황이 확산되면 기존 시험·자격증 제도가 흔들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AI가 문제를 실시간으로 인식하고 답변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안경을 쓰지 않았을 때 72점을 받던 사람이 AI 안경을 쓰면 92.5점을 받을 수 있다”며 “이는 단순한 부정행위 문제가 아니라 시험의 룰 자체가 바뀌는 문제”라고 말했다. 변화는 시험장에만 그치지 않는다. 이 실장은 법원, 병원, 채용시장 역시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AI와 웨어러블 기기가 결합하면 지금의 평가·인증 체계와 의사결정 구조 역시 새로운 기준을 요구받게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실장은 피지컬 AI를 AI와 로봇, 현실 공간이 결합한 기술로 정의했다. 기존 생성형 AI가 생각하고 답변하는 수준이었다면 피지컬 AI는 현실 세계를 인식하고 행동하는 단계라는 것이다. 특히 로봇이 가상 공간에서 수많은 상황을 학습한 뒤 현실 공간에 적용되는 방식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휴머노이드 산업의 경쟁 기준도 달라지고 있다. 단순히 얼마나 똑똑한가가 아니라 얼마나 오래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지가 중요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실장은 미국 휴머노이드 기업 피겨AI(Figure AI)의 사례를 소개하며 “최근 휴머노이드 로봇이 물류 현장에서 200시간 동안 중단 없이 택배 분류 작업을 수행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로봇은 약 5만 개의 택배를 처리했으며 하드웨어 고장 없이 작업을 이어갔다. 그는 “이제는 사람을 투입했을 때와 로봇을 투입했을 때의 비용과 생산성을 직접 비교할 수 있는 시대”라며 “기업들은 투자 대비 수익률(ROI)을 기준으로 휴머노이드 도입 여부를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휴머노이드 양산 경쟁도 본격화되고 있다. 이 실장에 따르면 피겨AI는 최근 시간당 1대 생산 체제를 언급했고, 중국 휴머노이드 기업 엔진AI(Engine AI)는 15분당 1대 생산 수준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는 “규모의 경제가 생각보다 빠르게 오고 있다”며 “자동차 산업의 문법이 휴머노이드 산업에도 적용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로봇을 단순히 현장에 투입한다고 생산성이 자동으로 높아지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실제 학교 급식 로봇 사례를 언급하며 기계만 추가하는 방식으로는 현장의 업무 부담이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실장은 “중요한 것은 특정 작업만 자동화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 프로세스를 다시 설계하는 것”이라며 “기술과 조직, 규칙, 업무 흐름을 함께 바꾸는 사회기술 시스템 관점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이 실장은 “작년이 피지컬 AI 개념이 확산된 시기였다면 올해는 대량 생산과 실제 적용이 시작되는 시기”이며 “어떤 기업이 실제 문제를 해결하고 수익성을 입증하느냐가 시장의 승자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26-06-09 15:5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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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파업의 밤을 넘겼다. 그러나 한국 경제의 숙제는 이제 시작됐다.
삼성전자 노사의 임금협상은 아직 완결된 상태가 아니다. 노사는 총파업 직전 잠정 합의안을 마련했고, 노조는 5월 22일 오후부터 27일 오전까지 조합원 찬반투표를 진행 중이다. 투표가 가결돼야 협상은 공식 타결된다. 당장의 파국은 피했다. 총파업이라는 최악의 충돌도 일단 멈췄다. 하지만 안도의 박수를 치기에는 이르다. 이번 삼성전자 합의는 한 기업의 임금협상으로 끝날 사안이 아니다. 한국 대기업 노사관계의 새 기준을 둘러싼 논쟁이 본격화됐다는 신호에 가깝다. 핵심은 분명하다.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다. 노동자가 성과 배분을 요구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기업 이익은 기계와 자본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연구개발자의 밤샘, 생산라인의 긴장, 영업 현장의 압박, 실패를 견딘 조직의 시간이 쌓여 실적이 된다. 회사가 어려울 때 고통을 나눈 직원들이 호황기에 정당한 보상을 요구하는 것은 상식에 가깝다. 문제는 그 상식이 어느 순간 공식이 되는 데 있다. “영업이익의 몇 퍼센트”, “순이익의 몇 퍼센트”라는 요구가 산업을 가리지 않고 번지는 흐름은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삼성의 합의가 다른 기업 노조들에 “우리도 같은 방식으로 달라”는 근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그런 조짐은 뚜렷하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올해 임금협상 요구안에 월 기본급 인상과 함께 지난해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을 담았다. LG유플러스 노조도 영업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요구한 것으로 보도됐다. 카카오 노조는 성과급 규모와 보상 체계를 둘러싸고 파업 준비에 나섰고, HD현대중공업 노조 역시 영업이익의 30% 성과 공유를 요구하고 있다. 이제 쟁점은 임금 인상률이 아니다. 기업 이익을 노동, 주주, 투자 사이에 어떤 원칙으로 배분할 것인가다. 여기서 원칙을 세워야 한다. 성과는 나눠야 한다. 그러나 성과 배분이 미래 투자까지 잠식해서는 안 된다. 반도체는 오늘의 이익으로 내일의 공장을 짓는 산업이다. 자동차는 전동화와 자율주행, 인공지능 전환의 한복판에 있다. 통신은 AI 데이터센터와 보안 투자, 네트워크 고도화를 피할 수 없다. 조선과 방산도 호황이 왔다고 해서 불황의 기억을 지울 수 없다. 이들 산업에서 영업이익은 단순한 현금 보따리가 아니다. 다음 경쟁을 준비하는 종잣돈이다. 성과급을 주지 말자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기업은 더 투명하게 줘야 한다. 직원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산식을 공개하고, 경영진 보상과 직원 보상의 기준을 같은 원칙 위에 올려야 한다. 회사가 “미래 투자”를 말하려면 어디에, 왜, 얼마나 필요한지 설명해야 한다. 불투명한 성과급 제도와 임원 중심 보상 체계를 그대로 둔 채 노동자에게만 절제를 요구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그러나 노조도 물어야 한다. 대기업 정규직의 성과 배분 요구가 한국 노동 전체의 정의와 맞닿아 있는가. 협력업체와 하청 노동자, 비정규직과 중소기업 노동자에게도 같은 기회가 열려 있는가. 대기업 내부의 몫만 커지고 산업 생태계 전체의 격차가 더 벌어진다면 그것은 노동의 승리라기보다 노동 내부 불평등의 확대일 수 있다. 삼성은 언제나 기준이었다. 임금도 기준이었고, 복지도 기준이었고, 성과급도 기준이었다. 삼성에서 만들어진 관행은 삼성 안에 머물지 않는다. 다른 기업 노조는 비교의 근거로 삼고, 다른 기업 경영진은 방어의 기준으로 삼는다. 그래서 이번 잠정 합의안은 삼성만의 문서가 아니다. 한국 기업사회 전체가 들여다보는 거울이다. 논어에는 “군자는 의에 밝고, 소인은 이익에 밝다”는 말이 있다. 이익을 부정하라는 뜻이 아니다. 이익만 앞세워 의를 잃지 말라는 경계다. 노동도, 경영도, 주주도 이 말을 피해 갈 수 없다. 노동은 자신의 몫을 요구하되 기업의 내일을 보아야 한다. 경영은 투자를 말하되 직원의 기여를 정직하게 인정해야 한다. 주주는 배당과 주가만이 아니라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보아야 한다. 정부는 노사 자율을 존중하되, 대기업 정규직 중심의 성과 배분 경쟁이 노동시장 격차를 더 키우지 않도록 제도적 안전판을 고민해야 한다. 삼성이 파업을 피한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그것이 곧 한국 경제가 숙제를 푼 것이라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성과 배분을 정교한 원칙으로 만들 것인가, 아니면 기업마다 비율 경쟁을 벌이는 소모전으로 흘려보낼 것인가. 원칙 없는 보상 경쟁은 결국 모두를 지치게 한다. 기업도, 노동도, 경제도 예외가 아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큰 목소리가 아니라 더 단단한 기준이다. 삼성의 잠정 합의가 성과급 도미노의 면허장이 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다.
2026-05-24 09: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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