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총 2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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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증시와 AI 대전환, 금융의 기본과 상식부터 바로 세워라
[경제일보] 대한민국 자본시장이 대내외 불확실성의 파고에 휘청이고 있다. 코스피는 급락과 급등을 거듭하며 투자자들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 최근의 급락은 미국 금리 인상 우려와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에 대한 불확실성 등이 겹친 결과다. 그러나 외부 충격이 시장을 흔들 수는 있어도 시장의 체력과 감독 체계의 허점을 대신 설명해주지는 못한다. 시장이 흔들릴수록 필요한 것은 임기응변식 처방이나 장밋빛 전망이 아니다. 위험을 직시하고 기본과 상식으로 돌아가는 일이다. 자본시장을 지탱하는 기둥은 신뢰와 공정성이다. 기업의 실적과 가치가 투명하게 공개되고 투자자가 같은 정보와 규칙 아래 경쟁하며 위험이 합리적으로 관리된다는 믿음이 있어야 자본이 모인다. 이 토대가 무너지면 주가 부양책을 쏟아내도 불신은 사라지지 않는다. 정부와 금융당국의 역할은 지수를 인위적으로 떠받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이 공정하게 작동하도록 규칙을 세우고 위험에 대비하는 것이다. 금융당국의 책임은 무겁다. 외국인 자금 흐름과 시장 유동성, 신용거래와 레버리지 위험을 면밀히 점검하고 손실이 금융회사와 투자자 전반으로 번질 가능성까지 살펴야 한다. 위기 징후를 놓친 뒤 대책을 내놓는 것은 감독이 아니라 뒷북이다. 불공정 거래와 시세 조종, 미공개 정보 이용에는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엄정하게 대응해야 한다. 시장 안정 조치는 신속해야 하지만, 그 과정에서도 원칙과 투명성을 잃어서는 안 된다. 정책 방향이 흔들리고 불공정 행위에 대한 대응마저 미온적이라면 당국 스스로 시장의 신뢰를 허무는 셈이다. 더 근본적인 과제는 AI를 중심으로 한 산업 대전환이다. 이번 증시 급락을 일시적인 수급 충격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 AI가 기업의 생산성과 수익 구조, 글로벌 자본의 투자 지형을 동시에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대형주가 증시를 이끄는 상황에서 AI 투자의 수익성에 대한 의문이 커지면 국내 시장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반도체 수출 호조에 안주한 채 AI 생태계 전반의 변화를 놓친다면 시장의 불안은 산업 경쟁력의 취약성을 드러내는 경고음이 될 수 있다. AI 시대의 승부는 메모리 반도체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시스템 반도체와 소프트웨어,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 첨단 제조와 서비스 혁신이 맞물려야 한다. 정부는 특정 기업에 대한 일회성 지원을 넘어 연구개발 투자와 전문 인재 양성, 안정적인 전력 공급, 규제 개선을 아우르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대기업에 집중된 성과가 중소·벤처기업의 기술 혁신과 양질의 일자리로 이어지도록 산업 생태계도 정비해야 한다. 지원금만 늘리고 낡은 규제와 경직된 제도를 방치하는 것은 혁신이 아니라 재정 낭비다. 기업의 책임도 막중하다. 정부 지원이나 시장의 기대에 기대서는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연구개발과 사업 구조 전환으로 생산성을 높이고 주주와 투자자에게 경영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유행하는 기술에 편승하거나 단기 실적을 부풀리는 경영으로는 지속 가능한 기업 가치를 만들 수 없다. 자본시장 역시 투기적 기대보다 기업의 실력과 미래 현금흐름을 평가하는 본연의 기능을 회복해야 한다. 자유시장경제는 방임과 동의어가 아니다. 공정한 규칙과 책임 있는 감독이 뒷받침돼야 자유로운 경쟁이 혁신을 낳고 자본도 생산적인 곳으로 흐른다. 정부는 시장을 통제하려는 유혹을 버리고, 기업은 기술과 실적으로 답하며, 금융당국은 감독의 결과에 책임져야 한다. 정치권도 주가 상승을 성과로 내세우기보다 시장의 체질을 바꾸는 제도 개혁에 힘을 쏟아야 한다. 위기 때마다 대책만 늘고 책임지는 사람은 없는 악순환을 끝내야 한다. 흔들리는 증시를 바로잡는 출발점은 지수 방어가 아니라 신뢰 회복이다. 시장의 공정성을 바로 세우고 AI 대전환에 필요한 산업 경쟁력을 확보해야 단기 충격을 넘어 자본시장과 실물경제의 체질을 바꿀 수 있다. 금융의 기본을 지키지 못한 채 기술 혁신만 외쳐서는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
2026-10-16 09:2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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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금리 올리자 국채시장 경고등…통화·재정 따로 볼 때 아니다
[경제일보] 미국의 금리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는 16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려 연 3.75~4.00%로 조정했다. 2023년 7월 이후 3년 2개월 만의 인상이다. 연준은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이번 조치가 물가를 2% 목표로 되돌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금융시장도 즉각 반응했다. 17일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3.6원 오른 1382.2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장중 연 4.090%까지 올라 연고점을 기록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어느 정도 예상됐던 만큼 충격은 제한적이었지만 환율과 채권시장이 동시에 압력을 받고 있다는 점은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정부도 경계에 들어갔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금융당국 수장들은 17일 확대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어 미국 금리 인상의 국내 영향을 점검했다. 현재까지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국채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며 시장의 쏠림이 과도해질 경우 필요한 안정조치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필요한 대응이다. 하지만 시장이 흔들릴 때마다 유동성을 공급하거나 채권시장을 안정시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지금의 장기금리에는 미국의 통화정책뿐 아니라 국내 물가와 경기 전망, 국채 수급과 정부의 재정운용에 대한 시장의 판단이 복합적으로 반영돼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3.00%로 올렸다. 예상보다 높은 성장세와 물가 압력, 금융안정 위험 등을 고려한 결정이었다. 미국까지 3년여 만에 금리 인상으로 돌아서면서 한은의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미국이 금리를 올렸으니 한국도 따라 올려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통화정책은 국내 경제 여건에 맞춰 결정해야 한다. 문제는 기준금리만 바라봐서는 지금의 금리 문제를 제대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국채금리는 기준금리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물가 전망과 국채 공급, 글로벌 금리, 장기간 돈을 빌려주는 데 따른 기간 프리미엄 등이 함께 작용한다. 정부가 앞으로 얼마나 많은 국채를 발행할 것인지에 대한 시장의 예상도 영향을 미친다. 이 때문에 재정과 통화정책의 조합이 중요하다. 정부가 확장적 재정운용을 이어가는 동안 한국은행이 물가를 잡기 위해 긴축 강도를 높인다면 두 정책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여기에 미국 금리 상승까지 겹치면 국채금리 상승이 회사채와 대출금리 등 민간의 자금조달 비용을 밀어올릴 가능성이 있다. 기업과 가계가 결국 그 비용을 부담한다. 시장금리가 높은 상태가 장기화하면 설비투자가 많은 기업의 금융비용이 커진다. 신용도가 낮은 중소기업과 한계기업은 자금조달 여건이 더 빠르게 악화될 수 있다. 가계 역시 기준금리와 별개로 시장금리가 상승하면 대출 부담을 피하기 어렵다. 따라서 통화·재정·국채정책을 따로 관리해서는 안 된다. 한국은행은 물가뿐 아니라 국채시장을 통해 금융여건이 어떻게 변하는지 면밀히 살펴야 한다. 정부도 재정을 확대할 때 필요한 지출 규모만 계산할 것이 아니라 국채 발행이 시장금리와 민간 자금조달에 미칠 영향까지 고려해야 한다. 시장안정조치도 원인을 구분해서 써야 한다. 일시적인 수급 불균형이나 과도한 시장 쏠림 때문에 금리가 급등한다면 정부와 한국은행의 대응이 필요하다. 하지만 재정 확대와 국채 공급 증가에 대한 우려가 금리에 반영된 것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때 필요한 것은 단기적인 시장 개입보다 재정운용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일이다. 정부와 한국은행, 금융당국이 한자리에 모인 것도 그런 점에서 의미가 있다. 문제는 회의를 했다는 사실이 아니라 정책이 실제로 조화를 이루느냐다. 각 기관의 정책 목표는 다르지만 그 결과는 결국 하나의 금융시장에서 만난다. 금융시장의 가격은 정책기관의 업무영역을 구분하지 않는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이 현실을 다시 보여줬다. 환율과 국채금리가 움직이면 충격은 금융시장을 넘어 기업과 가계로 전달된다. 국채금리는 정부가 돈을 빌리는 가격인 동시에 시장이 경제정책의 지속 가능성을 평가하는 가격이다. 물론 기준금리 전망과 물가, 국채 수급, 글로벌 금리 등 여러 요인이 함께 반영된다. 그렇기 때문에 금리 상승을 단순한 시장의 ‘쏠림’으로만 설명해서도 안 된다. 재정은 재정대로, 통화는 통화대로, 국채는 국채대로 관리하던 방식으로는 복합적인 금리 상승기에 대응하기 어렵다. 정부가 얼마를 지출하고 국채를 얼마나 발행할 것인지, 한국은행이 어떤 통화정책을 펼칠 것인지를 하나의 그림으로 봐야 한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한국 경제에 던지는 시사점은 분명하다. 재정과 통화가 각자의 역할을 하되 큰 틀에서는 정책의 보조를 맞춰야 한다.
2026-09-18 10: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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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안정에 안주할 때 아니다…외환 방어력 키울 골든 타임이다
[경제일보] 반도체 수출 호조가 한국 경제에 모처럼 숨통을 틔워주고 있다. 인공지능(AI)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급증하면서 외화 유입이 늘었고, 한동안 금융시장을 짓눌렀던 원·달러 환율도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고환율과 고물가, 고금리의 삼중고에 시달려 온 우리 경제에는 분명 반가운 변화다. 그러나 지금의 환율 안정이 구조적 체질 개선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외부 충격에 대비할 시간을 벌었다는 점에서 더욱 냉정한 대응이 요구된다. 한국 경제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개방경제다. 수출이 성장의 버팀목인 만큼 국제 금융시장과 지정학적 변수에도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미국의 금리 정책은 여전히 불확실하고, 미·중 전략 경쟁은 장기화하고 있다. 중동과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지정학적 위험도 해소되지 않았다. 글로벌 공급망 역시 정치와 안보 논리에 따라 언제든 재편될 수 있다. 반도체 호황이 이어진다고 해서 대외 리스크까지 사라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환율 안정기에 외환 방어력을 한층 높여야 한다. 외환보유액은 국가 경제의 최후 안전판이다. 시장이 불안할 때는 국가 신용을 지키는 버팀목이고, 외환시장의 과도한 변동을 흡수하는 완충 장치다. 외화가 충분히 유입되는 지금이야말로 외환보유액을 확충할 적기다. 시장 왜곡을 최소화하는 범위에서 외화를 흡수하고, 유동성이 높은 안전자산 비중을 확대하는 등 보유 자산의 질도 함께 높여야 한다. 거시경제 체질 개선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환율이 안정됐다고 가계부채 위험이 사라진 것도 아니고, 기업의 생산성 문제가 해결된 것도 아니다. 한계기업 구조조정은 여전히 더디고, 부동산 중심의 자금 쏠림도 지속되고 있다. 재정 건전성 역시 안심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경기 부양에 치우친 단기 처방이 아니라 경제의 기초체력을 키우는 구조개혁이다. 노동과 연금, 규제 개혁을 비롯한 생산성 제고 정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야 한다. 외환시장의 안정은 정부 정책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시장의 신뢰가 뒷받침돼야 한다.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재정 규율을 확립하며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독립성을 존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단기적인 환율 수준에 일희일비하기보다 예측 가능한 정책 환경을 만드는 것이 장기적으로 외국인 자금을 붙잡는 가장 강력한 경쟁력이다. 우리 경제는 이미 여러 차례 방심의 대가를 치렀다. 1997년 외환위기는 외환 유동성 관리 실패가 얼마나 큰 국가적 재앙을 초래하는지를 보여줬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역시 충분한 대비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 사건이었다. 위기는 늘 예상보다 빠르게 찾아왔고, 준비된 나라만이 충격을 최소화했다. 반도체 호황과 환율 안정은 반가운 소식이지만, 그것이 경제의 안전을 보장하는 면허증은 아니다. 오히려 지금이야말로 외환보유액을 확충하고 재정 건전성을 강화하며 구조개혁을 속도감 있게 추진할 수 있는 골든 타임이다. 경제는 호황기에 미래를 준비한 나라가 위기에서도 살아남는다. 오늘의 환율 안정을 내일의 국가 경쟁력으로 연결하는 것, 그것이 정부와 경제 당국이 놓쳐서는 안 될 시대적 책무다.
2026-07-13 09:2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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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 1500원대 굳어지나…물가·내수 부담 커진다
[경제일보] 원·달러 환율 1500원대가 일시적 충격을 넘어 고착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2분기 평균 환율이 1500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커졌고 현재 흐름이 이어지면 연평균 환율도 1500원 안팎까지 올라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고환율은 수입물가를 밀어 올리고 내수 기업과 가계의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다. 28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4월1일부터 6월26일까지 주간거래 종가 기준 원·달러 환율은 평균 1500.1원으로 집계됐다. 26일 환율은 외환당국 개입 경계감 속에 전날보다 10.7원 내린 1532.0원에 마감했지만 여전히 1500원대를 웃돌았다. 2분기 평균 환율이 1500원대를 기록하면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분기 이후 28년여 만이다. ◆ 외국인 주식 매도, 원화 약세 압력 환율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는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주식 매도세가 꼽힌다. 올해 들어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대규모 순매도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 증시가 강세를 보이면서 차익실현과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수요가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도 최근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외국인 주식자금 유출 가능성을 경고했다. 지난해 11월 이후 국내 주가 상승 뒤 외국인 주식자금이 빠져나가는 흐름이 반복됐고 높아진 주가 수준을 고려하면 단기적으로 리밸런싱 목적의 유출이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수출 호조에도 환율이 쉽게 내려오지 않는 점도 눈에 띈다. 반도체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경상수지 흑자가 이어지고 있지만 민간의 해외 직접투자와 포트폴리오 투자를 통한 자본 유출 규모가 커지면서 원화 강세 효과를 상쇄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과거에는 경상수지 흑자가 외환보유액 증가로 이어지는 비중이 컸지만 최근에는 민간 해외자산 축적으로 흘러가는 구조가 강해졌다. 미국 달러 강세도 원화 약세를 키우고 있다.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견조하고 연방준비제도 인사들의 긴축적 발언이 이어지면서 달러 수요가 유지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거론되며 원·달러 환율이 당분간 높은 수준을 이어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중동 리스크도 부담이다. 미국과 이란이 종전 MOU 이후에도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충돌을 반복하면서 국제유가와 안전자산 선호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중동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다. 통항 불안이 커지면 유가가 오르고 이는 원화와 국내 물가에 다시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 가계·내수기업 물가 부담 확대 고환율은 수출기업 일부에는 환산 이익을 줄 수 있지만 내수 중심 기업과 일반 가계에는 부담이다. 원재료와 에너지, 식료품, 공산품 수입 가격이 높아지면 기업의 비용 부담이 커지고 소비자 가격에도 시차를 두고 반영된다. 해외여행, 유학, 해외직구, 수입차와 전자제품 가격 부담도 커질 수 있다. 공항 환전 환율이 1600원대를 넘어서면서 일반 소비자가 체감하는 환율 부담은 더 크다. 시장 환율이 1500원대 초반이라고 해도 실제 환전 과정에서는 수수료와 스프레드가 붙기 때문이다. 환율이 생활물가와 소비심리에 직접 영향을 주는 이유다. 환율 방어의 변수는 수출업체의 달러 매도 물량과 외환당국의 개입 경계감이다. 수출기업들이 보유 달러를 원화로 바꾸면 환율 상승 압력을 일부 낮출 수 있다. 외환당국의 구두 개입과 실개입 가능성도 시장의 과도한 쏠림을 제어하는 요인이다. 문제는 구조적 압력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외국인 자금 흐름, 미국 금리 전망, 중동 리스크, 대미 투자 확대가 동시에 원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환율 1500원대가 일시적 숫자가 아니라 새로운 가격대로 굳어질 경우 정책당국의 고민은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 환율 안정은 외환시장만의 문제가 아니다. 물가와 소비, 기업 비용, 금융시장 신뢰가 함께 걸린 생활경제의 핵심 변수다.
2026-06-28 12: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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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러코스터 증시, 천수답 시장을 끝내야 한다
[경제일보] 비가 오면 살고, 비가 오지 않으면 말라 죽는다. 천수답의 운명이다. 지금 한국 증시가 그렇다. 기업 실적이 좋아지고 반도체 슈퍼사이클 기대가 커져도, 외국인 수급과 미국 기술주 흐름, 환율과 금리, 지정학 리스크가 흔들리면 시장은 하루아침에 출렁인다. 오를 때는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시장처럼 달리지만 빠질 때는 안전벨트 없는 롤러코스터처럼 추락한다. 최근 코스피 장세는 그 단면을 숫자로 보여줬다. 지난 23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910.71포인트, 9.99% 급락한 8203.84에 거래를 마쳤다. 전일 종가 대비 낙폭으로는 역대 최대 수준의 충격이었다. 그런데 하루 뒤인 24일 시장은 다시 급반등했다. 코스피는 전장보다 152.95포인트, 1.86% 오른 8356.79로 출발했다. 며칠 전에는 9000선을 넘보던 지수가 하루 만에 8200선으로 밀리고 다시 하루 만에 반등을 시도하는 장세가 반복된 것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상승장인지, 조정장인지, 거품 붕괴의 전조인지 가늠하기 어려운 시장이다. 더 불안한 것은 지수의 반등에도 공포가 사라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한국형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는 24일 94.81까지 치솟았다. 장중에는 97선을 넘어서며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주가는 올랐는데 공포지수도 함께 오른 셈이다. 이는 시장이 단순히 ‘싸졌으니 사자’는 반등 국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언제든 다시 흔들릴 수 있다는 불안을 안고 움직이고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단순한 변동성이 아니다. 한국 증시는 오랫동안 외부 변수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구조를 안고 있었다. 외국인이 사면 오르고 팔면 빠지는 수급 구조, 반도체와 일부 대형주에 집중된 산업 쏠림, 상승장마다 반복되는 레버리지 투자 확대가 시장의 흔들림을 키웠다. 증시가 경제 전체의 체온계가 아니라 특정 산업과 외국인 매매의 체온계처럼 움직인다면 충격 흡수력은 약할 수밖에 없다. 시장은 홀로 움직이지 않는다. 금리와 환율, 기업 실적과 정책 신뢰, 투자 심리와 국제 정세가 얽혀 하나의 생태계를 이룬다. 미국 반도체주가 흔들리면 한국 지수도 흔들리고 달러가 강해지면 외국인 이탈을 걱정한다. 중동 정세가 불안해지면 유가와 환율이 먼저 반응하고, 미국 금리 전망이 바뀌면 국내 성장주와 기술주가 흔들린다. 외부 충격을 피할 수는 없다. 그러나 충격을 흡수할 둑과 저수지가 없다면 매번 위기는 반복된다. 천수답 시장에서 벗어나려면 국내 장기자금의 힘을 키워야 한다. 국민연금과 퇴직연금, 개인연금이 단기 매매의 보조자가 아니라 시장의 하방을 받치는 축이 돼야 한다. 한국 가계 자산은 여전히 부동산에 치우쳐 있다. 노후자금이 자본시장으로 안정적으로 흘러 들어가고 배당과 성장의 과실을 장기적으로 나누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 그래야 한국 증시는 외국인 매수세라는 빗물만 기다리지 않는다. 기업도 달라져야 한다. 한국 증시가 선진시장으로 평가받지 못하는 이유는 지수 수준이 낮아서가 아니다. 투자자가 기업 이익의 주인으로 대우받는다는 확신이 약했기 때문이다. 배당은 들쑥날쑥했고 자사주 매입은 소각보다 주가 방어용 이벤트로 소비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시장이 믿는 것은 말이 아니라 반복된 행동이다. 벌면 나누고, 투자하면 설명하고, 실패하면 책임지는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한다. 산업 저변도 넓혀야 한다. 반도체는 한국 경제의 심장이지만 심장만으로 몸 전체가 건강해질 수는 없다. 바이오, 방산, 조선, 전력기기, 로봇, 콘텐츠, 금융, 친환경 인프라 등 다양한 산업이 자본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아야 한다. 코스닥도 단기 테마장이 아니라 혁신기업의 성장판이 돼야 한다. 지수 상승의 과실이 소수 대형주에 머물면 시장은 넓어지지 않고 넓지 않은 시장은 충격에도 약하다. 레버리지 투자 관리도 필요하다. 빚을 낸 투자와 고위험 ETF가 과도하게 늘어나면 하락장에서 매도 압력은 증폭된다. 상승장에서는 수익률을 키우는 도구처럼 보이지만, 급락장에서는 시장 전체를 흔드는 화약고가 된다. 금융당국은 투자자의 자유를 존중하되 위험 설명, 증거금 관리, 고위험 상품 판매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 증권사도 거래대금 확대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 고객이 오래 살아남아야 시장도 오래 간다. 제도 인프라도 선진시장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 실패는 한국 시장이 아직 글로벌 투자자에게 충분히 예측 가능하고 접근하기 쉬운 시장으로 인정받지 못했다는 뜻이다. 외환시장 접근성, 영문 공시, 배당 절차, 공매도와 결제 인프라를 국제 기준에 맞춰 더 정교하게 다듬어야 한다. 제도는 도입보다 작동이 중요하다. 변동성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다. 시장은 본래 흔들린다. 그러나 좋은 시장은 흔들리지 않는 시장이 아니라 흔들려도 부러지지 않는 시장이다. 비가 오지 않아도 물길이 있고, 가뭄이 와도 저수지가 있으며, 홍수가 나도 배수로가 있는 논이 좋은 논이다. 한국 증시도 이제 비를 기다리는 시장에서 물길을 만드는 시장으로 가야 한다. 외국인 자금이라는 하늘만 바라보지 말고 국내 장기자금이라는 저수지를 만들고 기업 신뢰라는 수로를 놓고 제도 안정성이라는 둑을 쌓아야 한다. 그것이 롤러코스터 장세를 넘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코리아 프리미엄으로 바꾸는 길이다.
2026-06-25 15:4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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