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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전대, 선명성보다 절제가 필요한 이유
[경제일보] 전당대회는 목소리가 커지는 자리다. 후보는 차이를 보여야 하고, 당원은 더 선명한 주장을 원한다. 평소라면 한 걸음 물러설 정치인도 경선장에서는 두 걸음 앞으로 나간다. 문제는 그 두 걸음 앞에 헌법기관이 서 있을 때다.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가 막판으로 가면서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과 이재명 대통령 관련 사건의 공소취소 주장이 정치권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김민석 당대표 후보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잘못된 기소라면 공소취소가 원칙이라는 취지로 말했고, 전대 과정에서는 조 대법원장 탄핵 주장도 제기됐다. 국민의힘은 12일 이를 두고 “선을 넘지 말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야당의 표현에는 정치적 과장이 섞여 있다. 공소취소 주장을 했다고 곧바로 대통령 탄핵사유가 된다고 단정하거나, 대법원장 탄핵 논의를 곧장 헌정질서 파괴와 동일시하는 것도 신중할 필요가 있다. 탄핵은 헌법이 명시적으로 인정하는 제도다. 헌법 제65조는 법관이 직무집행 과정에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했을 때 국회가 탄핵소추를 의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형사소송법에도 제1심 판결 선고 전까지 공소를 취소할 수 있는 절차가 있다. 제도 자체를 입에 올리는 것까지 금기시할 이유는 없다. 다만 할 수 있는 것과 해도 되는 방식은 다른 문제다. 대법원장도 비판받아야 한다. 사법부 독립이 사법부 무오류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판결이 사회적 상식과 동떨어졌다면 정치권과 시민사회가 비판할 수 있고, 사법제도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면 국회가 법을 고쳐야 한다. 명백한 헌법·법률 위반이 있다면 탄핵 절차도 밟을 수 있다. 하지만 탄핵에는 ‘마음에 들지 않는 판결’보다 훨씬 무거운 근거가 필요하다. 헌법은 법관에게 헌법과 법률, 양심에 따라 독립해 심판할 것을 요구한다. 역으로 정치도 그 독립을 존중할 의무가 있다. 판결 결과에 대한 불만이나 당내 정치적 필요가 탄핵의 동력처럼 비쳐지는 순간, 사법개혁은 제도개혁이 아니라 사법부 길들이기라는 의심을 피하기 어렵다. 특히 집권당의 말은 야당의 말과 무게가 다르다. 야당 정치인이 집회 연단에서 던진 구호는 대개 정치적 주장으로 끝난다. 국회 다수 의석과 행정부를 함께 움직일 수 있는 집권당의 대표 후보가 한 말은 다르다. 당선되는 순간 법안이 되고, 당론이 되고, 정부 정책을 압박하는 힘이 될 수 있다. 민주당 당대표 후보들이 12일 마지막 TV토론회에서 검찰·사법개혁 성과, 총선 승리, 당정 화합 등을 각각 강조했다는 점에서도 이번 전대가 단순한 당내 행사가 아니라 향후 국정 운영과 직결된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공소취소 문제는 더 조심스럽다. 법에 존재하는 제도라고 해서 특정 사건에 적용하는 것이 자동으로 정당해지는 것은 아니다. 더욱이 그 사건의 당사자가 현직 대통령이라면 기준은 오히려 더 엄격해야 한다. 정치권이 먼저 “조작 기소”라고 결론을 내리고 공소취소를 요구하면, 수사와 재판의 옳고 그름을 법정이 아니라 정당이 판정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억울한 기소가 있다면 바로잡아야 한다. 정치적 수사나 표적 기소도 민주주의가 경계해야 할 폐해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절차가 중요하다. 누가 대통령이든, 어느 당이 집권하든 같은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 ‘우리 편이어서 취소하고 상대편이면 끝까지 재판한다’는 의심을 받는 순간 법치의 권위는 무너진다. 민주당은 사법개혁을 말할 자격이 있다. 실제로 12일 마지막 전대 TV토론에서도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법,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제 등 지난 사법·검찰개혁 조치가 주요 성과로 거론됐다. 개혁의 필요성에 동의하는 국민도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제도를 고치는 것과 사람을 겨냥하는 것은 구분해야 한다. 사법제도를 바꾸겠다면 왜 바꿔야 하는지 법과 원칙으로 설명해야 한다. 특정 판결과 특정 재판을 먼저 놓고 제도를 그에 맞춰 움직이면 개혁의 정당성마저 훼손된다. 경선의 속성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당원 투표가 중요한 선거일수록 후보들은 핵심 지지층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하게 된다. 이번 민주당 전대에서도 후보 간 네거티브와 과거사 공방이 이어지면서 민생과 정책 비전이 뒤로 밀렸다는 비판이 당 안팎에서 제기됐다. 그러나 집권당의 대표를 뽑는 선거라면 당원의 박수 못지않게 그 말을 듣고 있는 국민을 의식해야 한다. 정치는 선명해야 할 때가 있다. 잘못된 권력과 싸울 때 어정쩡한 태도는 비겁함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민주주의에서 진짜 용기는 목소리를 가장 크게 내는 데 있지 않다. 자기편이 원하는 것에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을 긋는 데 있다. ‘서경’ 홍범편에는 ‘무편무당 왕도탕탕(無偏無黨 王道蕩蕩)’이라는 구절이 있다. 치우침도 없고 사사로운 편당도 없어야 바른 정치의 길이 넓어진다는 뜻이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법과 제도를 자기편의 필요에 맞춰 다루기 시작하면 정치는 좁아지고 국가는 흔들린다. 지금 민주당에 필요한 것은 사법개혁을 멈추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개혁의 원칙을 더 분명히 세우는 일이다. 법관의 책임을 묻되 판결에 대한 보복처럼 보여서는 안 되고, 잘못된 기소를 바로잡되 대통령 개인을 위한 제도처럼 비쳐서는 안 된다. 사법부 독립을 존중하면서도 민주적 통제와 책임성을 높일 길을 찾아야 한다. 대법원장 탄핵은 당원들의 박수를 받기 위한 구호로 소비하기에는 너무 무거운 헌법적 수단이다. 대통령 관련 공소취소 역시 경선장에서 충성심을 겨루듯 다룰 사안이 아니다. 집권당의 말은 실제 권력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더 절제돼야 한다. 전당대회는 17일 끝난다. 하지만 그 자리에서 던진 말의 파장은 그 뒤에도 남는다. 민주당 후보들이 기억해야 할 것도 그것이다. 경선에서는 표를 얻기 위해 말할 수 있다. 집권당은 그 말이 국가의 제도가 될 때까지 책임져야 한다.
2026-08-13 09: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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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대전환' 위성곤 vs '경제 재건' 문성유…부동층 표심 주목
[경제일보] 6·3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 중 하나로 부상한 제주도지사 선거가 본격적인 ‘가치 대결’의 막을 올렸다.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후보가 인공지능(AI)과 신재생에너지를 도민의 ‘기본권’으로 규정하며 거대한 담론을 선점하자, 국민의힘 문성유 후보는 정통 경제 관료의 전문성을 앞세워 ‘실현 가능한 소득 증대’로 맞불을 놨다. 단순한 정당 간 대결을 넘어 제주의 향후 10년 먹거리 설계를 두고 벌이는 두 후보의 정책 전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두 후보는 전날 나란히 제주도선거관리위원회에서 후보 등록을 마치고 본격 선거전에 들어갔다. “AI와 에너지는 도민의 공공재”…“구호 대신 숫자로 승부” 기선을 제압한 쪽은 3선 국회의원 출신의 위성곤 후보가 내건 ‘미래 주권론’이다. 위 후보는 후보 등록과 동시에 ‘1조원 규모 도민주권 혁신펀드’와 ‘AI 기본권’을 전면에 내세웠다. 제주의 바람과 햇빛이 도민의 자산이듯, 생성형 AI를 비롯한 첨단 기술 또한 모든 도민이 누려야 할 권리로 보장돼야 한다는 논리다. 위 후보의 구상은 AI를 교육과 복지, 산업 전반에 이식해 제주의 산업 지도를 새로 그리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특히 그는 “제주의 자원을 도민의 소득으로 돌려주겠다”며 골목상권 프로젝트와 민생추경을 결합한 입체적 공세를 펼치고 있다. 이는 경선 과정에서 흩어진 지지층을 ‘미래 비전’ 아래 결집시키는 전략적 포석으로도 풀이된다. 이에 맞선 문 후보는 ‘경제도지사’ 프레임을 확고히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기획조정실장과 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을 지낸 그의 경력은 공약의 무게감을 더한다. 문 후보는 “제주 경제의 근본 체질을 바꿔야 한다”며 ‘도민 소득 10만 달러 시대’를 선포했다. 관광과 1차 산업에만 기댄 현재의 취약한 구조로는 청년 이탈과 지역 침체를 막을 수 없다는 진단이다. 문 후보의 공격 칼날은 위 후보 공약의 ‘실현 가능성’을 향해 있다. 특히 위 후보의 10GW 해상풍력 사업과 HVDC 구축 구상에 대해 “재원 조달 방식이 불투명한 현혹적 구호”라고 비판하며, 정교한 재정 설계와 기업 투자 유치를 통한 ‘현실적 성장’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단순한 비판을 넘어 전문가적 관점에서 정책의 허점을 파고들어 부동층을 흔들겠다는 계산이다. 제주의 가장 오래된 난제인 제2공항 건설을 두고도 두 후보의 시각은 선명하게 엇갈린다. 위 후보는 ‘도민 자기결정권’과 ‘투명한 정보 공개’를 강조하며 갈등을 관리하는 프로세스에 방점을 찍었다. 반면, 문 후보는 제2공항을 미룰 수 없는 ‘성장 인프라’로 규정하고, 결정 지연에 따른 기회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책임 있는 추진력을 강조하고 있다. 40% 부동층의 표심…‘체감 민생’이 승패 가른다 현재 판세는 위 후보가 여론조사상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39%에 달하는 ‘태도 유보층’이 변수다. KBS제주방송총국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한 여론조사(KBS제주방송총국 의뢰, 한국리서치 조사, 2026년 4월 13~14일, 제주도내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 대상, 무선전화 안심번호 추출, 면접원에 의한 전화면접조사 방식, 응답률 27.9%,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위 후보가 민주당 후보로 본선에 나서는 가상대결의 후보 지지도는 위성곤 47%, 문성유 6%로 나타났다. 다만, ‘지지하는 사람이 없다’ 36%, 모름·무응답 3%까지 합치면 태도 유보층이 39%다. 위 후보의 우위가 뚜렷하지만, 문 후보 입장에서는 아직 마음을 정하지 않은 유권자층이 크다는 점이 추격의 공간이다. 이에 제주 정치권에서는 민생경제 정책이 이번 선거의 승패를 가를 승부처로 주목하고 있는 분위기다. 위 후보가 민생추경과 골목상권, 도민주권 혁신펀드로 생활경제 회복을 약속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문 후보가 도민 소득 10만불, 경제 구조 개편, 투자 유치를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번 제주도지사 선거는 ‘검증된 정치인의 미래 전환론’과 ‘실력 있는 경제 관료의 현실 재건론’ 중 도민들이 어느 쪽을 더 신뢰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제주 유권자에게 물가, 일자리, 상권 침체, 주거비, 의료 접근성 등 당장 체감할 수 있는 민생정책이 부동층의 표심을 이끌며 승부를 결정질 것”이라고 했다.
2026-05-15 15: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