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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용화학 줄이고 재활용 소재 키운다…석화 3사 생존전략
[경제일보] 국내 주요 화학사들이 범용 석유화학 의존도를 낮추고 재활용·바이오 기반 고부가 소재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과 중동발 공급과잉, 글로벌 수요 둔화, 탄소 규제 강화가 겹치면서 기존 대량생산 중심의 성장 공식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LG화학, 롯데케미칼, SK케미칼이 최근 발간한 ‘2025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보면 3사의 공통 키워드는 ‘저탄소’와 ‘순환소재’다. 범용 제품 중심의 포트폴리오에서 벗어나 재활용 원료, 바이오 원료, 고기능 소재, 제품별 탄소 데이터 대응 역량을 키우겠다는 방향이다.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공급과잉 여파로 실적 압박을 받았고, 중국과 중동의 대규모 증설을 주요 부담 요인으로 지목했다. 정부도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법을 통해 국내 석유화학 산업을 고부가·친환경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LG화학, 고부가 소재와 탄소 데이터 대응에 방점 LG화학은 고부가 소재와 고객 대응 역량을 전면에 내세웠다. 기술 장벽이 높고 고객 밀착형인 고부가 사업으로 전환하면서 AI·반도체, 모빌리티 소재 등 첨단 산업용 소재와 고부가 제품 비중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실제 LG화학은 이미 반도체와 모빌리티 소재 분야에서 매출을 내고 있다. LG화학 관계자는 “반도체·모빌리티 등 소재 매출을 현재 1조원에서 2조원으로 늘리겠다는 내용은 현재 매출이 있는 분야를 대상으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탄소 데이터 대응도 핵심 과제다. LG화학은 현재 국내 사업장을 중심으로 산정하는 Scope 3 배출량을 향후 해외 법인을 포함한 글로벌 사업장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LG화학 관계자는 “내년까지 해외 사업장도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며 “일부 선진국과 고부가 소재 관련 고객사들의 데이터 제출 요구가 증가하고 있어 중요성이 계속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LCA는 제품의 원료 조달부터 생산, 사용, 폐기까지 전 과정의 환경 영향을 평가하는 방식이다. PCF는 이 가운데 온실가스 배출량만 따로 계산한 제품 탄소발자국이다. 화학사가 제품만 파는 것이 아니라 제품의 탄소 성적표까지 함께 제공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롯데케미칼, 리사이클·바이오 소재 수익성 강조 롯데케미칼은 리사이클·바이오 제품의 사업화 실적을 구체적으로 공개했다. 롯데케미칼의 2025년 리사이클·바이오 제품 판매량은 10만1680t, 매출액은 3553억원이다. 2024년보다는 줄었지만 2023년 판매량 9만1000t, 매출액 3126억원과 비교하면 중기적으로는 확대된 수준이다. 2025년 재생원료 사용량은 2만3480t이다. 롯데케미칼은 친환경 소재를 단순한 환경 대응 제품이 아니라 스페셜티 영역으로 보고 있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판매량 변동은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정확히 어떤 이유 때문이라고 설명하기는 어렵다”며 “리사이클·바이오 소재는 스페셜티 소재 영역이기 때문에 범용 대비 수익성이 높은 것은 맞다”고 덧붙였다. 에코시드(ECOSEED)는 롯데케미칼의 리사이클·바이오 소재 통합 브랜드다. 물리적·화학적 리사이클 소재와 바이오 플라스틱 소재를 아우른다. 롯데케미칼은 ABS, PC, PP 등 44개 제품에 대해 ISCC PLUS 인증을 취득했고, UL ECV 인증도 확보했다. 친환경 소재 시장은 단일 기준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어떤 재활용 소재를 많이 요구하는지, 소재 채택의 주요 기준이 무엇인지는 고객별로 다를 수 밖에 없다. 적용처에 따라 가격, 물성, 인증, 재생원료 함량, 탄소 데이터 요구가 달라진다는 의미다. SK케미칼, 자동차·식음료로 적용처 확대 SK케미칼은 코폴리에스터, 화학적 재활용 소재, 바이오 기반 소재를 중심으로 특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SK케미칼은 코폴리에스터 제품군, CR-PET, 바이오매스 기반 제품 판매량 중 재활용 원료 포함 제품과 바이오소재 비율을 2040년까지 90%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2025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 기준 그린 소재 판매 비중은 28%다. SK케미칼 관계자는 “화학적 재활용 소재는 화장품 패키징을 넘어 다양한 산업 분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고 했다. 스카이펫씨알(SKYPET CR)은 식품·음료용 패키징 분야를 비롯해 자동차 분야에서도 적용 사례를 늘리고 있다. 자동차 분야 확대도 주목된다. SK케미칼은 최근 오스트리아 자동차 카펫 제조사 듀몬트와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SKYPET CR을 적용한 자동차 카펫 및 매트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SK케미칼 관계자는 “해당 제품은 자동차 품질 기준 검증을 완료했으며, 이를 기반으로 유럽 주요 완성차 브랜드 적용도 논의되고 있다”고 했다. 에코트리아씨알(ECOTRIA CR)은 현재 화장품과 프리미엄 패키징 시장을 중심으로 적용되고 있다. 스카이펫씨알이 식음료·자동차 쪽으로 확장성을 보여준다면, 에코트리아씨알은 고급 패키징 시장에서 차별화되는 구조다. 원료 확보도 경쟁력 변수로 떠올랐다. 화학적 재활용 산업에서는 안정적인 폐플라스틱 원료 확보가 사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 중 하나로 꼽힌다. 다만 이를 곧바로 사업 확대의 병목으로 보기는 어렵다. SK케미칼은 원료 기반 강화를 위해 에프아이씨(FIC)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FIC는 폐플라스틱을 수거·선별·전처리해 화학적 재활용 공정에 적합한 원료로 가공하는 시설이다. 폐이불과 PET 분쇄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분까지 원료화할 수 있도록 설계되고 있다. 재생원료 규제, 친환경 소재 시장 키운다 제도 환경도 화학사의 전환을 밀어붙이고 있다. 환경부는 2026년 1월부터 무색 페트병에 재생원료 사용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2026년 의무사용률은 10%이며, 2030년까지 의무 대상과 의무율은 단계적으로 확대된다. 공시 규제도 변수다. 금융위원회는 2028년 연결자산총액 30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기업부터 지속가능성 공시를 단계적으로 시작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기후 관련 위험과 기회, 온실가스 배출량, 지표와 목표 등이 핵심 공시 항목으로 꼽힌다. 결국 3사의 방향은 한 곳으로 모인다. 석유화학 제품을 많이 만드는 것만으로는 버티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 LG화학은 첨단 산업용 소재와 탄소 데이터 대응에, 롯데케미칼은 리사이클·바이오 소재의 수익성에, SK케미칼은 화학적 재활용 소재의 적용처 확대에 각각 방점을 찍고 있다. 다만 친환경 소재가 곧바로 실적 개선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재생원료 확보, 인증 비용, 고객사별 요구 조건, 기존 범용 제품 대비 가격 경쟁력 등이 모두 변수다. 석유화학 불황이 길어질수록 친환경 소재는 선택지가 아니라 구조조정 이후 살아남을 사업의 기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
2026-07-14 13:4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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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료의약품에서 백신까지…SK케미칼, 한국 헬스케어 산업의 변곡점을 지나오다
[경제일보] 국내 제약업계에서 SK케미칼은 조금 독특한 위치에 있다. 전통 제약사처럼 일반의약품 중심 이미지가 강한 것도 아니고 바이오 기업처럼 특정 신약 하나로 설명되기도 어렵다. 대신 오랜 시간 화학과 제약, 소재와 백신 산업 흐름이 한 회사 안에서 함께 움직여 왔다. 한국 산업화 과정과 궤적을 같이해 온 기업에 가깝다. 출발은 선경 계열 화학 사업 흐름과 연결돼 있다. 당시 국내 산업은 섬유와 화학, 원료 산업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다. SK케미칼 역시 화학과 원료 기반 경험을 바탕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 갔다. 초기에는 원료의약품과 합성의약품 비중이 컸다. 국내 제약 산업이 아직 해외 기술 의존도가 높던 시기 생산 기반과 기술 경험을 축적하기 시작했다. 이후 완제의약품과 헬스케어 사업까지 흐름을 확대했다. SK케미칼을 설명할 때 빠지지 않는 제품 가운데 하나는 ‘기넥신’이다. 은행잎 추출물을 기반으로 한 혈액순환 개선제 이미지로 오랫동안 시장에서 존재감을 유지했다. 중장년층 소비자들에게 익숙한 브랜드 가운데 하나다. 기넥신은 단순 일반의약품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국내 천연물 의약품 시장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 가운데 하나로 자주 언급됐다. 화학 합성 의약품 중심 흐름 속에서 천연물 기반 치료제 시장을 키운 제품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최근 기넥신 성장 흐름은 다시 가팔라지고 있다. 올해 1분기 SK케미칼 제약사업부 매출은 126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 넘게 증가했다. 조인스와 리바스티그민 등 주요 품목 성장도 이어졌지만 시장에서는 기넥신 흐름에 특히 주목하는 분위기다. 기넥신은 지난해 은행잎 추출물 의약품 시장에서 37% 점유율을 기록하며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단일 제품 매출도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에는 344억원 수준까지 올라왔다. 고령화와 경도인지장애 시장 확대 흐름 속에서 혈액순환 개선뿐 아니라 인지기능 관련 수요까지 함께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에는 중장년층 혈액순환 개선제 이미지가 강했다면 최근에는 기억력 감퇴와 집중력 저하, 뇌혈류 개선 영역까지 시장 관심이 넓어지고 있다. 의료 현장에서도 관련 임상 근거 축적이 이어지면서 시장 확대 가능성을 보는 시선이 적지 않다. 관절염 치료제 조인스 역시 SK케미칼을 대표하는 품목 가운데 하나다. 천연물 기반 관절염 치료제 시장을 키운 제품으로 꼽힌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관절과 순환기 질환 관련 시장이 함께 커지고 있다는 점도 SK케미칼 제약사업 성장 배경으로 거론된다. 회사의 흐름을 크게 바꾼 장면 가운데 하나는 백신 사업 진출이다. SK케미칼은 비교적 일찍 백신 분야 중요성을 인식하고 관련 사업을 확대했다. 이후 독감백신과 세포배양 기술 개발 흐름으로 이어졌다. 특히 세포배양 방식 백신은 기존 유정란 방식과 다른 기술 접근으로 주목받았다. 생산 효율과 안정성 측면에서 차세대 백신 기술 가운데 하나로 평가됐다. SK바이오사이언스로 이어지는 백신 사업 흐름 역시 여기서 출발했다. 코로나19 시기 SK바이오사이언스와 안동 백신 공장은 국내 바이오·백신 산업 상징처럼 언급되기도 했다. SK케미칼이 오랫동안 축적해 온 백신 기반 기술과 생산 경험이 다시 조명된 순간이었다. SK케미칼은 이후 사업 재편 과정도 거쳤다. 제약과 백신, 친환경 소재와 화학 사업 흐름이 각각 전문 영역으로 나뉘며 현재 모습으로 이어졌다. 단순 제약회사보다 헬스케어와 친환경 산업을 함께 가져가는 형태에 가깝다. 친환경 소재 사업 역시 최근 중요한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플라스틱 재활용과 바이오 소재, 친환경 화학 기술은 글로벌 산업 흐름과 맞닿아 있다. SK케미칼은 헬스케어와 화학 기반을 동시에 가진 기업 특성을 이 영역과 연결하고 있다. 이 회사의 특징은 특정 분야 하나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제약과 백신, 화학과 친환경 소재 흐름이 함께 움직인다. 산업 변화 흐름에 따라 사업 방향을 조정하며 외연을 넓혀 온 회사에 가깝다. 반면 시장에서는 정체성이 다소 복잡하게 보인다는 시선도 있다. 일반 소비자에게는 기넥신 이미지가 강하고 산업계에서는 백신과 소재 사업 비중이 더 자주 언급된다. 사업 영역이 넓은 만큼 집중도가 약해 보일 수 있다는 평가도 함께 나온다. 최근 제약·바이오 산업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단순 복제약 경쟁보다 백신과 바이오, 예방의학과 친환경 기술 흐름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안정성과 원료 경쟁력 문제도 함께 부각되고 있다. SK케미칼의 강점은 오랜 생산 경험과 기술 기반에 있다. 원료와 소재, 의약품과 백신까지 이어지는 경험은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특히 그룹 차원의 연구개발 인프라와 글로벌 네트워크도 경쟁력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최근 흐름을 보면 방향은 비교적 일정하다. 단순 전통 제약사보다 헬스케어와 친환경 기술 기업 쪽으로 무게가 이동하고 있다. 백신과 바이오, 친환경 소재 흐름이 함께 연결되는 모습이다. SK케미칼은 한국 산업화 시대 원료 산업과 함께 성장한 기업이다. 그리고 지금은 백신과 친환경 기술, 미래 헬스케어 산업 흐름 안에서 다시 새로운 역할을 찾고 있다. 한 회사 안에서 화학과 제약, 백신과 친환경 기술이 함께 언급되는 사례는 흔치 않다. SK케미칼은 그 변화의 시간을 가장 오래 통과해 온 기업 가운데 하나다.
2026-05-15 07:5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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