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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비엘바이오 'CS5001', 림프종 치료 새 카드 되나
[경제일보] 에이비엘바이오의 글로벌 파트너사 시스톤 파마슈티컬스(CStone Pharmaceuticals)가 1차 치료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DLBCL)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CS5001(ABL202/LCB71) 병용요법 임상 1b상 데이터를 공개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에이비엘바이오가 개발한 항체-약물 접합체(ADC) ‘CS5001’이 1차 치료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DLBCL) 환자를 대상으로 한 초기 임상에서 100% 완전관해율을 기록했으며 31명 전원이 치료에 반응한 것으로 나타났다. CS5001은 에이비엘바이오의 ROR1 단일항체를 기반으로 리가켐바이오와 공동 개발한 항체-약물 접합체(ADC)다. 에이비엘바이오는 해당 후보물질을 시스톤에 기술이전했다. DLBCL은 비호지킨 림프종 가운데 가장 흔한 유형으로 꼽힌다. 현재 1차 치료에서는 R-CHOP 요법이 널리 사용되고 있지만 치료 효과를 높이면서 부작용 부담을 낮출 수 있는 새로운 치료 옵션에 대한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CS5001 병용요법이 초기 임상에서 높은 반응률을 보이면서 향후 개발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특히 이번 데이터에서는 CS5001의 투여 용량이 낮은 구간에서도 항암 효과가 확인됐다는 점이 주목된다. 최저 투여 용량인 40μg/kg에서도 완전관해가 나타났다. 고용량을 투여해야만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낮은 용량에서도 치료 반응이 확인된 만큼 향후 약물의 효능과 안전성을 함께 고려한 최적 용량 설정이 가능할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시스톤은 현재까지 축적된 임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CS5001의 장기적인 유효성과 안전성, 이른바 ‘베네핏-리스크(Benefit-Risk)’를 평가하기 위해 현재 진행 중인 임상을 일시적으로 중단하기로 했다. 임상 중단이라는 표현만 보면 개발에 제동이 걸린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회사 측 설명은 다르다. 이미 최저 용량에서도 완전관해가 확인된 만큼 각 용량별 효능과 내약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최적의 투여 용량과 주기를 결정하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다. 시스톤은 이를 통해 CS5001의 개발 전략을 다시 가다듬은 뒤 후속 임상을 추진할 계획이다. 초기 임상에서 확인된 항암 효과를 바탕으로 적정 용량과 투여 주기를 확정하는 것이 향후 개발 속도와 성공 가능성을 좌우할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는 “CS5001이 40~90μg/kg 모든 용량군에서 CR 100%, 전체 ORR 100%라는 매우 고무적인 데이터를 확인했다”며 “시스톤은 용량과 투여 주기를 최적화한 뒤 후속 개발을 신속하게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CS5001이 향후 DLBCL 환자들의 미충족 의료 수요를 해소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 옵션으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이번 CS5001 외에도 다양한 이중항체 및 항체 기반 신약 후보물질을 개발하고 있다. 회사의 핵심 플랫폼은 이중항체 플랫폼 ‘그랩바디(Grabody)’다. 이를 기반으로 비임상과 임상 단계의 여러 파이프라인을 동시에 운영하고 있다. 현재 미국·중국·호주·한국 등에서 ABL301(SAR446159), ABL001(Tovecimig), ABL111(Givastomig), ABL503(Ragistomig), ABL105(Nesfrotamig), ABL104(YH32364), ABL103, ABL202(CS5001/LCB71), ABL206(NEOK001), ABL209(NEOK002) 등 10개 파이프라인의 임상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이 가운데 ABL301(SAR446159)은 미국 임상 1상을 완료했다. 후속 임상은 글로벌 제약사 사노피가 진행할 예정이다. 담도암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2·3상 단계에 진입한 ABL001(Tovecimig)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패스트트랙 지정과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았다. 노바브릿지와 공동 개발 중인 ABL111(Givastomig) 역시 FDA 패스트트랙 및 희귀의약품 지정을 획득했다. 현재 니볼루맙(Nivolumab)과 화학치료제를 병용하는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이중항체를 ADC와 결합한 차세대 치료제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중항체 ADC와 듀얼 페이로드(Dual Payload) ADC 등 여러 비임상 후보물질에 대한 연구개발도 이어가고 있다. 업계에서는 CS5001의 이번 임상 결과가 향후 개발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번 결과는 31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1b상 초기 데이터인 만큼 향후 더 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에서 유효성과 안전성이 재확인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CS5001이 초기 임상에서 보여준 ‘CR 100%, ORR 100%’라는 수치가 후속 임상에서도 유지될 경우 DLBCL 치료 시장에서 새로운 경쟁력을 확보할 가능성이 있다. 시스톤이 이번 일시 중단 기간에 최적 용량과 투여 주기를 어떻게 설정하고 후속 개발로 연결할지에 제약·바이오 업계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2026-08-29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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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AI, '청소년용 챗GPT' 내놨다…AI가 숙제 대신해주지 못하게 만든 이유
[경제일보] 오픈AI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별도의 챗GPT 이용 환경을 내놓는다. 단순히 유해 콘텐츠를 차단하는 수준을 넘어 AI가 숙제를 대신하거나 청소년의 정서적 의존을 키우지 않도록 서비스 설계 자체를 바꾸는 것이 핵심이다. 최근 청소년의 인공지능(AI) 이용이 빠르게 늘면서 학습 효율을 높이는 긍정적 효과와 함께 자해·정서적 의존·과도한 사용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오픈AI가 안전장치를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오픈AI는 19일 ‘청소년을 위한 챗GPT(ChatGPT for Teens·청소년용 챗GPT)’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시스템이 이용자를 18세 미만으로 추정하거나 이용자가 자신의 나이를 13~17세라고 밝히면 청소년용 환경이 적용된다. 핵심 변화는 ‘답을 주는 AI’에서 ‘답을 찾도록 돕는 AI’로의 전환이다. 청소년이 수학 문제나 과제의 정답을 그대로 요구할 경우 챗GPT는 문제를 단계별로 풀도록 유도하는 학습 모드(Study Mode)를 활용하도록 안내한다. 개념을 설명하고 풀이 과정을 질문한 뒤 이용자의 이해도를 확인하거나 추가 연습 문제와 퀴즈를 만들어주는 방식이다. 과제를 건너뛰거나 답만 얻으려는 이용자를 대상으로 문제 풀이 과정에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알림도 제공한다. 학습 내용을 시각화하고 복습할 수 있는 기능도 포함됐다. ‘학습 시간(Study Hours)’ 기능을 활용하면 청소년이나 부모가 정한 시간대에 학습 모드가 기본적으로 작동하도록 설정할 수 있다. 학습 모드는 교사와 학습과학·교육학 전문가들의 의견을 반영해 설계됐다. 안전 기능은 더욱 강하게 적용된다. 자해와 폭력, 위험 행동, 섭식장애, 노골적인 성적·폭력적 콘텐츠 등 청소년에게 부적절할 수 있는 영역에 대해 성인 이용자보다 강화된 보호 기준을 적용한다. 오픈AI가 특히 신경 쓰는 부분은 AI와 청소년 사이의 정서적 관계다. 청소년이 챗GPT를 실제 친구나 연인처럼 받아들이지 않도록 AI가 연애 감정을 표현하거나 이용자의 정서적 의존을 부추기는 행동을 제한한다. AI가 감정이나 의식을 가진 존재인 것처럼 표현하는 것도 막는다. 장시간 이용할 경우에는 휴식을 권하는 알림을 제공한다. 부모의 관리 기능도 강화됐다. 부모가 자녀의 계정을 연결하면 특정 시간대에 챗GPT를 사용할 수 없도록 이용 제한 시간(Quiet Hours·사용 제한 시간)을 설정할 수 있다. 음성·이미지 생성·메모리 등 일부 기능도 조정할 수 있다. 다만 부모가 자녀와 챗GPT 사이의 대화 내용을 직접 열람할 수 있도록 하지는 않았다. 대신 제한적인 고위험 상황이 감지될 경우 부모에게 안전 관련 알림을 보내는 방식이다. 이번 조치는 오픈AI가 청소년 AI 이용을 둘러싼 ‘안전과 편의성의 충돌’에 본격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AI는 이미 교육 현장에서 학생들의 검색과 작문, 번역, 코딩 등을 돕는 도구로 자리 잡았다. 반면 학교에서는 AI를 이용해 과제를 대신 작성하는 행위를 학업 부정행위로 규정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AI를 무조건 막기도, 무제한 허용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오픈AI가 학습 모드를 강화한 것도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AI 사용 자체를 막는 대신 AI를 사용하되 학생의 사고 과정은 남겨두는 방식으로 방향을 잡은 것이다. 특히 주목할 대목은 이번 조치가 단순한 기능 개선을 넘어 AI 기업의 책임 문제와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최근 청소년의 AI 사용과 관련해 자해나 극단적 선택, 정서적 의존 등의 문제가 제기되면서 AI 기업의 서비스 설계와 안전 책임을 둘러싼 논란도 커지고 있다. 한편 오픈AI가 풀어야 할 문제는 ‘청소년에게 AI를 얼마나 제공할 것인가’가 아니라 ‘AI가 청소년에게 어떤 존재가 돼야 하는가’에 가까워지고 있다. SNS(사회관계망서비스)가 청소년의 과도한 사용과 중독 문제로 규제 논쟁에 직면한 것처럼 AI 역시 새로운 안전 기준을 요구받을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는 연령별 콘텐츠 제한을 넘어 학습 방식, 사용시간, 정서적 상호작용까지 AI 서비스의 설계 단계에서 관리하는 흐름이 확산될 전망이다.
2026-08-19 15: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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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號' 민주당, 민심 일치가 먼저다
[경제일보] 김민석 전 국무총리가 집권여당의 새 대표가 됐다. 지난 17일 김 대표는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최종 54.08%를 얻으며 정청래 후보를 꺾었다. 이재명 정부 초대 총리에서 집권당 대표로 자리를 옮긴 것이다.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작동 방식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인물이 이제 청와대와 국회 사이에 섰다. 당청 관계의 안정이라는 측면에서는 더없이 익숙한 조합이다. 김 대표가 내놓은 첫 메시지도 통합과 민생이었다. ‘먹고사는 문제(Affordability)’, ‘외연 확장(Broadening)’, ‘유능함(Competence)’을 묶은 이른바 ‘ABC 플랜’을 제시했고, 당청 관계는 ‘전면 협력의 창조적 수평 관계’로 만들겠다고 했다. 또한 민주당의 언어, 정책, 태도와 문화까지 바꾸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전당대회 과정에서 갈라진 당을 수습하고, 강성 지지층 밖으로 외연을 넓히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집권 2년차 여당에 필요한 문제의식이다. 국정의 성패를 놓고 대통령과 여당이 매일 다른 목소리를 내는 정권이 안정적으로 굴러갈 리 없다. 부동산, 민생, 산업정책, 지역균형발전처럼 정부와 국회의 손발이 맞아야 하는 과제도 산적해 있다. 김 대표가 총리 경험을 살려 정부와 국회 사이의 불필요한 마찰을 줄인다면 그것 자체로 국정에는 분명 도움이 된다. 다만 당청이 ‘안정된다’는 것과 당청이 ‘한 몸이 된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집권당은 대통령의 응원단이 아니다. 정부가 올바른 정책을 추진할 때는 누구보다 강한 지원군이어야 하지만, 민심과 정책 사이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하면 가장 먼저 경고음을 울려야 할 조직이기도 하다. 대통령실과 정부 부처에는 대통령의 결정을 설명하고 집행하는 사람이 이미 충분하다. 집권당까지 그 역할만 한다면 국민의 불만과 현장의 경고를 권력의 중심으로 전달할 정치적 통로 하나가 사라진다. 여당에는 정부가 갖지 못한 ‘귀’가 있다. 지역구 의원은 시장에서 상인을 만나고, 아파트 단지에서 주민을 만나며, 기업과 노동자, 자영업자와 매일 부딪친다. 통계가 움직이기 전에 생활물가의 압박을 듣고, 정책 당국이 부작용을 인정하기 전에 현장에서 불만을 접한다. 그 목소리를 걸러내지 않고 대통령에게 전하는 것이 집권당의 중요한 존재 이유다. 김 대표가 말한 ‘창조적 수평 관계’의 진정성은 바로 이 대목에서 시험받을 것이다. 첫 시험대는 부동산이다. 새 지도부 앞에는 정부의 부동산 세제개편안 보완과 주택 공급 문제가 놓여 있다. 장기보유특별공제 등 세제 문제를 놓고 당내에서도 의견이 갈리고 있으며, 국회 심사 과정에서 수정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당내 통합과 야당과의 협치 역시 새 지도부의 당면 과제로 꼽힌다. 부동산은 특히 청와대의 정책을 여당이 그대로 받아 적어서는 곤란한 분야다. 무주택자에게 집값은 절망의 크기이고, 1주택자에게 집은 생애 가장 큰 자산이며, 청년에게는 월세와 대출이 곧 생활비다. 같은 정책도 세대와 계층에 따라 전혀 다른 충격을 준다. 현장에서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이 나타난다면 여당은 정부보다 먼저 이를 발견하고 수정안을 요구해야 한다. 그것을 당청 갈등이라고 부를 이유는 없다. 대통령에게 불편한 말을 하는 것과 대통령의 국정을 흔드는 것은 다르다. 오히려 문제가 커진 뒤 대통령이 직접 수습하게 만드는 것이야말로 집권당의 직무유기에 가깝다. 작은 균열일 때 발견하고 고치는 것이 대통령을 돕는 길이다. 대통령이 듣고 싶은 말을 전달하는 것은 참모도 할 수 있다. 대통령이 듣고 싶지 않은 민심까지 전달하는 일은 정치적 신뢰를 가진 여당 대표가 해야 한다. 김 대표에게는 그 역할을 할 조건도 있다. 그는 이재명 정부의 초대 총리였고 대통령과 오랫동안 정치적 신뢰를 쌓아왔다. 김 대표 스스로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토론하고, 직언하고, 방패가 되는’ 정당을 말하기도 했다. 중요한 것은 세 단어의 순서다. 방패가 되기에 앞서 토론하고 직언해야 한다. 직언 없는 방패는 대통령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로부터 고립시킬 수 있다. 당 밖으로 시선을 돌리면 과제는 더 선명해진다. 이번 대표 선거에서 김 대표는 54.08%, 정 후보는 45.92%를 얻었다. 최고위원 다섯 자리 가운데 정 후보와 가까운 인사 세 명이 당선돼 지도부 내부의 정치적 색깔도 한쪽으로 정리되지 않았다. 압승한 대표가 모든 것을 밀어붙일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는 뜻이다. 당내에서부터 다른 목소리를 조정하는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김 대표가 내건 외연 확장 역시 말보다 어려운 과제다. 중도층은 ‘중도’라는 표현을 자주 쓰는 정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자신의 삶에 실제 도움이 되는 정책을 내고, 자신과 다른 생각까지 들으려는 정치세력에 움직인다. 핵심 지지층이 박수치는 정책이라도 중산층과 자영업자, 청년에게 과도한 부담을 준다면 다시 살펴보는 태도가 필요하다. 야당과의 관계도 같은 기준으로 봐야 한다. 협치는 야당 요구를 절반씩 받아주는 정치가 아니다. 국가적으로 합의할 수 있는 사안은 먼저 합의하고, 끝내 합의하지 못한 문제는 다수결로 결론을 내는 과정이다. 여당이 숫자의 우위만 앞세우기 시작하면 국회는 토론의 공간이 아니라 표결의 공간으로 쪼그라든다. 새 지도부를 두고 경색된 여야 관계를 풀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당 태종 때 위징은 군주가 어떻게 해야 현명해질 수 있느냐는 물음에 ‘겸청즉명 편신즉암(兼聽則明 偏信則暗, 여러 의견을 두루 들으면 밝아지고 한쪽 말만 믿으면 어두워진다)’고 답했다. ‘자치통감’ 당 태종 정관 2년조에 전하는 말이다. 1400년 전 황제에게 필요했던 경계가 민주주의의 대통령에게 필요하지 않을 리 없다. 오히려 권력 주변에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 많아질수록 다른 목소리의 가치는 커진다. 김 대표가 청와대의 뜻을 국회에 전달하는 데만 능하다면 총리에서 당대표로 자리를 옮긴 의미는 크지 않다. 이제 해야 할 일은 반대 방향이다. 시장과 골목, 지방과 국회에서 올라온 민심을 대통령에게 전달해야 한다. 때로는 정책의 속도를 높이라고 요구하고, 때로는 멈춰 다시 보자고 말해야 한다. ABC 플랜의 성패 역시 거기에서 갈릴 것이다. 먹고사는 문제를 풀려면 보고서보다 생활 현장을 봐야 하고, 외연을 넓히려면 자기편의 환호보다 반대편의 우려를 들어야 한다. 유능함을 증명하려면 정부가 내놓은 정책을 신속하게 통과시키는 능력뿐 아니라 잘못된 정책을 제때 고치는 능력도 보여줘야 한다. 유능한 집권당은 대통령과 가장 가까이 서 있는 정당이 아니다. 민심이 대통령에게서 멀어지기 시작할 때 가장 먼저 알아차리는 정당이다. ‘김민석호(號)’ 민주당이 ‘대통령의 당’을 넘어 국민의 집권당으로 평가받으려면 그 역할부터 증명해야 한다. 대통령의 성공을 바란다면 언제나 같은 말을 할 필요는 없다. 필요할 때 가장 먼저 ‘이건 아닙니다’라고 말하는 것. 그것이 ‘당청 일치’보다 어려운 정치이고, 집권당 대표에게 맡겨진 더 무거운 책임이다.
2026-08-18 10: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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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암제 넣기 전에 먼저 알았다…KAIST, 뇌종양 '환자 맞춤 칩' 개발
[경제일보] 환자에게 항암제를 직접 투여하기 전, 종양과 뇌혈관 환경을 재현한 작은 칩으로 약물 반응부터 살펴보는 기술이 나왔다. KAIST는 기계공학과 안송이 교수 연구팀이 성균관대 안중호 교수팀, 분당차병원 임재준 교수, 차의과학대 강윤정 교수팀과 환자 맞춤형 혈액-뇌종양 장벽 칩을 개발했다고 18일 밝혔다. 대상 질환은 악성 뇌종양인 교모세포종이다. 정상 뇌조직으로 빠르게 파고들고 환자별 특성도 제각각이어서, 수술로 종양을 제거해도 경계 부위에 남은 암세포가 재발의 원인이 된다. 전체 생존기간 중앙값이 약 15개월, 5년 생존율은 7% 안팎에 그치는 대표적인 난치암이다. 현재 표준치료는 수술 후 방사선치료와 테모졸로마이드 항암화학요법을 함께 쓰는 병용요법이지만, 같은 유전적 특징을 가진 환자라도 실제 반응은 제각각이다. 종양 경계 부위는 중심부와 달리 혈액-뇌 장벽이 비교적 온전하게 남아 있어 약물이 충분히 전달되지 않을 수 있다. MGMT 프로모터 메틸화 여부 같은 기존 유전자 검사만으로는 이런 혈관 환경과 실제 약물 반응까지 함께 판단하기 어려웠다. 연구팀은 환자의 교모세포종 세포와 사람 뇌혈관 내피세포, 정상 별아교세포를 미세유체 칩 안에서 함께 배양했다. 칩 위쪽에는 혈관 채널을, 아래쪽에는 뇌조직 환경을 만들고 두 공간 사이에 미세다공성 막을 뒀다. 여기에 혈관주위세포와 면역 기능을 담당하는 미세아교세포까지 더해 모두 5종의 세포가 함께 작용하도록 설계했다. 암세포만 따로 배양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종양과 정상 조직이 맞닿는 경계와 혈관장벽, 면역 반응까지 한 공간에 옮겨놓은 셈이다. 연구에는 교모세포종 환자 3명의 종양세포가 쓰였다. 세 환자는 MGMT 프로모터 메틸화라는 공통된 유전적 특징을 지녔지만 칩에서 측정한 혈관 투과도와 전기저항, 면역 신호는 서로 달랐다. 항암제 반응도 한 방향으로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팀이 암세포를 공격하는 테모졸로마이드와 종양의 혈관 생성을 억제하는 베바시주맙을 각각 적용한 결과, 혈관장벽이 많이 손상돼 약물이 쉽게 통과한다고 해서 반드시 치료 효과가 높아지지는 않았다. 장벽 상태뿐 아니라 암세포 자체가 약물에 얼마나 민감한지도 결과를 갈랐다. 칩에서 나타난 환자별 장벽 특성과 약물 반응은 실제 환자의 무진행생존기간, 질병 진행 이후 생존 경과와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속도도 차이가 난다. 연구팀에 따르면 종양 조직에서 세포를 확보하면 칩 제작과 약물 실험을 2주 안에 마칠 수 있다. 결과를 얻는 데 수개월이 걸리는 환자 유래 동물모델보다 훨씬 빠르고, 표준치료가 통상 수술 후 4~6주 안에 시작되는 점을 고려하면 치료 전 검토가 가능한 시간대다. 다만 이번 연구는 환자 3명을 대상으로 한 개념 입증 단계다. 검사로 정착하려면 다기관·다수 환자 대상의 전향적 임상연구와 기관별 재현성 확보, 표준작업지침 마련이 뒤따라야 한다. 평가 약물도 테모졸로마이드와 베바시주맙에 한정돼 있어 방사선 병용요법과 재발 치료제, 신약 후보물질로 넓혀야 한다. 뇌 국소 독성은 살펴볼 수 있지만 골수 억제나 간·신장 독성 등 전신 부작용을 판단하려면 간 칩, 신장 칩 등을 연결한 다중 장기칩 연구가 별도로 필요하다. 연구팀은 같은 원리를 폐암이나 유방암에서 시작된 뇌전이 암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종양마다 배양 조건과 미세환경이 달라 별도의 최적화와 임상 검증을 거쳐야 한다. 안송이 교수는 "환자 유래 종양세포와 혈액-뇌종양 장벽을 함께 재현해 환자마다 다른 치료 반응을 실제와 가깝게 평가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시했다"며 "더 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검증해 맞춤형 치료 전략과 신약 개발을 위한 평가 플랫폼으로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KAIST 류민수 박사과정과 성균관대 이가은 박사과정이 제1저자로 참여한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스몰(Small)'에 지난 6월 27일 게재됐으며 학술지 표지 논문으로도 선정됐다.
2026-08-18 09: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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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금리 인상, 물가 잡다 내수를 더 얼려선 안 된다
[경제일보] 한국은행이 추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는 11일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한국은행은 지난 7월 기준금리를 2.75%로 올린 데 이어 국내 수요 회복에 따른 물가 압력을 경계하고 있다. 물가 안정이 중앙은행의 가장 중요한 책무라는 점에서 필요한 대응이다. 그러나 금리를 올리는 데는 언제나 대가가 따른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은행의 대출금리가 상승하고 가계의 이자 부담이 커진다.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도 높아진다. 특히 대출 의존도가 높은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취약차주에게 금리 인상은 단순한 숫자의 변화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지금 한국경제는 금리를 올리기에도, 그대로 두기에도 쉽지 않은 상황에 놓여 있다. 반도체 수출과 AI 투자 확대에 힘입어 성장률 전망은 개선되고 있지만 국민이 체감하는 내수경기는 여전히 차갑다. 소비 회복은 더디고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어려움도 계속되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건설업의 부실 우려도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물가만 바라보고 금리를 빠르게 올리면 거시경제 지표는 안정될지 몰라도 내수와 취약 부문의 부담은 그만큼 무거워진다. 반대로 가계와 기업 부담만 걱정해 물가 상승 압력을 방치하면 실질소득이 줄고 서민경제가 더 큰 피해를 입는다. 한국은행이 어려운 선택에 직면한 이유다. 최근의 물가 흐름도 면밀하게 들여다봐야 한다. 국제유가와 환율 같은 외부 요인뿐 아니라 내수 회복과 임금, 서비스 가격 등 국내 요인이 물가를 자극하고 있다면 통화당국으로서는 대응하지 않을 수 없다. 물가 상승세가 굳어지면 나중에는 더 큰 폭의 금리 인상이 필요해진다. 그렇다고 기준금리를 물가만 잡는 단일 처방전처럼 사용할 수는 없다. 통화정책은 경제 전체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다. 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는 순간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자영업자 대출과 기업 대출에 동시에 충격이 전달된다. 통화정책의 효과가 강력한 만큼 부작용도 폭넓게 살펴야 한다. 가장 우려되는 곳은 가계부채다. 한국의 가계는 이미 상당한 규모의 부채를 안고 있다.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높은 차주에게 추가 금리 인상은 월 원리금 부담 증가로 바로 이어진다. 주거비와 생활물가 부담까지 커진 상황에서 이자 비용이 다시 늘어나면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다. 소비 감소는 자영업자의 매출 감소로 연결되고 다시 내수 침체를 키우는 악순환으로 번진다. 취약차주에 대한 정교한 대책이 필요한 이유다. 금리 인상 자체를 막기보다 그 과정에서 충격이 특정 계층에 집중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정상적으로 원리금을 상환하고 있지만 일시적인 금리 부담을 겪는 차주에 대해서는 채무조정과 장기·고정금리 전환 등 현실적인 선택지를 넓혀야 한다. 자영업자 대책도 단순한 만기 연장에 그쳐서는 안 된다. 코로나19 이후 누적된 부채에 경기 부진과 고금리가 겹치면서 경쟁력이 있는 사업자와 사실상 상환 능력을 잃은 사업자를 구분할 필요성이 커졌다. 정상 사업자에게는 금융 지원을 제공하되 회생 가능성이 낮은 경우에는 폐업과 재취업, 채무조정을 연결하는 출구 전략이 필요하다. 부동산 PF도 경계해야 한다. 금리가 높아질수록 사업성이 낮은 개발사업의 금융비용은 커지고 부실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진다. 부실을 무조건 금융권이 떠안게 하는 것도, 정부가 세금으로 막아주는 것도 답이 아니다. 사업성이 없는 사업장은 신속하게 정리하고 정상 사업장은 자금이 막혀 쓰러지지 않도록 선별 지원해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한국은행과 정부 정책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가지 않는 것이다. 중앙은행이 물가를 잡겠다며 금리를 올리는데 정부가 재정지출 확대와 각종 지원책으로 수요를 크게 자극한다면 정책 효과는 상쇄된다. 한쪽은 브레이크를 밟고 다른 쪽은 가속페달을 밟는 식이어서는 경제의 불확실성만 커진다. 부동산 정책도 마찬가지다. 집값 불안을 막겠다며 대출을 규제하면서 동시에 특정 계층에 과도한 금융 지원을 제공하면 시장에는 엇갈린 신호가 간다. 실수요자는 보호하되 투기성 레버리지를 억제한다는 명확한 원칙 아래 금융·세제·공급 정책이 같은 방향을 바라봐야 한다. 정부와 한국은행의 역할은 분명히 구분돼야 한다. 금리 결정은 물가와 금융안정을 기준으로 중앙은행이 독립적으로 해야 한다. 정부가 경기나 정치적 이유로 금리 결정에 압력을 가해서는 안 된다. 다만 정책 효과와 위험 요인에 대한 정보 공유와 거시정책 조율은 훨씬 정교하게 이뤄져야 한다. 금리 결정에서 중요한 것은 속도다. 추가 인상이 필요하더라도 경제가 감당할 수 있는 속도로 가야 한다. 물가 기대가 급격하게 높아지지 않는다면 한 차례 금리를 올린 뒤 소비와 고용, 부동산과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확인하는 것도 방법이다. 금리는 한번 올린 뒤 되돌리기도 쉽지 않다. 경제성장률이 높아졌다는 이유만으로 긴축 여력이 충분하다고 판단해서도 안 된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호황과 자영업자·중소기업이 느끼는 경기는 크게 다르다. 평균적인 성장률만 보고 금리를 결정하면 경제 내부의 양극화를 놓친다. 한국경제가 직면한 문제는 이른바 '성장의 역설'이다. 수출과 반도체 투자로 성장률이 높아지면 수요와 물가가 상승해 금리를 올려야 할 가능성이 커진다. 그러나 그 금리 인상의 비용은 반도체 대기업보다 대출이 많은 가계와 자영업자에게 더 크게 돌아간다. 성장의 과실과 긴축의 비용이 서로 다른 곳에 집중되는 셈이다. 이 때문에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통화정책으로 경제 전체의 물가를 관리하되 재정과 금융정책은 취약계층에 정밀하게 집중해야 한다. 모든 국민의 이자를 대신 내주는 식의 보편적 지원은 물가를 다시 자극한다. 상환 능력과 소득, 부채 수준에 따라 지원 대상을 정교하게 선별해야 한다. 물가 안정과 내수 회복은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다. 물가가 불안하면 실질소득이 줄고 소비도 위축된다. 반대로 내수가 무너지면 성장과 고용이 흔들린다. 두 목표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것이 경제정책의 실력이다. 한국은행 역시 시장과 충분히 소통해야 한다. 추가 금리 인상의 조건이 무엇인지, 어떤 물가와 금융 지표를 중점적으로 보는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 시장이 금리 경로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어야 가계와 기업도 대출과 투자를 계획할 수 있다. 갑작스러운 정책 변화는 금리 수준 자체보다 더 큰 불안을 부른다. <논어>에는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는 '과유불급(過猶不及)'이 있다. 통화정책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말이다. 물가를 방치해서도 안 되지만 물가를 잡겠다는 이유로 경제의 약한 고리까지 무너뜨려서는 안 된다. 한국은행은 물가 안정이라는 원칙을 지키되 금리 인상이 가계와 자영업자, 부동산 PF와 내수에 미칠 충격까지 세밀하게 살펴야 한다. 정부도 중앙은행의 긴축 효과를 상쇄하는 정책을 남발해서는 안 된다.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면 국민에게 그 이유를 충분히 설명하고 취약 부문의 충격을 줄일 안전장치를 동시에 마련해야 한다. 물가를 잡는 것도 결국 국민의 삶을 지키기 위해서다. 물가는 안정됐지만 가계와 자영업자가 먼저 무너지는 정책이라면 성공한 통화정책이라고 할 수 없다.
2026-08-12 10:4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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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지지율 43.3%, 민심의 경고음을 들어야
[경제일보]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취임 후 최저치로 내려앉았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8월 3~7일 전국 18세 이상 2514명을 대상으로 벌인 조사에서 긍정평가는 43.3%, 부정평가는 53.0%로 나타났다. 전주보다 각각 2.6%포인트(p) 떨어지고 2.5%p 오른 수치다. 긍정평가는 4주째 하락세를 이어갔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p다. 여론조사 수치 하나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 대통령 지지율은 국내외 경제 상황과 정치적 사건, 정책 발표 등에 따라 움직인다. 특정 시점의 수치만으로 국정운영 전체를 평가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그러나 여러 주 연속 하락하고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상당 폭 앞서기 시작했다면 그 흐름이 무엇을 말하는지는 냉정하게 들여다봐야 한다. 특히 이번 하락세는 단순한 정치적 악재 하나의 결과라기보다 여러 요인이 겹친 것으로 봐야 한다. 부동산과 세제 문제, 사법제도 개편 논란, 경제 불확실성이 동시에 국민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역별로 서울과 대구·경북, 부산·울산·경남에서 하락폭이 컸고, 연령별로도 60대와 70대 이상, 20대에서 지지율이 내려갔다. 정부가 먼저 짚어야 할 것은 정책의 방향 못지않게 추진 방식이다. 개혁 과제는 속도가 중요하지만 속도 자체가 목표가 될 수는 없다. 사회적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충돌하는 사안을 충분한 설명과 조정 없이 밀어붙이면 정책 취지가 옳더라도 국민의 불안은 커질 수 있다. 부동산 정책이 대표적이다. 집값 안정과 투기 억제라는 목표에는 많은 국민이 공감할 수 있다. 그러나 세제와 대출, 공급 정책이 자주 바뀌면 국민은 정책 방향보다 다음 규제가 무엇일지를 걱정하게 된다. 실수요자와 장기보유자, 청년층이 정책 변화의 부담을 직접 느낀다면 정부가 아무리 선의를 강조해도 정책 신뢰는 약해질 수밖에 없다. 사법개혁 역시 마찬가지다. 검찰권 남용을 막고 수사·기소 구조를 개선하는 것은 중요한 과제다. 그러나 제도를 바꾸는 과정에서 수사 공백이나 사건 지연, 범죄 피해자 보호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을 충분히 설명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국민이 바라는 것은 기관의 간판을 바꾸는 일이 아니라 더 공정하고 효율적인 사법 시스템이다. 집권 2년 차에는 국정운영의 중심도 달라져야 한다. 출범 초기에는 개혁의 방향을 제시하고 새로운 정책을 빠르게 추진하는 일이 중요했다. 이제는 발표한 정책이 국민의 삶에서 어떤 성과를 내고 있는지 보여줘야 한다. 경제성장률이 오르고 수출이 증가해도 자영업자의 매출이 줄고 청년이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다면 국민이 느끼는 평가는 다를 수 있다. 반도체와 AI 산업이 호황을 맞더라도 내수와 고용, 주거와 물가 부담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거시경제 지표와 체감경기의 간극은 커질 수밖에 없다. 정책의 성과를 만드는 것만큼 설명하는 것도 중요하다. 정부가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지, 왜 지금 이 정책이 필요한지, 국민이 어떤 부담을 져야 하고 어떤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지 분명하게 설명해야 한다. 정책이 실패하거나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나타났다면 이를 인정하고 수정하는 것도 정부의 책임이다. 국민과의 소통은 정책 홍보와 다르다. 반대 의견을 듣고 필요하면 정책을 고칠 수 있다는 신호를 주는 일이 진짜 소통이다. 정부가 이미 답을 정해놓고 국민에게 이해를 요구한다면 설명회가 아무리 많아도 신뢰는 쌓이지 않는다. 중도층과 무당층을 향한 메시지도 중요하다. 모든 정부에는 확고한 지지층이 있다. 그러나 대통령은 특정 정당이나 지지층만을 위한 자리가 아니다.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까지 설득하고 끌어안아야 한다. 지지율이 떨어질 때 가장 경계해야 할 유혹은 핵심 지지층만을 더 강하게 결집시키는 것이다. 강성 지지층이 원하는 메시지를 반복하면 단기적으로 정치적 방어막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중도층과 무당층이 멀어지면 국정운영의 공간은 오히려 좁아진다. 집권당의 역할도 달라져야 한다. 정부 정책을 무조건 옹호하는 것이 여당의 책임은 아니다. 민심이 정부에 전달되지 않는다면 여당이 먼저 경고하고 정책을 조정해야 한다. 반대로 당내 강경론이 국정의 현실성과 충돌할 때는 당 지도부가 지지층을 설득해야 한다. 대통령과 여당 모두 ‘우리 편이 얼마나 결집했는가’보다 ‘우리 편이 아니었던 국민을 얼마나 설득했는가’를 국정의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민주주의에서 선거는 지지층의 힘으로 이길 수 있지만 국정은 국민 다수의 신뢰 없이는 성공하기 어렵다. 지지율 43.3%라는 숫자를 지나치게 확대해석할 필요는 없다. 다음 조사에서 오를 수도 있고 또 내려갈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숫자 그 자체가 아니라 여러 주 연속 이어지는 흐름이 보내는 신호다. 국정운영의 속도가 너무 빠르지는 않았는지, 국민에게 충분히 설명했는지, 정책의 비용과 부작용을 과소평가하지 않았는지 돌아봐야 한다. 경제와 민생에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만들고 중도층까지 포용하는 정치가 필요하다. <논어>에는 “백성의 신뢰가 없으면 나라가 설 수 없다”는 ‘무신불립(無信不立)’이 있다. 대통령 지지율도 결국 정책에 대한 국민 신뢰의 한 단면이다. 신뢰는 강한 메시지나 정치적 동원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공정한 원칙과 일관된 정책, 성과와 책임을 통해 쌓인다. 이재명 정부는 이제 집권 2년 차에 들어섰다. 남은 임기는 새로운 정책을 얼마나 많이 발표했는지가 아니라 국민의 삶을 얼마나 실제로 바꿨는지로 평가받게 될 것이다. 지지율 하락을 야당의 공세나 언론 환경 탓으로만 돌려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몇 번의 여론조사에 흔들려 국정 방향을 수시로 바꿔서도 안 된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민심의 경고를 듣되 원칙을 잃지 않는 것이다.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신뢰다. 지지층 결집보다 필요한 것은 국민 설득이다. 집권 2년 차의 성패는 대통령이 얼마나 강하게 밀어붙이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국민이 그 정책의 방향과 결과를 신뢰하느냐에 달려 있다.
2026-08-11 09:4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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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초박빙 전대, 이제는 지지층 확장까지 생각해야
[경제일보] 더불어민주당 차기 대표 경선이 끝까지 초박빙이다. 9일 강원·대구·경북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김민석 후보가 정청래 후보를 합산 4.14%포인트(p) 차로 앞섰다. 강원에서는 김 후보가 50.30%를 얻어 정 후보의 41.94%를 앞섰고, 경북에서도 김 후보가 47.37%로 정 후보의 45.71%를 눌렀다. 반면 대구에서는 정 후보가 47.82%로 김 후보의 46.35%를 앞섰다. 지역마다 승패가 엇갈릴 정도로 두 후보의 경쟁은 팽팽하다. 앞선 충청권과 부산·울산·경남, 제주·인천에서도 두 후보의 격차는 크지 않았다. 9일 경선 직전 누적 득표율은 김 후보 45.42%, 정 후보 44.56%로 불과 0.86%p 차였다. 사실상 1% 안팎의 싸움이다. 경선이 치열한 것 자체는 문제될 게 없다. 오히려 후보 간 경쟁은 당원들의 관심을 높이고 지도부에 긴장감을 준다. 특히 이번 전당대회에서는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가치를 같게 하는 ‘1인 1표제’가 처음 적용됐다. 최종 반영 비율도 대의원·권리당원 70%, 국민 여론조사 30%다. 당원주권을 강화하겠다는 민주당의 방향은 분명하다. 그러나 지금 민주당이 더 깊이 고민해야 할 것은 누가 1% 차이로 이기느냐가 아니다. 그 치열한 경쟁이 당의 외연을 넓히고 있는가 하는 문제다. 경선이 접전일수록 후보들은 당원들에게 더 강한 메시지를 내놓기 쉽다. 상대보다 한발 더 선명해야 표를 얻을 수 있다는 계산이 작동한다. 검찰개혁과 언론개혁, 야당과의 관계, 대통령실과의 거리 설정에서도 비슷한 유혹이 생긴다. 적극적으로 투표하는 권리당원의 마음을 잡으려면 강한 구호와 단호한 태도가 효과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지금 야당이 아니다. 정부와 국회를 함께 책임지는 집권당이다. 야당 시절에는 지지층 결집만으로 정치적 성과를 낼 수 있었지만 집권당은 다르다. 중도층과 무당층,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국민까지 설득해야 한다. 당원에게 박수받는 메시지가 국민 전체에게도 같은 평가를 받는다는 보장은 없다. 이것이 ‘당심 정치’의 역설이다. 당원을 존중할수록 당원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 강성 지지층의 요구를 충실하게 대변하는 것이 당원주권의 전부라면 정당은 점점 자기 지지층 안으로 좁아질 수밖에 없다. 정당의 경쟁력은 충성도 높은 지지층의 숫자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선거에서 승리하려면 아직 마음을 정하지 않은 유권자를 움직여야 한다. 특히 집권당은 국정 운영을 통해 자신을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에게도 신뢰를 얻어야 한다. 최근 한국 정치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 가운데 하나는 각 정당이 자기 지지층만 바라보는 ‘진영의 섬’으로 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상대 진영의 주장을 무조건 틀렸다고 규정하고 당내 다른 목소리마저 배신이나 해당 행위로 몰아붙이는 순간 정치는 설득보다 동원에 의존하게 된다. 동원 정치는 단기적으로 강하다. 강한 언어는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온라인에서 확산된다. 그러나 그 대가는 외연 축소다. 중도층은 거친 정치에 피로를 느끼고 무당층은 정치에서 더 멀어진다. 선거가 끝난 뒤에는 같은 방식으로 국정을 운영하기도 어렵다. 집권당 대표에게 필요한 능력은 지지층의 요구를 그대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지지층을 설득하는 것이다. 당원이 원하는 정책이라도 국가 전체에 큰 부작용이 예상된다면 설명하고 속도를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 정책에 문제가 있다면 대통령실에도 할 말을 해야 한다. 반대로 당내 강경론이 국정을 흔들 때는 당을 설득하고 책임 있게 조정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민주당 경선은 단순한 당권 경쟁이 아니다. 이재명 정부의 남은 임기 동안 집권당이 어떤 정치 방식으로 국정을 뒷받침할 것인지 결정하는 선거다. 경제 상황만 봐도 그렇다. 반도체 호황과 인공지능(AI) 산업 확대라는 기회가 있지만 내수와 자영업, 고용과 지역경제 문제는 여전히 무겁다. 부동산과 세제, 노동시간과 에너지 정책에서도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충돌한다. 이런 문제는 구호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보완수사권이나 언론제도 개혁 같은 정치적 쟁점도 마찬가지다. 개혁이 필요하다는 주장과 제도 변화에 따른 부작용 우려를 동시에 들여다봐야 한다. ‘개혁에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는 이분법으로는 좋은 정책을 만들 수 없다. 집권당 대표가 해야 할 일은 여기에서 시작된다. 당원의 요구를 정책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국민 전체가 감당해야 할 비용을 계산하고 반대 의견에도 귀를 기울이며 최종적으로 책임질 수 있는 대안을 만드는 것이다. 국민 여론조사가 30% 반영된다고 해서 이런 문제가 자동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숫자가 아니라 후보들이 실제로 누구를 바라보고 정치하느냐다. 국민 여론조사를 형식적인 안전장치로 두고 경선 내내 권리당원만 바라본다면 민심 반영이라는 취지는 퇴색할 수밖에 없다. 민주당이 당원주권을 강화하는 방향을 되돌릴 필요는 없다. 오히려 당원이 정책 결정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 다만 당원주권과 국민정당은 서로 반대되는 개념이 아니다. 건강한 정당은 당원이 중심에 서면서도 국민에게 열려 있는 정당이다. 당원의 요구를 모아 국민적 의제로 확장하고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당원이 뽑은 대표가 국민 전체를 바라볼 때 당원주권도 더 강한 정당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논어>에는 “군자는 화합하되 같기만을 강요하지 않는다”는 ‘군자화이부동(君子和而不同)’이 있다. 같은 정당 안에서도 다른 의견이 존재할 수 있고, 국민 사이에는 더 다양한 생각이 존재한다. 그것을 인정하고 조정하는 것이 정치다. 민주당의 이번 경선에는 분명 승자가 나온다. 그러나 정당 정치의 진짜 승패는 전당대회장에서 결정되지 않는다. 경선 이후 얼마나 많은 국민에게 다가갈 수 있느냐, 당을 얼마나 넓힐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당심을 얻고 민심을 잃는다면 1% 차이의 승리는 오래가지 못한다. 민주당 차기 대표가 보여줘야 할 것은 누가 더 선명한지가 아니다. 누가 더 넓게 듣고 더 많은 국민을 설득하며 집권당의 결과에 책임질 수 있는가다. 이번 전당대회의 진짜 관전 포인트도 바로 거기에 있다.
2026-08-10 13:14:48